00391 천계(天界) =========================================================================
쉬이익!
교주는 전투가 끝나자마자 무시무시한 속도의 무공술로 황궁을 향해 날아갔다. 호법사자들도 그를 따라서 갔는데, 나는 막상 무공술을 쓰려고 보니 난감함을 느꼈다.
' 나는 못 날아다니는데...'
무공술.
말 그대로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경공술이며, 무림에서는 시전하는 자를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직접 호법사자를 보기 전에는 그냥 소설에나 나오는 허구인 줄 알았고 9할 9푼 이상의 무림인들이 나와 동일한 인식일 것이다. 천상제나 허공답보를 쓸 수 있는 초절정고수를 보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인간이 새처럼 날아다닌다는걸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이광이나 검마같은 중원 최정상급 고수들도 무공술은 꿈도 꾸지 못했고 실전에서 간혹 천상제나 허공답보를 쓰는 변형절초를 사용할 뿐이었다.
그러나 호법사자와 교주는 그게 가능했다. 무한의 내공인 천령단과 원영신이 있으면 하늘을 훨훨 나는 것 정도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 내내 하늘에 떠 있을 수도 있으리라.
문제는 그들이 사용하는 무공술이라는 걸 내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주에게 무공술을 가르쳐줄 수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으나, 내 내공은 충분하지만 극상승의 경공술이기 때문에 결코 단시간에 배울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교주의 말로는 무공술을 쓰기 위해서는 초상비나 답설무흔, 천상제를 모두 자유자재로 시전할 정도의 경공숙련도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나는 멸혼보를 쓸 수 있어서 경공의 속도와 질은 매우 높았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멸혼보라는 특수한 경공의 성질에 의존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순수하게 경공의 요령과 심득을 수련한 시간은 꽤 짧은 편이라서, 숙련자라고 할 수는 있으나 달인의 경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공술을 쓰는 건 현재로서는 무리였다.
별 수 없이 나는 열심히 뛰어서 황궁까지 갈 수 밖에 없었다. 목문교는 수도 낙양이긴 하지만 꽤 떨어져 있는 교외에 있는지라 최소한 오십 리는 뛰어야 황궁으로 갈 수 있었다.
' 사불상을 써도 되겠지만, 가는 길에 어떤 일이 벌어져있는지 눈으로 봐 두고 싶군.'
타다닷
내가 낙양 내성까지 와서 성문쪽을 보자, 그 곳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멀뚱멀뚱 경비병들이 서 있었다. 교주와 호법사자가 지나갔는데도 왜인지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며 평소처럼 경비를 서고 있을 뿐이었다. 한바탕 부산을 떨면서 경비체계가 강화될 거라고 생각한 나는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제갈사가 킬킬 웃었다.
[ 무공술의 속도는 굉장히 빠르지. 난데없이 수십리 밖에서 인영이 하늘을 날아서 궁 안으로 들어간들 그걸 현실이라 생각할 수 있겠냐? 지극히 당연한 일.]
[ 그건 그렇지만...]
[ 교주는 물론 호법사자의 무공도 인간의 수준이 아니다. 네놈이 백련교에 오래 있다보니 무력기준이 높아졌을 뿐 다들 인외(人外)급 고수들이지.]
[ ......]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빠르게 멸혼보를 시전했다. 그러자 경비병들의 시선이 한순간 쏠린 틈을 타서 수십 장 성벽을 넘어서 바로 내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나는 황궁 내부의 기척을 빠르게 탐지했는데, 이상하게도 금의위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 흠. 금의위 총령이 이끌던 요원들이 수신류에게 몰살당했다고는 하지만 금세 충원할 수 있었을텐데... 하긴 숫자만 채워봐야 소용없다 생각한 건가.'
원래라면 내궁을 호위하는 무사들이나 금의위가 여기저기에 우글거리고 있어서 용담호혈이겠지만, 현재 이 곳에 제대로 된 절정고수급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손쉽게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서 황제가 머무는 궁전 앞까지 갈 수 있었다.
쉬익
궁 앞에 도착하자, 거기에는 삿갓을 쓴 수신류의 고수들이 도열해 있었다. 아무래도 교주가 이미 그들을 목갑에서 꺼내놓은 모양이었다.
' 교주는 이미 들어갔나?'
내가 힐끔 그들을 쳐다보자 맨 앞에 있던 자가 말했다.
[ 호법사자 백웅. 교주께서 안에 들어오라 말씀하시었소.]
"당신들은 뭘 할 생각이오?"
[ 뻔하지 않소? 교주의 명대로 내부청소를 할 예정이오.]
내부청소.
그건 백이면 백, 황궁에 살아숨쉬는 모든 것을 학살한다는 의미인 게 분명하다. 그건 틀림없이 수백 수천명 이상의 목숨이 허망하게 죽어나간다는 뜻이다.
눈 앞에 있는 수신류 고수들은 총 이십여 명. 그러나 이들을 막을 힘은 현재 황궁에 전무하다. 아니, 정천맹의 전투부대들이 와 있어도 눈 앞의 스무 명을 막을 수 있을까?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그에게 말했다.
"그만두시오."
[ 무슨 말이오? 이건 교주의 명령이오. 호법사자면서 교주의 명을 감히...]
나는 이를 으득 깨물며 말했다.
"책임은 내가 지겠소. 그만 두시오. 지금 당신들이 황궁의 인간들을 학살하려 든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결코 가만 있을 수는 없다. 황궁 놈들이 인신공양을 주도하고 악의 축인 건 분명했지만, 그 일을 저지른 것은 금의위와 사신위 휘하의 간부세력이다. 현재 황궁에 남아있는 대부분은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무고한 자들이다. 난데없이 수신류에게 학살당할 이유가 없다.
[ ......]
그는 안광을 번득였다. 순간, 나는 그 안광이 인간의 것과는 다른 이질적인 '무언가'라는 걸 직감했다. 일반적인 살기와는 달리 한없이 소름끼치고 차가운 기운이 내게 날아든 것이다. 그가 한 발짝을 앞으로 옮기며 육합전성을 내게 보냈다.
[ 나는 수신류의 장로이자 수신류 서열 5위인 독고우(獨孤雨). 일전에 노예시장에서 나와 다른 장로들이 용비천을 제압했지. 그 자리에 호법사자께서도 계셨던 걸로 알고 있소만.]
"음..."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렇다. 지금 눈 앞에 서 있는 수신류 장로 독고우는 바로 천령단을 갖고 있는 3인 중 한 명인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명목상 수신류 장로일 뿐, 독고우 또한 호법사자급이라고 해도 무방한 존재였다.
아마 독고우와 일대일로 싸운다면 내가 질 가능성이 컸다. 참 개같은 일이지만 이 놈도 무한의 내공을 소유하고 있었다.
' 빌어먹을. 수신류는 뭔 괴물딱지가 이렇게 많아...'
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러자 제갈사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 같잖은 대협행세 집어치워. 황궁 놈들이 너랑 뭔 상관이라고 막아주려 하느냐? 독고우랑 싸워서 지면 그날부터 네놈은 교 내에서 얼굴도 들고다니지 못할 거다.]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명목상 호법사자라고는 하지만 고작 수신류 장로와 싸워서 박살이 나버리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독고우에게 말했다.
"독고우. 이건 괜히 하는 말이 아니오. 우리 백련교의 실리를 챙기기 위한 것이오."
[ 실리라?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
나는 되는대로 머리를 짜내며 말을 이었다.
"황궁 놈들 중에는 이족(異族)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자들이나 가문(家門), 귀족이 있을 것이오. 그들이 갖고 있는 정보 중에는 향후 교에 큰 도움이 될만한 것도 있겠지. 대표적으로 그 뭐냐... 상관가(上官家)가 있잖소?"
마지막에 상관가는 노예시장에서 임시로 썼던 가짜신분인 상관정이 생각내서 대충 주워섬긴 말이었다.
' 아 젠장! 너무 대충 말했나?'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가슴이 조마조마해져서 독고우 장로를 쳐다보자, 뜻밖에도 독고우 장로는 뿜어내던 무형지기를 멈췄다. 그리고 뭔가를 생각하다가 한참 후에 내게 말했다.
[ 호법사자께서는 상관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소?]
"음... 그게..."
내가 대충이라도 대답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자 제갈사가 재빨리 말했다.
[ 야. 안 되겠다. 내가 시키는대로 말해.]
[ 어? 도와줄 거냐?]
[ 이렇게 된거 주워담을 수도 없으니까 수습해 주마. 씨발새끼.]
제갈사가 욕질을 했지만 뭐라 반박할 수도 없었다. 나는 별 수 없이 제갈사가 불러주는 대로 대꾸했다.
"상관가가 교주의 비선(秘線)으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이 황궁 내에서 상관가 인물을 가려낼 수 있겠소? 자칫하다가는 큰 정보책을 잃을수도 있을 것을."
[ 음... 낭패군.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런...]
"잘 생각하시오!"
[ 기... 기다리시오.]
독고우는 내 호통을 듣자 마치 불벼락을 맞은 듯 허둥댔다.
' 어라?'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제갈사가 한 말도 거의 넘겨짚기에 가까워보였는데, 이상할 정도로 독고우 장로가 당황하고 있었다. 독고우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다.
[ 알았소... 빨리 안으로 들어가서 교주께 그 진언을 말씀드리시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멈춘 것은 전적으로 호법사자 당신 책임이오.]
"걱정 마시오."
[ 길어도 반 시진이오. 그 안에 명령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할 일을 하겠소.]
독고우 장로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한숨 돌렸다고 생각하며 황궁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타닷
나는 황궁 안으로 뛰어들어가면서 제갈사에게 물었다.
[ 제갈사! 저번부터 궁금했던 건데 상관가가 정말로 교주의 밀접한 비선같은 거냐?]
[ 흥... 나도 모른다. 그냥 네놈 말에 맞춰줬을 뿐이니까. 상관가가 교주의 비선이라는 근거같은 건 없고 심증만 있지.]
[ 어? 그러면 왜 갑자기 끼어들어서...]
[ 네놈이 급격히 자신감을 잃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지.]
제갈사가 퉁명스럽게 말을 이었다.
[ 말이라는 건 태도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허둥대면서 말을 지어내는 기색이 역력하면 독고우 장로가 네 말을 믿었을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뻔뻔스럽게 할 말을 해야 허세가 통하는 거다.]
[ 아...]
[ 빌어먹을. 대가리 좀 빨리 굴리는 습관을 들여라. 현이였다면 방금 네놈이 한 것보다 두 배는 능숙하게 독고우를 속여넘겼을 거다.]
설마 이 녀석 나름대로 나를 배려해 준 건가?
제갈사의 의도가 헷갈렸다. 내가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가장 안쪽, 황제의 옥좌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옥좌에는 백련교주가 앉아 있었고 옆에 한백령과 독고준이 서 있었다. 그리고 교주 앞에는 관을 벗은 황제가 처참하게 오체분시당해서 죽어 있었다. 황제 뒤쪽의 벽에는 사람모양의 핏줄기가 새겨져 있고, 거기서 촉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 저건 연금술사겠군. 장력에 맞아서 벽에 박혀버렸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봐도 뻔했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교주에게 말했다.
"놈들을 살려두셔서 정보를 들으셨다면 좋았을 텐데."
[ 그러고 싶었지만 수상한 술법을 사용하려 들길래 어쩔 수 없었다.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없을 정도였지...]
그렇게 대꾸한 교주가 나를 보자 말했다.
[ 백웅. 왜 그들을 멈춰세웠느냐?]
이렇게 안쪽 내궁에서 바깥의 일을 감지했단 말인가? 원영신의 감지능력은 역시 인간을 초월해 있었다. 나는 새삼스럽지도 않았기에 교주에게 말했다.
"교주님. 황궁에는 어떤 정보를 가진 놈이 있을지 모릅니다. 섣불리 학살을 벌이면 그 정보를 놓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신중하게 가자는 건가?]
"네. 쓸데없는 살상은 좋지 않습니다."
그러자 교주가 갑자기 웃었다.
[ 흐하하하... 넌 정말 재밌는 놈이다. 모두가 나를 두려워해 감히 내 의지를 정면으로 거스르지는 못했는데 여기 직접 찾아와서 나를 설득하려 하는가?]
나는 배째라는 태도로 당당하게 말했다. 방금 전 제갈사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죽일테면 죽이십시오. 예전에도 말씀드렸잖습니까."
[ 하하하하.]
교주는 뭐가 그리 유쾌한지 한참을 웃었다. 그의 웃음이 잦아들고, 그가 손을 내저었다.
[ 좋을 대로 해라. 정 그렇다면 꼭두각시를 하나 세워서 배후에서 조종하는것도 괜찮겠지.]
원래는 자기가 직접 황제가 되려 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예를 갖췄다.
"감사합니다."
교주가 독고준을 쳐다보았다.
[ 준아. 바깥의 부대들을 통솔해라.]
[ 존명.]
[ 또한 너는 앞으로 낙양의 황족 중에 적당한 놈을 골라서 황위에 앉혀라. 그 일은 네게 일임하겠다.]
독고준은 교주의 명령을 듣자 꾸벅 고개를 숙였다.
[ 알겠습니다.]
[ 안쪽에서 강력한 마(魔)의 기운이 느껴진다. 좀 더 들어가 볼까.]
교주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신형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엉거주춤 서 있었는데, 독고준이 내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 백웅 호법사자.]
"왜 부르시오?"
[ 나도 당신을 재밌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
[ 교주님을 따라가시오. 왠지 당신이 따라가면 도움이 될 것 같군.]
파밧
독고준도 가 버리자, 나는 별 수 없이 교주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한백령은 지금 나와 얘기할 게 없다 생각하는지 바로 독고준을 따라가버렸기 때문이다.
제갈사가 뛰어가는 내게 조언했다.
[ 이제 백련교가 황궁에서 수습할만한 건 수정석비와 초상기인 제작시설, 그리고 전국옥새겠군. 연금술사가 있었다면 여러모로 이용할 구석이 있었을텐데 아쉬운 일이야.]
[ 수정석비와 초상기인은 교주 혼자서 다 찾아낼 거야. 그런데 전국옥새는 교주한테 말해줘도 되는 걸까?]
그러자 제갈사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 그걸 왜 말해줘? 그냥 니가 가져버려.]
[ 결계의 문을 지금 열 방법이 없어.]
나는 솔직한 심정으로 말했다. 현재 황궁 지하에 있는 전국옥새를 봉인하고 있는 미궁결계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 직접 만든 봉인결계라고 들은 바가 있었다. 환신 천우진쯤 되거나 지선 망량쯤 되는 초인적 술법사가 아니면 결코 결계를 해제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제갈사가 킬킬 웃었다.
[ 멍청아. 그 결계는 지하에 숨겨져 있어서 아무리 교주라도 오늘 당장은 찾아내지 못해. 그리고 황제와 연금술사도 다 뒈졌지? 그러니까 티내지 말고 그냥 보기나 해. 교주는 수정석비 하나만 봐도 눈이 훼까닥 뒤집어질 테니까.]
과연 제갈사의 말대로였다. 나는 어슬렁대며 앞서간 교주를 수정석비에서 발견했는데, 교주는 수정석비를 보자 크게 만족했는지 더 이상 황궁을 수색할 생각은 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 하긴 나도 전국옥새가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지하결계를 알 수 있었지...'
교주가 눈치를 못채고 있으니 나중에 틈을 봐서 결계를 깨고 전국옥새를 회수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교주는 수정석비와 초상기인 제작시설을 발견하자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그는 호법사자들을 궁 안에 불러놓고 말했다.
[ 황궁은 이제 우리 손아귀에 들어왔다. 이제 일 년 내에 중원 전체가 우리 교의 영향력에 들어올 것이다.]
"감축드립니다!"
[ 주작 제갈유룡도 자기가 질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군. 그래서 사도까지는 불러냈으나 신은 불러내지 못했나...]
교주는 중얼거리다가 말했다.
[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앞으로 십이율도 쓰러뜨리고 내 힘으로 모든 무생노모의 법문을 찾아내겠다.]
나는 궁금해서 교주에게 물었다.
"교주님. 모든 법문을 찾으시려는 이유가 뭡니까?"
[ 알고 싶은가?]
"네."
[ 왜 찾으려 한다 생각하지?]
나는 당연한 듯 반문했다.
"절대무적의 힘을 손에 넣으려는 거 아니십니까."
그러자 교주가 웃었다.
[ 후후후... 그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교주는 옥좌에 기대어앉은 채 느긋하게 대답했다.
[ 모든 법문이 모일 때, 광명(光明)의 도리로 진공가향(眞空家鄕)이 실현된다. 그리고 진공가향은 현재의 세계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를 위해서는 법문의 깨달음으로 세계가 윤회(輪回)하여 일순(一巡)을 맞이해야만 한다.]
일순?
이건 예전에 망량과 함께 교주에게서 백련교의 법리를 들을 때는 듣지 못했던 얘기였다. 아무래도 황궁격파까지 함께 한 나를 어느정도 인정해서 교주가 심중의 얘기를 털어놓는 중인 듯 했다. 나는 이해가 안 되어서 재차 질문했다.
"진공가향이 왜 필요합니까? 교주께서 원영신을 뛰어넘어서 무적자의 경지에 오르고 신이 된다면 불로불사가 될 터인데 뭣하러 법문을 모읍니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텐데..."
[ 아무리 신이 된다고 해도 위에는 또다시 위가 존재하는 법이지. 백웅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구나.]
그렇게 대답한 교주가 여유롭게 말했다.
[ 의심하지 말고 따라오라. 인간의 미래는 진공가향을 실천하여 미륵(彌勒)께서 윤회를 없애는 그 순간에 있노라.]
나는 그 순간 실감했다.
교주는 중원제패에서 결코 만족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