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4 천계(天界) =========================================================================
용왕곡에 들어서자 이윽고 독고성을 만날 수 있었다. 독고성은 처음에는 운무 속에서 내게 강한 살기를 쏘아냈지만, 나는 이제 독고성의 기세도 무난하게 받아넘길 수가 있었다. 그동안 지주의 내단 등으로 내공의 출력한계를 훨씬 높인데다가 삼보절기의 수련, 정신력의 강화가 많은 도움을 준 것이다.
독고성은 살기로 압박하는게 통하지 않자 내 수준을 깨달은 듯 신중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팔짱을 낀 채 십여 장 밖에 나타난 독고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했다.
"독고성. 나는 백련교의 백웅이라고 하오."
독고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말을 이었다.
"교주께서 그대를 찾고 있소. 나와 함께 백련교로 돌아갑시다."
"넌 누구냐?"
"백웅이라고 말했소."
"뭐하는 놈인지 묻고 있는 거다."
독고성은 경계와 살기를 숨기지 않은 채 눈빛을 번득였다.
"뇌신류 뇌령의 경지를 성취한데다 그 무시무시한 내공... 도대체 넌 누구냐? 누구길래 뇌신류의 제자로서 교주의 명을 듣는 거지?"
"음..."
나는 잠시 해야할 말을 고른 후 입을 열었다.
"우선 내 용건을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겠소. 내 정체같은 건 그 후에 들어도 될 것이오."
"뭐?"
"교주께서는 현재 무당파의 시조 장삼봉이 말년에 남긴 칠대절학(七大絶學)의 유진을 수습하셨소. 그리고 그 절학을 교내에서 성실하게 수련하시는 중이며, 그 연구에 호법사자인 독고준과 한백령을 합세시키셨소."
"......!!"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독고성은 깜짝 놀란 듯한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장삼봉은 무당파의 전설적인 기인이며 무림의 전설이었고, 그의 칠대절학이 어떤 의미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다. 독고성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독고준과 한백령? 용비천은 어떻게 된 거지?"
"그는 죽었소."
"뭐라고!!"
"풍신류 전체가 최하서열로 강등당했으며 호법사자 용비천은 이적행위 및 반역혐의로 처단되었소. 그래서 용비천은 연구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오."
"......"
독고성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눈에 보였다. 하긴 풍신류는 무려 일천 년이나 사대무류의 하나로서 존재해 오던 기둥이자 뇌신류의 숙적 중 하나였으니 그의 기분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천재지변이 일어났다는 걸 직감했으리라.
' 그리고 그를 흔들어놓을 수록 내 목적은 달성하기 쉬워지지.'
내가 차분하게 그의 반응을 기다리자, 독고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교주...가... 풍신류를 멸망시켰다고?"
"멸망은 아니지. 무공을 폐하고 내 휘하의 잡역부로 만들었을 뿐이오. 죽은 건 호법사자 용비천 뿐."
"그게 그 말 아니냐. 풍신류를 소멸시키다니... 교주는 대체 무슨 생각인가?"
"풍신류는 황궁의 금의위와 내통해서 노예시장을 운용하며 큰 부를 축적했으며, 백련교의 정보를 황궁에 팔아넘긴 정황도 포착되었소. 이를 일벌백계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니오?"
"으음."
"뇌신류인 당신에게는 잘 된 일이군. 원수 하나가 사라졌으니..."
내가 비꼬듯 말을 던지자 독고성은 미간을 모았다. 내 가벼운 도발에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내 진의를 탐색하는 듯한 표정이다.
"너는 누구길래 교내 사정을 그리 자세히 알고 있느냐? 그리고 풍신류를 노예 겸 잡역부로 받다니... 대체 너는..."
"쉽게 생각하시오. 사대무류의 일파를 일개인의 재산으로 붙여줄 정도라면 호법사자 뿐이겠지. 또한 교내 사정을 이토록 심도있게 알고 있고, 심지어 교주의 명을 받아 직접 그의 조카를 데려올만한 자 또한 호법사자 뿐이겠지."
"......!!"
독고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고오오오
독고성의 손에 들려있던 장검에서 강렬한 검뢰(劍雷)가 흘러나왔다. 나는 아직까지는 독고성의 검뢰를 정면으로 맞서서 격퇴시킬 수 없는 경지였으므로 절로 움찔했다. 실제로 그와 겨루게 되면 내공의 우위로 내가 유리하긴 하겠지만 검뢰는 언제든 내 호신강기를 뚫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치명상을 입힐 수 있으므로 결코 승산을 장담할 수 없었다.
독고성이 외쳤다.
"네놈이 뇌신류 호법사자라고 할 셈이냐?!"
파앗!
다음 순간 독고성이 마치 번개처럼 뛰어들어서 일 초를 쏘아냈다. 나는 멸혼보로 동시에 그 공격을 피했으나 사정거리에 들어온 검뢰는 마치 뱀의 혓바닥처럼 춤을 추며 날뛰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 역시 넓어!'
예전에 독고성과 대련을 할 때 자주 느꼈던 일이었다. 검뢰를 상대하면 실제로 보이는 공격범위보다 훨씬 넓은데다가 광각을 보유하고 있어서, 피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실제로는 베여버린 경우가 많았다. 무영탈혼검이 그림자처럼 실초를 숨긴다면 검뢰는 종횡무진 예측할 수 없는 번개가 날뛰는 느낌이었다.
슈칵
나는 최대한 피해냈다고 생각했는데도 앞섶이 잘려나가며 살갗이 종이 한 장만큼 베여나간 걸 느꼈다. 다행히 내공으로 최소한의 방어가 가능해서 내장이 터져나가는 참사는 면했으나 확실히 독고성의 공격력은 무시무시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퍼벙!
내가 내공을 담아서 크게 뇌령인을 날리자 독고성이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아서 뒤로 날아가서 피했다. 그러면서도 독고성의 검뢰에 담긴 기세는 더더욱 흉흉해져 갔으니, 십 초 이내에 결판을 낼 기세였다.
나는 급히 내공으로 베인 살갗을 붙이며 외쳤다.
"진정하시오! 내가 당신을 무력으로 데려갈 생각이었다면 나 혼자 오진 않았을 테니."
"뭐?!"
"당신은 수신류 출신이니까 수신류의 힘을 잘 알고 있겠지! 내가 수신류의 장로 두 명만 이 자리에 데려왔다면 이 자리는 당신의 무덤이었을 거요."
"......"
스으윽
이어서 공격해 오려던 독고성이 무탄력경공으로 제자리로 돌아가며 살기를 낮췄다. 내 말이 일리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며 내게 말했다.
"무슨 꿍꿍이냐? 대화만 하러 왔다고 할 셈인가?"
"선공한 건 당신이오. 그 놈의 다혈질 좀 가라앉히시오."
"무슨 속셈인지 말해라."
독고성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나는 그를 응시하다가 천천히 말했다.
"말했듯이 나는 뇌신류 호법사자직을 맡고 있소. 그러나 여기에는 사정이 있소."
"무슨 사정? 네 녀석이 어떤 전승자인지 모르지만 오십 년 전의 그 굴욕을 잊었단 말이냐?! 잘도 원수같은 교주의 밑으로 기어들어갔구나!!"
독고성은 진심으로 분노한 듯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지만 나는 차분하게 대꾸했다.
"잘 들으시오. 교주가 풍신류를 숙청했다고 하는 속뜻을 잘 생각해 보란 말이오. 그는 이제 풍신류의 힘이나 호법사자 따위가 없어도 중원을 정벌할 수 있다고 천명한 거나 마찬가지요. 또한 그는 용비천의 천령단을 도리어 흡수해서 자신이 회수했소."
"......!!"
내 말에 독고성이 흠칫했다. 그의 불같은 성격도 보통이 아니었는데 한순간에 분노를 가라앉힐 정도로 내 말이 그의 심중을 찔렀다는 뜻이었다. 그는 크게 냉정해진 눈빛으로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천령단을 회수했다고? 그게 가능한가?"
"천령단을 각 무류에 내려준 것은 바로 백련교주 그 자신이오. 회수가 가능하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잖소."
"그렇다면... 정말로 무서운 일이군."
"그렇소. 그러니 뇌신류의 원한에만 매몰되어서 시야를 좁히지 말고 잘 생각해 보시오. 지금 당신이 교주의 곁으로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
독고성은 한참이나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서 말했다.
"교주가 중원정벌을 한 후에 뇌신류가 사냥당하겠군."
"그렇소.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뇌신류 호법사자가 된 것이오. 교주에 맞서기 보다는 그의 호의를 사서 뇌신류의 명맥을 지키기 위해서."
잘도 둘러댔지만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실제로는 교주 때문에 억지로 백련교에 투신한 셈이었기에 자의가 아니었다.
"으음... 믿을 수가 없다."
"여기까지는 내가 당신에게 호의로 베풀 수 있는 정보요."
나는 으름장을 놓듯 독고성에게 말했다.
"당신이 순순히 나를 따라서 백련교로 복귀하면 좀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지."
"궁금한 게 있다."
"물어보시오."
"너 또한 장삼봉의 칠대절학을 알고 있다는 말이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칠대절학은 어느 정도 수준의 무학이지? 그 무공 하나를 얻었다고 해서 교주가 풍신류 전체를 숙청하려는 결심을 했다는 게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지금까지는 제갈사와 의논한대로 대화의 흐름을 잘 이끌어왔고 독고성이 낚이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데 무당파의 칠대절학에 대해서 밝히고 보여줘야 하는 걸까?
내가 고민하자 제갈사가 말했다.
[ 뭐 어떠냐. 그냥 보여줘라.]
[ 그래도 될까?]
[ 어차피 이제 와서 독고성이 칠대절학을 알든말든 큰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 어차피 교에 복귀하게 되면 연구하게 될거 아니냐? 그냥 적선한다고 생각해.]
[ 알았다.]
나는 심호흡을 한 후 독고성에게 말했다.
"잘 보시오. 당신에게 칠대절학의 초식은 물론 파생절기인 삼보절기의 근본을 보여줄 테니."
부우웅!
이윽고 나는 최선을 다해서 칠대절학을 펼쳐내었고, 삼보절기도 이해한 만큼 펼쳐 내었다. 굴공검이나 천축검은 실전에서 쓸만큼 단련했으므로 독고성도 보는 순간 그 위력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이윽고 칠대절학의 시연이 끝나고 삼보절기까지 끝나자 독고성은 전율한 듯 그 자리에 서서 부르르 떨었다.
"대... 대단한 무공이다. 이걸... 숙부께서 얻으셨다고!"
"대단히 어렵기도 하지. 그래서 교주께서는 당신의 재능에 기대를 걸고 함께 연구하고자 부르시는 거요."
나는 은근한 목소리로 독고성을 꾀었다.
"잘 생각해 보시오. 이 무공은 인세의 정점에 가장 가깝다 할 수 있소. 현 시대 최고의 고수들과 함께 연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거요."
"나... 나는."
"어찌하시겠소?"
"......"
독고성은 이번에야말로 크게 흔들린 듯 했다. 그는 제자리에 한참이나 서서 고민하다가 꺼지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시간을 주게. 바로 마음을 정할 수는 없어."
"좋소. 하지만 하루밖에 줄 수 없소."
"알았네. 내일 다시 여기로 찾아오게."
나는 엄포를 놓듯 말했다.
"도망쳐도 소용없소. 이 자리를 피해봤자 결국 교주의 뜻을 피할 수 없음은 당신이 가장 잘 알 테니."
파앗
나는 갈등하는 독고성의 면전에서 빠져나왔다. 당초에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의외로 일이 잘 풀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독고성은 거의 다 흔들려서 마지막 선택만 남긴 상황이었기에 절반 이상 성공했다고 봐도 되는 것이다.
나는 한적한 숲속에서 이해가 안 되어서 중얼거렸다.
"정말로 통하는군. 독고성이 흔들리다니..."
[ 흐흐. 네놈은 독고성이 흔들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 8할 정도는 기대도 안했다는 거 다 안다. 하지만 결국 내 말대로 하니까 통하지 않느냐?]
"독고성은 늘 뇌신류의 원한과 복수를 강조했는데 그 마음이 이리도 쉽게 흔들린다는 말이냐?"
[ 그걸 왜 나한테 따져? 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데?]
"......"
[ 실망했구만.]
제갈사가 킬킬댔다.
[ 내가 보기에 뇌신류 중에서 가장 복수의 의지가 견명한 것은 극호다. 나머지도 복수하려는 생각은 있으나 다들 저마다의 개인적인 사정이 꼬여서 확실치가 않아. 복수에 가장 어울리는 건 극호 그 놈이라고 볼 수 있지.]
"극호라..."
[ 잘 알아둬라. 인간의 의지라는 건 그리 강하지 않아. 무술가에게 요구되는 인내력과 의지와는 다른 개념이다. 인간이라는 건 누구든 쉽게 타락하고 쓰러지게 되어있어.]
그렇게 단정지은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 독고성은 자기를 속이든 핑계를 대든 내일의 제안에 응할 거다. 그러니까 신경끄고 바로 황궁으로 가자.]
"독고성에게 흑요석으로 기억을 공유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독고성의 검뢰나 검술역량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갈사가 말하기를 이번에는 그냥 독고성을 떨쳐내자는 말 때문에 그를 쳐냈을 뿐이다.
[ 나는 되려 독고성에게 기억을 공유하려는 네놈이 이해가 안 되는데.]
"왜?"
제갈사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 독고성은 악인이 아니지만 믿을만한 인간도 아니다. 네 녀석이 독고성과 흑요석을 공유했는데도 뒤통수를 맞지 않은 건 천운(天運)이었다고밖에 할 수 없지. 그 놈은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배신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다. 이청운은 그렇다치고 그런 놈과 왜 기억을 공유하겠다는 거지?]
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너랑도 공유하고 있잖아."
[ 또라이 새끼. 쳐돌았냐?]
"아무튼 황궁으로 가기 전에 작전부터 먼저 짜자고. 제갈부하고는 어떻게 대화하면 되는데?"
[ 대화? 무슨 대화?]
"어?"
제갈사는 음충맞게 웃었다.
[ 크크크... 대화는 사람새끼랑 하는 거다.]
파앗!
나는 이윽고 사불상을 써서 황궁으로 이동했다. 내가 이동한 장소는 내황각의 최상층, 제갈부의 집무실이었다. 제갈부는 앉아서 내황각주로서 일하고 있었는지 서류가 잔뜩 쌓인 책상에 앉아 있었다.
제갈부가 검미를 꿈틀거리며 말했다. 그는 경계하고 있는지 대번에 보패 백우선을 한쪽 손에 거머쥐었다.
"뭐지? 너는..."
나는 묵묵히 그를 향해서 손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울어라 고(蠱)."
파직!
"끄아아아아악!!"
제갈부는 격렬한 비명을 지르며 전신을 학질걸린 듯 떨며 바닥에 뒹굴었다. 보패인 백우선도 놓아버렸으며 아무런 술법도 쓸 수 없는 상태로 마치 애벌레처럼 꿈틀거릴 뿐이었다. 얼마나 격심한 고통이 있어야 저렇게 되는건지 이해가 안될 정도였다.
제갈사가 내면에서 이죽거렸다.
[ 흐흐. 음양천고를 터뜨리는 건 최후의 방법이지. 사실은 이렇게 고문에 쓰는 게 정상이야.]
"......"
[ 뭐해? 저놈 머리채 잡아.]
콰악
나는 뚜벅뚜벅 걸어가서 눈이 고통때문에 혼탁하게 흐려진 제갈부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그리고는 그의 이마에 손을 대어서 이혼대법을 운용했다. 잠시 후 새하얀 영기와 백이 새어나오며, 쉽사리 제갈부의 백을 획득할 수 있었다.
나는 비몽사몽하는 제갈부의 머리채를 놓으며 말했다.
"방금 전에 이혼대법을 걸었다. 네 녀석은 이제 내 뜻대로 조종한다."
"너... 너는 대체... 누구..."
그는 너무 엄청난 고통 때문에 반항할 생각조차 못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품 속에서 백련교주가 줬던 빨간색 서찰을 꺼내서 제갈부에게 건넸다. 제갈부가 부들거리며 그 서찰을 받아들자, 나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읽어."
그냥 도중에 뜯을 수도 있었지만, 사법에 능통한 백련교주라면 내가 미리 읽을 경우를 대비해 뒀을 것 같았다. 제갈부는 이윽고 서찰의 봉인을 뜯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내황각주 친전... 우리 백련교는... 귀하와 귀하의 동료들과... 성의있는 대화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리하여 마도서의 교환을 원하는 바이니... 다음 달의 보름까지... 답변을 들려주시오..."
"마도서의 교환?"
"수... 수신의... 마도서와... 무명제사서를... 교환하자고... 되어있다..."
제갈부는 대답을 하면서도 격통에 시달리는지 침을 흘리면서 몸을 달달 떨었다. 지켜보는 사람이 불쌍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도 억지로 대답을 하는 것은 여기서 내게 거스를 경우 그대로 죽는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이윽고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네 녀석의 심장에는 음양천고가 박혀 있고, 난 그걸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
"그리고 이제는 이혼대법으로 네 녀석을 완전히 통제하에 둘 수 있지.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겠지? 네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내가 알 수 있으며 배신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누... 누구십니까... 누구길래... 내게 이런 짓을..."
콰앙
나는 제갈부의 머리를 잡아서 바닥에 크게 찧었다. 제갈부의 이마에 피가 나며 몽롱한 표정이 되자 나는 으르렁거렸다.
"닥치고 내 말에 예 아니오로 대답해라."
"예..."
나는 제갈사의 말대로 명령했다.
"교주의 제안을 부정해라. 그리고 더 높은 조건을 위해서 추가회담이 필요하다고 전언해라. 또한 만일 내 존재에 대해서 타인에게 발설하거나 단서를 줄 경우 네놈에게 박혀있는 음양천고가 즉시 폭발하게 조정해 두겠다."
나는 제갈사가 지적하는 점혈장소를 다섯 군데 눌렀다. 기혈을 감응시키자 내부의 음양천고가 크게 꿈틀거린 듯 제갈사가 헛숨을 토해냈다.
"윽..."
"그럼 다음에 보자."
나는 제갈부에게서 벗어나면서 덤으로 3층에 있던 무명제사서를 가지고 나왔다. 원래 여기에는 추적술법이 걸려있어서 섣불리 가져갈 수 없는 것이지만, 지금은 제갈부를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태이므로 상관이 없는 것이다.
얼추 일처리가 끝나자 제갈사가 말했다.
[ 그래도 시간이 남는군.]
"더 할 게 있나?"
[ 당연하지.]
제갈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 다시 선지자에게 가라. 그리고 무명제사서를 댓가로 칠요의 행방을 알아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