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2 천계(天界) =========================================================================
나는 다음 날부터 계속해서 교주에게서 삼보절기를 전수받았다. 교주는 그렇게 대략 한 달 동안 묵묵히 내게 가르치다가 말했다.
[ 백웅. 너는 암기력이 매우 좋다.]
나는 그 말에 힐끔 교주를 쳐다보았다. 교주의 말대로 나는 뇌정경을 언제나 암기할 때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암기력이 높은 편이었고, 수십 년 동안 외운 탓에 뇌정경을 굳이 쓰지 않아도 일반인에 비해서 월등한 암기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십 년이나 지난 전생의 일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교주의 말이 이어졌다.
[ 하지만 깨닫는 능력은 매우 미약하다. 어디까지나 천재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너를 가르치다 보면 지치는 걸 깨닫는다.]
"......"
[ 그렇다 해도 재미는 있군.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걸 보니.]
이건 칭찬인가?
내가 헷갈려하고 있을 때 교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 네가 삼보절기를 습득하려면 아직 먼 시일이 걸릴테지만, 오늘은 내가 장삼봉의 칠대절학에 대해서 추가로 이해한 진경을 알려 주겠다.]
나는 반색하며 대답했다.
"넵!"
[ 삼보절기가 훌륭한 발상인 이유는, 굴공검 천축검 칠성둔영의 삼대오의를 조화롭게 결합해서 완벽한 회피력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묘리를 공격과 방어에도 섞어쓸 수 있지. 이론적으로 볼 때 삼보절기는 완전히 익히기만 하면 강호에서 거의 적수를 찾을 수 없는 절세무공이다.]
운을 띄운 교주의 말이 이어졌다.
[ 다만 그건 다른 칠대절학 또한 마찬가지지. 무쌍패는 아직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다른 칠대절학도 조합이 가능하다는 걸 알아냈다.]
"......!!"
다른 조합이 있단 말인가?!
내가 놀라서 그를 쳐다보자 교주가 천천히 손을 앞으로 뻗었다.
[ 자, 보아라. 이게 현천오신결(玄天五神決)에 극도의 내공을 불어넣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투두둥!
교주의 오지(五指)에 빛이 맺히더니 앞으로 튕겨나갔다. 지강(指?)이 생성되어 무시무시한 속도로 폭사되었고 육 장 밖에 있던 돌벽에 구멍을 만들어 냈다. 폭음이 울리지 않는 걸 보면 깔끔하게 강기의 위력을 절제한 것으로 보였다. 교주가 현천오신결을 운용한 후 내게 말했다.
[ 그리고 현천오신결과 태극요지유검(太極曜志柳劍)을 섞어서 사용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잘 봐라.]
슈캉
다시 한 번 교주가 오지에 강기를 모아서 앞으로 흩뿌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수백 줄기의 거미줄같은 강기가 겹쳐지더니, 종횡무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돌벽에 커다란 바둑판을 만들어 버렸다.
"......!!"
초식이 완전히 변화했다!
나는 동시에 저 초식에 얼마나 가공할 변화가 스며있는지를 깨닫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저게 내게 날아왔다면 피할 수 있었을까...?'
단순히 가로 세로로 종횡무진하는 게 아니다. 교차하는 섬광 속에서 또다른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어서 실전에서 어떤 궤도로 날아올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교주는 방금 초식을 직선으로 내뿜었을 뿐이니 실제로는 몇 배나 되는 변초로 운용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내가 침을 꿀꺽 삼키자 교주가 말했다.
[ 보다시피 그 자체로 절세무공이 되어버리지. 이름은 짓지 않았으나 이 또한 연구를 거듭하면 삼보절기에 버금가는 절학으로 승화시키는 게 가능할 것이다.]
"저... 정말입니까?"
[ 그래서 장삼봉이 위대한 진인(眞人)인 것이다.]
교주는 진심으로 감탄한 듯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 칠대절학은 모두 각자의 개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개성을 조합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한 치의 껄끄러움도 없다. 이는 무공의 상리(常理)에서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그만큼 엄청난 깨달음으로 다듬어진 보물이라는 뜻. 칠대절학의 이해가 완벽해진다면 능히 천하를 제패하고도 남을 것이다.]
"......"
[ 장삼봉을 만나본 적은 없으나 그는 정말로 위대한 무인이었구나. 그는 수천 년 무림의 역사에서 두 번 나오지 않을 존재다.]
나는 교주가 어떤 자를 이토록 높이 평가하는 건 들은 적이 없었다. 십이율주에 대해 대등한 평가를 내리기는 했으나 은연중에 자기보다는 약하다는 식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백련교주가 장삼봉을 논하는 자세는 순수한 경외심과 존경심마저도 느껴지는 것이었다. 교주에게서 의외의 일면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단지, 무쌍패... 이것만큼은 도저히 모르겠군.]
"무쌍패는 해석이 되지 않는 겁니까?"
[ 그래. 이건 공격, 방어, 회피, 어느 쪽으로도 쓰기가 애매하다. 모든 게 의미불명이군. 심지어 나머지 6개절학과 혼합이 되지도 않는다. 무엇을 위해 만든 무공인지 지난 시간동안 연구해 봤으나 알 수가 없구나.]
교주의 말에 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장삼봉이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패도적인 무공.
내가 초식만을 익혔을 때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교주에게는 그것조차도 껍데기로 보인 모양이었다. 그와 동시에 명룡자가 했던 이야기도 떠올랐다.
[ 평생 무당파의 무공을 익혀온 나라고 할지라도 이 생의 끝에서나 무쌍패를 얻을까말까 할거란 말이다. 우리 셋 중 그 누구라고 하더라도 그 기술을 익히는 건 버거운 일이다. 무시무시한 난이도라고 할 수 있지.]
[ 검천(劍天)을 이루어라. 그 수준이 되면 비로소 무쌍패를 연구할 자격이 생길 것이다.]
[ 그리고 왠지, 칠성둔영을 포함해서 나머지 육대절학을 조화롭게 익혀야 무쌍패(無雙覇)에 입문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소.]
"......"
지금까지 무쌍패에 대해 얻었던 단서에 따르면, 현재의 나는 무쌍패를 연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왜냐하면 의념절기를 구현화시키는 검천의 경지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소청의 말에 따르면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진소청은 삼보절기를 얻으면서 무쌍패의 자격조건에 대해서 유추하기를, 나머지 육대절학을 조화롭게 익히는 것이라고 했다.
' 나는 과거 칠대절학의 초식을 모두 익혔기에 그게 별 의미가 없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소청의 '조화로운 육대절학의 수련'이란 게, 설마 육대절학의 파생절기까지 모두 습득할 수 있는 절대적인 무공경지를 의미하는 거라면...?
흠칫!
나는 그 무시무시한 무공의 경지를 예측하자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약간이지만 무쌍패의 실체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 직감은 내가 교주보다도 훨씬 오랫동안 칠대절학을 붙잡고 있었기에 느끼는 것이리라.
교주가 말했다.
[ 백웅. 사실 네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나, 얼마 전부터 독고준에게도 칠대절학의 연구를 함께 맡기고 있다.]
"네?!"
[ 독고준 또한 무공의 영재다. 앞으로 칠대절학의 연구가 더 빨라지게끔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인상이 찌푸려지려는 걸 겨우 참았다. 물론 교주에게 칠대절학을 전해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다른 자에게 계속 퍼져나가는 걸 생각하니 왠지 속에서 배알이 꼴렸다. 심지어 내가 알아봤자 어쩔 수도 없는게 공연히 이야기하는 건 심술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교주의 말이 이어졌다.
[ 그리고 독고준이 어제 내게 말하기를, 다른 호법사자에게도 공유하는 게 더 빠를거라고 진언했다. 자기만의 연구로는 도저히 칠대절학의 깊이를 따라갈 수 없다더군.]
"설마 그 말씀은..."
[ 그래. 한백령에게도 전수하고자 한다.]
정말 사람을 놀리려고 이러는 건가?
나는 더 이상 떫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
"교주의 뜻대로 하십시오. 제가 어찌 교주의 뜻에 관여하겠습니까?"
[ 너를 놀리고자 이야기한 게 아니다. 한백령 또한 화신류의 역사상 손꼽히는 무예의 천재이니 더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렇다 해도 왠지 부족한 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
나는 교주의 말에서 뭔가를 눈치채고는 말했다.
"제가 무슨 일을 해야합니까?"
[ 사람 하나를 데려와야겠다.]
역시 그렇군.
본격적인 연구를 하려고 보니 좀 더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가 필요하니, 내게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리려는 것이다. 내가 뚫어져라 교주를 쳐다보자 교주가 말했다.
[ 데려올 자는, 과거 뇌신류의 호법이자 우리 수신류의 일족인 독고성이다. 그는 현재 사천의 용왕곡에 은둔하고 있으니 네가 사불상을 타고 가서 그를 모셔오도록 해라.]
"......"
독고성!
난데없이 그가 교주의 입에서 언급되자 나는 곤혹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왜 하필 지금 독고성이 언급된다는 말인가? 그러자 제갈사가 내면에서 킬킬거렸다.
[ 언급될 만 하지. 그 자는 늦은 나이에 뇌신류에 입문했는데도 단숨에 수위를 다투는 뇌신류의 초고수로 성장한 재능덩어리다. 무려 2개의 무류를 동시에 습득한 천재인 거다. 현 시점에서 교주가 찾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일걸?]
[ 어떻게 하지?]
[ 바로 받아들이면 의심할 거다. 한 번 튕겨.]
나는 제갈사의 말대로 대놓고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항의했다.
"교주. 교주께서는 저를 수하로 들이실 때 한 가지 약속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뇌신류를 모으는 일에 저를 쓰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 그랬었지.]
"뇌신류와는 얽히기 싫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 자가 해도 될 일이라면 양해해 주십시오."
[ 흐흐...]
그러자 교주가 가면 밑에서 낮게 웃는 듯 했다. 교주가 대꾸했다.
[ 뇌신류의 일로 데려오는 게 아니다. 독고성은 우리 일족에서 가장 뛰어난 무예의 재능을 지니고 있던 아이로서, 내 조카이기도 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 수신류의 일이며 내 일족의 일이므로 네게는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윽..."
[ 그의 현재 무공은 너와 비슷할 것이다. 싸워야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우선은 대화로 데려오도록.]
교주의 평가는 현재의 독고성과 내가 비슷하다는 말이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그 무력평가에는 별로 이의가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는 교주에게 말했다.
"교주. 그는 어찌 독고일족의 영재인데 뇌신류에...?"
[ 그 아이는 내 방식대로 강해지는 걸 껄끄럽게 생각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 허나 그 아이가 순순히 내 말대로 따랐다면, 아마 현재의 수신류 호법사자는 준이가 아니라 독고성이었을 것이다.]
"......!!"
그 정도인가?
' 뇌신류 전성기에는 정말 천재와 기린아들이 모여있었구나.'
내가 골똘히 생각하자 교주가 말했다.
[ 또 하나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잘 들어라.]
"네."
[ 성이의 설득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일이 끝나고나면 황궁에 가서 내황각주 제갈부에게 이 서찰을 전달해라.]
이야기로 봐서는 교주는 당장 독고성을 무력으로 겁박해서라도 데려올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독고성을 어느 정도 존중하고 있으며, 현재 무쌍패의 연구가 그렇게 다급한 일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스윽
교주가 내게 허공섭물로 던져준 것은 웬 붉은 색 서찰이었다. 서찰은 양피지로 봉인되어 있었으며 알 수 없는 흉흉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나는 궁금해져서 질문했다.
"그냥 전달만 하면 됩니까? 어떤 내용인지는..."
[ 알 필요 없다.]
너무 단호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네... 그럼 제갈부에게서 대답을 듣고 올 필요는..."
[ 없다. 그냥 주고 오기만 해라.]
"... 네."
[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사흘의 유예를 줄 테니 그 때까지 임무를 모두 실행하고 와라.]
휘익!
교주는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나는 서찰을 받아든 채 멍하니 있다가 제갈사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 뭐하냐? 일단 움직이라고.]
[ 아 그래, 독고성한테...]
[ 바보냐? 일부러 교주가 유예까지 줬는데 뭐하러 곧이 곧대로 일을 해? 이 기회에 아스타나의 선지자한테 먼저 가자.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니까.]
그 말이 맞다.
파앗
나는 제갈사의 말대로 사불상을 타고 아스타나로 향했다. 그리고 큰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내려서자, 예전처럼 선지자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인간인가...]
"선지자여. 나는 당신과 거래를 하러 왔다!"
[ 거래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은 수신의 마도서를 알고 있는가? 나는 그 위치를 알아냈으며 그 정보를 당신과 거래하고자 한다!!"
[ 흐음...]
내 제안에 선지자는 솔깃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동안 어둠 속에서 침묵하다가 대꾸했다.
[ 그 정보가 사실이라면 거래할 의사가 있다.]
"좋아! 그러면 그 수신의 마도서로 이뤄진 계약에 대해서 물어볼 게 있어."
[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물어보면 내가 다 대답해줘야 하나...? 상응하는 댓가가 필요하다. 위치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자신있게 씩 웃으며 대꾸했다.
"댓가, 좋지. 나는 추가로 천계 태허천존에 관한 비밀을 당신과 거래하겠다."
[ 태허천존...? 그건 왜...]
"난 제시했다. 가치를 저울질 해보고 선택해라."
선지자는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대답했다.
[ ... 좋다. 밑지는 기분이지만 그 정보공유에 동의하겠다.]
좋았어!
나는 잠시 후 태허천존이 칠요의 계약에 대해, 특히 수요에 대해 숨겼던 점을 속속들이 말했다. 내가 전생동안에 얻은 정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내 그 정보를 들은 선지자가 충격을 받은 듯 촉수를 부들부들 떨더니,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 그... 낙인... 전생자였군...]
"뭐가 어때서 그래? 원하는 정보를 줬잖아."
[ 그래... 뭐 이 정도면... 납득 가능한 수준이군...]
나는 손을 저었다.
"나는 정보를 줬어. 너도 나한테 정보를 줘."
[ 좋다. 그 계약이란 것에 대해서 얘기해 봐라... 상담해 주마.]
내가 백련교주와 천령단, 그리고 천령단의 계약에 숨겨져 있는 미심쩍음에 대해서 선지자에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침착하게 듣고 있던 선지자가 말했다.
[ 그 백련교주란 인간은... 미쳤군... 그건 인간이 더할 나위없는 혼돈의 생물... '아버지'의 관심을 받는 종족이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인가...?]
"천령단과 수신은 어떤 관계가 있는 거냐?"
[ 노예계약이다.]
단호하게 대꾸한 선지자가 말을 이었다.
[ 자세한 계약내용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나도 수신과 마도의 지식이 있기 때문이지. 보나마나 그 계약은 수신(水神)이 혼돈의 옥좌로의 길을 중계해 주고 절반의 영혼을 옥좌에, 그리고 나머지 영혼을 자기가 소유한다는 계약이다. 보통은 제물을 바치는 방식으로 이용해서 귀한 보물을 얻는데 쓰는건데 그 놈은 단말을 붙여서 무한의 내공으로 치환한 모양이군...]
즉 영혼의 절반은 혼돈의 옥좌로 향하고 나머지 절반은 수신의 소유가 된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말을 되새기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냥 신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뜻이잖아. 그 정도는 마도사들이 다 하는 거 아닌가?"
[ 그렇지 않다...]
이어진 선지자의 말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수신(水神)에게 먹힌 영혼은 그저 한 순간의 고통으로 끝날 뿐이지만... 위대한 자... '아버지'의 옥좌에 흡수된 존재는... [옛 지배자]조차 동정하게 될 영겁영세의 절망 속에서 우주의 끝까지 살아가는 것이다... 그 어떤 마도사조차 하지 않을 멍청하고 어리석은 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