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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379화 (379/1,615)

00379  천계(天界)  =========================================================================

우우우우 -

수룡은 허공에서 또아리를 틀다가 난데없이 머리가 아홉 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늘어난 머리 수만큼 수룡이 더 생성되더니 재차 지상에 내려꽂히기 시작했다. 그 때마다 격렬한 폭음이 울리며 건물이 터져나갔고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으아아아!"

"도망쳐!!"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사방천지에 파괴의 수룡이 몰아쳤다. 수룡을 조종하고 있는 것은 독고준으로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그 수룡은 물로 이루어짐과 동시에 부딪히자마자 폭발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 해도 하나하나의 수룡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나는 내심 섬짓한 기분이 들었다.

' 과연 무한의 내공.'

저 수룡도 분명히 기(氣)를 써서 만든 것일텐데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엄청난 내공이 소모될까? 그런 걸 9마리 씩이나 부리면서 허공에 무공술을 떠 있다니 천령단의 한계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독고준의 힘은 도저히 인간의 수준같지가 않았다.

콰과광!

동시에 수신류의 고수들도 내려앉아서 어디론가 몰려갔고, 이내 병장기와 검기, 강기가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부터 그들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노예시장에 쳐들어 온 것이다. 내가 건물 밖으로 나와서 어둠에 모습을 숨긴 채 그쪽을 쳐다보고 있자 제갈사가 말했다.

[ 지금은 저기에 갈 때가 아니다.]

[ 어떻게 하라는 거냐?]

[ 순서대로 하는 게 정석 아니냐? 교주가 시킨 일을 먼저 해라. 덤으로 수련도 할 수 있지.]

[ 수련?]

[ 방금 받은 팔찌에 영력을 불어넣어.]

우웅

나는 영력을 돋우어서 팔찌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은빛 팔찌에 박혀 있던 황색 보석에 눈 모양의 문양이 떠오르면서 섬뜩한 음기(陰氣)가 팔뚝을 타고 올라왔다. 그와 동시에 사악한 무언가가 내게 속삭이는 기분이 들었다.

불쾌감에 약간 인상을 찌푸리자, 제갈사가 말했다.

[ 계약을 해서 사냥개를 부려라. 정찰용이든 뭐든 쓸모있다.]

[ 어떻게?]

[ 그냥 속삭임에 동의하면 그만이다.]

나는 팔찌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에 동조했다. 이족의 언어라서 어떤 뜻인지는 몰랐으나 의지를 순응시키는 것만으로도 팔찌는 한층 빛을 더했고, 잠시 후 황색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내 앞에는 웬 기괴한 마물(魔物)이 나타나 있었다.

크르르르...

비쩍 말랐다. 차라리 박쥐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확실한 것은 결코 자연적인 생물체가 아니었고, 아니, 생명체인지조차 의문이었다. 눈을 한 번 깜박일 때마다 그 마물은 조금씩 촛불처럼 흔들리며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대했던 그 어떤 이족이나 마물보다도 흉험한 기세가 몸에 감돌고 있었다.

[ 명령해.]

커허엉

잠시 후 그 '사냥개'는 마치 공간 속에서 종이처럼 접히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나는 제갈사의 말대로 [보물을 찾아내라]는 지령을 사냥개에게 내렸는데 놈이 사라지는 방식이 너무 섬뜩해서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 사냥개에게는 마치 물리공격 그 자체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건 뭐지...?"

[ 네놈은 술법의 재능이 별로 없으니 정상수련으로 힘을 얻으려면 너무 오래 걸려. 그래서 수련 대신 팔찌를 매개체로 마수와 계약을 해서 빨리 힘을 키우는 거다. 그리고 저 사냥개는 시간의 모서리에 살고 있는 최악의 추적자라고 할 수 있지.]

묘사가 섬뜩하다.

"위험한 거 아냐?"

[ 팔찌가 무사하면 상관없어. 팔찌가 부서지면 네놈이 죽을 때까지 모서리에서 튀어나와서 공격하겠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끔찍한 소리를 한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 보물을 찾아두라고 명령했으니 좀 있으면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올 거다. 그 정보를 얻고 나면 사불상을 써서 한꺼번에 경매장의 보물을 회수해. 그 다음에 수신류와 접촉해도 늦지 않을 거다.]

"수신류가 풍신류를 공격하러 온 거겠지?"

[ 그 이상이겠지.]

제갈사가 킬킬대었다.

[ 아무튼 할일이나 먼저 해라. 그게 성실해 보이니까.]

"그러지."

키이잉!

다음 순간, 어디론가 사라졌던 '사냥개'들이 신호를 보냈다. 동시에 '사냥개'들이 보낸 정보가 내 머릿속에 들어왔고, 여기저기에 있는 노예시장의 경매품들의 위치와 모습이 고스란히 뇌리에 저장되었다. 아무래도 사냥개는 자신이 얻게 된 시각정보를 나와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듯 했다.

나는 빠르게 사불상을 불러서 그 보물들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 교주가 내게 목갑을 준 이유는 이거겠지.'

파앗

"이건 이제 내거다."

내가 갑자기 나타나서 금은보화를 비롯해서 경매품 더미를 목갑 안에 쓸어넣기 시작하자, 옆에 대기하고 있던 풍신류 무인이 당황해하며 외쳤다.

"뭐, 뭐냐 네놈은!"

"죽여!"

그리고 옆에 있던 풍신류 고수들과 의문의 고수들이 동시에 내게 덤벼들었다. 나는 복면을 하고 백의를 입고 있는 괴인들이 누구인지 궁금했으나, 이내 그들의 검초나 성질을 파악하자 대번에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 금의위군.'

역시 이 노예시장의 경매는 풍신류와 황궁이 협력해서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나는 금의위 다섯 명과 풍신류 셋의 합공을 약 오 초 동안 여유롭게 피해내고, 다음 순간 뇌명을 발동시켜서 일거에 제압했다.

퍼버버벅!

일 초 째에 세 명이 두들겨맞아서 혼절했고 이 초 째에 다시 세 명이 혈도를 제압당했다. 나머지 두 명은 내 공격을 회피하려다가 검집에 맞아서 기절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서 다른 자들은 덤벼들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들도 강호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고수들일텐데 너무나 쓰러뜨리기가 쉬웠다.

나는 나를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 경매장 관리자들을 보며 싱긋 웃었다.

"빨리 안 꺼지면 너네 목이 날아갈지도 몰라."

"으아악!"

경비들이 한 명도 남김없이 도망가자, 나는 느긋하게 경매장의 보물들을 쓸어담았다. 이런 방식으로 대략 여섯 군데를 돌아다니자 나는 목갑이 웬만큼 찰 정도로 보물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이걸로 사냥개가 알려준 보물을 다 회수했군.'

나는 일을 끝내자마자 아까 수신류가 싸우러 갔던 장소로 날듯이 달려갔다. 수신류 고수들이 떼로 몰려가서 싸운 결과가 궁금했던 것이다.

쿠구구구...

장내는 무시무시한 기류가 충돌하고 있었다. 이미 한 차례 충돌한 듯 여기저기에 전투의 흔적과 혈흔, 시체 등이 널려 있었고 현재는 소강상태로 보였다.

숫자는 대략 백오십 대 이십으로, 풍신류 쪽이 일곱 배는 많아 보였다. 수신류 고수들은 독고준 뒤에 도열해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으며 그와는 대조적으로 풍신류 측은 상당히 지친 기색이었다.

제일 전면에서 서로의 안광을 맞부딪히고 있는 것은 바로 백련교의 호법사자들이었다. 그들 또한 몇 차례 초수를 겨룬 듯 둘 사이의 공간은 이미 초토화되어 있었다.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은 독고준을 노려보며 외쳤다.

"독고준! 이게 무슨 짓이냐!"

독고준은 황금용 가면을 쓴 채 무미건조하게 육합전성을 써서 대꾸했다. 역시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 교주의 명을 수행하는 중이지, 배신자.]

"......!!"

용비천은 배신자라는 단어에 반응했는지 흠칫하는 기색이었다. 독고준은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보이지 않고 말을 이었다.

[ 용비천. 교주께서 아무것도 모르실 거라 생각했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 네가 황궁과 결탁해서 모종의 협약을 맺었다는 건 이미 파악했다. 황궁과 거래를 해서 마(魔)의 힘을 손에 넣으려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 또한 지금처럼 노예시장을 운용해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도...]

"......"

[ 너는 배신자다.]

용비천은 주먹을 꽉 쥔 채 침묵했다. 그의 눈에는 적지 않은 당혹감이 감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독고준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배신자임을 선언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리라. 다른 누구도 아니고 수신류의 호법사자가 배신자라고 선언한 것은 백련교 전체가 풍신류의 적이 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는 잠시 후 침묵을 깨고 독고준을 노려보았다.

"배신자라고? 그럼 교주는 대체 뭐냐?"

웅성

뒤쪽에 도열해 있던 풍신류 고수들이 놀라는 기색이었다. 다름아닌 호법사자가 교주에게 경칭을 붙이지 않고 막 불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고준은 별반 놀라지 않는지 감정없는 눈으로 용비천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용비천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선심쓰듯 천령단을 내려주고는 그 계약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도 않고, 원영신의 경지는 철저히 숨기고, 교내에서 수신류의 세력만을 철저히 우대했지. 뿐만 아니라 교내의 중대사는 전부 수신류끼리 상의하거나 원로원과 공유할 뿐 우리 풍신류를 찬밥신세로 만들지 않았느냐?!"

[ 그랬던가.]

"교주는 천년역사의 백련교를 자신의 사조직으로 만든 폭군일 뿐이다!! 나는 풍신류를 살리려 했을 뿐이다."

용비천의 외침은 마치 피가 끓어오르는 듯 했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그는 언제나 울분을 감추고 살았던 것이리라. 잠시 후 용비천의 살기가 한층 강렬해졌다.

"크흐흐... 교주가 적이 되었다 해도 네놈이 고작 스무 명과 여기에 온 건 실수다."

[ 어째서 실수라는 건지 모르겠군.]

무심하게 말한 독고준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용비천 너는 날 이길 수 없을 텐데?]

"......"

대놓고 저렇게 말하다니.

아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역학관계일 테지만 독고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용비천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다. 독고준이 삼대 호법사자 중에서 최강인 것은 다들 알고 있을 테지만 대놓고 용비천을 깔아뭉개는 독고준의 언행은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용비천이 대꾸했다.

"널 이길 순 없지만 나 또한 천령단을 보유하고 있다. 내가 너를 붙잡고 버티면 최소한 일천 초는 막아낼 자신이 있다."

[ ... 그럴테지.]

"그리고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은 우리 풍신류의 최정예와 장로들이다. 감히 풍신류 전력의 팔 할 이상이 여기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나는 그 말에 용비천 뒤에 도열해 있는 풍신류 고수들의 수준을 측정했다. 확실히 그들은 백련교와 척을 졌는데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으며 하나같이 뛰어난 달인으로 보였다. 용비천이 말하는 내용에는 아마 거짓이 없을 듯 했다.

독고준이 묵묵히 용비천을 쳐다보고 있자 용비천이 말을 이었다.

"또한 금의위의 총령과 금의위 육개 조가 이 자리에 와 있지. 내가 너를 붙잡은 사이에 모든 게 결판날 것이다!"

풍신류 고수들과 함께 서 있는 금의위의 숫자는 상당히 많았다. 금의위의 천호급의 실력을 생각하면 그들도 결코 얕볼 수 없는 전력이었다. 뿐만 아니라 용비천의 뒤쪽에 서 있는 금의위 총령, 백호는 명실상부한 초절정 고수인 것이다.

나는 용비천의 자신감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 수신류가 불리해.'

숫자만 해도 일곱 배나 차이나는데다가 풍신류의 최정예가 진을 짜서 압박한다면 싸움의 결과는 보나마나 뻔했다. 수신류 고수들의 평균무력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풍신류 또한 사대무류였기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이대로라면 수신류 이십여 명의 고수들은 숫자에 밀려서 압살당할 것이다!

또한 금의위의 고수들도 변수였으며, 무엇보다도 이렇게까지 난리를 친 이상 조만간 관부의 군세가 몰려와서 풍신류를 지원할지도 모른다. 나중에는 수천의 철기병이 수신류 고수들을 포위할지도 몰랐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목갑에서 지원받은 수신류 고수 세 명을 꺼냈다.

"음..."

수신류 고수들은 난데없이 전장에 나타나자 잠시 어리둥절해 하는 기색이었지만 이내 상황을 눈치챈 듯 말없이 대열에 합류했다.

용비천은 흉흉한 안광으로 독고준을 노려보며 주먹을 쥐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네놈들은 결코 몸성히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 그럴 리가.]

"뭐?"

독고준은 팔짱을 끼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 네가 착각하고 있는 걸 두 가지 말해 주지.]

"착각하고 있다고...?"

[ 그래, 착각.]

독고준이 설핏 가면 뒤에서 비웃음을 짓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앞으로 손을 내밀어서 검지 손가락을 한 개 폈다.

[ 첫 번째. 용비천 넌 내 손에서 일천 초 씩이나 버틸 수가 없다.]

용비천은 그 말에 노한 기색이 되어서 대꾸했다.

"그건 해 봐야 알 일이지."

[ 과거 네가 나와 비무해서 일천 오백 초만에 결판이 났던 일을 생각하고 있겠지? 안 됐지만 나는 그 때보다 더욱 발전했다. 직접 겨뤄보면 네 어리석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입만 살아갖고는..."

용비천이 무어라 외치려 할 때 독고준의 말이 이어졌다. 그는 중지 손가락을 마저 펴서 두 개의 손가락을 올린 상태였다.

[ 두 번째. 부하들의 전력도 이 쪽이 우세하다. 너희는 절대 이길 수 없어.]

"......"

용비천은 잠시 멍한 눈으로 독고준을 쳐다보더니 난데없이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 미쳤구나! 상황파악이 안 되나? 네놈 부하들이 어떤 수준인지는 몰라도 풍신류의 장로보다 강할 리가 없지! 설마 단기간에 최고수를 육성했다는 개소리를 할 생각이냐...? 푸하하핫!!"

용비천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용비천 뒤에 서 있는 장로급 고수만 해도 너댓 명은 되어 보였고, 그들 하나하나는 최소한 이광보다 강한 고수들이었다. 풍신류나 화신류에 숨어있다는 노괴들이 바로 장로급인 것이다. 수신류가 아무리 강성하다고 해도 저런 초절고수들을 양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크크큭...

용비천의 말에 공감했는지 풍신류 고수들이나 금의위가 설핏 비웃는 기색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완전히 수신류 고수들을 원형으로 포위했으며 숫자도 압도적인 상황이라서 질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후.]

독고준은 대꾸하지 않고, 옆에 와 있던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 백웅 호법사자. 회수임무는 다 했소?]

"물론이오. 단지 나를 미끼로 쓴 건 불쾌하구려."

[ 양해해 주시오. 저 놈은 너구리라서 웬만해선 잡을 수 없는지라.]

독고준의 말투는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양 부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나는 기가 질려서 말했다.

"지금 상황 안 보이시오? 다 죽게 생겼는데 왜 이리 여유롭소."

지금 우리를 포위한 자들을 정면으로 뚫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내 무공으로 어느 정도 맞서싸울 순 있겠지만 풍신류 장로급이 진을 짜서 나를 갈구기 시작하면 지옥같은 난이도가 될 게 뻔하다. 결국 나는 사불상을 타고 도망치게 될텐데, 수신류 고수들은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태연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독고준이 말했다.

[ 걱정 마시오. 이 정도 일에 교주께서 직접 왕림하실 필요도 없소. 슬슬 임무를 마무리 합시다.]

따악.

독고준이 손가락을 마주치자 세 명의 수신류 고수들이 앞으로 나왔다. 독고준은 그들에게 명령했다.

[ 쓸어버려라.]

[ 존명.]

그리고 세 명의 수신류 고수들이 전방으로 뛰쳐나갔다. 그것도 무려 백수십 명의 고수들이 도열해 있는 진에!

그들의 첫 공격대상은 용비천으로 보였다. 용비천은 그 사실을 알아챘는지 기가 막혀하며 외쳤다.

[ 하루살이같은 놈들! 감히 호법사자에게...]

육합전성이 울려퍼지며 용비천의 몸 주변에 가공할만한 풍탄이 열 개나 소환되었다. 용비천은 엄청난 속도로 풍탄을 휘몰아치며 수신류 고수 셋을 공격했고, 이윽고 용권풍이 치솟아오르며 사방의 공기를 소스라칠 듯이 찢어버렸다.

콰과광

차라리 폭음에 가까운 풍탄의 괴력과 용권풍은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일어난 일은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꾸웅!

수신류 고수들 중 한 명은 수룡을 허공에 만들어서 벽처럼 풍탄을 막아내었고, 다른 두 명이 수룡의 기세를 타고 용비천에게 날듯이 공격해 들어갔다. 용비천은 심적권청의 순간에 당황하여 분신을 만들어서 수룡의 돌격을 비껴나가게 만들었으나 곧이어 물로 만들어진 수창(水槍)이 수백 개나 만들어져서 용비천이 피할 곳을 점유해 버렸다.

완벽한 호흡을 맞춘 합공에 용비천의 어깨죽지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수창의 파괴력은 용비천의 호신강기를 가볍게 뚫어버린 것이다. 한 번의 공방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수신류 고수 셋은 다시금 물을 의형강기의 형태로 뭉쳐서 용비천을 동시에 공격했다.

콰아앙!!

용비천은 이번 합격을 버텨냈으나 완전히 수비태세로 변해 있었고, 심지어 상반신에 자잘한 상처가 떠올랐다. 그는 잔뜩 낭패한 기색이었는데 이윽고 경악해서 외쳤다.

[ 미... 미친. 설마... 네놈들은...!!]

용비천에게 달려들던 수신류 고수 중 하나가 심적권청의 순간에 대꾸했다.

[ 호법사자여. 뭐가 그리 놀랍지?]

[ 이익...]

[ 그 힘도 교주께서 하사한 것일텐데 우리가 쓸 수 없으리라 생각했나?]

콰과광!!

용비천은 셋의 합공에 정신없이 밀리며 뒤로 튕겨서 날아다녔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경악과 경이의 감정이, 용비천처럼 내 전신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믿을 수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새어나왔다.

"천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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