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373화 (373/1,615)

00373  천계(天界)  =========================================================================

[ 뭐?]

이청운의 눈빛이 호랑이처럼 형형하게 빛났다. 뇌신류의 종사가 진심으로 분노했다는 뜻이었다.

"원영신을 얻고도 타 유파의 절학을 탐내는 이유... 그건 원영신에 거대한 약점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 약점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순수한 무(武)의 향상일 테고."

[ ......]

"교주. 뭘 두려워하는 거지? 그리고 우리에게 무엇을 더 숨기고 있는 거지?"

교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원영신의 약점까지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던 것이리라.

저벅

이청운은 한 걸음을 내딛었다. 동시에 거대한 뇌신의 일보가 천지사해의 기운을 심령(心靈)부터 제압했다.

[ 크윽.]

[ 으으윽...]

그러자 그 순간 교주는 몸을 떨었고 옆에 서 있던 독고준은 뒤로 두 걸음을 물러서고 말았다. 뇌신류의 무형지기에 심령이 밀려나며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이다. 독고준이 깜짝 놀라서 그만 육성을 내뱉었다.

"#*%&*!!!"

이형(異形)의 목소리.

차마 인간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괴이한 소리였다. 자신의 무학에 눌린 독고준을 힐끔 쳐다본 이청운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목소리를 안 냈던 거군. 당신들은 힘을 얻는 대신에 육체조차도 수신(水神)의 일족처럼 바꿔버린 거였어."

[ 으음...]

"인간을 포기하면서까지 힘을 추구해야 하는 건가? 대답해 봐, 교주!"

이청운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교주는 안광을 빛내며 대꾸했다.

[ 황궁에서 이족들이 거대한 힘을 쌓고 있다. 나는 수신류의 수장이자 백련교주로서 그들을 물리칠 힘을 마련하고 있을 뿐이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나 이청운은 바로 일축해 버렸다.

"개소리 같은데."

[ 음...]

"보나마나 뻔해. 천령단 뿐만이 아니겠지. 나중엔 필요하다면 백련교도 모두를 이족과의 계약에 팔아넘기고, 전투병기로 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호법사자를 감언이설로 구슬리려 하진 않겠지!"

백련교주는 대꾸하지 않았으나 그건 긍정의 의미였다. 교주는 필요하다면 백련교를 자신의 뜻대로 이용할 생각이 다분히 강한 것이다.

이청운의 눈빛이 분노로 타올랐다. 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네놈은 백련교의 무인이 아니다! 그저 악신과 타협해서 자신의 야망을 이루려는 대악당에 불과하다!"

[ 교섭은 결렬인가.]

투기가 감돈다.

절세고수 3인의 가공할 절대내공이 장내를 무시무시한 압박감으로 가득 채웠다. 이청운이 히쭉 웃었다.

"어차피 싸울 생각이었다. 그 잘난 원영신의 위력 좀 볼까!"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콰과과광

[ 커헉...]

딱 1초.

이청운은 전투가 개시되자마자 독고준을 피곤죽으로 만들어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폭음이 울리며 독고준이 비틀거리며 칠공에서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도대체 1초만에 얼마나 많이 두들겨 맞은 걸까?

"괴물놈."

독고준의 팔을 붙잡은 이청운은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독고준의 팔죽지부터 뽑아내서 배에 박아버리고 말았다.

푸콱

끔찍한 소리와 함께 독고준은 절명하듯 앞으로 쓰러졌다. 독고준의 눈에서 빛이 빠르게 사라져 갔다.

[ ......?!]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백련교주는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 뭐... 뭐지?'

독고준이 당하다니!

백련교주는 이미 원영신을 이루어서 심적권청의 경지에서 모든 극속을 여유롭게 관조할 수 있었다. 설령 초절정고수가 극도로 연마한 쾌검이라 할지라도 가볍게 대응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백련교주는 자신과 이청운의 싸움이 수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눈 앞의 상황은 너무나 생뚱맞았다. 원영신을 이룩한 자기만큼은 아니지만 독고준은 천령단을 얻었기에 천하에 상대할 자가 드문 절세고수가 되어 있었다. 그런 독고준이 순식간에 당해버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피로 물든 자신의 손을 털고 있던 이청운은 싸늘하게 말했다.

"왜 그러지? 생각대로 안 되니까 짜증나나?"

교주는 그 한 마디에서 피와 살육의 냄새를 느꼈다. 또한 진정 흉폭하고 잔인한, 뇌신류 최강의 고수가 눈 앞에 서 있다는 걸 실감했다.

[ 그게 뇌신류 최종오의인가?]

"멋대로 생각해라."

중얼거리던 이청운의 눈에서 뇌광이 흘렀다.

"네놈은 실수한 거다. 원래라면 인간으로서 사용불가능한 절학이 천령단 덕분에 초월기가 되었으니까!"

뇌신류

최종오의

뇌신지혼(雷神之魂) 발동!

피잉 -

[ ?!]

실이 당겨지는 듯한 소리가 울리고, 백련교주는 자신의 팔이 허공을 날아가는 걸 목격했다. 그리고 그게 원영신을 성취한 덕에 얻어낸 성과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원래라면 이청운이 일 초식만에 백련교주의 목을 따버리려고 했으나 찰나간에 아슬아슬하게 감지한 덕분에 팔로 끝난 것이었다.

[ 현겁(賢劫)!]

우우웅

시간이 극단적으로 느려지면서 주변 만물이 강제적으로 심적권청의 상태로 들어갔다. 이는 백련교주가 원영신을 얻으면서 동시에 깨달은 경지로서, 만물을 느려지게 하고 자신이 가속상태에 들어가는 절기였다. 원래라면 현겁을 시전한 순간 그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 그 순간 절명의 뇌광(雷光)이 공간을 일그러뜨린다.

현겁으로 느려진 공간에서도 이청운은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 원래는 말도 안되게 빠르던 것이, 이제야 볼만한 수준으로 느려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현겁의 공간에서 마치 광탄(光彈)처럼 사방팔방을 날아다니던 이청운의 육체가 찰나지간에 교주의 명치에 수도(手刀)를 찔렀다.

꽈앙!!

폭음과 함께 교주가 소환해낸 태극이 이청운의 일격을 튕겨냈다. 그러나 교주는 자신의 가슴팍이 얼얼함을 느꼈고 이청운이 심적권청에 이죽거리듯 남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그럼 부숴질 때까지!]

이미 이청운의 모습은 사라져서 광선(光線)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로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절대가속!

콰과과과과광

빛이 무수한 갈래를 뻗어내며 백련교주의 몸뚱이를 강타했다. 백련교주는 어떻게든 원영을 이용해서 그 공격을 막아냈기에 큰 피해는 입지 않았으나, 그건 유리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잘못 막으면 그 순간 죽을 게 분명했기에 방어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 번...개...!!'

그는 필사적으로 사대무류의 절학을 뿜어내며 이청운에게 반격하려 했으나, 마치 허공에서 춤추듯이 허우적거리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초식이고 뭐고 너무 빠르기 때문에 공방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청운이 비웃는 목소리가 연속으로 울려퍼졌다.

[ 별걸 다 쓰는군. 도대체 무슨 수로 사대무류의 절학을 다 익힌 거지?]

[ 그...]

[ 아, 닥쳐라! 어차피 이 속도에 따라오지 못하면 얘기도 되지 않지.]

백련교주가 뭐라 대꾸하려 했으나 다음 순간 뇌신류 정권이 아광(亞光)의 기세로 날아들어서 턱을 갈겼다.

뻐억

"크윽."

위잉!

백련교주는 크게 휘청거렸지만, 이내 주춤거리면서 전신에 극대방어막을 만들어 냈다. 완전히 그가 방어에만 전념하자 이청운은 바로 공격해 들어오지 못했으나, 다음 순간 이청운은 마치 공처럼 독고준을 차 올리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 놈 죽여버릴건데."

백련교주는 경악했다. 설마 독고준이 인질이 될 줄이야?

독고준이 죽어버리면 수신류의 미래가 불투명할 수 있다. 그래서 백련교주는 으르렁거리며 다급하게 외쳤다.

[ 그를 죽이면 조금의 사정도 봐주지 않을 것이다, 이청운! 뇌신류 전체를 멸족시킬 줄 알아라!]

"허어?"

[ 이 자리는 우리의 대결로 끝내자는 말이다.]

그 말에 이청운은 눈에 이채를 띄었다.

' 교주는 역시 여력을 남기고 있군.'

지금 이청운이 압도적으로 몰아치는 모양새였으나, 그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교주는 아직까지 비장의 한 수를 남기고 있다. 그 한 수를 아직까지 뚫을 자신이 없기에 이청운도 이것저것 간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과연 교주의 회심의 한 수를 뚫고 방심한 틈에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청운은 자기자신의 실력을 믿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교주가 멸족을 운운한 것도 내심 꺼림칙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 잘 생각했다. 나도 약속을 지키지.]

"하하! 그건 이길 때 할 수 있는 말!"

휘익!

그가 망설이는 사이에 이청운은 마치 쓰레기처럼 독고준을 백련교주 쪽으로 던졌다. 백련교주는 접목지기로 독고준을 안전하게 받아내며 이청운에게 반격했으나 역시 이청운은 마치 번갯불처럼 빨라서 잡을 수가 없었다. 태극과 함께 교주의 원영신이 공격해 들어갔을 때는 이미 다섯 방은 두들겨맞은 후였다.

꽈르릉

뇌신지혼이 연속으로 재차 펼쳐지며 교주의 움직임을 원천봉쇄해 버렸다.

[ 으으으...!!]

뇌광이 폭풍처럼 휘몰아치자, 백련교주는 더 이상 움직이기는 커녕 사방팔방에서 날아드는 무차별적인 뇌광을 막는데만도 급급했다. 한 수 한 수가 모두가 뇌신류의 오의였으며 무시무시한 위력을 띄고 있었다.

대결구도는 명백했다.

이청운이 뇌신의 형상으로 일방적으로 패고 있고, 교주는 현겁을 발동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수를 극한까지 동원해서 수비하는 형상! 어느 쪽이 먼저 지치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릴 게 분명했다. 심지어 교주는 뇌광이 스칠 때마다 핏줄기가 솟구치며 비틀거리는 경우도 잦았다.

' 괴물놈.'

이청운은 싸우면서 자신이 뇌신지혼을 얻지 못했다면 교주의 상대가 되지 못했으리라고 짐작했다. 뇌신지혼의 초가속 덕분에 교주의 모든 기술을 무시하고 있어서 망정이지, 교주가 사용하는 무공과 변초를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교주는 아무래도 사대무류를 통합한 듯 했다.

그렇게 싸움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결판이 난 것은 바로 일천 오백 초를 조금 넘었을 때였다.

[ 약점은 이거다!]

콰과광

백련교주는 피투성이가 된 채 끈질기게 이청운의 공격을 막고 있다가 별안간 소리를 지르며 일 장(一掌)을 내뿜었다. 그리고 번개처럼 날아다니던 이청운은 뜬금없이 공격에 가격당해서 뒤로 튕겨져 나갔다.

"커헉!!"

이청운의 몸 주변에 일렁이던 뇌신지혼의 기운이 파직거리다가 수그러들었다. 일 격에 단전마저 깨어질 정도의 충격을 받은 것이다. 백련교주는 지쳤는지 숨을 몰아쉬다가 겨우 말했다.

[ 심득에서 보았던 그 빈틈... 겨우 알아내서 공략했다.]

"큭... 네놈... 역시 최종오의의 구결을..."

피바다에서 이청운이 꿈틀거리자 백련교주가 웃었다.

[ 흐흐흐... 이런 일이 있을거라고 예상 못한 줄 알았나? 이청운 그대가 생각외로 막강했으나, 나는 미리 그 구결을 입수해서 몇 달 동안 연구했다. 그리고 승산이 있기에 부른 것이다.]

이청운은 이를 악물었다. 공허함과 배신감이 마음속에서 끓어올랐다.

"누가... 대체..."

[ 글쎄.]

백련교주는 여유롭게 웃으며 걸어갔다. 그리고 떨어져 있던 팔을 주워서 자신의 몸뚱이에 붙였다. 그러자 팔은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붙어버렸다. 이미 그의 육체는 인간이 아니었다.

[ 하지만 그대가 나보다 우위였다고는 생각지 마라. 미완성이라 쓰지 않았을 뿐, 심천무량(心天無量)을 썼다면 더 빨리 승기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단지 뇌신류 최종오의를 내 역량만으로 꺾고 싶었을 뿐.]

"......"

[ 그럼 죽...]

퍼엉!

[ 크윽.]

갑작스러운 뇌광이 튀었고 교주는 비틀거렸다. 이청운이 마지막 뇌신지혼의 힘을 끌어올려서 그에게 부상을 입힌 것이다. 교주는 잠시동안 기절했고, 이청운은 이를 악문 채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교주는 도망치는 이청운에게 사자후를 내질렀다.

[ 도망쳐봤자 이제 끝이다!]

아니, 끝이 아니다.

뇌신류 최종오의가 있는 이상 교주 너는 결코 뇌신류를 멸망시킬 수 없다.

끝까지 살아남아 주마!

이청운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서 이광에게로 향했다. 이광은 피범벅이 된 이청운을 보자 깜짝 놀라서 말했다.

"스... 스승님?!"

이청운은 그를 냉막하게 내려다보며 손을 치켜들었다.

원래대로라면 처치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이광이 배신자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냉정해지며 찰나지간에 살기를 거두었다.

' ... 관두자.'

설령 이광이 최종오의의 비밀을 유출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그의 목숨을 거둘 수는 없었다. 그것은 이청운이 제자에게 지니고 있는 정이었다. 또한 이광이 아닌 다른 자가 기밀을 누설했을 가능성도 심대했다. 대신에 그는 한탄하며 말했다.

"... 뇌신류를 소집해라."

"네?!"

"즉시 네가 종사가 되어 사람들을 이끌어라... 그리고 백련교에서 도망쳐라... 백련교는 모두 적이다..."

풀썩

"스승님!!"

이광의 비명을 끝으로 이청운은 의식을 잃고 말았다. 단전이 완전히 깨져서 천령단도 무용지물이 되었기에 숨만 붙어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원래라면 단전이 깨진 순간 즉사해야 하지만 천령단 덕에 목숨만 붙어있는 식물인간이 된 셈이었다.

"......"

나는 이청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동안 몰랐던 이야기가 속시원히 풀리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로는 자네가 아는 것과 같네. 나는 그 후 풍신류에게 추적당하다가 기력이 다해서 죽고 말았지. 아무리 천령단을 소유하고 있어도 단전이 깨지면 죽을 수밖에 없으니..."

일렁이는 갱도의 불빛 아래에서 이청운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불행이랄까 다행이랄까. 뇌신류는 이후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았던 거군. 그리고 교주는 끝까지 뇌신지혼을 노리고 있는거고..."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교주가 뇌신류를 살려둔 이유는 역시 그것 때문일까요?"

"십중팔구는."

이청운이 벽에 기대며 말을 이었다.

"그는 뇌신류가 아직 최종오의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일세. 그래서 내 제자인 이광이 충분히 무를 연마하여 최종오의를 연마할 단계에 이를 때까지 기다렸을지도 모르지. 또한 우연인지 뭔지 소교주가 괴질에 당하는 바람에 뇌신류를 공격할 시간을 차일피일 미룬 게 분명하네."

"아무리 그렇다지만 오십여 년 이상을 기다리다니..."

"필요하다면 더 기다릴 수도 있겠지. 그 자는 대단한 야심가라서 인내심이 있어."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잘 믿을 수가 없었다.

이청운의 말대로라면, 눈 앞의 이청운은 교주에 준하는 초인이었다. 교주가 한 수 접고 상대한 셈이긴 했으나 지속적으로 수세에 몰린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이청운에게 질문했다.

"저기... 뇌신지혼이 대체 어떤 기술입니까? 무엇이기에 교주를 그렇게 몰아붙일 수가 있는 거죠?"

"흐음. 뭐... 가볍게 설명해 주지. 익힐 순 없어도 개념 정도는 알아둬야 할테니."

이청운은 천천히 바닥에 팔괘(八卦)를 그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역(易)은 세 가지로 해석된다. 불역(不易)과 간이(簡易), 변역(變易)이다. 자네는 이 의미를 알고 있는가?"

"불역은 세상 섭리가 태극太極에 의하여 설명되지 않는 바가 없다는 것이고, 간이는 음양으로 무슨 세상의 현상이든 쉬이 설명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변역은 세상 만물은 이치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하며, 이러한 변화 과정은 순환적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망설임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도학 공부는 과거 망량 밑에서 3년 넘게 했으며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잘 알고 있군."

고개를 끄덕인 이청운이 말을 이었다.

"인간의 무공에 이 괘(卦)를 포함시키는 것이 바로 뇌신지혼일세."

"네? 그게 가능합니까?"

나는 황당해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64괘란 건 원래 단순히 점치는 데 쓰이는 작대기다. 도가 사람들이 평생을 걸고 연구한 덕에 이치를 깨달을 뿐, 실전적인 무공의 변화에 적당한 것은 절대 아닌 것이다. 그러자 이청운이 피식 웃었다.

"이 세상에서 움직일 수 있는 수레바퀴가 기(氣) 하나뿐이 아닐세. 이 세상이 기 이외에도 무수한 힘과 자질, 근원소(根原素)로 이루어져있다는 걸 이해하면, 보다 많은 길이 보이지. 기(氣)와 의(意)가 충돌하는 건 기초에 지나지 않아. 궁극적으로는 세계(世界)에 충돌하며 자신의 의념(意念)을 관철시키는 거다."

"......"

"뇌신지혼이란 그 수많은 팔괘의 형상 중 하나를 취한 모습. 그래서 최종오의일 지언정 무혼은 될 수 없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내가 가만히 있자 이청운이 막대기를 집어던지며 말했다.

"뇌신지혼을 이룬 상태에서 천령단을 얻었을 때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 무한의 내공이 뇌신지혼을 무한지속 시켜주기 때문에 당연히 이길거라 생각했지. 실제로 독고준 정도는 쉽게 때려잡았고."

"그렇습니까..."

호법사자 중 최강자이자 절세의 무위를 지니고 있는 독고준을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청운 말고 달리 있을까? 이청운은 틀림없는 천외천급 고수였다.

"뭐, 내 오산이라고 한다면 교주의 원영 또한 뇌신지혼과 대등한 영역에 이르러 있었다는 거겠지. 현재의 교주를 이기기 위해서는 뇌신지혼을 한단계 뛰어넘은 단계에 도달해야 하는 셈일세."

너무 까마득한 목표였다.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이청운은 뚫어져라 나를 보더니 말했다.

"그런고로 자네는 교주를 혼란시켜 주게."

"네?"

"교주는 아직 장삼봉 칠대절학의 정수를 터득한 게 아니야.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와서도 자네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게 뻔하지."

이청운이 씩 웃으며 하는 말에 나는 앞으로 해야할 일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자네가 이제부터 적당히 엄한 소리를 섞으면 교주는 알아서 자멸하겠지."

"아...!!"

그렇구나!

반전의 권능으로 이청운을 되살린 이상, 백련교주는 나중에라도 정공법으로 해치워야 한다. 그러나 그에게 칠대절학을 온전히 전해주면 날개를 달게 하는 셈이기에, 그걸 막기 위해서는 심득을 헷갈리게 만들어서 주화입마에 걸리게 해야한다.

이청운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서 말했다.

"그럼 나를 청룡무관에 데려다 주게. 백련교주를 꺾을 준비는 내가 다 해 줄테니."

"아... 알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자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마음속에 차오르는 걸 느꼈다.

그리 사나워보이지는 않았으나 이광에 못지 않은 계책과 엄청난 무공을 지닌 게 바로 눈 앞의 이청운이었다. 그가 합류한 이상 앞으로의 전개는 크게 달라질 것이리라!

하지만 제갈사가 이죽거렸다.

[ 아직도 모르는군. 멍청한 놈...]

[ 뭐가?]

[ 됐다. 언젠가는 알아서 깨닫겠지.]

이놈은 왜 뜬금없이 개소리야?

내가 으르렁거리려고 할 때 제갈사가 말했다.

[ 이청운만 데려다주고 빨리 돌아가라. 더 늦으면 교주의 의심을 살 거다.]

나는 제갈사와 이야기하면 일일이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아서 짜증났다.

말 안해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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