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58 천계(天界) =========================================================================
제갈사는 주춤거리더니 실실 웃으며 말했다.
"나는 장령곡주 제갈사이고, 이 곳은 장령곡이라 합니다만. 귀하는 누구신지?"
[ 장령곡? 들어본 적 없다.]
"그야 깡촌이니 아실 수 없을 수밖에..."
중얼거리던 제갈사를 물끄러미 보던 백련교주가 말했다.
[ 감히 내 목숨을 노리려 했다면 그만한 각오는 되어 있으리라.]
그러자 황급히 제갈사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찌된 일인지 말씀 드리지요. 조금만 손을 멈춰 주십..."
퍼벙!
"......!!"
제갈사가 뭐라 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폭음과 함께 제갈사의 왼팔이 날아갔다. 아마 백련교주가 격공장을 날린 것 같았지만 너무 전개속도가 빨라서 어떻게 된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육편과 피가 비산하는데도 제갈사는 억지로 고통을 눌러참는 모습이었다.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화가 많이 나셨군요. 하지만 진상도 모르고 나를 죽이시렵니까?"
그 말에 백련교주가 신기한 듯 말했다.
[ 기골이 있는 자로군. 보통 사내가 아니야.]
아무래도 그는 화가 난 김에 제갈사의 기를 죽이려고 팔부터 날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제갈사가 침착하니 백련교주도 감정을 진정시킨 듯 했다.
"흐흐. 그건 내가 할 말... 저 놈이 엄청난 분을 끌고 왔군요."
제갈사는 내 쪽을 쏘아보았다. 나는 그 눈빛에 킥킥대며 웃었다. 제갈사가 빈정상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 어쩔거냐 제갈사? 이러든 저러든 죽을 것이다.'
백련교주는 자기 목숨을 노린 자를 살려둘만한 인물이 아니다. 특히 제갈사처럼 수상쩍은 놈이라면 결코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제갈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서 잠시 놔뒀을 뿐, 이야기가 끝나면 지체없이 죽일 것이다. 백련교주가 얼마나 냉철하고 잔혹한 인물인지는 과거 황궁과의 싸움에서 보았던 것이다.
제갈사가 말했다.
"나는 배교의 현 교주인 제갈사입니다. 방금 전에 저 백웅이란 자를 제압해서 다루려 했으나,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그쪽에 폐를 끼쳤군요."
[ 배교? 배화교인가.]
"그렇습니다만."
[ ... 그 자의 장난감이군.]
장난감?
나는 백련교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백련교주의 말에 제갈사는 흠칫하더니 한층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
"과연 많은 걸 알고 계시는군요. 혹시 그쪽은 백련교주가 아니십니까?"
[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저 백웅이란 자는 금오십천군을 일시적이지만 격퇴시킬 정도인 무예의 고수. 그런 백웅을 일 초만에 제압할 존재는 강호가 아무리 넓다지만 한정되어 있고, 그렇다 해서 호법사자라 하기엔 너무나 강해보이시는지라."
백련교주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꾸했다.
[ 그것만이 아니겠지. 너는 그 자에게서 아마 내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 그 자가 나에 대해 뭐라고 했지?]
"절대 적으로 삼아서는 안될 존재라 했지요."
비틀
거기까지 이야기하던 제갈사가 휘청였다. 아무래도 팔이 터져나간 고통을 버텨내면서 막대한 출혈이 일어나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백련교주가 말했다.
[ 배교의 일은 관심없다. 허나 나를 끌어들인 이상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흐... 흐흐.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는데 백련교주에게 죽다니 영광이군요."
[ 거래조건을 말해 봐라. 네 생명을 살려줄만한 조건이 있다면 고려해 줄 수도 있다.]
나는 흠칫 놀랐다. 저 말은 백련교주가 제갈사를 살려줄 생각이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급히 말했다.
"교주! 그냥 우리 둘을 죽이십시오. 저 놈은 이혼대법을 써서 사람을 조종하는 위험한 놈입니다."
내 말에 교주가 내 쪽을 돌아보더니 말했다.
[ 너희 따위를 죽이는 건 언제든 할 수 있다. 건방진 소리를 하면 사지를 뽑아서 본교에 데려가겠다.]
"......"
[ 대답해라 제갈사.]
제갈사가 생각을 끝내고 대꾸했다.
"전 원래부터 죽는데는 미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 백웅놈이 너무 신기해서 이대로 죽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신기하다고? 무엇이 신기한가.]
"그... 쿨럭!"
제갈사는 출혈을 이기지 못했는지 앞으로 꿇어앉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워서 기식이 엄엄할 부상인데도 버티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자 백련교주가 슬며시 손을 뻗었고, 이윽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스스
터져서 날아갔던 제갈사의 팔이 날아오더니 빛을 뿜어냈다. 잠시 후 천천히 허공에서 접합되던 제갈사의 팔은 원래대로 붙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출혈마저도 흔적만 남았을 뿐 말끔하게 회복된 것이다.
"......!!"
제갈사는 놀란 듯 자신의 팔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교주의 무공이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군요."
[ 쓸데없는 말을 나누기 싫다. 어서 내 말에 대답해라.]
"백웅은 제 이혼대법이 걸렸는데도 이성이 남아있으며 이혼(移魂)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이혼대법은 백을 움직여 혼을 당기는 것이니, 백련교주시라면 이게 얼마나 상리에 어긋나는 일인지 아실 겁니다."
[ ... 정말인가?]
"의심스러우시면 그냥 절 죽이십시오. 사실이니까."
백련교주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리고 한참동안 내 얼굴을 응시하다가 말했다.
[ 제갈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너는 혼백이 생명체의 것과 달리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또한 내가 알기로 그런 존재는 이족(異族) 외에 없다.]
이족?!
나는 황당해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도 잊고 외쳤다.
"미친... 나는 인간입니다!"
[ 그건 봐야 알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백련교주가 갑자기 내 머리통을 붙잡았다. 꺼칠꺼칠한 손바닥이 느껴졌고, 그것은 왠지 일반적인 인간과 다른 느낌이었다. 백련교주가 말했다.
[ 마침 나는 뇌신류와 볼일이 있었다. 네가 백련교에 충성하겠다고 맹세한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죽이십시오."
[ 황당한 놈이군. 살려달라고 구걸해도 모자랄 판에 그냥 죽이라고 애원을 하는 건가?]
나는 머리통을 잡힌 상태에서 이죽대었다.
"이혼대법에 걸린 이상 살아도 산 게 아닙니다. 또한 제가 제갈사에게 어떻게 조종을 당할줄 알고 저같은 걸 살려두시겠습니까? 저같으면 깔끔하게 한 방에 죽일 겁니다."
[ 호오... 배짱도 좋은 놈이군.]
백련교주의 안광이 가면 너머에서 폭사하는 듯 했다.
[ 죽는 게 두렵지 않나?]
"두렵습니다만..."
[ 아니야. 눈빛을 보니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군. 좀 귀찮아하고 있어.]
백련교주는 갑자기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 재밌는 놈이야...]
휘익
그는 나를 제갈사 쪽으로 던지며 말했다.
[ 제갈사. 이 놈에게 걸린 이혼대법을 풀어라. 백이 통제되는지 어떤지는 알아볼 수 있으니 허튼수작 말도록.]
"그리 하면 살려주시는 겁니까?"
[ 빨리 해라.]
"알겠습니다."
우웅
제갈사가 아까처럼 백을 돌려주는 술법을 진행했다. 하지만 나는 제갈사가 이혼대법을 해제하는 척 하면서 뒷통수를 치는 일을 방금 보았으므로 떨떠름했다. 말만 해제한다고 해놓고서는 계속 조종상태로 놔둘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 됐습니다."
이윽고 백련교주가 나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 아주 좋아. 그럼 죽어라, 제갈사.]
퍼펑!!
다음 순간, 제갈사가 육편이 되어서 갈가리 찢겼다. 내가 깜짝 놀라서 그 광경을 쳐다보자, 혈무(血霧) 앞에 서 있던 백련교주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 나를 기만하고도 무사하리라 생각하다니. 백(魄)을 잇는 영체의 선을 한 가닥 남겨두는 꼼수를 못 볼 거라 생각했던가?]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교주에게 물었다.
"교... 교주. 설마 혼백을 보실 수 있습니까?"
[ 그렇다. 특히 이혼대법의 원리를 들었으니 어떤 수를 쓸지는 예측이 가능하지.]
"......"
[ 술자를 죽이면 이혼대법을 무탈하게 제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나는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을 이해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제갈사는 아까 망량을 기만할 때처럼 이혼대법을 다 해제한 척 했지만, 실상은 언제든 이혼대법을 연결할 수 있는 영체의 선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교주는 그 미세한 선을 눈치채고는, 자신을 기만한 제갈사를 쳐죽여버린 셈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 교주는 인간의 물리적인 형태 뿐만 아니라 영체의 세계, 즉 혼백의 근원적인 모습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건 술법사가 영안을 발동시켜서 살피는 것보다 더욱 고급경지였으니 인간을 초월한 것이다. 아마도 원영신을 통해서 얻게 된 부가적인 경지일 가능성이 컸다.
' 도대체 이 괴물의 한계는 어디까지지...?!'
교주가 나직이 말했다.
[ 백웅.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줘야겠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죽겠습니다."
푸콱!
다음 순간, 나는 전신의 심맥을 터뜨려 버렸다. 몸에 응축되어 있던 엄청난 기가 콸콸 새어나오는 게 느껴졌고, 칠공(七孔)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자살방법으로써 아프긴 하지만 더 큰 괴로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교주가 말했다.
[ 대책없이 미친 놈이군. 하지만 그게 마음에 든다.]
스윽
교주가 내 맥문에 손을 뻗더니 갑작스럽게 엄청난 기(氣)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그 기의 양은 내 내공의 총량보다 더욱 막대해서, 나는 순식간에 전신의 기경팔맥이 꽉꽉 차다못해 박살날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아아아악!!"
사지의 피부를 날카로운 날붙이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이 수십 겹이나 느껴지자 나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내가 고통에 발버둥치는 동안에도 교주의 엄청난 기는 강제로 내 몸의 활력을 회복시켰고, 이윽고 나는 점점 몸이 회복되는 걸 느꼈다.
' 미... 미친!'
전신의 심맥을 터뜨렸다고 하는 건 대라신선이 와도 못 살린다는 표현으로 귀결된다. 즉 원래대로라면 전신의 기를 가둬두고 보호하는 그릇을 깨버렸으니 도저히 살 수가 없다. 그러나 교주는 깨진 독을 그대로 바다에 던져버려서 아예 손상을 무효화시키고 있는 셈이었으니 경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우우웅 -
터졌던 심맥이 다시 이어지며 내 몸의 혈류도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반 각이 지나 있었다. 엄청난 고통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눈 앞이 아른거렸다. 교주는 격공섭물의 능력으로 내게 손을 뻗어서 허공으로 들어올리며 말했다.
[ 장령곡이라고 했지? 잠시동안 거기서 거처해야겠다.]
"으윽... 억..."
[ 이번 일은 애교로 봐 주겠다. 하지만 한번만 더 자진시도를 한다면 그 때는 지상 끝까지 쫓아가서 고통스럽게 죽여버리겠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기절해 버렸다.
"......"
목이 칼칼하다.
내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웬 침상에 누워 있었고, 석양이 창 밖에 지고 있었다. 내가 주변을 살펴보자 장령곡의 시비 한 명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두려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곡주께서 깨어나면 바로 찾아오라 하셨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곡주? 설마 나를 데려온 자가 곡주가 되었소?"
내 질문에 시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내가 여기에 온지 얼마나 지났소?"
"열흘이 흘렀습니다."
열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내가 머리를 짚으며 억지로 일어나며 말했다.
"내 품속에 책과 목갑이 있었을 텐데 그건 어디에 놔뒀소?"
"그건 곡주께서 가져가셨습니다."
"윽... 제기랄...!!"
나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백련교주가 천암비서와 목갑을 가져가버린 것이다!
' 어쩌지? 지금이라도 자살할까?'
지금이라면 자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영수 사불상을 소환해서 도망칠 수도 있다. 또한 당장이라도 다 포기하고 처음부터 시작하고싶은 충동이 앞섰다. 백련교주에게 다 뺏긴 상태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싶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지 않으면 전생해도 손해일 뿐이다. 나는 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는다고 해도 백련교주에게서 정보를 알아내기로 마음먹으며 이를 악물었다.
"알았소. 앞장서시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자살할 수 없는 큰 이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네..."
나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는 시비와 함께 장령곡의 장원 건물을 걸었다. 그런데 걷던 도중에 기이한 광경이 보였다.
"저 자들은?"
웬 무림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건물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기파로 볼 때 다들 상당한 고수였고 꽤 실력있는 자도 보였다. 시비는 그들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곡주께 굴복한 무림인들입니다. 그리고 자기 문파의 선처를 빌기 위해 석고대죄를 하고 있습니다."
"서... 설마 장령곡주가 무림에 나섰소?"
"그렇습니다."
나는 백련교주가 심심풀이 삼아서 일대의 무림세력을 박살냈다는 걸 알아챘다. 그 누구도 저항하지 못했으리라.
잠시 후 내가 장령곡주 앞에 가자, 예상했던 대로 장령곡주의 의자에는 백련교주가 앉아 있었다. 권태로운 듯 길게 늘어져서 앉아 있던 백련교주가 말했다.
[ 목갑... 비등... 본교의 성련과 닮은 영화(靈花)... 거기에 마도서(魔道書)에 보패까지. 아주 흥미로운 보물이었다, 백웅.]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제 그 물건은 교주의 것이겠군요. 축하드립니다. 이제 어쩌시렵니까?"
오기가 생겨서 질문하자 백련교주는 왠지 웃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 목갑에 있던 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너는 상당한 의협(義俠)이더군.]
해적섬에서 구출한 포로들과 남궁세가에서 학대당한 여인들은 오기 전에 무영문에 맡겼다. 그러므로 지금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거취를 정하지 못해서 놔둔 대뢰옥의 포로들일 것이다. 개중에는 황연 대장군이 끼여있었고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들을 어떻게 하셨습니까?"
[ 그들이 황궁의 약점이라 할 수 있으니 내 수하에 거두었다. 황연 대장군은 앞으로 내 후원을 받아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
[ 너라는 인간에게 흥미가 생겼다. 어찌하여 그 보물을 손에 얻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알려주겠는가?]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걸 말한다 해서 뭐가 바뀌겠습니까?"
[ 후후... 그래.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네가 일부러 여기까지 온 걸 보니 내게 원하는 게 있나 보군. 그럼 이런 건 어떨까?]
교주의 이어진 말에 나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 천령단(天靈丹)을 네게 내려주고 호법사자로 임명하겠다. 또한 네가 교에 충성할 경우 내 후계자로 삼는 것도 고려해 보지.]
파격적인 제안!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호법사자는 사절입니다."
[ 왜지?]
"교주께선 왠지 제게 뇌신류를 모아오라고 명령하실 것 같으니까요. 저는 우연히 인연이 닿아 뇌신류를 익혔으나, 그들과 더 얽히는 건 사절입니다."
내 말에 교주가 재밌다는 듯 턱을 괴며 말했다.
[ 정말 재밌군. 내 생각을 앞서서 읽기라도 한 건가? 그리 똑똑해 보이지는 않는데...]
"......"
[ 좋아. 호법사자로 받아들이되 그 임무도 다른 자에게 맡기지. 그러면 받아들이겠나?]
"받아들이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다.
설마 백련교주에게 보물을 죄다 뺏길 줄은 몰랐지만, 천령단을 얻어낸다면 그걸로 족하다. 천령단만 얻어낸다면 결과적으로 내가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어차피 이제 천하는 본교의 것이다. 마음편히 있도록.]
그렇다.
내가 가진 보물들이 교주에게 모두 뺏긴 이상 그렇게 될 게 분명하다. 하나하나가 엄청난 위력을 가진 것들이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 어떻게 해야하지?'
천암비서가 없으면 전생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천암비서를 교주에게서 탈환하는 것!
그것이 절대명제가 되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