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4 천계(天界) =========================================================================
이광이 정신적 충격을 딛고 다시 일어선 것은 그로부터 약 보름이 지나서였다. 그 동안 곡기를 끊다시피 했던 이광은 피골이 상접한 상태였고 예전보다 얼굴에 주름이 늘어있는 초췌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의지력으로 충만해 있었다.
"내가 뇌신류를 위해 행동함은 결코 사리사욕을 위한 게 아니다! 그러므로 후회도 없다."
자기자신에게 다짐하듯 외친 이광이 말했다.
"그간 걱정 끼쳐서 미안하군. 이제 내 할 일을 하겠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다시 한 번 범균과 정윤보를 설득할 것이다."
그 말에 다들 우려섞인 기색으로 이광을 바라보았다.
' 전혀 설득될만한 자들이 아닌데?'
그들은 지켜야 할 것이 명확한 자들이었고 뇌신류의 복수심에서도 멀어져 있었다. 이광이 아무리 설득해도 넘어올 가망이 없어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광은 마치 당연한 듯이 말했다.
"설득하고말테니 걱정 마라."
어찌되었건 이광이 의욕이 있는 건 좋은 일이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이광을 데리고 비등을 써서 범균이 사는 장원으로 갔다. 범균은 또다시 이광이 찾아오자 질린 기색으로 외쳤다.
"거... 거머리같은 놈! 꺼져!"
"범균. 너는 열등하다."
"......?!"
뜬금없이 상대방을 까다니!
범균을 칭찬하거나 구슬려도 모자랄 판에 난데없이 무슨 강경수법이란 말인가? 모두 놀라서 이광을 쳐다보자, 이광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말했다.
"처음 뇌신류에 입문했을 때부터 쭈욱 너는 나보다 아래였다. 그렇잖은가?"
"이익."
"오직 정윤보만이 나와 겨룰 만 했지. 너는 한 번도 대련에서 내게 이긴 적이 없었다."
범균의 눈에 불꽃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광의 말은 사실인지 뭐라고 하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잠시 이를 악물고 있던 범균이 말했다.
"그래서 뭐 어쩌란 거냐? 네놈 무공이 강한 건 알고 있는데 이제 와서 나보고 뭘 어쩌라고? 그 잘난 무공으로 나를 패 죽이시게?"
"아니."
이광이 훗하고 웃더니 말했다.
"네 인생이 하찮아서 그런다."
"......!!"
"은사가 살해당하여 치욕을 안고 살아가는건 우리 셋 모두 마찬가지지. 그러나 원수에게 한 칼 대보는 것도 두려워서 안빈낙도로 현실을 도피하는 모질이가 있다니... 같은 뇌신류로서 부끄럽구나. 하물며 너같은 놈이 동기라니!"
"뭣..."
범균이 당황하자 이광이 창을 꺼내들었다. 그의 창에는 매서운 의념이 맺혀 있었다.
"패 죽이진 않겠다. 네놈의 하찮음을 되새겨 주마."
타닷!
이광은 말이 끝나자마자 범균에게 달려들었다. 놀랍게도 이광은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무당파의 칠대절학과 멸혼보의 기초를 습득했는지, 움직임에 그 절학의 요결이 배여있는 게 보였다.
범균도 호락호락한 사내가 아니었다. 그는 이광이 달려들자마자 자신의 창을 들어서 란(蘭)을 떨쳐냈다. 순식간에 이광의 찌르기를 흐트러뜨린 란은 곧장 창술의 육의를 전개하며 빠른 공방을 튀겨냈다.
' 강북제일창이 될 뻔 했다더니 과연 대단하군.'
범균 또한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러 있는 자였다. 지금 범균은 밀리고 있긴 하지만 이광과 제대로 겨루고 있었는데, 이광의 수준을 생각해 보면 범균만큼 싸울 수 있는 자는 무림인 중에서 극히 드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란나찰의 연계에서 느껴지는 창술의 수준은 달인급이었다.
하지만 이광은 약 오십 초 째에 갑자기 변초를 감아치더니 순식간에 범균의 방어영역을 꿰뚫어 버렸다. 백색 섬광이 범균의 귀밑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범균의 안색이 새하얘졌고, 이윽고 이광의 앞발차기가 범균의 명치에 날아들었다.
꽈앙!
경력에 맞아서 날아간 범균은 급히 신형을 추스렸지만 그 때는 이미 이광의 난폭한 찌르기가 연속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범균이 필사적으로 막아 보았지만 때는 늦어, 십 초도 지나지 않아서 이광의 창극이 범균의 목젖에 닿여 있었다. 한 치만 더 찔러도 범균의 목숨이 달아날 지경이었다.
백 초도 되지 않아서 승패가 가름난 것이다.
이광이 말했다.
"넌 평생 나를 이기지 못한다. 그렇게 살다 죽어."
슥 하고 창을 치운 이광이 고개를 돌렸다. 이광의 등 뒤를 바라보던 범균은 풀썩 주저앉아서 부들부들댔다.
"크... 크으윽..."
그러더니 범균이 악을 질렀다.
"이건 인정 못 해!!"
이광이 우뚝 멈춰섰다.
"뭘 인정 못한다는 거지?"
"네 녀석이 방금 쓴 것은 순수한 뇌신류의 무예가 아니다!! 타 문파의 절기를 섞어썼지? 틀림없어!!"
"그래. 장삼봉의 칠대절학을 썼지."
"헉!"
이광은 놀라는 범균에게 비웃듯이 말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진보할 거다. 반면에 네 녀석은 이 거지같은 장원의 장주로 생을 마감하겠지. 행복하게 잘 살아라, 범균."
"이익! 익! 크아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몸을 부들부들 떨던 범균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냐! 인정 못해!"
"그러니까 뭘 인정 못한다는 거냐?"
"그 칠대절학을 나도 배웠다면 너와 대등, 아니 그 이상일 것이다. 비겁한 놈!"
"호오... 정말이냐?"
"그래!!"
이광이 싱긋 웃었다.
"그럼 가르쳐준다면 어쩔테냐."
"......"
범균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정말이냐."
"그래."
"그런 광세절학을... 나에게도..."
"착각하지 마라."
차갑게 말을 끊은 이광이 비웃음을 흘렸다.
"뭘 배우든간에 너는 영원히 나보다 하수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가르쳐 주겠다는 거다."
"......"
범균은 할 말을 잊은 기색이 되었으나 이내 고개를 숙였다.
"네 동료가 되어 백련교에 돌아갈 테니 가르쳐 다오."
"좋아."
아무리 안빈낙도를 추구한다고 해도 그의 본질은 뇌신류 무인이었다. 게다가 그는 천재 이광의 동기로서 수십 년동안 묵은 열등감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절세절학을 배워서 이광을 추월하고 싶다는 욕심이 순간적으로 수치심을 앞서고 만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범균이 불쌍해서 할 말을 잃었다.
' 지, 지랄같은 성격이군...'
이광은 정말 개새끼였다. 상대를 얼르고 달래기는 커녕 철저하게 무시하고 깔보면서 경쟁심리를 부추기다니! 결과적으로 범균을 도발해서 끌어당기는데는 성공했지만, 범균이란 무인의 평생자존심을 완전히 깔아뭉개버린 것이다. 저런 발상은 보통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안다고 해서 따라할 수도 없었다. 인성의 수준 문제였다.
다음으로 우리는 정윤보를 찾아갔다. 엄숭의 저택 문을 두들기자, 이번에는 엄숭이 문을 열어주기는 커녕 안쪽에서 경비병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그리고 전각 위에서 엄숭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렸다.
"빌어먹을! 저 개자식들을 죽여버려어어어!!"
"와아아아아!!"
경비병들은 황실어림군 출신에다가 장비도 제대로 갖춘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더러 강호의 고수들도 섞여 있었다. 돈을 많이 써서 경비를 강화했는지 강호의 절정고수급도 몇 명 있었다. 그런 자들이 백여 명 이상 몰려들어서 일거에 덮쳐오자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진소청이 이광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스승님. 여기는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부탁한다."
꽈앙!
진소청이 그저 진각을 한 번 밟은 것 뿐이었다.
"히아아아악."
"허억!"
"괴물이다..."
그러나 파괴음과 함께 반경 이십 장 내에 있던 모든 것들이 진각의 충격 때문에 그대로 천공으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사람이 수십 명씩 허공 삼 장으로 날아가는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진소청이 단순히 의념절기를 응용했을 뿐이지만 그 순간 장내의 모든 인간들이 진소청의 무공수준을 깨닫고 굳어버리고 말았다.
말도 안되는 초고수!
진소청이 엄포를 놓듯 육합전성을 날렸다.
[ 오늘 우리 행사에 끼여드는 외인(外人)은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우리가 엄숭의 저택으로 당당히 정면으로 이동하자,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 많던 사람들이 우리와 시선을 마주치면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싸우려 들었다가는 진소청에게 일 초만에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다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앞을 가로막는 자는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렇게 엄숭의 전각 최상층에 도달하자, 거기에는 엄숭이 없었고 대신에 흑포를 입은 괴인 정윤보가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었다. 정윤보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광. 자네 제자 진소청의 성취가 상상을 초월하는군. 대체 어떻게 그 정도 경지에 도달한 거지?"
"장삼봉의 칠대절학을 얻었기 때문이지."
흠칫!
정윤보가 놀라서 몸을 떨자, 이광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 정도면 호법사자와도 자웅을 결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나?"
"... 호법사자를 이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이윽고 정윤보가 한숨을 쉬었다.
"허나 백련교주는 대체 어찌할 건가? 그 괴물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어."
"정윤보. 솔직히 말해라."
"뭘 말이냐."
이광과 정윤보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지금 네 눈은 탐욕 때문에 꿈틀거리고 있어."
"......!!"
"냉정해지니 네 감정이 아주 잘 보이는군."
냉막하게 말한 이광은 한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칠대절학을 익히고 싶지?"
"억측하지 마라."
"당연히 그럴 거야. 왜냐하면 네 녀석은 나를 평생의 호적수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광은 비웃듯이 말을 이었다.
"크크... 날 이기려고 고작 생각해 낸 게 [행복한 삶]이었다니, 우스워... 그렇게라도 나를 앞서고 싶었나?"
"내 가족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마라."
"당연히 네 가족에 대해 할 말은 없지. 왜냐하면 찌질한 건 네놈이니까."
"뭣..."
정윤보가 당황하자 이광이 말을 이었다.
"내 인생에 뭐가 남았냐고? 바로 진소청이 남았다. 네놈이 호법사자를 이길 수 없다며 손놓고 있을 때 내 제자는 장삼봉의 칠대절학을 찾아서 스스로 강해졌지. 그리고 뇌신류의 재흥을 위해 자기 목숨을 걸고 백련교에 들어갔다."
"......"
"권신의 호위무사가 되어서 뇌신류 제자들을 지원해줘? 웃기는군. 그건 거지에게 자선행위를 베푸는 것과 다를바 없는 네놈의 자위에 불과해."
"큭, 이 자식이..."
"증손자 좋아하시네."
이광이 이죽거렸다.
"크으으윽..."
정윤보는 대꾸를 못하면서도 열받았는지 이를 바득바득 가는 듯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금의위 고수들조차 이광을 보면 공포심부터 느끼는데 이광의 동기들은 화부터 내는구나.'
저런 게 바로 동기라는 존재인가?
이광은 자신의 창을 앞으로 뻗으며 말했다.
"선수는 양보하지. 지금의 너와 나의 수준차를 알려 주마."
"잘난 체 하지마라, 개자식아!"
꽈릉!
갑작스럽게 초절정고수 둘이 부딪히자 뇌음(雷音)이 울렸다. 둘 다 뇌령을 머금은 강기를 시전할 수 있었기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과연 정윤보는 이광과 맞먹는 재능을 지녔는지 무공수준 또한 대단했다. 이광은 범균을 손쉽게 누르던 때와 달리 쉽게 안쪽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서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콰과광
정윤보는 권법을 주 무기로 삼고 있었는데, 권법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아서 약하다는 편견과 다르게 그의 육신 자체가 강기로 뒤덮인 폭탄처럼 보였다. 정윤보의 권에 닿인 모든 것이 뇌전에 터져나가는 모습은 가공할 위용을 보이고 있었다.
정윤보와 이광이 겨우 이십 여 초밖에 부딪히지 않았는데 이미 전각의 최상층은 붕괴 직전이 되어 있었다. 전각이 무너질 것 같자 와 있던 사람들은 제각기 몸을 피해서 아래층으로 갔다. 그리고 전각의 한 층이 붕괴하자 둘의 대결은 격화되어서, 마치 천공에서 뇌전의 폭풍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 저게 뇌신류 최상위 고수들의 대결!'
나는 내심 감탄했다. 정윤보처럼 자신의 실력을 숨긴 뇌신류 고수가 존재하는 것이다. 허공답보를 써서 권섬을 날리던 정윤보에게 이광이 두 차례 찔러들어갔고, 정윤보는 이형환위를 써서 창극을 맨손으로 걷어냈다. 이윽고 정윤보가 발차기를 날려오자 이광은 무너지는 전각의 나무토막을 밟으며 회전베기를 했다.
스칵
"헉."
이번 공격은 매서웠는지 정윤보는 당황했다. 일순간 초식의 헛점을 뚫으며 정윤보의 호신강기를 관통한 것이다. 나는 이광의 한 수가 굴공참의 응용이란 걸 순식간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이광은 승기를 놓치지 않고 마치 맹수처럼 달려들어서 정윤보에게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콰광!
쾅!
다시 한 번 전각의 한 층이 무너졌다. 흩날리는 잔해 사이로 두 명의 신형이 얽히는데 정윤보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가득했다. 이윽고 이광이 뇌공섬을 날려서 정윤보를 공격하자 더 버틸 수 없는 형상이 되어버렸다.
쿠구궁...
정윤보의 몸이 큰 소음과 함께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는 몸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부들대면서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이광이 그를 따라서 지상에 착지하고는 싸늘하게 말했다.
"내가 이겼다, 정윤보."
"이... 이광...!!"
"이걸로 내가 2승 앞서나가는군. 어떻게 만회할 테냐?"
"......"
매섭게 이광을 노려보던 정윤보가 비틀거리며 말했다.
"오냐. 네놈 장단에 어울려 주마. 내가 가진 모든 뇌신류의 정보를 줄 테니 그 칠대절학을 내게도 가르쳐 줘라."
이광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니지."
"뭐?"
"제발 가르쳐 달라고 하면서 무릎꿇고 빌어라. 안 그러면 네놈 가족을 찾아가서 다 죽여버리겠다."
"......!!"
정윤보의 얼굴에 경악한 기색이 스쳐지나갔고, 이광의 얼굴에 싸늘한 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빨리 해. 마음 변하기 전에."
"죽일 새끼!!"
"셋을 세지."
그 때였다. 정윤보가 망설이며 무릎을 꿇을락말락 할 때 옆에 있던 진소청이 끼어들어서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광이 진소청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진소청이 말했다.
"스승님. 도를 넘지 마십시오."
"정윤보가 먼저 했다. 저 놈은 내 인생을 부정했어!"
이광이 거세게 외치자 진소청은 한숨을 쉬었다.
"미우나 싫으나 동기가 아니겠습니까? 받은것에 무조건 다 돌려주려 한다면 큰 원한을 사게 될 겁니다."
"......"
고민하던 이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정윤보에게 말했다.
"정윤보, 무릎은 꿇을 필요 없다. 대신 내게 제대로 사과해라."
정윤보는 그 말에 엉거주춤 자세를 풀고 일어서서는 고개를 숙였다.
"전에 했던 말은 미안했다 이광."
"흥."
이광은 코웃음을 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망량이 웃었다.
"하하! 이제 뇌신류 귀환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그 말대로였다. 이광의 두 동기가 합류한데다가 정윤보는 남은 뇌신류 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으니,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중원의 뇌신류가 부활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련의 광경을 보면서 마음속이 복잡해졌다.
' 사람이 어찌 저리 독할까?'
범균이나 정윤보에게 모욕을 받았지만 그 몇 배로 돌려주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시원하면서도 황당했다. 마치 세상 그 자체와 싸우려는 듯 분노로 충천해 있는 듯한 인간이 이광이었다. 몇 번이나 전생하며 지켜봤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렇게 독해야만 무림에서 살아남는 게 아닐까?
예전에 망량이 이광의 저런 점을 배워야 한다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단면으로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약 두 달 후.
정윤보의 정보력을 이용해서 뇌신류의 전승자가 총 열 다섯 명이 모이게 되었다. 그 안에는 벽력삼존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는 망량이 은근슬쩍 찾아낸 성과였다. 장내에 뇌신류 고수들이 십수 명이나 모여있으니 굉장한 투기(鬪氣)가 느껴졌다.
장내의 뇌신류 고수들을 훑어보던 독고성이 말했다.
"이제 우리 뇌신류는 백련교로 귀환한다."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독고성은 분노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교주 놈은 선대 호법사자의 최종절기를 미끼로 우리를 유인했다. 이는 우리의 잠재력을 철저히 얕보는 행동이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거겠지."
그래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독고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리는 반드시 원한을 갚을 것이다!"
쿠구궁
그 순간 뇌신류 전승자들에게서 일제히 뇌령지기가 뿜어져 나왔다. 저마다 사정은 달랐으나 뇌신류로서 백련교에 원한을 품고 있었다. 그들의 기세가 응축되자 마치 천하를 흐르는 패도와 같았다.
잠시 후 뇌신류 전승자들이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짐을 정리하고 나서 비등과 목갑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낙양으로 이동할 것이다. 뇌신류의 귀환이라는 임무가 거의 다 끝난 셈이었으므로 망량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거의 다 됐구려."
"망량. 이제 그럼..."
망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작을 반전의 권능으로 죽일 때가 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