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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334화 (334/1,615)

00334  천계(天界)  =========================================================================

백련교 입교!

그동안 천령단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일이지만, 이래저래 일이 꼬이는 바람에 진행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제 화신류와의 이야기가 다 되었으니 순조롭게 백련교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망량이 말했다.

"백웅. 한백령은 늦어도 석 달 이내에 답변을 준다고 했었소. 하지만 그녀는 일을 미루지 않는 성격이니 조만간 연락이 오게 될 거요."

"드디어 백련교에 들어가는군."

"후후, 기대되시오?"

"솔직히 그렇소."

과거 천암비서를 얻었던 초기만 해도 나는 백련교에 입교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다들 쉬쉬하며 백련교를 멀리하는 분위기였던 데다가 뇌신류의 무공을 배워서 강호를 독행하는 일에 만족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수록 맞닥뜨리는 적들이 강해지게 되자 이제 백련교의 심장부에 파고들어서 알아내야할 정보가 산더미처럼 많아진 것이다.

나는 망량에게 말했다.

"그럼 남은 시간 동안은 진랑곡에서 수행하면 되는 거요?"

"흠. 그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소."

"어떤 일이오?"

"제갈사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제갈사?

왜 여기서 제갈사 얘기가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지금 보패 산하사직도 내부에 유폐되어서 꼼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아닌가! 그러자 망량이 말했다.

"남궁세가의 순어구를 얻게 되며 상황이 달라졌소. 우리는 제갈사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오."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말해 주시오."

"일전에 제갈사가 당신과 교환할 때 이혼대법(移魂大法)을 댓가로 주었던 일이 있을 것이오."

"아."

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 분명히 선지자 앞에서 천우진과 제갈사 셋이서 댓가를 교환했었지.'

그 때의 대화내용도 빠르게 떠올릴 수 있었다. 제갈사가 수정석비에 대한 댓가로 내놓았던 게 바로 이혼대법이라는 비급이었다.

[ ... 이 비급(秘級)을 주겠다.]

[ 이혼대법(移魂大法)?]

[ 내가 가진 비급 중에 최상의 물건이다. 그 정도면 충분할거라 생각한다.]

그 때 천우진은 이혼대법을 가리켜서 배교 교주에게만 전승되는 물건이라고 했었다. 천우진이 비웃는 어조이긴 했어도 그렇게 공증했기 때문에 나도 제갈사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수정석비를 주었었다. 나는 예전 일을 곰곰히 생각하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 경황이 없어서 이혼대법을 수련하기는 커녕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했소."

"그랬겠지."

"제갈사가 이혼대법을 갖고있는 게 중요한 일이오?"

내 물음에 망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나는 당신에게 천신경의 수련을 더 시켜줄 생각이었지만 다른 계책이 생각났소. 그것은 칠요 중 화요(火曜)의 탐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작전이오."

"......!!"

화요!

칠요의 하나로서 내가 지닌 수요 막야와 동급의 지보! 나는 화요가 존재하는 전설의 대륙까지 찾아가는데는 성공했으나, 일식을 알아내는 일에 난항에 부딪혀서 돌아와있는 상태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진소청이 만두를 하나 집어먹으며 말했다.

"순어구와 이혼대법이란 걸 같이 응용할 모양이군."

진소청의 말에 망량이 감탄한 듯 말했다.

"바로 그렇소."

응용한다면 어떻게 응용한다는 소리일까? 내가 자못 흥미로운 눈으로 망량을 쳐다보자 그가 설명했다.

"우선, 남쪽 대륙에 일어나는 일식(日蝕)의 때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천문을 관측할 장비와 관측장비가 필요하오. 그 자료와 장비는 황궁 내황각에 보관되어 있으니 아무때고 백웅 당신이 비등과 목갑을 사용해서 가져오면 되지. 여기까지 이해했소?"

"음. 그렇군."

"다만 그 천문자료는 그대로는 쓸 수 없소. 왜냐하면 이전에도 설명했듯이 이 세계는 둥글기 때문이오."

"......?"

망량은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대지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소. 그래서 동서남북에는 시차가 존재하며, 일월(日月)이 뜨고 지는것도 큰 차이가 나지. 그건 비등을 이용해서 수만 리를 한번에 이동했던 백웅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대로요."

한꺼번에 수만 리를 이동할 경우 낮과 밤이 큰 차이가 난다. 과거에는 망량의 설명이 씨나락까먹는 소리로 들렸지만, 직접 비등을 써서 세상을 날아다니다 보니 이 세상이 둥글다는 게 선명하게 체감(體感)되는 것이다. 망량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중원의 천문자료를 바탕으로 하면 천문관측기구를 이용해 중원에 일어날 일식의 때를 대략적이나마 알 수 있으나, 남대륙에서는 또다시 측정을 해야만 하는 것이오. 왜냐하면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오."

"으음!"

나는 침음성을 흘리고는 물었다.

"남대륙에서 일식이 일어날 때 중원에서는 그걸 볼 수 없는 것이오?"

"그렇소. 왜냐하면 일식이라는 건 국소적으로 한 점에서만 측정가능한 현상이기 때문이오. 대륙이 다를 경우 볼 수가 없고, 심지어 현지에서도 볼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을 확률이 높소."

"헉!"

"사실 일식이라는 건 고대부터 언제 출현하는지 다 일자를 받아놓은 현상이오. 수리적, 물리적 계산을 이용해서 몇 년 후 어느 일월에 나타나는지 다 알고 있소. 그런만큼 다른 대륙이라면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야 하지. 왜냐하면 관측자료가 아예 없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망량이 말을 이었다.

"더욱 안좋은 것은 개기일식이 극히 희소한 천문현상이라는 점이오."

"문제가 있소?"

"희소한 만큼 주기가 굉장히 길지. 심한 경우 수십 년에 한 번 나타나기도 하오."

나는 망량의 말 뜻을 깨닫자 깜짝 놀랐다.

"그럼 설마... 지금부터 수십년 후에야 화요의 유적이 개방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오?"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운이오. 우리가 운이 좋다면 빠른 시일내에 화요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수십 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지."

"......"

"어쨌든간에 일단은 남대륙의 천문을 측정해야 시작을 할 수 있소."

망량은 잠시 물을 벌컥 들이키고는 말했다.

"그리고 그 천문측정에는 이혼대법과 순어구를 사용할 생각이오."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주시오."

"간단하오. 이혼대법으로 현지인들의 혼(魂)을 내 백(魄)에 매어놓고 그들로 하여금 천문을 측정하게 만드는 것이오. 그리고 순어구를 통해서 그들이 측정한 결과를 내가 전해듣고 자료를 쌓아나가는 거지."

"......?"

"천문측정은 긴 시간이 걸리는데다 상당한 인력도 필요하니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거요. 나중에 황궁을 제압한 후에는 초상기인으로 때워도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혼대법이 필수지."

순간 생뚱맞은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나는 반문했다.

"혼을 백에 매어놓는다니 그게 이혼대법의 공능이오?"

"그렇소. 이혼대법이 배교 최대의 비술(秘術)이라고 하는 이유이고, 도가에서 함부로 사도라고 경시하지 못하는 이유지."

망량은 오화칠금선을 펼치며 말을 이었다.

"이혼대법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혼을 비어있는 육체에 넣을 수 있는 술법이지만 상급단계로 갈수록 혼과 백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오. 이것은 자신의 혼백 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혼백도 조종할 수 있다는 뜻이지."

"어려워서 잘 모르겠소. 쉽게 설명해 주시오."

"음... 쉽게 말하자면 이혼대법에 걸린 자는 평상시처럼 멀쩡하게 생활하게 되지만, 실상은 그의 혼이 시전자의 감시하에 놓이게 되는 것이오. 원할 때 언제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으며, 대상이 보고듣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되지. 그것도 한 명 뿐만이 아니라 여러 명의 상대에게 시전이 가능하오."

"......!!"

나는 물론이고 진소청까지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상대방의 오감을 공유하는데다가 원할 때 꼭두각시로 부릴 수 있다니!

그것도 대상자는 대법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다니!

무림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나나 진소청은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망량의 말대로라면 이혼대법은 한꺼번에 여러 대상에게 시전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이혼대법의 무서운 위력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 무시무시한 술법이군."

"그래서 배교가 무림인들에게 백안시되면서도 천 년에 가까운 역사를 보유한 것이오."

"잠시만. 그렇다면 설마 예전 내 전생에서 제갈사가 내게 이혼대법을 걸었던 건..."

문득 떠오른 상상에 내가 안색이 새하얗게 되자 망량이 피식 웃었다.

"제갈사의 성격을 생각해 보시오. 당신이 전생자라는 걸 알게 되면 당신을 가만히 놔두겠소? 당연히 당신을 제압해서 혼백을 빼앗은 후 자신이 그 능력을 차지하려 하겠지. 제갈사는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전생자를 가만 놔둘 성격이 결코 아니오."

"아!"

하긴 그렇다.

"지금까지 제갈사가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는 건, 제갈사가 당신에게 이혼대법을 펼친 적이 없다는 증거요. 뭐, 이혼대법처럼 강력한 비술은 시전할 때 그만큼의 제약이 있기 때문이겠지."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진소청이 물었다.

"망량. 그런 당신은 이혼대법에 대해서 어떻게 그리도 자세히 알고 있소?"

"으음?"

"배교는 현재 무림에서 활동하지 않을 뿐더러, 백여 년 전부터 활동했다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 환상의 문파요. 이혼대법에 대해서도 그저 혼을 조종하는 술법이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 실체를 알고있는 자는 없소. 그런데 당신은 이혼대법은 물론이고 배교에 대해서 꽤 잘 아는 듯 하군."

"흠..."

망량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나는 도교의 수호자인 망량선사의 직계제자요. 비록 재능이 없어서 술력을 쌓지는 못했지만, 나는 현존하는 모든 유불선의 술법과 비술에 대해서 공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당연히 배교와 이혼대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전해들었지. 내 사제인 천우진도 마찬가지요."

"망량선사가 가르쳐줬다는 건가?"

"스승님의 지식량은 인간을 초월해있으며 우주의 이치에 맞닿아있소. 이 세상 그 어떤 현자도 스승님께는 먼지만도 못한 존재일 것이오."

무덤덤하게 대꾸한 망량이 말했다.

"아무튼 제갈사에게서 이혼대법을 얻게 되면 천문측정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러니 제갈사를 설득해야 하오."

"설득이라... 어떻게 설득하면 되겠소?"

"바로 그것 때문에 백웅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오."

망량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제갈사의 지력은 나와 대등한 수준이오. 그래서 어설픈 제안이나 유도에는 결코 속지 않소. 그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데, 그건 백웅 당신밖에 할 수 없는 일이지."

"음... 그에게 이혼대법의 댓가로 보물을 내어줘야 한다는 거군."

"백웅. 당신은 어떤 게 좋을거라 생각하시오?"

"......"

망량의 질문에 나는 턱을 괴고 생각했다.

' 이혼대법과 교환할 만한 보물이라?'

원래라면 흑백련이나 금괴를 내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흑백련은 이제 거의 다 써버린 상황이며, 금괴도 많이 써서 별로 남지 않았다. 게다가 제갈사가 흑백련이나 금괴를 마음에 들어할지도 의문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하면 예전 전생에서처럼 수정석비와 이혼대법을 교환하는 것인데, 수정석비를 꺼내오는 게 좋은 방법인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바로 지금이라도 수정석비를 황궁 심처에서 꺼내오는 건 간단하지만, 그럴 경우 황궁세력이 어떻게 반응할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일차적으로는 연금술사를 엿먹일 수 있겠지만 황궁이 그때그때 다른 방식으로 세력향상을 도모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손실분을 채우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아직 황궁과 제대로 붙지도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그들을 자극하는 건 무모한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수요 막야나 황금비등, 목갑, 흑요석, 혹은 황궁에 존재하는 무명제사서 정도가 남는다. 그러나 그것들은 무엇 하나라도 귀중하지 않은 게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흑요석과 무명제사서가 남는데, 이 중에서 흑요석은 배교교주의 비전인 이혼대법에 비교하자면 가치가 딸린다.

나는 고민하다가 말했다.

"황궁에서 무명제사서나 수정석비. 둘 중 하나는 훔쳐와야겠군."

"바로 그렇소. 그리고 그건 세상에서 당신밖에 할 수 없는 일이지."

"괜찮겠소?"

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황궁 놈들이 그것때문에 발악을 하면..."

"그 변수는 나도 측정을 할 수 없소. 하지만 괜찮으니까 걱정말고 갔다 오시오."

망량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일이 어떻게 굴러가든간에 당신이 이혼대법을 얻기만 하면 이득이지 않소."

"......"

나는 작전을 세우는 망량의 방식이 본질적으로 바뀐 걸 지금 실감할 수 있었다. 정말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내게 모든 걸 쏟아붓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하지만 기분나쁘고 불쾌하다기 보다는 도리어 투지가 끓어올랐다.

'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전생을 하는 것도 한도가 있다. 오십 번 백 번까지는 어떻게든 버틸지도 모르지만 그 이상이 되면 내 정신력이 못버틸 것이다. 망량을 비롯한 내 동료들도 죽고싶어서 죽는 건 아닐 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전생을 끝내고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며 힘있게 대답했다.

"그럼 바로 다녀 오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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