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327화 (327/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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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다음 날 나는 망량, 진소청과 함께 진랑곡에서 나왔다. 천우진은 제갈사를 봉인하며 진랑곡을 지키기 위해 머물기로 했다. 우리는 비등을 써서 낙양 내부로 들어온 후 따로 숙소를 잡았다. 망량은 객잔에서 차를 한 잔 시키고는 말했다.

"어제 말했던대로, 당장 오늘이라도 한백령을 만날 생각이오."

"서두르는 이유는 화신류의 대응을 느리게 하기 위해서, 맞소?"

"그렇소. 이제 사건이 벌어진지 하루이틀에 불과하니 지금이 최선이오. 화신류는 지금쯤 소식은 접했지만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일테니 교섭하기에 가장 적당하오."

그렇게 대꾸한 망량이 말을 이었다.

"정보가 쌓여서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자와 교섭하는건 바보짓이오. 애매모호한 정보때문에 잔머리를 굴리는 상대야말로 가장 적절하지. 그들이 사건의 전모를 알아내기 전에 움직일 수밖에 없소."

어제 이야기는 다 된 상태다. 굳이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해서 확실히 점검해두기 위함이었다. 나는 힐끔 진소청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 뭐, 진소청이 있으니 괜찮겠지.'

진소청의 현재 무위는 지금의 나로서는 잘 측정이 되지 않는다. 설령 한백령이 무력행사를 하러 나선다고 해도 진소청이라면 어떻게든 해 줄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 달만에 얻은 무공이라기엔 과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축복받은 무재를 지닌 진소청은 백여 년에 이르는 내 무술지식과 경험을 한꺼번에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는 현재의 진소청은 십여 년 이상 용맹정진한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나는 혹시나 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망량. 당신은 한백령을 어떻게 생각하오?"

"어떻기는. 반로환동한 괴물같은 고수지."

"그런게 아니라 앞으로의 전생에서도 그녀와 동료가 될 수 있겠소?"

한백령과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척을 진 적은 없다. 도리어 지금까지 십수 번 전생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아온 것이다. 어쩌면 그녀와도 흑요석을 공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흠..."

망량은 내 말을 듣자 의외인지 잠시 생각했다. 그러더니 대꾸했다.

"가능성은 있소. 그러나 확실하지 않은 점이 있어서 아직은 장담할 수 없소."

"확실하지 않은 점?"

"그녀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할 줄 아는 여장부요. 그래서 때로는 이야기가 잘 통하고 시원스러운 느낌을 받지. 그러나 그녀는 그러면서도 결코 자신의 이득을 함부로 포기하지 않소. 만일 급박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아무것도 모르오. 우리와 달리 그녀에게 있어서는 지켜야만 할 거대한 세력이 있기 때문이오."

"흐음..."

하긴 한백령이 화신류를 버리는 상황은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백웅. 명심하시오. 말이 잘 통한다는 게 믿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오. 당신이 믿을 수 있는가, 믿게 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인 거요."

"잘 알겠소."

갑자기 한 수 배운 느낌이다. 망량의 말에 섞인 현기를 곱씹고 있자 진소청이 말했다.

"닭이나 한 마리 시켜먹고 갑시다. 출출하던 참이라."

"좋소!"

"먹읍시다."

나와 진소청은 흔쾌히 그의 의견에 동의했고 잠시 후 닭요리가 나왔다. 그리고 튀긴 닭고기가 별미로 나왔는데, 갑자기 진소청이 같이 나온 매콤달콤한 부드러운 장을 튀긴 닭고기에 끼얹었다. 나는 대경해서 진소청에게 말했다.

"헉! 왜 붓는 거요?"

진소청이 어리둥절해했다.

"부어야 맛있을 거 같아서..."

그러자 망량이 크게 노하며 말했다.

"바보같은 소리! 찍어먹어야 맛있소."

"그... 그런가...?"

나와 망량이 안타까움을 표시할 때, 지나가던 객잔 주인장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하하. 찍어먹어도 부어먹어도 맛있습니다. 많이 드십시오."

나는 그 말에 볼멘소리를 했다.

"으으... 찍어먹는게 맛있는데."

하지만 이미 진소청이 장을 부어놓은 후라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먹는 수밖에 없었다. 또 시키기에는 왠지 돈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볶은 닭고기 요리를 먹은 후 찜닭을 다시 한 마리 먹은 후 객잔을 나왔다.

그리고 한씨세가의 문전에 가자, 예전처럼 헌원사도가 잠복해있는 기색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실력이 초절정에 이르고 나니 기감으로 확실히 그들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저들 정도면 딱 강호에서 일류라고 불리는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헌원사도들도 진소청이나 내 실력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듯, 은신을 풀고 문 앞을 막아섰다. 그들 중 첫째가 우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뉘시오?"

망량이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려는 듯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한씨세가의 가주를 뵈러 왔소. 선물을 가져왔소이다."

"선물? 그게 뭔지 우리에게 먼저 말하시오."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소. 본인께 직접 드리지 않으면 안 되오."

"그대들은 불청객이오. 성명과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면 돌아가는 걸 권하겠소."

스스스스

헌원사도의 말이 끝나는 순간 여기저기에서 잠복하던 고수들이 슬며시 기척을 드러내는 게 느껴졌다. 일류나 절정급 고수들이 호시탐탐 이쪽의 헛점을 살피는 게 보였다. 그러자 망량이 훗하고 웃으며 대꾸했다.

"나는 반천맹의 망량이라고 하오. 얼마 전에 한진성 소가주께 선물을 전달했는데 듣지 못하셨소?"

"음..."

헌원사도가 당황하며 뒤쪽을 쳐다보았다. 뒤쪽에는 한씨세가 빈객 중 최고수인 기룡신군이 서 있었는데, 그 또한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기룡신군이 빈객 대표로 앞으로 걸어나와서는 내게 포권했다.

"잠시 사실확인을 해야하니 기다리시오."

기룡신군이 눈짓하자 빠르게 헌원사도가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잠시 후 내부에서 한씨세가의 소가주인 한진성이 걸어나왔고, 그는 망량을 쳐다보며 눈에 이채를 띄었다. 그리고 한진성이 망량에게 포권했다.

"한진성이라 합니다. 일전의 선물은 잘 받았습니다, 반천맹주."

술렁

한씨세가 빈객들이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들은 영락없이 우리가 불청객이라 생각하고 쫓아내려 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손님이었기 때문이다. 한진성이 슬며시 손짓을 하자 빈객들은 기척을 숨기며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고, 한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조금 무례했군요. 하지만 근자에 흉흉한 소문이 들어서 경계심이 강해져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흐음, 아닙니다. 헌데 흉흉한 소문이라니?"

"그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서 마저 하시지요."

"알았소."

우리는 한진성을 따라서 한씨세가의 내부로 걸어들어갔다. 나는 슬며시 망량에게 전음을 보냈다.

[ 전에 돌아다닌게 이 준비를 하는 거였소?]

[ 하하, 물론이오. 나는 이미 낙양에 반천맹의 기반을 만들었고 한씨세가에도 물밑작업을 해 뒀소. 오늘의 행차는 아무 문제도 없을 거요.]

망량은 이미 준비를 다 해둔 모양이었다. 내가 내심 감탄하며 따라들어가자, 한진성은 고즈넉한 방에 들어갔다. 그 방에 앉은 한진성이 우리에게도 앉을 것을 권했고, 잠시 후 한진성이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반천맹의 창설기념으로 보내주신 금괴는 잘 받았습니다. 다만 반천맹의 위치를 알지 못하여 화답드리지 못한 건 죄송합니다."

망량은 내가 창립자금으로 줬던 금괴를 썼던 모양이다. 그러자 망량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아닙니다. 오늘 드릴 선물이 진짜배기인지라."

한진성의 눈이 살짝 빛났다.

"호오... 그렇습니까?"

"물론입니다. 가주께 직접 드리고 싶습니다만."

"제가 가주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습니다. 제게 주시는 건 가주께 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망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굉장히 위중한 일이라서 소가주께서 감당하기 힘들 듯 싶습니다만."

"어떤 선물이시기에 그리도 자신하시는지...?"

한진성은 황당해하며 말을 이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실례겠지만, 본가의 부(富)는 상당한지라 금괴도 큰 선물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금괴를 보내주는 성의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만나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걸 감안하고 말씀해 주시기를."

그야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얻은 정보에 의하면 한씨세가와 화신류는 중원 최대급의 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대세가를 한꺼번에 지원하고도 넉넉할 정도인데다 낙양의 고관대작을 상당수 매수하고 있을 정도이니 황금으로 방 하나를 채우고도 남는 부라고 할 수 있다. 한진성의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닌 것이다.

그러자 망량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당연히 그건 알고 있지요. 한씨세가가 숨겨진 알부자라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그래서 황금이나 재력으로는 결코 대체하거나 살 수 없는 보물을 오늘 가지고 왔습니다."

"흐음... 어떤 것입니까."

"말했듯이 가주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면 내놓을 생각이 없습니다. 허나 가주께서도 혹할만한 큰 보물이라는 건 저희 목숨을 걸고 장담하지요."

"......"

한진성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가주를 뵙게 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그 말에는 책임지셔야 할 것입니다."

"물론이오."

말에 책임지라는 건 선물이 마음에 안 들 경우 죽일수도 있다는 엄포였다. 실제로 여기가 화신류의 중원거점이나 다름없으며 화신류 호법사자가 머무는 거처라는 걸 알고 있으니 섬뜩하게 들렸다. 게다가 여기에는 알게모르게 화신류의 절정고수들도 많이 머물고있지 않은가?

하지만 내 옆에는 지금 진소청과 망량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고 안심이 되었다. 지금 내게 있어서 그들보다 믿음직한 존재는 세상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우리는 최심부의 정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마치 인형처럼 아름다운 흑발의 미녀가 서 있었는데, 나는 그녀가 화신류 호법사자 한백령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몇 번이고 만났으니 모를 수가 없다.

한백령은 힐끔 우리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누가 반천맹주냐?"

초면이라기엔 너무나 무례한 말투였으나 장내에서 그걸 문제삼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눈 앞의 존재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백령의 물음에 망량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와서 포권했다.

"반천맹주 망량이 화신류 호법사자 한백령 님을 뵙니다."

"......!!"

순간 한백령과 한진성의 얼굴이 굳었다. 갑작스럽게 핵심을 찔러버리는 말이었기에 한진성조차도 표정을 숨기지 못한 것이다. 한백령이 망량을 강하게 쏘아보며 의념으로 무형지기를 흘려보냈지만 나와 진소청이 힘을 써서 그 영향력을 차단했다. 그 낌새를 알아챈 한백령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제법 하는 놈들이군. 너희도 반천맹이냐?"

나는 그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침묵했다. 이럴 때는 그냥 망량에게 맡겨두는 게 맞다. 아니나 다를까 망량이 태연자약하게 대꾸했다.

"이 두 명은 반천맹은 아니지만 저와 마찬가지로 호법사자를 뵈러 오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큰 일입니다."

"뭐...?"

"먼저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망량은 운을 띄운 후 말을 이었다.

"저희는 백련교에 입교하고자 합니다. 그걸 위해 진상품을 가지고 왔으니 부디 이야기를 들어 주십시오."

"......"

한백령은 잠시 생각하더니 되물었다.

"너는 어떻게 우리가 백련교이며 내가 호법사자라는 걸 알았느냐?"

"저는 반천맹을 만들면서 정보를 긁어모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오대세가와 연결된 자금원을 조사하게 되었고, 그 근원을 추적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쉽게 믿기 힘들구나."

망량은 한백령이 우리를 추궁하는 분위기로 가기 전에 재빨리 말을 꺼냈다.

"또 하나 말씀드릴게 있습니다만."

"뭐냐?"

"저 또한 백련교와 무관하다 할 수 없습니다."

"그건 무슨 소리지?"

망량이 우리 쪽으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여기 이 두 사람은 백웅과 진소청이라고 합니다. 둘 다 뇌신류(雷神流)의 전승자입니다."

"......!!"

"저는 이 둘의 도움으로 겨우 반천맹을 만들 수 있었지요."

흠칫!

이번에야말로 한백령은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서 뇌신류가 나타날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그랬군. 뇌신류 재흥을 노리는 거냐? 그러면 남궁세가는 왜 건드렸지, 진소청?"

진소청은 한백령의 물음에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유는 알고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군소세가를 포학하게 멸망시킨 후 아녀자들을 납치해서 성노예로 삼았습니다. 이는 인간의 도리가 아니며 백련교의 교의에도 어긋나므로 그들을 멸했습니다."

"......"

한백령은 뭔가를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진소청, 네 무공은 본녀로서도 쉽사리 장담할 수 없다. 아마 현재로서는 네가 뇌신류 생존자 중에 최고수일 거라 생각한다. 너는 어찌 그런 무공을 그 젊은 나이에 쌓은 것이냐?"

"제 무공이 상승한 비결을 따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망량이 손뼉을 치며 끼어들었다.

"자자, 이만하면 본론으로 들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저희 진상품을 받아보실 마음이 드셨습니까?"

한백령이 차갑게 웃었다.

"흥... 어디 꺼내 봐라. 그 진상품이 남궁세가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할 게다."

"글쎄요. 그 열 배의 가치는 있다 생각합니다."

"뭐라고?"

망량은 내게서 받은 흑백련을 정갈한 목함에 넣어서 보관하고 있었다. 그가 목함을 품에서 꺼내서 한백령에게 공손하게 내밀자, 한백령이 삼 장 밖에서 허공섭물의 기술으로 목함을 가져갔다. 목함 내부에 있는 흑백련을 확인한 한백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건..."

"흑백련(黑白蓮)이라 합니다. 아시다시피 백련은 백련교의 성련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점은 흑련과 백련이 같은 연못에서 자란다는 것이지요. 또한 효력도 다릅니다."

"어떤 효력을 갖고 있느냐?"

"흑백련에서 뿜어져나오는 영기에서 짐작하고 계실텐데요."

망량이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흑백련은 주술적인 저주나 마력을 몰아내는 공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호법사자께서는 이 선물을 유용하게 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한백령은 뚫어져라 흑백련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다시 망량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요구조건이 있느냐?"

망량이 흑백련을 자기 손에 들고 교섭해도 상관없었겠지만 굳이 한백령에게 건네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망량은 한백령의 성격을 간파했기 때문에, 받은 댓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되돌려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상호신뢰의 표시로 먼저 물건을 건네주는 게 도리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말해 봐라."

망량은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크게 세 가지가 되겠습니다."

"욕심도 많구나."

"흑백련의 가치를 생각하면 그리 큰 부탁이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한백령은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흥, 말해 봐라."

"첫 번째는 남궁세가를 완전히 멸문시키는 걸 허락해 주셨으면 하고, 두 번째는 뇌신류가 백련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세 번째는?"

"제가 백련교주님을 알현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러자 한백령이 힐끔 한진성을 쳐다보았다.

"진성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금껏 한백령이 한진성에게 의견을 묻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한백령이 이 제안을 중대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한진성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대답했다.

"받아들여도 좋을 듯 합니다."

"그렇겠지."

한백령이 말을 이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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