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2 ----------------------------------------------
천계(天界)
천음지체!
' 아, 그런 일도 있었지.'
분명히 내 기억으로는 남궁세가의 후기지수인 창천검룡 남궁환이 술김에 허세로 약혼녀 모용연이 천음지체라는 비밀을 강호에 흘린 사건이었다. 그 결과 남궁환은 쫓기듯이 모용연을 데리고 도피하다가 자신의 친구인 진소청에게 구원을 요청하러 온 일이었다. 나는 그 일에 말려들어서 모용연을 강간하려는 강호인들과 싸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 일을 빌미로 진소청과 접촉한다니? 다소 생뚱맞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망량을 쳐다보자 망량이 말했다.
"흐음. 당신은 천음지체인 모용연이 사랑때문에 남궁환을 따라다녔다고 생각했나 보구려."
"응?"
나는 반문했다.
"진소청이 내게 그리 말하길래 그런줄 알고 있었소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닐 거요. 당신도 진소청도 꽤나 순진하군..."
그렇게 중얼거리던 망량이 오화칠금선을 팔락거렸다.
"시기상으로 보면 아마 한 달포쯤 남지 않았을까 싶소. 당신이 최적화된 속도로 기연을 모은 덕에 시간이 적절하게 맞춰졌군.
"그런가."
"일단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조가장(曺家莊)에서 정보를 얻어야겠군. 가 봅시다."
나는 망량과 함께 조가장으로 향했다. 조가장은 관중의 육대가 중 하나로서 과거 남궁환의 도피처를 제공함은 물론 진소청을 도운 적이 있었다. 나는 조가장에서 비밀을 알아내서 남궁환을 추적한 기억이 있었다.
조가장 근처에 도착하자 망량이 말했다.
"백웅. 은둔술(隱遁術)을 써 보시오."
"자신없는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나는 초급 술수를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으며 법보와 수요 덕에 힘이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은둔술은 꽤 난이도가 있는 술법이었다. 연습하다가 자주 실패했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그리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자 망량이 빙긋 웃었다.
"지레 걱정하지 마시오. 잠재력이 크다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되는 법. 지금의 당신은 과거와는 다를 거요."
"음... 알았소."
우웅
잠시 후 나는 은둔술을 시전했다. 나는 망량과 손을 잡고 조가장의 문지기들 앞을 천천히 이동했는데, 문지기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는 망량과 내 모습이 똑똑히 보이지만 타인은 우리를 인식할 수 없는 것이다.
' 성공인가.'
이윽고 문지기들을 통과해서 조가장의 안뜰까지 도착하자 조가장의 총관인 하준(河濬)이 보였다. 그는 예전에 나와 입씨름을 하다가 울며겨자먹기로 남궁환의 행방을 암시한 적이 있었다. 다소 깐깐하지만 총관의 직무에 충실한 인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곳은 내빈실 바로 앞이었다. 그리고 하준 옆에는 메기수염을 기르고 투실한 체형의 중년사내가 서 있었다. 그가 총관 하준에게 말했다.
"하 총관. 슬슬 창천검룡을 내보내세."
"장주님. 저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나는 들어가서 쉴 테니 나머지 일은 부탁하겠네."
"네."
중년사내는 아마 조가장주로 보였다. 조가장주는 뭔가 불편한 표정으로 내빈실으로 걸어들어갔다.
"후우. 남궁세가라... 왜 여기에까지 민폐를 끼친단 말인가?"
하 총관은 한숨을 쉬더니 투덜거리며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망량은 그런 하 총관의 뒷모습을 보더니 그를 따라가자고 손짓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 총관을 따라서 걸어갔다.
하 총관이 도달한 곳은 건물의 깊은 처소였다. 왠 방문 앞에 선 하 총관이 큰 소리로 말했다.
"창천검룡! 할 말이 있소이다."
잠시 후 안에서 창천검룡 남궁환이 걸어나왔다. 그는 예전에 보았던 것처럼 절세미남이었는데 어딘가 표정이 어두웠다. 그리고 방 안쪽에는 모용연의 모습이 힐끔 보였다. 곱지못한 눈으로 창천검룡을 쳐다보던 하 총관이 말을 꺼냈다.
"조만간 짐을 싸서 나가 주셨으면 하오."
남궁환은 침묵하다가 대꾸했다.
"좀 더 있으면 안되겠소? 달리 갈 곳이 없는데..."
그러자 하 총관이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남궁세가와 우리 조가장은 아무런 연고도 인연도 없는데 당신이 남궁세가의 위력을 앞세워서 억지를 부렸잖소. 하지만 당신들의 거취를 추적하는 강호의 잡졸들이 관중에 몰려들었소. 우리 조가장은 그 업까지 감당할 이유가 없소."
"이렇게 나를 내쫓으면 당신들은 후회할 것이오."
"하! 창천검룡이 광명정대한 후기지수라는 강호의 소문도 참 웃기군. 우리도 나름대로 뒷배경을 마련해 뒀으니 되지도 않는 협박질은 관두시오."
"......"
"흐응. 언제까지 버티나 보지."
하 총관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서 총총걸음으로 가 버렸다. 참 매몰차고 심술궂어 보였지만, 정작 대화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았다. 특히 나는 방금 전에 남궁환이 도리어 하 총관을 협박하는 대목에서는 괴이쩍음마저 느꼈다.
' 뭐야? 적반하장이라니...'
예전에 봤던 남궁환의 모습과 너무 대비되었다. 남궁환은 하 총관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남궁세가의 후계자인 내가 어찌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이어진 말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세가에 복귀하면 조가장의 구족을 멸해버리고 말겠다."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저게 정말로 정파의 최고 후기지수 중 한 명이자 오대세가의 후계자이며 절세미남자인 남궁환이 한 말이란 말인가? 게다가 창천검룡이 이름높은 의협이란 걸 생각하면, 아무리 박대당했다고 해도 할 말이 아니었다. 또한 방금 전에 했던 말에는 진심어린 살기가 섞여있어서 바보천치라고 해도 남궁환이 자신의 말을 실천할 거라는 사실을 예감할 수 있었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서 있자 망량이 내 등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썼다.
입(入)
그게 방에 들어가자는 뜻인 걸 알아챈 나는 망량의 손을 잡고 멸혼보로 스며들듯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남궁환은 뭔가 음풍(陰風)이 지나가자 으슬한지 어깨를 떨었지만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기색이었다.
잠시 후 문을 쾅 닫은 남궁환이 답답한듯 중얼거렸다.
"이를 어찌해야 하지? 진소청이 제때 안 와주면..."
"가가. 진소청이 정말 우리를 구해줄 수 있나요?"
"진소청의 무공은 굉장해. 동년배에서는 강호의 그 누구도 그를 당해낼 수 없을 거야. 왜냐하면 그는 사신위 청룡의 직계제자니까."
단호하게 말하는 남궁환의 말투에는 상당한 신뢰가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자 침음성을 흘렸다.
' 남궁환은 진소청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군.'
그 당시의 나조차도 잘 모르고 있었던 진소청의 진짜배기 실력을 알고 있었다니. 아마도 남궁세가의 후계자이기 때문에 어렴풋이 초절정의 진경이 뭔지 짐작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게 말한 남궁환이 다정하게 모용연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보다 아직도 몸이 안 좋은건가?"
모용연은 그 말에 움찔하며 대답했다.
"네... 방사(房事)는 참아 주세요."
"그대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놔두는 건 힘든 일인데."
"가가는 저를 사랑하니 참아주실 수 있지 않나요?"
"흠... 그리 하지."
남궁환은 입맛을 쩝 다시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나는 나가보겠어. 답답해서 산책이나 좀 해야겠군."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래."
남궁환이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그러자 망량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모용연 소저."
"아앗!!"
모용연은 난데없이 은둔술이 풀리며 나와 망량이 모습을 드러내자 대경했다. 그리고는 소리를 치려 했는데, 나는 재빨리 달려들어서 모용연의 아혈을 짚었다. 모용연도 무림인이라서 상당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지만 멸혼보를 섞은 움직임에는 저항하지 못하고 제압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모용연이 제압당하자 망량이 말했다.
"백웅. 그녀의 주운혈을 확인해 보시오."
나는 뜻밖의 주문에 그를 돌아보았다.
"망량. 그건..."
"어서."
나는 해괴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그녀의 주운혈에 기를 흘려넣어서 진맥해보았다. 그리고는 약간 민망해서 뺨을 긁으며 말했다.
"... 그녀는 경험이 없소이다."
"역시 그렇군."
"......!!"
주운혈은 여인이 처녀인지 아닌지 확인할 때 짚는 혈로서, 방금 전에 망량은 내게 그녀의 처녀지신을 확인해 보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용연이 수치심과 모욕감에 얼굴이 붉어져서 폭발하기 직전이 되자, 망량이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모용연 소저. 우리는 당신의 협조를 얻으려 왔소. 그리고 당신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도 짐작하고 왔소."
나는 망량의 눈짓에 모용연의 아혈을 풀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무슨 소리죠? 당신들은 누구예요?"
"나는 망량이고 이쪽은 백웅이오."
"이걸 풀어 줘요!"
"풀어줄 거요. 의혹을 확인하고 나면."
그렇게 말한 망량이 오화칠금선을 펄럭이며 예리한 눈빛으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시오, 모용연. 당신은 남궁 공자를 의심하고 있지 않소?"
"......"
"겉으로는 그를 정인처럼 대하고 있으나 몸을 허락하지 않는 건, 그가 다른 꿍꿍이속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그건 모용세가와 남궁세가의 관계, 그리고 당신이 보유한 천음지체의 비밀과도 연관이 있을거라 생각하오."
모용연은 정곡을 찔렸는지 딱딱한 표정이 되었다. 망량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내 생각대로라면 모용연 당신은 더없이 난감한 처지에 처해있을 거요. 진소청이 당신들을 구출해내고 말고와는 별개로, 당신 스스로는 팔려가듯이 남궁세가에 시집가는 처지가 되어있는 거겠지. 그래서 남궁 공자의 진의를 확인해보고 싶을 것 같은데 아니오?"
"그... 그건."
모용연이 잠시 후 평정을 잃고 말했다.
"당신들이 뭔데 내 일에 끼어드는 건가요? 나는 모용세가의 당당한 자손이에요! 정체도 모르는 괴한에게 의탁할 정도로 한심하진 않아요."
망량이 도발하듯 말했다.
"한심이라... 그럼 당신은 이대로 상황이 흘러가도 좋소?"
"......"
"잘 생각하시오. 우리는 진소청에게 볼일이 있어서 당신과 의견을 공유하러 온 것이오. 당신만 우리를 도와준다면 서로가 이득이 될 수 있단 말이오. 또한 우리는 당신과 남궁환이 강호에 나오게 된 내막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소."
그리고 망량은 남궁환이 천음지체의 비밀을 털어놓고 두 사람이 강호에 쫓겨나온 사실을 말했다. 거기까지 듣자 모용연의 얼굴이 약간 누그러졌다.
"진소청에게 볼 일이 있다구요?"
"그렇소. 소저와 우리의 목표는 겹치지 않으니 서로를 도울 수 있을 거요."
모용연은 뭔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남궁환 공자의 진의를 어떻게 확인하겠다는 말인가요?"
"이런 방법이오."
잠시 후 망량이 계획을 설명하자 모용연은 빠져드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계획에 납득했는지,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요. 나는 창천검룡 남궁환을 의심하고 있어요."
"역시 그렇군."
모용연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천음지체라는 비밀이 강호에 새어나온 정황이 너무 이상해요. 그는 술김에 어쩌다보니 실수를 했다고 하지만 말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그와 연인이 된 이래로 줄곧 몸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 위기는 사실이지. 남궁환이 위기를 겪는 한이 있어도 음흉하게 노리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그걸 모르겠어요. 그는 나의 정랑이 될 사람인데 왜 굳이..."
망량이 훗하고 웃었다.
"그러니 확인해보자는 것이오. 당신이 우리 계획대로만 해 주면 되는 일이니."
"... 알았어요."
"동맹성립이군. 조만간 같이 일할 때가 올 것이오."
우리는 모용연과 일시적인 동맹을 맺고 계획을 짰다. 그리고 모용연에게서 물러나온 후 관중 시내의 객잔으로 향했다.
"한 달포나 남았으니 이제...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방을 잡은 망량은 닭고기를 시켜먹으려 했지만, 잠시 후 뭔가 아니라 생각했는지 주문을 취소하고는 말했다. 망량이 말했다.
"시간을 아껴야겠군. 어서 다른 일을 처리합시다."
"다른 일이라니 무슨 일 말이오?"
"광성자의 유적으로 갑시다. 삼황내문(三皇內文)의 소재를 알아야겠소."
"아하!"
나는 망량이 굉장히 시간을 빠듯하게 운용하려는 낌새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일을 좀 나중에 해도 될 텐데, 비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적절하게 아껴쓰려는 것이다. 그건 아마도 지금까지의 실패경험이 원인인 듯 했다.
파앗
이윽고 나와 망량은 비등을 써서 공동산(??山)으로 향했다. 나는 공동산에 직접 와본 적은 없지만 지선 망량의 기억을 전승받았기에 가까운 위치로 올 수 있었다. 지선 망량의 기억에 따르면 이 곳에 바로 광성자의 유적이 있으며, 그 내부에 삼황내문이라고 하는 전설의 유물이 존재하는 것이다. 망량은 공동산 어귀의 한 폐허로 향했고, 그 폐허에서 주문을 외웠다.
파앗
이윽고 흙과 나무더미가 흩어져 있던 그 폐허는 난데없이 어디론가 들어가는 동굴이 생겨났다. 망량은 그 동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삼황내문이 있다 알고 있소."
"들어가 본 경험이 없는게 아쉽군."
"그러게 말이오. 저번 죽음은 너무 급박한 일이었소."
애석한 듯 중얼거린 망량이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라면 하루만에 다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하오."
"당신이 혼자서 들어갔을 때는 꽤 시간이 걸렸던 걸로 알고 있소만..."
"그건 진랑곡에서 공동산까지 오는 시간이 길었고 무공도 술법도 바닥이었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거요. 지금은 당신이 순식간에 데려다주었으니 하루면 충분할 것 같소."
"흠, 그렇다면야."
이윽고 나와 망량은 유적동굴로 진입했다. 유적동굴은 군데군데 태극(太極)이 새겨져 있었는데, 하나하나에서 상당한 영기가 느껴졌다. 확실한 것은 이족의 유적을 탐사할 때처럼 사악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고 도리어 성스러운 힘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우우우...
잠시 후 망량이 안좋은 표정이 되었다.
"이런! 진(陣)이 변화하는군."
망량이 당황한 듯 말했다.
"백웅. 의념절기로 저쪽 진을 깨 주시오."
"알았소!"
콰앙
이윽고 내가 막야에서 검강을 뽑아내서 휘두르자 동굴 한켠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후로도 망량의 지시에 따라서 여기저기를 부수면서 계속 이동했다. 그렇게 약 한 시진 가량을 씨름하며 계속 이동하자 망량이 지쳐서 말했다.
"헉... 헉... 거의 다 됐군."
"그렇소?"
망량이 턱에 맺힌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진의 파해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소. 하지만 내게 힘이 없어서 그냥 정석으로만 깨려고 하니 몇 달씩 걸렸던 모양이군. 이 유적에서 숙식을 하면서 별 고생을 다 했을 거야. 지금은 당신이 힘으로 불필요한 부분을 깨 주어서 거의 다 된 듯 하오."
"......"
과거 삼황내문을 얻은 망량이 그렇게 대단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이유는, 그만한 고생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이윽고 마지막 진법의 파해가 끝나자, 기나긴 동굴의 미로가 끝나고 출구가 보였다. 새하얀 출구의 빛을 따라서 걸어나오자, 그 곳에는 신령스러운 빛을 내뿜는 적색 빛의 족자가 존재했다. 둥실거리며 허공에 떠 있는 그 족자는 얼핏 봐도 굉장한 힘을 머금고 있는 듯 했다.
"저게 삼황내문이군."
망량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거침없이 손을 뻗었다.
쉬리리릭
삼황내문은 망량의 손에 닿이자 마치 물결처럼 변해서 그의 손가락으로 빨려들어갔다. 이윽고 삼황내문이 끝까지 빨려들어가고 나자, 망량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표정으로 동공이 풀어졌다.
약 한 식경동안 굳어서 움직이지 않던 망량의 몸에서 이윽고 적색빛의 영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망량은 적색 기운을 손바닥에 머금고 주먹을 몇 번 쥐더니 환하게 웃었다.
"좋소! 이걸로 나는 삼황내문의 주인이 되었소."
"잘 되었구려."
아닌 게 아니라 망량의 영기는 굉장히 발달해 있었다. 술법사의 수준을 판단할 때는 보통 영기(靈氣)의 강함을 보는 편인데, 본디 보통 사람과 다를바없었던 망량의 영기가 육안에 보일 정도로 강해진 것이다. 무림인으로 치면 한 순간에 기연을 얻어서 절정고수 수준으로 상승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목표에 한걸음 가까워졌군."
그렇게 중얼거린 망량이 눈을 빛냈다.
"마침 잘 되었소. 바로 지금 백웅 당신에게 천신경(千神鏡)의 술법을 전수해주겠소. 천신경을 전수해주고 나면 딱 시간이 맞겠군."
"천신경?"
"삼황내문에 수록된 비술(秘術)이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이 세상 그 어떤 도사나 신선도 알지 못하는 술법이지."
망량은 싱글거렸다.
"수기공양의 하위호환이라고 해 둘까? 당신은 이걸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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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 화는 2일 오전 8시까지 올리겠습니다 ㅠㅠ
약간 시간계산이 잘못되어서 내용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