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308화 (308/1,615)

0308 ----------------------------------------------

천계(天界)

복마전의 지배자가 강림한다고?

나와 진소청은 그 말의 의미를 잘 알 수 없어서 어리둥절했다. 어쨌든간에 흑막이 강림하는 것일텐데 그럼 신적인 존재가 이 땅에 내려온다는 소리인가? 그러나 옆에 같이 있던 천우진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말했다.

"사형. 스승님께서 '그'를 억제하고 있지 않소?"

"맞네. 이번에 나타나는 것도 '그'의 본체가 아니네. 주작의 뜻대로 명 제국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사신의 힘이 극강해졌을 때나 나타날 수 있었겠지."

"그렇다면 사형이 말하는 건..."

"사도 달기를 직접 관리하고 있는 [옛 지배자]일세. 황궁을 가장 직접적으로 조종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으음."

나는 술법사 두 명이 이야기하는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망량에게 물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좀 더 제대로 설명을..."

망량은 참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백웅. 당신은 아주 잘 했소. 내가 없는데도 이 정도로 잘해내다니, 당신은 이미 일국의 군주가 될만한 역량이 있는 거요. 하지만 이제부터 벌어지는 일은 불가항력이며, 우리가 좀 더 시간을 두고 직면했어야 할 절망이었소."

"무슨..."

"잘 들으시오. 주작의 계획은 이런 거였소."

그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주작은 백웅 당신이 어떻게든 세력을 모아서 쳐들어올 것을 예측했소. 그리고 백련교까지 끌어들일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지. 그랬기에 백련교주와 칠요 때문에 자신이 모아놓은 황궁세력이 패배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었고, 또 하나의 계획을 준비했소."

"또 하나의 계획?"

"바로 신(神)을 직접 강림시키는 계획이오. 바로 복마전을 지배하는 관리자를 말하는 것이오."

"......!!"

"물론 주작도 그저 계획만 해두었을 뿐 별로 실행할 생각은 없어보이더군. 하지만 달기까지 패배하고 황제가 죽은 이상, 이제 그 계획을 실행해버릴 것이오."

나는 망량의 말을 듣자 대충 감이 잡혔다. 즉 [옛 지배자] 그 자체가 황궁에 현신한다는 말이 아닌가? 천계에서도 경외시할 정도의 어마어마하게 강대한 사신(邪神)이 나타나면 모든 전황이 뒤집힐 게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망량에게 물었다.

"잠깐! 놈들은 이미 사도 달기를 소환했잖소? 거기에도 왠만큼 진을 빼고 제물을 바쳤을 거요. [옛 지배자]라는 거대한 신격이 현신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거대한 댓가가 필요할 텐데?"

"댓가라면 있소."

망량은 한숨을 쉬었다.

"아니... 놈들은 이미 봉선의식에서 바쳐버렸지. 힘과 권력의 광기에 잠식되어서 해선 안될 짓을 해 버렸던 거요."

"뭘 바쳤단 말이오?"

"중원의 3할!"

"......?'

나는 망량의 말에 뜬금없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왠 3할을 이야기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에 아까 황제와 백련교주의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 백련교주. 다시 말하지. 지금이라도 나와 손을 잡는다면 감숙성, 청해성, 사천성, 귀주성을 그대의 영토로 인정하고 그대를 친왕(親王)이자 국사(國師)로 봉하겠소. 그리고 그 영토의 영구적인 자치권을 주겠소. 또한 백련교를 중원의 제일교(第一敎)로 인정하며 최대의 지원을 해줄 것을 약속하오.]

그래. 분명히 황제는 그렇게 백련교주에게 제안했었다.

그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감숙성과 청해성 사천성 귀주성은 중원의 서방(西方)에 속하는 땅이었다. 그리고 땅의 크기로 볼때 중화영토의 약 3할에 속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거대한 땅을 일개 교단에게 떼어준다는 것에 놀랐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황제의 말과 망량의 말을 연결하자 소름끼치는 결론에 순식간에 도달했다. 나는 믿기지가 않아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서... 설마... 감숙 청해 사천 귀주성의 인간을..."

내가 말하고도 어이가 없다.

설마 그런 미친 짓을 정말로?

"후... 황제나 주작이 이미 그걸로 함정을 팠던 모양이군."

"... 놈들은 백련교주를 낚으려 했소."

"그렇다면 백웅 당신 생각대로요."

"진짜요?! 정말로 봉선의식에서 그걸 이미 제물로 내놨단 말이오?!"

내가 반문하자 망량이 침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황제와 주작 일행은 봉선의식에서 이미 창힐은 물론이고 복마전의 사신(邪神)들에게 그걸 댓가로 내놓았소. 바로 감숙성, 청해성, 사천성, 귀주성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사신에게 제물로 바치기로 약속했던 것이오!"

"......!!"

"적어도 수백만 명의 영혼이 영문도 모른 채 [옛 지배자]에게 바쳐지겠지. 그들은 영겁토록 괴로워하며 잡아먹힐 것이오..."

장내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수백만 명 단위의 인신공양!

설마 인간의 문명이 발달해 있는 이 시점에 그런 미친 짓이 일어날 것이라고 누가 생각할 것인가? 나는 너무 엄청난 일이라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태경촌의 참화가 다시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처참한 인신공양이 수백 명 단위도 아니고 수백만 명 단위로 일어나며, 모든 자들이 광기에 휩싸여 죽어갈 것이다. 그건 그 어떤 전쟁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대참사가 될 게 분명하다.

' 천계가 서둘러 미호에게 월요를 하사해서 황제를 죽이려 든 게 바로 그것 때문이었구나!'

천계는 아마 우리보다 훨씬 먼저 황궁의 계획을 알아챘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수백만 명 단위의 인신공양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든 미호가 황제를 없애게끔 했으리라. 그게 우연찮게 나와 백련교주의 연합과 합류하게 된 셈이다.

생각해보면 기가 막힌 일이다. 황제가 어쩐지 통크게 백련교에 지분을 할양하는 듯 싶었는데, 사실 자기들이 이미 제물로 바쳐 황폐화될 예정인 땅이었던 것이다. 백련교주가 만일 황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감숙 땅에서 종말만을 기다려야 했으리라.

천우진이 망량에게 말했다.

"사형. 스승님께 도움을 청합시다. 만일 [옛 지배자]의 강림이 확실하다면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일이오."

"사제... 스승님은 외신(外神)을 봉인하느라 모든 힘을 다 쓰고 계시네. 우리를 위해서 티끌만큼의 힘도 내어줄 수 없으실 걸세. 그건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를 봉인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기적이라는 걸..."

"크윽..."

천우진이 그 답지 않게 침통하게 고개를 떨어뜨렸다. 저 오만불손하고 자신감 넘치는 천재조차도 좌절할 정도로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의미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

"망량. 칠요의 힘이 2개나 있고 백련교주와 호법사자 또한 있소. 이 힘을 합치면 아무리 [옛 지배자]라고 해도 조금은..."

망량은 고통스럽게 외쳤다.

"백웅. 그런 생각은 하지 마시오. 그건 전제부터 틀려먹었소. 신(神)이라는 건 격이 다른 존재요. 맞서싸우려 들면 파멸할 수밖에 없소!"

나는 그의 표정을 보고는 흠칫했다. 망량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자신에게 절망한 눈물마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망량이 진심으로 지금의 상황을 회복불가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망량이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백웅. 나는 원래 봉선의식으로 삼황오제의 진실을 알아내고 칠요의 힘을 차근차근 모으며 진행하려 했소. 수요, 월요, 거기에 최소한 화요까지 3개의 칠요는 모으고 나서 황궁과 본격적으로 싸울 수 있을거라 여겼소. 그러나 내가 잡혀버리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정말 통한 그 자체구려."

"자책하지 마시오..."

"백웅. 적어도 칠요 중 4개를 모으지 않으면 신과 정면대결은 꿈도 꾸지 마시오. 이걸 반드시 기억해 두시오..."

넋나간듯 중얼거리던 망량이 말했다.

"지금 최고의 작전은 모든 세력을 수습해서 황궁에서 도망치는 것 뿐이오. 특히 백웅 당신과 미호는 결코 잡혀서는 안 되오!"

"도망친다고?"

"더 이야기할 시간이 없겠군. 서둘러 움직입시다!"

그러자 듣고 있던 진소청이 당황해서 물었다.

"자... 잠깐. 우리가 도망친다면 그 4개성의 수백만 명의 인간들은 어떻게 되는거요?"

"......"

망량도 천우진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반응에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막을 방법이 없다.

수백만 명 단위의 학살을 막을 방법은 도저히 없는 것이다!

'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나는 멍해졌다. 이번 생에서는 큰 실패도 없이 계획대로 잘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까지 사도 달기를 쓰러뜨린 후에는 완전히 승리한 분위기에 젖어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황궁에 쳐들어오기도 전에 패배해 있었던 셈이 아닌가?

말 그대로 주작은 '이기고 나서 싸운다'라는 격언을 실천한 셈이었다.

이번 생은 완전히 주작에게 패배한 셈이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직... 아냐."

아직 나는 진 게 아니다. 살아있는 이상 앞으로도 싸워서 이길 틈은 있을 것이다.

나는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세 명을 데리고 태룡전 앞으로 갔다. 그리고 태룡전 앞에 모여있던 검마와 독고성 일행에게 급히 말했다.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선 목갑에 들어 가십시오!"

"아니?! 무슨 일인가..."

"일단 대피해야 합니다."

나는 간략하게 설명한 후 아군을 목갑에 빠르게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던 백련교 사대무류의 고수들을 보았다. 수신류, 풍신류, 화신류의 고수들이 여기저기에서 쉬고 있었다.

' 대피시켜야겠지.'

이대로 황궁에 놓아두면 그들도 [옛 지배자]의 먹잇감이 되고 말 것이다. 백련교인들이 그런 처참한 꼴을 당하게 하는 건 양심상 좋지가 않았기에 나는 그들도 설득할 필요를 느꼈다.

내가 화신류의 장로급 고수에게 다가가서 목갑에 들어가라고 하자, 그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미쳤소? 어떻게 당신을 믿고 그런 술법기보에 들어가란 말이오?"

"지금 정말 위험한 상황이오. 당장이라도 모두가 몰살할 거요."

"웃기지 마시오. 우리는 교주님과 호법사자님의 명 외에는 듣지 않소."

"크윽."

나는 백련교 고수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교주와 호법사자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 부탁이 있소. 우선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 주시오."

"내가 왜 그런 부탁을 들어야 하지?"

"뇌신류 호법사자로서 하는 명이오. 이 정도 명령이면 듣겠소?"

나는 교주에게 받은 뇌신류 호법사자의 집법패를 빼들었다. 그러자 화신류 장로가 입맛을 다셨다.

"알았소."

당장은 백련교인까지 대피시키기는 무리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일단 비등을 이용해서 내 아군부터 멀리 떨어진 무영문의 본거지 하남성까지 옮겼다. 무영문 본거지에 사람들을 데려다놓은 후 나는 다시 황궁으로 되돌아가려 했다.

그러자 검마와 독고성이 나를 제지했다.

"가지 말게!"

"네?"

"지금 신이 강림하려고 한다면서? 그러면 그냥 여기 있게! 어찌 그런 사지(死地)로 가려는 건가."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저도 목숨을 버리고싶지는 않지만 백련교주와 호법사자가 그들의 먹이가 되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황궁에 대항할 세력이 하나도 남지 않을 겁니다."

"끄응..."

"무운을 빌어 주십시오."

"후우. 자네는 정말이지 죽음을 뭐라 생각하는건지..."

검마가 씁쓸하게 말했다. 그는 내가 너무 위험을 무릅쓴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대답할 말이 마땅치 않아서 머리를 긁적이고는 다시 비등을 써서 홀로 황궁으로 향했다.

파앗

황궁에 도착한 나는 교주와 호법사자가 향한 5층 전각으로 시선을 옮겼다. 죽으나 사나 저기로 가서 교주와 호법사자를 빠르게 퇴각시키는 게 내 최대 임무인 것이다. 내가 마음속의 배짱을 돋우며 앞으로 걸어갈 때였다.

[ 이봐! 너 정말 저기에 갈 생각이야?]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그게 내가 감지하지 못하는 특이한 은형술(隱形術)이란 걸 감지한 나는 흠칫했다. 적어도 지금의 내 무공으로는 상대의 은신술과 기습을 막지 못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 엄청난 고수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고수가 아직 있었단 말인가?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렇소."

[ 왜?]

"곧 신이 강림하면 다 죽기 때문이오."

그러자 의문의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 율주(律主)의 예측대로군. 내가 여기서 해야할 일이 생길 거라고 하더니 그 말대로야.]

"무슨...?"

그 목소리가 허공 속에서 울려퍼졌다.

[ 앞으로 가라.]

"뭣..."

[ 빨리 가라고. 바쁜 거 아니었냐.]

나는 입을 다물고 빠르게 전진했다.

난데없이 나타난 의문의 고수! 그와 드잡이질을 하기에는 남겨진 시간이 많지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그는 내 일을 도와줄 모양이었으므로 일단 도움을 받고 보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타닷

전각의 1층으로 들어서자, 나는 교주와 호법사자들과 미호가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어둠의 구체가 휘돌고 있었다. 구체의 크기는 약 3장으로, 나선의 회색빛이 구체 주변을 빙빙 도는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교주가 내 기척을 느꼈는지 말을 걸었다.

[ 백웅. 이게 뭔지 아는가?]

"뭘 하고 계십니까?"

[ 이 전각의 5층까지 모두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특이한 건 이것 뿐이었다. 알 수 없는 힘이 회전하고 있구나.]

나는 소름끼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교주에게 외쳤다.

"교주! 도망쳐야 합니다. 그건 아마 [옛 지배자]가 강림하고 있는 겁니다."

틀림없다!

태룡전이 부숴지고 나서 이 전각이 나타난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이게 바로 [옛 지배자]가 강림하는 제단이기 때문이다. 이 검은 구체에서 언제 신이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혓바닥이 바싹바싹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 뭣이...?]

"지금이라도 백련교도를 인솔해서 황궁을 벗어나야 합니다. 신이 강림하면 방법이 없습니다."

[ ......]

"교주!"

내가 재촉했지만 백련교주는 묵묵히 검은 구체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 잘 됐군.]

"네?! 무슨 말입니까."

[ 나는 처음부터 신과 결판을 내려고 왔다. 그와 교섭해서 무생노모의 법문을 얻어내고자 온 것이다. 그가 강림하고 나면 이야기를 하겠다.]

"마... 말도 안 되는."

나는 백련교주가 진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까 주작과 이야기할 때는 다소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여겼으나, 그는 정말로 신(神)과 담판을 지으려는 것이다! 도대체 인간이 얼마나 광오해지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과거 수요에 강림한 이타콰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직접 본 적이 있던 나로서는 이해가 불가능했다.

나는 급히 미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미호에게 전음을 보냈다.

[ 미호! 도망치자. 여기 있으면 개죽음이야. 여기서 우리가 죽고 칠요를 뺏기면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 백련교주라는 자는 어떻게 하느냐?]

[ 빌어먹을, 냅둬! 죽고싶다는데 뭘 어쩔 거야?!]

나는 신경질을 낼 수밖에 없었다. 백련교주의 광오함이 지금 내게 있어서는 차라리 불쾌함으로까지 와닿았기 때문이다. 미호 또한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 가자.]

나는 가기 전에 한백령에게 전음을 보냈다.

[ 한백령! 목숨이 아깝다면 도망치시오. 신은 인간으로서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오.]

그러자 한백령이 내 쪽을 쳐다보았다.

[ 나는 호법사자이기에 교주와 운명을 같이 할 것이다.]

나는 그 말에서 뭔가를 직감했다. 설마 한백령은 신과 싸우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이 자리에 남아있단 말인가? 그런 기색은 한백령 뿐만이 아닌 듯 용비천과 독고준도 태연한 신색이었다. 호법사자들은 기본적으로 교주가 행하는 일에 전적으로 따르게끔 되어있는 것이다.

' 제길.'

나는 우선 미호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우 -

콰직.

그게 끝이었다.

피의 비(血雨)가 흩날렸다.

수신류의 호법사자 독고준의 신체는 어디에선가 튀어나온 이형(異形)의 손가락에 짓이겨져서 핏조각이 되고 말았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으므로 장내의 누구도 한번에 반응하지 못했다. 독고준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순식간에 절명한 것이다.

아니 - 그걸 손가락이라고 불러야 할까? 마치 개구리의 손가락처럼 점막으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허공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그것도 무공의 초고수인 독고준이 반응조차 하지 못했으니 실로 기괴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다. 저건 속도가 아니었다. 속도만으로는 백련교주도 독고준을 저렇게 죽일 수가 없을 것이다. 상대가 뭔가 기괴한 권능을 써서 일격에 독고준을 참살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하앗!]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백련교주였다. 그는 곧장 달기와 싸울 때처럼 태극을 일으킴과 동시에 현겁(賢劫)의 공간을 만들어내어서 이형의 신체(神體)를 구속하려 했다. 백련교주의 힘은 효과가 있는지 얼핏 그 개구리같은 손바닥은 옴짝달싹 못하는 것 같았다.

' 과연 백련교주... 어?'

하지만 나는 이내 상황이 좋지 못함을 알아차렸다.

주르륵

백련교주의 무면탈 아래로 핏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게 백련교주의 전신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다. 나는 놀라서 그 모습을 쳐다보았는데 백련교주가 외쳤다.

[ 신이여! 이야기를 들어주시오!]

쿠웅

백련교주가 한층 강하게 태극에 기(氣)와 의념을 쏟아내며 밀어붙였다. 그러자 개구리 손바닥은 서서히 밀려났다. 백련교주의 전신에 흐르던 핏물도 조금 기세를 덜하는 듯 했다. 나는 너무나 긴장하고 놀라워서 목구멍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 도... 도망쳐야...'

백련교주가 신을 밀어붙인 게 아니다. 아무리 봐도, 조그마한 동물이 필사적으로 밀어내자 마치 애완동물의 애교를 받아주듯이 밀려나 준 것이다. 백련교주급 무공경지를 알지 못하는 내가 보기에도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허공에서 나타난 개구리 손바닥은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너무 압도적인 힘이라서 손과 발이 후들거리며 떨린다.

이게 신의 힘이란 말인가?

백련교주가 안간힘을 쓰자 잠시동안 어둠의 구체에서 뻗어나오던 힘이 수그러들었다. 그러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어떤 [의지]가 장내에 흘렀다.

벌레.

단지 그 한 마디 뿐이었다.

그것이 복마전의 지배자가 가지는 유일한 의지로 보였다.

퍼버벙!

[ 크으윽!]

백련교주가 신음성을 흘렸다. 어떻게 된 건지도 알 수 없었지만 백련교주의 한쪽 팔이 크게 뜯겨서 날아가 버렸다. 아니 - 여기까지 와서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 드는게 무의미하다. 그저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격차가 보였다.

백련교주는 그제서야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는 전신에 힘을 끌어모으며 한번 몸을 부풀렸다. 두 배는 몸뚱이가 커진 백련교주가 거대한 육합전성을 장내에 퍼뜨렸다.

[ 모두 도망쳐라!]

지이잉

백련교주의 몸 주변에 수십 수백 개나 되는 만다라(曼茶羅)가 떠올랐다. 그리고 교주의 몸은 당장이라도 꺼질듯한 불꽃처럼 엄청난 크기의 영기를 피워올렸다. 아마 달기와 싸울때도 최대전력을 보존하고 있던 교주가 최대의 무공경지를 시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저 경지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세간의 초절정고수들이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경지일 것이다.

쿠구구구

[ 심천무량(心天無量)!]

격렬한 진동이 솟아오름과 동시에 다시 한 번 개구리 손바닥이 앞으로 내리쳤다. 교주는 허공에서 가부좌를 튼 채 그 공격을 만다라의 방패로 막아내었으나, 이번에는 그의 양쪽 귀가 퍽하고 떨어져 나갔다. 신의 힘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댓가로 계속해서 사지가 떨어져나가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 광경에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은 전의를 잃고 혼란상태에서 외쳤다.

"이, 이야기가 다르잖아! 나는 살려주기로..."

역시 저 놈은 황궁과 결탁한 거였나? 하지만 주작은 용비천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기에 신의 강림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듯 했다.

퍼엉!

개구리 손바닥은 용비천이 거슬렸는지 갑작스럽게 손가락을 튕겨서 그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이로써 호법사자 두 명이 죽은 것이다.

한백령이 이를 악물고 자신의 쌍검을 들고 사신의 손바닥에게 덤벼들었다.

"십이무극용왕참(十二無極龍王斬)!!"

쿠오오오

열두 마리의 염룡(炎龍)이 의념으로 만들어지며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백령의 모든 의념지기와 진원진기를 끌어온 듯, 한백령의 몸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이윽고 초절정고수의 필살기 열두 발에 맞먹는 거대한 의념절기가 개구리 손바닥으로 쏘아져 나갔다.

슈욱

하지만 그 때였다. 시공간이 난데없이 뒤바뀐 것 같았다. 한백령의 기술은 조그맣게 변해서 손바닥의 장저(掌低)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한백령도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크윽..."

미호가 입술을 덜덜 떨었다.

"아, 안돼... 도망쳐야 돼..."

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게 [옛 지배자]의 힘인가?

내가 상상했던 수준을 너무나 현격하게 넘어서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몸 하나 빼낼 틈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도 용이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빠르게 장내를 살펴보다가 순식간에 비등으로 미호와 한백령을 붙잡고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했다.

파앗

"어..."

뭔가 이상하다.

뭔가가... 허전하다.

나는 다음 순간, 내 두 다리가 사라져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 크아아아아아악!!!"

나는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비등으로 이동하고 보니 내 다리가, 그것도 두 쪽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라져 버렸다기 보다는 무언가가 장난하듯이 잡아서 뜯어버렸다는 느낌이었다. 극렬한 고통과 상실감에 나는 미친듯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의식이 멀어짐을 느꼈다. 이대로는 두 다리가 뜯겨나간 출혈 때문에 그대로 출혈사할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미호가 다급히 월요의 힘을 소환해서 내게 치유술법을 시전했다.

"정신 차려! 안 돼!"

"헉... 헉..."

너무 아프다.

말 그대로 벌레처럼 다리가 뜯겨나간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내가 도대체 뭐에 당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공격하기 직전까지 알아차릴 수도 없는 듯 했다.

' 여.... 여긴.'

내가 이동한 곳은 과거에 왔었던 태산의 천제단이었다. 왜 동료가 있는 곳으로 안 가고 여기로 왔을까 생각했지만, 나는 무의식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옛 지배자]라면 내 비등으로 향하는 장소를 쫓아올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게 바로 신이라는 존재다.

무영문으로 이동하면 동료들이 몰살해버릴지도 모르기에, 나는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태산의 천제단으로 온 것이다.

그 때였다.

"정녕 어리석군... 너희의 패배는 시작하기 전부터 정해져 있었는데, 왜 신을 이기려고 드는 거지?"

주작 제갈유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미호가 입을 앙다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주작 제갈유룡이 어째서 이 자리에 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는 태산에는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술법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제갈유룡이 물끄러미 우리 쪽을 보더니 말했다.

"칠요를 내놔라. 그러면 너희가 편히 죽을 수 있게 해 주마."

"웃기지... 마..."

나는 숨을 헐떡였다. 다리가 잘린 상태라서 도저히 싸울수가 없지만 그래도 주작에게 칠요를 넘겨줄 수는 없었다. 이미 [옛 지배자]의 소환에 성공한 놈들이 칠요의 힘까지 얻게 되면 어떤 대재앙이 닥칠지 모른다. 수백만 명이 아니라 그 열 배나 되는 인간이 죽게 될지도 모른다!

파앗

미호가 예고없이 월요의 힘을 발휘해서 강력한 월영(月影)을 주작에게 내뿜었다. 미호의 능력은 현재 굉장히 높아져 있었기에 주작의 본래 무공이라면 당해내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주작의 몸 주변에 갑자기 왠 방어막이 떠올랐다.

파앙

"아니?!"

미호가 당황했다. 주작이 훗하고 웃었다.

"한번에 자기 밑천을 드러내는 놈이 어딨지? 아까는 네놈들을 황궁 심처까지 유인해야 했으니 다소 패배도 감수했다. 하지만 지금은 힘을 감출 필요가 없지."

"그 방어막은 뭐냐...!!"

미호가 으르렁거리자 주작이 대답했다.

"보다시피 팔괘의 힘이다. 선천팔괘의 힘이지. 바로 토요(土曜) 팔괘도(八卦圖)에서 빌려오는 힘이다."

"......!!"

미호는 물론 나도 경악했다.

설마 주작이 칠요의 주인이란 말인가?!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나도 칠요의 주인이면 좋겠지만 이건 그냥 복마전에서 대여한 힘이니까. 신을 모시는 댓가로 빌려쓰는 힘이라고 해 둘까?"

부우웅

주작이 한쪽 손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천지 사방에 팔괘(八卦)가 가득차며 새까만 직선이 종횡무진하는 광경이 나타났다. 천지가 팔괘에 갇힌 모양새는 심상치 않았고, 미호는 팔괘의 포위를 풀기 위해 사방천지로 월영을 쏘아냈다.

하지만 월영은 허공에서 소멸되고 말았다.

"앗!"

주작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팔괘는 천지의 근원. 또한 삼황 복희가 만들어낸 최고의 주술체계지. 토요 팔괘도로 팔진도를 펼칠 수 있으니 모든 술법을 봉인할 수 있다."

"크윽."

"그럼 끝이다."

최대의 위기가 다가왔다. 이대로 주작에게 죽으면 칠요를 빼앗겨서 모든 게 망하고 말 것이다. 나는 다리가 잘린 고통속에서 생각을 거듭하다가 미호에게 전음을 보냈다.

[ 미호, 나를 천제단으로 옮겨줘!]

[ 뭘 할 생각이냐?]

[ 빨리!]

위잉

미호는 재빨리 월요의 힘을 끌어내어서 나를 업고 천제단 위로 갔다. 지금도 계속 토요 팔괘도 때문에 힘이 봉인되고 있는지 미호는 원래 힘의 1할도 못 쓰고 있는 듯 했다. 주작은 어이가 없다는 듯 우리를 보고 비웃었다.

"하하. 이제 와서 천제단 위에서 뭘 할 셈이지? 거기가 무덤자리로 좋다 생각하는가?"

"글쎄..."

나는 출혈때문에 창백해진 얼굴로 미호의 등에 업혀서 대꾸했다.

"다 죽게 된 이상 확실하게 깽판을 쳐야겠지..."

"뭐?"

"천제단은 천계와의 연결통로... 유일한 고리라고 했지... 그럼 여기서 칠요를 공명 해방시키고 완전히 폭발시키면... 어떻게 될까..."

"......!!"

주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는 힘없이 웃었다.

"전욱이 만들어놓은 경계가 사라지고... 천계가 직접 세상에 내려올지도 모르지...?"

"미친 소리! 미친 짓 하지 마라."

"어쨌든... 네놈이 불러놓은 [옛 지배자]가 멋대로 굴진 못하겠지..."

힘의 법칙이란 게 그렇다.

깡패같은 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대등한 힘을 가진 자가 몇 명이나 더 있다면 함부로 설치지 못한다. 나는 그것까지 고려해서 태산에 온 것이다.

주작이 격렬하게 외쳤다.

"그런 짓을 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나? 천계의 경계가 사라진다는게 무슨 뜻인지 모르느냐?!"

"모르겠는데..."

그는 체면도 잃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

"진정한 삼황오제가 다시 강림한다! 그리고 그들은 유예고 뭐고 이번에야말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모든 걸 파멸시킬 것이다! 그 자들의 본질은 결국 [옛 지배자]와 다르지 않으니까!! 그건 복마전이 만들어낼 미래보다 백 배는 끔찍한 상황일텐데 미친 짓 하지 말아라!!"

나와 미호를 막지 못할거란 사실을 이성으로 알아챈 것이다. 아무리 토요로 움직임을 봉했다고 하더라도 나와 미호가 칠요를 감응시키는 행위는 찰나면 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그런 일도 생기나.

세상이 멸망하는 건가.

' 뒈져.'

하지만 나는 정말 알 바 아니었다. 내가 이제 곧 죽게 생겼고, 저 놈이 날 죽이고 나면 알게 뭐란 말인가? 억울하게 나만 죽고 끝나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끝날 바에야 저 놈까지 엿을 먹이고 죽는 편이 백 배는 낫다.

나는 경악에 물든 주작의 얼굴을 바라보며 히쭉 웃었다.

"헤헤... 미호."

"왜 불러?"

정말로 마음에 안 든다.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지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랑... 같이 죽어 줘."

나는 말하면서도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생각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기분좋게 황궁을 털어버리고, 이후에 미호와도 다시 인연을 맺어나가는 나날이었는데. 설마 이런 곳에서 같이 죽자고 비참한 이야기나 꺼내다니. 나 자신이 한심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

"......"

미호의 등이 미세하게 떨렸다.

미호는 뭔가를 참는 듯한 목소리로 킬킬 웃었다.

"... 아하하. 같이 죽어 줄게."

아아.

이렇게 되는건가.

결국 이렇게...

주륵

나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미호의 등에 떨구고 말았다. 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울지 마, 바보야. 남자잖아."

"그러는 너는 여자야?"

"... 바보."

미호의 목소리도 떨렸다. 그녀도 울음을 참고 있었다.

주작이 버럭 소리를 치는 게 들려왔다.

"미친 것들!! 칠요를 내놔..."

그 순간, 나와 미호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칠요를 꺼내들었다.

수요 막야에서 청령(靑靈)의 빛이, 월요 삼신기에서 은령(銀靈)의 빛이 새어나왔다.

팔괘를 소환하면서 이 쪽으로 달려들던 주작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고 다음 순간 세상이 부숴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악."

주작의 몸이 빛에 먹혀서 터져나가는 광경이 속시원했다.

쩌저적

천제단에 빛의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차원이 깨어지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그 빛의 광류(狂流) 속에서 몸이 부숴져 가면서, 나는 차원 너머에 있던 여덟 개의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옥좌(玉座)에서 일어서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는 제왕(帝王)의 위풍을 지니고 있었으며 관(冠)을 머리에 쓰고 있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지며 태초의 존재들이 일어선다.

' 저게... 삼황오제...'

이렇게 모든 게 끝나는 건가.

그것이 나의 17번째 죽음이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