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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304화 (304/1,615)

0304 ----------------------------------------------

천계(天界)

이 자리에 미호가 나타나다니!

자신이 월요의 주인이라고 선언한 미호는 황제를 향해 여우불꽃을 날렸다. 가볍게 손을 휘젓는 것 같았지만, 그 순간 은빛 섬광이 마치 파도처럼 일렁이며 수십 장 크기로 날아갔고 황제는 피할 틈도 없이 섬광에 맞았다.

후우웅

기경한 폭발음 하나 없이, 은빛 섬광이 지나간 자리는 깔끔하게 비워져 있었다. 대지조차도 마른 단면처럼 베여나가 있었다. 황제는 물론 그를 호위하고 있던 연금술사 마저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 저건 무슨 기술이지?'

내가 의문스러워할 틈도 없이 미호가 짜증을 냈다.

[ 피했군. 하지만 끝까지 도망칠 순 없을 것이다!]

미호는 재차 황제를 찾으려는지 자신의 기를 모으는 기색이었다. 내가 서둘러 미호에게 이야기를 걸어보려 할 때 백련교주의 육합전성이 내게 들려 왔다.

[ 황제를 생포하게. 그 후에 얘기를 하지.]

[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제의 제안은?]

[ 상황이 달라졌군. 우선 내 말대로 하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백련교주는 황제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황제를 붙잡아서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다지 믿기지가 않았다. 백련교주의 무력이라면 언제든지간에 황제를 붙잡을 수 있었을텐데 새삼 내게 부탁하는 이유가 뭘까?

' 빌어먹을. 의도를 모르겠어.'

확실한 건 미호의 출현이 그에게 모종의 심경의 변화를 주었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이건 내게 기회일 수도 있었으므로 나는 침착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어차피 나 또한 황제를 붙잡아야 했으므로 백련교주의 말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 알겠습니다.]

미호가 갑자기 번뜩하고 눈을 떴다.

[ 거기구나!]

쉬익

미호의 몸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아무래도 월요의 힘을 써서 연금술사의 술법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한 황제의 위치를 알아낸 모양이었다.

' 윽. 어떻게 따라가지?'

나는 곤란함을 느꼈다. 나도 비등을 써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술법사들처럼 가본 적 없는 곳에 몸을 옮기거나 결계에 숨어있는 적을 감지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 미호와 황제 일행은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해도 무방한 셈이었다.

' 이럴 줄 알았다면 술법 수련도 좀 해둘 걸...'

나는 엉거주춤 움직이지 못했다. 난데없는 상황변화에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백련교주가 호법사자들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 용비천. 그대는 백웅을 호위하도록.]

"존명!"

[ 그리고 독고준 너는 바깥상황을 정리하고 와라. 네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존명!"

[ 흠. 거추장스럽군.]

백련교주는 일 장을 내뻗어서 황궁 태룡전을 완전히 박살내 버렸다.

콰과과광!!

보통 건물이 부숴지면 잔해와 구조물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백련교주의 장력이 너무나 압도적이라서 태룡전이 통째로 허공으로 치솟는 것 같았다. 이윽고 잔해마저 올올히 태워지듯 사라지자 말끔한 허공이 나타났다.

' 저... 저게 사람의 무공인가?'

나는 기가 질렸다. 태룡전을 장력으로 부수는 건 나도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교주가 보여준 신위는 내 최대출력을 수십 배나 상회했기 때문이다.

[ 움직여라.]

"넵."

호법사자들은 명령이 떨어지자 기민하게 움직였다.

한백령은 허공 어딘가로 몸을 날리는 백련교주를 무공술로 따라갔고, 독고준은 태룡전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용비천은 흑호가면을 쓴 채 내 곁에 다가왔다.

"교주의 명대로 호위하겠다."

"......"

나는 물론이고 이광도 용비천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바로 저 놈이야말로 뇌신류의 숙적이 아닌가? 그러자 용비천이 피식 웃었다.

"흐흐. 나도 네놈들과 언제고 결판은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공공의 적이 있으니 우선은 손을 잡지 않겠나?"

"우리 방해나 하지 마시오. 당신은 교주를 따라가도 무방하오."

"그럴 수는 없지. 너를 호위하는게 교주의 명이니까."

능글맞게 말한 용비천이 팔짱을 꼈다.

"공연히 나대지 말고 바깥으로 나가서 일행과 합류하는게 어떠냐? 이 곳은 위험하다."

"위험하긴 개뿔이... 팔진도가 통째로 날아가버렸잖소. 여긴 이제 맨땅이오."

"입만 산 놈."

용비천이 투덜거렸지만 내 말은 사실이었다.

주작이 죽었는데도 팔진도는 해제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런데 교주가 방금 날린 개세적인 일 장에 팔진도가 근원까지 뿌리뽑혀서 한방에 소멸되어버린 것이다. 팔진도가 보패급 결계라는 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기가막힐 수밖에 없었다. 교주의 무공은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러자 옆에 창백한 얼굴로 서 있던 이광이 말했다.

"그 말대로다... 어쨌든 황제를 쫓으려면 천우진이나 제갈사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음. 그렇군."

"일단 나가자."

"알겠소."

나는 갑작스럽게 미호를 본 것 때문에 당황해서 머리가 안 돌아가고 있었는데 이광이 냉정한 판단을 내려준 셈이었다. 내가 수긍하고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키이잉...

"엇?!"

나는 깜짝 놀랐다. 몇 걸음 옮기지도 않아서 재차 팔진도가 복구된 것이다! 아직까지는 생문(生門)의 영역이라서 위험이 닥쳐오지 않았지만, 내 술법지식으로 볼 때 사방에 새겨져있는 팔괘문양은 팔진도가 펼쳐졌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 이럴 수가 있나?'

이 팔진도는 뭔가 이상하다!

진법이란 건 원래 알맞은 파해법에 따라 해제되거나, 술자의 죽음이나 해제로 소멸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팔진도는 마치 시전자인 주작의 죽음과는 상관도 없는 것처럼 멋대로 펼쳐져서 지속적으로 버티고 있다가, 지금은 부활해버린 것이다. 이런 건 지선 망량의 술법지식에서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용비천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말했다.

"이봐. 무슨 일이지? 분위기가 바뀌었어."

"... 이 곳은 위험하오. 어서 피해야겠소."

"그래. 내 말을 들으라니까."

"개소리 말고 내 등에 손을 얹으시오."

"......"

파앗!

나는 다음 순간 비등을 써서 두 사람과 함께 태룡전 바깥으로 나왔다. 바깥으로 나오자 검마, 독고성을 포함해서 동료들이 그 자리에 대기하고 있었다. 검마가 놀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찌된 일인가?"

"보시다시피 월요의 주인 때문에 태룡전이 날아갔고 황제와 연금술사는 도주했습니다."

나는 간략하게 안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주작은?"

"이광이 죽였습니다."

좌중의 시선이 이광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이광은 뇌명을 극대로 발휘한 것 때문에 크게 지쳤는지 그들의 시선을 모조리 무시하는 듯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천우진이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죽었다고? 그럼 왜 여기에 다시 팔진도가 펼쳐져 있는 거요?"

"나도 모르겠소. 하지만 주작은 분명히 이광의 절초에 몸이 터져 죽었소."

"희한한 일이군."

천우진이 투덜거리자 제갈사가 말했다.

"난 짐작가는 게 있다. 근데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

"뭐요?"

"정말로... 주작이 선대 내황각주냐?"

제갈사의 질문은 뭔가 망설이는 듯 했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틀림없소. 자기 입으로 제갈가의 가주인 제갈유룡이라 말했소."

"......"

제갈사는 전에 없이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내 말대로라면 사신위 주작은 사실 태산노옹이며, 그의 친형이기 때문이다. 제갈사는 여기까지 단순히 흥미본위로 온 게 아니라 이 사실을 확인하려고 왔을지도 모른다.

잠시 후 제갈사가 입을 열었다.

"팔진도가 다시 펼쳐진 이유는 간단하다. 제갈유룡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말이 된다. 초상기인(超上奇人)과 같은 원리지."

중얼거린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내 형인 제갈유룡은 팔괘(八卦)의 달인(達人)이다. 팔괘를 이용해서 인간의 육체에 기틀을 잡고 영육에 념(念)을 불어넣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단지 거기에 안정성과 지속성이 부족했을 뿐."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소."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멍청한 녀석... 제갈유룡은 초상기인처럼 완성된 육신을 여러 개 마련해두었다는 소리다. 그리고 불상사가 일어나면 그 육체에 자신의 영혼을 자유자재로 옮길 수가 있다는 거지. 원래 그의 술법만으로는 안 될 텐데 연금술사라는 놈이 어지간히도 뛰어난 마법사인 모양이군."

"......!!"

나는 제갈사의 말을 알아듣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서, 설마 그 자는 복제인간을 여럿 마련했다는 소리요?"

제갈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황궁의 초상기인을 제작한 것도 형님일 거다. 초상기인은 [옛 지배자]에게 바치는 제물용으로 사용했겠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자신의 예비육체를 만들어 놓은 모양이군."

"그럼 지금 제갈유룡은...?"

"글쎄. 어딘가에 마련해둔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예비육체를 이용해서 부활했겠지."

제갈사가 힐끔 눈 앞의 팔진도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 팔진도는 그가 눈을 뜸과 동시에 재작동한 것일테고."

"......"

"크크... 형님도 어지간히 조심성이 많아. 봉선의식으로 불로불사를 받았을텐데도 돌다리를 두들기는군."

나는 경악으로 몸이 떨리는 걸 느꼈다. 세상에 예비육체를 이용해서 원하는만큼 부활할 수 있는 술법이라니! 이런 건 도저히 상식으로는 허용될 수 없을 정도의 고급술법이었다. 놀란 건 나만이 아닌지 이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무림인들이 멍청한 표정으로 제갈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천우진이 말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천계의 심기를 거슬렀겠지. 그래서 월요의 주인이 강림한 것일 테고."

"천우진. 미호와 황제가 어디있는지 알 수 있겠소?"

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당신 얘기를 듣자마자 추적하고 있었소. 대충 윤곽이 잡히긴 했소."

"바로 갑시다!"

내가 외치자 천우진이 힐끔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가서 어쩔 생각이오? 백련교주에 황제에 월요의 주인이 난장판을 치는 아수라장일텐데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 거요?"

나는 멈칫한 후 대답했다.

"지금의 나라면 수요의 힘으로 싸울 수 있소."

이건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해방을 거친 지금의 수요는 이전까지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영력(靈力)을 내게 공급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무공 뿐만이 아니라 다른 능력도 사용할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시오. 지금 이 전력을 보존할 수 있다면 당신은 강호에서 둘도 없는 세력을 만드는게 가능하오."

천우진의 손이 슬며시 내 뒤편을 가리켰다. 나는 나도 모르게 천우진의 손짓을 따라서 시선을 옮겼는데, 거기에는 지금까지 내가 모아 온 동료들이 있었다. 검마, 독고성, 진소청, 제갈사, 이광을 포함해서 무영문의 고수들이 서 있었다. 이들의 영향력과 무공을 생각하면 확실히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다.

용비천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세력 운운하는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도 저 자 말이 옳다 생각한다. 교주께서 싸우시는 전장에 네놈이 찾아가서 뭘 하겠다는 것이냐? 괜히 휩쓸리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

그러자 듣고 있던 검마가 말했다.

"백웅. 그냥 가 보게."

좌중의 시선이 검마에게 쏠렸다. 용비천은 약간의 살기어린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았지만 검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자네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나도 천우진의 말을 따르라 했을 것이네. 그러나 자네는 사정이 달라. 자네는 무조건 하나라도 많은 경험을 하는 게 이득이야."

"음..."

"망설이지 말고 가게. 뒷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감사합니다."

옆에 있던 독고성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래, 걱정 마라! 죽기밖에 더 하겠냐?"

그들은 내가 전생자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니 내 상황을 잘 이해해주는 것이다. 나는 내심 고마움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용비천이 냉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웃기고 있군. 감히 내 뜻을 무시할 수 있다 생각하나?"

쿠구구구...

용비천이 지닌 천령단의 내공이 끓어올랐다. 무한의 내공에 엄청난 가용능력이 더해져서 주변 무림인들을 절로 질리게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용비천이 날뛴다면 엄청난 피해가 날 게 분명했다.

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냥 당신도 나를 따라오시오. 따라와서 나를 지키면 되지 않소?"

"크크... 그냥 널 때려눕히는 게 쉽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할 수 있으면 해 보시오."

스윽

나는 수요 막야를 들고 용비천과 마주섰다. 용비천은 내가 맞서싸울 뜻을 내비치자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표정이 살기로 물들었다.

"알량한 무공을 믿고 감히 호법사자에게 도전한다고? 네놈은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느냐!"

"물론 무공만 믿는 건 아니지."

"교주의 명을 믿는 모양인데, 나는 네놈을 죽이지 않고도 충분한 고통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나는 괜히 깐죽댔다.

"왜 이리 입을 터시오?"

"뭣..."

파앗

나는 뇌신검무의 절초를 써서 용비천을 공격해 들어갔다.

"미친 놈!"

용비천은 난데없이 엄청난 크기의 호신강기를 불러내더니 동시에 허공에 풍탄을 수십 개나 만들어냈다. 찰나지간에 수십 장이나 되는 풍탄을 만들어낸 그의 능력은 호법사자답게 인간을 반쯤 초월해 있었다. 원래라면 이 힘으로 칠요의 수호자마저 잡을 정도로 강력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찔러들어갔다.

스카칵

다음 순간, 내 몸을 뭉개버리려는 듯 날아든 풍탄은 수요 막야에서 뻗어나간 수십 개의 은빛 칼날에 소멸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내 몸은 거침없이 전진해서 일 검에 용비천의 거대한 호신강기를 베어버렸고, 다음 일 격으로 용비천의 어깨죽지를 한 치 정도 베어버렸다.

"......!!"

이윽고 삼 검 째에 내가 용비천의 급소를 베어가자, 그는 급히 풍백보를 사용해서 벗어나며 동시에 허깨비로 나를 기습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일일이 상대하지 않고 다시 막야의 힘을 믿고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풍백보의 환영이 순식간에 소멸되어버리며 용비천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슈욱

"더 해보겠소?"

"으... 으윽."

용비천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다시 절세경공을 발휘해서 내 공격범위를 피하긴 했지만, 그의 호신강기와 풍탄이 조금도 내 앞을 가로막지 못한 것이다. 용비천이 하늘에 떠올라서 풍탄을 난사하면 그것나름 귀찮겠지만 적어도 정공법 대결에서 내가 밀리진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는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말했다.

"무, 무시무시한 신병이기구나. 그런 게 존재할 줄은..."

"잘 생각해 보시오. 내가 이 수요막야로 교주를 지원하는게 더 낫다 생각지 않소?"

"으음... 알았다."

용비천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듯 했다.

이야기가 마무리 되자 천우진이 손을 휘두르며 주문을 외웠다.

"하앗!"

파앗

잠시 후 나는 용비천, 천우진과 함께 이름모를 장소에 와 있었다. 지형으로 보아서는 협곡같았고 여기저기에 수풀이 울창했다. 하지만 협곡 너머에서 광채가 번뜩이는 광경을 보자 할 말을 잃었다.

미호는 진정한 월요의 주인이 되었는지, 몸 주변에 삼신기의 광채를 떠올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해서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위이이잉

미호가 뿜어내는 듯한 은빛 월영(月影)이 허공을 수놓으며 날아갔다. 월영은 수십 장 짜리 크기의 괴이한 지렁이에게 닿이자 폭발했고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무너졌다.

콰과과광

미호가 월요의 힘으로 월영을 불러내어 공격하는 것은 아마 연금술사가 불러낸 것으로 보이는 엄청난 숫자의 마물떼였다. 마물들이 마치 파도처럼 끊임없이 공격해오는 상황이었다.

쿠오오오

콰과과광

황제와 연금술사는 허공에 왠 투명한 구슬같은 걸 띄워놓고 희희낙락 전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미호가 미친듯이 싸우는 동안 황제가 허공에 거대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 으하하하 여우! 네년을 붙잡아서 내 애첩으로 삼아 주마.]

미호는 그 말에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연신 힘을 소비해서 싸우고 있었다. 연금술사가 불러낸 마물떼는 말 그대로 대지와 하늘을 시꺼멓게 뒤덮을 정도라서 아무리 칠요의 주인이라고 해도 힘을 아끼면서 싸울만한 처지가 아닌 듯 했다.

' 교주는?'

나는 급히 교주의 위치를 확인했지만 교주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미 도착해서는 상황을 살피고 있는 모양이었다. 끝까지 음흉스러운 자였기에 나는 속으로 백련교주에게 이를 갈면서 수요 막야를 붙잡았다.

"갑시다."

미호를 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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