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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전욱이라고 하는 존재는 괴이한 형상을 띄고 있었다. 나풀거리는 듯한 남색 제의(帝衣)를 입고 손을 늘어뜨리고 있으나 그 손 또한 어둠에 잠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얼굴은 마치 혼돈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혼연 그자체라서, 도저히 인간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인간 모습을 한 '무언가'라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압박감은 인간으로서 견디기에는 상당히 버거운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천우진도 속이 답답해 보이는 표정이었고 제갈사는 눈을 감고 자기자신을 지키는 주문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신격 앞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술법사라고 해도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것이다. 다만 나는 그저 짜증나는 압박감만이 느껴졌으므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욱이여! 두 가지를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 ......]
전욱은 침묵했다. 그 침묵에는 기묘한 위압감이 들어 있었는데, 전욱을 받드는 요괴들이 움찔거렸다. 이윽고 전욱이 말했다.
[ 너희는 아직 제물을 바치지 않았다.]
제물?
"......"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제갈사가 눈을 뜨며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제단 위로 초상기인들을 이동시켰고, 이윽고 자신이 들고 있던 단도를 치켜들며 말했다.
"전욱이시여! 이 제물을 받아주시겠나이까?"
전욱은 초상기인을 들여다보듯 목을 쭉 뺐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전욱이 말했다.
[ 좋다.]
"부디 기뻐하시기를!"
푸콱
제갈사는 한 줌의 망설임도 없이 초상기인들의 심장을 도려내었다. 심장을 차례대로 도려낸 제갈사는 그 심장을 제단에 놓은 후 꿇어앉았고, 심장은 잠시 후 증발하듯이 가루가 되어서 허공의 심연으로 빨려들어갔다.
전욱은 제갈사의 공양을 받자 만족스러운 듯 자신의 오른손을 들었다.
[ 말하라. 봉선의식의 조건이 충족되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 받을 건 받아놓고 시작한다는 건가?'
신이라고 해도 손해보는 장사는 안 하는 셈인가. 나는 왠지 우습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전욱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부탁은 두 가지입니다!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 말해 보라.]
"먼저 첫 번째는, 이 수요(水曜)의 봉인해제를 허락해 주십시오!"
키링
내가 수요를 하늘에 치켜들자 갑자기 수요의 날에서 시퍼런 빛이 번뜩였다. 수요에서 흘러나온 영험한 기운이 안개처럼 퍼져나오자, 전욱을 모시고 있던 요괴들과 신격들이 기겁하면서 놀랐다.
[ 크아아악!!]
[ 저것은 칠요, 칠요가 아닌가?!]
[ 어찌 저 흉흉한 물건이...]
요괴들은 발작하듯 허공을 마구 날아다니기 시작했고 하위 신격들은 당황해서 안절부절 못했다. 왠지 칠요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공포심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하늘이 금새 혼란스럽게 되자 전욱이 손을 저었다.
[ 조용히 하라.]
쿠구궁
놀라운 일이었다. 그저 삼황오제 전욱이 손을 흔든 것 뿐이었는데, 소환된 수천수만의 요괴들과 신격들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왕이 진노하자 신하들이 입을 다무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전욱은 심연의 얼굴을 내밀어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 수요의 주인이여. 그대는 칠요의 진실을 알고 있군. 그렇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삼황오제를 통해 정상적으로 칠요를 해방하지 않는다면, 이를 통해 [옛 지배자]가 중원에 강림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전욱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불쑥 말했다.
[ 굉장하군. 인간으로서 거기까지 알아냈단 말인가?]
"......"
나는 그 말에서 한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삼황오제는 인간이 칠요의 진실을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것만큼은 지금 전욱의 말에서 명백해진 것이다. 삼황오제는 뭔가 이유가 있어서 칠요의 진실을 인간에게 숨기려는 듯 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전욱에게 태허천존의 거짓을 따져묻는다고 해도 별로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속으로 머리를 굴리는 사이에 전욱의 말이 이어졌다.
[ 인간이여. 그대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구나.]
"신 앞에서는 누군들 평범하지 않겠습니까?"
[ 칠요를 만든 우리들 조차도 말법의 시대가 찾아오기 전에 칠요를 해방할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고대의 계약을 맺은 이유는 예정된 종말을 유예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저게 무슨 소리일까?
나는 물론이고 제갈사나 천우진도 전욱의 말에 숨겨진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칠요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고 그걸 지금 이야기한 것 같지만 아는 게 없어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전욱의 말이 이어졌다.
[ 그대 라면 수요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겠구나. 나 삼황오제 전욱의 이름으로 그대가 수요의 주인이 됨을 허락하노라.]
우우우우!!
그 순간이었다. 수요 막야에 새겨져 있던 갑골문이 은빛으로 빛나더니 이내 불꽃처럼 타올랐다. 타오르던 글자는 이윽고 씻은듯이 사라져 버렸고, 막야의 검신(劍身)이 두 치 정도 쭈욱 늘어났다. 또한 엄청난 기운이 막야를 통해서 내게 직접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
이타콰에 의해서 강제로 빙의당했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그 때는 엄청난 신격인 이타콰가 억지로 자기 힘을 꾸역꾸역 밀어넣는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막야가 신검(神劍)이 되어서 천지간의 힘을 내게 몰아주는 듯 했다. 천하의 그 어떤 검객이든간에 이 막야를 보면 욕망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위용을 발하고 있었다.
내가 침을 꿀꺽 삼킬 때 전욱이 말했다.
[ 나머지 한 가지를 말해 보라.]
나는 수요해방이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지자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멍해있던 참에 전욱의 말이 들려오자 퍼뜩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얼마 전 명제국의 황제가 사황 창힐에게서 지배의 언령과 불로불사를 받았습니다. 그 언령을 깰 수 있게 해주시고 놈의 지배력을 없앨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황제를 쓰러뜨리고 싶습니다."
[ ......]
이것까지 전욱이 들어준다면 오늘 봉선의식에서 얻을 것은 다 얻는 셈이다. 내가 속으로 기대하며 손을 꾹 말아쥐자 침묵이 흘렀다. 전욱은 급할 게 없어 보이는지 허공에 떠서 계속해서 뭔가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 대답이 없군...'
그렇게 기묘한 침묵이 얼마나 흘렀을까?
전욱이 말했다.
[ 그대는 불로불사나 신격(神格)을 원하지 않는건가?]
"네? 무슨 말씀이신지..."
[ 유사 이래로 봉선의식을 행한 자는 많지 않았다. 그들은 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이대로 그대의 소망을 들어주는 건 쉬운 일이지만 그대는 어찌하여 신이 될 기회를 버리려 하는 것인가?]
"......"
전욱의 질문은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 불로불사? 신?'
별로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일이다. 망량을 구출하고 황제를 쓰러뜨리는 것만 내 관심사였기에 그런 걸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전욱의 말에 나는 불로불사에 대해서 잠시동안 생각해 보았다.
내가 불로불사가 된다면 당연히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툭하면 죽어나갔지만 잘 죽지도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천암비서를 통한 전생(轉生)의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생각한 끝에 불로불사는 내게 그리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신이 된다면?
그게 불로불사와 뭐가 다른 것인가?
' 의미없어!'
미호의 말로는 신격이 되면 물질적 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지고한 충족감을 맛보게 된다고 했다. 나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그걸 꼭 누려야 한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나는 신이 되는 것도 영 내키지 않았다. 인간으로서 살기도 벅찬데 신이 되어서 뭣에 쓴단 말인가?
나는 잠시 생각을 한 후 전욱에게 말했다.
"필요 없습니다."
[ 그대의 마음은 진실하다. 본제(本帝)는 유사 이래, 그대와 같은 인간은 처음 보는구나... 불로불사도 신격도 하잘것없다 여기다니.]
"......"
[ 좋다. 그대의 요청을 들어주겠다.]
스스스스
전욱의 두 팔이 마치 사라지는 듯 했다. 어둠 속으로 스며든 전욱의 팔은 잠시 후 거대해져서 천공에 모습을 드러내고는 억지로 현실을 비틀어 찢는 듯 했다. 그리고 허공에서 전욱의 팔이 무언가를 꺼내서 내게 내려다 보냈다.
[ 구야(九野)를 뒤덮는 황제의 신기(神氣)가 그대와 함께 하리라!]
파앗
내게 기묘한 기운이 덧씌워졌다. 그것은 마치 황색 헝겊같은 기운이었는데 내 몸에 씌이자마자 형태를 감추고 말았다. 일종의 신적인 가호로 보였다. 나는 기운을 받긴 했지만 딱히 달라진 건 느껴지지 않아서 몸을 움직여 봤다. 직접적으로 능력을 높여주는 가호는 아닌 것 같았다.
삼황오제 전욱은 내게 가호를 내린 후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 그대는 어쩐지 친숙함이 느껴진다. 거대한 본질에 접하는 듯 하여 본제가 충만해진다. 그리하여 한 가지 더, 그대의 부탁을 들어주도록 하겠다.]
비명소리가 울렸다.
"허억!!"
"말도 안돼! 세, 세상에..."
전욱의 말에 옆에 있던 천우진과 제갈사가 기겁을 했다. 그들 또한 예상치 못한 일인 듯 전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입을 쩍 벌리는 모습이었다.
' 왜 저래?'
나는 저들이 괜히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하며 어떤 부탁을 할지 고민했다. 일단 수요의 봉인도 풀었고 황제에 대항할 가호도 손에 넣었으니 일차적인 목적은 모두 달성한 셈이다. 그리고 지금 전욱이 한가지 부탁을 더 들어준다고 했으니 가능하면 내게 이득이 되는 걸 물어봐야 할 것이다.
나는 망량의 말이 떠올랐다.
[ 백웅. 반드시 이번 생에는 봉선의식을 성공시켜서 삼황오제의 진의(眞意)와 정체를 알아내시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어떤 존재인지만 알 수 있어도 쓰러뜨릴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오.]
그래. 삼황오제의 정체와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야 한다.
망량이 원했던 게 바로 그것이리라.
나는 마음을 정하고는 말했다.
"전욱이여. 삼황오제는 어째서 칠요를 만들었습니까? 그리고 당신들과 [옛 지배자]는 어떤 관계입니까?"
"배, 백웅!!"
그 때 갑자기 천우진이 크게 당황하며 내 멱살을 잡아끌었다. 천우진이 이마와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그만두시오! 천기 중에서 가장 중대한 비밀을 어찌..."
나는 멱살을 잡은 천우진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알고싶은 건 알아야겠소.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오."
천우진이 당황했는지 말투가 격해졌다.
"빌어먹을...!! 당신이 말한 건 태초의 비밀이오! 그런 걸 쉽사리 말해주겠소? 창조신의 기휘를 거스르면 죽을 거요!"
"죽는다고?"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도 좋겠지."
끝도 없이 전생(轉生)을 반복하며 살아오는 내게 그런 협박은 먹히지 않았다. 천우진이 할말을 잃자 옆에서 보고 있던 제갈사가 나를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어이 천우진. 이런 놈에게 죽는다는 이야기는 안 통해. 죽음을 이미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놈이잖아."
"잘 알고 있군."
"하지만 나도 천우진과 같은 의견이다. 여기서 그만 둬라. 무리야. 더 이상은 자멸일 뿐이야."
나는 제갈사를 힐끔 쳐다보고는 말했다.
"자멸을 하더라도 내가 하는 거요. 당신은 내 파멸을 즐겁게 구경하면 될 텐데?"
제갈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면 약속해라. 너 혼자 죽겠다고."
"알겠소."
나는 거침없이 전욱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전욱이시여! 제가 방금 했던 질문이 무엄하다 생각하시면 저만을 죽여 주십시오. 이들은 죄가 없습니다."
[ ......]
전욱이 지상을 응시했다. 눈코입같은 건 없는 혼연의 모습이었지만, 어쩐지 전욱이 이쪽을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긴장해서 전욱을 올려다보았는데, 잠시 후 전욱이 말했다.
[ 대답해 주겠다.]
전욱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 태초에, 아주 머나먼 시간의 영겁 속에서 우리가 탄생했다. 시간과 인과의 고리를 초월해서 탄생한 것이다. 또한 우리는 천지(天地)와 우주(宇宙)의 탄생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존재가 지상에 군림(君臨)할 것을 허락받았다는 걸 생득(生得)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 세계의 그 어떤 생명체도 우리에게 발끝도 미치지 못했다. 그 정점에 나의 근원이신 황제(黃帝) 공손헌원(公孫軒轅)께서 있으셨다. 그 분은 우리를 통합하여 있어야 할 지위를 부여하셨다.]
삼황오제의 탄생에 대해서 설명한 듯 했다.
' 우리?'
나는 왠지 그 표현이 신경쓰였다. 내가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사이에 전욱의 말은 계속되었다.
[ 동시에 우리는 이 세상의 종말이 언제고 찾아올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종말을 불러오는 건 흉신(凶神)이지만, 그를 계획한 것은 더욱더 위대한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말을 막는 대신에 유예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유예한다고?"
종말의 유예.
그건 검선 여동빈도 말한 적이 있었다. 확실히 삼황오제와 천계는 세상의 멸망을 알고 있으며 그 대비책으로 '유예'를 내세우는 듯 했다.
[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문명을 번창시키는 한편, 그들의 여망을 담아서 칠요를 제작했다. 칠요의 계약에 [옛 지배자]가 깃들게 되면서, 우리는 쓸데없는 전투를 멈추고 휴전(休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칠요를 징표로 삼을 수 있었다. 그대들은 수천 년의 평화를 얻게 되었지.]
거기까지 이야기한 전욱이 말했다.
[ 인간이 멸망한 후에도 우리는 존재할 것이다. 칠요는 황제의 변덕이자 단순한 호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와 [옛 지배자]의 관계도 그렇게 이해하면 좋겠지. 이 정도면 그대에게 모든 대답을 해 주었다 생각하노라.]
"......"
나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럼 지금 삼황오제 분들께서는 천계에 계신 겁니까?"
[ 우린 거기 없다.]
"네?"
[ 아니군...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기도 하다.]
굉장히 난해한 대답이긴 하지만 망량이라면 이 문답을 해석가능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큰 단서를 얻어내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나는 전욱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 그대를 다시 보는 날, 본제의 권속으로 삼고 싶구나. 잘 가거라!]
파아아앗!
다음 순간 천지간에 가득하던 요괴와 신격들이 사라지며 시꺼먼 어둠이 걷혔다. 삼황오제 전욱의 모습도 난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 봉선의식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한 고비 넘긴 느낌에 한숨을 쉬었다.
"후우."
나는 천우진과 제갈사를 돌아보았다.
"봉선의식이 끝난 것 같소! 이제 움직입시다."
천우진은 한숨을 쉬었다.
"백웅. 나는 조만간 스승님께 물어서 꼭 당신의 정체를 알아내고 말겠소. 당신은 내가 태어나서 봐 왔던 모든 존재 중에서 가장 신비한 존재요."
"신비하다니?"
"전욱은 삼황오제 중에서도 가장 포악하고 잔인한 존재로 이름이 높소. 그런 전욱의 마음에 든 데다가 추가로 가호를 더 받다니... 당신같은 존재는 유사이래 어디에도 없었을 거요."
그렇게 말한 천우진이 말을 이었다.
"진지하게 묻겠소. 당신 인간이오?"
"그럼 내가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이오? 나 설마 이족인가?"
내가 신경질적으로 반문하며 손을 흐느적댔다.
"아쉽게도 나는 촉수를 내뿜을 수 없군!"
"......"
제갈사가 옆에서 낄낄댔다.
"크크크. 멍청이들."
나와 천우진은 동시에 제갈사를 보며 외쳤다.
"닥쳐!"
우리는 천제단을 정리한 후 화산을 빠져나왔다.
어쨌든 이걸로 기본적인 준비는 마친 셈이다. 나는 비등으로 이동하기 전에 제갈사와 천우진에게 물었다.
"백련교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겠소?"
제갈사와 천우진은 백련교가 개입하게 된 정황을 듣자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이윽고 천우진이 먼저 대답했다.
"내가 알 바 아니군. 알아서 하시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내가 인상을 찡그리자 제갈사가 말했다.
"설득 못할 것도 아니겠는데? 네놈이 요령만 좋다면 구워삶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뇌신류란 놈들은 죄다 외곬수에 돌대가리들이니까."
"어떤 요령을 쓰란 말이오?"
"흠... 이렇게 해 봐라."
이윽고 제갈사는 내게 작전을 일러 주었다. 나는 그 요령을 듣자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며 감탄했다.
"그렇군. 해볼 만 해."
"천금같은 조언이니까 잘 새겨들어라."
"자화자찬만 아니면 완벽했을 텐데."
내가 투덜거리자 제갈사가 경고했다.
"다만 한 놈만은 조심해야 할 거다. 그 놈은 어떻게 튈지 예측이 안되겠군."
나는 제갈사의 말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별수 없는 일이다.
"알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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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수면부족으로 업로드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소파에 누웠는데 눈을 떠 보니 5시간이 흘러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