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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291화 (29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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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나는 진소청에게 내가 알고있는 심득과 무예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그에게 하루동안 백웅결과 분심결을 알려 주었다. 백웅결은 진기도인 속도를 급격히 빨라지게 해주며 뢰풍상박의 효과를 얻게끔 해 주었고, 분심결은 멸혼보를 익히는게 필수적인 요결이었다. 진소청은 요결을 듣고 약간 연습한 것만으로도 쉽사리 두 가지 요결을 습득했으며 다음날에는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나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진소청에게 천년설삼과 흑백련을 주었다. 진소청은 깜짝 놀란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이걸 내게 줘도 되오?"

"뭘 새삼스레 묻고 있소? 어차피 내가 먹어봤자 크게 향상될 내공도 없소. 하지만 당신이라면 큰 도움이 되겠지."

"흐음. 그럼 감사히 먹겠소."

우우우웅!!

진소청이 천년설삼을 먹고 운기조식을 하며 자신의 내공을 돋우었다. 원래 천년설삼을 복용하려 하면 극음의 기운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힘들어서 흑백련과 함께 복용하는 게 좋았다. 물론 진소청이라면 기본적인 내공이 뛰어나므로 천년설삼을 단일로 복용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이윽고 운기조식을 끝낸 진소청은 확연히 기운의 크기가 달라졌으며 강대한 힘을 내포하게 되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진소청이 10년간 이룰 진보를 미리 끝내놨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대로라면 진소청은 장래에 천하십대고수 정도는 너끈하게 이룰 수 있으리라. 하지만 우리의 적은 인간보다 더욱더 강력한 존재였으므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진소청은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까?'

그것은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내 재능으로는 죽어도 닿지 못하는 아득한 경지에, 내 힘을 보태서 진소청을 올려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가 무엇을 전수해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다가 진소청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장삼봉의 절학을 알려주겠소."

"그 전에 궁금한게 있소."

"무엇이오?"

진소청은 자신의 창을 늘어뜨린 채 말했다.

"뇌신류의 최종오의란 과연 무엇이라 생각하오?"

"으음..."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었다.

뇌신류 최종오의 무혼(武魂)!

그것은 뇌신류 호법사자 이청운이 끝까지 사수했을지도 모르는 비밀이었고, 동시에 백련교주가 간절히 찾아다니는 절세무공이었다. 이론상으로는 검, 권, 창을 모두 최종절기까지 익힌 후, 천령단을 얻어서, 뇌신류 3대명인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완성을 돕고, 이후에 모든 것을 망각하고 갈아엎은 후에야 최종오의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터무니없는 획득조건이다. 천령단이야 그렇다치고 어떻게 그 어려운 뇌신류의 무공을 모두 최종절기까지 터득한다는 말인가?

더욱 어이없는 것은 그 누구도 최종오의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기술이 될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형태조차 모르는 절기를 완성해야 한다는 이보다 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아마도 진소청 또한 내 기억속에서 최종오의에 대해서 알아버렸기에 질문한 것이리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뇌신류 검술의 최종절기는 뇌신검무(雷神劍舞)요. 내가 아는건 그것밖에 없소. 창술과 권술의 최종절기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오."

진소청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종오의에 대해서 뭔가 짚이는 게 있기 때문이오."

"뭐라고?!"

나는 깜짝 놀랐다.

사실 그 동안 뇌신류 최종오의는 염두에는 두고 있었으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라서 반쯤 전설처럼 치부하던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 진소청이 최종오의에 대한 단서를 알고 있을 줄이야! 진소청은 침착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뇌신검무가 검술의 최종절기라면, 그에 상응하는 것이 창술에도 있소."

"천뢰무극창(天雷無極槍)이 아니오?"

"나도 그렇게 생각했소만, 란나찰을 깊게 수련하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소."

진소청이 고요하게 자신의 창을 들었다.

파앙!

그러더니 일순간 엄청난 속도로 일섬(一殲)을 내질렀고, 그의 몸은 파공음과 함께 삼 장 밖에 나타났다. 단순한 찌르기로 보였지만 심묘한 오의가 숨겨져 있다는 걸 직감했다.

"뭐지? 그건 단순한 찰(刹)이 아니군."

란나찰의 복합수법도 아니다. 좀 더 본질적인 의미에서 창술의 류의가 달랐다. 내가 생전 처음 보는 무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진소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과 얼마 전에 싸울 때는 미완성의 기술이라서 내놓지 않았소. 하지만 이건 뇌신류 창술의 다음 단계라고 생각하오."

"다음 단계?"

"이 단계에 대해서 스승님께 조언을 구하니, 이것이 바로 창술의 육합(六合)을 하나로 합치는 단계라 하셨소."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반문했다.

"창술의 육합이라 함은 일극(一戟), 이진(二進), 삼란(三?), 사전(四纏), 오나(五拏), 육직(六直)을 말하는 게 아니오?"

"과연 당신도 한때 창술을 심도있게 연구한 달인이구려. 그 말대로요."

나는 약간 쑥쓰러워졌다. 검보다 창이 강해서 도중에 몇 년동안 지옥훈련을 하며 창술에 매진했던 과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흠, 그건 이론일 뿐 무공이나 필살기가 아닌데..."

창술의 이론에서 육합은 도가문파의 그것처럼 허황된 개념이 아니었다. 첫수에 찌르고, 이보에 나아가서, 셋째 초수에 란법을 응용하며, 전법과 나법으로 상대의 공방을 감아치고, 마지막으로 상대의 심장을 찌른다는 최고의 전투흐름을 의미한다. 창술사에게 있어서 이보다 알아듣기 쉽고 직관적인 이론은 존재하지 않았다.

진소청이 나직이 말했다.

"미완성이긴 하지만 한 번 받아보겠소?"

"어디 해 봅시다."

나는 전투자세를 잡았다. 방금 전 옆에서 보았을 때는 그리 대단한 느낌이 들지 않았기에, 나는 내공을 돋우면서 굴공참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굴공참은 사용하기에 따라서 어떤 공격이든 튕겨낼 수 있는 방어절초로 사용가능했기 때문이다.

진소청이 집중하더니 일섬을 내질렀다.

"합!"

까앙!

다음 순간, 나와 진소청의 무기가 동시에 허공을 날았다.

"......!!"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나와 진소청은 서로의 초식에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기를 놓아버린 것이다! 방금 전에 나는 굴공참을 써서 간합을 뒤틀면서 완벽하게 진소청의 일섬을 쳐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섬은 뒤틀어진 간합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이 끝까지 비틀려서 찔러왔기에 나는 억지로 검을 움직여서 막아내야만 했다. 그리고 이차충돌에서 뜻밖의 반발력이 생겨서 서로가 손아귀가 찢어지며 무기를 놓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진소청이 먹은 영약의 기운도 한몫 했다.

"뭐... 뭐지?!"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런 기술은 정말로 처음이다! 그러자 진소청이 찢어진 손아귀를 지혈하면서 말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극에서 육직에 이르는 과정을 단 하나의 초식에 담는 것이오. 스승님은 이 단계를 찌르기의 극한(極限)이라 말씀하셨지."

"......"

"아마 내가 평생에 걸쳐 연구하게 될 과제가 될 것이오."

나는 황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동시에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검술은 뇌신검무까지 상승의 단계가 확연히 구별되어 있는데 창술이 거기에 뒤떨어질 리가 없지.'

나는 아마도 방금 전에 진소청이 사용했던 일섬이 의념절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창술의 최종절기는 검술과 달리 전승자가 의념단계에 올라있다는 가정 하에 전수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례제식용으로 발달한 검술은 초식의 전수에 집중하겠지만 실전용으로 발달된 뇌신류 창술은 초절정의 의념단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승절기가 있는데도 정작 진소청이나 이광의 수준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이유도 명약관화하다. 너무나 높은 수준의 무학이기 때문에 그들 또한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을 뿐, 다음 단계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진소청이 높아진 내공을 이용해서 시전했다는 느낌이었고 완전히 자신의 초식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 물론 저걸 완전한 깨달음으로 승화시켰다면 나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진소청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뇌신류 권술의 최종절기도 누군가가 알고있을 게 분명하오. 벽력삼존 중 권법의 대가인 적월(赤月) 호법이 가장 유력할 것이오."

"그렇군. 뇌신류 최종오의가 마냥 망상은 아니라는 거구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문득 든 직감이오만..."

잠시 망설이던 진소청이 말했다.

"최종오의라는 건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소. 그리고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형태일 거라고 생각하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오? 뇌신류의 3대무예를 모두 최종절기까지 익히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치지만, 망아를 겪고 재완성한다는 건 너무 비현실적인데..."

"복잡한 건 모르겠지만 정황이 그렇게 말하고 있소."

진소청이 단호하게 말했다.

"큰스승님인 이청운 호법사자님도, 현 백련교주도 최종오의가 분명히 존재함을 알고 있었기에 충돌한 게 분명하오. 그렇지 않고서야 스승님이 최종오의를 그토록 필사적으로 찾아다니실 리가 없소."

"뭐라고? 이광이 필사적으로..."

그가 씁쓸하게 말했다.

"스승님은 틈이 날 때마다 오의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셨소. 한탄도 많이 하셨고..."

"......!!"

"부활이라는 건 이미 존재했던 것을 되살린다는 뜻이오. 최종오의는 명확한 형태가 있을 수밖에 없지. 모르긴 해도 이청운 호법사자는 어느정도 최종오의의 기초를 완성했을 것이고 스승님은 거기에 대해서 일부를 전해들었을 거라 생각하오."

여태껏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관점이다. 동시에 더욱 높은 목표가 내게 명확히 다가온 셈이었다. 하지만 나는 모순점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럼 교주의 행동이 이상하오. 만일에 최종오의가 존재했던게 사실이라면 뇌신류를 숙청해서는 안됐소. 뇌신류가 최종오의를 완성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빼앗아야할텐데 왜 완성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는단 말이오?"

"뇌신류의 최종오의가 자신의 무공보다 강하기 때문일 것이오. 완성되었을 경우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

그럴 수도 있겠구나. 뇌신류의 최종오의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기때문에 숙청하긴 했지만, 그 강력함에 욕심이 나서 뇌신류를 살려뒀단 말인가? 내가 머릿속으로 음모론을 떠올리는 동안에 진소청의 말이 이어졌다.

"백웅 당신이 스승님께 좋지 못한 감정이 있음은 알고 있소. 우리 뇌신류가 그간 당신의 전생에 발목을 잡은 것도 알고 있소. 하지만 뇌신류 그자체를 미워하지 말고, 우리를 도와줬으면 하오."

나는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뇌신류에 품고 있는 애증이 명약관화하게 드러났기에 진소청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알았소. 최대한 노력해 보리다."

그리고 나는 진소청과의 대화를 끝내고 장삼봉의 절학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굴공검, 천축검, 태극요지유검, 칠성둔영, 현천오신결, 진무칠절경, 무쌍패의 요결을 차례대로 전수하기 시작했고 요결의 전수에만 대략 사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수련을 하기 위한 초식의 전수에는 다시 칠 주야 정도의 시간이 소모되었다.

하지만 기초적인 전수가 끝나자 이후 진소청의 성장속도는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쿠구궁...

진소청이 내뿜은 굴공검과 천축검의 검기가 허공에서 꽈리를 틀듯 엉키더니 다음 순간 바위를 내리쳤다. 바위는 형태도 없이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 물론 진소청의 실력으로 볼 때 바위를 부수는 것쯤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으나, 중요한 건 그의 성취가 이미 굴공검과 천축검을 실전에서 사용하고도 남을 수준이 되었다는 점에 있었다.

아무리 절세무공이며 재능이 뛰어나다지만 수련을 시작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체득단계에 이르다니!

내가 제대로 굴공검을 응용하기까지는 십수 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는 걸 생각해보면 믿을 수 없는 성장속도였다. 더욱이 진소청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그 요결을 자신의 뇌신류 무공에 응용해서 또다른 성장을 준비하는 중인 것 같았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멸혼보를 비롯해서 자전귀도와 명왕수도 가르쳐 보았다. 진소청은 짬짬이 시간을 내어서 내가 가르쳐주는 걸 익혔는데, 이 역시도 아무런 문제없이 다 소화하는 기색이었다. 마치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듯한, 아니 그 이상의 성장속도였다.

"......"

섬짓한 공포심마저 들었다. 물론 나는 과거에 검마에게 무당파 절학을 가르쳐 주면서 그의 뛰어난 재능에 놀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와도 다른 상황이다.

나는 속으로 절감했다.

' 진소청의 재능은... 검마보다 열 배는 뛰어나다.'

검마도 중원을 통틀어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무의 천재아라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로 불가해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검마의 성장속도는 그나마 옆에서 볼 때 이해라도 갔지만, 지금의 진소청이 성장하는 속도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열을 배웠다 싶으면 이미 스물을 앞서갔고, 어느 순간 내 눈에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게 대략 두 달 하고도 12주야의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깨달았다.

"거의 다 가르쳐줬구려..."

진소청이 놀랐다.

"응? 정말이오?"

"그렇소."

정말로 놀랐다.

검술쪽은 진소청이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뇌영검법, 만승검결, 뇌룡신검, 뇌신검무에 이르는 모든 초식은 진소청이 스무 살 이전에 다 터득한 것이라서 가르쳐줄 게 없었다.

과거 뇌신류의 기재들을 모아놓고 열성적으로 토론했던 결과도 진소청은 약 칠 주야만에 다 깨달았고, 검마와 몇 년동안 열심히 연구했던 무예의 오의도 왠만큼 흡수했다. 세부적인 것은 더 연구해야겠지만 진소청이 압도적으로 좋은 위치를 선점하게 된 건 사실이었다.

노부츠나에게서 배웠던 무토도리(無刀)의 기술도 진소청은 손쉽게 이해하는 기색이었다.

굳이 가르쳐줄 것이 남아있다고 하면 무영검법이나 탈혼검법, 그외의 잡다한 술법이었으나 이걸 가르쳐줘 봐야 진소청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고 가르쳐줄 필요도 없었다. 진소청이 술법을 쓸 필요가 없을뿐더러, 의술을 가르쳐줘봐야 진소청에게 지금은 필요가 없어보였다.

즉 무공 관련으로는 거의 다 가르쳐준 셈이다. 진소청에게 가르쳐줄 게 더 있긴 했으나 핵심적인 건 다 가르쳐줬다. 나머지는 그냥 혼자서 수련해도 될 정도다.

채 석 달도 되지 않아서 내 밑천이 거의 다 털려버릴 줄은 몰랐기에 나는 한동안 멍해졌다.

이게 인간인가?

내가 수십 년동안 쌓아왔던 걸 이토록 빠르게 습득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 이... 이광. 당신은 대단한 인간이었군.'

이런 초천재를 10년 넘게 가르칠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 걸까.

내가 속으로 회의감과 좌절감, 열등감에 지지부진하고 있을 때 진소청이 말했다.

"망량의 소식이 들리지 않아서 걱정스럽군. 찾아봐야 할 것 같소."

나는 그의 말에 번쩍하고 정신이 들었다.

"그래야겠군."

지금까지 진소청을 가르치는데에만 집중해서 잘 신경을 못 썼지만, 확실히 망량이 이렇게까지 소식이 없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망량이 축지법을 익혀서 절정고수에 못지않은 속도로 대지를 이동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오악의 천제단 탐색에 두 달이 넘게 걸리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 동안 한번도 기별이 없다니!

우리가 상담을 하러 천우진을 찾아가자, 그가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가겠소."

"진랑곡을 지킬 사람이 없어지는데."

"어차피 망량 사형이 없으면 진랑곡을 지킨들 무슨 소용이오? 당신들 말대로 지금이 비상사태라면 나도 당신들을 도우는 게 옳겠지."

그렇게 말한 천우진이 갑자기 왠 족자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내가 족자를 펴서 열어보자 거기에는 제갈사가 그려져 있었다. 제갈사가 뚱한 얼굴로 오두막에 누워있는 그림이었다.

"... 이건 설마..."

"필요하면 꺼내서 쓰시오."

그랬다.

이 족자는 제갈사를 그린 게 아니었다.

천우진의 술법으로 제갈사가 족자의 그림에 봉인된 것이다. 세상에 이런 술법도 있을 줄이야!

"......"

"놈이 허튼짓을 하면 바로 알 수 있으니 걱정 안해도 되오."

나는 제갈사가 봉인된 족자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아무리 미친놈이라고는 하지만 천우진에게 잘못 걸리자 이런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번 생에서는 제대로 천적을 만난 셈이었으므로 나는 제갈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소청이 말했다.

"태산부터 갑시다. 거기가 제일 수상하니."

============================ 작품 후기 ============================

진소청을... 약간 하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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