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282화 (28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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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다음 날부터 뇌신검무의 전수가 시작되었다. 독고성은 청월에게는 손수 만든 풀뿌리 죽을 주며 말했다.

"뇌신류 검술의 오의인 뇌신검무(雷神劍舞)는 지극히 실전적인 창술과 달리 제사의식의 일환으로 발달되어 왔다. 천뢰기를 머금은 뇌신검무가 신에게 최대의 경의를 표하는 셈이지. 제사장의 역량을 갖췄다는 뜻이며 백련교의 교주가 되는 자격을 얻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이 설명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전부터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저기 그렇다면 타 무류에도 뇌신검무같은 제례용 무공이 존재한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독고성은 우걱우걱 억지로 풀뿌리 죽을 먹는 청월을 응시했다. 청월은 고기를 먹고싶은 눈치였으나 독고성의 제안대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죽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청월이 죽을 반 이상 먹었을 때야 독고성이 고개를 돌렸다.

"정확히는 강령(降靈)의 비기가 모든 사대무류에 존재한다. 그리고 각 유파의 종사들은 자신의 후계자들에게만 그걸 전수하게 되어있다."

"그렇군요."

아마도 화신류의 한진성도 비슷한 걸 익히고 있으리라.

"그럼 초식의 전수에 들어가지."

뇌신검무의 형태는 총 12초식으로, 평범한 편이었다. 다른 검법처럼 세부적인 변초가 많은것도 아니었고 기이한 초식이 있지도 않았다. 어찌보면 그저 평범한 검법일 뿐이었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천뢰기!'

평범해 보이는 동작들 하나하나는 천뢰기를 뿜어내지 못하면 연결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즉 천뢰기를 습득했다는 가정하에 정상적인 위력을 낼 수 있는 무공인 것이다. 내가 독고성을 따라서 하루종일 형태를 연습하자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다.

독고성이 말했다.

"요점은 천뢰기를 얼마나 자유자재로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가만히 있어도 의지에 감응해서 검뢰(劍雷)가 움직일 때 비로소 뇌신검무를 대성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대성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글쎄... 보통 재능있는 자가 열심히 수련한다면 10년 정도는 걸리겠지."

10년!

상당한 기간으로 느껴졌지만 뇌신검무가 뇌신류의 검술 중에서도 최상승무공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리 오랜 기간도 아니었다. 아마도 실질적인 난이도는 중급이나 중상급, 평범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 나는 20년을 잡아야겠군.'

내가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 때 독고성이 말했다.

"뇌신검무의 진도에 따라서 세부적인 요령이나 지도를 해 주마. 걱정말고 내게서 배우면 오래 지나지 않아서 뇌신류 검술의 정화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네, 감사합니다."

뇌신류 최강검술을 전수받는 것 치고는 그리 대단한 난이도가 아니라서 김이 빠지는 느낌도 있었지만, 사실 이게 정상일 것이다. 제사장이 되며 백련교 교주의 자격을 얻는 무공이 너무 대단한 난이도를 지니고 있는 건 어불성설이다. 도리어 이 뇌신검무를 자기류로 발전시키며 극강한 초절정고수가 된 독고성을 대단하다 해야한다.

내 수련이 끝나자 남은 시간은 독고성과 청월에게 장삼봉의 절학을 가르쳐 주었다. 검마 때와 마찬가지로 두 고수들은 연신 놀라움에 휩싸인 듯 했다.

"대단한 무공이다!"

"과연..."

아직 겉핥기만 보여주었는데도 무공의 현기가 그들을 감동시킨 모양이었다. 어린아이처럼 흥미가 가득한 눈빛이 된 걸 보자, 그들이 더할나위없이 열정을 가지고 무공수련에 뛰어들 거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그들에게 질문했다.

"장삼봉의 절학은 백련교주의 무공과 비교하면 어떻겠습니까?"

"으음..."

청월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독고성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독고성이 입을 열었다.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왜입니까?"

"둘 다 우리 수준에서는 형용이 불가능한 절대지경의 무학이기 때문이다. 산 아래에서 정상을 논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겠지."

씁쓸하게 중얼거린 독고성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장삼봉의 육대절학을 모두 대성해서 통합한다면 교주와 싸워볼만 할지도 모른다. 이 무공도 한계가 느껴지지 않는구나."

희망찬 발언이었지만 내 마음은 그리 밝아지지 않았다. 달리 보자면 현 백련교주의 무공은 대라신선의 무공과 대등하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아니, 실제로 재어보면 어느 쪽이 위일지 알 수가 없다. 실로 괴물같은 초인(超人)이었다.

나는 이후 대략 두 달 동안 뇌신류의 고수들과 함께 수련을 했다. 독고성은 내게 최선을 다해서 뇌신검무를 가르쳐 주었고, 나 또한 그들에게 장삼봉의 절학을 전해 주었다. 밤낮없이 무공만 연구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석 달째가 되자 독고성이 말을 꺼냈다.

"뇌신검무의 형(形)은 이제 완전히 익숙해진 듯 하군. 오늘부터는 검뢰를 생성하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

지이잉

그 순간 독고성의 검극에서 번개가 튀었다. 뇌신류의 공력을 운용하고 뇌령을 성취했다면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었지만, 독고성의 검뢰는 차원을 달리하는 위압감이 있었다. 선연한 광채를 내뿜는 번개가 원형으로 확실한 형태를 잡은 것이다.

"이게 바로 검뢰다. 뇌신검무로 이룰 수 있는 궁극적인 공격기술이지."

"검뢰는 검강과 다른 것입니까?"

"이상한 질문을 하는군."

독고성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검뢰든 검강이든 상상력을 구현화시킨 의념절기다. 뭐, 굳이 차이점을 따지자면 속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차이겠지."

"번개의 속성 말입니까?"

"끄응... 너는 무공의 고급 단계를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려고 드는구나."

그는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더니 생각을 거듭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어디 한 번 검강과 검뢰를 부딪혀 보자."

나는 그의 요구대로 내 검에 검강지기를 끌어올렸다. 내 검강지기에도 은은한 뇌령이 울렸지만, 독고성의 검뢰처럼 확연한 형태를 띄지는 못했다. 잠시 후 우리는 숨을 멈춘 사이에 극렬한 쾌검을 맞부딪혔다.

카강!

"......!!"

나는 일 초식의 교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내 검이 반토막나서 뒤로 날아가는 걸 목격해야만 했다. 분명히 검강에 실린 내공이 결코 뒤질 리가 없는데도, 검뢰에 닿인 순간 검강이 마치 두부처럼 잘려나간 것이다. 내가 당황하자 독고성이 씩 웃었다.

"실전에서는 네가 방금처럼 곧이 곧대로 받아주지는 않겠지. 변초를 사용하거나 하면 자르지 못한다. 하지만 극한의 경지에 오른 검뢰는 검강이든 뭐든간에 절삭해 버리는 공능을 지니고 있다."

"지난번의 대련에서는 이런 위력이 아니었습니다만..."

"네가 내 제자가 되었는데 뭐하러 살초를 쓴단 말이냐?"

독고성이 중얼거리며 자신의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뭐, 결판을 낼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썼겠지만."

"......"

독고성은 처음부터 나를 많이 봐주고 있었던 것이리라. 과연 뇌신류의 현 제일고수 다웠다. 내가 빳빳이 굳어 있자 독고성이 말했다.

"검뢰란 단순히 뇌령지기를 응축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말하자면 사상(思想)의 번개라고 할 수 있다."

"사상..."

"검강이란 무엇이냐? 기(氣)가 아니라 의(意)로 만들어낸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공격수단이다. 그 힘과 형상이 마치 별무리를 떠올린다 하여 강(?)이라 표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검뢰도 번개를 닮아있을 뿐 그 본질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는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자신의 마음속에 번개를 만들어라. 그 번개는 천하에서 가장 빠르고, 강하고, 자유롭다. 뇌신검무는 마음속의 번개를 키우기에 가장 적합한 수련이라고 생각해라."

"알겠습니다."

즉, 뇌신검무는 검뢰를 수련하기 위한 검식(劍式)!

뇌신검무의 형태를 익히는데는 큰 시간이 들지 않는데도 대성까지 최소 10년을 잡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일 것이다. 뇌신검무를 기본으로 자기자신의 검뢰를 키워나가고 향상시키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검뢰를 대성하는 것은 검강의 상위호환!

뇌신류의 검술 중 최정상의 경지라고 하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나는 검뢰를 만들려고 부단히 명상을 하다가 궁금해서 독고성에게 물었다.

"그런데 검뢰가 이토록 대단한 경지인데 어찌 창술에 밀리는 것입니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검뢰의 공격력은 정말 대단했다. 독고성은 검뢰를 사용해서 검마에게도 동귀어진의 수를 강요할 수 있었으며 수십 장에 이르는 마물지렁이도 일격에 베어버렸다. 내가 보았던 모든 무공들 중에서 최상위 공격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심지어 이광의 뇌공섬조차도 극한의 검뢰 앞에서는 초라해질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검뢰의 경지를 보유한 뇌신류 검술이, 창술에 현격하게 밀렸던 이유!

그걸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독고성은 약간 불편한 표정으로 말했다.

"창술에도 검뢰의 경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네?"

"정확히는 이를 천뢰(天雷)라 하여 뇌신류 극상승의 무리(武理)로 파악한다. 즉 천뢰무극창의 달인도 필연적으로 마음의 번개를 생성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는거지. 그러나 창술은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약한 구간이 하나도 없고 지속적으로 위맹한 위력을 뽐낸다는 게 문제다."

"......"

"천뢰 자체는 귀혼일파의 도법으로도 가능한 경지였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물론 현 뇌신류의 생존자 중에서 천뢰지경에 도달한 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겠지. 저 청월놈을 포함한 벽력삼존도 거기에 이르지 못했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성기의 뇌신류에는 천뢰지경에 도달한 자가 더 많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러자 독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그 때는 나와 이청운 항렬에만 적어도 너댓 명 있었다. 그들 모두가 아마 뇌신류 숙청때 살해당했거나 은거했겠지."

"으음."

"나는 그런 뇌신류의 극강한 무예에 반해서 입문했던 것이다."

예상밖의 정보다. 지금 독고성의 말대로라면 전성기 뇌신류에는 현 벽력삼존을 가볍게 뛰어넘는 초절정고수들이 너댓 명이나 존재했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들과 강호무림의 전력을 비교하니 절로 오금이 저렸다.

' 전성기 뇌신류의 힘만으로 구파일방을 가볍게 멸망시킬수도 있겠겠구나.'

그리고 교주는 그런 극강한 뇌신류의 고수들을 숙청했다는 말이 된다. 어째서 뇌신류의 생존자들이 백련교를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순간, 과거 뇌신류 재흥을 위해서 활동했을 때 이광이 사용했던 천공섬이 생각났다.

' 어쩌면 천공섬도 천뢰지경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천공섬에는 공간을 뒤트는 장삼봉의 무리는 물론, 또다른 강맹한 흐름이 섞여 있었다. 당시의 나는 수준이 낮아서 그게 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독고성의 말을 듣고보니, 그 때의 이광은 무예수준을 높여서 천뢰(天雷)를 터득했고, 그 힘을 이용해서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의 호신강기를 가볍게 뚫어서 팔을 잘라버렸던 게 분명했다. 창술의 달인도 천뢰에 이르게 된다는 독고성의 말은 사실로 보였다.

"그럼 사부님께서는 천뢰지경의 극한에 도달하셨습니까?"

내 질문에 독고성이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랬다면 아무리 대라신선이라지만 여동빈에게 그렇게 형편없이 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아직 석년의 이청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독고성은 쓸데없는 자부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자기자신의 무예를 향상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수련광이니 당연히 자기평가도 객관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겸손함에 되려 질려서 중얼거렸다.

"인간이 그렇게 강할 수가..."

"내 사제였던 호법사자 이청운은 불가일세의 천재였으며 백련교주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고수였다. 그는 뇌신류 사상 최초로 천뢰지경을 뛰어넘은 경지에 도달했다고 여겨졌다."

"그 경지가 무엇입니까?"

"나도 모른다. 아마 절대지경일 거라고 추측은 하는데 너무 수준이 높아서 알 수가 없었다."

"으음..."

"잡설은 여기까지 하지."

독고성이 날카로운 눈으로 말했다.

"넌 이청운은 커녕 나도 아직 못 이기지 않느냐? 수련이나 열심히 해라."

"... 네."

정곡이다. 나는 전설의 뇌신류 호법사자를 거론할만한 수준이 아직 아닌 것이다. 눈 앞의 독고성과 전력을 다해 생사결을 벌인다면, 아마 삼백 초 내에 난자당해서 사망할 게 분명했다. 아예 죽을 각오로 대라멸진과 뇌명을 끌어올린다면 모르겠지만 어차피 죽는다는 결과가 같은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가 어기적대면서 다시 수련을 시작하자 옆에서 독고성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달 후에는 잠시 수련을 멈추고 태산노옹을 찾으러 갈 생각이니 그리 알아라."

"네? 벌써요?"

내가 반문을 하자 독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월도 쇠약해진 심신을 많이 회복한 모양이다. 이제 슬슬 태산노옹을 찾아서 징벌해줄 때가 왔다."

"아직 이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더 늦으면 곤란하다. 뇌신류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다른 생존자들의 행방 정도는 파악해야 해. 굳이 태산노옹을 찾기보다는 그 목적이 더욱 크다."

"......"

역시 이런 날이 왔다. 현재 독고성은 무당파 절학을 수련하면서 나름대로 자신감이 생겨서, 뇌신류 호법으로서의 의무감으로 움직이려는 모양이었다. 목표는 당연히 뇌신류의 재흥일 테니 생존자들이 어딨는지 알고싶은 게 당연했다.

' 어쩌지?'

내가 그에게 알고있는 지식과 지혜를 빌려준다면 뇌신류는 순식간에 흥하게 될 것이다. 아마 예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세력이 될 것이고, 백련교에게서 독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처절하게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고민이 되었다.

잠시 후 나는 도박을 걸었다.

"스승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냐?"

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백련교주의 진의는 아마도 뇌신류의 최종오의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종오의가 없는 이상 뇌신류를 부활시켜도 무의미합니다. 왜냐하면 끝도 없이 교주의 마수에 끌려가다가 잡아먹힐 테니까요."

흠칫!

독고성이 격하게 반응했다. 표정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놀란 모양이었다. 그는 버럭 소리를 쳤다.

"최종오의?! 넌 그걸 누구에게서 들은 거냐!"

"......"

나는 묵묵히 품속에서 흑요석을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이걸로 동영에서 캐낸 흑요석도 다 떨어졌으니 다시 한 번 캐러 가야할 것이다. 나는 독고성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제 기억을 보시겠습니까?"

도박을 걸 수밖에 없다.

나는 망량과 합류하기 전까지 가능한 한 많은 동료와 힘을 모아두어야 했다. 이 상황에서 독고성이 제멋대로 뇌신류 재흥을 위해 움직이게 놔두면 큰일이 벌어진다. 아직까지 독고성에게 큰 신뢰를 가지고있지는 못했지만, 그를 내 진짜 동료로 받아들이는 도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독고성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흑요석에 손을 올렸다.

우우웅!!

"......!!"

독고성은 잠시 기억을 흡수하고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내 기억을 읽고 혼란에 빠진 듯 했다. 그러더니 기가 막힌 듯 입을 열었다.

"전생자(轉生者)... 그래... 네 녀석의 외부성취와 재능이 불합치한 게 바로 그것 때문이었나."

"그렇습니다."

나는 그에게 무릎을 꿇고 포권하며 대답했다.

"기억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설령 뇌신류를 부활시켜봤자 교주의 목적인 최종오의를 얻어내야 하게 될 것입니다. 그 자는 뇌신류 최종오의를 얻으려고 일부러 뇌신류를 살려둔 겁니다. 경거망동하다가는 영영 맥이 끊길 수도 있습니다."

"......"

"사부님과 이광, 진소청이 있는 한 언제든 일어설 수 있습니다. 지금은 힘을 쌓아야 할 때입니다."

독고성은 한참이나 침묵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군. 넌 이미 천하에서 손꼽히는 초절정고수인데다가 의술은 물론 각종 분야에 박학다식하다. 게다가 보물과 지식의 힘으로 얼마든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무예의 극한을 보아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한 것도 아니다. 너는 왜 천계나 황궁같은 거대세력에 맞서서 백 년 넘게 맞서싸우고 있는 것이냐?"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초월적인 무언가의 횡포를 영겁토록 견딜 자신이 없어서입니다."

"그 천외천의 뚜껑을 확인해서 대항할 방법을 찾아내려는 것이냐?"

"몇백 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하고 말 것입니다."

"대단한 놈이군..."

질린 듯 중얼거린 독고성이 말했다.

"좋다. 어차피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니 받아들이마. 나도 앞으로 네 동료가 되어서 싸워 주겠다."

"감사합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독고성은 의외로 시원스럽게 받아들인 듯 했다.

"그 대신 댓가가 있다. 넌 이걸 반드시 들어주어야 한다."

"무엇입니까?"

독고성이 힘주어서 말했다.

"신의 힘을 이용해서 백련교주를 죽여버려라!"

반전의 권능을 이용해서 백련교주를 암살하라니?

그 댓가는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이었다. 내가 멍하니 있자 독고성이 씨익 웃었다.

"교주만 없애버리면 된다.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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