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277화 (277/1,615)

0277 ----------------------------------------------

천계(天界)

태경촌 화씨세가의 서재에 도착한 나는 손쉽게 서재에서 은빛 봉황조각을 찾아낼 수 있었다. 지금이 마침 사람들이 모두 잠든 야밤중이기에 별다른 저항은 느낄 수가 없었다. 나는 은빛 봉황조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 복희의 팔괘...'

망량선사는 내게 강해지고 싶다면 복희의 팔괘를 찾아나서라고 했다. 복희는 삼황오제의 일인으로써 태호라고도 불리는 창세신급 존재였다. 또한 팔괘를 만들어서 인류에게 전수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최초의 팔괘가 담긴 칠요(七曜)는 바로 토요(土曜) 팔괘도(八卦圖)로써 고대 발해제국의 황궁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둠의 세력의 흉계 때문에 팔괘도가 강탈당했다고 알려진 것이다. 바로 그게 이 봉황조각을 통해서 과거 전생의 망량이 알아낸 진실이었다.

나는 그때 이후로는 굳이 은빛 봉황조각을 찾아가지 않았다. 멀쩡한 가보를 가져가는 것도 마음에 걸렸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전생에서는 이 은빛 봉황조각을 요긴하게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은빛 봉황조각을 이용해서 토요 팔괘도를 찾아내자!

하다못해 단서를 내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앞으로 칠요를 모으는 여정이 더더욱 단축될 것이다.

' 그러고보니 팔괘란 대체 뭘까?'

망량은 자주 팔괘의 '힘'을 언급했고, 현존하는 대부분의 술법이나 주술은 팔괘의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에 있었다. 그렇게 따지면 태호 복희씨라는 존재는 모든 술법의 조종(祖宗)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러고보니 이 근처에 현천도인이 살고 있다.

' 현천도인이라면 팔괘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

내 머릿속에도 지선 망량이 지니고 있던 해박한 도술지식이 있으나 그건 너무나 방대하고 어려워서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마치 막혀있던 저수지에 물길을 트는 것처럼, 내가 차분하게 이해를 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나는 기왕 온 김에 현천도인을 만나보고 가기로 했다.

망량도 내게 설명해줄 수 있겠지만, 망량은 지금 지선의 지식을 자기 것으로 하느라 정신없을 것이다. 내가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고 가야할 듯 했다.

나는 태정관(太正館)으로 갔다. 태정관의 문 앞을 빗자루로 쓸고 있던 태정관의 제자가 나를 발견하자 말했다.

"여기까지 어린아이가 무슨 일이냐?"

"태정관주 현천도인께서 고명한 명성을 지니셔서 지식을 구하고자 찾아왔습니다."

조리있는 말이 술술 내 입에서 흘러나오자, 그는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가 입고 있는 옷이 꽤 귀티나고 고급스러워보이자 내 정체를 높으신 분의 자제로 착각한 듯, 조심스레 말했다.

"현천도인께서는 아무나 보지 않으시지만 특별히 말씀드리마. 넌 누구냐."

"저는 백웅이라 하옵고 술수를 공부하고 있다 전해주십시오."

"알았다 기다려라."

잠시 후 그가 들어갔다 나와서 말했다.

"도인님 앞에서는 행동을 조심해라."

"네."

나는 현천도인을 다시 보게 되었다. 탈속한 모습의 도인의 모습을 얼마만에 보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청마사흉을 토벌하고 헤어졌을 때이니, 정말로 꽤 오래된 일이라서 옛 친구를 만나는 기분마저 들었다.

"허허... 반로환동한 고수라니."

현천도인은 내 기를 보자 대뜸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긴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진짜 반로환동인 셈이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기연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반로환동하지 않았다는 걸 얼추 설명했다. 현천도인은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으나 내가 강변하자 그렇게 넘어가려는 듯 싶었다. 현천도인이 따뜻한 차를 내게 따라주며 말했다.

"아무튼 그대같은 초절정고수가 어찌 본도를 찾아온 것이오?"

"이런저런 사정이 있으나, 단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팔괘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팔괘를?"

"저는 무(武)로서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으나, 제가 원하는 길은 좀 더 먼 곳에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술수를 공부하는 중인데 팔괘가 무엇인지 몰라서 헤매던 중, 이 근처에 고명한 도사님이 있다고 들어서 알아보기 위해 왔습니다."

"흐음... 전혀 모르지는 않는다는 말인거 같은데. 어디 알고 있는 것부터 말해 보시오."

내가 아주 예전에 배웠던 팔괘의 기본지식을 현천도인에게 설명하자, 현천도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팔괘에 대해 알만한 건 다 알고 있구려. 초급 술사로 인정받을 수준이오. 그런데 뭐가 더 궁금하단 거지?"

어라 이게 아닌데.

나는 현천도인이 내 지식의 부족을 지적할 줄 알았기에 약간 당황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해서 말했다.

"세상에는 복희씨가 지상에 내린 최초의 팔괘라는 게 있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팔괘에는 좀 더 고급영역이 있는게 아닌가 했습니다."

"으음...!!"

현천도인이 침음성을 흘리더니 말했다.

"그건 분명히 전설의 보물 칠요(七曜)를 말하는 거군. 그 중에서도 토요(土曜)일 것이오."

"도인께서는 칠요가 뭔지 아십니까?"

"도맥에 은밀히 전승되는 이야기니까 알고말고."

그렇게 말한 현천도인이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토요 팔괘도에 새겨진 선천팔괘(先天八卦)라면 확실히 인간이 사용하는 팔괘와는 다를 거라고 짐작하오."

"선천팔괘?"

처음 듣는 개념은 아니다. 분명히 지선 망량의 지식 속에도 관련된 지식이 있다. 나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천천히 굳어있던 기억의 앙금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팔괘를 창조한 복희는 태초에 '불(火)'을 인간에게 전해준 존재라 할 수 있소. 그리고 불이란 건목(建木)으로 만들어진 하늘사다리를 통해서 인간에게 전해졌다 하는데, 즉 불이라 하는 것은 원래 천상(天上)에서 비롯되었단 말이오."

나는 어리둥절했다.

"불이 천상천계에서 왔다고요? 뭔가 이상합니다만..."

불이나 불꽃은 자연현상이다. 아무리 신이라고 한들 그런 자연현상을 그들 임의대로 만들어낸 것이란 말인가? 신화의 영역이라지만 이상함을 느껴서 반문하자 현천도인이 대답했다.

"흐음... 거기에 대해서 곤륜파(崑崙派)가 재밌는 이야기를 전승하고 있소."

그는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다.

"복희가 인간에게 전수해 준 것은 자연현상의 불이 아니란 말이지."

"......?"

"복희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었다 함은, 바로 팔괘(八卦)를 인간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해석하고 있소."

나는 거기까지 듣자 놀라서 반문했다.

"불만큼이나 인류에게 소중한 신리(神理)가 팔괘라는 말입니까?"

"내가 알기로 팔괘의 원리를 벗어나는 술법은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소. 그래서 술법사들은 이 곤륜파의 전승을 거의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소."

삼황오제 복희는 인간에게 불과 팔괘 두 가지를 전해준 게 아니다.

그는 처음부터 팔괘 한 가지만을 인간에게 주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쳤다.

"......!!"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지식의 일각이 확 녹아내리는 걸 느꼈다. 현천도인의 말이 내 기억을 강하게 자극하면서 연관된 지식이 해금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논리적으로나 연산능력으로나 따라주지 못해서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 그래... 지선 망량도 저 이론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구천현녀의 신선술을 쓰는데 가장 중요한 원리로 여겼다...'

큰 소득을 얻은 것 같다. 이제 망량과 이야기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나는 그에게 포권을 했다.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허허... 이런 이야기는 도맥의 도인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거늘."

"아닙니다.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혹시나 해서 그에게 질문했다.

"혹시 이 근처에 도적떼가 날뛰고 있습니까?"

"음? 그렇지는 않네. 평온하건만."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청마사흉이 날뛰는 것은 천하가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독고준 때문에 마도팔문의 통제력이 약해진 이후인 듯 했다. 군마들이 날뛰기 시작하는 건 지금부터 몇 년 후의 일인 것이다. 나는 현천도인에게 인사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파앗

다시 이동한 것은 검마가 있는 무영문이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검마와 대면하자, 그는 내 이야기를 듣고서는 말했다.

"낙양에서 크게 한바탕 했다는 거군. 과연 백 호법일세."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놀리지 마십시오."

"진심일세. 쌍문사가의 가주를 뒤엎어버리는 일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걸세, 하하."

껄껄 웃던 검마가 이내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자네가 일단 한씨세가를 빠져나온 건 잘한 일일세. 이대로라면 거짓말이 꼬리가 잡힐 테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수신류 호법사자 독고준은 독고성과 사촌지간이라서 그를 잘 알고 있지. 게다가 은거지도 확실히 알고 있으니, 차후 자네의 말을 검증하기 위해서 직접 독고성을 방문할 수도 있을 걸세."

"......!!"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점이라서 침음성을 흘렸다.

' 독고준을 생각 못했구나.'

검마가 단호히 말했다.

"자네는 이제부터라도 반드시 독고성과 만나야 하네. 그리고 그와 사제지연을 미리 맺어야겠지."

나는 검마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건 결코 발각되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우선 거짓말을 해놓고 진실을 거기에 맞추는 식으로라도 뒷수습을 해야하는 것이다. 검마는 그렇게 말한 후 팔짱을 꼈다.

"석 달 정도 내게 무당파의 절학을 전수해 주고 나서 독고성을 찾아가게."

"석 달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자네에게서 흑요석으로 기억을 전달받을 때, 주된 심득도 파편화되어서 얻어놓은 상태일세. 그래서 사실 그게 어떤 느낌인지는 대충 아는 상태이지. 예전보다 훨씬 빨리 배울거라고 생각하네."

"그렇군요."

단순히 피상적인 느낌만 전달되는 게 아니라 기억의 편린도 흑요석의 술법에 묻어나는 모양이었다. 내가 납득하고 있다가 검마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사사키 코지로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

"안 그래도 그를 잘 써먹고 있네. 앞으로 몇 년 지나면 본파의 훌륭한 호법이 되겠지. 실력이 아주 좋아."

"흠..."

"그리고, 자네의 이번 낙양행보를 듣고 나니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네."

"무엇입니까?"

검마가 차분하게 말했다.

"바로 십이율일세."

"... 네?"

여기서 왜 십이율이 나온단 말인가? 내가 당혹해하자 그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쌍문사가 중에서 한씨세가를 제외한 삼가는 십이율과 연수했다고 말했지. 그게 이상하단 말일세."

"어째서입니까?"

"십이율은 분명히 거대세력이지. 하지만 낙양에 있는 쌍문사가가 요동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십이율과 손을 잡기에는 너무나 거리도 멀고 와닿지가 않아. 보통은 동맹이 성립되기는 커녕 평생에 한 번 보기도 힘들어야 정상이겠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가의 가주들은 십이율과 동맹을 맺는 걸 택했다는 것... 이건 그들이 간절해서 맺은 동맹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보네."

나는 잠시 검마의 말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십이율주가 먼저 손을 뻗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십중팔구는 그렇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삼가의 가주들 입장에서는 중원세력과 손을 잡는 게 정상이야."

나는 검마의 추측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진성에게서 정보를 들을 때는 잘 생각지 못했지만, 확실히 낙양에서 요동까지는 너무나 먼 거리였다. 십이율주가 중원에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먼저 사가에 손을 내밀었다고 보는 게 정상이었다.

검마가 말했다.

"다시 낙양으로 돌아갈 때는 주의깊게 주변을 살펴 보게. 어쩌면 특위(特位)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일세."

"특위요? 그게 뭡니까?"

"내가 최근 십이율에 대해 조사하며 얻어들은 정보일세."

거기까지 말한 검마가 천장을 보며 말했다.

"십이율에는 특위라고 하는 독특한 존재가 있다 했네. 특위는 오로지 만하령문의 문주인 십이율주의 말에만 움직이는 비밀스러운 자라고 했고, 십이율 문주들은 다들 특위의 첩보를 신경쓰는 모양이었네. 공포를 느끼는 자도 있더군."

"흠..."

그래봤자 첩보를 담당하는 특수요원이라는 걸텐데 어째서 십이율 문주들이 공포를 느낄까?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특위라는 게 존재한다면 언젠가 마주칠 것이고, 그 때 가서 생각해봐도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무영문에 머물면서 석 달 동안 그에게 다시 장삼봉의 절학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일세의 기연이군."

검마는 껄껄 웃으며 기뻐했다. 확실히 예전에도 검마가 배우는 속도는 무술천재라서인지 굉장히 빨랐으나, 지금은 마치 알던 걸 복습하듯 더 가공할만한 속도로 습득하고 있었다. 석 달이면 충분하다는 검마의 말에는 아무런 과장도 없었던 것이다.

파앗!

나는 검마에게 무공을 다 전달한 후 망량에게로 갔다. 이야기를 맞추러 독고성에게 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를 망량에게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망량! 어디있소 망량?"

나는 진랑곡의 오두막에서 망량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환무(幻舞) 속에서 들려왔다.

"사형은 지금 술법수련을 하러 공동산(??山)으로 가서 없소."

"천우진!"

"당신은 여기저기 열심히 돌아다닌 모양이군."

나를 대신해서 맞아준 것은 망량의 사제인 환신 천우진이었다. 그는 나를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듯 오두막의 평상에 걸터앉아서 말했다.

"사형이 말하기를, 앞으로 일 년 정도는 돌아오기 힘들다 했소. 당신은 그 동안 하고싶은대로 움직이라는 전언이오."

"정말인가?"

"내가 뭐하러 당신을 속이겠소?"

천우진은 삐딱한 태도였으나 확실히 사람을 속일 위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공동산에 뭐가 있길래 망량이 그리로 간 것이오?"

"공동산에는 상고시대의 선인인 광성자(廣成子)의 유적이 있소. 사형은 그 유적에서 힘을 쌓으려는 생각인 것 같았소."

"광성자!"

나는 흠칫했다.

광성자는 상고시대에 황제(黃帝) 공손헌원에게 가르침을 내렸다고 전해지는 선인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삼황오제에게 가르침을 내렸기에 천계에서의 위상도 아주 높았고 천지아래의 모든 도교가 그를 신급으로 숭배하고 있었다. 서왕모와 대등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런 광성자의 유적이라면 분명히 굉장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연속으로 물었다.

"망량은 본디 곤륜산을 찾아가서 수행하지 않았나? 왜 다시 곤륜산에 입문하지 않는 거요?"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사형이 말하기를 다시 등용문(登龍門)을 돌파할 필요는 없기에 더 빠르고 쉬운 길을 간다고 했소. 뭔가 문헌에서 단서를 찾았나보지."

"......"

순간, 나는 머릿속의 기억이 풀리는 걸 느꼈다.

' 그래. 망량은 기억을 전승받아서 알아낸 거야. 공동산 광성자의 유적에 아무도 모르는 숨겨진 비급이 있다는걸...'

그 비급의 이름은 천계 자부선인(紫府仙人)이 남긴 유일무이한 비급, 삼황내문(三皇內文)이었다. 지선 망량은 천계에서 직위를 얻으면서 그 보물의 위치와 위력을 알아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먼저였으므로 감히 삼황내문을 탐할 수 없었던 것이리라. 망량은 기본수련은 일단 거르고 삼황내문을 얻어서 빠르게 힘을 기르려는 걸로 보였다.

망량도 뼈와 살을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우진에게 말했다.

"알았소. 그럼 망량에게 나는 독고성 밑에서 수련할 거라고 전해주시오."

"알겠소."

"그나저나 제갈사는 어디 갔소?"

"하도 징징대기에 봉인해 버렸소."

"뭐?"

내가 황당한 눈으로 천우진을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이계나 암천향으로 도망치려는 게 한두 번이 아닌데다가 인형(人形)에 계속 영혼을 옮기려 하길래, 짜증나서 내 환술으로 그 자를 봉인해 버렸소. 내가 원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세상에 나올 수 없을 거요."

"그, 그게 가능하오? 그는 배교의 교주인데."

나는 제갈사가 부리던 배교의 술법 수준을 알고 있었기에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사술이나 마법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독보적인 경지에 올라있는 게 제갈사였다. 천우진이 싸늘하게 말했다.

"배교라고 해도 마교와 함께 침몰해버린 역사의 패배자들일 뿐이지. 더욱이 이족의 술법에만 의지하는 자는 결코 나를 어찌할 수 없소."

"......"

광오한 자신감!

새삼스럽게 눈 앞에 있는 천우진이 엄청난 실력자라는 걸 느꼈다. 예전 망량은 십만대군과 금의위에 포위당했을 때도 천우진의 환술결계만 믿고 유유자적했는데, 그때부터 이미 천우진의 술법이 인간을 반쯤 초월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 이 놈을 제어할 수 있을까?'

어찌보면 굉장한 아군이 생긴 셈이지만, 나는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천우진이 불규칙하게 제멋대로 움직일 경우 그를 어떻게 억제할 수 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진작에 상급 신선이 되었어야 하지만 굳이 스승을 따라서 지상에 머물러있는 천재!

그것이 바로 환신 천우진이었다.

============================ 작품 후기 ============================

특위 부분의 오류를 수정했습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