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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276화 (27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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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나는 다음으로 곧장 태검문으로 향했다. 쌍문사가 중에 쌍문(雙門)을 먼저 처리해놓은 다음에 사대가문에 접근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철혈문을 반파시킨지 한 시진도 되지 않아서 태검문의 정문에 섰고, 예전의 기억이 소록소록 났다.

' 금의위가 되려고 상경해서 태검문주의 신세를 졌지.'

그 때 태검문의 제자와 삼전을 치뤘던 것도 기억난다. 나름대로 재밌는 경험이었고 태검문주와 술잔을 나눴다. 그 때의 내 기억으로 태검문주는 나쁜 인물이 아니었으며 차분한 심성을 지닌 무림인이었다. 이후에는 일이 꼬여서 그와 검을 맞대기도 했으나 사실은 별로 적대할 이유가 없는 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은 후 태검문의 문지기에게 말했다.

"나는 백웅이란 사람이오. 태검문에 비무를 신청하러 왔소."

문지기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가 고작해야 십대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낙양 쌍문사가의 지존인 태검문주에게 비무신청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화를 내기 보다는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얘야. 이런데서 장난치는 게 아니다."

"흐음..."

나는 나이가 어린 불편함을 알 수가 있었다. 철혈문이야 사람들이 더 송곳처럼 날이 서 있으니 제대로 비무신청을 받아들였지만, 보통은 이런 반응이 되는 것이다.

' 깽판을 치는 건 그리 내키지 않아.'

내 목을 베었던 철혈문과 달리 태검문에게는 나쁜 감정이 없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없이 뛰어서 태검문 안으로 짓쳐들어갔다.

쉬쉬쉭

"헉!"

문지기들은 내 몸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져서 순식간에 태검문의 안쪽으로 향하자 기겁하는 기색이었다. 멸혼보를 제대로 운용하면 눈에 비치지도 않는 빠르기로 이동할 수 있으니 그들의 무공으로 막는 건 역부족이었다. 나는 이윽고 환영처럼 대부분의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서 태검문주의 집무실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기에는 수수한 백의(白衣)를 단정하게 입고 있는 유한 인상의 장년인이 있었다. 장년인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공손하게 포권했다.

"태검문주. 비무를 신청하러 왔습니다."

"자네로군."

태검문주는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중얼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철혈문을 반파시켰다는 괴인(怪人)이."

괴인이라.

나는 태검문주의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대꾸했다.

"철혈문의 소식을 이미 들으셨군요."

"자네가 오기 반 시진 전에 알았네. 그리고 무공의 흔적과 특징에서 자네가 뇌신류(雷神流)라는 것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지."

그럴 만 하다. 태검문주는 이광의 절친한 친우였으며 과거 섬서무림을 뒤집어엎었던 이광의 위용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당연히 뇌신류 무공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무림인 중 한 명인 것이다.

"개인적인 원한은 없습니다. 피를 보고 싶지 않으니 친선비무를 받아들여 주십시오."

"그 전에 묻고싶은 게 있군."

"말씀하시지요."

"자네는 반로환동한 고수인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기연을 얻었다는 말은 해 두지요."

"그렇군... 나는 여태 자네 나이에 그 정도 경지에 오른 자는 본 적이 없네. 그럼 뇌신류와는 어떤 관계인가?"

"무슨 말씀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천연덕스럽게 대답한 나는 그에게 물었다.

"혹시 해서 여쭙겠지만, 사가(四家)에도 소식이 알려졌습니까?"

"당연한 일. 모두가 자네의 방문을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을 것일세."

"......"

"따라오게."

나는 태검문주가 철혈문주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걸 직감했다. 아까부터 대화를 하면서 의념과 무형지기로 서로 견제를 하고 있지만 철혈문주와 달리 태검문주는 크게 밀리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동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 이광과 친구인 이유가 있군.'

이광이 자신과 동급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실력이기 때문인 것이다. 철혈문 때와는 달리 제대로 된 일전이 될 거라고 생각한 나는 약간 긴장했다.

이윽고 태검문주는 번잡하지 않은 부지에 멈춰섰다. 대련장이나 비무장이라고 하기에는 미비하지만 충분히 트여있는 장소였다. 그리고 어느 새 그를 따라온 태검문의 문도들이 여기저기 몰려들어서 관전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와 태검문주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이 장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나는 고요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한 수 부탁드립니다."

"이 쪽이야말로 부탁하겠네."

다음 순간, 태검문주와 내 검격(劍擊)이 빛살처럼 허공에서 충돌했다. 서로가 아무런 변화도 없는 쾌검식을 내뿜은 것이다. 소용돌이처럼 말려들어가는 압력 속에서 나는 그의 실력을 보다 정확하게 재어볼 수 있었다.

' 강해!'

화산파 장로를 100초만에 무릎꿇렸다는 실력은 결코 허언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가 철혈문주보다 적어도 한 수 위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내가 알고 있는 검술을 동원해서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까가강

굴공검과 천축검의 현란한 변초가 태검문주의 간격을 농락하며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태검문주는 무당파의 절학을 마주하자 곤혹스러운듯 검강을 발휘해서 막아내었다. 그것도 철혈문주 때와는 달리 더 능란하고 손쉽게 받아내는 듯 했다.

태검문주의 신형이 마치 거울 위에서 미끄러지듯 유려하게 뒤로 움직였다. 순식간에 공간을 이동하듯 움직인 태검문주가 천지를 쪼개듯이 일참(一斬)을 가했다.

꽈앙!

마치 폭격이라고까지 느껴지는 강검(鋼劍)! 나는 내공의 힘으로 강검을 정면에서 버텨냈지만 왠만한 고수들이 이 강검에 도륙나 버릴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태검문주는 쾌(快), 환(幻), 변(變)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며 나를 공격해 왔다.

나는 굴공참을 써서 태검문주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생각했다.

' 검술의 수양이 매우 깊구나...'

철혈문주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고수다.

굴공검과 천축검은 초고수의 세계에서도 간합을 내 임의대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공격과 방어에 있어서 일단 우세를 점하는 셈이었는데, 태검문주는 자신의 검기(劍技)만으로 그 차이를 메우고 있었다. 그것도 보통 사람은 평생가도 하나를 깨닫기 힘든 검술의 오의를 여러 개 사용하고 있으니 실로 명인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치 군령(群靈)이 쏟아진다고 느껴질 정도의 가공할 검기가 소스라칠 정도로 쇄도해오고 있었다.

수백 개의 실이 꼬이듯이 태검문주와 내 검강이 얽혔다. 나는 좌하로 베며 지나갔고 태검문주는 우상변으로 뛰어오르며 막아냈다. 허공에서 환영이 몇 번이나 스쳐지나가는 동안에 나와 태검문주는 백여 초를 나눌 수 있었다.

잠시 후 격돌이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태검문주가 말했다.

"내 예측이 틀렸군. 자네의 검술은 뇌신류의 것이 아닌 듯 하군."

"그럼 뭘로 보이십니까?"

"... 무당파의 기인(奇人)이 그런 특징의 검술을 시전한다고 들은 바가 있었네."

태검문주도 무림의 최절정고수인 명룡자의 소문을 들은 듯 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철혈문주를 상대할 때만 해도 손쉬운 일일거라 생각했습니다. 허나 문주의 진짜 실력을 보니 마음이 무거워지는군요."

"과찬일세. 나야말로 자네같은 고수와 손을 겨루는 게 영광이군."

"사가의 가주들도 문주만큼 강합니까?"

내 질문에 태검문주가 눈을 껌벅이다가 말했다.

"글쎄, 개인적으로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모르겠군. 천외천(天外天)이 어디엔가 존재할 거라 생각하네."

"그렇군요."

어쩌면 그는 낙양의 암중에 존재하는 한백령의 기척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카강!

카가강!

나는 태검문주와 최선을 다해 무(武)를 겨뤘다. 은광(銀光)이 터져나오며 강기가 허공을 파멸의 색으로 물들였다. 명백히 호각의 태세라서, 낙양에 온 이래로 가장 만족할만한 승부를 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뇌명을 써서 승기를 잡을까 하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지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혈문주는 뇌신류와 별다른 연관이 없어서 별다른 부담없이 뇌명을 쓸 수 있었지만, 태검문주는 뇌신류를 꽤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무예의 수준이 훨씬 높기 때문에 걱정하던대로 뇌명의 유출으로 파해식을 만들만한 경지인 것이다.

' 생사투가 아닌 이상 뇌명을 쓰긴 부담스럽겠군.'

대결은 꽤 지지부진하게 늘어졌다. 나는 팔백 초를 넘어서서 일천 초 째로 접어들자 슬슬 끝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진장에 가까운 내공을 이용해서 체력소모가 거의 없이 버티고 있었지만, 태검문주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숨이 턱까지 차오른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나는 굴공참을 한 번 시전해서 공방을 주고받은 후 태검문주에게 말했다.

"여기까지면 족하지 않겠습니까?"

"헉... 허억... 그렇군..."

태검문주는 턱의 땀을 손으로 닦은 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비무는 내 패배일세."

웅성

주변에서 관전하고 있던 태검문도들이 술렁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대등하게 싸우던 상황이었는데 난데없이 태검문주가 패배선언을 한 게 이상해 보이리라. 그러나 체력과 지구력을 고려해 보면 이제는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물론 태검문주에게도 내공의 열세를 뒤집을만한 비장의 한 수는 있겠지만 친선비무에서 그런 비기를 쓸만큼 멍청한 인간이 아닌 것이다.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태검문주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목적이 뭔가? 쌍문사가를 뒤집어엎어서 뭘 얻으려는 거지?"

"목적같은 건 딱히 없습니다. 문주와의 대련에서 큰 소득을 얻고 가니 만족할 뿐입니다."

"후후..."

태검문주는 툴툴거리며 말했다.

"자네의 검류가 통일되어 있었다면 나는 백초지적도 되지 않았겠지. 부디 더 높은 경지에 이르기를 기원하겠네."

"......"

나는 고개를 돌려서 빠져나갔지만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 태검문주는 내 검류의 혼란을 알아챘구나.'

아마 내가 익힌 고급검술들이 하나같이 수준이 높지만, 내부에서 통일되지 못해서 힘이 분산된다는 걸 알아챘을 것이다. 그래서 익힌 검술의 숫자는 훨씬 많음에도 태검문주와 동수를 이루는데 만족해야 했다. 역시 태검문주쯤 되는 검술의 초절정고수 앞에서는 내 약점을 감출 수 없는 듯 했다.

나는 다음으로 이씨세가로 향했다. 이씨세가는 관부에서 일하는 무인(武人)과 군인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곳이었고, 그런만큼 그들의 특기는 창술과 극(戟)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창이라.'

쓸데없는 상념이 난다. 나는 길어도 앞으로 하루 내에 모든 일을 끝내려고 마음먹었다.

"쌍문사가를 상대로 전승(全勝)이라, 화려하구나."

한씨세가의 가주, 한백령이 느긋하게 곰방대를 늘어뜨렸다. 나는 현재 한진성과 한백령이 있는 한씨세가 가주의 비밀응접실에 앉아있는 상태였다. 밤잠도 안 자고 내내 죽어라 싸우고 왔지만 내공 덕분에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어떻더냐? 소감을 좀 말해보거라."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태검문주가 가장 강했고, 나머지는 좀 더 아래였습니다."

이씨세가의 가주인 이욱(李旭)을 일백 초만에 쓰러뜨렸고 서씨세가의 서윤, 장씨세가의 장봉도 비슷하게 쓰러뜨렸다. 그들의 실력은 십이율 문주 중에서 하급과 비슷한 정도였다. 지금의 내가 애를 먹을만한 상대는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정확하군. 본녀의 생각도 다르지 않느니라."

한백령은 과일접시에서 홍옥같은 과실을 하나 집으며 말을 이었다.

"전대(前代)까지 따진다면야 좀 달라질 수는 있겠지. 장씨세가의 도법을 극한으로 연마했던 자가 있었으니... 하여간 현 시점에서 태검문주가 단연 낙양무림에서 최상의 고수라 할 수 있다."

"......"

당신을 제외하고 말이지.

나는 새삼 호법사자와 무림인들의 압도적인 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고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태검문주와 겨루면서 이대로는 안된다 생각했습니다."

"무슨 소리냐."

"검류의 혼란을 좀 더 통제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수행을 떠나려 합니다."

한백령이 곰방대를 바닥에 톡톡 치면서 대꾸했다.

"그러면 그렇게 하거라. 어차피 교주께 이야기를 올리는데만도 반 년은 걸릴테니."

시원스러운 승낙이었다.

그건 다행이었지만, 나는 다른 부분이 약간 이해가 안되어서 반문했다.

"네? 그렇게 오래 걸립니까?"

"본녀가 호법사자라고 하지만 교주께선 우리를 잘 보려고 하지 않으신다. 명령은 빨리 전달되지만 대면은 다른 문제로 보시는 듯 해."

한백령이 몸을 길게 누이며 말을 이었다.

"사대무류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싶다고 하시면서 우리의 자율을 보장하시는 대신, 본인도 우리와 대면하는 걸 꺼려하시지. 그래서 원로원에 대면신청을 올리면 최소한 반 년 후에 답변이 돌아온다."

"......!!"

이건 뜻밖의 정보였다. 교주와 호법사자간의 접촉이 적은 편이고 호법사자조차 교주를 쉽게 볼 수 없다니! 호법사자가 억지로 교주를 보려고 하면 원로원의 초절정고수들과 대규모 충돌이 일어날테니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소통이 느려서 백련교라는 조직이 느려지는 게 아닙니까?"

한백령이 피식 웃었다.

"그건 우리의 힘으로 감당하지 못할 적이 출현해서 교주의 힘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겠지. 그런 적이 중원천지에 있긴 하느냐?"

"......"

"그런 것이다. 교주께선 소교주의 괴질밖에 관심이 없으셔서 중원의 일으로 번거롭게 할 수가 없느니라."

호법사자의 힘만으로 중원 전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

오만함으로까지 비춰질 수 있겠지만, 실제로 한백령은 오대세가를 장악했고 용비천은 황산파를 내세워 구파일방을 손에 넣어가고 있다. 독고준은 간단하게 마도팔문을 굴복시켜서 산하에 둘 수 있다. 호법사자들의 능력만으로 중원제패가 가능한 것이다.

' 반드시 백련교의 비밀을 알아내야겠다.'

이토록 강력한 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근본적인 비밀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번 생에서는 망량의 봉선의식을 진행함과 동시에 반드시 백련교의 비밀을 알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러거라."

나는 한씨세가를 나오면서 한진성과 독대했다. 한진성은 버드나무 아래에서 내게 왠 금패(金牌)를 건네주며 말했다.

"반 년, 길어도 일 년 이내에 돌아와 주십시오."

"알겠소. 그런데 이 금패는?"

"전에 제 세력을 지원해드린다 말씀드렸지요. 이 금패는 한씨세가 산하의 그 어떤 전장도 자유자재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돈은 필요한 만큼 마음대로 쓰십시오. 그리고 이 금패가 있으면 혈랑대(血狼隊), 흑성파(黑星派) 등등 한씨세가 산하의 무림세력을 움직이실 수 있을 겁니다."

"......!!"

"저희의 지원을 받는 세력과 문주들은 이 종이에 써 두었으니 참고해 두십시오."

나는 서신을 열어보고는 침음성을 흘렸다. 무려 삼십여 개가 넘는 문파가 적혀 있었고, 개중에는 상당히 강력해 보이는 중견급 세가나 문파도 꽤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는 세력만으로도 강호에서 독립적인 연맹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할 정도였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화신류의 영향력이 이 정도였소?"

"화신류라니요? 이건 그저 제 직할세력입니다. 실제로는 두 배는 더 되지요."

"......"

"화신류가 중원에 진출한지도 한 세기를 넘어갑니다. 이 정도는 당연하지요."

세상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쌍문세가의 일원이라고는 하지만, 한씨세가가 이토록 거대한 세력을 떡주무르듯 할 수 있는 정점에 존재한다니! 한진성이 내게 당부했다.

"어디에 가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당신과 저는 운명공동체라는 걸 잊지 말아 주십시오. 백련교주의 제자가 되어서 정점에 오르는 일은 앞으로 수십 년을 넘나드는 대계가 될 것입니다."

"알았소. 지원 잘 쓰겠소."

"잘 다녀오시길."

파앗

나는 한진성의 눈이 없는 곳에서 비등을 사용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태경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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