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271화 (271/1,615)

0271 ----------------------------------------------

천계(天界)

한씨세가 앞에 도착하자 감회가 새로웠다. 한씨세가는 문지기가 거의 없는 대신 식객들이 경비를 자처하는 일이 많았고, 예전에는 헌원사도라고 불리는 일류고수들과 마주쳐서 시비가 붙었던 것이다. 물론 경비가 서 있는 경우에는 경비와 마주해야 했다.

"너는 누구냐?"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가 나를 제지했다. 그것은 헌원사도의 막내로써 과거에도 내 앞을 가로막은 적이 있었던 헌앙한 체구에 부리부리한 얼굴의 사내였다. 그의 거도(巨刀)만 보아도 그가 무림인이라는 사실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공손하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한씨세가의 식객이 되고자 찾아왔소."

"너같이 어린 아이가?"

그가 껄껄 웃었다.

"아서라! 어디서 무술 몇 년 배워온 아해인 듯 한데 좀 더 큰 다음에 오려무나."

"......"

나는 피식 웃었다. 과거에는 내 흘러넘치는 내공을 갈무리하지 못해서 그의 경계심을 크게 샀는데, 이번에는 침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내공을 의념으로 잘 통제하기에 되려 빈축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짜고짜 막대한 내공을 보여주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말했다.

"정 그러시다면 나와 삼 초만 나눠보시는 게 어떻소? 삼 초 이내에 당신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식객이 될 자격 정도는 있겠지?"

그러자 헌원사도 막내의 얼굴이 험상궂게 굳었다.

"꼬맹아. 무인에게 그런 소리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좋게 말할 때 물러가라."

"나 또한 무인이니 내 말과 행동은 스스로 책임지오. 받아들이겠소?"

"오냐. 어디 책임 져 봐라."

스릉...

그는 화가 났는지 거도를 뽑아들었다. 나는 지금 내 주변에 보이지 않게 한씨세가의 식객들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포착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과하게 도발을 한 것이다.

"그럼."

까강!

일 초 째는 뇌영검법의 일반적인 베기로 시작했으나, 그 한 번의 격돌에서 헌원사도의 막내는 자신의 병장기를 놓칠 뻔 하며 휘청거렸다. 그리고 이 초 째에 그의 복부를 뇌운유권으로 가볍게 쓸어주고는 삼 초 째에 제압해서 쓰러뜨렸다.

쿠웅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꼼짝 못하게 된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아마 처음 베기가 들어갈 때도 너무 빨라서 겨우 막았을 테고 이후에는 어떤 전개가 되는지 파악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뇌운유권으로 경락을 제압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예상은 했지만 너무 실력차이가 났기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내 말은 책임졌군. 이제 당신 말을 책임질 때요."

스스스

그 때 여기저기에서 인기척이 드러났다. 숨어서 지켜보던 한씨세가의 식객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그 숫자는 대략 여섯 명 정도였다. 헌원사도의 나머지 세 명은 물론이고 다른 고수들도 상당한 경지의 일류고수들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딱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린 나이에 대단한 경지군. 귀하는 어디서 오셨소?"

"나는 백웅이오. 무사수행을 하던 중에 한씨세가의 식객이 되고 싶어서 왔소."

그는 이를 악물더니 자신의 도를 뽑았다.

"막내를 쓰러뜨린 실력은 정말 굉장하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는 건 헌원사도의 자존심이 용납치 못하니, 우리 셋의 합공을 어디 받아 보시오."

"그러시오."

스스슥

아마 헌원사도의 나머지 세 명인듯, 그들이 삼재진의 형태로 나를 둘러쌌다. 그들 하나하나가 명망있는 일류급 고수이니 강호에서는 삼재진으로 포위하면 상대 못할 자가 거의 없었으리라. 하지만 나는 진에 갇히고도 긴장되기는 커녕 무덤덤한 기분이 들었다.

' 간단하겠군...'

이윽고 쐐액 하는 소리와 함께 헌원사도들이 동시에 공격해 들어왔다. 그들의 도법은 회전하는 묘리를 담고 있는 듯 기묘한 궤도로 꺾어들어왔다. 나는 이런 도법을 이미 십이율의 창룡문주에게서 느낀 적이 있었으므로 끝까지 다 보면서 여유롭게 피할 수 있었다.

멸혼보까지도 필요 없다. 뇌영보 천주살만으로 충분히 다 파해할 수 있다. 나는 마치 유람을 하듯 헌원사도 세 사람의 합공을 대략 십여 초 동안 피하다가, 그들이 주춤거리자 지공(指功)을 날려서 제압하기 시작했다.

따당!

"크윽!"

순식간의 일이었다. 지공에 맞은 두 사람은 팔을 떨더니 자신의 도를 떨어뜨렸고, 나머지 한 사람은 지공의 궤도를 보고 막아내긴 했다. 그러나 지공의 압력이 너무 강해서 칼날이 두동강나 버리며 벽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나는 가만히 선 채로 말했다.

"더 이상은 무의미해 보이오."

"......"

칼날이 부러진 사내가 입을 뻐끔거리더니 침통하게 고개를 숙였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군. 우리의 패배요..."

그러자 근처에서 보고 있던 다른 식객들이 놀라워했다. 헌원사도는 강호에서도 꽤 이름을 날린 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수준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에 나는 딱히 감흥을 느끼지 못하며 말했다.

"그럼 식객이 될 수 있겠군."

그 때였다.

"물론입니다. 저를 따라와 주십시오."

정문을 통해서 약 십여 명의 식객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 있는 것은 한씨세가의 소가주인 한진성(韓晉星)으로써 대단한 미남자이자 뛰어난 수완을 가진 사내였다.

' 그리고 화신류의 고수이기도 하지.'

나는 몇 번이고 그와 마주친 적이 있었기에 그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한진성이 나오자 나는 계획대로 되었다고 생각하며 대꾸했다.

"식객이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오?"

"저와 이야기를 하시면 차분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길어도 한 시진이면 끝날테니 걱정 마십시오."

나는 한진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당신과 이야기하면 끝나는 건가?"

"하하, 물론입니다."

"그게 아닐 텐데."

"음...?"

나는 한진성에게 전음을 보냈다.

[ 나는 뇌신류의 백웅! 화신류의 수장이신 한백령 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소.]

"......"

한진성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듯 했다. 그러나 내면에서는 충분히 갈등을 겪었는지 한참 생각하다가 내게 말했다.

"귀한 손님이셨군요. 그럼 당연히 더 안으로 뫼시겠습니다."

나는 이윽고 한진성을 따라서 조용한 장원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그마한 다리가 놓여있는 연못에 한 흑발의 미소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 흑단같은 머릿결에 고급스러운 옷, 새하얀 피부의 절세가인(絶世佳人)이 바로 현 백련교의 3대 호법사자이자 천령단을 이룩한 화신류의 최고수, 한백령(韓白玲)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그렇기에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 한백령이 내 쪽을 돌아보자마자 포권을 하며 말했다.

"뇌신류의 제자 백웅이 화신류 호법사자 한백령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백령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너는 어린 나이에 굉장한 경지에 올랐구나. 뇌신류가 아직도 너같은 초절정고수를 키워낼 만한 잠재력이 있었단 말인가?"

"은사의 도움과 약간의 기연이 있었습니다."

"흐음... 어떤 기연인가?"

"저는 뇌신류 독고성(獨孤星)의 제자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스승님의 소개로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한백령의 안색이 크게 달라졌다. 그 표정은 화가 났다기보다는 당황한 표정에 가까워 보였다.

"뭐? 독고성?"

"네."

"그 녀석이 아직 살아 있었단 말이냐? 정말?"

"스승님께서는 현재 사천 용왕곡에서 검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알고 계시는 줄 알았습니다."

"음..."

한백령은 연못으로 고개를 돌렸다.

"독고성이라면 너만한 제자를 키워낼 만 하다. 그는 뇌신류 호법사자 이청운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뇌신류의 최고수였으니."

"여쭙기 죄송하지만 제 스승님과 어떤 관계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네 스승이 무엇때문에 너를 내게 보냈는지부터 이야기해라."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푸념을 하는 듯 하여 죄송하지만, 제 검술의 진전은 얼마 전부터 크게 막혔습니다. 스승님께서도 그 해결법을 아시지 못해서 검술의 달인이신 한백령 님을 찾아가 보라는 소개를 들은 것입니다."

"막혔다고? 어떤 부분이 막혔느냐?"

"익힌 검술이 너무 많아서 그걸 하나의 흐름으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흐음..."

한백령은 고민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불쑥 입을 열었다.

"나와 네 스승은 한때 친한 사이였다. 이청운도 그렇고 우리 셋의 사이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 그런데 난데없이 독고성이 은거해버리고, 몇 년 후에 뇌신류의 숙청이 이어지며 그들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어 소원해진 것이다."

"그랬군요."

한백령이 눈에 이채를 띄며 나를 바라보았다.

"독고성은 어지간히도 너를 아끼는 모양이구나. 그 자는 죽어도 나한테 부탁같은 건 안 할 줄 알았는데..."

"......"

"좋다. 독고성의 제자라면 한 수 지도해줄 생각이 있다. 너는 오늘부터 한씨세가에 머물도록 하거라."

"감사합니다."

나는 내심 잘 먹혔다고 생각했다. 한백령이 안믿으면 어쩔까 싶었지만, 그녀는 독고성의 제자라는 말에 많은 의심을 풀어버린 모양이었다.

키기깅

그 때 한백령이 어기지력을 사용해서 장원 한켠에 있던 쌍검을 꺼내서 자신의 손에 잡았다. 그러더니 쌍검을 내게로 겨누며 말했다.

"말이 나온 김에 네 실력이나 좀 봐야겠다."

역시 그렇게 나오는 건가.

나는 힐끔 장원을 둘러보며 말했다.

"부수지 않을 자신이 없습니다."

한백령이 헛웃음을 지었다.

"누가 뇌신류 아니랄까봐 오만하구나. 그런 건 본녀가 알아서 할테니 덤벼 봐라."

"양보 부탁드립니다."

나는 검을 뽑아서 자세를 취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호법사자를 상대로 힘을 아껴봐야 의미가 없었기에, 나는 이미 억제하고 있던 내공을 풀어서 기경팔맥에 흘리기 시작했다. 광대한 내공이 쏟아지며 기세를 돋우자 한백령이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 살면서 아직까지 한백령의 진짜 실력을 본 적이 없군.'

지금까지 한백령과 겨뤄본 적은 많지만, 그건 엄밀히 말하자면 겨뤄본 게 아니었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갖고놀듯 한백령이 많이 봐준 형태였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한백령은 용비천과 동급에 있는 천하무쌍의 호법사자였으므로 제대로 붙을 경우 내가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지금도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나는 이광과 꽤나 엇비슷하게 겨루고 온 직후였으므로 마음속에 불이 붙어 있었다. 예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강자들과 대등한 선에 이르렀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을 넘어서고 싶은 호승심도 들끓어오르는 것이다.

오늘은 한백령의 진짜 힘을 보고 싶다.

"하앗!"

나는 거세게 기합을 내지르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멸혼보를 응용하면서 순식간에 굴공참을 운용해서 공간 그 자체를 베어나간 것이다. 최초의 한 수로 택하기에는 이보다 강한 절기가 없었다.

그 짧은 찰나에 한백령은 만변(萬變)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벽처럼 기본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한백령의 신형이 일순간 사라지는 것 같더니, 기쾌하게 열두 가닥으로 재차 꺾여서 검봉과 검영이 순식간에 난무(亂舞)했다.

쩌엉!

굴공참이 튕겨져 나갔다. 한백령의 검은 마치 거검(巨劍)처럼 거침없는 그림 속에서 한 줄기 정선(定線)을 이었다. 이윽고 비어있는 공간 사이로 점점이 흐르던 물길이 검로(劍路)가 되어서 흐르기 시작했다.?

' 막혔다!'

나는 굴공참을 시작으로 의념절기를 운용해서 우세를 가져갈 생각이었는데 첫 초식부터 막힌 것이다. 한백령이 내뻗은 검로가 내 검로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바닥에서 검영이 줄기지어 치솟아오르더니 되려 내가 운신할만한 공간을 없앴다.

까가가강

철이 격렬하게 불꽃을 튀기며 부딪혔다. 마치 이광이나 진소청과 싸울 때처럼 강기가 부딪히며 서로의 역량을 가늠해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겨룰 때와 달리 오싹한 한기가 느껴져서 입을 꾹 다물었다.

' 이건 무슨 검계(劍界)지?!'

기세나 압박감과는 다른 섬뜩한 예감이 나를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사냥감처럼 내 행동이 상대방에게 모조리 읽히고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이게 육감인지 그저 불안감인지 알 수가 없었기에 더욱 간파하기가 힘들었다.

비기(秘技)

검혼일수(劍魂一手)

한백령의 맨손은 검령(劍靈)을 머금고 공간을 꿰뚫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한백령은 이미 자신의 혼(魂)을 사방에 자유자재로 흘려서 감지가 가능했고, 의지가 가는 곳에 생각할 필요도 없이 도달할 수 있는 진경(眞境)이었다. 내가 필사적으로 내뻗은 검초는 한백령의 맨손이 펼쳐내는 스물 다섯 가닥의 행로(行路)에 목이 졸리듯하는 형상이 되어버렸다.?

잠깐 그러면 나머지 한 자루의 검은 어디 갔단 말인가?

내가 거기에 생각이 미쳤을 때 허리춤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크윽!!"

나는 찰나지간에 쏘아져 온 이기어검에 급히 호신강기를 사용해서 막아냈지만 일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급히 지혈을 하며 바닥을 굴러서 똑바로 서자 한백령이 어검을 손가락을 휘둘러서 조종했다.

피잉

쿠콰쾅

실 끊어지는 소리가 끝나자마자 기가 폭발했다. 이기어검이 연속으로 날아오니 나는 거의 움직이지도 못한 채 의념을 끌어모아서 맞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기어검을 쳐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어서 괴로웠다.

' 뭐... 뭐야... 이 무시무시한 공격력은?!'

나는 무영문에서 검마에게 지도받던 시절에 이기어검을 많이 접해 보았다. 검마의 이기어검은 의념을 배우던 초창기에는 대응하기 불가능할 정도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이기어검이라는 의념절기의 특성을 깨닫게 되면서 상대할만 해 졌다. 그리고 검마의 검술수준이 올라간 후에도 검마의 내공에 한계가 있기에 이기어검 자체가 무시무시하게 강해지지는 않았다. 그저 이기어검을 이용한 특수한 의념절기가 몇 배나 강력해졌을 뿐이다.

그러나 한백령의 이기어검은 검마의 것과도 차원이 달랐다. 하나하나에 실려있는 공력이 초절정고수의 필살기에 못지 않은데다가 몇 배나 둔중하고 아팠다. 보통 강호에서 절정고수라 행세하는 자들도 한 방 맞으면 상반신이 통째로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었다. 나는 이렇게 무시무시한 공격력의 의념절기를 맞이한 적이 거의 없었다.

잠시 후 한백령이 이기어검의 공세를 멈추더니 자신의 검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말했다.

"내공이 대단해서 그런지 꽤 버티는구나. 이대로 끝낼수도 있지만 그래선 재미가 없지."

"무슨..."

"자, 이것까지 받아내 봐라."

한백령의 자세가 일변했다. 마치 음검(陰劍)과 양검(陽劍)을 교차하듯이 겨눈 후, 그녀의 칼날에서 가공할만한 영기가 치솟아 올랐다. 마치 살아서 이글거리는 듯한 그 염기(炎氣)는 여태 살아오면서 보았던 불꽃 중 어떤 것과도 상이했다.

이대로는 죽는다!

' 뇌명!'

나는 찰나에 뇌명을 발동시키며 공력을 최대치까지 증폭시켰다. 그리고 증폭된 능력 덕분에 한백령이 쏘아내는 일 검(一劍)을 겨우 간파할 수 있었다.

화신류(火神流)

비기(秘技)

무극용왕참(無極龍王斬)

콰과과광

전신이 뒤흔들린다. 무극용왕참의 검로를 읽어내고 막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힘이 너무 강해서 내 호신강기가 송두리째 깨어지고 검이 부숴지며 하늘로 날아간 것이다. 과연 호법사자의 실력이었다.

' 윽... 이광의 뇌공섬보다 더 강해...!!'

나는 중력이 역전된 느낌에 잠시 몸을 허우적대다가 연이어서 날아오는 공격에 눈을 부릅떴다. 흑발의 절세미녀가 심적권청의 찰나지간에 마치 신녀의 춤처럼 몸을 유려하게 다잡더니 기세를 원상태로 되돌리는 걸 목격한 것이다.

"용아(龍牙)."

다시 한 번 한백령에게 무극용왕참의 자세가 잡혔다.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연속공격이라고?!

아무리 호법사자라지만 의념절기를 연속 두 번이나...

하지만 내 경악을 무시하듯 다시 한 번 무시무시한 호법사자의 필살기가 날아들었다.

화신류(火神流)

비기(秘技)

무극용왕참(無極龍王斬)

쿠콰콰쾅

"으아아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훨훨 날아갔다가 대지에 떨어졌다.

설마 이백 초도 못 버틸 줄이야!

의식이 서서히 꺼지면서 전신에 피가 줄줄 흐르는 게 느껴졌다. 한백령이 놀란 듯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아니, 가볍게 진심이었는데 이걸 못 버티다니..."

"......"

설마... 이대로 죽는건가...

나는 피를 쿨럭대며 바닥을 박박 기었다. 이대로 허무하게 죽을 순 없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전신의 내공을 치유로 돌리며 급히 의술으로 활력을 살려내었다. 의식이 꺼져가면서 한진성이 내 몸을 붙들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주님. 이걸 살릴 수 있는 건 그 뿐입니다. 오대신의 약왕(藥王)을 어서..."

"불러오너라."

그리고 의식이 끊겼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