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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찰나에, 진소청과 마주한 상태에서 의념을 맞부딪히며 서로의 진경을 탐색하는 과정이 지나갔다. 나는 진소청의 기(氣)가 예상보다 적다는 게 의외라고 여겨졌고, 진소청은 그 나름대로 나를 판단하는 듯 했다. 확실한 것은 진정한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자들끼리 대치했으므로 일반적인 무림인들의 간합을 읽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실 끊어지는 듯한 소리.
' 간다.'
섬광이 빨려드는 듯한 일섬(一殲)!
제 일 초는 당연히 내가 제일 자신있는 굴공참(屈空斬)이었다. 진소청을 완전히 처음 대면한다면 탐색용으로 이것저것 써 보겠지만, 그럴만한 상대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최강의 일격을 아낄 이유가 없는 것이다.
"......!!"
진소청은 처음에는 란(欄)으로 대적하려 했으나 이내 굴공참의 묘수(妙手)를 느꼈는지 급히 창을 거두어서 뒤로 빠졌다. 그것은 옳은 판단으로써, 만일 억지로 란나찰을 이용해서 밀고 들어왔다면 그대로 몸이 두동강나고 말았으리라. 나는 진소청이 퇴각하는 것을 지켜보지 않고 바로 멸혼보로 짓쳐들었다.
까앙!
요란하게 병장기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서로의 강기가 충돌한 것이다. 진소청은 내 전력을 실은 일격에 다소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초반부터 전혀 힘을 아끼지 않고 다 퍼붓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 모든 내공이 집중된 공격을 막아내는 건 아무리 진소청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크윽!!"
진소청은 뇌영보 천주살로 뒤로 물러나더니 이번에는 천뢰무극창의 기(技)를 발휘하여 자신의 힘을 모았다. 나는 연이어서 굴강한 참격을 날렸는데, 갑작스럽게 섬짓한 기운이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 지금 건 뭐지?'
두 갈래 기운이 황망하게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나도 모르는 천뢰무극창의 비기(秘技)이거나 진소청만의 묘수일 것이다. 하지만 내 힘을 견디지 못하고 적중률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꽈과광
재차 기운이 폭발하는 듯 했다. 진소청은 만변으로 굴강을 대처하려 했던 무사시와는 다르게 유연하게 창식을 이용해서 내 공격을 받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공격해 들어가면서도 그의 창술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 완벽한 화경(化經)이구나.'
적재적소에서 강한 힘을 지면으로 흘려내는 묘용! 진소청의 화경은 일반적인 경지를 넘어서서 의념절기의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듯 했다. 동작에는 한 치의 낭비도 없었으며 자신의 약점을 완벽하게 감추고 있으니, 단순한 힘으로 치면 몇 배나 되는 내 공격을 받아흘릴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은 내가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내가 진소청과 비슷하거나 한 수 위의 경지에 있다는 걸 확신했지만 속마음은 그리 좋지 않았다.
저 나이에 이미 뇌신류 창술의 극의(極意)를 얻었단 말인가?
태어나서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무술의 기재도 진소청의 나이에 저런 진경에 이르지는 못했다. 나는 몰아붙이면서도 다소 씁쓸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하필이면 왜 진소청이었을까.
왜 하필 처음 마주친 천재가 중원최고의 기재였을까?
' 화경은 이걸로 부순다.'
하지만 그런 잡념과는 별개로 내 몸은 더할나위없이 빠르게 움직여서 비기 천참만륙을 뻗어내고 있었다. 순식간에 일천참(一千斬)을 뿜어내는 의념절기가 내 칼끝에서 비산(飛散)하며 진소청의 화경을 흐트러뜨렸다.
"!"
그 순간 진소청의 눈빛이 빛난 것 같았다. 그는 마치 절호의 기회를 잡은 듯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다. 천참만륙의 기(技)가 일천 개의 참격을 쏟아낸다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였다.
' 뭐? 여기서 들어온다고?'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천참만륙의 헛점을 뚫을 수 있다면 내게 필살의 일격을 먹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다르게 내가 펼치는 천참만륙은 의념을 실어서 펼치고 있기에, 이 엄밀한 검막(劍幕)을 통과하는 것은 도저히 될 일이 아니었다. 촘촘한 자수의 구멍을 순간적으로 바늘로 뚫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일 초. 진소청은 나(羅)를 써서 검륜(劍輪)을 와해시켰다.
이 초. 진소청은 찰(刹)에 란(欄)을 섞어서 회전력을 강화시켰다.
삼 초. 진소청은 생전 처음보는 창술의 조합을 사용했다.
파앙
나는 고작해야 삼 초만에 내 공세가 와해되고 다시 전투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에 아연했다. 무슨 수를 쓴 건지 모르겠지만 진소청은 찰나지간에 천참만륙을 와해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허억! 허억! 헉..."
진소청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번 한 수로 크게 체력과 기력을 소모한 듯 했다. 그러더니 이마의 땀을 닦으며 씨익 웃었다.
"다, 당신 정말 강하구려! 사부님 이래로 당신처럼 강한 뇌신류 고수는 처음 보는군."
나는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진소청보다 한 수 위라는 사실을.
이대로 싸운다면 어떻게든 진소청을 오백 초 이내에 쓰러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동시에 열패감 때문에 주먹을 꽉 쥘 수밖에 없었다.
지니고 있는 무술세계의 [그릇]이 다르다!
나는 진소청의 방금 삼 초의 묘수에서 그가 바라보고 있는 창술의 지평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는 걸 체감한 상황이었다, 아니, 진소청이 내 무술세계를 개안시켜줬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내가 이 상황에서 무당파 절학의 힘과 내공을 앞세워 이긴다고 해도 결코 온전한 승리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나는 진소청에게 물었다.
"방금 삼 초식은 뭐지? 그것도 이광에게 배웠는가?"
진소청은 눈을 껌벅거리더니 말했다.
"잘 모르겠소."
"모르겠다니?"
"란나찰을 스승님께 배운 건 사실이지만 방금 썼던 조합은 나 스스로도 처음 써보는 것이오. 우연이지."
"......!!"
방금 그게 천뢰무극창의 비기가 아니라 그저 기본창술인 란나찰이었단 말인가?!
기본기의 조합만으로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나는 여러모로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묵묵히 서 있자 진소청이 말했다.
"더 하지 않을 생각이오?"
"당신 스승이 온 것 같군."
비무대 아래에 삼절 이광이 와 있었다. 그는 어느새인가 우리의 대결을 관전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우리의 시선이 이광에게로 향하자, 그는 비무대 위로 훌쩍 뛰어올라오더니 내게 말했다.
"자네도 뇌신류의 전승자인가 보군. 뛰어난 실력에 감탄했네."
나는 이광의 얼굴을 보자 속에서 열화가 치솟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대꾸했다.
"당신이 삼절 이광이오?"
"그렇네. 자네는 누구인가?"
나는 자조하듯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서 무엇하오."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여기서 몸성히 나갈 수는 없네."
"정말로 그렇소?"
"물론!"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에게 검을 겨누었다. 이광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나는 도발하듯이 말했다.
"이대일로 해볼 생각이면 말리지 않겠소. 내가 가는 걸 어디 막아 보시오."
"건방지군. 내 제자에게 우세를 점했다고 해서 나까지 얕보는가?"
"그럴 리가. 단지 당신이라면 합공도 서슴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지."
이광은 제대로 열받은 표정을 지었다. 겉으로는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았지만 크게 냉막해졌고 서리가 내려앉은 듯 했다. 곧이어 이광은 어기지력을 이용해서 연무장 주변에 있던 창 한 자루를 들더니 말했다.
"합공하지 않겠다. 덤벼라."
"......"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왜 청룡무관에서 이광에게 시비를 걸고 있을까?
사실 이광에게 뭔가 갚아주려 해도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었다. 원한은 충분하지만 그걸 맘놓고 터뜨릴 때도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 내가 크게 휩쓸리고 있는 감정의 격류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 그 이유를 깨닫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하하..."
그동안 거쳐왔던 지옥훈련의 보상을 받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 아니다. 이광에 대한 원한도 지금은 중요한 게 아니다. 나를 이렇게 움직이게 만드는 원인은 바로 내가 느끼는 검술의 한계를 선명하게 직면했기 때문이다. 필설로 잘 형용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 이걸 체감하고 있을 때 어떻게든 초고수와 겨뤄보지 않으면 감(感)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대로 상대를 분노에 휩싸이게 하는 건 옳은 선택이 아니다. 나는 내가 했던 행동이 다소 옹졸했다는 걸 마음속으로 인정하고는 다시 이광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오."
"......?"
"방금은 성급했소. 섣부른 격장지계는 쓰지 않을테니 제대로 해 봅시다."
이광의 표정이 풀렸다. 그 또한 초절정고수라서 내 감정변화를 일순간에 알아차리고 그 원인도 대충 짐작한 모양이었다. 그는 차분해진 얼굴로 말했다.
"큰 벽을 맞닥뜨리고 있군!"
"정확히 보셨소."
"뇌신류의 검사(劍士)는 드물지. 자네의 스승이 되어줄 자도 변변히 없을테니 이해할 수 있네."
그렇게 말한 이광이 말을 이었다.
"어디 한 번 겨뤄볼까!"
파아앗
이광과 내 몸이 동시에 날아서 비무대 중앙에서 부딪혔다. 나는 이광과 첫 초수를 나누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 그 때 만큼은 아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상대했던 이광과의 비무에서 느꼈던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현재의 이광은 분명히 강력한 초절정고수이긴 하지만, 그 때같은 가공할 투기(鬪氣)가 없었다. 나는 잠시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알 수 있었다.
이광도 팔 년 동안 성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의 이광은 아직까지 내가 해볼 만한 상대라는 의미였다. 나는 뜬금없이 내 목표가 압축되어서 눈 앞에 보이자 탐욕 때문에 눈이 멀 것 같았다. 지금 조금만 열심히 싸우면 이광을 넘어설지도 모르는 것이다.
까강!
순식간에 이광과 맞부딪혀서 백여 초수가 넘어갔다. 이광은 확실히 진소청보다 평균적인 기(技)나 내공이 훨씬 높았으며, 공격의 예리함도 차원이 달랐다. 뿐만 아니라 진소청이 애먹었던 내 강격도 손쉽게 경험으로 흘려넘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굴공참의 초수를 거두며 생각했다. 이광의 창식 하나하나가 무겁긴 하지만 그 압박감은 별로 강하지 않았다.
해볼 만 한데?
굳이 따지자면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승패가 갈릴 것 같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이광은 내가 못 이긴다는 소리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광 본인도 그 사실을 깨닫고 있는지 갈수록 비무에 전력을 다하는 기색이 보였다.
비기(秘技)
뇌공섬(雷空殲)
이광의 성명절기이자 마주치는 적들에게 악몽같은 위력을 선사했던 뇌공섬이 펼쳐졌다. 나는 예전에 마주쳤던 뇌공섬의 위력을 알고 있기에 어금니를 꽉 깨물고 긴장했다. 예고없이 통강의 형태로 날아든 뇌공섬을 상대하기 위해서 반사신경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팔문에 모여있던 기를 격렬하게 해방시키며 백웅결과 분심결을 동시에 운용했다.
쐐액!
내가 예전처럼 굴공참으로 그 공격을 되받아치자 이광은 당황한 듯 했다. 그러더니 뇌영보 천주살로 일단 회피하며 자세를 다잡았다.
' 응?'
이상하다. 예전에는 내 반격에 되려 32개의 창격을 내뿜으며 반격하지 않았던가? 그 때의 대응과는 대조적이었다. 이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같은 소년고수가 있을 줄은..."
"......"
그렇군.
나는 성취감과 동시에 허탈감을 느끼며 검극을 늘어뜨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광. 당신은 황연 대장군이 대뢰옥에 투옥되어 계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소?"
"뭣이!"
나는 품 속의 목갑에서 황연 대장군을 꺼냈다. 황연은 난데없이 자신이 이상한 장소에 나타나 있자 어리둥절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이광을 발견하고 말했다.
"여긴 청룡무관인가?"
"장군!!"
이광은 깜짝 놀라서 그에게 포권했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저 소년이 나를 구해줬다네."
나는 그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대뢰옥의 포로들을 마저 꺼내놓았다. 사람들이 쏟아지자 이광의 얼굴이 갈수록 납빛으로 굳어졌고, 옆에서 보고 있던 진소청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대뢰옥의 포로들을 다 꺼냈다고 생각하자 이광에게 말했다.
"이광. 나는 당신에게 황연 대장군을 맡기고 싶소."
"자네는 대체 뭐하는 자인가?"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황연이 놀랐다.
"응? 자네의 제자 아니었나?"
"제자라니요."
이광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에게 소청이 이외의 제자는 없습니다. 하물며 저런 초고수라니..."
"......?"
나는 이목이 내게로 쏟아지자 묵묵히 이광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이광에게 전음을 보냈다.
[ 이광. 당신은 뇌신류의 종사로서 일파를 부흥시킬 생각이 있소?]
[ 물론이다.]
[ 그렇다면 독고성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흠칫!
이광은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 그의 거취를 알고 있는 건가?]
[ 내 말에 대답부터 하시오.]
[ 물론이다. 그는 일파를 등지고 제멋대로 은거했으나 사문의 어른인 건 틀림없다.]
아무래도 지금 시점의 이광은 독고성에 대한 감정이 그리 나쁘지 않은 듯 했다. 예전과는 반응이 달랐으므로 나는 이유를 대충 짐작했다.
' 세월이 지나면서 원한이 더 숙성된 모양이군.'
나는 이왕 이렇게 된거 내 이득을 더 얻어내기로 했다.
[ 독고성의 위치를 당신에게 알려주겠소. 그 대신에 당신이 알고 있는 검술의 초고수에 대해 알려 주시오.]
[ 독고성 본인을 제외하고 말인가?]
[ 그렇소.]
이광이 잠시 생각하다가 육성으로 말했다.
"우선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는 게 어떤가?"
"알았소."
이윽고 진소청이 포로들을 청룡무관의 빈 숙소로 인도하러 가고, 나는 이광 황연과 함께 와룡전으로 들어왔다. 와룡전의 탁자에 마주앉고는 이광이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째서 대장군께 거짓말을 한 거지?"
"황 장군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소."
나는 태연하게 대답한 후 황연에게 말했다.
"거짓말한 건 죄송합니다."
황연이 손을 저었다.
"아닐세. 그만한 사정이 있었던 거겠지. 하여간 백웅 자네는 뇌신류의 고수인 듯 한데 어찌 대뢰옥까지 나를 구하러 들어온 것인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황연은 혀를 끌끌 찼다.
"비밀이 많은 친구로군."
나는 어차피 이광에게서 신뢰를 얻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철저하게 거래관계로 나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광. 대답을 듣고 싶소만."
"독고성에 비견될 만한 검술의 초고수라면 내가 아는 중에는 단 한 명 뿐이다."
"그게 누구요?"
"한백령(韓白玲)!"
"......"
"현재 강호에서는 낙양 쌍문사가 중 한씨세가의 가주로 알려져 있다."
나는 혹시나 싶어서 되물었다.
"그 외에는 없소?"
"없다. 천하가 아무리 넓다지만 독고성에 비견되는 자는 그녀 뿐이다."
"정말로 없소?"
이광은 내가 끈질기게 묻자 인상을 찌푸렸다.
"백련교주 직할의 원로원에 한두 명 있을지도 모르지. 그게 아니라면 인간을 초월한 검선(劍仙)이라던가."
"......!!"
나는 이광의 말이 옳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대꾸했다.
"고맙소. 유용한 조언이었소."
"설마 한백령을 찾아가서 검술의 벽에 대해 조언받을 생각인가?"
"안될 것도 없잖소?"
그러자 이광이 약간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녀는 백련교 화신류(火神流)의 호법사자다. 찾아가는 건 말리고 싶군."
"알고 있소."
이광은 내 대답에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는데도 그녀를 찾아간다고?"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타인을 이렇게 걱정해 주는건가."
"무례한 놈이군."
이광은 약간 성이 났는지 고개를 홱하고 돌리고 말았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광과 황연에게 통보하듯이 말했다.
"독고성의 행방은 곧 찾아서 알려주겠소."
"잠깐..."
나는 그들이 제지하려는 걸 뿌리치고 멸혼보로 빠져나와 버렸다. 여기에 더 있어봤자 일만 꼬인다.
파앗!
그리고 적당한 장소에서 황금비등을 써서 이번에는 낙양으로 향했다.
' 그 말이 맞아.'
어쩌다보니 이광과 진소청과 겨루게 되었지만 크게 틀어질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광에게서 좋은 단서를 얻은 것 같았다. 지금 독고성도 내게 좋은 해답을 줄 수가 없다면 동격의 검술고수를 찾아야 하는데, 그건 인세에서는 호법사자급밖에 없는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최후의 방법도 있었다.
나는 낙양의 거리를 한동안 걸어서 한씨세가 앞에 섰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화신류 호법사자 한백령을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