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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265화 (26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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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우우우우

나는 무영문도 전체를 데리고 황금비등을 써서 혈도단의 해적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본거지에서 목갑에서 무영문도 전체를 해방시켰다. 목갑에서 우르르 쏟아져나온 무영문의 고수들은 꽤 어리둥절해하는 기색이었으나, 이내 검마가 그들을 통솔하며 말했다.

"간부급은 사로잡고 졸개들은 모두 죽여라."

"존명!"

"한 놈도 도망치게 놔두지 마라."

파바밧

이윽고 무영문의 십수명 남짓한 고수들이 해적섬 사방으로 흩어졌다. 해적섬의 인원이 수백 명이나 된다는 걸 생각하면 적어 보였지만, 실상은 그들 하나하나가 사파에서 손꼽힐 정도의 일류고수이거나 절정고수인 것이다.

검마는 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백 호법은 나와 혜아를 구하러 갑세."

"네."

검마와 함께 해적의 지하감옥에 가서 경비들을 쓸어버리고 서문혜에게 시전되어 있던 금제를 푸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서문혜를 부축해서 지하감옥을 나올 때였다.

"으아아악!!"

"아아악!!"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해적섬 여기저기에서 끔찍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무영문의 고수들은 너무나도 수월하게 해적들을 도살하고 있었다. 하긴 한두 명만 있어도 해적섬을 전멸시키는 게 일도 아닌데 무영문 전력 전체가 와버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도살이 끝나고 혈도단의 두령 세 명과 간부급이 줄줄이 묶여서 꿇려앉혀지는데는 반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간부급들은 반항하다가 사지가 잘려나간 자들이 더러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공포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이미 무영문 고수들이 장대를 세워서 참수한 목을 걸어두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무영문 고수들은 사파출신이라 그런지 이렇게 참혹한 꼴을 보아도 무덤덤해 보였다.

의자에 앉아서 물끄러미 그들을 쳐다보던 검마가 말했다.

"우두머리가 거기 네놈들이냐?"

"그, 그, 그렇습니다."

"살려만 주십쇼."

혈도단 두령들은 벌벌 떨고 있었다. 검마는 그들의 물고기 모습을 짐작하는듯 굳이 두건을 벗기지 않고 있었다. 대신 턱을 괴며 말했다.

"혜아를 네놈들에게 넘긴 놈들은 어떤 놈들인지 상세히 말해라."

"그, 금의위(金衣衛)입니다."

검마는 거기까지는 예상한 듯한 기색이었다. 차분한 질문이 이어졌다.

"거래 장소는?"

"하남의 경구 지역입니다."

"무영문에서 코앞이군. 네놈들은 혜아가 본문의 소문주라는 걸 알고 있었느냐?"

"몰랐습니다! 맹세코 몰랐습니다! 저희는 그냥 금의위의 부탁을 받아서 일 년 동안 데리고 있기로 한 것 뿐입니다! 금의위가 결코 손대지 말라고 해서 가만 놔두었습니다!"

"......"

검마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내게 전음을 보냈다.

[ 자네의 기억 속에서 혜아는 처녀지신을 지키고 있다 했었지. 그 기억에 틀림이 없나?]

[ 네. 분명히 금제대법으로 기혈을 파악했을 때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 다시 한 번 혜아의 상태를 관찰해 주게.]

나는 서문혜의 몸 속에 기를 흘려보내고 의술지식에 따라 경락의 흐름을 관찰했다. 그리고는 확신해서 대답했다.

[ 맞습니다. 소문주께서는 처녀지신이 틀림없습니다. 학대당한 흔적도 없고요.]

[ 흐음...]

나는 대답해 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해적들이 서문혜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 걸까? 물론 외동딸을 둔 아버지의 마음으로써는 당연한 것일수도 있지만, 지금 검마가 신경쓰는 건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부분인 듯 했다.

이윽고 검마가 말했다.

"금의위와 다음번 거래는 언제냐?"

"네? 그... 그게 앞으로 석 달 동안은 아무런 예정도..."

"최대한 빠르게 다음 거래 약속을 잡아라. 말을 잘 듣는다면 살려줄 수도 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살려준다고?

나는 검마의 대처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윽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검마는 내 기억에 따라서 이 섬에 있던 금은보화는 물론 화약과 폭약, 요도 무라마사까지 단숨에 얻어내었다. 그리고 혈도단 두령을 시켜서 금의위에 연락하게 만든 후 나머지 해적간부와 해적포로들을 모두 구출해서 무영문으로 되돌아왔다.

무영문으로 되돌아 온 검마가 말했다.

"해적의 일과 포로해방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네. 자네는 서둘러 망량을 만나러 가게."

뜻밖의 말이라서 나는 반문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자네가 하던대로 저 혈도단 놈들을 찢어죽이는 걸로 끝내서는 안 되지. 이제부터 나는 놈들의 연원을 추적해서 확실한 배후를 알아내는 일에 집중하겠네. 다만 거기에는 자네의 힘이 필수적인 게 아니니, 자네는 자네의 볼 일을 보란 말일세."

검마가 말을 이었다.

"내가 생각건대 자네의 이번 생은 굉장히 큰 성취를 얻는 계기가 될 것일세. 그러니 막야의 수기를 다스리러 망량을 찾아가고, 그와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게."

"알겠습니다."

확실히 검마가 해적쪽 일을 처리해 준다면 내 수고가 한층 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검마가 나를 배려하는 모습에서, 그가 전생의 기억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서 황금비등을 써서 진랑곡으로 갔다. 진랑곡에 들어오자 망량이 방 안에서 쿨쿨 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를 깨우려고 살며시 들어갔다.

"일어나 보시오."

망량은 손을 저었다.

"아... 냅둬... 잘꺼야..."

"거참."

나는 한숨을 쉬고는 옆구리를 간질렀다.

"흐이이에에에에엑?!"

그러자 망량은 화들짝 놀라서 펄쩍 뛰듯이 일어났다. 그리고는 낯선 불청객인 내가 방 안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기겁했다.

"다, 다, 당신은 누구요?!"

나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렇게 말하면 못 믿겠지만, 당신과 십수 번도 넘게 엮여서 모험했던 동료요. 이름은 백웅이오."

"미친 놈이었군! 당장 나가!"

망량은 놀라움과 공포에 질린 듯 했다. 나는 그가 평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린 후 차분하게 방 바닥에 앉아서 말했다.

"나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오."

"그건?"

수요 막야를 앞으로 내밀자, 망량의 눈이 반짝였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막야가 심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건 알아본 모양이었다. 나는 망설임없이 막야를 망량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칠요 막야라는 물건이오. 지난번에는 이것때문에 죽었지."

"이게 칠요라고? 죽었다는 건 또 무슨 말이오?"

"설명하자면 길지만... 우선 이 흑요석을 받아 주시오."

스윽

"엄청 크군."

내가 커다란 흑요석을 내밀자 망량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받아드는 기색이었다. 일부러 흑요석 광산에서도 가장 큰 놈을 가지고 온 것이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망량에게 흑요석의 술법을 시전했다.

파아앗

"......!!"

망량은 기억의 홍수속에서 갈피를 못 잡는 듯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그의 안색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이성을 되찾은 것은 약 반 식경이 지나서였고, 나는 그 때까지 묵묵히 앉아서 기다렸다.

망량은 잠시 후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이런이런... 나는 이미 거대한 흐름에 말려들어 있었던 것이구려."

"미안하오. 당신을 이런 일에 끌어들여서."

"그런 말은 하지 마시오. 어차피 기억을 살펴보니 전부 내가 자발적으로 끼어든 일이었으니. 하지만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구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린 듯 말했다.

"... 좋소. 이번 생도 함께 가 봅시다. 재밌겠군."

"고맙소."

나는 그 말을 듣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는 게 이렇게 실감이 날 수가 없었다. 전생의 무게에 짓눌려서 망량이 포기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는 순순히 따라주기로 한 것이다.

"우선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빨리 막야의 수기를 공양하러 가야겠군. 하지만 그 전에 이야기를 좀 합시다."

"어떤 이야기 말이오?"

망량은 신중한 기색으로 손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

"곤륜산에 투신하여 구천현녀의 제자로 들어가서 지선의 경지에 오른 [망량]의 삶은 그 흑요석을 통해서 내게 전달되었소. 그 때 익혔던 술법이나 경험을 내가 즉시 얻은 것도 사실이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바로 그 [망량]만큼 뛰어난 술법사가 된 것은 아니오."

"무슨 말이오? 술수의 지식과 경험을 손에 넣지 않았소?"

"지식과 법력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오."

단호하게 대답한 망량이 말을 이었다.

"구천현녀의 제자로 들어간 망량은 영험하기 그지없는 천계에서 법력을 엄청난 속도로 쌓으며 성장했소. 또한 구천현녀의 전폭적인 지지와 가르침이 있었으며 천계에서밖에 받을 수 없는 수련도 있었소. 신수의 영력을 섭취하기까지 했지. 그 모든 것을 따지자면 인간세상에서는 이백 년을 수련해도 그정도 법력을 쌓을 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소."

이백 년!

지선 망량의 술력은 이백 년 이상의 고행이 있어야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망량은 골치아프다는 듯 말했다.

"배교의 사술이나 인형술같은 것과는 달리 지선 망량의 술법은 정통팔괘에 근거한 정진정명한 유파. 그렇기에 나는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그 경지를 따라잡는 건 매우 지난한 일이오."

"흠... 그런 문제가 있었군."

확실히 기억을 전수받는 것만으로 지선 망량만큼 강해지는 건 무리일 듯 했다. 지선 망량의 강함은 내가 여태껏 만났던 강적들 중에서도 단연 수위에 꼽힐 정도였다. 무공으로 치면 호법사자급 존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건 기본적인 문제고, 더 큰 문제점은 따로 있소."

"어떤 문제점 말이오?"

망량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당신의 목표는 황궁토벌에서 나아가서 천계까지 노리게 되었소. 그러면 이제 막야의 수기를 공양하고 나서 어떤 축복을 받을 생각이오?"

"......"

"또한 막야를 2차해방하고 나서는 천계에서 인과율을 얻어서 한층 강하게 인간세상에 개입하게 될 것이오. 16번째 삶에서는 그게 지선 망량으로 드러났지만 이번 생에는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알 수가 없소."

나는 그 말을 듣고 곰곰히 고민하다가 말했다.

"나는 항우의 축복을 받을 생각이오."

망량은 내 대답에 흠칫하고 놀랐다.

"항우!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소?"

"항우의 힘은 억지력(抑止力)이오. 내게 항우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천계에서도 함부로 간섭하지 못할 것이오."

"그런대로 중책(中策)이오만..."

망량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소."

"다른 방법?"

"항우의 권능은 아무리 좋아봤자 결국 당신의 사후(死後)에 발동하는 것이오. 그건 제대로 된 축복이 아니지. 거기에 의존하는 건 안될 말이오."

"그럼 어떻게 해야겠소?"

"아주 좋은 방법이 있으니 나만 믿으시오."

씨익 웃는 망량의 얼굴에는 장난끼가 깃들어 있었다.

' 대단하구나.'

나는 망량의 정신력에 솔직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서 얻은 16회차까지의 전생 기억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에도, 금세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했기에 웃을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문득 죄책감이 들어서 망량에게 말했다.

"... 미안하군."

"또 뭐가 미안하오?"

"내가 당신 인생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신선이 될 수도 있을텐데..."

그러자 망량이 피식 웃었다.

"그건 가능성의 하나일 뿐이오. 전생의 나는 술법재능이 없는 걸 비관해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곤륜산에 들어간 것인데, 그게 하필 잘 맞아떨어진 거지. 그것조차도 당신이 막야를 2차해방한 일에 관련되어 있으니 실제로는 신선이 되지 못하고 죽었을 수도 있는 것이오."

"그런가."

"이 세상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소. 그리고 그 인과의 중심에 당신이 있으니, 나는 당신을 따르는 게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소."

그리고 우리는 황금비등을 이용해서 즉시 망량선사가 있는 마을로 향했다. 천암비서를 따로 묻어둔 후 마을을 방문하자 예전처럼 천우진이 나왔다. 천우진이 띠꺼운 목소리로 뭐라 하기도 전에 망량이 입을 열었다.

"스승님! 아주 중대한 일이 있으니 길을 열어 주십시오! 얼른!"

"헉?"

"칠요 막야의 수기를 공양하는 일입니다. 제자 죽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천우진이 당황했다.

"사형 갑자기 왜 그러시오? 스승님이 얼마나 바쁘신지 모르는 거요?"

"알지만 그래도 길을 비켜주셔야 겠다."

막무가내로 망량이 성큼 한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파앙!

갑자기 안개로 가득차 있던 주변 풍경이 사라지더니 평범한 마을의 모습이 나타났다. 명백히 천우진의 환술이 깨어진 것이라서, 나는 망량이 천우진의 술법을 깨었나 해서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건 아닌지 천우진이 당혹해하며 말했다.

"아니 스승님?! 이게 무슨..."

그러더니 망량에게 홱하고 고개를 돌렸다.

"스승님께 억지를 부리다니! 사형이 이런 사람일줄은..."

망량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스승님은 나를 좋아하시니 말이다. 시간이 없으니 너와 실랑이하느니 스승님께 나중에 용서를 빌겠다."

즉 망량의 억지에 망량선사가 져준 셈이었다. 천우진이 굳어있자 망량은 망설임없이 걸음을 옮겨서 사당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수요 막야를 사당에 올려놓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무릇 사람이 오행(五行)의 순(順)함을 만나지 못하거나 구요(九曜)가 법도(法度)를 잃거나 또한 형(刑)의 충(衝)함을 만나거나 모든 신살(神殺)을 만나거나 움직임과 상용함이다. 행하고 감출 때 모두 화(和)함을 따르지 못하면 크게는 하늘이 성을 내고 땅이 꾸짖으며 몸을 상(喪)하거나 목숨이 위태롭나니..."

망량의 몸 주변에 푸른 영기가 치솟아 올랐다.

어느 새 옆에 따라와 있던 천우진은 망량이 축문(祝文)을 외우는 걸 보자 경악해하며 외쳤다.

"사형!! 무슨 짓이오! 태허천존의 힘을 빌리면서 제단과 진법의 힘도 없이 주문만으로 진행하겠다는 거요?"

나는 천우진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요?"

"당연하지! 태허천존은 운을 관장하는 신이며 도교에서 으뜸에 가까운 서열! 그 힘이 엄청나니 제대로 된 제단과 진법으로 힘을 조종하지 않으면 결코 모실 수가 없소. 세상에 널려있는 잡스러운 신선이나 제상과는 완전히 격이 다르단 말이오."

천우진은 걱정스럽게 망량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대로라면 사형은 역풍을 맞아서 죽고 말 것이오."

"......!!"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심각한 거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러고보니 환신이라 불리며 엄청난 술법경지를 보유한 천우진도 막야의 수기를 공양할 때는 항상 진법과 제단을 꼼꼼하게 준비해서 주문을 외웠다. 천우진의 말대로라면 필수요소를 제거한 채 주문만 외워서 태허천존을 불러들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인 것이다.

우르르릉

잠시 후 하늘에 먹구름이 끼는 듯 했다. 그러더니 제단 위에 놓여져 있던 막야에서 환한 황금빛이 흘러나왔다. 갑골문이 선명하게 떠올랐으며, 더불어 막야도 천공으로 솟아올랐다. 막야는 잠시 후 하늘 한가운데에 거대한 빛의 기둥을 만들어내며 꿰뚫었다.

쿠르르릉

쏴아아아아 - !!

꽤 많은 빗줄기가 지상에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천우진은 멍청한 표정이 되어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주문만으로 태허천존의 신위를 모셨다고?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충분히 가능하다, 사제."

의식을 끝낸 망량이 빙긋 웃으며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그만한 지식과 경험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아마도 지선 망량일 때의 술수지식과 경험을 살려서 해낸 듯 했다.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선의 지식을 얻은 현재의 망량은, 원래보다 현격하게 앞선 술수경지를 성취한 게 분명해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지상의 신선이라고 하는 건 대라신선을 앞두고 있는 인외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강신술에 힘을 빌려줄 수 있겠나? 술력이 부족해서 나로서는 좀 힘들 것 같아서..."

천우진은 고개를 휘휘 젓더니 말했다.

"사형은 정말 기상천외한 존재같소. 일단 힘을 빌려드리겠소."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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