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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262화 (26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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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파앗!

우리는 다같이 반파한 태룡전의 심처로 들어갔다. 망량의 보패에 한차례 박살나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이런 공간에는 보통 들어오지 않을 테지만, 바로 이 곳이야말로 제갈사가 황궁공격에서 목표로 하게 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주변 광경을 힐끔 보던 독고성이 말했다.

"어둡군."

"......"

말없이 무언가를 생각하던 망량이 오화칠금선을 들어서 허공의 한 부분을 겨누었다. 그러더니 지체없이 강력한 화염을 날렸다.

콰과광

"흠...!!"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벽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망량의 공격이 타격한 부분이 허공째 부숴지더니, 주변이 갑자기 환한 빛으로 둘러싸이는 게 아닌가? 우리가 서 있던 공간 그 자체가 뒤바뀐 느낌이었다. 뒤바뀐 공간은 마치 미로처럼 어디론가 향하는 미궁(迷宮)으로 변한 후였다.

망량이 말했다.

"시간이 없어서 결계를 힘으로 열었소. 오래 가지 못할 게 분명하니 서둘러 제갈사를 찾아야 하오."

"무슨 말이지?"

"이곳은 전 황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국옥새의 봉인지이자 최종결계란 말이오. 저 미궁의 끝에 전국옥새가 있소."

나는 의문섞인 눈으로 망량을 보았다. 그렇다면 이 결계는 연금술사나 제갈부같은 현역술사가 만든 게 아니라 고대적부터 이어져 오는 것이란 말인데, 전국옥새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자 망량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설명해주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군. 결계파해의 행로를 갈 테니 지금부터 나를 잘 따라오시오."

치리링!

망량이 손을 휘두르자 영롱한 무지개빛과 함께 빛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새가 소환되었다. 새 위에 올라탄 망량은 곧장 빠른 속도로 미궁에 진입했고, 망량이 지나간 자리에는 무지개빛 깃털이 남아서 흔적을 남겼다.

검마가 말했다.

"서둘러 따라가세. 깃털을 따라가면 되겠군."

"네."

우리는 경공을 돋우어서 망량의 흔적을 따라갔다. 미궁결계는 보기보다 굉장히 넓었고, 꽤 빠른 속도로 움직였는데도 한 식경 이상을 따라가기만 해야 했다. 이윽고 우리는 드넓은 공동에 도착했는데 거기에는 망량과 제갈사가 대치하고 있었다.

제갈사는 아까와 달리 꽤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망량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정말 성가시군. 설마 네가 내 앞을 가로막을 줄은..."

"우연에 지나지 않소. 하지만 당신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건 우연이 아니지."

나직이 대꾸한 망량이 말을 이었다.

"숙부가 정해진 천명(天命)에 절망해서 사술(邪術)과 마법(魔法)에 손을 뻗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소. 내 아버지가 당신을 죽일 수 있었는데도 당신의 마력을 제거하는데 그친 것은 그 때문이오."

"......"

"이제 그만 두시오. 모두가 불행해질 뿐이니."

그러자 제갈사가 큭큭대며 웃었다.

"크흐흐, 네가 대체 무얼 아느냐? 나의 무엇을 알길래 세상을 위한다는둥 같잖은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무슨..."

"그래. 시작은 분명히 내 수명이 30세에 끊어진다는 천명에 절망해서 사술을 접했지. 그냥 오래 살고 싶었을 뿐이다."

제갈사의 앞에 떠 있던 황금상자가 한층 강하게 빛났다.

"그러나 이후에 사신(邪神)의 지식과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내 생각은 달라졌다. 이 세계의 뒤틀린 신화(神話) 속에서... [옛 지배자]와 삼황오제의 거래 속에서... 아주 사소한 신들의 변덕으로 성립되는 인간 그 자체에 실망했다."

제갈사가 씁쓸하게 웃었다.

"실망이라고?"

"이 세계의 유구한 역사가 하루 열두 시진이라고 가정하면, 인계(人界)가 성립된 것은 자시(子時)의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보다 위대하고 강력한 종족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으며 그런 이족들도 고대신을 두려워하며 섬기지."

그렇게 말한 제갈사가 허공을 쳐다보며 말했다.

"가까운 미래에 하늘의 별자리가 제자리를 찾는 날, 르 뤼에가 떠올라서 인간은 어차피 멸망한다. 그 전에 나는 강력한 힘을 얻어서 하고싶은 걸 다 해보다가 죽을 테다. 이건 아주 좋은 기회야."

망량이 분노했다.

"삼황오제와 [옛 지배자]의 계약은 연장할 수 있소. 정해진 멸망의 때는 존재하지만 당신처럼 마도에 타락한 자 때문에 앞당겨지는 거요! 당신은 혼자만의 이기심 때문에 마(魔)를 세상에 불러들이려 한다는 건가!"

"내가 알 게 뭐지? 결과가 같다면 어차피 마찬가지야. 그러는 너희 천계야말로 인간을 위한다는 걸 빌미로 이득을 챙기고 있을 텐데."

퉁명스럽게 대꾸한 제갈사가 우리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이 이상하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검마 문주님의 편입니다. 저 망량이란 놈을 같이 해치웁시다."

나와 독고성은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정황상 망량의 말이 맞는 것 같았지만 제갈사가 우리와 한 배를 탄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망량의 말만 믿고 제갈사를 베는 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다.

검마가 앞으로 성큼 나오더니 제갈사에게 말했다.

"제갈사. 여기에는 전국옥새라는 게 있다더군. 자네는 어째서 전국옥새를 취하러 황궁을 공격한다는 사실을 내게 설명하지 않은 거지?"

제갈사는 정곡을 찔린 듯 했다. 한참동안 대답하지 않던 제갈사가 말했다.

"전국옥새는 어디까지나 부수입일 뿐입니다. 문주님이 제게 원하고 명하신 건 황궁의 멸망 뿐이었잖습니까? 그 임무를 해낸다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챙기면 될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너무 자네 편할대로만 생각하는군."

냉엄하게 쏘아붙인 검마가 말을 이었다.

"술법사끼리의 일은 잘 모르겠지만, 전국옥새가 황궁의 소유라면 자네는 응당 그걸 내게 바쳐야 할 것일세. 그건 본 문의 전리품이니까."

"크크크크... 대단하시군요."

"왜 그러지? 주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드린다 한들 써먹을 데도 없으실 텐데요. 전국옥새는 그저 도장에 불과합니다."

그러자 검마가 피식 웃었다.

"위기긴 위기인가보군. 변명이 궁색해."

"......"

"정말로 그냥 도장이라면 이렇게 필사적으로 빼돌리려 할 리가 없지. 내가 전국옥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나? 황조에서 황조로 이어지며 춘추전국시대에서 만당 시대까지 천하황제의 증명이었던 게 전국옥새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네. 하물며 이렇게 강력한 결계에 봉인까지 되어 있다면 무언가 힘이 있는 게 분명해."

제갈사가 이빨을 까득 깨무는 소리가 들렸다. 검마가 느긋하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말해두겠네. 전국옥새를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내게 내놓는다면 정상을 참작해주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럴 줄 알았지.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군."

쉬칵!!

"크윽!!"

제갈사가 비틀거리더니 혈흔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검마가 순식간에 이기어검을 발출해서 제갈사를 노린 것이다. 나는 검마에게 말했다.

"해치웠습니까?"

"아니. 방어막이 성가시군."

망량이 말했다.

"황금상자를 소유하고 있는 한 놈은 불사(不死)요. 순간이동과 방어막도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니 조심하시오!"

"놈은 어디 간 거요?"

"아직 이 공간에 있소. 여기서 전국옥새를 꺼내지 못했으니."

우웅...

이윽고 우리가 서 있던 공동이 신령스러운 백광(白光)으로 덧칠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돌벽으로 감싸인 어두침침한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으로 변해가는 느낌이었다. 망량이 그 현상을 확인하자 낯빛이 좋지 않게 변했다.

"결계가 복구되고 있군. 이대로는 모두가 갇히고 말텐데..."

그 때 제갈사의 음성이 공동에 울려퍼졌다. 놈은 어디엔가 은신술로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듯 했다.

[ 그 말대로다. 이건 인간이 아니라 신(神)이 만든 봉인결계다. 이대로라면 모두 죽을 게 뻔한데 같이 전국옥새부터 꺼내자.]

"미친 소리!!"

망량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전국옥새는 구주(九州)의 왕토(王土)를 다스리는 지배권의 증명. 하늘과 땅이 끊어진 지금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없이 강력한 지보(至寶)! 그런 걸 당신같은 마도사에게 넘겨줬다가는 세상이 도탄에 빠지고 말 것이오."

제갈사가 껄껄 웃었다.

[ 크하하하... 그래 사실이다. 제갈부 놈이 황궁에 투신한 것도 전국옥새의 상징성 때문이지. 세상을 제패하는 패왕(覇王)의 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제도 연금술사도 제대로 쓰지를 못해서 봉인지에 놔두기만 한 걸 이제와서 내가 꺼낸다고 한들 무슨 상관이지?]

망량이 마주 외쳤다.

"속지 마시오. 제갈사는 지금 황금상자의 소유자요. 빛나는 부등변다면체의 힘을 이용하면 전국옥새를 바로 기동시킬 수 있소."

나는 궁금해서 망량에게 물었다.

"전국옥새가 기동하면 어떻게 되오?"

"구주 왕토를 자유자재로 관람하는 천리안의 능력은 물론 왕토의 지배권을 얻으며 바로 신적인 힘을 얻게 될 것이오. 그리고 정화의 원정대가 세상 곳곳에 설치해둔 [문]의 사용권리를 즉시 얻게 되지."

"......!!"

"현혹되지 마시오. 이 자리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전국옥새만은 넘겨줘선 안 되오."

그 때 제갈사가 내게 은밀히 말했다.

[ 수요의 주인 백웅이여. 나는 앞으로도 검마 문주님과 너를 도울 것이다. 전국옥새의 힘이 있다면 천하무림을 제패하는 건 물론이고 다른 칠요를 찾는데도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다. 망량이 말한 건 전부 천계의 입장일 뿐이란 말이다. 우리와 무영문의 입장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있어.]

"......"

[ 함께 패도를 걷자. 힘을 얻겠다는 게 결코 나쁜 일이 아니라는 걸 너는 아주 잘 알고 있겠지.]

제갈사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확실히 제갈사가 전국옥새를 얻고 나서 배신만 하지 않는다면 크나큰 전력이 될 것이다. 나는 힐끔 옆에 있는 검마와 독고성을 쳐다보았지만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 제갈사를 찾아내기 위해서 육감을 동원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하압!"

쩌엉

내가 전력을 다 해서 공간에 막야를 휘두르자, 막야의 힘이 공간에 균열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백광으로 덧칠되던 결계의 전개가 중단되었고 허공에서 제갈사가 튕겨져서 날아갔다.

"커억..."

제갈사가 급히 다시 은신술법으로 몸을 숨기려 했으나 그 때는 검마와 독고성이 달려들어서 그를 제압한 후였다. 제갈사가 허무한 표정으로 꿇어앉자 망량은 진심으로 한숨 돌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맙소. 나 혼자였다면 결코 제갈사를 잡지 못했을 거요."

제갈사가 말했다.

"어리석은 선택을... 천계는 결코 너희 편이 아니거늘."

"당신이 폭주하는 걸 막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소."

내가 나직이 대답하자 제갈사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군. 그래, 네 선택에 책임져라."

"안 그래도 늘 책임지고 있는 중이니 걱정 마시오."

"......"

제갈사는 대꾸도 하기 싫은 듯 고개를 돌린 후 검마에게 말했다.

"문주님. 지금이라도 진언하겠습니다. 저를 살려달란 말은 하지 않을테니 즉시 망량을 베어버리십시오."

"왜?"

"이대로라면 천계는 절대 무영문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망량을 죽이지 않는다면 그 후환을 막을 수 없습니다."

"......"

"문주님은 믿지 않으시는 것 같지만 저는 무영문에 진심이었습니다. 이건 제가 무영문의 군사로서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충언입니다."

검마는 팔짱을 낀 채 침묵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제갈사를 쳐다보았다.

' 무슨 개소리야? 망량을 벨 리가 없잖아!'

누가 봐도 혼자 죽기 싫어서 망량을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가는 작전이었다. 백이면 백 그렇게 생각할 게 분명했다. 검마는 한참동안 물끄러미 제갈사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백 호법. 제갈사를 베어버리게."

"네?"

"내가 죽여봤자 별 이득이 없겠지. 자네의 막야에 제물로 삼게."

"알겠습니다."

나는 막야를 들고 제갈사 앞에 섰다.

"최대한 고통을 덜어주겠소."

"크크... 멍청한 놈."

쉬칵!

비웃음을 짓던 제갈사의 머리통이 하늘을 날았다. 극히 빠른 쾌검으로 찰나지간에 잘라낸 것이니 고통은 거의 없었으리라. 제갈사가 짜증나는 놈이긴 했지만 그 덕분에 황궁을 정리한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우 -

"......!!"

제갈사의 소유이던 황금상자가 크게 떨리더니 마치 액체처럼 녹아버렸다. 그리고는 그 액체가 막야의 검신에 달라붙더니 흡수되었는데, 그 순간 막야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으으으읏...!!"

말도 안 되는 광대한 힘!

그러나 내공과는 다른 힘이었다. 영통(靈通)이 크게 뜨이면서 깊디깊은 깨달음의 경지로 향하는 듯한 돈오의 환희가 느껴졌다. 서늘한 영력이 전신을 올올이 채우는 가공할만한 충만감이 느껴졌다.

이건 아오키가하라 수해에서 요괴 수백 마리를 베었을 때 이상의 충만감과 향상감이라서 나는 어이가 없었다. 설마 제갈사를 베는 게 이토록 수요의 강화에 효과가 좋았단 말인가?

' 지금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망량이 말했다.

"그럼 여기서 나갑시다."

파앗

우리는 황금비등을 이용해서 황궁으로 나왔다. 황궁에 들끓던 용인과 마인, 그리고 소환물들이 모두 사라지자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 폐허와 정적 속을 걷고 있는 건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망량이 내게 말했다.

"백웅. 곤륜산에 오시오."

"무슨 말이오?"

"이제 황궁의 위협은 끝났소. 이족이 세상을 위협할 일도 당분간 줄어들겠지. 그러니 당신이 소유한 수요 막야를 천계에서 봉인하려고 하오."

"......!!"

나는 흠칫 놀랐다. 망량이 내게 이런 말을 꺼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검마가 말했다.

"우리는 그쪽의 요구대로 해 주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건가?"

"그렇지 않소. 당연히 수요 막야에 상응하는 가호나 보물을 백웅에게 줄 것이오. 제갈사는 극단적으로 말했지만 순순히 협력해준다면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거요."

망량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백웅. 그동안 전생의 목적이었던 황궁멸망을 바로 지금 이룬 것이오. 이제 당신이 수요 막야를 가지고 있어봐야 어디에 쓰겠소? 당신은 이제 당신이 원하는대로 행복한 자신의 삶을 살면 되는 것이오."

행복한 자신의 삶.

나는 그 단어에 가슴이 뛰는 게 느껴졌다. 확실히 지금 그동안 전생의 과제였던 황궁멸망은 충분히 이룬 상태였으며 이족 놈들도 원하는만큼 해치웠다. 여기서 내게 있어서 더 중요한 건 없었고 막야에 집착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독고성도 그 말에 동조했다.

"맞아! 그 막야니 뭐니를 갖고 있을 이유가 뭐냔 말이다. 분란의 여지가 있는 신외지물 따위는 그냥 줘 버려라."

"그렇군요."

나는 독고성의 말에 납득하고는 막야를 들어서 망량에게 건네주려 했다.

바로 그 때였다.

키링!

검마의 의형강기가 공간을 갈랐다. 나는 망량에게 막야를 건네주려다가 그 기운을 황급히 피할 수밖에 없었다. 진심이 스며들어 있어서 잘못 맞았다가는 즉사할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문주님?!"

검마 서문대룡은 나를 강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백웅. 자네는 멀었어."

"네?"

"저 망량은 자네가 알던 망량이 아니야. 칠팔 년 동안 시련과 좌절을 뚫고 극한의 수련을 거친 천계의 사도이며 지상의 신선일세. 자네가 알고 있던 [인간] 망량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인 것이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말을 좋게 한들 강탈은 강탈이지. 자네는 수요를 천계에 빼앗길 이유가 없어."

그렇게 말한 검마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잘못 판단했네. 제갈사를 죽여서는 안 되는 거였어."

"무슨 말씀..."

검마는 망량을 뚫어져라 노려보더니 말했다.

"자네 대신 내 의념절기를 막아주고 있는 친구를 소개시켜주는 게 어떤가?"

검마는 이미 의념절기로 망량을 은밀히 살해하려고 몇 번이나 시도한 듯 했다. 그러나 모종의 존재가 망량을 보호해주는 것이다.

"... 그렇군.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건만."

나직이 말한 망량이 손을 들었다.

"모습을 드러내시오."

스으윽

그러자 망량의 뒤편에서 왠 도복을 입은 신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약간 날카로운 외모에 등에는 검(劍)을 메고 있었다. 검마와 독고성은 그 신선을 처음 보는지 멀뚱한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 신선을 보자마자 경악에 휩싸였다.

어째서 저 자가 여기에 있는가?!

"마지막 경고요. 수요 막야를 주지 않는다면 당신들을 제재할 수밖에 없소."

독고성이 코웃음쳤다.

"저 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호법사자가 와도 우리를 쉽게 어쩔 수가 없다. 뭘 믿고 그렇게 까부는 것이냐?"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뭣?"

"위험합니다."

그러자 망량이 눈에 이채를 띄며 말했다.

"당신은 이 분이 누구신지 알고 있겠군."

"......"

대꾸할 말이 없다.

난데없이 엄청난 강적이 등장해버렸기 때문이다.

"저 자가 누구인가?"

검마가 궁금한듯 질문하자, 나는 어쩔 수 없이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검마는 내 표상의 기억만을 읽었으므로 저 존재의 직접적인 형태를 알 수 없으리라. 그걸 알고 있는 건 오로지 나 뿐이었다.

"검선(劍仙) 여동빈(呂洞賓)!"

투선(鬪仙)이자 팔선(八仙)의 최강자로 칭송받는 화룡의 신선!

내가 빙의 때 몇 번이나 보았던 그가 지금 실체를 가진 채 눈 앞에 적으로서 나타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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