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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255화 (25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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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나는 우선 황금비등의 존재를 독고성에게 밝혔다. 섣불리 말하기 힘든 비밀이긴 하지만, 독고성은 뇌신류의 비기를 가르쳐줄 존재라서 앞으로도 긴밀한 인연이 될 게 분명했다. 괜히 숨기고 있었다가 왜 사람을 농락하냐는 반응이 돌아오면 곤란한 것이다.

내게서 황금비등에 대해서 들은 독고성은 의외로 그리 놀라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렇군."

"놀랍지 않으십니까?"

"네 말마따나 네게 큰 재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 기진이보의 도움을 받았음이 분명하지. 네게 특이한 도구가 있을 거라는 건 짐작했다."

"하지만 그건..."

독고성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황금비등같은 건 아니었지만 백련교에도 특이한 기보가 있었다. 그렇게 놀랄 일은 아냐."

"......!!"

나는 깜짝 놀랐다.

' 백련교에도 설마?'

황금비등이나 목갑같은 마도구가 존재한다는 말인가? 나는 황급히 독고성에게 질문했다.

"어떤 기보였습니까?"

"백련교주가 가진 신물(神物), 그리고 제사장의 가계에 내려온다는 몇 가지의 보물들이었다. 지금은 누가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게 분명 있었지."

"신물... 그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까?"

"글쎄다. 기후를 조종하던가 뭐라던가..."

독고성은 별로 관심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그런 건 술법사의 일. 그 이상은 모른다."

"네..."

독고성에게 있어서 특이한 기진이보라는 건 하등의 가치도 없는 물건인 듯 했다. 무인에게 있어서 무기 외의 신외지물은 쓰레기나 다름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골수무인이기 때문이리라. 나는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한 가지 단서를 얻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백련교에도 귀중한 술법도구가 있군.'

혹은 이족의 힘으로 만들어진 마도구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을 정리한 후 독고성에게 말했다.

"그럼 동영으로 가겠습니다. 제 어깨를 잡아 주십시오."

파앗!

내가 도착한 곳은 예전에 미호와 와봤었던 동영의 흑요석 광산이었다. 사람들도 그리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데다가 시가지에서 그리 멀지 않으므로 여기가 적절하다고 느낀 것이다. 나는 독고성에게 말했다.

"흑요석을 좀 캐어야 할 듯 싶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흑요석은 왜?"

"제게 꼭 필요합니다."

독고성은 언덕 위에 서서 수십 장 밖에 있는 동영의 광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거의 옷을 입지 않은 꼴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여긴 정말 야만족의 땅이로군. 빨리 끝내고 나와라."

"네."

나는 멸혼보를 써서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서 빠르게 광산에 숨어들었다. 광부들을 무공으로 제압해도 되겠지만 공연히 소문이 나는 게 좋지 않았기 때문에 숨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 봐두었던 장소로 가서 커다란 흑요석을 채취하는데 성공했다.

흑요석을 채취하고 다시 비등을 써서 독고성이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독고성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런 흑요석 말고 질좋은 강철이 없느냐?"

"무기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래."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만 동영 땅의 철은 매우 저질입니다. 또한 무기의 수준이 떨어집니다."

"그런가."

독고성은 아쉬운 듯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동영 땅에서 생산되는 도(刀)가 매우 예리하다고 해서 예전에 기대했었지만, 실상은 재료가 되는 금속의 질이 낮은데다가 만들어내는 기술도 조잡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장인의 감에 의지해서 만들어내는 칼인지라 특성을 살려내기도 힘들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병기의 내구력이 약한 편이었고 엿가락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정 무기가 필요하시다면 중원에서 좋은 검을 사서 드리겠습니다."

"됐다. 그냥 해본 말이니까."

"그럼 이제 부사산 근처로 가겠습니다."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독고성과 함께 에도 시(江?市) 근방의 마을으로 향했다. 부사산은 에도에서 좀 더 나아가서 혼슈(本州) 섬으로 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혼슈 섬의 동쪽으로 가면 부사산이 나오며, 그 근방의 수해(樹海)가 바로 아오키가하라 수해라는 식이었다.

독고성은 에도 시를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저게 오랑캐들의 도시인가?"

"네. 동영의 실질적인 수도라 합니다."

"그럼 저기에 오랑캐들의 왕이 살고 있는 거겠군."

"뭐 그렇습니다."

그러자 독고성이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그럼 저기로 가 보자."

"네?"

"동영 오랑캐들의 검술이란게 뭔지 보고 싶다. 내가 아는 놈도 있으면 재밌을 것이다."

"자, 잠깐..."

투웅

독고성은 난데없이 에도 시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뛰어간다고 표현을 했으나 독고성의 신법은 굉장히 빠른데다 능공허도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새가 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나는 급히 그를 멸혼보로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 무슨 생각이야?!'

이건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다. 나는 그저 아오키가하라 수해가 어떤 곳인지 독고성과 함께 간만 보려고 했는데, 그가 에도로 돌진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독고성이 이제 무슨 짓을 할지는 예측조차 되지 않았다.

독고성이 이내 가볍게 성벽을 넘어서 시내로 착지하는 게 보였다. 나는 그를 따라서 땅으로 내려앉았다. 독고성이 말했다.

"자, 여기서 제일가는 고수는 어떤 놈이냐?"

말린다고 들을 기세가 아니다.

' 눈이 초롱초롱하군...'

지금 독고성은 오랑캐의 검술에 관심이 강하게 가는지 어떻게든 한판 붙을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지 말라고 말려봐야 되려 그의 분노만 부추길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반쯤 자포자기한 느낌으로 차분하게 설명했다.

"동영 땅에는 일반 잡배무사보다 한단계 위의 검호(劍豪)라는 자들이 있으며, 그런 검호보다 검술 명문가의 가주(家主)가 훨씬 강한 편입니다. 그리고 가주들보다 더 강한 자가 3명 존재합니다."

"호오. 재밌는 곳이군. 그 3명은 얼마나 강하느냐?"

"아마 저와 비슷하거나 좀 더 강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군."

짧게 중얼거린 독고성이 나를 보며 말했다.

"너는 그 자들 중 몇몇을 알고있는 모양이군. 나를 거기로 안내해라."

"......"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 자들을 죽이거나 장애로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약속하지."

"그럼 우선은 야규 가로 가 보겠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동영 3대 검호는 다음과 같았다.

카미이즈미 노부츠나

미야모토 무사시

츠카하라 보쿠텐

이 중에서 내가 직접 만나본 자는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밖에 없었으며, 미야모토 무사시는 실력이 허당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만나볼 가치도 없었다. 그리고 츠카하라 보쿠텐은 노부츠나에 버금가는 달인이라고 알고있지만 천하를 돌아다니기에 행방이 묘연했다. 그렇기에 나는 야규 신카게류의 문을 두드려서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의 행적을 알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옷차림이 눈에 띈다고 생각했으므로 포목점에서 간단한 옷가지를 구입한 후 기다란 벙거지 갓을 샀다. 그리고 갓으로 행려승처럼 얼굴을 가린 후 야규 가의 문을 두드렸다.

야규 가의 문하생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누구냐?"

"지나가던 무사요. 야규의 가주께 대결을 신청하러 왔소."

"......"

문하생이 우습다는 표정을 짓더니 난데없이 칼을 휘둘러 왔다. 떠돌이무사라고 얕보고는 즉시 혼쭐을 내주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의 수준은 중원무림으로 치면 이류에 턱걸이하는 수준이었으므로 나는 가볍게 손을 저어서 그를 멀리 던져버리고 말았다.

쿠당탕

"어이쿠...!!"

큰 소리가 나자 여기저기에서 문하생들이 몰려들어왔다. 그들은 대번에 진검을 뽑으며 살기를 곧추섰는데, 나는 그들의 살기를 마주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치 새끼고양이들이 꼬리를 세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 이 놈들이 무사란 말인가?'

칼을 몇 번 긋기만 하면 피바다가 일어날 것 같았다. 아무도 내 1초식을 막아내거나 피해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너무 약해보여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고인들이 오셨군. 반갑소."

문하생들 사이에서 한 명의 검호가 걸어나왔다. 그는 야규 무네노리(柳生宗矩)로서 현 야규 가의 가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우리 앞에 나와서 포권을 하더니, 잠시 후 기세를 읽고는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 이런?"

그러더니 주변에 버럭 소리를 쳤다.

"전부 안으로 들어가라! 이런 멍청한 것들!!"

"네엡..."

야규 무네노리의 호통에 문하생들이 쏜살같이 도망쳐서 건물로 숨어버렸다. 야규 무네노리 또한 절정고수의 경지에 이르러 있으므로, 순간적으로 우리의 수준을 읽어낸 듯 했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란 걸 즉시 알아챈 것이다.

야규 무네노리는 손을 후들거리더니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처, 천외천의 고수... 고인들께선 어떤 분들이십니까?"

나는 독고성을 힐끔 바라보았다. 독고성은 야규 무네노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옆에 있는 나비가 나풀대며 날아다니는 걸 보고 있었다. 독고성에게 있어서 야규 무네노리의 힘 정도는 잡초수준에 지나지 않는걸로 보였다.

나는 별 수 없이 그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동영 최고의 검호를 찾아서 겨뤄보기 위해 대륙에서 왔소."

"대륙...!!"

"당신네 야규 신카게류는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라는 대검호를 조사로 두고있다고 들었소. 야규 가의 가주인 당신이라면 그의 행방을 알고 있을 듯 하군."

"......"

야규 무네노리는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

"대스승께서는 자리에 없소."

"그럼 어디에 있단 말이오?"

"그건..."

나는 이런 일로 시간이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어차피 독고성이 죽이거나 병신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으므로 볼일을 빨리 끝내고 아오키가하라 수해를 탐색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야규 무네노리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내 뒤에 서 계신 분은 나보다 두 배는 강한 고수요. 그리고 나 혼자서도 야규 따위는 한 시진이면 쓸어버릴 수 있지. 섣불리 대답을 회피하다가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거요."

"으으..."

야규 무네노리는 침통하게 대답했다.

"대스승님은 현재 아오키가하라 수해의 초입에서 수련을 하고 계시오."

"......?!"

나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설마 수해에 그가 있다니!

나는 좀 더 자세한 걸 알아보기로 했다.

"무슨 소리요?"

"대스승께서는 몇 년 전부터 검술의 한계를 느끼시고는 혹독한 수련을 하기 위해 아오키가하라 수해에서 강한 요괴들을 상대로 무사수행을 하고 계시오. 그 외에는 아는 바가 없소."

"으음... 그럼 혹시 츠카하라 보쿠텐이나 미야모토 무사시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소?"

"츠카하라 보쿠텐은 대스승과 함께 수해에 들어갔소. 그리고 미야모토 무사시는 쿠마모토 번에서 검술사범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소."

"그렇군. 역시 당신은 대검호들의 행적을 잘 파악하고 있군."

내가 나름대로 야규 무네노리를 칭찬해주자, 그가 난데없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요? 대검호라니?"

"......?"

"미야모토 무사시는 그렇게 불릴만한 위인이 아니오. 검술이 상당하긴 하지만 대스승님에 비견될 정도는 결코 아니오. 동영의 대검호를 찾아다니는 거라면 미야모토 무사시는 논외로 하시는 게 좋겠소."

"그 자는 초절정의 경지가 아니오?"

"대스승님이 말씀하시기를, 우연히 뛰어난 비급을 얻어서 재능으로 강해졌지만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없는 이류검객이라 하셨소."

"......"

아무래도 미야모토 무사시의 명성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있었던 모양이었다. 단순히 검술가의 아집으로 보기에는 야규 무네노리가 무시하는 수준이 심상치가 아니었다. 명성만 높은 파락호라고 생각할 정도라면 미야모토 무사시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했다.

나는 야규 무네노리에게서 약간의 정보를 더 얻어내고는 야규 가를 나왔다. 그리고 경공술을 이용해서 에도 시를 벗어나며 독고성에게 얻어낸 정보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나를 따라오던 독고성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설마 방금 저기가 동영의 명문 검술가란 말이냐?"

"네. 아마 당대최고일 겁니다."

"웃기는군."

독고성은 비웃는 기색이었다. 혹자는 독고성이 오만하다고 할지 몰랐지만, 독고성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존재였다. 그의 눈에 있어서 초절정고수 이하는 버러지나 다름없을 것이다.

"어쨌든 아오키가하라 수해에 가야겠습니다."

"그래야겠군."

우리는 그로부터 두 시진 후 아오키가하라 수해의 초입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독고성은 강한 기를 읽은 듯 어디론가 뛰어갔다.

타닷

잠시 후 독고성은 어떤 건물 앞에 도착했다. 뒤따라온 나는 독고성이 왠 두 명의 장년인과 대치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오륙십대의 장년인 검객이 두 명 있었는데 그들은 긴장한 얼굴로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까강!

독고성이 가볍게 검초를 날렸고 두 명의 검객들은 찰나지간에 공격을 받아냈다. 독고성은 마치 장난이라도 하듯 느긋하게 공간을 장악하며 공격해 들어갔고, 그 때마다 검객들은 의념을 활용해서 그의 공세를 받아넘기는데 주력했다.

그렇게 대략 삼십여 초수가 지났을까?

독고성은 공격을 멈추고는 중얼거렸다.

"오랑캐 치고는 제법 하는군. 마음에 들었다."

나는 독고성의 옆으로 걸어 나와서 두 명의 검객에게 포권했다.

"카미이즈미 노부츠나 님. 츠카하라 보쿠텐 님. 이렇게 뵈어서 반갑소."

그랬다.

독고성과 방금 초수를 겨룬 검객들은 바로 동영 땅 최고의 검호로 꼽히는 검성(劍聖)들이었다. 절세고수를 눈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든 이 무예의 볼모지에서 자력으로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들인 것이다. 특히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는 예전 전생에서 여러번 만나고 이야기해 본 적이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엄청난 고수들이군..."

"우리는 대륙에서 온 뇌신류(雷神流)의 고수들이오. 이쪽은 독고성이라는 분이며 나는 백웅이라고 하오."

나는 일부러 무영문이 아니라 뇌신류라고 소개했다. 그 편이 이야기하기가 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깜짝 놀랐다.

"독고성?!"

그러더니 그가 황급히 독고성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서투르긴 하지만 중원말이었다.

"간만에. 뵙습니다. 독고성."

독고성은 처음 보는 동영의 대검호가 자신에게 중원말로 인사를 하자 어리둥절해하는 기색이었다. 그것도 신강 특유의 성조까지 살아있으니 독고성이 백련교인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넌 누구냐?"

"저는. 카미이즈미. 노부츠나. 백여 년 전. 뇌신류를 방문했습니다. 그 때 뇌신류를. 안내해주셨습니다."

"아아..."

독고성이 한참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반색했다.

"그 때 그 동영무사군! 어쩐지 얼굴이 낯익었다."

"......"

나는 지켜보던 중 황당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는 백여 년 전 젊었을 때 중원의 신강까지 가서 백련교를 방문했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 때 사대무류에 대해 느낀 소감을 내게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다. 설마 그 때 뇌신류를 소개시켜 준 존재가 독고성일 줄이야!

' 도대체 몇 살이야?!'

독고성은 외견상 중년인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 나이는 엄청나게 많은게 틀림없었다. 내가 멍하니 그들의 만남을 보고 있자 옆에 있던 츠카하라 보쿠텐이 말했다.

"우리는 밥을 짓던 중이오. 같이 드시겠소?"

"그러지요."

그리고 우리는 대검호가 지은 식사를 같이 먹게 되었다. 밥과 채소로 간소하게 차려진 식단이었다.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말했다.

"당신들은 무슨 일로 이 마경(魔境)까지 오신 건지?"

"이 곳이 본문의 호법께서 들어갔다고 하여 찾아오게 되었소. 그 분은 원월천살법이란 걸 찾으러 수해 내부에 들어갔다 했소."

"......"

그 말을 듣자 두 사람의 대검호가 밥을 먹다 말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사람이군."

"혹시 본 적 있소?"

"여기를 보시오."

츠카하라 보쿠텐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큰 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벽을 가려놓은 종이를 벗겨놓았는데, 거기에는 공력으로 써둔 듯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츠카하라 보쿠텐이 말했다.

"이 건물은 말하자면 수해에 들어가는 전진기지같은 것이오. 대요괴의 침범을 막는 주술결계가 펼쳐져 있으며 정신방어결계도 있소. 그리고 이걸 만든 건 우리 이전에 수해에 도전한 어떤 고수이며, 그 고수가 여기에 자신의 포부를 적어두었소."

벽에는 중원어로 간결한 문장이 쓰여져 있었다.

[ 나는 원월천살법을 찾아서 교주를 죽여버리고 말겠다! ]

"......"

"우리는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누군가가 수해에 원월천살법을 찾으러 들어갔다는 건 알 수 있었소. 그리고 그가 남겨놓은 이 건물에서 기거하며 요괴들과 싸우며 무사수행을 하고 있었던 거요."

두말할 것도 없었다.

뇌신류의 호법이자 벽력삼존의 일인인 청월!

그가 바로 이 건물을 세웠으며 아오키가하라 수해에 절대무공인 원월천살법을 찾으러 들어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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