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252화 (25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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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나는 제갈사의 요구에 따르기로 했다. 초상기인의 시체와 심장을 목갑에 넣어서 장령곡으로 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장령곡으로 가기로 한 이유는 제단이 거기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파아앗!

"문주님의 생피도 있으면 좋겠지만 뭐 상관없겠지."

"무슨 뜻이오?"

"의식의 반동을 최소화하려는 걸세. 물론 없어도 상관없고."

뭔가 괴랄한 소리를 중얼거리던 제갈사가 앞장서서 장령곡의 안쪽 건물로 향했다. 나는 그를 따라서 걸어가면서 제갈사에게 물었다.

"장령곡주로서 돈을 어떻게 벌고 운영한 거요?"

"무슨 뜻이지?"

"장령곡에는 고용된 자들이긴 하지만 일이류급 고수들이 꽤 많이 대기하고 있었소. 그런 자들을 몇 년씩이나 고용하려면 큰 자금이 필요했을 텐데 장령곡은 따로 장사를 하거나 청부업을 하는 것 같지도 않더군."

이건 내가 과거 전생에서 장령곡에 대해서 정보를 모으다가 알게 된 사실이었다. 장령곡 또한 무림단체로 불릴 정도의 무력은 보유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무력의 근간이 되는 금력의 출처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해서 직접 장령곡주 본인에게 묻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자 제갈사가 피식 웃었다.

"남의 일에 꽤 관심이 많군?"

"......"

"뭐 큰 비밀도 아니니까 알려주지. 내가 돈이 많았던 이유는 높으신 분들의 의뢰를 받았기 때문이야."

"의뢰?"

"나는 이것저것 재주가 좀 있는 편이라서 말이지, 그 중에서도 배교(拜敎)의 술법에 관해서는 나름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나는 그 술법능력으로 세상에서 드러낼 수 없는 음지(陰地)의 일을 처리해 주고 큰 보수를 받았지."

내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제갈사가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

"왜 또 뭐? 내가 내 과거사를 털어놓으려고 이 자리에 온 건 아닐텐데."

"당신은 혹시 망량 제갈현을 아시오?"

흠칫!

그 순간 능구렁이 제갈사가 눈에 이채를 띄었다.

"그 놈은 왜?"

"망량은 당신이 죽였던 내황각주 제갈부의 동생이오. 그렇다면 당신은 망량에게도 터지는 고독을 넣은 거란 말인가."

"크크크... 그런게 뭐가 궁금하지?"

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이 무슨 꿍꿍이를 품든간에 문주님께 큰 해가 되지 않는다면 놔두겠소. 그것은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만일에 당신의 마수(魔手)에 망량이 죽는 일이 생긴다면 그 때 나는 죽음을 각오하고 당신을 죽이겠소."

"......"

제갈사가 걸어가다 말고 멈춰섰다. 그는 멈춰선 상태로 말했다.

"백 호법이 현이와 무슨 관계인가... 묻는 건 적절치 않겠군. 녀석은 평소부터 사회 각층에 친구가 많은 편이었으니 말이야."

그는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점은 안심해도 돼. 그 녀석은 나랑 닮은 면도 있고 귀여운 조카라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내 이름도 걸 수 있어."

나는 황당해서 대꾸했다.

"귀여운 조카? 제갈부 또한 당신의 조카일 텐데."

"조카도 조카 나름이지. 거만하고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데다 황궁을 등에 업고 욱일승천하는 놈을 뭐가 귀엽다고 봐준단 말이냐? 나는 예전부터 제갈부는 꼭 죽이고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우리 제갈 일족은 남의 걱정을 받을 처지가 아니야. 네가 괜히 일족의 일에 끼여드는 게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그 점은 사과드리오."

"흐흐. 시덥잖은 소리나 해대는 거였으면 가만두지 않으려 했는데 꽤 재밌군."

저벅

저벅

다시 걸음을 걷기 시작하자 예전에는 온 적 없었던 장령곡의 심처(深處)로 들어오게 되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인데 안쪽으로 갈수록 어두워지고 깊은 통로가 여기저기에 나 있었다. 나는 점차 미로같은 통로를 통해서 무려 오십여 장 이상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여기가 잘 만들어진 요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동굴에는 횃불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사람의 손에 의해 관리되던 흔적이 있었다. 아마 최근까지도 횃불을 갈아넣었으리라. 내가 동굴 여기저기를 유심히 살피자 제갈사가 말했다.

"지금부터는 허락없이 아무거나 건드리지 마라. 진(陣)이 펼쳐져 있으니까."

"무슨 진이오?"

"삼천양지(參天陽地)의 진!"

제갈사는 뭔가 법칙이 있는지 천천히 걸어서 개미집같은 통로의 갈랫길을 망설임없이 걸어갔다. 아마도 갈랫길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진의 해법인 것으로 보였다. 나는 진법에 관해서 제갈사의 충고가 옳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입을 다물고 그를 따라서 삼천양지의 진을 통과했다.

한참 후 출구가 나왔고, 거기에는 제단이 마련되어있는 거대한 방이 존재했다. 이 곳이 의식을 치를 제단의 방인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제갈사는 제단 앞에 서더니 말했다.

"시체와 심장을 제단 위에 올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소."

"거참 귀찮은 놈이군. 또 뭐가 궁금한데?"

제갈사는 귀찮은 티를 팍팍 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당신은 제갈본가와 반쯤 의절한 상태라고 들었소. 그건 당신이 연마한 이족의 술법과 배교의 술법 때문인 거요?"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민감한 부분을 쑤시는 놈이구만. 분명히 나와 백 호법은 만난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을텐데 무례하기 짝이 없구만."

"당신은 무영문의 군사가 되는 일을 받아들였소. 그리고 호법이 하는 일은 문주에게 위험이 되는 요소를 파악해 두는 것이오. 문주님을 수행하는 내가 당신의 과거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오?"

내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대꾸하자 제갈사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칠요의 주인 아니랄까봐 독특하군. 뭐 그런 점도 싫진 않아."

중얼거리던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그래 맞다. 나는 이족의 술법을 전공으로 해서 오랜 세월 연구해 왔고, 그게 형님한테 들켜서 제갈본가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물론 형님은 무른 분이라서 내게 큰 금제를 가하지는 않았고 나도 세상만사가 귀찮아서 장령곡에서 대충 살고 있었지."

"배교의 술법은 뭐요?"

"배화교 쪽의 문헌에 이족에 관련된 언급이 많아서 자료를 찾다보니까 겸사겸사 익히게 된 거지. 그건 내가 제갈일족을 나온 것과 별로 관련이 없다."

"으음."

"이제 질문 다 했냐?"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질문했다.

"당신은 여태껏 몇 년 동안이나 죽어 있었소. 그 동안에 사후세계(死後世界)를 혹시 보았소?"

"사후세계라..."

제갈사는 그 자리에 서서 턱을 괴더니 대꾸했다.

"사후세계는 물론 존재하지만 나는 거기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엿보기]를 하러 다른 통로를 만들어서 거주했거든. 내 영혼은 여태껏 침묵하며 보존되어 있었던 셈이다."

"무슨 소리요? 엿보기라니?"

"이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존재하지. 혈계(血界)라던가 환계(幻界)라던가 수라계라던가 이것저것... 나는 인간세상보다는 그 쪽이 훨씬 흥미로웠으니까."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술법지식을 짜내서 끙끙거리며 고민하다가 말했다.

"잠깐! 이해가 안 되는군. 인간이 죽으면 혼백이 분리되어서 천지로 향하는 게 아니오? 대체 죽으면 영혼이 어떻게 되는 거지?"

"흐흐. 아주 좋은 질문이야. 나도 그걸 궁금하게 여기다가 전공에 입문했으니."

음침하게 웃던 제갈사가 말했다.

"확실히 말하자면 사후세계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건 인간의 상상과는 아주 다른 영역이다. 염라대왕이나 명계도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지. 도가나 불가의 사후세계 설명은 그 자체로는 틀리지 않았지만 수박 겉핥기에 가깝다."

"......"

"잡담은 여기까지 하지. 이걸 제대로 설명해 주려면 사흘밤낮을 새도 모자랄 테니까."

"알았소."

스윽

나는 목갑에서 초상기인의 심장과 시체를 떠내서 제단 위에 늘어놓았다.

동시에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인신공양같은 잔인한 이족의 횡포를 막으려고 전생에서 버텨온 것인데, 내가 직접 인신공양을 하는 입장이 되다니! 내 표정이 떨떠름한 걸 발견한 제갈사가 말했다.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이것들은 애초부터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인형이니까."

"당신은 예전에도 인신공양이나 제물의식을 해본 일이 있소?"

"물론이지. 그 때도 이런 식으로 대체품을 쓰긴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제갈사의 얼굴에는 한 치의 망설임이나 부끄러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정신세계는 내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내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자 제갈사가 말했다.

"뭔가 오해하는 것 같아서 말해두겠는데 인신공양 의식이라는 건 그 잔혹성에 앞서서 대단히 효율이 좋은 술법이야. 인신공양을 익히지 않으면 아예 이족의 술법에 입문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빌어먹을... 그게 말이라고 하오? 효율이라니."

"효율적이니까 인신공양을 하는 거야. 다른 이유가 아니야."

그렇게 말한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은주시대의 제왕들이 어째서 잔혹한 인신공양 의식을 계속 치렀다 생각하나? 물론 고대신의 요구도 있었지만 신이 딱히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인간 측에서 자발적으로 제물을 내놓은 적도 있었어. 왜냐하면 인신공양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물은 언제나 인간의 힘으로 얻을 수 없는 엄청난 댓가인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지."

"무슨 소리요?"

"고대의 인간은 약해빠진 존재였다. 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예전에 멸족했을 족속이었지. 신은 인신공양을 통해서 제물을 받는 대신에 수백 리나 되는 험지를 개척해 주고, 사나운 마물(魔物)을 없애주고, 풍요의 축복을 내렸다. 인간 몇 놈의 목숨을 바치는 것 치고는 굉장히 후한 댓가를 줬다는 거야."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그 제물의 입장이 되어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제갈부가 어이없다는 듯 툴툴거렸다.

"뭔 소리야? 당연히 그런 입장이 되지 않으려고 술법을 익히고 공부를 한 거잖나? 이래봬도 나름 노력한 인생이라고."

"......"

틀렸다. 아예 생각하는 게 근본적으로 달랐다.

내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제갈사의 말이 이어졌다.

"네가 들고 있는 그 수요 막야도 신과 인간 사이에 있었던 거대한 인신공양 거래의 결과물이지. 최소한 칠요의 주인이라면 인신공양의 효율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텐데?"

"칠요가 그렇게 만들어졌을지는 모르지만 그게 인신공양을 긍정할 이유가 되지는 않소."

"크으. 미치겠군. 너랑 얘기하고 있으니 현이랑 얘기하는 것 같아."

질린 표정을 짓던 제갈사가 말했다.

"이 세상 사람들은 인신공양이 남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고대부터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이족을 모시는 사신(邪神)의 숭배자가 존재하는 한 말이야..."

"......"

"뭐 아무튼 이젠 의식을 치르자고. 토론은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받아 주지."

"알았소."

제갈사는 잠시동안 초상기인과 심장의 위치를 여기저기로 바꾸면서 조정을 하는 듯 했다. 한참동안 위치를 조정하던 제갈사가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게 제일 귀찮아. 방위를 다 맞추는게."

"방위?"

"넷으로 나누는 게 기본 구조이며 질서지. 사목(四牧), 사대(四對), 사풍(四風)의 방위개념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술수의 근본 법칙이다."

"나도 도가술법을 어느정도 익혔지만 사목 사대 사풍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소."

"어? 당연하지. 이건 신이 직접 세상에 강림했던 시대의 지식이니까. 그 시절에는 혼백 개념도 없었고 음양팔괘 개념도 없었지만 사방위만큼은 필요했다."

그렇게 대답한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그게 발전되면 하늘에 구야, 지상에 구주, 땅에는 구산이라는 식으로 구주(九州)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그게 또 삼황오제의 권능과 관계있지만... 뭐 그런 게 있다는 거다."

"으음."

"좋아. 이제 피를 제단에 흘려라."

촤악

나는 제갈사의 말대로 팔을 그어서 피를 냈다. 선혈이 어느 정도 쏟아지자 내공으로 지혈을 했고, 잠시 후 제단 위는 피로 흥건하게 젖게 되었다. 그러자 제갈사는 제단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는 기이한 주문(呪文)을 외기 시작했다.

"#&^$*&@&%*^@...."

그것은 언뜻 알아듣기 힘든 웅얼거림 같았지만, 나는 그 주문을 듣자 소름이 끼쳤다.

이건 괴어(怪語)다!

오직 나만이 알 수 있는 직감이었다. 완전한 괴어라기엔 중원어가 많이 섞여 있었지만 성조의 변화를 무시하고 이따금 흐르는 소리 중에는 괴어가 섞여 있었다.

주문을 끝낸 제갈사가 내게 말했다.

"곧 화신(化神)이 여기에 강림할 거다. 엎드려서 고개를 땅에 박고 결코 들지 마."

"알았소."

나와 제갈사는 제단 밑에 바싹 엎드려서 침묵했다.

우우우우 -

그러자 기이한 괴성과 함께 허공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기어 나왔다. 나는 바닥의 핏물에 비춰서 언뜻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수천 개나 되는 촉수가 촉수가지 하나하나에 눈알같은 게 붙어 있었다.

꿈틀거리며 허공에서 기어 나온 그 화신은 잠시 후 제단 위에 내려앉았다.

뿌드득

와작 와작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실시간으로 초상기인들이 잡아먹히는 소리가 들렸다. 화신은 한동안 포식을 했는데, 포식과정에서 제단에서 질펀한 핏물이 흘러내려와서 내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잠시 후 화신이 뭔가 괴음을 내고는 다시 허공으로 사라졌다.

일련의 과정이 끝나자 제갈사가 먼저 엎드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내게 일어나라고 말한 후 중얼거렸다.

"다행히 잘 끝났군. 초상기인의 몸뚱이도 맛있었던 모양이야."

"[옛 지배자]가 우리에게 저주를 내리지 않게 된 거요?"

제갈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우리가 후환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어. 아니 그 이상이지."

제갈사가 제단 위를 가리켰다.

"선물까지 두고 간 것 같아."

선물?

나는 완전히 육체가 피와 고기덩어리로 분해된 참극의 현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제단 위를 보자, 확실히 제갈사의 말대로 뭔가 이질적인 게 있었다. 딱 주먹 절반만한 크기의 시뻘겋고 둥근 고기덩어리 같은데, 그 덩어리의 한가운데에 시커먼 눈을 뜨고 있는 괴물이었다.

제갈사는 그 괴물의 머리통 촉수를 잡아채고는 말했다.

"말로만 듣던 혈안과(血眼果)로군."

"그 징그러운 건 뭐요?"

"혈안과라고 하는 신의 하사품이다. 이걸 먹으면 특수한 초능력을 얻게 된다고 하더군."

그러더니 제갈사가 혈안과를 망설임없이 씹어먹었다. 핏물이 사방으로 거세게 튀었다.

우드득!

우득!

"으윽..."

나는 약간 비위가 상해서 고개를 돌렸다. 마치 살아있는 눈처럼 번히 눈을 뜨고 있던 혈안과였는데 그걸 씹어먹는 광경은 너무나 괴악했다. 살면서 온갖 추잡하고 잔인한 꼴을 다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광경은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혈안과를 다 섭취한 제갈사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

"이거 좋군. 아주 좋아."

위잉!

제갈사가 손가락을 뻗자 저만치에 있던 바위가 갑자기 허공으로 들어올려졌다. 무려 크기가 1장이나 되는 바위였는데 무게가 없는 것처럼 제갈사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춤을 췄다. 제갈사는 바위를 다시 땅에 내려놓은 후 말했다.

"보통 술사가 수십 년을 수행해도 이 정도 염동력(念動力)을 얻을 수는 없는데 기분이 째지는구만."

"......"

나는 싱긋 웃는 제갈사를 바라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 감당이 안 돼...'

이 놈은 미쳤다.

내가 이 미친 괴물을 상대로 어디까지 얻어낼 수 있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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