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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검마와 함께 다시 용왕곡을 방문하는 날이 되었다. 용왕곡에 도착하자 예전처럼 강력한 기운이 진을 치고 우리를 기다리는 게 느껴졌고, 이윽고 기운의 주인인 독고성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독고성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내 대답을 말해주겠다."
잠시 후 독고성이 말했다.
"너희의 요구를 수용하겠다. 거기 백웅인지 하는 놈에게 내가 아는 뇌신류의 절학을 가르쳐 주도록 하겠다."
"후의에 감사드리오."
"단."
독고성이 천천히 천상제의 수법으로 하늘에서 걸어내려왔다. 그의 마지막 걸음이 지면에 닿았을 무렵 그가 말한 추가조건이 우리 귀에 들어왔다.
"내가 궁금한 것을 알고싶다. 너희도 한치 숨김 없이 솔직히 정보를 공유해야 할 것이야."
"물론이오. 알고있는 건 다 말해주지."
검마가 시원스레 대답하자 독고성이 힐끔 우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백련교, 그리고 뇌신류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그리고 다른 전승자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말하라."
내가 검마를 쳐다보자 검마가 내게 전음을 보냈다.
[ 말할 수 있는 건 다 말해 주게. 우리 사정에 너무 밀접한 것만 제외하고.]
[ 알겠습니다.]
검마가 내게 지침을 보내자 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그 설명이라는 것은 내가 뇌신류와 사대무류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백련교의 현재 상황과 체계, 백련교주와 호법사자의 무위, 그리고 백련교가 소교주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따위의 것이었다.
"어..."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독고성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했다. 그것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당황함보다는, [어째서] 네가 그걸 자세히 알고 있느냐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내가 더불어서 뇌신류의 전승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알기로는 뇌신류의 전승자는 이광과 벽력삼존이 있습니다. 물론 이광의 제자인 진소청이라는 인물도 있으며,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광이 추가로 다른 전승자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음... 그렇겠지... 이광에게는 사문의 대를 이어야하는 의무가 있을 테니. 그리고 벽력삼존은 알아서 잘 먹고 살 놈들이니."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던 독고성이 말했다.
"이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그는 지금 어디서 뭘 하느냐?"
"이광은 관중 청룡무관의 관주로서 삼절(三絶)이라 불립니다. 강호무림에는 명성이 높지 않으나 실상은 전대 황궁의 초절정고수인 사신위 중의 청룡으로 활동했습니다."
"... 황궁? 청룡?"
"네."
"......"
독고성의 표정이 어이없다고 할까, 얼빠진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그래. 그 놈은 그렇다치고 이광이 제자로 받은 진소청이란 놈은 뭐하는 놈인가?"
"천하제일(天下第一)의 기재입니다."
"......!!"
"그렇지 않고서야 이광이 제자로 받을 리가 있겠습니까."
"음... 그렇겠지..."
내가 한을 실어서 중얼거린 말에 대답하던 독고성이 이번에는 검마를 쳐다보며 말했다.
"검마. 여기까지 뇌신류의 속사정을 잘 알면서 이 아이를 뇌신류에 놓아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
"말 뜻이 잘 이해되지 않소."
"뇌신류는 현재 하루하루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이다. 같은 문파의 종사(宗師)에게 놓아주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일임을 모르지 않을 터. 어째서 쓸데없는 위험을 끌어안고 있었는가?"
검마가 눈빛을 빛내며 대답했다.
"생존을 위협받는다? 정말로 그렇소?"
"... 무슨 뜻인가."
"내가 보기엔 뇌신류가 백련교에게 굉장히 선처를 받은 것으로 보이오만."
"뭣이!"
"그렇지 않소?"
검마는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알기로 현재 뇌신류 최대의 전승자인 삼절 이광의 위치는 모두 풍신류에게 감시당하고 있으며, 풍신류 호법사자가 산하의 고수들을 진작에 내보냈다면, 혹은 백련교의 고수들을 동원했다면 뇌신류는 진작에 멸망했을 것이오. 그러나 백련교는 어찌된 일인지 그들의 소재를 파악만 하고 있을 뿐 직접적인 행동을 전혀 취하지 않고 있지."
"으음!"
"벽력삼존의 경우도 마찬가지요. 그들이 은인자중하며 강호에서 비밀리에 적룡문과 흑월단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백련교가 마음먹고 정보망을 펼치면 쉽게 꼬리가 잡힐 것이오. 지금까지 그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그저 백련교가 귀찮아서 그럴 생각조차 없었기 때문일 따름인 것이오."
검마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뇌신류의 현 상태를 평가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망량과는 다른 관점에서 무림의 형세를 판단할 수 있는 사파의 지존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독고성은 검마의 말에 변변히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아마 그 배후에는 백련교주의 명이 있었을 것이오.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은 당장이라도 뇌신류를 쳐서 멸망시키고 싶겠지만 교주가 자제하라고 엄명을 내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셈이지. 즉 당신들은 백련교주의 자비로 수십 년 이상 편안하게 명줄을 이어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오."
"......"
"내가 공연히 제자를 이광의 산하로 보내거나 해서 풍신류를 자극하는 게 더 뇌신류에게 위험천만한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소? 또한 백련교주의 의도가 뭔지 당신이 알고있기나 하오? 백련교의 행보가 품고 있는 진정한 의미는? 생존에 필요한 아무런 계획도 없으면서 뇌신류의 종사에게 보내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소."
"크윽!"
검마의 말은 너무 논리정연해서 독고성이 침음성을 흘렸다. 한동안 멍하니 서 있던 그가 말했다.
"과... 과연 너희는 많은 걸 알고 있구나."
"여하튼 당신은 자신의 입으로 약속한 이상 백 호법에게 뇌신류의 절학을 가르쳐줘야 하오. 그 전에 알고싶은 게 있소만."
"뭐냐?"
"당신은 뇌신류의 고수라고 자신을 밝혔으나 자신의 항렬이 어찌되는지, 어째서 이 용왕곡에 은거하고 있는지를 전혀 말하지 않았소. 그걸 명확히 말해줬으면 하오."
"그래야겠군. 너희에게는 차라리 말하는 게 나을 듯 싶다."
우리의 정보가 그의 마음을 움직인 듯, 독고성은 자신에 대해 밝히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독고성은 잠시 우리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다시 한 번 내 소개를 하겠다. 나는 뇌신류 소속이자 전(前) 뇌신류 호법사자 이청운(李靑雲)의 사형(師兄)인 독고성이다. 너희가 말했던 이광에게 있어서는 손윗항렬이라고 할 수 있다."
"......!!"
전대 뇌신류 호법사자 이청운의 사형!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벽력삼존과 동격이나 그 이상의 인물이었다. 아마 현 백련교를 통틀어도 독고성보다 나이와 항렬이 높은 자는 거의 존재치 않으리라. 그렇다면 저 외모로 백 세를 훌쩍 넘겼다는 뜻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검마가 그에게 반문했다.
"그렇다면 당신도 뇌신류가 파멸하던 날 그 자리에 있었소?"
"아니. 나는 그 때 없었다."
독고성은 고개를 휘휘 저은 후 말했다.
"나는 그 전에 백련교 자체를 떠나 있었다. 내 개인적인 무공수련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고, 호법사자에게 허락도 받았다. 나중이 되어서야 뇌신류가 교주에게 축출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렇다면 반세기 전부터 용왕곡에 줄곧 은거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제서야 나는 묘하게 방관적인 독고성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뇌신류 최고참 항렬에 속하는 자이지만 원래부터 무공수련을 위해 백련교를 떠나있을 정도로 무공에 미쳐있는 자였다. 그 상황에서 뇌신류가 망했다고 들어도 백련교를 찾아가서 직접 확인할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미래를 기약하며 용왕곡에서 수련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없었으리라. 이런 인물에게 뇌신류의 재흥이니 뭐니 해도 당황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검마가 말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남은 뇌신류를 추스르기 위해서 중원에 나와봐야 했을 텐데."
"... 그건 준이가 직접 나를 찾아와서 이야기를 했다."
"준? 설마 수신류 호법사자 독고준을 말하는 것이오?"
독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뇌신류의 무공을 동경해서 독고 일족을 떠나서 뇌신류에 입문했지만, 원래 나는 그와 사촌지간이다. 그는 내가 용왕곡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머지않아 나를 찾아와서 말했다. 교주가 뇌신류를 더 쫓지 않기로 했으니 내게도 경거망동을 하지 말라면서, 뇌신류의 명줄은 보장해주겠다고 하더군."
"역시 당신은 수신류의 일족이었군."
"지금은 일족과 연을 끊었다."
전후사정이 보이는 듯 했다. 검마는 독고성의 말이 사실이라고 파악한 듯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당신이 중원에 나가지 않은 건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군. 설마 자신의 무공을 완성하는 중이었소?"
"그렇다."
독고성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내 자신의 무공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강호로 나가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 여기서 무공을 연마하는게 내게 있어서는 최선이었다. 호법사자에게 대항할 정도의 강함을 손에 넣어야 했으니까."
"그 무공이란 뇌신류의 검술(劍術)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다."
"잘 됐군. 그럼 한 가지 질문할 게 있소."
"무엇이냐?"
검마는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이해하고는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저는 현재 뇌신류의 검술 중에서 만승검결을 대성했으며 뇌룡신검의 입문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헌데 제가 알기로는 뇌룡신검까지 대성하면 입문할 수 있는 뇌신류 검술 최종절기라는 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독고성이 멀뚱히 나를 쳐다보다 대답했다.
"있지."
"그 절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네 스승은 그게 뭔지 가르쳐주지 않았나?"
"어릴 적에는 만승검결을 익히기만도 바빠서."
"하긴 그렇겠군..."
중얼거리던 독고성이 말했다.
"뇌신류 검술의 최종절기는 뇌신검무(雷神劍舞)다."
"뇌신검무? 뇌신의 춤이라는 말입니까?"
"그렇다."
독고성은 하늘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지극히 실전적인 창술과 달리 뇌신류의 검법은 제사의식의 일환으로 발달되어 왔다. 뇌영검법은 제사장의 호신무술이었고 만승검결은 만변을 머금은 춤사위로써 제사의식에 사용되었다. 뇌룡신검은 제사의식 도중에 천뢰기(天雷氣)를 받아서 의식을 원활하게 하는 데 쓰였으며 결과적으로 뇌신검무로써 신에게 최대의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
"뇌신검무를 익혔다 함은 제사장의 역량을 갖췄다는 뜻이다. 백련교의 교주가 되는 자격을 얻었다는 뜻이기도 하지."
독고성의 대답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 설마 그런 거였나?'
이광은 나를 가르치면서 지속적으로 '검술은 약하다'라고 평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게 이광이 창(槍)에 대한 자부심이 강력해서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뇌신류의 검술과 그 연원이 실전보다는 제사의식에 쓰였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종종 검술의 유래에 대해서 듣기는 했으나 설마 백련교주직과 관련이 있을줄은 몰랐다.
그 이야기를 심각하게 듣고 있던 검마가 말했다.
"그렇다면 뇌신검무도 의념단계의 무술이겠군. 만승검결과 뇌룡신검의 투로를 완전히 이해해야 사용할 수 있을 듯 싶군."
"그렇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뇌신검무가 뇌신류 창술의 최강절기와 부딪힌다면 어찌 된다고 보시오? 서로의 숙련도가 같다는 가정하에."
검마의 질문을 들은 독고성은 아픈 곳을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이를 악문 독고성이 대답했다.
"창술이 9할 확률로 이긴다."
"역시."
독고성이 변명을 하듯 말했다.
"뇌신검무에 실전성이 없는 건 아니다. 틀림없이 뇌신검무의 달인은 무림 최정상급 고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천여 년간 무수한 실전을 통해서 다듬어진 뇌신류 창술은 그 자체로 무림최강의 절기다. 같은 숙련도에서는 창술의 달인이 무조건 우세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던 중 검마가 무엇을 걱정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 검은 창보다 약하다...'
의념단계의 무술에서 달인들은 서로의 경계를 의념절기로 메꿀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본래부터 창이 가지고 있던 이점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되려 검술이 의념절기를 쓰지 않으면 계속해서 창술에 밀리는 국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검마가 걱정한 것은, 바로 뇌룡신검도 대성하고 최종절기 뇌신검무에 입문해서 익혀내었지만, 그 결과치가 별로 좋지 않을 경우였던 것이다!
같은 노력을 기울였다면 뇌신검무보다 창술이 훨씬 더 강하다. 이광이 내게 검술 최종절기를 전수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이유도 아마 검술로써는 한계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건 이광을 탓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애초에 이광은 창이 최강이라고 누누히 이야기해 왔으나 나는 검술이 더 적성에 맞아서 이 진로를 택했기 때문이다. 이건 뇌신류의 무공 자체가 지니고 있는 한계라고 봐야 했다.
내가 할 말을 잊자 검마가 말했다.
"독고성. 당신은 혹여 그 뇌신류 검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용왕곡에 은거했던 게 아니오?"
"... 너는 정말 무서운 자로군. 거기까지 추측하다니."
독고성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나는 뇌신류 검술의 종사로써 칠십 년 전부터 뇌신류 검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때부터 어떻게 뇌신류 검술을 개선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뇌신류가 망하기 몇 년 전에 은거해서 검술만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뇌신류의 검술은 뇌신검무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과는 있었소?"
"......"
독고성이 침묵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검마. 내가 이런 비사(秘事)를 거리낌없이 이야기하는 이유가 뭔지 아는가?"
"무엇이오?"
"네 제자를 내게 맡겨라. 그렇게 한다면 이 놈에게 뇌신류 검술의 정수(精髓)를 전달할 생각이 있다. 그렇지 못하겠다면 나는 이 놈을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
"애초에 그러려고 온 것이오만."
"아니. 한 가지 더 동의해 줘야겠다."
독고성의 눈에 광기같은 게 흘렀다. 그것은 평생을 무(武)에 바친 달인만이 내포할 수 있는 광기였다.
"이 놈이 도중에 죽어도 원망하지 마라."
도대체 얼마나 고된 훈련을 시킬 생각인 걸까?
내가 그 말의 진실성을 깨닫고 소름이 돋아서 서 있자, 검마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물론이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군."
"남아일언은 중천금이다."
"조만간 다시 찾아오겠소. 그 때는 바로 전수를 시작해도 좋소."
"기다리겠다."
파앗
나와 검마는 용왕곡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우려가 되어서 검마에게 말했다.
"문주님. 저는 아직 굴공검과 천축검을 완전히 익히지 못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뇌신류 검술의 오의를 더 배운다는 건..."
"무슨 소린가? 자네가 그걸 완전히 익힌다고?"
황당해하던 검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야. 자네도 몇 년째 자신의 경지가 정체되어있는 건 알고 있었겠지."
"... 네."
그랬다. 나는 검마의 착실한 지도 아래 그의 검술심득을 전해받으며 굴공검과 천축검을 비롯한 장삼봉의 절학을 연마했으나, 몇 년 전부터 지지부진하며 별로 늘지 않았다. 검마가 말을 이었다.
"타고난 천재가 평생을 걸쳐 연구해도 무당파 칠대절학을 대성하는 건 극히 어려운 일이야. 자네가 이대로 굴공검과 천축검의 오의를 얻고자 하면 최소 백여 년 이상이 걸릴 것일세."
"헉..."
"그렇기에 또다른 계기가 필요해. 독고성이 평생동안 연구한 뇌신류 검술의 정화를 익히면서 스스로 오성(悟性)과 무술경험을 높이게. 나는 그게 자네를 자극해서 정체된 검술경지를 올려줄 거라고 생각하네."
"... 가능할까요?"
말은 쉽지만 나는 저 이론대로 실행하는게 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검강지경을 얻기 위해서 부족한 오성을 몸으로 때울 때 얼마나 고되었던가. 자칫 오성이 부족해서 꼬여버리게 된다면, 나는 그때 이상으로 고생하며 구르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검마가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렇다고 믿어야겠지. 그렇지 않다면 백 년이 지나도 자네가 이광을 넘어설 수 없을테니까."
"......"
나와 검마는 비등을 써서 무영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검마가 말했다.
"다음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문호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네. 며칠간 자네도 몸을 풀면서 자신의 무예를 점검해 보게."
"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
검마는 의자에 길게 몸을 뉘이며 말했다.
"자네가 이광과 대련하고 나서 말해 주겠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이광과 제 3자로서 싸우는 날이 임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