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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233화 (233/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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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검마와 함께 무영문에 돌아오고 얼마 후, 풍신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마 그 자리에서 이광이 끼어들어서 풍신대를 없앴으리라. 고작 두 명이 이룩해낸 성과로는 굉장한 것이었지만 나는 손쉽게 뇌신류의 파멸을 예측할 수 있었다.

' 끝까지 이겨나갈 수 있을 리 없어.'

나와 망량이 최선을 다해서 보조했을 때도 결국 황궁의 마왕 달기에 의해 막혔다. 달기는 커녕 그 전에 호법사자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이대로라면 몇 년 내에 진소청이 어딘가에서 객사하는 건 확실한 일로 보였다.

내가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자 검마가 내 생각을 짐작한 듯 말했다.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닐세. 자네가 나를 돕지 않으면 무영문은 향후 갈 곳이 없네."

"네."

"요동으로 이전하기 전에 먼저 십이율과 교섭할만한 걸 알아봐야겠군."

검마가 중얼거리자, 나는 머리에 떠오르는 게 있어서 말했다.

"흑백련을 십이율주에게 내놓는 게 어떨까요?"

"흐음. 나쁘지 않은 생각일세."

나는 이미 잔뜩 흑백련을 캐놓아서 목갑에 쌓아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검마 또한 나와 6년간 수련하면서 흑백련을 복용해서 내력을 극적으로 높여둔 것이다. 흑백련은 단순한 내공증폭율으로는 천년설삼에 뒤쳐졌지만 절세의 영약인 건 사실이었다.

검마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 아니 잘 모르겠군."

"네?"

"십이율주라는 게 어떤 인간인지 감이 안 잡힌단 말일세."

그렇게 운을 띄운 검마가 말을 이었다.

"자네의 기억 속에서 십이율주와 직접 마주친 건 십이율 문주들과의 비무, 단 한 번 뿐이었지. 그리고 자네는 십이율주와 대련해서 깨졌고."

창피한 과거였기에 나는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검마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십이율주에게 졌다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지. 동방무림의 지존이면 최소 호법사자 이상일 것일세. 문제는 다른 데 있네."

"어떤 문제입니까?"

"그와 자네의 대화를 유추해 봐도 어떤 인간인지 어떤 인격인지 무엇을 원하는지가 명확하지가 않아. 이족에게서 동방을 수호한다고 해도 그렇게 거대하고 추상적인 목표를 알아봤자 개인의 성향을 유추할 수는 없어. 또한 십이율주는 자네에게 거짓된 정보를 흘리기도 했었네."

"음..."

검마의 말이 맞았다. 그 때문에 망량은 내게 '십이율주를 믿지 말라' 라고 조언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검마가 말했다.

"내가 좀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내 실수군."

"아닙니다. 천년만년 백련교에게 이용당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물론 자네 말대로 흑백련을 바쳐서 십이율에 편입하고자 하면 받아줄 것일세. 허나 나는 그 전에 십이율주가 어떤 인간인지 좀 더 알아볼 필요가 느껴지는군."

"어떻게 하는게 좋겠습니까?"

"그걸 생각해 봐야겠군."

나는 검마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끙끙대며 머리를 굴렸다. 망량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기막힌 계책을 하나쯤 내어주거나 십이율주에 대해 판단해줬을 것이다. 전문적으로 두뇌를 굴리는 인물이 없다는 게 후회가 되는 시점이었다.

그렇게 약 반 시진이 지났을까? 나는 번뜩 하고 생각이 떠올랐다.

"자령언월도!"

"음?"

"십이율주는 굳이 중원의 암경무투회까지 와서 우승상품인 자령언월도를 가져갔습니다. 그가 자령언월도를 필요로 했던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닐까요?"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게 십이율주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인 듯 했다.

"으음..."

검마는 뜻밖이라는 듯 팔짱을 끼고 고민에 잠겼다. 그가 곧 대꾸했다.

"자령언월도에는 천하제일의 무공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 십이율주는 그 소문때문에 자령언월도를 가져갔다고 생각했어. 자네 말은 또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인가?"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자령언월도는 어쩌면 제가 가지고 있는 비등이나 목갑같은 마도구(魔道具)가 아닐까요?"

"......!!"

"십이율주의 무공은 굉장했습니다. 그런 그가 중원에 오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령언월도를 굳이 가져갔다면, 그 이유는 이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내 말을 들은 검마는 감탄하는 기색이었다.

"과연... 그렇군. 나는 그렇게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네. 대단해!"

"아뇨 이 정도는..."

"아닐세. 그건 무림인의 관점에서는 생각해보기 힘든 일이야. 자네가 전생자이기 때문에 낼 수 있는 발상이겠지!"

손뼉을 딱 친 검마가 턱을 괴며 말을 이었다.

"흐음. 그리고 마도구는 이족(異族)에서도 마도사(魔道師)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만든 것이지. 즉 이족이나 그들의 신인 [옛 지배자]와 관련이 있는 물건이 바로 자령언월도라는 소리겠군."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조금씩 윤곽이 보이는군."

검마는 한참을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백웅. 그렇다면 우리도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할 것 같네."

"십이율로 갈까요?"

"아니. 투마(鬪魔)에게 간다."

투마에게?

내가 의외라는 기색으로 검마를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어차피 갚아줘야 할 빚도 있었는데 잘 됐군! 당장 낙양으로 갑세."

"위험하지 않을까요?"

"뇌신류에 의해 풍신류가 크게 흔들린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가 없어. 뇌신류가 만들어 준 천재일우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지. 투마는 지금 당장 족쳐야 하네."

"아!"

"투마에게서 정보를 얻어야만 한다."

단호하게 말하는 검마의 말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는 그런 검마의 말에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 결단력...!!'

검마는 단순히 머리가 좋은 게 아니었다. 한 번 정한 게 있으면 전후사정을 빠르게 재어보고 지체없이 결단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판단이 여태껏 틀린 적이 없었기에 사파무림의 지존으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나는 검마의 이런 점을 반드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파앗!

비등을 사용해서 즉시 낙양의 인적없는 골목으로 이동한 후 검마가 말했다.

"투마의 본거지는 용운궁(龍雲宮)에 있네."

"용운궁? 처음 들어봅니다만..."

"지금은 쓰이지 않는 옛 황실의 폐궁(廢宮)이지. 놈은 그 곳에서 수라문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더군."

검마는 투마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알고 있었다. 아마 암경무투회에서 자신의 딸인 서문혜가 실종되었다는 걸 알게 된 후 투마의 정보를 잔뜩 캐었으리라. 이렇게까지 확답할 수 있다는 게 그 증거였다.

나는 검마를 따라서 용운궁까지 갔다. 용운궁은 낙양 성내에서도 꽤나 외진 곳에 있었으며, 외성과 내성의 경계에 존재하는 곳이었다. 높이가 약 삼십여 장 정도 되는 낮은 언덕에 옛 폐궁이 쓸쓸하게 서 있는 모습이 언덕 아래에서 보였다. 까마귀가 울며 석양을 지나자 검마가 말했다.

"일단 다 죽이게."

"네."

간단명료하다. 나 또한 투마에게 좋은 감정이 없기에 일단 죽이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의견을 맞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용운궁이 있는 언덕을 향해 날듯이 달려갔다. 도중에 결계같은게 있을지 몰라서 경계했지만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여기가 진짜 본거지인 만큼 되려 결계가 의심을 살거라고 생각해서 배치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휘익

용운궁의 입구를 넘어서 어두침침한 폐궁 내부로 들어오자 음산한 기운이 흘렀다.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 감각에는 그 와중에도 몇몇 고수들이 근처에 숨어있다는 게 느껴졌다. 검마 또한 그들의 기척을 느꼈는지 내게 전음을 보냈다.

[ 투마는 저기 있군. 내가 먼저 갈테니 따라오게.]

가느다란 실소리가 튕기는 듯 했다. 검마는 다음 순간 사라져 있었고, 초고속으로 이동하며 행로(行路)에 있던 세 명의 고수를 이기어검으로 해치웠다. 죽은 놈들은 비명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지극히 빠른 속도라서 나는 검마의 무공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피분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뿜어져 나오자, 수라문의 고수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그들은 은신이 발각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거센 살기를 뿜어내며 나를 노려보았다.

"이 놈."

"죽어랏!"

쐐액

여기저기에서 검기가 날아들었다. 나는 수라문의 고수들이 약 십여 명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들이 나를 포위한 채 단체공격하는 건 가공스러울 정도였다. 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하나하나가 단련된 무림인이었다.

하지만 나는 멸혼보를 사용해서 그 모든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며 생각했다.

' 수라문의 정예가 이 정도인가... 금의위와 비슷한 수준이군.'

신기할 정도로 냉정하게 내 머릿속에서 그들의 무공을 판단하는 과정이 지나갔다. 나는 그 찰나지간에 멸혼보로 적들의 간격을 꿰뚫으면서, 손에 잡히는 적들을 가볍게 때려눕히며 제압했다.

퍼버벅!

"크악."

네 명의 수라문 정예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져서 절명했다. 검을 쓸 것도 없어서 맨손으로 때렸지만 내 주먹에 실린 내공이 워낙 가공해서, 그들은 칠공에서 피를 뿜을 수밖에 없다. 내가 수라문의 정예들을 몰살시키는데는 겨우 십여 초밖에 필요하지 않았으며, 마지막 수라문 고수의 목을 잡아채서 땅 위로 들어올렸다.

"커억... 고... 고수..."

내 손에 목이 잡혀서 버둥대는 수라문 고수를 싸늘하게 바라보던 나는 말했다.

"너흰 운이 없군."

7년 전의 나였다면, 여기서 뇌명이라도 쓰지 않았다면 최소한 200초 이상을 사용했을 것이다. 수라문의 정예는 사파무림인 치고는 뛰어났다.

하지만 의념을 다룰 수 있는 지금의 내게는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놈들이었다. 뇌명조차 필요없었다.

"컥... 주... 죽여라..."

"그러지."

우두둑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목을 옥죄어서 죽여버렸다. 시체를 바닥에 내던진 후 나는 곧장 검마가 갔던 행로를 따라서 이동했다. 내가 여기서 반 각 조금 되지 않는 시간을 사용했으니, 검마는 이미 투마와 겨루고 있을 것이다.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아서 용운궁의 최심부, 넙적한 궁궐 앞에 도착했을 때 갑작스러운 검광(劍光)이 터져나왔다.

꽈릉!!

커다란 먼지바람이 일었다. 폐궁의 최심지에서는 잔뜩 낭패한 기색의 투마가 자신의 애도를 들고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검마가 서 있었다. 검마가 시종일관 밀어붙였는지 투마는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투마가 검마에게 외쳤다.

"검마!! 왜 나를 공격하는 것이냐?!"

검마는 그의 말에 싸늘하게 받았다.

"내 딸의 일을 잊었느냐?"

"......!!"

투마는 경악했다. 어떻게 그 일을 알았냐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했는지 냉정한 안색으로 돌변했다. 아마도 해적섬이 털리고 난 후 서문혜가 무영문에 무사복귀했다는 걸 빠르게 유추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

"그런걸 너 따위가 알 필요는 없지."

"으윽..."

검마는 한발짝을 앞으로 옮기며 투마를 비웃었다.

"고작 너 따위가 나와 동급으로 묶인다는게 예전부터 짜증났다. 이제 슬슬 끝내 주마."

"......"

투마는 검마의 말에 큰 굴욕감을 느낀 듯 했다. 실제로도 검마는 투마를 진작에 끝장낼 수 있었는데도 실력을 재어볼 겸 고양이가 쥐를 갖고놀듯 한 것이다. 하지만 투마는 이내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흐흐... 그래... 너는 팔마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강했지... 난 그런 네가 늘 부러웠다... 아무리 싸우고 무공을 연마해도 도달하지 못할 경지가 있는 것 같았다."

투마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검마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투마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이다... 네 놈은 너무 늦게 왔다... 이미 나는 용인(龍人)의 힘을 얻었다!"

쿠구구구!

갑자기 투마의 전신에서 시꺼먼 빛이 흘러나왔다. 난데없는 변화에 검마는 급히 이기어검을 시전해서 그를 수백 조각 내 버리려 했지만, 투마는 이기어검에 꿰뚫리고 갈리면서도 '무언가'로의 변화를 멈추지 않았다.

츄르르륵!

마치 검은 찰흙이 허공에서 어두운 빛을 내며 빚어지는 듯 했다. 이미 공격이 먹히지 않는 듯한 상태가 된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한 가지가 떠올랐다.

' 황산파를 쳤을 때 뇌신류가 맞닥뜨렸던 그 괴물!'

진소청은 황산파 장문인이자 풍신류의 고수인 용중일을 치러 갔을 때, 용중일을 호위하던 호법 두 명이 난데없이 용형(龍形)의 괴물로 변이했다고 말했었다. 그 괴물을 어떻게든 해치우긴 했지만 용중일을 놓칠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 괴물의 힘은 강대한 듯 했다. 그리고 풍신류에 속한 투마 또한 용형 괴물로 변신할 수 있는 듯 했다.

' 뭐야? 저건 대체 뭐지?'

곤혹스럽다.

용인이란 게 대체 무엇인가?

내가 어떻게든 해 보려고 검에 검강지기를 모으자 검마가 내게 전음을 보냈다.

[ 마침 잘 됐네. 그만두고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게.]

[ 하지만 저 놈이 용인으로 변하면 위험합니다.]

[ 예상했던 바야. 걱정말고 일단 벗어나게.]

고오오오...

나는 그 순간 검마의 전신에 가공할 투기가 끓어오르자 침을 꿀꺽 삼켰다. 백색 기운이 마치 살아있는 화염처럼 일렁이더니 그의 검을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검마가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반경 오십 장 내에 있으면 위험하니."

내가 검마의 말대로 급히 멸혼보로 튕기듯이 그 장소를 벗어나서, 오십 장을 훨씬 넘어섰을 때였다.

쿠콰콰콰쾅!!

일차폭발이 일어났다.

[ 꾸오오오!!]

어느 새 검은 용(黑龍)처럼 변한 투마가 날뛰며 엄청난 속도로 맹진하는 게 보였다. 그 형상은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 없었으며 차라리 요괴에 가까웠다.

' 엄청난 속도다!'

용인으로 변한 투마의 신체능력은 초절정고수의 그것을 가볍게 상회하고 있었다.

내가 전율하면서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의념이 모였다.

검마는 마치 춤을 추듯, 자신의 검과 함께 일렁이고 있었다.

차라리 천지자연의 흐름과 뒤섞인 듯한 그 모습은 그 자체로 무(武)의 극지(極地)라 할 만 했다.

쿠쿠쿵

너울거리는 무형의 기운이 투마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는 동안에 검마의 눈이 반개(半開)했다. 의념 심적권청의 공간에서 검마가 나직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검(御劍)

진(眞)

무영탈혼(無影奪魂)

슈칵!

마치 검마의 검이 사라져서 광자(光子)의 덩어리로 변한 것 같았다. 완전히 무형으로 변해버린 검마의 검결은 이윽고 속도를 반전시켜서 가볍게 투마의 왼팔을 잘라내 버렸다. 용린(龍鱗)이 뜯겨나가며 허공을 날자, 용인으로 변한 투마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주춤거렸다.

실로 기이한 일이었다. 속도나 힘으로 볼 때는 용인으로 변한 투마가 압도적으로 위에 있는데 반격당하다니?

하지만 나는 의념을 관조할 수 있었기에 방금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침을 꿀꺽 삼켰다.

' 수만... 수십만... 도대체...'

무극의 칼날!

광자가 허공을 부유하며 용인 투마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영탈혼검의 검결에 따라서 검마가 원할 때 언제든 천하제일의 명검(名劍)으로 변해서 적을 난도질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저 광자가 상대방을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건 아닌 듯, 투마 뿐만이 아니라 폐궁건물 또한 함께 잘려나가고 있었다.

이윽고 투마가 다시 공격하려 했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 힘에 떠밀리듯 주춤대며 뒷걸음질쳤다. 실제로는 무수한 참격(斬擊)이 쏟아지며 용인 투마를 베고 있었고, 그의 몸뚱이가 튼튼하기 때문에 밀려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푸콱!

쏟아지는 빛의 참격을 견디지 못하고 투마의 용린이 튀어올랐다. 투마는 급격히 죽음을 예감했는지 용의 비명소리를 내질렀고, 검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손가락을 휘둘러서 어검을 조종했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투마의 사지가 뜯겨나갔다. 방금 전에도 무려 수백 개나 되는 참격이 지나간 것이다. 마치 새 날개가 뜯겨나가듯 무력한 광경이었다.

용인의 힘은 절세적인 것으로 보였지만 극고의 무술경지 앞에서는 옴짝달싹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나는 먼 발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전율했다.

저것이 바로 의념절기의 위력!

인간의 몸으로 도달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의 구현화!

[ 크우우우우...]

쿠궁

둔중한 소리가 대지를 울렸다. 투마는 결국 사지를 잃은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피거품이 투마의 입가에서 끓어넘쳤다. 이제 검마가 마음만 먹으면 한 방으로 그를 절명시킬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검마는 끝장을 내지 않고 자기가 펼쳐낸 의념절기의 공간을 거두었다.

검마가 결계를 거두자 나도 그의 옆으로 왔고, 이내 투마의 상태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투마는 너무 극심한 피해를 입었는지 용인화가 풀려서 인간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끄륵... 끅..."

투마가 발버둥치자 검마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투마. 죽고 싶으냐?"

"주... 죽여다오. 용인화로도 이길 수 없다니..."

투마는 진심으로 절망해서 눈물을 흘리는 듯 했다. 그 또한 무인으로써 한계를 넘으려는 마음이 강했고, 용인화를 얻고 나서 스스로를 천하무적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순수한 검마의 의념절기에 패배하자 스스로에게 절망한 듯 했다.

하지만 검마는 싸늘하게 웃었다.

"넌 졌다. 패배자의 처우는 승자에 달렸다는 무림의 법칙을 모르진 않겠지."

"으으..."

"백 호법. 이 자의 목숨을 붙여놓게."

이어진 검마의 말에 나는 그가 사파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딸을 건드린 놈을 편히 죽일 순 없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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