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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230화 (23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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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天界)

나는 검마의 말이 갑작스러워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진소청이? 마도팔마를?'

뜻밖의 일이었다. 더 이상 내게 관련되어 오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진소청과 다시 얽히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짐작가는 게 있어서 번뜩하고 머리가 돌아갔다.

' 맞아! 그런 일이 있었어!'

분명히 내가 어이없게 마물군단과 싸우다 죽었던 전생의 일이었다. 아마 9번째 전생이었을 것이다.

그 때 나는 망량의 부름에 따라 진랑곡으로 가기 전에 진소청과 이야기를 했고, 진소청은 스승 이광의 명에 따라 강남에 있는 마도팔마 독마를 때려잡으러 간다고 했다. 나는 당연히 진소청이라면 독마 정도는 이길거라고 생각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시기로 볼 때 그건 지금과 대동소이했다.

내가 깨달은 표정을 짓자, 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자네 생각대로겠지. 진소청이란 자를 가만히 놔두면, 약 5~6년 후에는 출관(出館)해서 마도팔마를 잡는 협객행을 하도록 역사가 정해져 있는 것이라 보네."

검마도 흑요석을 통해서 내 전생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뭔가 좀 이상합니다."

"뭐가 말인가."

"이광은 마도팔마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문주님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팔마를 하수라고 경멸하는 시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뜬금없이 마도팔마를 때려잡으려는 걸까요?"

"그래서겠지."

검마는 피식 웃었다.

"제자를 천하무림에 선보여야 할텐데 처음부터 강적(强敵)과 붙이겠나? 당연히 처발라도 후환도 별로 없는 약한 놈... 그러면서도 아주 맹탕은 아닌 놈을 붙이려 하겠지. 수련효과는 있어야 하니까. 내가 이광이라도 비슷한 선택을 하겠지."

"......"

검마의 말대로였다. 관심이 없는 약한 놈들이기 때문에 되려 편한 마음으로 밟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마도팔마를 그 정도로 깔아보는 이광의 자존광대한 자존심은 이해가 불가할 지경이었다.

"마도팔문에 원한을 질텐데 그게 두렵지 않은 걸까요?"

"이광은 이미 과거에 마도팔문 중 3문을 밟은 전적도 있네. 그 자의 실력에 뭐가 두렵겠나? 이광이 나와 동급의 고수라 가정하면 충분히 가능한 발상일세. 잡졸이 아무리 덤벼봐야 잡졸일 뿐이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광이 뇌공섬으로 금의위를 대량학살할 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확실히 최소한 초절정고수가 아니라면 이광에게 버텨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 하지만 너무 제멋대로야.'

지금까지 이광이 아군일 때는 감춰뒀던 생각이 머릿속에서 흘러나왔다. 물론 마도팔문은 범죄를 저지르고 제멋대로 살인이나 청부업을 하는 막장스러운 놈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자의 경험치나 쌓게 할 셈으로 순식간에 수십 명의 인생을 작살내버려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마도팔문에 악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라서 더욱 이광이 짜증났다.

검마가 말했다.

"진소청은 얼마 전 만독문(萬毒門)의 독마(毒魔)를 베고 지마(地魔), 광마(狂魔), 음마(陰魔)도 베었다더군. 이걸로 마도팔마는 마도사마가 되어버려서 세력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말았네."

"......"

나는 그 정보에서 진소청의 목적을 예감했다.

마도팔마의 전멸!

그게 바로 진소청의 이번 비무행 목적인 것이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진소청은 애초부터 마도팔마를 비롯한 마도의 세력을 척결할 목적으로 강호행을 시작했으리라. 그리고 그 행보의 끝에는 마도팔마 최강으로 불리는 검마의 목숨도 걸려 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지. 자네가 나를 도와주면 크게 고마울 듯 하네."

"지금 당장이라도 무영문으로 가죠."

"잠깐... 그 전에 자네에게 말해두고 싶은 게 있네."

"무엇입니까?"

검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되려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지금 더 마음이 급한 것은 검마일텐데 그는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내가 죽고 나면 내 딸을 돌봐 주게."

"......!!"

나는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경악해서 외쳤다.

"그럴 일 없습니다! 문주께서 죽을 일은 없습니다."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거지. 그리고 사람이 언제 죽을지는 아무도 몰라. 그건 세상에서 자네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검마는 한숨을 쉬었다.

"만일 불상사가 생긴다면 내 딸아이를 지켜줄 자는 자네밖에 없네. 정파는 물론이고 사파의 무뢰배까지 그 아이를 노리게 될 걸세."

"......"

"나는 이미 한 번 그 아이를 위협에서 보호하는 일에 실패했네. 그 아이가 해적섬에 유폐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내 마음은 찢어졌고 자괴감으로 가득찼지. 부모로써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죄인이야."

"그렇지 않습니다."

"천하에서 오로지 자네만이 내 딸을 구해주었네. 나는 자네가 아니면 누구도 혜아를 보호해줄 수 없다 생각하네."

나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생각했다. 하지만 곧 망설임을 떨치고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군."

검마가 희미하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에게는 미호라는 정인(情人)이 있다는 걸 알고 있네. 그렇다면 내 딸이 후처(後妻)라도 상관없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으하하. 내 딸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그런 게 아니라..."

나는 껄껄 웃고 있는 검마를 보자 할 말을 잃었다. 얼핏 장난스러워보이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이 서려있다는 걸 느낀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할 수밖에 없어.'

검마는 이번 강호행에서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것은 비단 진소청 때문만이 아니라, 강호의 저변에서 꿈틀거리는 음모의 기색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유로 죽을 수 있다는 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나는 속으로 이를 악물며 생각했다.

' 반드시 살아남겠다! 그리고 지켜내겠다.'

설령 사형 진소청을 베는 한이 있어도!

내 눈에 각오가 서린 걸 느낀 듯 검마가 말했다.

"좋아, 그럼 가지."

"네."

파앗!

우리는 비등을 이용해서 무영문에 도착했다. 6년 만에 도착한 무영문인데도 외관은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 그리고 무영문도들은 나와 검마의 모습을 확인하자 다같이 달려나와서 부복했다.

"문주님!"

우르르 몰려서 부복해 있는 무영문의 흑의인들 하나하나가 절정고수급이었다. 사파문파 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검마는 그들에게 일어나라고 손짓한 다음 말했다.

"백 호법과의 수행도 얼추 다 되어가던 참이다. 그간 잘 있었는가?"

"넵!"

"나머지 보고는 안에서 듣겠네. 혜아는 어디 있지?"

검마의 물음에, 무영문도 중 가장 무공이 뛰어난 검랑(劍狼)인 백혈검객(白血劍客)이 대답했다.

"소문주께서는 연공실에 계십니다."

"으음... 그러면 나중에 이야기를 전달해 주게. 그 아이의 연공을 방해하고 싶지 않군."

"존명!"

그리고 우리는 무영문도들을 따라서 회의실으로 들어갔다.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와서 상황을 설명했다.

"보고드렸다시피 독마 지마 광마 음마가 진소청에게 죽었습니다. 그는 현재 정천맹에 머물고 있는 중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검마가 팔짱을 낀 채 질문했다.

"정천맹이라고? 거긴 왜 있지?"

"아무래도 진소청은 천지문(天地門)에 감금되어 있던 정천맹의 포로들을 구출한 모양입니다. 진소청과 정천맹주 위지혼이 대화하는 모습이 여러 번 목격되었다는 보고입니다."

"흐음..."

검마는 눈을 감은 채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는 잠시 후 말했다.

"여기서 멀지 않군."

그랬다.

정천맹의 본단이 위치해 있는 곳은 바로 산동성이었고, 산동성은 하남성과 딱 붙어있는 위치였다. 진소청이 조금만 경공을 발휘한다면 사나흘만에 무영문으로 들이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부하들이 눈치를 보고 있자 검마가 말을 이었다.

"백련교 쪽에서는 연락이 없었나?"

"그렇지 않아도 백련교에서 서신이 도착해서 봉밀한 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뭐? 언제 온 거지?"

"어제 저녁에 온 것인지라 미처 보고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흠... 보여 주게."

부스럭

검마는 부하들이 건네준 백련교의 서신을 뜯어보았다. 그리고 한참동안 읽다가 표정이 강하게 굳어졌다.

"백련교, 이렇게 나오는건가..."

그는 바로 옆에 있던 백혈검객을 돌아보며 말했다.

"흑마(黑魔)에게 연락해라. 그에게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사흘 후 하남성 대저에서 보자고 전해라."

"넵."

"나머지 문도들은 우선 지닌 바 임무에 충실하고 자신의 무공을 갈고 닦도록! 그리고 백 호법은 나를 따라오게."

"알겠습니다."

회의가 빠르게 끝나고 나는 검마를 따라갔다. 자신의 방에 들어간 검마는 자리에 앉은 후 말했다.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원래는 내 본거지에서 진소청을 영격하려 했지. 허나 백련교가 움직여버린 듯 하네."

"네...?"

이어진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이미 풍신류(風神流)가 나서버렸네. 풍신류의 고수들이 백련교 본단에서 진소청을 치기 위해 닷새 전에 출발한 모양이야."

"......!!"

"그래서 고민하고 있었네. 이대로 관망할지, 아니면 진소청과 접촉할지."

뜬금없이 풍신류가 나서다니?

이것 또한 조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 보자 그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었다.

' 마도팔문은 현재 백련교 하부세력이 되어 있다... 백련교는 자신들의 손발이 되어줄 마도팔문을 망가뜨리는 진소청을 가만히 둘 수 없겠지. 그래서 풍신류가 움직인 거구나!'

그리고 풍신류에서 진소청을 쓰러뜨리고자 한다면 아마 풍신대(風神隊)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풍신대의 위력은 내가 알기로는 가공할만한 것으로, 풍신류를 익힌 수십 명의 절정고수들이 합진을 이루어서 적을 분쇄할 수 있었다.

지금 진소청의 무공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풍신대를 상대로는 결코 멀쩡할 수가 없다. 풍신류 출신의 절정고수들은 중원의 무인들보다 훨씬 강인하게 단련되어 있는데다 대단한 내공을 지니고 있었다. 진소청이 동귀어진하게 될 가능성도 높았다.

' 음... 이거 좋은 거 아닌가?'

내 표정을 물끄러미 보던 검마가 말했다.

"손 안대고 코푸는 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있군."

"뭐 솔직히 좀..."

진소청과 겨루는 건 적지않은 부담인데 백련교에서 알아서 물리쳐 준다고 하니 이보다 좋을수는 없다. 내가 멋쩍게 대답하자 검마는 말했다.

"허나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닐세. 나도 자네의 기억을 보지 못했다면 지금 자네처럼 생각했겠지만 말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전제가 잘못되었단 말일세. 이건 진소청의 수련여행이 아니었던 게야. 이제야 일의 얼개가 눈에 들어오는군."

그렇게 중얼거린 검마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자네의 기억을 통해서 '이광'이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네. 철두철미하며 뱀의 심장을 지니고 있으며 위험한 다리를 함부로 건너려 하지 않아. 그런 자가 애지중지 키우던 하나뿐인 제자를 보내면서, 과연 위험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그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아니야. 절대 그런 자가 아니지. 나는 이번 일에 이중으로 계략이 쳐져 있다고 생각하네."

"이중계략이라고요?"

이어진 검마의 말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이광은 처음부터 마도팔문의 뒤에 백련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네."

"......!!"

"즉... 진소청이 마도팔마를 베고 다니는 것은 스승의 명령. 동시에 뇌신류가 백련교에 싸움을 건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일세."

나는 기가 막혀서 반문했다.

"싸움을 건다고요? 뇌신류가 백련교에게?"

어이없는 일이다!

나와 망량이 최선을 다해 뇌신류를 도왔는데도 몇 년 동안 뼈빠지게 노력해서 겨우 뇌신류의 독립을 얻어내는데 그쳤다. 그런데 백련교를 상대로 쇠약해지고 해체당한 현재의 뇌신류가 어금니를 드러내다니. 멸문(滅門)당하기 딱 좋은 행위인 것이다.

그러자 검마가 큭큭거리며 웃었다.

"이광의 속이 들여다 보이는군. 그는 처음부터 백련교와 전면전을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일세. 그래서 백련교가 크게 나서지 않는 선에서 하부세력을 부수다가, 여차하면 정천맹을 내세워서 천하의 정세를 제 뜻대로 조종할 생각이었던 거야. 풍신류의 풍신대가 출동하는 상황도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겠지."

"아... 아니 그걸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도, 뭐하러 이렇게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겁니까? 얌전히 무공만 수련하는게 훨씬 안전할 텐데."

내 반문에 검마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거야 원한을 잊을 수 없으니 그런 게 아니겠는가?"

"......"

"그는 백련교를 철천지원수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복수를 할 가능성이 떨어지겠지. 왜냐하면 뇌신류의 정수(精髓)를 이어받은 전승자는 그 이외에는 거의 남지 않았고, 세월이 흐를수록 전승자들은 본래의 뿌리를 잊어갈 게 뻔하기 때문일세.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뇌신류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서 이번 일을 계획한 거라고 생각하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검마는 무공만 뛰어난 게 아니라 머리도 매우 좋은 것이다! 수십년간 옆에서 보아왔던 이광의 심리를 대번에 추측해내는 재간은 굉장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마도 사파무림의 1인자로써 강호에서 잔뼈가 굵은 탓도 있으리라.

' 이광도 뇌신류 개파대전같은 발상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군.'

뇌신류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천하에 알리면, 전승자들은 과거의 원한을 잊지 않고 부흥에 매달리게 된다. 이광은 그 실낱같은 희망에 걸어보고자 도박을 건 것이다.

"그렇다면 슬슬 이쯤에서 이광이 나서겠지. 제자가 정천맹에 머무르는 김에 슬며시 방문해서 정천맹주를 내세워서 중재를 요청할 걸세. 그러면 천하무림에 모습을 드러내기 싫은 풍신류도 주춤하게 될 것이고, 어물쩡 넘어가게 될 거라고 보네."

"너무 넘겨짚는 게 아닐까요?"

"흠... 또 하나의 가능성이 있긴 한데."

이어진 검마의 추측에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소청을 미끼로 이광이 풍신대를 몰살시키려고 나설 수도 있겠지."

"......"

정말로 미친 짓이겠지만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이광의 패도적인 성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계책이었다.

검마가 말했다.

"여하튼 지금 당장은 움직여봤자 독이 될 것 같군. 며칠간 무영문에서 대기하며 상태를 살펴보세나."

"네."

나는 검마와의 대화가 끝난 후 내게 배정된 방으로 갔다. 그리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진소청 사형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나는 그의 마음에 협의지심이 있으며 자기의 주관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천 년의 봄을 보게 되더라도 무예의 극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것도 안다. 그러나 때때로 진소청은 마치 의지없는 인형처럼 이광의 뜻에 휘둘릴 때가 있어서, 어떤 게 그의 진면목인지 헷갈렸다.

무엇보다도 내가 진소청을 판단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의 허무감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소청은 늘상 긍정적이고 웃는 자세 한켠에 알 수 없는 허무감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듯한 사람이었다. 나는 수십 수백년간 그를 관찰해 왔지만 그 허무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진소청의 생각도 쉽게 읽어낼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진소청은 내게 적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침상에 누운 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 내 수련에 방해가 된다면 이광이든 진소청이든 치워버리겠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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