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3 ----------------------------------------------
천계(天界)
수신류 호법사자 독고준은 금룡가면에 가려서 본연의 외모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얼굴이 궁금했다.
' 저 가면때문에 맨 얼굴을 본 적이 없군.'
그리고 가면은 왠지모를 공포심과 위압감을 상대방이 느끼게 했다. 내가 독고준이 어떤 인간인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검마가 말했다.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소?"
독고준은 이번에는 육합전성을 쓰지 않고 대답했다.
"문주는 이번 팔마회동에 참여하지 않으셨더군요."
그의 맨목소리는 약간 여리긴 하지만 사내의 목소리였다. 또한 예의와 격식을 갖춘 말투를 구사하는 듯 했다. 검마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로 큰 볼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소."
"우리 백련교는 무영문주야말로 중원 사파를 실질적으로 다스리는 우두머리임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없다면 팔마회동 따위 의미가 없었지요."
"......"
"그래서 내가 직접 찾아온 것입니다."
검마는 주변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
"나를 무력으로 굴복시키러 오셨소?"
"오늘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습니다. 단지 이유를 좀 듣고 싶군요."
"어떤 이유를 말하는 거요?"
"어떤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했는지를 말입니다."
독고준의 말투는 특이하게도 오만하거나 패도적인 기색이 거의 없었다. 같은 호법사자인 한백령이나 용비천에 비하면 굉장히 유순하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호법사자가 이렇게 순한 말투를 쓰는 건 처음 보는 일이었다.
검마가 대답했다.
"신공절학을 발견하여 수련하느라 늦었소."
"신공절학이라...?"
"무림인에게 있어서 무공은 목숨보다 중요한 것. 허나 다른 팔마에게 통지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니잖소?"
연이어서 검마는 포권을 했다.
"백련교의 심기를 거슬렀다면 미안하게 생각하오. 허나 양해해 주시오."
"......"
독고준은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더니 검마 옆에 서 있는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저 소년은 누구입니까?"
"본문의 새로운 호법이오. 이름은 백웅."
"과연, 절세기재(絶世奇才)군요. 문주의 홍복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소."
독고준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그 신공절학이라 함은 저 소년과 관련되어 있는지?"
"별개의 일이오. 나는 만장단애에서 우연히 절학을 얻은 것이고, 백 호법은 선대의 인연으로 얼마 전에 입문했소."
"믿기가 힘들군요."
"의심을 거둬주시오. 우리는 백련교에 거스를 정도의 배짱은 없소."
검마는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뒤섞어서 수신류의 호법사자를 혼란시키려는 모양이었다. 신공절학을 익힌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의 다른 요소에 관심을 보내지 않게끔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천하의 검마가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행동한다는 것도 수신류 호법사자에게 먹힐만한 행위였다.
독고준은 이내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 용건부터 말씀드리지요."
"경청하겠소."
"우리 백련교는 기나긴 시간동안 웅지를 품고 웅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우리의 뜻을 온 세상에 알리려 합니다. 문주를 포함한 마도팔마와 마도팔문이 그 선봉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그 말에 검마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굴복하길 원하시오?"
"앞으로도 문주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겁니다. 그저 그대들이 백련교의 아군이 되었다는 사실을 늘 인지하고 계시면 되는 것이지요."
"......"
말을 돌리긴 했지만 품고있는 뜻은 명백했다.
백련교는 중원사파와 마도팔문을 접수하려는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아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마도팔문이 백련교 산하가 되는 것이리라.
' 아마 팔마회동에서 마도팔문의 문주를 모아놓고 동의를 받으려 했겠지만, 정작 핵심이 되는 검마가 오지 않으니 호법사자가 직접 와서 이야기한 것이군.'
검마는 나보다 머리가 좋으니 진작에 그가 말하는 뜻을 파악했으리라. 그는 고민하듯 침묵하다가 말했다.
"전령을 보내도 되었을 텐데 직접 오시다니."
"그대와는 꽤 인연이 있으니까요. 나름대로의 예우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 백련교는 무엇을 원하는 것이오? 무림일통(武林一通)?"
검마의 질문에 독고준이 대답했다.
"그런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교주께서는 그 이상을 원하십니다."
"그렇다면...?"
"우선 확답을 해 주시지요."
스르릉...
검마는 일부러 소리가 나게 검을 뽑았다. 그의 실력이면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내지 않고 발검(拔劍)할 수 있음에도 소리를 낸 것이다. 그는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그 전에 딱 일백 초수만 겨뤄주실 수 있겠소?"
"......"
"내가 익힌 신공절학이 어떤 것인지 직접 보고싶으실 듯 한데."
검마는 독고준이 무영문을 멸문시키러 온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한 듯 했다. 그래서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하기 위해서 비무를 신청한 셈이다.
독고준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
"생사결은 아니겠지요?"
"당연하지 않소? 내가 어찌 호법사자에 함부로 대들 수가 있겠소. 그저 무(武)를 추구하다보니 더 윗쪽의 공기를 알고싶을 뿐이오."
"그러시다면야 한 수 겨뤄드리지요."
스으으
독고준이 팔짱을 풀었다. 그리고 무공의 기수식을 잡는 듯 했다. 그리고 상당한 기세가 전신에서 흘러나와서 임전태세를 갖추었다. 호법사자라고 해도 지금의 검마를 쉽게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인 듯 했다.
' 이광을 얕보던 용비천과는 다르군...'
보통이라면 자신이 과거에 오십초만에 박살내버린 상대를 저렇게 경계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신류 호법사자 독고준은 쉽사리 상대방을 경시하지 않는 신중한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검마에게서 무언가 다른 것을 느낀다는 뜻이기도 했다.
검마는 중단세를 잡았다. 아무런 헛점이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자세를 잡은 검마는 이윽고 독고준에게 덤벼들었다.
"한 수 부탁하오!"
까앙!!
첫 격돌은 검염(劍炎)과 수강(手?)의 충돌이었다. 검마의 검에서 뻗어나간 짙은 푸른색의 검염은 독고준의 좌수에서 튕겨나온 강기와 부딪혀서 폭발했다. 기(氣)가 비산하며 대지를 울렸다.
' 폭발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첫 수를 보면서 흠칫했다. 원래 검염이라는 것은 검기의 연장으로서, 완전한 형태를 이룬 강기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크게 밀려서 지워지든가 먹히든가 튕겨나가기 일쑤였다. 폭발을 했다는 것은 검마의 검염에 실려있는 힘이 독고준의 수강에 못지 않다는 뜻이었다.
연이어 검마는 다섯 초식을 쓰며 독고준을 공격해 들어갔고, 독고준은 난생 처음 보는 기이한 보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치 인간의 몸이 물이 되어서 흐르는 듯한 기묘한 보법이었는데 굉장히 유연하고 재빨랐다.
파바바밧
나는 검마와 독고준이 겨루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숨을 꿀꺽 삼켰다. 이미 나는 안력을 의념으로 강화시켜서 그들의 공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벌써 3할 정도는 그들이 어떻게 겨루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너무 수가 깊다...!!'
검마의 검법은 무영탈혼검법 같았지만 실상은 내게서 배운 굴공검과 천축검을 활용하고 있는 듯 했다. 또한 간간히 태극요지유검과 칠성둔형의 변화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또다시 파생되어서 생겨난 심묘(深妙)한 변화가 있었으니, 나는 거기까지 알아볼 안목이 없었다.
놀라운 것은 호법사자였다. 나라면 저 검마의 초수를 3초식도 상대하지 못하고 헛점이 드러나고 말텐데, 독고준은 난생 처음 보는 초식을 대하고도 그 자리에서 세 발짝 이상 움직이지 않으며 차분하게 수강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즉 그는 검마의 모든 초식과 모든 변화를 간파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실로 엄청난 고수들!
따당
검마가 현천오신결(玄天五神決)을 이용해서 두 가닥의 강기를 발사했지만 독고준이 부드러운 유권(柔拳)을 사용해서 강기를 흘려내었다. 거기까지 정확하게 십여 초수를 겨루자 독고준이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전에 봤을 때보다 최소 두 배 이상 강해지셨군요."
"그러나 아직 당신의 역량이 보이지 않소."
"문주를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그렇게 말한 독고준이 문득 한쪽 손으로 강하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흥이 나는군요. 지금부터는 비기(秘技)도 써 보죠."
"바라던 바요."
우우우우
나는 그 순간, 독고준의 전신에서 말 그대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폭발이라고 느낀 것은 그저 기의 해방(解放)일 뿐으로, 실제로는 독고준이 압축한 기를 터뜨렸을 뿐이다.
"......!!"
그러나 나는 그 순간 숨이 막히고 전신의 근육이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독고준이 압축하고 있던 내공의 폭발은 내 내공의 최대치를 현격하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독고준의 천령단은 무한의 내공을 무진장으로 쓰는 게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검마는 의념을 곧추세워서 그 압력을 성공적으로 버텨낸 모양인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매섭게 독고준을 노려보더니 빠르게 일 검을 찔러 들어갔다.
어둠이 갈라진다. 검마의 쾌검(快劍)은 살아있는 것처럼 영활하게 극순의 시간을 찔러들어가서 순식간에 독고준의 목젖 앞까지 다가갔다. 그러나 심적권청에 접할 수 있는 건 검마만이 아니었기에 독고준 또한 그 때는 이미 방어초식을 전개하고 있었다.
피잉
독고준의 검지가 검마의 검극을 튕겨내자, 검마의 몸이 허공에서 다섯 바퀴를 돌았다. 회전력을 빠르게 무마한 검마였지만 독고준이 연이어서 강기를 머금은 장력을 무려 서른 여섯개나 날리자 곤혹스러워했다.
쿠콰콰쾅
그 순간 - 나는 두 사람의 움직임을 놓쳤다. 무언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같았고, 이기어검(以氣御劍)이나 폭포수같은 장력이 난무하는 건 보였다. 그러나 그 하나하나가 엄청난 속도와 변화를 함축하고 있어서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그들의 초수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다!
' 괴... 괴물들!'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만 해도 의념과 심적권청에 익숙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실력과 안목이 늘었는데, 저 자들이 서 있는 무의 경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희끗거리며 스쳐지나가는 공방 속에서 중요한 것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내가 저기에 끼여들다가는 십 초도 되지 않아서 치명상을 입고 말 것이다.
위잉
검마의 이기어검이 허공에서 명동(鳴動)했다. 예전과는 달리 검마는 이기어검을 무려 세 개나 펼쳐낼 수 있는 듯 했고, 진검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위검은 자신의 의념으로 창조한 듯 했다. 검마의 손가락이 까닥거리자 그 순간 이기어검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공간을 왜곡시키며 날아갔다.
꽈릉!
광선이 수백 개나 내려꽂히는 듯 했다. 삽시간에 반경 이십여 장이 검기의 소용돌이에 초토화되었고, 이 공격에 인간이라면 견딜 수 없을 듯 했다. 그러나 검마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낸 듯한 수신류 호법사자 독고준은 허공에 뜬 상태로 자신의 좌수를 길게 내뻗고 있었다.
수신류(水神流)
비기(秘技)
광명환(光明丸)
의념 심적권청의 세계에서 읊조린 독고준이 자신의 비기, 광명환을 검마에게 발출했다. 독고준이 최초로 수신류의 비기를 선보인 것이다. 검마는 이 공격이 지금까지 중에서 최강의 일격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자신의 기세를 끌어올려서 이기어검을 사용했다.
"우웃!"
타당
탕
타앙
광명환은 세 번의 충격음을 내며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갔다. 비기라고 하기엔 꽤 허무하게 빗나간 듯 했지만, 정작 막아낸 검마는 등허리가 크게 들썩이고 있었다. 그의 이마와 콧잔등에 땀이 흐르는 것을 보면 이번 공격을 막는데 모든 심력과 기력을 소모한 듯 했다.
뭔가 광명환에는 숨겨진 위력이 있는 듯 했다.
허공답보를 멈추고 땅에 내려앉은 독고준이 말했다.
"과연 대단하군요. 교주님과 호법사자를 제외하고 광명환을 막아낸 건 그대가 처음입니다."
"후우..."
숨을 고른 검마가 무겁게 말했다.
"많이 봐주고 있군."
독고준이 여상스럽게 말했다.
"이건 친선비무가 아닙니까?"
"그렇소..."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자 눈을 홉떴다.
' 봐줬다고?'
대결의 전조나 전개조차 거의 파악할 수 없었던 그 격렬하고 높은 수준의 전투에서 독고준은 전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검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독고준은 괴물 중의 괴물인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나는 확신했다.
'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보다 한 수... 아니 적어도 두 수는 위야!'
낮은 경지에 있는 나조차도 명백히 격차(格次)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 보여준 건 비단 내공차이일 뿐만 아니라 독고준이 지니고 있는 무의 깨달음조차도 현격하게 높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광이나 진소청이라 할지라도 독고준과 겨루면 지금의 결과와 다를바가 없으리라. 수신류 호법사자는 호법사자 중에서도 격을 달리하는 존재였다.
독고준이 말했다.
"나는 문주의 재능이 아주 뛰어나다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본교에 투신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무슨 말이오?"
"당신이 수신류에 들어온다면 십 년 이내에 다른 호법사자를 능가하게 될 것입니다."
"......!!"
뜻밖의 권유였다.
검마는 적지않게 마음이 흔들리는지 침음성을 흘렸다. 그도 그럴것이 직접 독고준의 무위를 맞상대한 검마로서는 수신류의 무예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검마는 자신의 검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수신류의 무예가 천하제일인 것은 인정하오. 아마 십이율주의 무공이 아니라면 천하에서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겠지."
"맞는 말이군요."
검마는 당당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일문의 종사로써, 이미 천하제일인 것을 익히기 보다는 내 무공을 천하제일로 만들고 싶소."
"그렇습니까... 안타깝군요. 그대의 무재는 내가 보아왔던 자들 중 교주를 제외하고는 제일이건만."
씁쓸하게 대답한 독고준이 말을 이었다.
"자, 이제 대답해 주십시오. 우리 백련교의 아군이 되시겠습니까?"
"되겠소."
"제가 원했던 대답이군요."
독고준은 몸을 빙글 돌렸다. 그리고는 검마에게 말했다.
"다음에도 생각이 있다면 꼭 수신류를 방문해 주십시오. 좋은 선물을 드릴테니."
파앗!
독고준은 잠시 후 하늘을 날아가 버렸다. 예전에 황산에서 교주의 가마를 지고 있던 가마꾼들의 허공답보보다 적어도 십여 배는 빠른 속도라서, 저게 허공답보가 아니라 전설적인 무공술(舞空術)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독고준의 내공은 이미 인간을 몇 단계나 초월해버린 듯 했다.
스으으
독고준이 장내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오리무중처럼 사방을 감싸고 있던 안개도 사라졌다. 마치 수룡(水龍)이 한바탕 휘젓고 간 듯 했다. 검마는 자신의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목숨을 건졌군."
"......"
"뭐 하고 있나? 어서 들어가 수련합세."
나는 울적해져서 중얼거렸다.
"정말로 굴공검과 천축검을 연마해서 저런 괴물을 쓰러뜨리는 게 가능할까요?"
내 질문에 검마가 피식 웃었다.
"난 가능할 거라고 보네. 나는 오늘의 패배가 무공의 현묘함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숙련도의 문제일세. 저 자는 천하제일의 무공을 일조일석으로 수십년간 익혔고, 나는 자네에게서 절학을 전수받은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았지. 향후 연구를 더 열심히 한다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걸세."
"그렇군요!"
검마는 절망한 게 아니었다. 도리어 방금 전의 대련에서 수준차이를 느끼면서도, 수신류의 무공을 따라잡을만한 단서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나도 힘이 나서 주먹을 불끈 쥐자, 검마가 골치아프다는 듯 말했다.
"흠... 그렇지만 무공의 수준을 따라잡는다 해도 저 무한의 내공은 어찌할 도리가 없군. 너무 사기적이야."
"......"
"뭐, 이렇게 된 이상 타인의 도움을 구해서 수준을 향상시킬 수밖에 없겠군."
"타인?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이어진 검마의 말에 나는 앞으로의 일정이 크게 변할 거라는 사실을 느꼈다.
"무당파의 명룡자(冥龍子)를 찾아가 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