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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218화 (218/1,615)

0218 ----------------------------------------------

천계(天界)

16번째 삶이 시작되었다.

"으아아아아아아!!"

나는 광분하듯 외쳤다.

이 외침은 고통때문이 아니다. 너무 고통이 커서 나중에는 감각이 마비될 정도였기 때문에, 그 여파 정도는 빠르게 이겨낼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사자후도 아닌 생목으로 절규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약하다!

그리고 믿을 놈이 없다!

너무나 치명적으로 내 머릿속으로 송곳으로 파고드는 듯한 괴로움이었다. 육체의 괴로움은 심두멸각으로 어찌할 수 있다 해도, 이건 달랐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 외양간의 풀을 세게 쥐어 잡으며 눈물을 주륵 흘렸다.

"빌어먹을... 15번이라고... 열 다섯 번을... 죽었다고...!!"

그러나 나아진 게 없다.

내 일신의 무력은 조금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황궁이라고 하는 거대한 세력에 맞설 방법이 없었다. 초반에 끝장내지 못하면 갈수록 황궁이 강해지기만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한다는 소리인가? 그렇다고 백련교의 힘을 빌릴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제는 천계의 축복과 가호도 믿을만한 게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칠요와 대라신선의 축복은 양립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칠요를 봉인에서 해방하게 되면, 그 칠요를 담당하고 있던 [옛 지배자]가 칠요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게끔 되어 있다. 만일 대라신선의 축복을 받은 상태에서 칠요를 잡게 되면 반드시 반발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내게는 여동빈이 단말처럼 작용해서 언제든 강림할 수 있으므로 더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가?

도대체 뭐가 잘못 되었는가?

나는 머리를 쥐어뜯고 앉아서 한참동안 고민했다. 그리고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 모르겠네. 그냥 때려칠까?"

염증이 난다.

내가 왜 황궁이란 것과 싸우겠다고 이러고 있는 걸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건 상관없지만, 이놈도 저놈도 내 뒤통수를 때리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는 것 같다. 망량과 미호를 지주삼아서 버티는 것도 좋지 않다. 결국 내가 죽게 되면 그들은 이후에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바로 포기하기에는 망량이 내게 불어넣어준 격려의 말이 걸렸다.

[ 지금까지 아주 잘 해왔소, 백웅. 당신은 앞으로도 잘 할 거요.]

"......"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망량이 저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바로 이 순간 모든 걸 때려치고 말았으리라.

' 그래.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못 이루고 물러나는 건 죽는 것만 못하다.'

이렇게 된 이상 15번이 아니라 그 몇 배로 죽는다고 하더라도 황궁 놈들이 뒈져나가는 꼬라지를 봐야만 하겠다. 내가 겪었던 괴로움과 고통을 놈들에게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눈을 번득였다.

"강해져야 해."

강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까지 한번에 모든 걸 다 끌어안고 잡아채려 했지만, 이번 15번째 죽음으로 그건 과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부의 요인에 신경쓰면서 내 수련까지 함께 한다는 건 욕심일 뿐이며, 내 부족한 재능으로는 한번에 하나밖에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나는 잠시 후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이번 생은... 모든 인연을 끊겠어!!"

이게 지금 내게 맞는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망량도 미호도 내게 있어서 과분하고 유능한 동료지만, 그들은 내 힘이 되어줌과 동시에 족쇄가 되어버린다. 망량은 황궁의 만행을 결코 보아넘길 수 없는 의협지사의 영혼을 지니고 있으며, 미호를 끌어들일 경우 내가 목숨의 위기를 겪는 걸 참아내지 못한다. 내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들을 동료로 하는 선택을 버려야만 했다.

그렇다면 망량과 미호와의 인연을 끊으면 그 다음부터 무엇을 해야하는가.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

"의념부터 일단 얻자."

의념을 얻은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걸 절대명제로 삼은 후, 곧장 전생 때마다 해야하는 행동을 밟기 시작했다.

가자!

나는 먼저 천암비서를 얻은 후 그대로 산동으로 달려서 황금비등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뇌옥으로 가서 두꺼비를 물리치고 목갑을 비롯한 기보를 얻고 황연 대장군을 포함한 포로들을 구출했다. 그 후 바로 황산에 가서 흑백련과 천년설삼을 채취하고는 막야와 금괴도 손에 넣었다.

이후 나는 비등을 이용해서 해적섬으로 가서 해적들을 몰살시킨 후 해적포로들을 구출했다.

촤아악

"으아아악."

이번에는 내가 성이 나 있었던 탓인지 해적들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인간쓰레기들에게 분풀이를 한다고 생각하니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이 분노는 어쩔 수가 없다. 언젠가는 대라신선으로 자처하는 예에게 몇 배로 복수해 줄거라고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일련의 과정을 끝낸 후 나는 고려에 가서 고려포로들을 풀어주었다. 평상시라면 이제 산동에서 중원 포로들을 풀어준 후 무영문에 들렀다가 망량에게 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망량에게 가는 선택을 버리기로 했으므로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나는 관중의 청룡무관으로 갔다. 그리고는 밤중의 청룡무관의 인적없는 뒤뜰에 황연 대장군을 비롯한 대뢰옥의 죄수들을 방생했다. 난데없이 청룡무관에 나타나자 그들은 당황한 듯 했지만, 나는 이광이나 진소청이 나오기 전에 비등으로 도망쳐 버렸다.

굳이 망량이 황연 대장군의 뒷바라지를 할 필요는 없다. 뇌신류가 저 숙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볼만할 것이다.

"처리는 이 정도면 됐고, 우선 막야의 2차봉인부터 풀어 볼까."

나는 2차봉인을 풀러 가기로 했다. 지금 서문혜를 비롯한 나머지 포로들은 시간이 멈춰있는 목갑 내부에 있으므로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 전에..."

흑백련과 천년설삼을 꺼내서 하나씩 먹었다.

쿠구구궁 -

내력이 크게 휘돌더니 내공 대주천만으로 큰 폭풍이 일어나는 듯 했다. 내가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엄청난 내공에 흑백련과 천년설삼의 힘이 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이미 한계치에 가까웠던 탓인지, 실질적으로 내공증가는 얼마 되지 않았다.

' 뭐 없는 것보다는 낫지.'

효율성이 낮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이점을 늘리고 싶다. 나는 영약의 복용을 끝내고 기운을 갈무리해서 막야의 2차봉인을 풀기 위해 북극으로 향했다.

촤악!

막야에 피를 먹이고 그대로 땅에 꽂았다. 그러자 예전과 같이 밤이 찾아오고, 찬연한 빛이 솟아오르더니 고대의 마수가 나타났다. 고대의 마수는 [옛 지배자] 이타콰에게 가는 길을 열어 주었다.

허무의 공간에 도착하자 이타콰는 말했다.

[ 네가 계약을 이행하러 온 건가.]

나는 이타콰를 두 번째 맞이하자, 희한하게 지난번보다 압박감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이타콰가 지닌 힘은 그대로인데 왠지 기운을 받아들이는게 편해진 느낌이었다. 나는 그 덕에 이타콰에게 말을 해볼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내가 대답을 하자 이타콰는 의외라는 기색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 나의 이름은 이타콰. 계약을 이행하겠다.]

파앗!

잠시 후 막야의 2차 봉인이 풀리고 이타콰의 혼이 막야에 깃들었다.

"됐군."

나는 막야를 몇 번 휘둘러보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영언이 들려왔다.

[ 연자여! 그대는 어찌 그리도 불길한 물건을 해방(解放)시켰는가?]

비난하는 말투였다.

나는 어느 새 여동빈이 강림해서 내 영혼의 지근거리에서 투덜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동빈이 강림한 경험이 하도 많아서인지 나는 이제 여동빈의 감정도 어느정도 알 것 같았다.

나는 비직 웃으며 말했다.

"칠요가 불길한 물건이라고요? 그래도 뒤통수나 쳐대는 대라신선보다는 낫습니다."

[ 연자여.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신열(神熱)으로 그대를 없앨 수밖에 없다.]

여동빈의 간절한 말에 나는 짜증이 나서 버럭 외쳤다.

"그게 뒤통수라는 겁니다! 당신은 천계의 뜻에 따라서 움직이며 나를 연자연자 하며 부르지만 정작 강림자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하긴 했습니까? 당신이 천계의 꼭두각시이며 노예라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것밖에 더 됩니까!"

[ ......]

"나는 꼭두각시도 뭣도 아닙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살아있는 인간이라고요."

나는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내쏟았다.

"죽일테면 죽여보십시오! 나는 백 번 천 번을 반복해서라도 천계의 모든 것을 몰살시켜버릴테니까!!"

여동빈은 한참동안 침묵했다.

' 제길. 이렇게 또 16번째 죽음인 건가?'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신열에 의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여동빈이 한참 후에 말했다.

[ 연자여. 칠요가 위험한 이유를 말해주겠노라.]

"......!!"

나는 그 순간 놀랐다.

갑자기 여동빈이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나는 놀라서 물었다.

"여동빈. 괜찮습니까? 당신이 말하려는 건 천계의 비밀이자 천기(天機)가 아닙니까?"

[ 이미 그대가 막야의 2차봉인을 푼 이상, 그대 또한 거대한 천기에 휘말렸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상제께 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중한 벌은 아니겠지.]

담담하게 대답하는 여동빈은 이미 각오를 굳힌 듯 했다. 그 또한 천계의 명령대로 움직이긴 하지만 자기자신의 의지라는 게 있는 것이다. 나는 그를 향한 증오가 조금이지만 사그라드는 걸 느꼈다.

[ 칠요를 탄생시킨 삼황오제란 존재는 결코 선한 존재가 아니다. 거악(巨惡)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천계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현재도 강력한 권능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칠요를 봉인시키려고 노력할 뿐 문제의 근원인 삼황오제를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삼황오제가 당신들의 상관이란 말이오?"

[ 다르다. 연자 그대가 생각하는 관계와는 아마 천지차이일 것이다.]

"......?"

여동빈은 한숨을 쉰 후 말했다.

[ 칠요란 삼황오제가 [옛 지배자]라 불리던 자들과 계약을 해서 만든 물건이다. 각각이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으며, 약속된 말법(末法)의 시대에 활약하게끔 되어 있지. 원래 이 시대에 풀려나서는 안 되는 존재다.]

"무슨 소립니까? 말법의 시대라니?"

[ 칠요가 풀려나면 이족이 날뛰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대재앙이 찾아올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거기까지 설명한 여동빈은 내게 간절히 말했다.

[ 연자여! 다시 생각하라. 차라리 기천의 대요괴를 풀려나게 하는 한이 있어도, 칠요만큼은 결코 해방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면 아직 재봉인이 가능할 것이다...!!]

"......"

나는 침묵하다가 말했다.

"내겐 다르지 않습니다."

[ 뭐라고...]

나는 잠시 후 단호하게 말했다.

"꺼지시오 여동빈! 그렇지 않는다면 나는 칠요의 힘을 사용해서 세상에 재액을 몰아치게 만들겠소. 내가 의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천지차이란 걸 알텐데."

[ 그 전에 너를 신열로 죽일 것이다.]

"맘대로 하시오. 하지만 난 잃을 게 없다는 것만 알아두기를."

쿠구구

내가 막야에 거대한 기를 불어넣자, 조금씩이지만 막야 내면에서 무언가 [무시무시한 것]이 눈을 뜨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여동빈은 급히 말했다.

[ 좋다... 그렇다면 물러나겠다! 자제하라.]

"그것만으로는 안 되오. 당신과 나의 인연을 끊고 아예 떠나버리시오."

[ 알았다.]

파앗

여동빈은 잠시 후 나와 연결되어 있던 인연의 고리를 끊고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술법으로 연결된 단말을 없애고 천계로 돌아간 것이리라. 나는 이제 여동빈 때문에 귀찮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 뭐, 동시에 나를 지켜주는 방패 하나를 잃은 셈이지만...'

다음 번에도 이런 식이라면 귀찮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동빈에게 협박이 먹혀서 운좋게 그가 물러나긴 했지만 매번 통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즉, 나는 어떻게든 여동빈을 원할 때 떼어낼 수 있는 방법 또한 이번 생에 찾아야 했다.

나는 막야의 2차 봉인이 풀린 후 아스타나의 선지자에게로 향했다.

파앗!

아스타나의 선지자는 내 기척을 느낀 듯 잠시 후 대사원의 제단 위에 나타났다. 그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 ... 막야의 주인이 탄생했군... 축하한다...]

"고맙군."

나는 가볍게 대답한 후 목갑에서 나인성본전을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이걸로 거래하지. 알고싶은 게 있으니."

[ 호오...!]

"댓가는 충분한가?"

[ 물론이다...]

아스타나의 선지자는 기분좋게 내게서 나인성본전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 그대... 알고싶은 것이 무엇인가...]

"이 막야는 지금 고대의 검 한 자루에 불과해. 2차 봉인이 풀렸다는데 이제 막야가 어떤 위력을 보일 수 있지? 발동방법도 알려줘."

[ 흠... 간단하다.]

선지자가 자신의 촉수같은 팔을 뻗어서 내게로 향했다.

[ 막야로 뭐든간에 일단 죽여라... 그럼 된다...]

"죽이라고?"

[ 생명체든 정신체든... 뭐든간에 막야로 해치워서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면... 막야가 그때마다 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성장이 끝나면 온전히 이타콰의 힘을 발휘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

나는 막야의 실체에 전율했다.

상대방을 죽일 때마다 강해지는 성장형 무기!

그리고 완전히 성장하면 [옛 지배자]의 권능을 그대로 쓸 수 있게 되는 궁극의 무기인 것이다.

나는 급히 되물었다.

"혹시 이타콰가 내 정신이나 몸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가?"

[ 그럴 리는 없다... 왜냐하면 거기에 깃들어있는 이타콰는 본체가 아니라 화신(化神)이기 때문이다... 계약을 결코 어길 수 없다...]

"화신?"

[ 대부분의 [옛 지배자]는 결코 본체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뭐... 계약이기 때문에 이타콰의 모든 힘에서 몇 할은 확실히 들어가 있겠지...]

"그렇군."

선지자가 저렇게 보증하는 거라면 부작용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 그런데 죽인다라... 뭘 죽이지?'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선지자가 말했다.

[ 댓가가 좀 많이 남은 것 같군... 뭘 더 얻고 싶은가?]

나는 그 말에 퍼뜩 생각나서 말했다.

"대라신선이 내게 단말(端末)을 남겨서 지속적으로 강림하는 술법을 사용하는 듯 한데, 이걸 원할 때 떼어내는 방법이 없을까?"

[ 흐음... 그건 그냥 절연(絶緣)의 언령(言靈)을 쓰면 된다. 가르쳐 주겠다.]

선지자는 내게 절연의 언령이라는 술법을 가르쳐 주었다. 흑요석을 통해서 내게 술법이 전해지자, 나는 즉시 그 술법을 완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절연의 언령에 숨겨져있는 진짜 힘을 알아채고는 말했다.

"이 술법... 악령이나 정령을 퇴치할 수 있군!"

[ 그렇다... 절연이란 세상과의 인연을 단절하는 것... 령이 지상에 발붙일 장소를 없앨 수 있는 언령인 것이다... 대라신선도 영령이므로 절연의 언령에는 약할 수밖에...]

"고마워!"

앞으로 영체를 공격할 방법이 늘어난 기분이다.

"아 덤으로 막야에 넘치는 수기는 어떻게 하지?"

[ 주면 내가 요긴하게 쓰겠다...]

"어? 되나."

[ 물론... 하지만 처리하는 것도 일이니 더 이상 줄 건 없다.]

"흠 어쩔 수 없지."

아스타나의 선지자는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 이상하군...]

"뭐가?"

[ 너... 이족(異族) 아닌가...? 아니... 인간은 인간인데...]

"아닌데."

[ 흠... 아니면... 됐다... 그럼 이만 가봐라...]

선지자는 그 말을 남기고는 사라져 버렸다.

"후우, 이제 됐어."

나는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이제 무영문에 가 보실까!"

무영문에 도착하자 예전에 하던 것처럼 서문혜를 비롯해서 포로들을 무영문에 풀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검마와 대면한 자리에서 나는 대뜸 말했다.

"저는 무영문에 입문(入門)하고 싶습니다!"

"입문이라... 재밌군."

검마는 껄껄 웃었다.

"자네 현재 실력도 나이에 비하면 천하를 오시할 정도인데, 굳이 우리 문파에 들어오려 하는가?"

"배움에 나이는 상관없습니다."

"그건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닐세."

"뜻만 통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참 자유로운 친구로군."

내 너스레를 적당히 받아친 검마가 피식 웃었다.

"좋네. 그럼 자네는 앞으로 무영문의 호법으로 살아가면 될 걸세."

"감사합니다."

됐다!!

나는 내심 계획대로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이제 무영문에 남을 수 있게 되었으니, 무영문에서 몇 년이 걸리든간에 열심히 수련해서 의념의 경지를 얻을 생각이었다.

' 세상 일 같은 건 이번에 다 신경 끄겠어.'

의념의 경지부터 얻고 나서 생각한다!

이번 생은 단순하게 가기로 마음먹은 셈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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