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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211화 (21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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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三皇五帝)

기간이 한 달 정도라면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수련이 빠를수록 좋았으므로 대화가 끝나는 즉시 전신의 내공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쿠구구구구...

내공이 한계수위까지 올라오는 순간 눈에서 뇌광(雷光)이 일렁이며 대지가 떨렸다. 딱히 내가 의식하고 어떤 기술을 쓴 것도 아니지만, 내공의 힘이 주변의 돌멩이를 거꾸로 떠오르게끔 만들었다. 약 삼 장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검마가 질렸다는 듯 말했다.

"설마설마했는데 굉장하군. 정말로 내 내공보다 열 배는 높겠어..."

"자랑할 게 내공밖에 없어서요."

"크하하, 겸손하기는."

싱글거리며 웃던 검마가 말했다.

"본디 자네와 나의 내공격차라면, 나는 이 자리에 제대로 서있을수도 없을 것이네. 그게 자네가 알고 있는 무림의 상리(常理)야. 그러나 나는 멀쩡히 버티며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어떻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검마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의념(意念)의 힘이군요."

"그렇지."

검마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는 지그시 나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내 의지는 지금 천지에 빛의 기둥(天柱)을 이루고 있네. 자네의 내공이 펼쳐내는 지배력을, 내 의념으로 자연스럽게 분산시키고 있는 것일세.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의념을 터득해서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는 자에게 내공만으로 압박을 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소리일세. 자네보다 내공이 많은 자는 천하를 통틀어도 세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일 테니까."

"아...!!"

그렇구나!

나는 그제서야 이광이나 진소청, 호법사자들이 내 막강한 내공을 보고도 전혀 쫄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단순한 경지차이가 아니라, 그들은 의념으로 내공의 지배력을 자연스럽게 떨쳐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것은 순수한 무(武)의 대결밖에 없으므로 절세고수인 그들이 내게 쫄아들 이유가 없었다.

검마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자네의 내공이 쓸모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네. 의념은 어디까지나 소모성이 강한 고급응용기일세. 내공으로 기초능력과 파괴력, 지구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의념만으로 강한 위력을 보이는 건 불가능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

"알겠습니다."

검마의 말대로다. 내공이 무쓸모하며 무용(無用)한 것이라면 백련교에서 그렇게 성련을 재배하며 절정고수를 양산할 리가 없다. 어찌되었든 내공이란 무사의 기본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게다가 무한의 내공인 천령단을 지닌 호법사자가 그렇지 못한 뇌신류 고수들보다 압도적인 우세에 서 있다는 것도 그 사실을 증명한다.

검마가 말했다.

"그럼 이제 그 내공을 자네 마음대로 소모해 보게."

"흠... 가능하면 빨리 소모하는게 좋을까요?"

"당연하지. 자네가 그냥 전력전개만으로 버틴다면 하루가 다 갈걸세."

나는 검마의 말을 듣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끙... 내공을 막 쏟아부어도 내공이 빠르게 재생되어서 쉽게 소모할 수가 없어. 그럼 여기서는 뇌명(雷鳴)을 쓰는 편이 나은가.'

뇌명이란 기술은 엄청나게 내공을 잡아먹는 기술이므로 이 상황에 펼치기에는 최적의 요건을 가지고 있다. 뇌명을 쓰고 미친듯이 전력전개를 하면 아마 한 식경이면 다 소모할 수 있으리라.

' 어쩌지...?'

망설여지는 이유는 하나다.

뇌명은 바로 뇌신류의 결전오의!

숱한 비기와 기술이 존재하는 뇌신류의 기술 중에서도 이광을 포함한 극소수의 인물만이 전승받은 뇌신류의 최상급 오의였다. 막강한 위력을 지닌 만큼, 이걸 외부인에게 노출시킨다면 그 자체로 위험하다. 하물며 무술천재가 분명한 검마 서문대룡의 눈에 여러번 보이게 된다면, 그가 약점을 알아내거나 유사한 기술을 따라서 만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전생에서는 검마에게 함부로 보여주는 일을 주저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윽고 결심을 했다.

' 씨발. 알게 뭐야! 뇌신류를 버렸잖아!'

아무리 뇌신류를 향후 백련교의 대항세력으로 키운다고 해도 지금 나의 엿같은 기분은 어쩔 수 없다. 나는 바로 방금 전에 이광에게 그 동안 숱하게 기만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상태이고, 지금의 전생에서는 뇌신류 소속조차 아니며, 이광과는 일면식도 없다. 내가 뇌명을 유출하더라도 괜한 의리를 느낄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생각이 끝나자 나는 바로 뇌명을 시전했다.

"핫!"

콰칭!!

순식간에 뇌정(雷精)이 피어오르며 전신이 번개에 휩싸였다. 마치 뇌류로 이루어진 괴인(怪人)처럼 보일 정도로 선연한 뇌정에, 검마가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키이이잉 -

그가 놀라는 순간, 나는 순식간에 내가 익혔던 최대의 절학을 모조리 아낌없이 펼쳐버렸다. 시작은 뇌영검법으로 시작되어서 만승검결의 검류로 이어졌고, 이내 창식(槍式)과 연결된 유연한 변초(變招)가 펼쳐졌다.

거기까지가 딱 백 오십 초수였으며 그 다음부터는 검기(劍氣)와 검염(劍炎)이 뇌류에 따라 소용돌이치며 굴공검과 천축검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무당파의 광세절학(廣世絶學)을 펼쳐내는 동안에 예전보다 훨씬 이해도가 심후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뇌신류 사람들과 함께 합숙하며 격렬하게 연마했기 때문이리라.

갈수록 흐름이 빨라지고, 검속(劍速)이 제멋대로 일렁인다. 나는 내 주변에 흐르던 꽃잎을 순식간에 열여섯 조각을 내버리며 가장 자신있는 검기(劍技)인 천참만륙(千斬萬戮)으로 연결했다. 만승검결에서 가장 화려한 검초였다.

키기기긱

천참만륙의 천참(千斬)이 끝난 후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천공에 거대한 뇌인(雷刃)을 날렸다. 내게 있어서 애증의 기술인 천뢰인(天雷刃)이었다. 수십 장 크기의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더니 구름을 반토막 내었다.

' ... 그래도 내공이 조금 남는군.'

나는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결국 허공에 뇌령인(雷靈印)을 갈겼다. 적월이 뇌신류 제자들에게 전수한 뇌령인은 뇌신류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히는 장공(掌功)으로써 막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범위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잡졸들을 상대하기에 매우 좋은 무공인 것이다.

콰과과광

그렇게 뇌령인을 수십 발이나 난사한 후에야 나는 내공이 급격히 떨어져서 한 올의 진기만이 남은 상태가 되었다. 그때쯤 체력도 떨어져서 헉헉대며 그 자리에 서 있자, 검마가 황당한 듯 말했다.

"괴... 굉장한 무공들을 익혔군. 자네의 스승은 대체 뭐하는 자인가? 실로 천하의 기인(奇人)이군."

"... 그냥... 성질더러운 인간입니다."

나는 등으로 숨을 쉬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부좌를 틀려고 하자 갑자기 검마가 목검으로 내 장딴지를 때리며 일으켜 세웠다.

"어허! 내력을 회복하려 들지 마. 지금 그 상태에서 다시 검초를 전개하게."

"네...? 지금 상태로?"

"당연하지. 의념이란 건 단순히 강인한 정신력을 의미하는 게 아닐세. 초월적인 능력을 얻기 위해서 극한의 정신력을 한계에 몇십 번이고 부딪혀서 한꺼풀 벗어나야 해. 보통은 생사결전이나 크나큰 돈오 끝에 깨닫곤 하지만 자네는 내공이 너무 많아서 그런 방법으로 깨닫기에는 장벽이 큰 것이야."

"알겠습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자세를 잡았다. 내가 검술의 기수식을 잡자 검마가 호령했다.

"움직여! 어찌되었든 간에 움직여! 심장이 터질 때까지!"

"......!!"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같다. 지금까지는 죽음을 염려해서 최소한의 내공을 보존하며 체력을 아꼈기에 극한까지 숨을 헐떡인 적이 없었다. 간만에 겪는 육체의 파괴스러운 고통이 전신을 휩쓸자 아주 죽을 맛이 되었다.

' 크흐... 크흑...'

이 기분은 느껴보지 않은 자라면 알 수 없다. 몸이 한 올 한 올 토막나서 정신력이 해체되고 그 자리에 쓰러져버리고 싶은 기분. 더 뛰라고 하면 그 말을 한 상대방을 죽여버리고 싶은 기분. 다음 동작을 하는 순간 전신의 칠공에서 피를 쏟고 죽을 것 같은 기분.

그러나 나는 움직였다.

' 이미 수십 년이나 낭비했어! 지금 좀 힘들어도 더 이상 빙빙 돌 순 없어!!'

내면에서 비명을 질렀다. 내 인간성이 더 마모되기 전에 더욱 더 강해지라고! 그렇지 않는다면 '행복한 삶'과 '목표'를 둘 다 성취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지옥 끝에서라도 제정신을 차리겠다는 각오로 힘겹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 앞에 번쩍거리는 게 튄다. 체력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번쩍거리는 건 시력이 맛이 가게 만들어 버리기에, 빨리 정신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쓰러져 있다. 나는 정신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이며 다시 일어섰다.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면서 움직였다.

그저 의념을 깨닫기 위해서!

어떻게든 의념이란 걸 얻을 수 있다면 이 자리에서 몸이 터져도 상관 없다!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무영문의 천장이 보였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지만 어느 새 옷이 갈아입혀져 있었다. 내가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키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일어났는가?"

검마가 침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마 내가 정신이 들자 그 기를 느끼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검마는 옆의 의자를 끌어당겨서 앉은 후 말했다.

"자네가 혼절한지 딱 한나절이 흘렀네."

"그렇군요..."

"의념을 깨달은 느낌이 드나?"

나는 멀뚱하니 앉아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럼 자네가 받은 수련이 뭐였다고 생각하지?"

나는 솔직한 심경을 말했다.

"그저... 지옥훈련일 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맞네. 효율같은 건 쥐뿔도 없는 지옥훈련이지.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또 회복시키고를 반복하는 체력향상법일 뿐일세. 이런 걸 겪는 자는 무술의 초보 뿐이야."

"......"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게. 중요한 건 자네가 의지의 한계에서 붙잡을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일 뿐이니."

즉 지옥훈련은 그저 수단에 불과하다. 내가 지옥훈련 끝에 겪게 되는 혼절 일보직전의 상황, 거기에서 '의념'이라고 불리는 궁극의 의지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내가 그 사실을 이해하고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검마가 말했다.

"헌데 자네가 썼던 기술 중 궁금한 게 있군."

"말씀하십시오."

"공간을 끌어당기고 밀어버리기를 자유자재로 하는 검술... 그건 명룡자(冥龍子)가 쓰던 기술과 굉장히 비슷한데, 자네는 혹여 무당파(武當派)와 인연이 있는 건가?"

"......!!"

나는 깜짝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명룡자라고 한다면 반로환동(反老還童)한 무당파의 실질적인 최강고수! 정파 삼대기인인 신승과 친우관계! 왜 여기서 명룡자가 나온단 말인가?

하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논리적으로 인과관계를 이해했다.

' 그래... 명룡자는 굴공검과 천축검을 이미 알고 있었어! 그리고 무당파 장문인의 말대로라면 현 무당파에서 거의 유일하게 그 검학을 연구하는 고수였다. 그러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 스승은 무당파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알게 된 그 검술도 스승께 전수받은 게 아닙니다."

"무슨 소린가?"

"우연히 기연(奇緣)이 있어 전대 무당파 고수의 비학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비급 형태가 아니라 그의 깨달음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형태인지라, 얼렁뚱땅 습득한 셈입니다. 그래서 그 무공의 이름도 잘 모릅니다."

내가 대충 둘러대자 검마가 감탄했다.

"과연... 그런 거였군."

"그런데 명룡자라는 분이 저와 비슷한 검술을 쓰십니까? 그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흠... 그건."

검마는 옆의 찻잔을 들어서 한 모금을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명룡자와 나는 호적수(好敵手)이기 때문일세."

"네?"

"명룡자의 명성은 세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그야말로 실질적인 정파의 최고수(最高手) 반열이라 할 수 있다네. 반로환동을 이룩하였으며 이기어검의 경지또한 얻었으니 오죽하겠는가. 그의 실력은 정파 삼대기인보다 반수 정도 윗줄에 있기에, 나 또한 그를 의식하여 함부로 정파와 충돌할 수가 없네."

"......!!"

검마의 말에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이건 무당파의 명룡자가 검마 서문대룡과 동급의 절세고수란 뜻인가?'

검마처럼 천하를 오시하는 절세고수가 타인의 평가를 내릴 때는 철저하게 주관을 깎아내고 냉엄하게 하게끔 되어있다. 억지로 자신의 평가를 올리든 타인의 평가를 내리든 의미없는 짓이기 때문에 냉정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호적수라고 자인했다는 것은, 아마 마도팔마 중에서 최강인 게 분명한 검마 서문대룡과 무당파 명룡자가 대등한 무공수위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리라.

검마가 말을 이었다.

"물론 한번 만나보지도 않은 채 이런 평가를 하는 건 아닐세. 나와 명룡자는 약 이십 년 전에 격전을 벌인 적이 있으며, 그 때 명룡자가 썼던 신이(神異)한 검법이 내 기억에 남았던 것일세. 그 검법은 자유자재로 공간을 굴절시키거나 끌어당기는 위력이 있었으니, 자네의 검법과 꼭 같은 것이지."

"그렇군요."

나는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럼 두 분의 무공이 백련교의 호법사자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흐음... 그건 정말 내 자존심을 후벼파는 질문이군."

내가 또 말실수를 한 건가?

"죄... 죄송합니다."

그러자 검마가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아니야. 다들 말은 하지 않지만 내게 그걸 궁금해 하겠지. 직접 물어본 건 자네가 처음이지만."

"결례에 사과드립니다."

"흐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 두겠네."

"호법사자가 그렇게 강력합니까?"

내 반문에 검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네. 나 또한 호법사자와 겨룬 적이 있으니 당연히 그리 말할 수 있지."

"......!!"

"언제였던가... 그래, 십 년 전의 일인가. 그 자는 수신류(水神流)의 호법사자였지. 수신류 호법사자라고 스스로를 밝힌 자가, 중원 사파를 지배하는 내 실력을 알고 싶다며 몰래 무영문에 찾아온 일이 있었네."

운을 띄운 검마는 약간 식은 찻잔을 벌컥 들이키며 말했다.

"참패(慘敗)였네. 나는 그 자의 손에서 일백 초도 버티지 못했어."

그 정도란 말인가?

머릿속에서 내가 보았던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의 실력과 검마의 실력을 비교해 본 나는 말했다.

"십 년 전의 이야기가 아닙니까? 현재의 무영문주시라면 그를 이길 수 있으실 겁니다."

내 대답에 검마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 자네는 호법사자를 직접 본 적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군?"

"그저... 십 년이면 문주께서 굉장한 발전을 이룩하셨을 거라 생각해서."

내가 말을 얼버무리자 검마가 피식 웃었다.

"뭐 그럴수도 있지. 허나 내가 그 당시에 느꼈던 수신류 호법사자 독고준(獨孤俊)의 실력은 정말로 압도적이었네. 나와 명룡자가 함께 덤빈다 하더라도 그를 이기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었지."

"그... 그 정도는 아닐텐데."

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이래봬도 나는 여러 번 호법사자를 대면하고, 그들의 실력 또한 견줘볼 기회가 많았다. 게다가 뇌신류 고수들이 호법사자와 격돌하는 일도 자주 목격한 것이다. 세상에 나보다도 호법사자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면, 기껏해야 화신류나 풍신류의 최절정고수들이리라.

그리고 내가 머릿속에 인지하고 있는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의 실력은, 결코 검마 서문대룡을 압도적으로 이길 정도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압도적인 천령단의 힘으로 몰아붙이다가 장기전 끝에 판정승을 하게 될거라고 생각했다.

' 수신류 호법사자가 특출나게 강한 건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고보니 수신류는 현 백련교 호법무류 중에서 최강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백련교주의 직계후손이자 수신류의 수장을 맡고 있는 독고준의 실력은 다른 호법사자보다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정보였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 사실을 되새기고 있을 때 검마가 말했다.

"자네도 밝힐 수 없는 백련교와의 인연이 있나 보군. 그렇다면 내 자네에게 똑똑히 충고해 두지."

"네..."

"결코 백련교와 싸우지 말게. 그리고 싸운다고 하더라도 결코 수신류는 건드리지 말게. 그 자들의 무공은 인간의 경지가 아닐세."

"......"

소름이 돋는다.

지금 검마의 무공만 하더라도 이기어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이광과 비교해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즉 명실공히 천하무림을 오시하는 초절정고수인 것이다. 그런 검마가 수신류와의 전투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경고를 한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수신류의 무공은 도대체 무엇인가?

내가 속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검마가 말했다.

"그럼 슬슬 일어나게. 한 달이면 시간이 없으니 앞으로는 깨어나자마자 바로 수련에 돌입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각오를 했다지만 체력을 최악까지 혹사시킨 후 혼절할 때까지 수십 번이나 구른다는 건 굉장한 고난이다. 앞으로 닥쳐올 지옥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억지로 버텨내며 수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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