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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三皇五帝)
나는 진랑곡으로 바로 되돌아갔다. 원래 무명제사서에는 추적술법이 걸려있어서 진랑곡으로 갖고오려 했다면 성가셨겠지만, 이제 아스타나의 선지자에게로 넘어갔으니 상관없기 때문이다. 제갈부가 선지자를 어찌하기는 힘들테니 그 일은 신경을 꺼도 된다고 해도 좋았다.
"망량. 해결방법을 찾았소."
나는 망량에게 어떻게 해야 북극대륙에서 [침묵의 신]을 찾아갈 수 있는지를 말했다. 그리고 무명제사서를 얻고나서 아스타나 선지자와 어떤 거래를 했으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말했다. 일련의 과정을 흥미롭게 듣고 있던 망량이 말했다.
"그럼 이제 당신은 자신의 기억을 흑요석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이오?"
"그렇소. 그 술법 하나에 관해서는 완전히 터득했소."
"어디 한 번 흑요석에 기억을 시험삼아 넣어보는 게 어떻소?"
"그래야겠소."
어느 새 옆에는 미호도 다가와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나는 미호를 힐끔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 그래. 내가 겪었던 기억들을 추려서 망량과 미호에게 보여 주자.'
망량과 미호는 지금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저 이야기로만 들어서 알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다소 피상적으로 내 일에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보고 느꼈던 기억을 그들에게 보여준다면 뭔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스윽
나는 두 개의 흑요석을 잡고는 거기에 손바닥을 문지르며 정신을 집중했다.
' 정신과 물질은... 공간 안에서보다... 시간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으로써 관계를 믿고 있다... 기억과 습성과 선택을 통해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조직화... 인자... 굴곡길... 형태공명(形態共鳴)...'
기억이라는 인자는 마치 거대한 힘에 의해 왜곡되듯 시공간 속에서 가라앉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또한 그 형태가 발생하기까지 필연적인 법칙과 형상이 존재하며, 그것을 바로 형태공명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은 단순한 물질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과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술법에 있어서 가장 거대한 강제력인 인과율(因果律)의 속박에서 자유스러울 수 있다.
' ... 라지만 이건 전부 주입받은 지식일 뿐이지만.'
나는 술법을 사용하던 중 쓴웃음을 지었다. 원래라면 내가 십 년은 커녕 30년 이상 공부해도 터득이 불가능한 술법이 바로 이 흑요석 기억저장의 술법이었다. 그걸 마도서의 댓가로 받았으니 앞으로 잘 써먹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우웅
순식간에 내가 겪었던 기억들이 각각의 흑요석으로 빨려들어가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일련의 술법과정이 끝나자 흑요석을 망량과 미호에게 내밀었다.
"자."
"......"
망량과 미호는 서로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거의 동시에 흑요석을 집었다.
마치 푸른 물같은 기류가 두 사람을 감싸는 듯 했다. 소리없이 스며든 기운은 바로 기억의 흐름이었고, 그 흐름은 그들의 기억에 접속해서 무의식까지 파고 내려가는 것이다. 나는 일련의 과정을 주입받은 지식으로 잘 알고 있었고, 이 방식이 가장 부작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잠시동안 망량과 미호는 머리가 띵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반응한 것은 미호였다.
"사실이었구나. 너는 정말..."
그러더니 미호는 얼굴이 확 하고 붉어졌다.
"아!!"
갑자기 미호는 둔갑술을 이용해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요괴 특유의 신법이라 할 수 있는 신행백변(身行百變)을 구사하는 것으로 봐서 어지간히 당황한 모양이었다.
' 왜 저래?'
미호가 왜 저러나 몰라 어리둥절해 하자 옆에 있던 망량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당신이 10번째 전생에서 풍신류 호법사자와 격돌했을 때, 대신 희생하고 죽었던 모습을 떠올린 거요. 나도 그 기억을 보았소."
"아..."
"순수한 천계 출신이자 지상의 여우 대요괴라는 자부심이 있을터인데 당신에 대한 정심(情心)을 느꼈기 때문에 당황한 거겠지."
부끄러워서 도망친 거구나.
내가 망량의 말에 납득하자, 망량은 허탈한 듯 대청에 앉아서 중얼거렸다.
"이제야 알겠구려. 백웅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의지력을 가졌는지..."
"갑자기 왠 말이오."
망량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14번은 커녕 5번쯤 죽었을 때 의지가 꺾여서 자포자기한 채 살아갔을 거요. 아니, 아마 미쳐버렸겠지. 그게 정상이오."
"음..."
"그러나 당신은 자신의 신념을 되새기며 여태껏 옆눈질하지 않고 달려왔소. 심지어 타락하지도 않았소. 고대신이나 그 타락의 유혹에서도 자살로 저항했고 직접 마주쳤는데도 정신이 굴하지도 않았소."
"......"
"세상에서 당신보다 정신력이 강한 자는 없다고 생각하오."
나는 난데없이 망량이 내 얼굴에 금칠을 하자 쑥쓰러워졌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망량이 진심으로 감탄한 기색이었기에 더 그랬다. 내가 딴청을 피우자 망량이 빙그레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지금까지 아주 잘 해왔소, 백웅. 당신은 앞으로도 잘 할 거요."
"허, 허험! 닭살돋는군. 아니 뭐 언제는 못한 줄 아시오? 당연히 잘 해야지."
나는 내 얼굴이 벌개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화끈거리는 안색을 이기지 못하겠다. 내가 뒷머리를 벅벅 긁자, 망량이 슬며시 손을 놓으며 말했다.
"당신의 기억을 보고 나니 내가 해야할 일이 더욱 명확해졌군. 아주 잘 된 일이오."
나는 퍼뜩 생각나서 반문했다.
"당신이 해야할 일? 그러고보니 황궁에 대한 일은 잘 되어가고 있소?"
"내가 그걸 당신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
망량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황궁을 정치적으로 견제하기에 앞서서 우리의 제 1 전략이 뭐였소?"
"그야... 백련교를..."
아!
나는 대답하다 말고 망량의 말뜻을 깨닫고 번뜩 눈이 떠졌다. 내가 놀라는 표정을 짓자 망량이 씨익 웃었다.
"그렇소. 우리는 백련교에게 천하(天下)를 주기로 했었지. 그 계획은 예전부터 시작되었고, 지금은 성과가 나왔소."
"설마..."
"흑백련을 이용해서 백련교의 하부세력이 되는데 성공했고, 나 또한 백련교의 비전무공(秘傳武功) 일부를 전해받는데 성공했던 거요. 그 덕에 나는 빠른 시간 내에 고수가 되는데 성공했소. 물론 내가 불철주야 무공을 닦으려 노력한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백련교의 절세무공을 전해받았기 때문이지."
"......!!"
나는 망량의 맥을 잡아 보았다. 지금까지는 그저 기를 감지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직접적으로 그의 내공상태와 무공을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나는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망량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내공수위는 이미 절정수준을 훨씬 넘겼고... 화신류(火神流)의 무공을 익혔구려."
"바로 알아채는군. 과연 뇌신류의 초절정고수 답소."
"그야 사대무류의 각 유파 내공은 굉장히 특색이 강하니까..."
망량의 내면에는 현재 화령(火靈)의 힘이 숨쉬고 있었다. 뇌신류가 뇌룡일기공을 이용해서 뇌령의 경지를 이루어 번개의 힘에 감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화신류 또한 비전내공을 수련해서 화령지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게다가 망량은 내가 주었던 흑백련을 한 뿌리를 제외하고는 원하는만큼 복용할 수 있었을테니 절세적인 내공을 빠르게 익힐 수 있었던 것이리라.
망량이 말했다.
"흑백련을 보내서 소교주가 치유된 직후, 백련교주는 내게 백련교 어떤 유파의 무공이라도 익힐 수 있게 해준다고 했소. 그래서 나는 일부러 화신류의 무공을 택했고 지금까지 수련하고 있었던 거요."
동방무결 때와 마찬가지로 백련교주가 자신의 아들의 괴질을 치료해준 자에게 포상을 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왜 화신류였소?"
"그거야 두 가지 이유가 있소. 하나는 낙양에 거하고 있는 화신류의 호법사자와 앞으로 연수할 일이 많을테니, 그녀와 같은 유파일수록 일을 진행하기 쉬울 것이오. 명목상이라고는 해도 그녀와 나는 현재 동문(同門)인 거요."
"그렇군."
"또 하나는 당신이 잘 모르는 유파의 비전을 터득할수록 앞으로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오."
"......!!"
"화신류의 기술, 비기, 내공의 특성, 약점... 이걸 알아두면 언제고 크게 써먹을 때가 있지 않겠소? 당신이 앞으로 전생을 하며 목표를 추구하다보면 화신류와 싸울 일도 있을 것이오."
나는 망량의 말이 크게 옳다고 생각했다. 직접 화신류에 입문해서 배운 자가 알고 있는 것과, 뇌신류에서 호적수로 견제하며 파악하고 있는 정보는 질적으로 달랐다. 망량이 화신류의 기술을 익혀서 달인의 경지에 오르면 오를수록 그는 화신류에 대해 밑바닥까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며, 그 정보를 고스란히 내게 준다면 나는 앞으로 화신류를 상대할 때 매우 쉽게 상대할 수 있는 것이다.
망량이 말을 이었다.
"풍신류를 배워볼까도 생각했지만, 풍신류는 애초에 뇌신류와 상성이 안 좋은 유파라서 그럴 필요가 없었소. 사실은 사대무류 중 최강이라 칭송받는 수신류(水神流)를 익히고 싶긴 했지만, 왠지 특별한 의식을 치러야만 하는 것 같아서 관두었소."
"특별한 의식?"
"그렇소. 교주는 내가 수신류를 배우는 것도 상관없다 했으나, 그걸 위해서는 백련교의 금지(禁地)에서 특별한 대법을 1년동안 받아야 한다고 했소. 지금 당장 당신의 일이 중요했고 수상쩍은 점이 많아서 나는 수신류를 선택할 수가 없었던 거요."
"......"
백련교의 금지에서 특별한 대법을 1년동안 받아야 한다니.
어찌보면 천하제일의 절세무공을 익히는 제약으로는 약해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신류가 아주 폐쇄적이며 비밀이 많다는 걸 생각해보면, 저게 어떤 저주로 작용할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망량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화신류 무공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소. 화신류 또한 백련교에서 뇌신류에 크게 꿇리지 않고 나름대로의 일맥을 이어나가던 강대한 문파... 지금 내 무공만으로도 왠만한 고수를 감당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오."
"대단한 일이오."
나는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아마 망량의 무공 소양은 일류급 고수 수준이겠지만, 화신류가 무지막지하고 화려한 공격력을 지니는데다 그의 내공이 초절정고수에 못지 않다는 걸 고려해야 했다. 그렇다면 망량이 실제로 싸우면 절정고수 한두 명 정도는 어떻게든 쓰러뜨릴 수 있다는 소리인 것이다.
이건 대단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망량이 실질적으로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건 아직 1년도 안된 일이기 때문이다. 보통 대문파의 기재들이 일류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십수 년의 세월을 불철주야 무공에 몰두한다는 걸 생각하면, 망량의 성장세는 일반적인 무림인이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인 게 분명했다.
망량이 안타까운 듯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내가 반천맹을 키우는데 써야 할 영약을 먹어버린 탓에 원래 당신 전생에 있었던 반천맹보다 지금의 반천맹은 규모가 좀 작은 듯 하군. 원래라면 지금쯤 두 배 정도는 더 커야할 텐데..."
"그런 건가..."
"뭐 걱정할 일은 아니오. 어차피 이번 전생은 반천맹의 세를 강화시키기 보다는 백련교를 흥하게 해서 황궁을 견제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대답한 망량이 눈을 빛냈다.
"백웅. 북극에 가서 막야의 2차 봉인을 푸는 건 좀 미뤄 두시오."
"왜?"
"당신은 거기가서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소?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많은 손해를 보기 보다는, 여기에서 해볼 걸 좀 해본 다음에 막야의 힘이 필요할 때 가도 늦지 않을거라 생각하오."
일리있는 소리였다. 그리고 나는 망량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알아채고는 말했다.
"내게 화신류 무공을 가르쳐 주려는 거군."
"바로 그렇소.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면 당신은 화신류의 무공에 존재하는 기술이나 비기, 약점을 미리 내게서 배워두는 게 좋을거라 생각하오. 다행히도 현재 백련교는 물론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당신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으니, 화신류도 내게 무공을 전수하는 일에 의심을 품지 않을 것이오."
나는 약간 고민하다가 물었다.
"내공기반이 되는 자연지기가 다른데 그게 가능하겠소?"
"하하... 그건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인데. 이광이 당신에게 거기에 관해서 설명해준 일은 없는 거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없소. 이광은 뇌신류 무공에 대해 자존광대(自尊廣大)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기에, 그런 일따위는 거의 언급도 하지 않으려 했소. 심지어 사대무류가 각자의 기본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할 때도 응용기는 생각지도 말라는 식이었소."
"사대무류의 모든 유파를 섞는 건 불가능하다는 건가?"
"아마 틀림없을 거요. 하나의 자연지기에 특화된 몸이 되어야 각 유파의 극을 볼까말까인데 어떻게 그때까지 익혔던 걸 버리고 새로운 자연지기를 익히겠소?"
이건 아마 거의 틀림 없는 사실일 것이다. 나도 이광에게서 요령을 전수받아서 수령지기, 풍령지기, 화령지기를 사용할 수 있으나 실용성은 거의 전무하다. 엄청난 내공을 이용해서 억지로 바꿔보려고 시도해본 적도 있으나, 효율이 너무나 떨어져서 그만두었다. 하나의 유파를 익혀서 하나의 자연지기에 익숙해지면 더 이상 다른 자연지기는 익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망량이 한 말에 나는 깜짝 놀라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거 이상한 일이군. 내가 만나보았던 백련교주는 사대무류의 모든 무공을 자유자재로 구사했었소. 그래서 당연히 가능할 줄 알았지."
"......!!"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망량이 나를 놀리나 싶었다. 그러나 망량이 이런 중대차한 일을 가지고 나를 놀릴 리가 만무했으므로, 나는 이내 진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믿기지가 않아서 망량에게 물었다.
"그게 정, 정말이오?"
내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지만 망량은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소. 내가 백련교에 흑백련을 진상하고 나서 며칠 후, 백련교의 원로원에서 고수들이 나와서 나를 백련교로 데려갔소. 거기에서 교주를 일대일으로 만났는데 교주는 내 덕에 소교주의 괴질이 치유되었다고 하며 댓가를 말하라 했지. 나는 사대무류의 무공 중 하나를 익히고 싶다고 했고, 각 유파의 무공을 차례대로 보고 싶으니 유파의 중요인물을 불러달라고 부탁했었소."
"그래서?"
"백련교주는 그럴 필요 없다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 뇌신류, 풍신류, 화신류, 수신류의 비기(秘技)와 필살기(必殺技)를 그대로 펼쳐냈소. 심지어 연계가 되는 기술마저 있었던 듯 하오. 나는 그래서 사대무류의 무공이 융합 가능한 줄 알았던 거요."
"......!!"
나는 전율과 공포가 등골을 스치는 걸 느꼈다.
망량은 아직 무공에 있어서는 초보에 가까웠기에 여상하게 말할 수 있지만, 거의 한 세기 가까이 무공을 파고들었으며 달인급인 나에게 있어서 방금전의 이야기는 공포 그 자체였다. 사대무류의 모든 기술을 사용가능한 존재라니!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백련교주의 일초지적조차 되지 못한다. 그가 손가락을 휘젓는 것만으로 초절정고수가 즉사(卽死)할 가능성도 높았다. 사대무류의 필살기는 하나같이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게 융합될 경우 어떤 상승효과를 나올지 예측조차 되지 않았다.
' 그... 그런 존재를 정말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초절정고수만 해도 지형지물만 잘 이용하면 일천 명의 병사를 홀로 상대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다. 아니, 총이나 대포가 어지간히 발달해도 초절정고수를 잡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일 정도다. 일반적인 무림인이 보기에는 초절정고수는 저항할 수 없는 재앙에 가까웠다. 뿐만 아니라 초절정고수 중에서도 꽤 수준이 되는 자들은 호법사자를 상대로도 최소한 버틸만한 여지가 있었다.
그런 존재를 초살시킬 수 있는 백련교주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내가 심각하게 고뇌하고 있을 때 망량이 말했다.
"흠... 무공을 익힐 수는 없더라도 일단 화신류의 무공이 어떤건지는 알려주겠소. 대략 한 달 정도면 내게서 들을만한 비밀을 다 들을 수 있을 거요."
"꼭 배우겠소."
"그 후에는 우리가 손댈 것도 없이 황궁이 무너질 거라 생각하오. 왜냐하면 이미 백련교는 황궁 무너뜨리기에 들어갔기 때문이오."
"벌써? 너무 빠른 거 아니오?"
"백련교는 지금까지 힘이 없어서 웅크리고 있던 게 아니오. 게다가 나는 흑백련을 진상하면서, 당신에게 들었던 황궁의 실체와 만행, 위험성을 고스란히 백련교주에게 알려주었소. 백련교주는 현재 없애야 할 제 1의 주적으로 황궁을 꼽고 있는 상태요."
망량은 1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해야할 일을 다 해치운 모양이었다. 그는 이어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얼마 후... 아마도 길어도 반 년 내에 그들이 움직일 것이오."
"그들?"
이어진 망량의 말에, 나는 이번 전생에서 황궁이 결코 성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백련교 삼대 호법사자와, 백련교 원로원에 소속된 초절정고수들이 황궁을 정면으로 공격할 예정이오. 무림의 전력(全力)과 비교해도 가늠되지 않는 초절(超絶)의 무림세력이 황궁을 멸망시키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