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205화 (20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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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三皇五帝)

나는 미호와 함께 우선 진랑곡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기다려도 해가 지지 않고 맑음이 계속되는 이 기이하기 그지없는 현상이 혹시나 사악한 술법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망량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자 말했다.

"그건 극주(極晝)현상이군. 단순한 자연현상이니 걱정 마시오."

"극주?"

"흠... 전생(轉生) 도중에 내가 당신에게 이 세상이 둥근 구(球)처럼 생겼다고 설명한 적 있었다고 했지. 바로 그 원리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오."

"......?"

망량은 땅에 동그란 구체를 그리고는 말했다.

"이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한다면, 태양(太陽)을 중심으로 돌고 있을 것이오. 또한 이론상으로는 그러면서 자전(自轉)을 한다고 유추되고 있지. 구 모양이니까 이렇게 태양을 빙빙 도는 동안에 볼록한 부분은 햇빛을 많이 받을 것이고, 오목한 부분은 덜 받겠지?"

"아..."

"북극이란 건 가장 태양빛을 덜 받는 장소라는 거요. 그리고 사람의 머리꼭대기같은 거라서, 해가 지지 않는 현상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별 또한 그곳에서는 북극성(北極星)을 중심으로 뱅뱅 돌게 되겠지."

"신기한 곳이군."

"굳이 다 이해할 필요는 없소. 이건 다 가설일 뿐이고 중요한 게 아니니."

그렇게 중얼거리던 망량이 말했다.

"뭐 아무튼 하루종일 밝으니 탐색하기는 편하겠군. 그래서 탐색결과는 어떻소?"

"잘 모르겠소. 이제 북극 대륙까지 간 게 사실이라면, 거기서도 그냥 계속 북쪽으로 가면 되는건지 어떤지 모르겠군..."

"수요 막야가 반응하지는 않소?"

나는 목갑 안에 넣어두었던 수요 막야를 꺼냈다. 북극으로 떠나기 전까지는 망량의 술법수련용으로 놔두었지만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필요해질 것 같아서 내가 가지고 간 것이다. 나는 막야를 대청 위에 놔두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런 반응같은게 없소. 이게 전설의 영보(靈寶)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당초 예상으로는 북극 대륙까지 가면, 수요 막야가 2차 봉인지를 확인해서 뭔가 신호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근처를 한참 돌아다녔는데도 막야는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망량은 팔짱을 끼고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디 한 번 그 아스타나의 선지자가 말해줬던 수요비석의 내용을 생각해 봅시다."

"흠..."

망량이 가만히 앉아서 약 한 식경 동안 머리를 굴리는 듯 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순서가 다른 것 같군."

"어떻게 다르오?"

"첫째, 수요석비는 [시련은 없다]라고 했소. 하지만 [침묵의 신]이란 걸 만나야 2차 봉인을 풀 수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지. 그리고 그 침묵의 신이란 걸 만나기 위해서는 [피를 그어 고대의 혈맥을 깨워야한다] 라고 한 것이고."

"피를 그어서 고대의 혈맥을 깨운다라... 어디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군."

"......"

망량은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더니 한숨을 쉬었다.

"불확실한게 너무 많아서 안되겠군. 제대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을 듯 하오."

"어떤 방법이오?"

"거래를 해야겠지."

나는 망량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 아스타나의 선지자와 지식을 거래하라는 말이군!'

그리고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거래를 하고 싶어도 나는 더 이상 마도서(魔道書)가 없소. 그 자는 금이나 영단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지라..."

"마도서라면 하나 더 있소."

나는 이번 생에서 천암비서에 대해서 망량에게 말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천암비서 해석 이외의 전생에서는 가급적 그 존재를 숨겼다. 그러나 망량이 말하는 투가 의미심장해서 순간 긴장했다. 그러자 망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무명제사서(無名祭祀書)가 있지 않소?"

파앗!

나는 망량의 의견에 따라서 무명제사서를 훔치러 황궁의 내황각(內皇閣)에 비등으로 이동했다. 물론 최대한 경계를 늦춰야 했으므로 밤이 될 때를 기다려서 침투했다. 내황각에 나타나자마자 나는 눈 앞에 무명제사서라는 책이 꽂혀있는 걸 발견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 정말이지, 그 때 봐두기를 잘 했군.'

12번째 전생에서 태허천존에게 수기를 공양하고 운기를 중첩받았을 때, 나는 황궁에 침입해서 무명제사서의 소재를 확인한 것이다. 똑똑히 그 위치를 기억하고 있으므로 나타나자마자 무명제사서를 목갑 안에 쑤셔넣을 수 있었다.

나는 힐끔 주변을 둘러보았다.

' 결계에 안 들켰겠지? 바로 몸을 빼 볼까.'

그 때였다.

쉬이이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무언가 새파란 빛이 어두운 내황각에 떠오르는 게 보였다. 점차 그게 인간의 형상이 되어가는 걸 발견하자 나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안 들켰다고 생각했지만 내황각에 발을 들인 순간 감지결계에 걸린 듯 했다.

아마 틀림없이 내황각주 제갈부일 것이다.

나는 아직 제갈부와 일대일로 싸우면 보패 백우선때문에 감당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 정도로 여유가 있으면 충분하다. 나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빠르게 비등을 사용해서 낙양 근방의 인적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파앗

바로 진랑곡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혹시나 그 찰나의 순간에 추적술법이 묻었을 가능성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나는 인적없는 평야에 가만히 서서 약 한 시진동안 기다린 후, 아무런 추적도 따라오지 않자 이번에는 아스타나의 대사원으로 갔다.

대사원의 커다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선지자가 나왔다.

[ 무슨 일이지?]

"선지자. 거래할 게 있다."

나는 짤막하게 말하고는 품 속에서 무명제사서를 꺼냈다. 그러자 책에 존재하는 마력(魔力)을 감지한 듯 선지자가 움찔거렸다. 그는 눈을 데굴데굴 굴려서 이쪽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 강력한 마도서군. 그걸 거래하겠는가?]

"무명제사서 정도면 당신이 내게 해줄 일이 많을 것 같은데."

[ 무명제사서... 그렇군...]

선지자가 내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 그걸 내게 넘겨다오.]

"내가 필요한 정보를 당신이 알고있는지부터 알아야겠군."

[ 지당한 말이군... 어디 말해봐라, 어떤 게 궁금한가.]

나는 얻고싶은 정보를 말했다.

"나는 수요 막야의 2차 봉인을 풀기 위해 북극까지 갔지만 막야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침묵의 신]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하지? [ 피를 그어 고대의 혈맥을 깨운다]는 건 무슨 소리고?"

선지자는 내 질문을 듣자 집게같은 발을 어디론가 뻗었다. 그리고는 마치 목갑에서 무언가를 꺼내듯,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전혀 크기가 맞지 않는 커다란 돌(石) 하나를 집었다. 그는 돌을 문지르며 웅얼거리더니 말했다.

[ 무명제사서를 주면 답변해 주지.]

"허튼수작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내가 선지자에게 무명제사서를 던져주자 그가 바로 말했다.

[ 막야에 네 피를 듬뿍 묻혀서 북극의 대지에 꽂아라. 그러면 고대의 마수(魔獸)가 너를 침묵의 신에게 데려갈 것이다.]

기대 이상으로 간명하고 확실한 대답이었다. 나는 수상해서 물었다.

"당신은 그걸 어떻게 바로 알지?"

[ 나는 명운(命運)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네게서 받은 마도서의 힘을 이용해서 그 힘을 잠시 증폭시켰을 뿐이다...]

그 때였다.

쉬이이이 -

파앗!

갑자기 허공에서 푸른 빛이 치솟아 오르더니, 잠시 후 제갈부가 나타났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경악했다.

' 뭐야?! 저 새끼는 어떻게 중원에서 여기로 온 거야?!'

아까 내가 한 시진동안 낙양 근처에서 어정거린 이유는 무명제사서에 추적술법이 걸린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자 없겠거니 생각해서 아스타나의 대사원에 온 것이다. 중원에서 멀어도 한참 먼 곳이니 제갈부가 쫓아올 수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갈부는 무명제사서에도 추적술법을 걸었고, 그것도 수천리 바깥에 있는 아스타나까지 날아올 수 있는 것이다!

"이 도둑놈."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냐?"

"알 필요없다. 네놈은 곧 죽을 테니."

제갈부가 나를 한 번 노려보더니, 제단 위에 우두커니 서 있던 선지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짧은 탄성을 터뜨리며 선지자에게 포권했다.

"위대한 종족에게 이 제갈부, 인사드리오."

[ ......]

"아마 당신이 무명제사서를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당장 돌려주시오. 그것은 황실의 소유이며 저 도둑이 훔쳐서 달아난 것! 응당 본래 주인의 품으로 되돌아와야 하오."

선지자는 인간이 아닌 이족이었기에 그 말을 듣고도 이렇다할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표정변화는 커녕 구불거리는 몸뚱이를 말 없이 움직일 뿐이었다. 그러더니 선지자가 제갈부에게 대꾸했다.

[ 응당 본래 주인의 품으로 가야한다면... 이 무명제사서는 르 뤼에에 잠자고 있는 그 흉신(凶神)에게로 돌아가야 하겠지.]

"......!!"

제갈부는 흠칫 놀라는 기색이었다. 선지자는 천천히 움직여서 제단의 중앙에 서더니 무명제사서를 들었다.

[ 나는 이미 소웅에게서 무명제사서의 소유권을 양도받았다. 댓가도 지불했지. 마도서의 특성상 본질적인 소유권이 아니라 현장의 소유권리를 인정해야 하므로, 무명제사서는 나의 소유다.]

"웃기는 소리! 힘으로라도 뺏겠다."

제갈부는 보패 백우선을 펼쳤다. 나는 그때까지 제갈부를 습격할 빈틈을 보고 있었으나 빈틈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동시에 놈이 어떤 술법을 쓰게 될지 긴장하며 쳐다보았다. 놈이 낙혼별부를 이용해서 싸우면 이 장소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선지자가 왼쪽 팔의 집게를 드는 순간이었다.

파앗

제갈부는 전투태세를 취하던 게 무색하게 그 자리에서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말 그대로 증발이라서 그의 흔적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투명능력인가 생각했지만 역시 그런 일이 일어난 것 같지는 않았다.

"무슨 짓을 한 거요?"

[ 그를 왔던 곳으로 돌아가게 했을 뿐이다.]

시공간술법에 능통해서 가능한 것인가.

선지자는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 조금 더 여유가 있으니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 봐라.]

"음..."

나는 증발해버린 제갈부에 대해서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선지자는 굉장히 이족의 술법에 능통한 존재같았고 특히 시공간술법을 잘 다루는 것 같았다. 수천 리를 넘어서 여기에 도착한 제갈부도 대단하지만 선지자가 내쫓았다면 제갈부의 추적을 내가 걱정할 일은 없었다.

' 뭘 묻지?'

지금 이것저것 꼬여있는게 죄다 이족과 관련된 일이라서 묻고싶은 게 산더미처럼 많았다. 그러나 선지자 특성상 그걸 모두 답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당장 내게 이득이 될 것만 질문하는 게 좋다. 나는 머리를 한참 굴리다가 말했다.

"나는 당신의 술법을 배우고 싶소! 남은 댓가로 모두 배운다면 얼마나 배울 수 있소?"

[ 술법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것인가?]

"당신이 알고있는 한에서 가장 편리하거나 가장 강력한 술법을 말하는 게 아니겠소."

이족(異族)의 술법을 배운다!

내가 쓰는 목갑이나 비등은 모두 이족의 술법이라고 하는 마법(魔法)이란 것으로 제작된 것이었으므로, 그 원전이 되는 술법 또한 강력할 게 틀림없었다. 실제로도 선지자는 지금 내 눈 앞에서 제갈부를 황궁까지 날려버렸지 않은가? 내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지자를 바라보자, 그는 눈을 데굴거리다가 말했다.

[ 공정한 거래가 아니군. 네가 무엇을 마음에 들어하는지 모르는 이상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로서는 더욱 공정성을 추구하고 싶은데 추가적인 이야기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공정성을 추구한다고? 어떤 공정성을 말하는 거요."

[ 너의 욕구... 수요... 심리... 그것을 내가 좀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그래야 거기에 맞춰서 적절한 댓가의 술법을 전수할 수 있지 않은가...]

"그걸 어떻게 알아내겠다는 거지?"

그러자 선지자가 자신의 집게같은 발을 슥 뻗어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 욕망의 원천을 공유하는 것에 동의하면 된다. 동의한다면 공유(共有)의 술법을 사용해서 너의 원천심리를 알아내겠다...]

"......"

욕망의 원천?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이건 과연 받아들여도 좋은 거래인가? 상대는 수천년 이상 살아온데다가 케케묵은 이족이며 현명하기 그지없다. 망량보다 더 똑똑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대와 섣불리 추가 거래를 하는게 내킬 리가 없는 것이다.

' 젠장. 하지만 이걸 안 받아들이면 거래를 안 할 기세군...'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정 안되면 다음번 전생때 와서 선지자에게서 그 이상의 댓가를 받아내면 그만이다. 망량도 목숨걸고 밤잠을 아끼면서 강해지려고 노력하는 지금, 나는 그 이상으로 위험한 다리를 건널 필요가 있다.

"받아들이겠소."

[ 좋다.]

휘오오오 -

잠시 후 나와 선지자 사이에 투명한 하얀 실 같은게 생겨나고, 중간에서 시퍼런 광구(光球)가 만들어졌다. 나는 그 광구에 내 정신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동시에 눈 앞에 있는 선지자의 욕망이나 생각이 순간적으로 읽히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심원하고 깊숙한 곳에 있는, 본능적인 무의식의 세계에 가까웠다.

' 이게 욕망의 원천인가...?'

이걸로 상대방의 중대한 비밀같은 건 알 수 없다. 필설로 형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무의식중에 원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욕망이나 원념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한참동안 공유의 실을 유지하고 있자 선지자가 말했다.

[ 그렇군. 너에게 적절한 술법을 알아냈다...]

선지자가 술법을 중단하고 공유의 실을 끊었다. 내가 그를 쳐다보자, 선지자가 말을 이었다.

[ 너에게 흑요석(黑曜石)의 술법을 전수하겠다...]

"흑요석의 술법?"

[ 흑요석은 기억(記憶)을 저장하는데 가장 강력한 효율을 보이는 귀금속이다. 너는 이 술법을 사용해서 자기자신의 기억을 넣어둘 수 있을 것이다...]

"......?!"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란 말인가?

나는 황당해서 그에게 따지고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기억을 저장하는 술법이 왜 필요해?"

[ 너의 욕망의 원천은 분명히 그걸 필요로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너의 내면심리에는 점차 쏟아지는 정보를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고통(苦痛)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

[ 흑요석에 너 자신의 기억을 저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동시에 쓸데없는 기억을 잘라내어서 의식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재능의 한계를 올릴 수가 있게 되지.]

나는 그의 설명에서 짐작가는 게 있어서 입을 다물었다.

' 확실히...'

요즘은 슬슬 망량이나 미호에게 내 전생의 일을 설명할 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힘들었다. 왜냐하면 14번이나 전생을 겪으면서 보통 많은 일을 겪은 게 아니었고, 그걸 세심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 또한 굉장한 정신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걸 신경쓰다 보니 수련에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정신을 집중해서 무술수련을 하다가 행여나 기억을 잊어버릴까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혹시 내 기억을 저장한 흑요석을 타인이 읽게 하는 것도 가능한가?"

[ 물론이다. 원래 그런 용도로 쓰는 술법이지... 너 자신이 기억을 저장해 뒀다가 원할 때 읽어들일 수도 있다.]

그러더니 선지자가 약간 으스대었다.

[ 운 좋게 생각해라. 마도서의 대가가 딱 맞는다. 왜냐하면 이 술법은 우리 위대한 종족에게만 전승되는 것이며 상당한 고급술법이기 때문이다. 내가 도리어 약간 손해본다 할 수 있지.]

"쳇..."

나는 투덜거리는 척 하다가 대답했다.

"알았어. 전수는 얼마나 걸리지?"

[ 인간 성인이 밥 먹을 시간이면 된다.]

"그냥 한 식경이라고 해..."

나는 선지자에게서 흑요석의 술법을 기억전수로 전해받을 수 있었다. 그같은 이족은 술법전수를 일일이 말이나 수련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억을 상대방에게 직접 넘겨주는 방식으로 하는 듯 했다. 나는 기억이 전달되는 게 끝나자 즉시 내가 흑요석의 술법을 완벽하게 터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선자자는 덤으로 내게 흑요석 3개를 전해주며 말했다.

[ 이건 선물이다... 이젠 너도 알겠지만, 흑요석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방대한 기억을 담을 수 있으니 나머지는 따로 찾아봐라.]

"고마워."

나는 흑요석을 받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진랑곡으로 돌아갔다.

' 좋았어.'

기억의 분산저장!

이제부터는 기억이 혼재되거나 헛갈릴 위험성이 상당히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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