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202화 (20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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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三皇五帝)

나는 이윽고 벨로프에게서 아군의 전략과 작전을 들을 수가 있었다.

현재 모스크바를 이반 4세의 손에 뺏긴지가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던 중 벨로프는 이반 4세의 아들인 표도르 왕의 도움을 받아서 군병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각지의 뛰어난 능력자, 기사, 마술사, 성직자 등을 이 자리에 불러온 모양이었다. 그렇게 모은 실력자의 숫자는 총 100여 명으로써 하나하나가 선발된 자들인 듯 했다.

' 기사라는 건 무림인과 비슷한 거군.'

기사 또한 기(氣)를 사용할 수 있는 투사(鬪士)이다. 무림인과의 차이점이라면 강인한 금속갑옷과 방패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무림인과는 달리 내가중수법같은 심오한 기술은 잘 쓰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벨로프가 말했다.

"한번은 단순한 군병을 출진시켜서 모스크바를 탈환하려 했었네. 그러나 그때 나섰던 3만 대군은 전멸하고 말았지. 모스크바는 숫자로는 결코 함락시킬 수 없으니 뛰어난 영능력자나 주술사의 힘이 필요하다는데 모두가 동의하게 되었네."

"너무 사설이 길군. 요점이 뭐요?"

"100명의 실력자가 있다 해도 이반 4세를 당해내긴 어렵네. 왜냐하면 신화(神化)의 힘에 대항할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일세. 그래서 우리는 딱 한 가지 비책을 생각해 냈지."

"그게 무엇이오?"

벨로프는 잠시 숨을 내쉬더니 눈을 번득였다.

"바로 용(龍)의 힘일세."

"......!!"

"루마니아의 산 정상에 갇혀있던 용의 사체를 이곳까지 공수해 왔지. 그리고 우리는 용을 되살려내서 이반 4세를 상대할 것일세."

용이라니!

나는 물론이고 옆에서 듣고 있던 미호까지 깜짝 놀랐다. 용이라는 건 환수(幻獸)의 정점으로써, 가공할 힘을 지닌 존재였다. 아주 고귀한 존재인지라 천계에서 잘 내려오지도 않으며 그 신통력은 천지를 뒤엎는다 알려질 정도였다. 물론 동방의 용과 서방의 용이 같은지는 잘 모르겠으나 벨로프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단한 일이었다.

나는 침착을 되찾으며 벨로프에게 물었다.

"사체라면서요? 죽은 용을 어떻게 되살리는 거요?"

"죽었다고 표현했으나 그는 죽은 게 아닐세. 얼음의 술법으로 인해 수백 년 동안이나 갇혀 있었던 걸로 보인다네. 그 술법만 깰 수 있다면 용은 다시 깨어날 수 있을 게야."

"깰 방법이 있소?"

내가 연속해서 질문하자 벨로프는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

"그게 최대의 문제점일세. 누가 시전했는지는 몰라도 용을 봉인한 얼음의 술법은 매우 고도의 술법인지라 파해할 방법이 보이지 않아. 그래서 용의 사체를 공수해 오고도 아직까지 해주법만 찾는 실정이라네."

"흠..."

나는 고민하다가 벨로프에게 말했다.

"어디 한 번 봅시다.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그러지."

나는 벨로프가 이같은 기밀을 우리같은 이방인에게 술술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용을 되살릴 해주법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던 중이라, 명나라에서 온 신비스러운 여행자에게 한가닥 희망을 걸어본 것이다. 나와 미호는 벨로프를 따라서 막사를 지나서 외진 동굴으로 향했다.

어두운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새하얀 얼음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몸뚱이 크기가 20여 장은 될 법한 거대한 파충류가 얼음벽 속에 갇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이것이 용인가!

거대하고 강력한 형상이다. 또한 무시무시한 힘이 느껴진다!

거대한 날개는 홰를 치면 천공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것 같고, 사나운 파충류의 얼굴과 강력한 앞발과 두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마수(魔獸)를 제외하고는 생전 이렇게 거대한 걸 본 적이 없었으므로 전신이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놈과 정면에서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용을 관찰하던 미호가 중얼거렸다.

"달라. 이것은 내가 보았던 용과 많이 다르구나."

"무슨 소리야 미호?"

미호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소웅. 잠시 얘기 좀 하자꾸나."

"흠... 알겠어."

나는 벨로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미호와 함께 인적없는 곳으로 가서 비등을 사용했다. 그리고 우리가 나타난 곳은, 바로 크렘린 궁의 지하에 있는 이족의 비밀도서관이었다. 이반 4세도 손을 못대었으니 세상에서 이 곳만큼 안전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미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것은 동방의 용과 달리 굉장히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힘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재앙(災殃)일 게 뻔한데 굳이 깨워야겠느냐?"

"무슨 말이야? 용과 다르다니?"

"본녀가 천계에서 보았던 용들은 모두 강력하기 그지없는 신통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모두가 질서를 중시하는 선(善)한 존재들이었다. 또한 지상에 나올 일도 없으므로 저렇게 봉인을 당할 일도 없지."

나는 미호의 말 속에 담긴 뜻을 깨닫고 굳은 얼굴을 했다.

"사악한 존재이기 때문에 봉인을 당했다는 뜻인가?"

"그래. 아마 누군가 강력한 술법사가 저 용의 사악함을 깨닫고 목숨바쳐 봉인했을 것이다."

"흐음."

"동방의 용과 사촌뻘인 것 같긴 하지만 그 서방의 용은 결코 인간에게 호의적인 놈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벨로프라는 수도사가 그 용을 제어할만한 능력이 있을 것 같지도 않구나. 강력한 존재인 건 사실이니."

"......"

나는 내심 기가 막혔다.

쓰러뜨려야 할 이반 4세는 신화하여 정령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있는데, 그 대적자로 내세운 서방의 용은 잔인하고 사악한 존재라니! 벨로프나 동방정교회의 선택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고민하자 미호가 말했다.

"더 이상 저 자들과 얽히지 않는게 좋지 않겠느냐? 승산없는 싸움에 일부러 끼어들 필요는 없다."

"미호 네 말이 맞아. 저 자들의 총기기술이나 술법, 기사의 전투술 같은걸 배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말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기엔 뭔가 아쉬워. 뭔가 더 챙길만한 게 없을까?"

"글쎄다. 얻을 수 있는 게 너무 불확실하지 않느냐."

미호는 한시라도 빨리 벨로프 일행과 손을 끊기를 원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다음번에 벨로프를 방문할 때 강한 경계심을 뚫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했으므로 이 선택이 그리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내 주장을 밀어붙이면 미호와의 사이가 틀어질 것 같아서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우선 이 도서관에서 쓸만한 것들을 찾아서 진랑곡에 돌아가자."

나는 미호와 함께 도서관에서 그나마 해석할 수 있을만한 책, 지도 등등을 골라서 목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비등을 써서 망량이 있는 진랑곡으로 돌아갔다.

파앗!

우리가 진랑곡에 돌아오자 때는 늦어서 밤이 되어 있었다. 망량의 모습은 초가집 주변에 보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일을 하러 나간 모양이었다. 미호와 함께 대청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자 한참 후에 망량이 돌아왔다.

망량은 우리를 보자 반갑게 반겼다.

"오오, 간만이군!! 잘 갔다왔소?"

"당신은 그동안 열심히 수련한 모양이군."

"하하. 기연(奇緣)이 쏟아졌는데 놀 수가 없잖소."

유쾌하게 대답하는 망량이었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의 성취에 놀랐다. 그의 술력(術力)이 굉장히 올라갔으며 무공 또한 헤어진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일류급이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이런 발전속도라면 무림의 대문파 장문인들이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랄 게 분명했다.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소?"

"흠... 우리는..."

나는 화서명에게 가서 성형술을 받아서 이런 외모가 되었던 일, 그리고 북해빙궁으로 가서 대초원 이북의 정보를 듣고 습득한 일, 모스크바까지 가던 중 아스타나의 대사원에 있던 현자를 만난 일, 이반 4세와 벨로프의 대립, 얼음에 갇힌 용 등등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망량은 신중하게 듣고 나서 침묵한 채 생각에 잠긴 듯 했다. 나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내 외모가 이렇게 바뀌었는데 바로 내가 백웅이라고 알아보는군."

"옆에 미호 님이 있기 때문이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라면, 당신이 의술에 능통하기 때문에 성형을 할 것이라 생각했소."

망량이 껄껄 웃었다.

"물론 이렇게 예쁜 소년이 될 줄은 몰랐지만."

"으으... 놀리지 마시오."

나는 괜한 말을 꺼냈다고 생각했다. 망량도 꽉 막힌 생원이 아니라서 빌미가 생기면 평범한 사람처럼 놀려대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되려 보통사람보다 성격이 나쁠지도 몰랐다. 내가 우거지상을 쓰고 있자 망량이 말했다.

"정리하자면 바로 북극으로 가는 것보다 정보를 수집하는데 주력했다는 거군. 잘 했소."

"고맙소."

"생각은 다 해뒀소."

그렇게 말한 망량이 내게 물었다.

"백웅 당신은 지금 그 이반 4세와 벨로프의 대립에서 벨로프가 이겼으면 좋겠소?"

"잘 모르겠소.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생뚱맞은 서역 색목인(色目人)들의 대결이라서 아무런 공감도 가지 않소. 최대한 얻어낼 것만 얻어내고 싶었지만 위험부담이 커서 일단 당신에게 의견을 들으러 온 거요."

망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그런 기분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총(銃)이 신경쓰여서 그런 것이오."

"총?"

"총의 위력에 강한 인상을 받은 까닭에, 서역인들이 다루는 총이나 전투장비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긴 것이지. 그들의 강점을 당신의 장점으로 만들려고 하는 심리 때문이었던 거요."

"흠... 그럴지도..."

나는 망량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북해빙궁주가 보여준 총의 시범에서 나는 잠재적인 가치를 느꼈기 때문에, 이게 향후 내게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래서 나는 벨로프를 도우는 척 하면서 총기나 관련 전쟁기술을 배워가려 했던 것이다.

망량은 자신의 섭선을 팔락거리며 말했다.

"참고로 명 제국에도 총이 없는 게 아니오. 당연히 있소."

"엥? 정말이오?"

"명 제국에서 무림에 걸어놓은 가장 큰 제약이 뭔지 아시오? 바로 화기(火器)를 엄금하는 것이오. 그것은 무림인들이 벽력탄이나 대포를 사용하는 걸 위험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총기를 함부로 제작 유포할것을 두려워해서 내린 조치요."

"......!!"

"대명 제국은 세계적으로 볼때도 강력한 강대국이오. 그렇기 때문에 민간에는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서쪽의 열왕(列王)이나 중동의 군주들도 공물을 보내면서 대명 제국과 교류를 하는 중이지. 내가 천문관으로 있을 당시에 그 사신들이 내놓은 공물 중에는 최신식 총기도 당연히 존재하고 있었소."

나는 망량의 말에 수긍했다. 확실히 그렇지 않고서는 저 멀리에서부터 황금 비등같은 마도사의 유물이 중원까지 올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또한 사신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명나라에 잘 보여야 하니 최신식 총기를 보여주며 호감을 사려 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망량이 씁쓸하게 웃었다.

"과거 명 제국은 총기의 위력을 알면서도 크게 양성하지 않았소. 지금도 약 치륜식 총기 2만여 정을 황실무기고에 보유하고 있지만 실전배치가 안되어 있소. 왜 그런지 아시오?"

"왜 그렇소?"

"적(敵)이 없기 때문이오."

무슨 소리인가.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자 망량이 설명했다.

"총을 보유해서 무력을 올리고자 함은 적을 쓰러뜨려서 얻을 게 있기 때문이오. 그러나 현재 대명 제국 주변에는 적이라고 할만한 강대국이 거의 존재하지 않소. 아라사 제국이 근방까지 세력을 뻗치려면 아직 반 세기는 더 걸릴 것이고, 초원인들은 완전히 몰락했으며, 심지어 남방이나 동방의 국가들은 명나라의 눈치만 보고 있소. 이런 상황에서 구태여 총기를 발전시켜서 내부의 혼란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었던 거지."

나는 황당해서 외쳤다.

"그런 게 어딨소? 지금 이 순간에도 서방국가들은 총기 기술을 발달시키고 있을텐데..."

"중화(中華)란 우물이오. 우리는 강대하고 비옥한 영토를 획득했기 때문에, 더 이상 외부와 싸울 필요가 없게 되면 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평화를 즐기는 것 뿐이오. 그것이 바로 대명제국은 물론 중화에 세워지는 제국들의 한계라고 할 수 있지."

망량이 씁쓸하게 말했다.

"물론 당신의 예측대로 이대로 가면 약 2백여년 후에는 서방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렇게 후대의 일을 걱정하는 위정자가 어디 있겠소?"

"......"

거기까지 말한 망량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른 것 같소. 현 황제는 왠지 화약(火藥) 및 각종 화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최신식 문물에도 많은 투자를 하는 중이오. 선제 폐하와는 확연히 다른 관점이지."

"총병을 앞으로 양성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오. 기술이란 그렇게 쉽게 발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기간산업과 기술자를 양성하는 듯 하더군."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런 정보는 이번에 황연을 앞세워서 정계에 관여했기 때문에 얻어낼 수 있었던 거요?"

"그렇소. 따지고보면 황연 대장군의 직속예하부대라 할 수 있는 북룡대의 최신식 총기무장과 대포들은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지. 그런만큼 황연은 군부에서 정부의 동향을 읽어내기가 제일 쉬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오."

망량이 씨익 웃었다.

"하하, 정말 믿기지가 않는군. 지금의 당신은 나와 그럭저럭 말이 통하고 있는데 어딜 봐서 천하의 둔재란 말이오? 상당한 식견을 지니고 있는게 분명하거늘."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려 14번씩이나 죽으면서 필사적으로 지혜와 무력, 경험을 쌓아올린 결과 이제야 망량과 얘기가 통한다는 게 되려 치욕스러운게 아닌가? 나는 여기서 만족할 게 아니라 앞으로 더욱 성장해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표정을 되돌리며 망량에게 말했다.

"하여튼 어쩌는 게 좋겠소? 참고로 책과 지도는 여기에 가져왔소."

"흠."

"이족의 고대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이니 분명 도움이 될 거요."

내가 목함에서 꺼내놓은 책과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미 주변에는 내가 화염술로 소환해놓은 불꽃이 조명처럼 맴돌고 있어서 형태를 확인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망량은 그 책을 집어서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말했다.

"이건 고대의 룬 문자구려. 고대 키릴 문자도 섞여 있고."

"룬... 뭐시기? 그게 뭐요?"

"우리는 그냥 서역인이라고 통합해서 부르지만 그들 중에서도 족속이 꽤 나뉘어져 있소. 참고로 이 룬 문자라는 건 외눈의 신이 자기자신을 바치는 고행 끝에 얻어냈다는 신대(神代)의 문자로써, 따지자면 갑골문과 비슷한 시기의 문자라고 할 수 있겠소."

"......"

무슨 소린지 모르니까 가만히 있어야겠다.

내가 가만히 있자 망량이 책에 이어서 지도를 살펴보았다. 그는 곰곰히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이 지도는 이대로는 못 써먹소."

"못 써먹는다고?"

"고대에 만들어진 지도라서 그런지 지각변동이 반영되지 않은 걸로 보이는군. 올바른 독도법(讀圖法)을 익혀서 다시 그려봐야 하오. 물론 그 독도법이 당신이 가져온 책 중에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다시 지도를 그린다면 북극에 갈 수 있는 거요?"

망량이 지도를 반대로 들어서 다시 살피더니 말했다.

"독도법을 찾아서 반영한다면, 나라면 칠 주야 이내에 새 지도를 만들어줄 수 있소."

"잘 됐군!"

망량은 옆에 있던 미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호 님. 여쭤볼 게 있습니다만."

"무엇이냐?"

"그 얼음에 갇힌 용이 사악한 존재라 하셨는데, 혹시 이족(異族)의 수하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입니까?"

"흠... 그런 건 아니고, 단지 승천(昇天)을 하지 않고 지상에 남아있는 동안 악독해진 놈이라고 생각한다."

순간 나는 미호에게 '너처럼?' 이라고 놀릴 뻔 했지만 상황에 안 맞는 걸 깨닫고 관두었다. 미호의 대답을 들은 망량은 고민하더니 내게 말했다.

"백웅. 당분간 여기 머물러 보시오. 지도가 완성되는지 아닌지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해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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