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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201화 (20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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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三皇五帝)

나는 벨로프를 따라서 설원 속의 소나무숲을 통과했다. 그리고 약 5리 정도를 걸은 후, 벨로프가 왠 시꺼먼 사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사원의 형태는 아스타나에서 보았던 대사원과 크기가 다를 뿐 거의 유사했다.

사원으로 들어온 벨로프는 사원 중앙에 있던 진(陣)에 다가가서 그 위에 섰다.

"이리 오게."

내가 벨로프를 따라서 진 위에 서자, 잠시 후 발 아래에서 새파란 알갱이 같은 것이 점점이 솟아올랐다. 잠시 후 푸른 휘광이 주변을 휩쓸었고, 다음 순간 다른 장소에 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똑같이 주변 풍경은 사원의 그것이었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공간이동이 된 것이다. 신기해하자 벨로프가 말했다.

"본거지에 가기 전에 묻고싶은 게 있군."

"무엇이오?"

"자네들의 목적이 무엇이지? 그저 지식을 얻고자 이 나라에 온 것인가?"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우리는 북극 대륙에 가기 위해서 지식을 모으러 왔소. 지도나 정보 등등."

"북극 대륙? 거기엔 왜?"

"거기까지 말할 이유는 없소."

"그렇군..."

"그런데 자네'들'이라니 무슨 소리요?"

벨로프가 대답했다.

"자네의 목걸이인 척 하고 있는 게 사실은 변신술법을 쓴 무언가라는 걸 알고 있네."

"......"

퍼엉

그러자 미호가 변신을 풀고 인간 모습이 되었다. 늘씬한 미녀의 모습을 취한 미호는 불쾌한 듯 말했다.

"음충맞은 노인네군. 일부러 모르는척 하고 있었던 것이냐?"

"그렇지 않네. 배려일 뿐이지."

"흥..."

나는 미호를 진정시키고는 벨로프에게 말했다.

"우리 사정을 이야기했으니 당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 해 주시오.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도움을 주든 말든 할 게 아니오?"

"알겠네. 어차피 본거지에 가기 전에 상황설명은 해 줘야겠지."

벨로프는 뚜벅뚜벅 걸어가서 사원에 비치되어 있던 의자에 앉았다. 맞은 편에 나와 미호가 앉자 벨로프가 이야기를 꺼냈다.

"일이 벌어진 건 지금부터 3년 전의 일일세. 짜르인 이반 4세의 광증이 재앙이 된 건 바로 그 때 부터였지."

"보통 인간은 광증이 도진다고 해서 저런 짓을 할 수 없소."

"그렇겠지. 허나 이반 4세는 그때부터 이미 보통 인간이 아니었네."

"무슨 뜻이오?"

벨로프는 한숨을 쉬었다.

"아까 이반 4세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마(魔)가 아니라 했었지? 그 말은 옳다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병을 낫기 위해 집착하다가 신화(神化)의 힘에 손을 대었기 때문일세."

"신화? 아까도 이야기한 것 같은데 그게 뭐요?"

"설명한 그대로일세. 신화(Theosis)는 신의 경지에 한없이 다가가버린 인간을 동방정교회에서 칭하는 단어."

"......"

"지금 이반 4세는 반신(半神)이라고 할 수 있지."

반신!

인간과 신의 경계에 있는 존재라는 뜻인 듯 했다. 하긴 그 정도 경지가 아니라면 모스크바에서 내가 느꼈던 이반 4세의 힘을 설명할 방법이 없긴 했다. 나는 그가 거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밑밥을 까는 걸 눈치채고 말했다.

"이반 4세가 아무 징후 없이 그렇게 되었을 리는 없겠군. 왜 그가 신화해서 반신급 존재가 되었는지 설명해 주시오."

"그러지."

잠시 망설이던 벨로프가 말했다.

"그는 원래 수은(水銀)에 중독되어 있었네. 명나라의 황제와 마찬가지로 장수의 꿈을 안고 섣불리 연금술에 의존하다가 지닌 목숨도 못 누리게 되는 상황이었지. 그래서 이반 4세는 자신의 수은중독과 합병증을 치료하려고 우리 동방정교회에 손을 뻗었네."

"수은중독? 연금술?"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벨로프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대는 연금술을 잘 모르는군. 장수를 목적으로 연단(煙丹)하는 연금술 중에는 사이비가 굉장히 많고, 그 중에는 수은을 섣불리 갖다쓰다가 해가 되는 경우가 많네."

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대꾸했다.

"하지만 내가 보았던 연금술사는 굉장한 술법사였소."

"무슨 소리인가?"

나는 벨로프에게 명나라의 황궁에 소환되어서 흉계를 꾸미고 있는 연금술사라는 존재와, 그의 가공할 술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벨로프는 심각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수정석비를 소유하고 있다니... 그는 진짜배기 연금술사가 분명하군. 그런 자를 적으로 돌리다니 고생이 많겠군."

"아무튼 나머지 이야기를 해 주시오."

"동방정교회에서 이반 4세의 수은중독을 치유해주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바로 성상(聖像)의 힘을 이용해서 그를 치유하는 것이었네. 성상의 힘이 축복을 지속적으로 내린다면 그의 수명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성상이란 말을 듣자 생각나서 반문했다.

"성상이라면 그 황금 이파리를 말하는 거요?"

"이렇게 생긴 것일세."

스윽

벨로프는 품 속에서 왠 여인의 모습이 담겨있는 조그마한 조각상을 꺼내었다. 아무래도 이게 나에게 황금 이파리의 축복을 내려준 물건인 듯 했다. 상당한 영력(靈力)이 담겨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건 수도사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며 술수의 근원일세. 자신의 신앙심을 도야시켜서 기적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지. 분명히 성상의 치유효과는 상당히 효과를 보아서 이반 4세의 중독증상은 많이 호전되었었네."

벨로프가 한숨을 쉬었다.

"... 그 존재가 황궁에 나타나서 이반 4세를 현혹시키기 전까지는."

"그 존재?"

"3년 전 느닷없이 왠 의문의 존재가 이반 4세를 현혹시켜서 동방정교회의 수도사들을 추방시키고 그에게 사악한 지혜를 빌려주었네. 그 결과 이반 4세는 난데없이 신화의 힘을 얻어서 반인반신의 경지에 올랐고, 모스크바에 있던 인간들은 그에게 납치당해서 이공간에 유폐된 것으로 보이네."

"흠..."

그 거대한 도시에 집이 텅텅 비어있고 인간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은 그런 이유인가.

일반인들은 그 '이공간'이라는 장소에 갇혀있으리라.

"나와 동료들은 지옥이 된 모스크바를 경계하며 이반 4세의 아들인 표도르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네. 그러던 중 자네가 크렘린 궁에 남겨져 있던 고대의 도서관을 나오면서 감지결계가 반응했던 거지."

나는 벨로프의 말으로 전후사정을 대충 알 수 있었다.

' 즉, 왕의 중병을 치유하려던 중 의문의 존재가 난입해서 그를 반신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건가.'

하지만 너무 뜬금없고 맥락이 안 맞는다. 의문의 존재가 난입한 건 그렇다 치고 어째서 이반 4세가 반인반신의 경지에 올랐단 말인가? 중간과정이 생략된 걸 느낀 건 미호도 마찬가지였는지 미호가 팔짱을 끼고 물었다.

"이해가 안 가는구나. 아니 그 전에 신화라는 경지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인지 설명을 해라."

"흠... 신화라는 건 원래 성신이자 성령(聖靈)께서 내리시는 거룩한 축복이지. 마음을 비우고(kenosis), 결합하여(henosis), 생의 마지막에 대수도사가 도달하게 되는 궁극의 경지를 신화(Theosis)라고 하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인간의 육신을 버리고 정령(精靈)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나는 놀라서 그에게 반문했다.

"인간이 정령처럼 된다고? 그건 우화등선한다는 뜻인가?"

내가 알고 있는 경지 중에서 벨로프의 설명과 가장 유사한 것은 바로 우화등선이었다.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신선(神仙)이 되는 우화등선의 경지와, 벨로프가 설명한 신화라는 경지는 너무나 유사했던 것이다. 신선도 일종의 정령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나는 신화도 우화등선도 겪어보지 못했으므로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네. 하지만 궁극의 경지에 오른 인간이 결국 정신체(精神體)가 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아마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이상하군. 한평생 수행을 한 대수도사가 도달할까말까한 경지에 중병을 앓던 폭군이 단숨에 도달해 버렸다고?"

"이상하지만 그게 현실일세."

"......"

미호가 날카로운 눈빛을 번득이며 말했다.

"황궁 내부에 있는 그 존재가 각성시켜 줬겠군. 그 존재는 대체 뭐하는 놈이냐?"

"그 자는 자기자신을 사도(使徒)라고 밝혔네. 엄청난 마력(魔力)의 소유자이지."

"사도?"

"사도의 정확한 정체는 우리도 알 수가 없네. 그러나 총대주교님을 비롯해서 강한 능력을 지닌 동방수도사들이 모두 덤볐음에도 그의 마력을 감당할 수 없어서 결국 모스크바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지."

미호는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게 있었다.

마왕 달기!

고대신의 사도!

14번째 전생에서 마지막에 아군을 전멸시켰던 그 무시무시한 존재는 자기자신을 [옛 지배자]의 사도라고 밝혔다. 그 만남은 얼마되지 않은데다가 하도 인상깊은 기억이라서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만일 항우가 강신하지 않았다면 남아있던 자들도 모두 처참하게 죽는 수밖에 없었으리라.

' 그렇다면 지금 크렘린 궁의 내부에 있는 놈은 마왕 달기급이란 말인가?'

오싹!

나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마왕 달기의 힘은 정말로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으므로 그런 수준의 적과 싸울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억지로 공포를 억누르며 빠르게 두뇌를 회전시켰다.

' 옛 지배자의 직접명령을 듣고 움직이는 사도라는 존재들은 대개 마왕급인 것이고, 그 밑에 졸개급 이족들이 활동하는 식인 거군... 이제 대충 알겠다.'

내가 생각을 거듭할 때 벨로프가 말했다.

"말할만한 정보는 다 공유한 것 같군. 이제 선택해 주게."

"무엇을 선택하라는 말이오?"

"우리는 표도르 왕의 도움을 받아서 모스크바의 탈환수복을 노리고 있네. 그걸 위해서 지금 정보와 힘을 모으는 중이지. 우리 일을 도와준다면 북극으로 향하는 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네."

아무래도 그는 본거지를 직접노출시키기 전에 우리와 미리 교섭해 두려고 이야기를 꺼낸 듯 싶었다. 노회한 술법사 다웠다.

"너무 얻는 게 적군.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은 정보만 해도 충분하오."

나는 한 번 튕겨보았다. 그러자 벨로프가 말했다.

"정보만 얻고 가려는 건가? 양심이 없군."

"어차피 방금 이야기한 건 진짜 중요한 정보는 아닐 거 아니오? 우리에게는 그 신화인지 뭔지 하는 괴물에 대처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는 거요."

"......"

벨로프가 망설이더니 말했다.

"이반 4세에게 대처할 방법은 있네. 우리 편이 된다면 가르쳐줄 수 있어."

"일 없소. 방법이 있는 게 우리에게 이득이 되진 않소."

"이득이라, 그럼 이런 건 어떤가?"

벨로프가 말을 이었다.

"자네들이 우리를 도와서 이반 4세를 토벌하는데 성공한다면, 우리가 지닌 최고의 성유물(聖遺物)을 줄 의사가 있네."

"성유물?"

"명나라에는 보패라는 게 있다지? 그것과 동격일세."

나는 힐끔 미호를 바라보았다. 미호는 내 눈빛을 받자 눈치를 챈 듯 했다. 미호가 내게 심어를 날려왔다.

[ 저놈들과 합류할 생각이냐?]

[ 그래. 우선 정보는 알아둬야 하잖아.]

[ 적이 너무 강대한 것 같은데 그냥 이번 일은 피해라. 자칫하면 목숨도 건질 수 없다.]

나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미호는 내 목숨을 살리는 걸 최우선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에 있어서는 반드시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알아내고 싶은 게 있어도 미호가 그걸 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호가 나를 찾아낼 때까지 뺑뺑이를 돌게 하는 것도 양심에 찔리는 일이다.

나는 별 수 없이 미호를 설득하기로 했다.

[ 미호. 위험하면 비등으로 도망칠게. 날 믿어줘.]

[ 믿는다고? 지금껏 너는 14번도 넘게 죽었지 않느냐.]

[ 윽...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이번에는 달라. 왜냐하면...]

내가 이유를 설명하자 미호의 안색이 풀렸다. 미호는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 ... 위험하면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알겠지?]

[ 알았어.]

나는 미호와 의견이 조율되자 벨로프에게 말했다.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북극으로 향하는 길이 조금 늦어져도 어쩔 수가 없다.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이익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최대한 비벼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번 전생에서는 이걸 이용해서 추가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생각했네."

우리는 벨로프를 따라서 사원을 나갔다. 사원을 나가서 약 10리 정도를 걷자, 왠 조그마한 마을이 보였다. 중원의 마을과는 다르게 이국적인 양식으로써 아라사 제국 특유의 건축양식인 것 같았다.

"우리는 이 마을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네. 동방정교회의 수도사들은 대개 여기에 모여 있지."

벨로프는 마을의 중앙에 있는 건물으로 향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벨로프와 같은 복장을 한 '수도사'들이 십여 명 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벨로프를 보자마자 일제히 예를 갖춰서 인사했는데, 벨로프의 직위가 상당히 높은 것임을 의미했다.

' 총주교좌라고 했던가...'

무슨 직책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동방정교회라는 곳에서는 꽤 높은 직위일 것이다. 벨로프는 수도사들의 인사를 받은 후 그들에게 아라사 말로 무어라고 설명을 했고, 수도사들은 우리를 힐끔거리다가 납득한 듯 했다.

잠시 후 벨로프가 말했다.

"우리와 뜻을 함께 하는 동지를 소개해 드리겠네."

철그렁...

건물 안쪽에서 철갑(鐵甲)을 두르고 있는 왠 덩치 큰 사내가 걸어나왔다. 사내의 주 무장은 창(槍)을 변형시킨 도끼모양의 장병기인 듯 했다. 사내에게서는 상당히 강력한 기(氣)가 뿜어져 나왔기에 그가 고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왜 저런 철갑을 입고 있는 거지?'

나는 그 사내를 보자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림의 고수들은 민첩성이 생명이었으므로 별도의 무장을 갖추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어차피 기(氣)에 의한 공격력이 워낙 막강한데다가 내가중수법이 발달해 있으므로 갑옷이 높은 수준에 갈수록 거추장스러웠기 때문이다.

철갑을 입은 사내가 껄껄 웃으며 뭐라고 외쳤다. 그는 왠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

물론 아라사 말이라서 쉽게 알아들을 수 없었고, 벨로프가 무언가 술법을 시전하자 그제서야 쉽게 들렸다.

"하하! 명나라 여행자라고? 참 이쁘장한 녀석이구나."

"......"

"오늘 내 침상에 오면 귀여워해 주마."

나는 기가 막혀서 아라사 말로 그에게 말했다.

"나는 남자요."

그러자 사내는 게슴츠레 눈을 뜨며 대답했다.

"맛만 좋으면 되지. 나는 그쪽도 꺼리지 않는다."

"......"

내 생전 남자에게 이런 시선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나는 분노와 당혹감이 겹쳐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느꼈다. 동시에 지금 내 외모가 얼마나 여자와 분간이 안 가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주변에 있던 수도사들 중에는 내 외모를 훔쳐보며 더러는 발기한 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욕정을 느끼는 게 틀림없었다.

옆에 있던 미호가 눈치를 챘는지 낄낄거렸다.

[ 꺄하하하. 인기 좋구나.]

"으아아아!!"

나는 이를 꽉 깨물고는 달려들어서 철갑을 입은 사내에게 주먹을 날렸다. 짜증을 잔뜩 담아서 날렸기에 보통 인간이라면 몸통이 그대로 터질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꽈아아앙!!

"으아아악..."

철갑을 입은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서는 벽을 뚫고 이십 장 밖으로 날아가서 처박혔다. 그는 직전에 급히 강철방패로 방어한 모양이었지만 방패도 형편없이 우그러뜨려 지면서 하늘을 날았다.

후두두둑...

먼지가 떨어졌다. 나는 분노를 담아서 사자후를 터뜨렸다.

"눈 깔아, 개새끼들아!!"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에 있던 수도사들이 공포에 질려서 주저앉았다. 그들의 정신력으로는 내 내공을 담은 사자후를 이겨낼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벨로프는 수준이 다른지 침착하게 사자후를 버텨내고는 한숨을 쉬었다.

"대기사(大驥士) 카를이 오만한 성격이라서 자네에게 무례를 범했군. 대신 사과하겠네."

"저 개새끼 이름이 카를이오?"

"저래봬도 우리 진영에서는 제일가는 용맹을 지닌 기사인데, 자네가 피떡으로 만들어 버렸군."

"죽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시오."

나는 짜증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리고 벨로프를 따라서 더 안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옆에 있던 미호가 방실방실 웃으며 심어를 했다.

[ 서양 기사도 별 거 아니구나. 그렇지 않으냐?]

[ 모르지.]

[ 겸손하기는.]

나는 더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저 카를이란 놈은 기(氣)를 사용해서 자신의 방패에 방어력을 높이는 수법을 사용했었다. 게다가 자신의 철갑에도 기를 두를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라면 삼 장 바위도 분쇄시켜버릴 내 공격에도 살아남은 것이다.

저런 방식으로 싸운다면 철갑무장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고, 나아가서는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도 있었다. 중원의 무인들과는 상당히 다른 강함을 보유하고 있는 듯 했다.

즉, 방어력 하나만큼은 굉장한 놈들!

저런 놈들이 단체로 싸우게 된다면 어지간한 무림고수들도 감당하기 어려울게 분명했다. 나처럼 어마어마한 내공을 지니고 있거나 초절정고수 수준이 아니면 버거우리라. 신체의 무력을 제외한 것으로도 강함을 확보할 수 있는 예시였다.

' 재밌겠어.'

어쩌면 나도 철갑이나 방패를 이용해서 전투력을 손쉽게 상승시킬 수 있지 않을까?

만일 그게 가능하다면 이번 토벌행은 헛수고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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