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95화 (19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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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三皇五帝)

망량에게 되돌아오자, 그는 황연 대장군을 불러서 식솔들의 구출을 확인하게끔 했다. 황연 대장군이 크게 기뻐하자 망량이 말했다.

"장군. 저희는 약속을 지켰으니 장군께서도 약속의 이행을 진지하게 생각해 주십시오."

"흠... 물론일세. 그러나 문제가 있네."

"어떤 문제를 말씀하시는지?"

"내가 이 일의 부당함을 폐하께 정면으로 고한다 해도 도움이 되어줄 자가 그리 없네. 군권 이외의 정치세력이 필요하네."

그러자 망량이 대답했다.

"등곽 어르신을 저희 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입니다."

"등곽을? 그게 가능하겠나?"

"목적성은 서로 합치합니다. 하물며 대뢰옥에 희생당한 자들의 증언이나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요."

"흠... 그렇다면야 나도 노구를 아끼지 않겠네."

그들의 대화가 끝나고나자 망량은 다시금 구출된 자들과 이야기를 하러 갔다. 망량이 되돌아왔을 때 나는 그에게 질문했다.

"등곽에게는 한 번 설득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었소. 그걸 말했을 텐데 어찌할 생각이오?"

그랬다.

청류계를 비롯해 재야인사들의 수장인 등곽! 그는 지극히 높은 고관대작이자 청렴한 관리였으며, 충분히 동창이나 금의위의 방해공작을 뚫고 정면으로 공신력있게 밀고나갈 수 있는 존재였다. 대학자이자 대현이기도 한 등곽의 정치적인 힘은 상당한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처음으로 반천맹과 뇌신류가 연합했던 전생(轉生)에서 등곽의 설득은 실패했었다. 나는 설득자리에 함께 따라가지 못해서 자세한 상황은 몰랐지만, 등곽과 친분이 있는 이광을 대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이다. 내가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자 망량이 오화칠금선을 펄럭거렸다.

"당신의 말에 따르면, 청류계의 등곽은 사실 이광의 의형이었으며 그 친분을 근거로 이광이 설득하러 갔었지만 실패했었다는 거군. 그리고 그 자세한 정황은 듣지 못했으나 정치적인 보신(保身)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복잡한 뒷사정이 얽혀있었다는 것이고. 여기까지 확실하오?"

"그렇소. 내 기억으로 그 때 이광은 최선을 다했으나 실패해서 한탄했었소."

"그렇다면 등곽을 설득하는 일은 먼저 그의 사정이 어떠한가를 알아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거요. 그 때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다르오. 아직 우리의 행적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시도할 방법이 있지."

그렇게 말한 망량이 말했다.

"백웅. 내게 쌍고검(雙股劍)을 줄 수 있겠소?"

쌍고검은 촉한 소열제 유비의 애검으로써 녹옥의 보검(寶劍)이었다. 나는 대뢰옥의 괴물과 싸워이겨서 쌍고검을 챙긴 바가 있었다.

"그야 물론이오. 헌데 어디 쓰려는..."

"한번에 내 계획을 설명해 주겠소."

망량은 대청에 걸터앉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의 근본적인 활동방향은 [백련교에게 패권을 넘긴다]는 것이오. 그렇다면 최초의 활동 교두보는 당연히 낙양에 있는 한씨세가가 우선이 될 수밖에 없소. 한씨세가의 가주이자 화신류의 호법사자인 한백령을 설득함으로써 단초를 마련할 거요."

"......!!"

"그녀에게 황실전복의 용이성과 우리의 가치를 증명함과 동시에, 앞으로는 흑백련 또한 그녀를 통해 백련교주에게 전달함으로써 신용을 얻어낼 것이오. 그리고 백련교의 제약이 풀린 후에는 백련교 또한 우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겠지. 쌍고검은 한백령을 설득하기 위한 공물의 역할이오."

나는 망량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당신과 함께 가서 도와주겠소. 그녀의 무형지기는 보통 무인으로서는 버티지 못할 수준이오."

망량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되오. 당신은 이번 전생에서 왠만하면 외부에 자신의 얼굴이나 무공을 노출시키지 마시오. 이번 구출작전처럼 적들의 전멸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무슨 말이오?"

"모습이 노출된다는 건 굉장히 불리한 상황에 처한다는 걸 의미하오. 적들이 만일 당신의 성명, 얼굴, 사용절기, 능력 등등을 파악하게 된다면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줄어들게 되오. 나는 백웅 당신을 최후의 한 수로 운용할 생각이오."

"으음."

"참고로 백련교에게도 당신이 알려져서는 안 되오. 이 점을 유념하시오."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째서 황궁, 백련교를 비롯해서 모든 이목이나 시선에 노출되면 안된다는 것일까?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듯 싶었지만 최후의 한 수라는 말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망량이 말을 이었다.

"물론 나도 지금 당장 한백령을 설득하러 갈 생각은 없소. 무공과 술법을 쌓고 반천맹이 궤도에 오르는 데까지 대략 2~3년을 잡고, 그 때부터 계획을 시동할 생각이오. 그러니 당신은 지금은 막야의 행적을 쫓는데에만 정신을 집중해 주시오."

"정말 세상의 북쪽 끝까지 가야 하오?"

"어이없어보이겠지만 지금은 그게 최대의 지름길이오. 칠요 막야의 힘이 없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되지 않소. 중원의 일은 모두 내게 맡기고 당신은 막야를 찾으러 가시오."

"알았소."

세상의 북쪽 끝으로 간다.

고민하고 있는 내게 망량이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술법(術法)을 연마할만한 장소를 찾아 보시오."

"알겠소."

"지금까지는 무공에만 주력했겠지만 앞으로의 싸움에는 술법능력도 필수적으로 필요할 것이라 보이는군. 지금의 당신은 초급의 술사이지만 좀 더 수준을 올려 주시오."

"......"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술법의 수준을 올리는 건 무공보다 되려 어려운 점이 있었다. 망량이야 기본적인 술법지식을 다 터득한 후에 후천적으로 재량을 올리는 식이기 때문에 쑥쑥 발전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게 아닌 것이다.

나는 망량에게서 빠져나와서 우선 진랑곡을 나왔다. 망량은 지금 당장이라도 내가 북쪽으로 가서 단서를 얻기를 원하는 기색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진랑곡을 나오자 미호가 옆에 나타나서 말했다.

"북쪽 끝이라 한다면 아마 대초원(大草原)보다 위쪽을 말하는 것일 게다."

대초원이란 중원의 만리장성을 넘어서 더욱 위쪽, 유목민족들이 거주하는 광활한 초원을 의미했다. 그 곳에서는 원(元)나라의 근본이 되었던 호전적인 유목민족들이 대거 살고 있었으며, 현재는 대명제국의 토벌작전에 의해 그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알고 있었다.

나는 미호에게 말했다.

"미호는 대초원이나 그 위로 가본 적 있어?"

"흐응... 잘은 모르겠지만 한 번쯤 지나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요동보다 이북의 땅을 지나쳐 왔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의 북쪽 끝이라 할만한 곳까지는 본녀도 가본 적이 없느니라."

"내가 가본 곳은 북해빙궁(北海氷宮)이야. 거기를 기초로 해서 나가야겠군."

"북해빙궁이라면 십이율 중 하나가 아니냐?"

"그럴 일이 있었어."

나는 과거에 십이율 문주들과 한번씩 겨루기 위해서 각지의 십이율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다. 대개 십이율 문파는 요동에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북해빙궁은 개 중 특이하게도 북쪽의 동토(凍土)에 있었다. 해삼위(海參?)라고도 불리는 조그마한 도시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북해빙궁이 있는 대지는 아주아주 추웠다. 그 당시의 나는 엄청난 내공과 초절정에 근접한 무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북해빙궁을 방문할 때 털옷을 꽁꽁 싸매서 가야만 했을 정도였다. 내공으로 한서불침을 이루기는 했지만 지독한 한파 때문에 지속적으로 내공이 누수되는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미호가 말했다.

"그럼 하는 김에 북해빙궁주의 도움을 받는 게 어떠냐? 그는 북쪽 대륙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좋을까..."

미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북해빙궁주는 단순히 십이율의 문주일 뿐만 아니라 그 일대의 패주였다. 일대의 역사나 지리, 문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을 게 분명했다. 미호가 말을 이었다.

"아, 그런데 좀 걸리는 게 있구나."

"뭐가?"

"망량이 네 외모나 행적을 노출시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건 당연히 십이율에도 해당되는 일일 것이다. 뭔가 네 신분을 감출 방법이 필요하겠구나."

"흐음."

나는 미호의 말을 듣고 나서 잠시동안 생각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럼 고려에 잠시 들렀다 가야겠네."

파앗!

나는 잠시 후 미호와 함께 비등을 이용해서 고려에 왔다. 정확히는 정씨 가문의 빈객으로 있는 화서명 의원을 방문한 것이다. 의약전에 뜬금없이 나와 미호가 나타나자, 약재를 정리하고 있던 화서명 의원은 크게 놀란 기색이었다.

"자, 자네는 방계의 젊은이 백웅?"

"간만에 뵙습니다. 그간 건강하셨습니까?"

내가 포권을 하며 인사하자, 화서명은 평정을 되찾고는 껄껄 웃었다.

"하하... 물론 자네가 준 금괴는 잘 쓰고 있네. 이미 화북의 상단에 의뢰해서 내 일족을 고려로 데려오고 있는 중이야. 자네는 우리 화씨 일족의 영웅이야."

"제 일을 누군가 다른 자에게 이야기하신 적 있습니까?"

"아니 그런 적은 없네. 자네의 존재는 나와 정 가주만이 알고 있는 극비일세."

다행히도 화서명이나 정 가주는 내 존재를 비밀로 해둔 모양이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화서명이 미호를 힐끔 보며 말했다.

"그쪽은..."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미호가 상큼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인사드리옵니다. 저는 백웅의 아내되는 미호라 하옵니다."

"오오... 반갑소."

"......"

나는 어이없는 눈으로 미호를 바라보았으나 미호는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별 수 없이 본론을 꺼냈다.

"오늘 이렇게 뵈게 된 이유는 다름아닌 성형술(成形術)에 대해 의논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성형술?"

"네. 저는 성형술에 대하여 기초지식을 알고 있지만 확실하지가 않아서 천하오대신의이신 화서명 의원께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전수받고 싶습니다."

"흐음..."

화서명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근처에 있던 침술연습용 인체모형을 들고 와서 눕히고는 말했다.

"자네가 성형술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최대한 설명해 보게나."

"성형술이란 의술의 일환으로써 외과(外科)에 속하는 수술입니다. 직접적으로 칼을 대는 것 뿐만이 아니라 비전의 침술, 탕약을 함께 이용해야 합니다. 또한 인체의 근육과 골격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개요는 그 정도면 되었군. 그럼 자네가 알고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내게 설명해 보게."

"우선 비침(秘針)의 행로는 이렇게 두 개의 궐맥(闕脈)을 잡아서..."

나는 기억력을 끌어모아서 대략 한 식경 정도 성형술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화서명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디서 전수받은 적이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틀렸어. 자네의 성형술 지식은 상당히 많은 부분이 누락되어 있고, 실전에서 써 본 경험도 없는 모양이군."

나는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나는 수십 년 동안 의술을 배웠을 때 화서명 밑에서 성형술도 강의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성형술은 상당히 난이도 있는 의술에 속했기 때문에 나는 쉽사리 터득하지 못했다. 게다가 성형술을 써 줘야 하는 환자도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실제로 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때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므로 지식도 군데군데 잊어버려서 망각해 버린 셈이었다.

화서명이 말했다.

"이대로 펼치면 일시적으로는 외모를 변용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얼굴의 근골과 조직에 큰 부담을 주게 되어서 괴물같은 형상이 될 걸세. 내가 올바른 성형술을 전수해 주도록 하지."

"저 자신에게 제가 펼칠 수도 있겠습니까?"

"까고 말하자면 자네가 알고 있는 성형술이라는 건 침술을 이용해서 가상의 얼굴형태를 고정시켜놓고, 탕약을 이용해서 몸의 기(氣)를 안정시키면서 맞춰나가는 식일세. 약식수법에 지나지 않지. 제대로 된 성형술을 익히고자 한다면 수십 년의 연마가 필요하겠지만 그런 수준이라면 자기자신한테 시술하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게야."

"다행이군요."

화서명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얼굴을 바꿔야 할 일이 생겼나?"

"네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자네의 은혜를 갚아야겠군. 내 직접 자네에게 성형술을 시전해 주겠네."

"......!!"

"물론 내 성형술은 특별하니 원래 용모로 돌아오는 걸 걱정할 필요도 없네. 비맥을 몇 번 자극하기만 하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 게야."

광명신의 화서명이 성형술을 펼쳐주다니!

그렇다면 내가 펼치는 것보다 훨씬 완벽할 것이다. 광명신의 화서명이 힐끔 옆에 있던 절세미녀 모습의 미호를 곁눈질하더니 내게 속삭였다.

' 자네가 장성한 모습은 미추를 따진다면 굉장히 추한 편이 될 터이지만 내 특별히 그 용모를 멋드러지게 해 주지. 자네의 내자(內子)도 아주 좋아할 거야.'

"......"

아마 미호의 청력상 다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호는 못 들은 척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내게 깔깔거리는 심어를 보내 왔다.

[ 백웅, 성형 받아라! 받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 야, 무슨 협박까지 하고 있어?!]

[ 우후후.]

미호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 잘생긴 게 최고야!]

[ ......]

그렇게 나는 그 다음 날부터 광명신의 화서명에게 성형술을 시전받음과 동시에, 남는 시간에는 그에게서 성형술과 의술을 다시 전수받게 되었다. 누락된 기억을 살리면서 앞으로 나 혼자서도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성형술의 수준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내게 펼쳐진 성형술이 완료되는 데는 약 칠 주야가 걸렸다. 칠 주야가 지나서 내 얼굴에 감긴 붕대를 풀자, 화서명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다 되었네."

"감사합니다."

"자네의 아내가 놀라죽을지도 모르겠군. 하하."

내가 밖으로 나오자 혼자서 축국을 하며 놀고 있던 미호가 이쪽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순간적으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누, 누구세요?"

"나야 미호."

"헉..."

미호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대번에 날아들어서 나를 꼭 끌어안았다.

"아유 서방님! 몰라봤잖아요~"

"으븝... 읍... 이거 놔..."

"꺄하하하. 아유 어찌 이리 이쁠까."

미호가 너무 좋아하길래 나는 왠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화서명이 거울을 보여주었다.

"......!!"

이, 이게 뭐란 말인가?!

거울 속에서는 평소의 어딘가 비뚤어지고 어두침침하고 못생긴 내 원래 얼굴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여자아이를 연상시킬 정도의 미소년(美少年)이 서 있었다. 약간 꾸미기만 하면 미소녀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화서명 의원은 자신의 비전성형술은 앞으로의 성장에 맞춰서 고스란히 성형효과가 적용된다고 했기 때문에, 이대로 자란다면 '잘생겼다' 보다는 '어여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외모가 되고 말 것이다!

내가 황망한 표정을 짓자 화서명 의원이 헛기침을 했다.

"험... 자네의 아내가 특별히 요청을 했었네."

아마도 미호의 취향이 많이 섞인 것이리라.

"......"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앞으로 기생오라비 얼굴이 되어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뭔가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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