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88화 (18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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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三皇五帝)

15번째 삶이 시작되었다.

나는 아주 오랫만에 마굿간에서 깨어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죽을 때의 처참한 고통과 찝찝함이 거의 없었고, 말 그대로 잤다가 상쾌하게 일어난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다소 차분하게 마굿간의 달빛을 느끼며 생각하게 되었다.

' 14번째 삶은 사건이 아주 많았지만 정작 생존한 시간은 적었어.'

실제로도 나는 약관의 나이를 얻지 못하고 사망한 셈이었다. 그렇지만 그 동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사건과 정보를 얻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바로 움직이기보다 내 스스로 사건을 간추리고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는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내가 얻은 중요한 정보를 정리해 보았다.

"흐음... 아주 많군. 8개인가."

첫째. 천상괴의 동방무결은 백련교 소교주의 괴질을 치유하기 위해 용화수를 찾아서 남만으로 가다가 단서를 찾아서 몇년 후 백련교에 귀환하게 된다. 그 와중에 도왕 벽지상도 얽히게 되며, 도왕은 절세미모를 지닌 여인이다. 동방무결은 호위로 초절정고수인 백원쌍마를 고용했다.

둘째. 백리정운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용왕곡에 신비의 절세고수가 살고 있다.

셋째. 미호를 만나려면 교토의 천황궁에 가면 된다.

넷째. 이 세상은 사실 둥글며 막야의 2차봉인 소재는 북극(北極)이란 곳에 있을 것이다.

다섯째. 황궁에 있는 수정석비나 초상기인을 함부로 건드리면 [옛 지배자]의 사도인 마왕 달기가 활동할 수 있게 되어버린다.

여섯째. 뇌신류에는 최종오의란 게 따로 존재하며, 적녹월 삼대호법이 그 단서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청월이란 자는 동영 최악의 마경(魔境)인 아오키가하라 수해에 은둔하고 있다.

일곱째. 항우의 축복은 내가 죽은 후에 발동하며 이 세상 어딘가에는 천계와의 통로가 개폐되는 장소인 천지간(天地間)이란게 존재한다.

여덟째. 괴질은 [옛 지배자]의 저주때문에 생겨난 것이며 흑백련으로 소교주의 괴질을 치료할 수 있다.

여기까지 떠올려 본 나는 난감함을 느꼈다.

' 아무리 망량이라도 이렇게 많은 정보를 다 듣고나서 길을 제시해주는 게 가능할까?'

그리고 이번에 다시 항우의 축복을 받아야하는지 아닌지도 의문이었다. 물론 항우의 축복은 강력하기 짝이 없었지만 '죽고 나서 발동한다' 라는 발동조건이 너무 껄끄러웠다. 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죽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늘 하던대로 다니던 초기의 이동방식을 재고(再考)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나는 내가 다니던 방법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우선 바로 천암비서를 얻는다.

산동성으로 가서 황금비등부터 얻는다.

대뢰옥에서 마물을 쓰러뜨려 황연을 구출한다.

황산에서 천년설삼을 얻고, 거미를 죽이고 수요 막야를 얻는다.

태경촌 화씨가문에서 은빛 봉황조각을 얻는다.

해적섬에 가서 해적을 소탕하고 화서명에게 부흥비를 주며 고려포로를 맡긴다.

망량을 만나서 신선의 가호를 받는다.

이후 무영문에 서문혜를 비롯한 여인들을 풀어주고 포로를 모두 처리한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아무런 군더더기도 없이 완벽하다고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 14번째 삶을 살면서 얻어낸 정보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나는 이게 완벽한 순서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역시 나중에 망량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겠군."

내가 뭔가 놓친 게 있을지도 모른다. 망량이라면 문제를 지적하고 나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가르쳐 줄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곧장 천암비서부터 챙기러 갔다. 천암비서를 챙기고 난 다음에는 바로 산동성으로 멸혼보를 운용해서 뛰었는데, 그동안 경공재간을 뇌신류에서 열심히 배운 덕분에 한층 쉽게 갈 수 있었다. 곧이어 산동성에서 황금비등을 챙기고 나자마자 나는 대뢰옥에 가서 촉수두꺼비와 싸우게 되었다.

우웅!

[ 마를 물리치러 왔노라!]

투선 여동빈이 내게 강림했다. 비록 14번째 생에서 달기를 이기지 못했지만 그건 달기가 너무 강했을 뿐 여동빈도 충분히 인간을 초월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여동빈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기어검과 검강을 시전하며 거대촉수두꺼비를 죽여버리고 말았다.

꾸어어어...

거대촉수두꺼비가 죽자 여동빈이 뜻밖에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연자여. 그대는 어찌 성좌의 기운이 몸에 붙어 있는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 아니다. 내 기분 탓이겠지. 미약하게나마 불길한 성좌의 힘이 느껴지지만 우려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말한 후 여동빈은 강신을 끝내고 떠나갔다. 나는 그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항우 때문이구나!'

미호의 말대로라면 항우는 12개나 되는 성좌(星座)의 힘을 한 몸에 받은 존재였다. 그런 항우가 내게 강신해서 신나게 깽판을 치고 갔으니, 전생을 했다지만 그 흔적을 대라신선 여동빈이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새삼 항우를 다시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에 항우를 만난다면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벌써부터 고민되는 것이다.

잠시 후 나는 황연 대장군과 포로들을 구출해낸 후 목갑을 얻어서 황산으로 갔다. 그리고 천년설삼과 흑백련 연꽃과 뿌리를 모두 채취한 후 수요의 유적에 들어가서 거대거미를 때려잡았다. 이제 내게 있어서 거대거미는 이야깃거리도 되지 못할 정도였다.

쿠콰쾅

거대거미를 때려잡아서 벽에 박아놓은 후 중얼거렸다. 나는 이미 금괴궤짝을 목갑에 넣어둔 후였다.

"나중에 수투를 갖고 와서 내단 뽑아가야지."

사천당문이나, 다른 독문(毒門)에서 전용수투를 빌리면 될 것이다. 나는 수요 막야를 손에 넣은 후 바로 수요의 유적 지하나락에 있는 삼황오제 전욱의 동상도 얻어냈다. 그리고 태경촌의 화씨가문 서재에서 은빛 봉황조각을 얻어내고 바로 해적섬으로 이동했다.

나는 새벽의 해적섬을 신나게 휘젓고 해적놈들의 멱을 다 따 버렸다. 그 와중에 포로들도 구출했으며 서문혜의 금제도 풀어주었으며, 혈도단의 금은보화와 요도 무라마사와 화약 일체를 목갑에 넣을 수 있었다. 화서명에게 화씨세가 부흥용 금괴를 하나 주면서 고려 포로들을 부탁한 후 망량을 만나러 갔다.

파아앗

굉장히 많은 일이었지만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기계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해낼 수가 있었다. 특히 해적들의 멱을 딸 때는 응당 느껴지던 의분(義憤)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항우처럼 벌레잡듯이 해적들을 쳐죽이는 과정은 지루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죽인놈 또 죽이는게 벌써 대여섯 번을 훨씬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량을 만나러 오는 건 늘 감회가 새로웠다. 망량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해줄 때마다 그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망량은 할 짓이 없는지 평상에 배깔고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안녕하시오."

"엥? 당신 어떻게..."

"나는 백웅이라 하오."

나는 직후에 망량에게 14번의 삶을 살면서 있었던 일을, 내가 모아왔던 각종 보물과 기물(奇物)을 보여주며 설명해 주었다. 심지어 구출된 해적포로중 한 명을 목갑에서 꺼내서 보여주자 망량은 기겁을 하는 기색이었다.

문제는 14번의 삶은 꽤나 분량이 길었으며 특히 14번째 전생은 정보도 많고 행적도 길었다. 그래서 원래는 반 시진에서 대충 설명이 되던 것이, 이번에는 한 시진을 훌쩍 넘기면서 망량에게 설명해주게 된 것이다.

내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꼬박 두 시진이 지나 있었다. 그 동안 간간히 반문을 하거나 궁금한 점을 내게 묻던 망량의 얼굴은 마치 대서사시를 읽은 소년처럼 변해 있었다. 그는 손을 부들부들 떨더니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엄청난 일이군..."

그러더니 망량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소."

"무엇이오?"

"당신의 14번의 인생사를 설명하는 대로라면, 내 계책은 이미 몇 번이나 실패했고 당신은 사망해 버렸소. 그런데도 나를 믿고 찾아온 것이오?"

"그 실패는 전적으로 운이 없었거나 힘이 부족했거나 내 실책인 경우였소."

"그렇다면 초상기인을 훔쳐오게 해서 마왕 달기가 날뛰어버린 일은? 그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잖소?"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소. 나는 그런 일로 당신의 지혜를 폄하할 수가 없소. 왜냐하면 당신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인간 중 가장 똑똑하기 때문이오."

"......!!"

"나는 그저 믿고 있을 뿐이오. 그러니 내게 길을 보여 주시오."

그러자 망량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더니 머리를 부여잡고 뭔가 생각하다가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 알았소. 이제부턴 내게 맡겨 두시오."

잠시 후 망량은 감정을 정리한 후 오화칠금선을 펄럭거리며 말했다.

"먼저, 당신이 알아냈다는 14번째 전생의 8가지 정보를 취합해 보겠소."

"부탁드리오."

"먼저 용왕곡의 절세고수, 미호의 소재지, 막야의 2차봉인은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아니니까 후순위로 제껴두겠소. 또한 나머지도 지금 당장 크게 의미가 있는 내용은 아니오. 그렇다면 지금 가장 중요한 토론은 [달기]라는 존재에 대한 것이오."

나는 침음성을 흘리다가 말했다.

"달기는 정말 강했소. 대라신선인 여동빈조차도 그 존재를 일대일로 이기는 건 힘들었소."

"그 정도의 대요괴라면 마왕이라고 부를 만 하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달기가 끼어들게 된 연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오."

"그야 수정석비와 초상기인을 도둑질했기 때문이 아니겠소? 제물을 도둑맞으니 [옛 지배자]가 화가 나서 달기를 관여시킨 거였지."

망량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순서와 의도가 중요한 것이오."

"순서와 의도?"

"생각해 보시오. 초상기인을 제작하려고 주도한 것은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존재였소. 그렇다면 연금술사는 초상기인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제작한다는 말인데, 그 제물이 [무엇]을 위한 건지를."

"흠..."

일차적으로는 그냥 [옛 지배자]에게 공양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공양물 하나 마련하려고 그렇게 요란뻑적지근한 동서양 주술의 결합을 만든다는 건 조금 이해하기 힘들다. 아마 연금술사도 맨 처음에 소환되었던 이족 주술사에 못지 않은 마도사이기에 그냥 적당한 인신공양 의식을 행하는 게 백 배는 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망량은 말을 이었다.

"짐작했겠지만 초상기인은 단순한 공양의 목적으로 제작된 게 아니오. 그렇기에 명목상으로나마 인간세계에 관여를 거의 하지 않던 [옛 지배자]가 권속을 부리면서까지 세상을 뒤집어엎으려 할 정도로 강하게 반응한 것이지."

"뭔가 특별한 목적이 있단 말이군."

"아마 틀림없을 것이오. 이전까지의 '나' 망량은 그저 초상기인을 전투주술병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견제했던 모양이지만, 그렇다면 접근방법 자체를 달리 할 필요가 있소."

"달리한다면 어떻게?"

망량이 씩 웃었다.

"건드리면 마왕급 존재가 관여하지만, 건드리지 않으면 초상기인이 완성되어서 적이 강력해진다...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 속전속결(速戰速結)로 적을 몰살시키는 수밖에 없겠군."

"역시 그 수밖에 없는 건가..."

"우선은 신선에게 막야의 수기를 공양하러 먼저 가 봅시다. 어떤 축복을 받는지를 알아본 다음에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해도 좋을 것 같소."

나는 망량과 함께 망량선사가 사는 마을로 향했다. 천암비서를 묻은 후 천우진에게 사정을 설명한 후 그대로 막야 수기의 공양의식을 치루었다.

그리고 태허천존이 처음으로 강신을 했다.

[ 희한한 인간이군... 왜 성좌의 힘이 느껴지는가...?]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시치미를 떼자 태허천존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했다.

[ 아니야... 그럴 리가.]

"......"

[ 나의 기운이 있으니 다른 존재에게 축복을 내리도록 하겠다.]

태허천존 다음은 서왕모의 차례였다. 나는 서왕모에게 묻고싶은 게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미호의 선처를 부탁하고 넘어가지 않았다. 대신에 서왕모에게 물었다.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 무엇이냐?]

"달기라고 하는 존재는 [옛 지배자]의 권속이며 구미호(九尾狐)로 알고 있습니다. 헌데 그 달기는 현재 동영에 있는 여우요괴와는 다른 존재 같습니다. 그들은 혹시 상관관계가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서왕모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 금기(禁忌)이다. 천계의 극비(極秘)이니 필멸자에게 말해줄 수 없느니라.]

"제가 만일 막야의 수기를 댓가로 그 비밀을 알고자 하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러자 서왕모의 심기가 상했는지, 대놓고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서왕모는 느긋하게 늘어뜨려 있던 곰방대를 고쳐잡으며 대답했다.

[ 그대는 아마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막야의 수기를 공양한다고 해도 말해줄 수 없는 사안이다.]

"과한 걱정이신 듯 합니다만..."

[ 그 비밀은 결코 누설할 수 없는 것이야. 그러니 다른 걸 말하도록 해라.]

나는 서왕모가 달기에 대해서 뭔가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미호가 말하기를 서왕모는 천계에서도 매우 오래된 존재라고 했으며 황제 공손헌원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달기라는 존재에 대해서 모를리가 없을 것이다.

' 대체 뭐길래 공양을 거부하면서까지 말하지 않으려는 거지?'

막야의 수기를 공양하는게 천계의 대라신선에게도 굉장히 흡족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밀과 맞바꿀 수 없다는 태도에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더 흔들어보고 싶었지만 상대는 천계의 절대적인 존재였다. 괜히 심기를 거슬렀다가 저주라도 받으면 이유없이 1번의 목숨을 날리는 셈이다. 그렇기에 나는 일단 미호의 선처를 바라며 다른 신선에게로 축복의 기회를 넘겼다.

그리고 남화노선의 차례도 그냥 넘겨 버리자, 이번에도 예전처럼 예가 나왔다. 역시 대라신선들이 나오는 순서는 아무리 전생을 거듭해도 일정한 것이다. 태양을 쏘아 떨어뜨렸다는 선천적인 사냥꾼이자 수렵의 신인 예가 말했다.

[ 나는 예이다. 네게 필중의 능력을 주겠다.]

나는 지난번에 내가 궁사가 아니라 검객이기 때문에 필중능력이 필요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가 항우의 축복을 받은 것을 기억해 냈다. 물론 이번에도 항우의 축복을 받기는 뭔가 찝찝했으므로 가능하면 다른 가능성을 시도해보기로 하면서 대답했다.

"예 님. 죄송하지만 제 사정을 들어주십시오."

[ 네 사정?]

"네. 사실 저는 강대한 적을 여럿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백련교, 황궁과 싸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숫자로 보나 힘으로 보나 많이 힘든 상대라는 걸 충분히 이야기한 후 슬며시 예에게 말을 이었다.

"하여 필중의 능력이 제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확신이 없습니다. 필중능력의 위력을 강화시켜 주시거나 다른 분을 소개시켜 주십시오."

[ 흐음...]

예는 지난번과는 달리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 좋아... 여기까지 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할 수 없지. 네게 나의 화살을 주겠다.]

"화살요?"

바로 그 때였다.

쿠르르릉!!

천둥이 울리는 듯 하더니, 갑자기 예의 몸 주변에 팔괘(八卦)가 떠올랐다. 선연하게 떠오른 팔괘는 예의 몸을 속박하듯이 감싸고 있었다. 예는 팔괘를 확인하자 하늘을 향해 외쳤다.

[ 제준(帝俊)이여! 이건 무슨 뜻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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