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78화 (17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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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三皇五帝)

내가 서문혜와 함께 진랑곡에 돌아왔을 때는 망량을 비롯해서 뇌신류 사람들이 모두 와 있었다. 미호는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망량이 곤란한 듯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인기가 절정이구려."

나는 평소였다면 망량의 농담에 대충 받아쳤겠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서 뭐라 할 수 없었다. 특히 이광의 표정이 무심하기 그지없어서, 자칫했다가는 큰 화를 입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광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전후사정을 말해보아라."

나는 서문혜를 데리고 오게 된 과정을 이야기했다. 물론 검마에게 검의 가르침을 구하러 갔다고는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저 무영문에 다시 들르라는 부탁 때문에 찾아갔다고 말했다. 사승관계도 아닌데 가르침을 구했다는 건 그 자체로 이광의 비위를 긁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광은 약간 미심쩍어했지만 이내 서문혜에게 말했다.

"서문혜 소저. 정말로 무영문에서는 우리 뇌신류와 동맹을 맺고자 하오?"

서문혜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아버님께서는 마도팔문의 힘을 보탤 수 있다 하셨습니다."

"흐음..."

이광은 뜻밖의 동맹제안에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망량이 섭선을 부치며 말했다.

"그건 둘째치고 서문혜 소저께서는 뇌신류에 단지 사절로 오신 것인지?"

"그렇지 않아요. 저는 뇌신류에 입문하러 왔어요."

순간 좌중의 분위기가 얼었다.

무영문의 제일영애이자, 강호에서 손꼽히는 후기지수이며 향후 무영문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은 서문혜가 뇌신류에 입문한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보통이 아니었다. 나도 당황한 눈으로 서문혜를 바라보자 그녀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삼절 이광 님. 허락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광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안될 건 없지. 뇌신류는 입문하려는 자를 막지 않소."

"다행이군요."

"허나 뇌신류의 무공과 무영문의 무공이 충돌해서 소저에게는 독(毒)이 될 터인데...?"

"그것도 각오했어요. 제 나름대로 노력해야겠죠."

"만일 소저의 무영문과 우리 뇌신류가 충돌할 일이 생긴다 해도 망설이지 않을 수 있소?"

"물론이에요."

대답은 조금도 끊기지 않았다. 단호하기 그지없는 서문혜의 태도가 이광의 마음에 든 것인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이 이광, 서문혜 소저를 뇌신류에 받아들이겠소."

그리고 이광은 서문혜에게 구배지례를 받고 정식으로 사승의 인연을 맺었다. 이로써 서문혜는 무영문의 신분을 버리고 뇌신류의 막내제자가 된 것이다. 본디 강호에 혁혁한 명성을 휘날리던 여류고수로써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구차한 선택이었다. 서문혜라면 강호 어딘가에 작은 문파를 만들어도 될 정도의 고수였기 때문이다.

이광은 서문혜의 입문식이 끝나자 그녀에게 말했다.

"검마의 제안에 대해서는 사흘 내에 답변을 주겠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뇌신류의 무공을 현재 지도할 여유가 되지 못하니, 당분간은 자율수련을 하도록."

"네."

이광의 말투는 하대가 되어있었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방금 전까지 서문혜는 무영문의 고수이자 외부인이었으나 지금은 뇌신류의 막내제자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얼추 정리되자 이광이 나와 망량을 불러서 조용한 방으로 향했다.

탁자에 셋이 둘러앉은 상태로 망량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이광 님. 제가 먼저 백웅에게 상황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러시게."

"백웅. 들었다시피 뇌신류 제자들의 분투 덕에 그날 황산파와의 싸움에서 크게 승리하고, 황산파의 장문영부를 파기하여 황산파를 멸문시키는데 성공했소. 그 후 나는 진랑곡에서 뇌신류 고수들과 합류하여 곧장 장령곡으로 가게 된 것이오."

나는 모르는 척 고개를 갸우뚱했다.

"장령곡에는 왜 간 거요?"

"내 숙부인 광서생(狂書生) 제갈사(諸葛邪)를 뇌신류의 군사로 초빙하기 위해서였소."

"광서생 제갈사...? 그 자가 장령곡주라는 거요?"

"그렇소."

"헌데 그 자를 왜 굳이 초빙하러 간 건지 모르겠군. 망량 당신 혼자서도 얼마든지 충분할 텐데."

망량이 씁쓸하게 말했다.

"얼마 전의 일로 알게 되었을 것이오. 반천맹과 뇌신류는 서로의 이득을 위해 손을 잡았으나, 장기적으로는 틀어질 가능성이 있소. 그러나 틀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끼리 쟁투하게 되면 너무나 비효율적이며 공멸(共滅) 뿐이지. 그렇다고 해서 뇌신류에게 충분한 정보조직이나 작전이 없다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소.

그래서 나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광서생 제갈사를 뇌신류의 부군사로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오. 뇌신류나 반천맹은 갈수록 규모가 커질테니 꼭 필요한 일이오."

"......"

나는 망량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천명(天命)과 관련된 것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망량은 자신이 2년 내에 죽을 목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죽더라도 조직을 이끌어나갈 현인을 찾아간 것이다.

물론 나는 망량에게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물어본 이유는 혹시 그 외의 다른 이유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망량의 입으로 듣게 되자 입맛이 썼다.

' 망량, 걱정 마시오. 반드시 당신 수명을 늘릴 방법을 알아볼 테니.'

내가 속으로 생각하다가 망량에게 말했다.

"그래서 광서생 제갈사란 자를 데려온 거요?"

"......"

망량의 얼굴이 그리 좋지 않게 되었다. 망량이 말하기를 망설이자, 옆에 앉아 있던 이광이 무심한 말투로 대신 대답했다.

"그 자는 죽었다."

"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당연히 데려왔을 줄 알았는데 죽었다니!

내가 깜짝 놀라서 이광을 쳐다보자, 이광은 따뜻한 차를 찻잔에 따르며 말했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죽은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나 있었다. 장령곡에서는 이미 광서생 제갈사의 장례를 치른 후였지."

"왜, 왜 죽은 거랍니까?"

"자살(自殺)이라더군."

"자살...!!"

내가 황망히 중얼거리자 망량이 말했다.

"나도 알 수가 없소. 숙부가 어째서 자살했는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숙부가 자살을 결심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오."

"대체 제갈사란 사람은 어떤 사람이오? 죽은 마당에 이런 말을 해도 그렇지만 장령곡주로 떵떵거리며 살았을 텐데 갑자기 자살을 한다는 건..."

"부귀영화나 명예는 그 인간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였소."

망량은 회상하듯 중얼거렸다.

"그가 굉장한 천재(天才)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그는 늘 극도로 염세적이었소. 그저 세상을 희롱하고 비꼬는 것만을 즐겼던 사람이었지. 그래서 자살한 게 그렇게 놀랍지는 않소..."

"......"

망량의 말을 들어도 제갈사가 어떤 인물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내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이광이 말했다.

"백웅. 죽은 자의 이야기를 더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장령곡에서 성과없이 돌아왔으니까. 그보다 너는 검마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음..."

이광이 화제를 전환했다. 그리고 그 화제는 제일 중요한 현안이라 해도 무방했다. 과연 뇌신류는 마도팔문과 손을 잡아도 될 것인가? 나는 서문혜를 여기 데려왔을 때부터 계속 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슬며시 망량에게로 이야기를 넘겼다.

"반천맹주의 판단이 더욱 옳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망량이 짖궂은 웃음을 지었다.

"이보시오 백웅. 신부감을 데려왔으면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오?"

"시, 신부감이라니."

"서문혜라고 하면 강호의 여류 후기지수 가운데서도 한 떨기 화사한 꽃으로 유명한데, 그런 서문혜의 마음을 붙잡다니 무슨 수를 쓴 거요. 하하."

"......"

내가 우물쭈물 대답을 하지 못하자 이광이 허허 웃었다.

"되었네 반천맹주. 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그 제안을 거절하려 생각하네."

"역시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마도팔문이란 놈들은 아무런 신의(信義)도 없는 패거리지. 되려 그 자들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 나중에 정천맹이 꼬투리를 잡는 빌미가 될거라고 보네."

촤락

망량이 오화칠금선을 펼쳤다. 그의 눈빛에서는 장난기가 거두어지고 진지해져 있었다.

"이광 님의 말이 옳습니다. 적어도 뇌신류가 반석에 오를 때까지는 마도팔문과의 연수는 지양해야 합니다. 하물며 마도팔마 중 투마(鬪魔)가 풍신류 소속이니."

"으음, 그것도 걸리는 문제지."

침음성을 흘린 이광이 망량에게 물었다.

"반천맹주. 투마 뿐만이 아니라 강호 곳곳에 풍신류의 입김이 불어넣어져 있을 것일세.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거라고 생각하는가?"

"겉으로 드러난 것은 황산파와 투마 뿐이지만, 실제로는 적어도 두 배 이상의 세력이 암약하고 있을 겁니다. 아마 화신류나 수신류의 부하들도 더러 있겠지요."

"귀찮군."

"백련교는 중원일통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서 문제죠. 정말 무서운 자들입니다."

망량이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정천맹과의 교섭입니다."

"너무 이르지 않나? 놈들은 지금 불에 덴 것처럼 분노하고 있을텐데."

"아니요, 지금이 적기입니다. 더 원한이 깊어지면 정파의 특성상 다 죽을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습니다. 이쪽에서 손을 내밀어줘야 체면치레로 받아들이겠죠."

그러자 이광이 차갑게 웃었다.

"꼬라지가 상상되는군. 참 유쾌할 듯 하네."

망량이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백웅의 도움이 있으면 그 일은 쉽게 진행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그보다 알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뭔가?"

"뇌신류의 다른 전승자들에 대해서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

이광이 침묵하다 말했다.

"무슨 의도로 말하는지 모르겠군."

"문파의 비밀을 캐어서 죄송합니다만, 만일에 합류한 뇌신류 전승자들이 전력(戰力)이 되기 힘들다면 앞으로 곤란해질테니 말입니다."

"그런 말이었군. 그거라면 걱정 말게. 충분히 괴물딱지들이 찾아올 테니."

이광이 자신의 상반신을 천천히 의자 뒤로 뉘였다.

"특히... 벽력삼존(霹靂三尊) 그 자들은 아마 살아있을 걸세. 그들과 그 제자들이 합류한다면 엄청나겠지."

"벽력삼존?"

"뇌신류의 전대 고수들로써 내 스승님과 같은 항렬일세."

"그들은 강합니까?"

"말해 무엇하겠나. 내가 어렸을 적에 이미 초절정의 반열에 이르러 있었던 자들이니,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노괴(老怪)나 다름없겠지."

벽력삼존!

뇌신류의 전대고수들!

이광이 저리도 자신만만한 걸 보면 무력이라는 분야 하나에 있어서는 알아주는 존재들 같았다. 물론 벽력삼존만이 생존한 게 아닐테니 대륙 도처에 흩어진 뇌신류가 힘을 합치면 대단히 강력한 문파가 될 것이다.

나는 문득 생각이 나서 이광에게 말했다.

"그런 자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협력하려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아마 찾아오자마자 대장노릇을 하려 할 것이다."

"그럼..."

"그 문제는 네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호하게 선을 긋는 이광이었다. 나는 그 대답속에서 이광이 이미 벽력삼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망량이 이야기를 정리했다.

"그럼 그 이야기는 그렇게 해 두지요."

그리고 나머지 세부사항을 이야기한 후 흩어졌다. 이광과 헤어져서 나온 후 망량은 나를 따로 불러서 인적없는 곳에서 말을 꺼냈다.

"백웅. 오늘 굳이 당신을 회의자리에 부른 것은 내가 그렇게 하자고 해서요."

"......?"

"사실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황연 대장군과 그 일족들은 지금 반천맹의 지원하에 하북(河北)에서 북룡대를 포함한 대군을 모으고 있는 중이오. 조만간 거사(巨事)를 일으킬 예정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더 이상 뇌신류의 일에만 신경쓸 수가 없소."

"헉...!!"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 맞아. 그 일이 있었구나.'

황연 대장군은 금의위에 의해 대뢰옥에 강제로 납치 유폐된 일이 있었다. 물론 나는 전생과정 때마다 비등을 이용해서 그를 구해내었지만, 이번 생에는 뇌신류의 일에 바빠서 황연을 도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망량 나름대로 손을 써서 황연을 도운 모양이었다. 나는 망량을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는 이광을 내가 제어해야 한다는 뜻이오?"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소. 그저 당신은 현재 뇌신류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반천맹의 징검다리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이광에게 주지시키기 위해서였소."

"아."

"달리 말하자면 이광은 앞으로도 중대차한 일이 있을 때는 당신에게 중요한 정보를 줄 거요. 그러나 그 정보는 필요에 의해 정제된 정보이니, 당신은 섣불리 이광에게 속으면 안되오. 그래서 당신은 이야기를 듣고 진실을 판별하는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소."

"무슨 뜻인지 알겠소."

이광은 앞으로도 나를 일개 제자로 대하지 않고 반천맹과의 사자로써 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은, 이광이 나를 전면적으로 신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는 뜻이다. 대신에 제자 내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지닐테니 중요한 정보를 잘 골라내서 망량에게 전달해야만 했다. 내 책임이 막중하다는 걸 느끼고 마음속으로 각오를 하자, 망량이 말을 이었다.

"뇌신류는 틀림없이 흥성할 것이오. 아마 홀로서는데 성공한다면 단숨에 구파일방의 연맹체인 정천맹을 뛰어넘는 문파가 되겠지. 그러나 이제 잘 생각해야만 하오."

"무엇을 잘 생각해야 하는 것이오?"

"과연 그게 옳은 일인지."

"......?"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은 현재 한 가지 사실을 놓치고 있소."

무엇을 놓치고 있단 말인가?

나는 곰곰히 생각을 거듭했다. 뇌신류가 융성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황궁을 물리치려는 내 의도와 부합하기에, 그 동안 의심없이 계속 육성에 몰두해 왔다. 그러나 화룡점정을 맞이하려는 이 때 망량이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가 있으리라.

나는 문득 생각이 나서 말했다.

"... 뇌신류가 교주에게 숙청당한 이유!"

"바로 그렇소."

망량이 감탄했다.

"당신은 이제 상당한 지혜를 지니게 되었구려. 조금만 더 다듬으면 책사(策士)도 가능하겠소."

"설마 뇌신류도 악(惡)을 품고있다는 뜻이오?"

"흐음, 악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는 힘들군. 하지만 당신은 여태 뇌신류의 행보를 보면서 너무나 패도적(覇道的)이라는 걸 느끼지 못했소?"

"......"

그렇긴 하다. 뇌신류가 앞길을 막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과정은 호쾌하기 그지없었으나, 달리 말하자면 상대의 처지따위는 생각해주지 않는 패도적인 행보였다. 실제로도 나는 황산파 멸문의 현장에서 이광에게 자비를 요청하기도 한 것이다. 망량이 오화칠금선을 접으며 말했다.

"뇌신류는 강하긴 하지만 선량한 문파가 결코 아니오. 만일 뇌신류가 숙청당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무림 최강의 무예를 뽐내며 세상에 군림했을 자들이지. 그렇기에 뇌신류가 성립한다는게 무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해봐야 하오."

"이광은 함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이 아니오."

"그러나 단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정의를 굽힐 수 있는 사람이지."

"으음."

망량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만일 제갈사 숙부가 살아계셨다면 뇌신류를 맡길 수 있을터인데 한탄스럽구려... 이대로는 뇌신류가 위험하건만."

"그건 무슨 뜻이오? 패도적이라는 건 너무 강해져서 곤란하다는 말 아니오?"

"태강즉절(太剛則折). 강하면 부러지기 마련이오. 나는 이광이 정천맹과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소. 가뜩이나 천하에 풍신류의 세력이 도처에 숨어있는 현재로써는 도리어 정천맹과 전면전에 나서려 할지도 모르오."

"그, 그건 과한 행동이오."

나는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지금의 뇌신류 전력으로도 구파일방 한두 개를 쓸어버리는 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정천맹]이라는 거대단체와 싸우는 건 차원이 다르다. 중원정파의 최절정고수들이 수많은 절정고수들과 떼거지처럼 몰려들 게 뻔하다. 설마 이광이 그런 바보같은 선택을 할 리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망량은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이 잘 살펴보시오. 그리고 뇌신류가 너무 자신의 힘을 믿고 나가지 않게 해야하오. 그렇지 않는다면 조만간 도리어 뇌신류가 멸망당할 것이니."

"알겠소. 꼭 당신의 말대로 하겠소."

나는 망량과의 이야기가 끝난 후 미호에게로 찾아갔다. 미호는 왠일인지 서문혜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호가 나를 보자 뾰로통하게 말했다.

"흥! 인기남이 오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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