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69화 (169/1,615)

0169 ----------------------------------------------

삼황오제(三皇五帝)

망량은 나와 진소청에게 말했다.

"잘 들으시오. 우리는 우선 감숙으로 이동해서 백련교의 정문으로 갈 거요. 그리고 정문을 통과해서 백련교주 앞까지 가면 되오."

"험난하겠군..."

천하에서 가장 험난한 여정이다. 감숙까지는 그렇다 쳐도 백련교의 정문에서 백련교주 앞에 가기까지 도대체 어떤 고난이 있을까. 확실한 것은 천하의 그 어떤 고수도 섣불리 생존을 말할 수 없는 가시밭길이다.

망량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는 시간이 없소. 왜냐하면 용중일은 지금 움직이기 시작한게 아니라, 개파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뒷공작을 시작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오. 이미 흉계가 원숙한 단계에 이르러 있을테니 막는 건 어불성설. 백련교주를 설득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소."

"......!!"

그런 이유였단 말인가!

나는 그제야 망량이 그렇게 서두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용중일에게 책사의 능력이 있다면, 그도 '이겨놓고 싸우는' 유형일 것이다. 계책을 미리 시전해놓고 적에게는 나중에 알려주는 게 당연하리라. 그리고 망량은 같은 책사로써 이미 용중일의 모략을 막아내기는 불가능이라고 판단하고 모 아니면 도의 한수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면 아까 이광 스승님께도 그렇게 설명하면 되는 거 아니었소?"

"어쨌든 백련교주를 설득하려면 황궁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소. 나와 이광 사이에 존재하는 넘을 수 없는 벽이지."

"으음."

"하지만 알아주시오. 나는 결코 황제를 죽일 생각은 없소. 황제는 죽이기보다는 이용해야하는 존재요. 내 계책이 장기적으로 반드시 옳을 거라 생각하오."

"당신을 믿으니 여기까지 왔소. 걱정 마시오."

망량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우선 이광을 완전히 금제해둬야겠소."

잠시 후 우리는 기절해있는 이광에게 내공금제를 했다. 뇌신류 제자들, 특히 극호는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었다.

"미친... 소청아, 너 제정신이냐? 저 반천맹주인지 말뼈다귀의 말 때문에 스승의 명을 거역했다는 거냐? 그리고 이젠 스승님께 금제를 가하겠다고?"

"사형. 나를 막을 셈이오?"

"그래, 나도 한 주먹에 패죽여 봐라 이 새끼야!"

파밧

극호가 발악하듯 달려들었으나 진소청에게 삼 초만에 제압당했다. 극호가 기절하자 진소청이 한숨을 쉬었다.

"내 죄가 늘어나는구나!"

그리고 사공린과 재후는 어쩔 수 없음을 알았는지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사공린은 진소청을 곱지못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스승에 대한 의리를 배반하다니 사형은 그런 사람이었군요."

"나중에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네. 허나 지금은 내 뜻에 따라 주게."

"마음대로 하세요. 어차피 강자지존이 아닌가요?"

"......"

나는 진소청의 얼굴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걸 보자 미안해졌다. 따지고보면 진소청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손해볼 게 없었는데 우리를 위해서 나서준 순간 문파의 배신자가 된 것이다. 나는 재빨리 내 내공수법으로 이광을 금제해놓고 밖으로 나섰다.

"갑시다, 사형."

"그래."

우리는 내가 가본 곳 중에서 감숙에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비등을 타고 향했다.

그리고 경공을 이용해서 빠르게 백련교 쪽으로 행로를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늦어도 나흘 이내에 백련교에 도착할 예정이었기에 쉴새없는 행군이 계속되었다. 왠만하면 말할 힘까지 아끼면서 멸혼보를 써서 날듯이 뛰었다.

그렇게 약 사흘을 가자, 감숙성 내에서도 서북단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말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계속 뛰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백련교까지는 반 나절만 더 가면 되었으므로, 우리는 약간 속도를 늦춰서 쉬었다. 망량은 달리다가 도중에 내공과 체력이 딸려서 탈진했으므로 내가 기절한 망량을 업고 뛰어왔다.

큰 나무 밑에서 쉬던 중 내가 진소청에게 물었다.

"사형. 이제 와서 묻기도 그렇지만, 어째서 망량을 살리려고 생각한 것이오?"

"말했듯이 그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래도 옳다고 생각한 이유는 있을 거 아니오."

내가 연이어 묻자 진소청이 희미하게 웃었다.

"... 그건, 사제가 망량에게 목숨을 걸고 있기 때문이었네."

"응?"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진소청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그는 옆의 개울물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는 말을 이었다.

"사제가 아니었다면 나와 스승님은 평생 무관에서 수련만 계속 했겠지. 물론 경지에 오르면 나도 강호에 출도를 했겠지만, 뇌신류 개파나 백련교에 대한 복수같은 건 평생 꿈도 꾸지 못하고 강호인이 되어 살아갔을걸세."

"......"

아니란 말을 못 하겠다. 나는 실제로 그런 뇌신류의 말로를 계속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사제가 찾아온 거야. 처음에는 사제가 많이 미심쩍었지만, 사제가 전해준 심득과 미래에 대한 각안(覺眼)... 그리고 꿈을 이루게 도와주는 반천맹이라는 동료... 나는 그동안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모르네."

진소청은 나무등걸에 턱하고 기대었다. 그의 눈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는 우리에게 꿈을 주었네. 스승님은 성격상 억지로 의식하지 않으려 하시지만, 자네는 우리에게 꿈과 목표를 가져다 준 은인이야."

"으음."

"그렇기에 자네를 믿고, 자네가 목숨걸고 믿고 있는 망량이라는 사내를 믿어보고자 한 것일세."

"가, 감사한 말이지만 너무 과한 평가 아니신지..."

나는 듣다보니 민망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이광마저도 제압한 절세고수 진소청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하니 왠지 두드러기가 났다. 그러자 진소청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둘이서만 멋진 척 하지 말게. 나도 목숨걸고 뭔가를 추구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일세."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하하, 이제야 평소의 사제로 돌아왔군."

우리는 가볍게 웃었다. 대화를 하다보니 괜한 걱정들이 풀려나가는 것 같았다. 물론 정말로 일이 해결된 건 아니었기에, 나는 잠시 후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형. 호법사자에게 둘이 덤벼들면 이길 수 있을까요?"

"글쎄, 모르겠네."

"스승님께서 용비천에게 우위를 차지했으니 충분하겠지요?"

내 질문에 진소청이 쓴웃음을 지었다.

"음... 사제, 뭔가 착각하는 것 같지만 나와 스승님이 함께 덤벼도 전력을 다하는 용비천을 이기는 건 어렵네."

"네? 왜 그렇게 되죠? 스승님은 놈의 팔을 잘랐잖습니까."

"그건 단기전이었기 때문일세."

단호하게 말한 진소청의 말이 이어졌다.

"천령단이 무한의 내공이라는 건 결코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야. 만일에 그가 천공에 계속 떠올라서 계속 풍탄만 발사하면 어떻게 될거라고 생각하는가?"

"그야... 계속 피하던가 달려들어서 그때처럼 용비천의 호신강기를 깨야겠죠."

"그럼 용비천은 계속 날아다니면서 계속 피할 것일세. 우린 그런 걸 계속 따라잡으면서 호신강기를 깰 만한 내공이 되지 못하네."

"으음."

"천령단이 무서운 건 자연지기를 반영구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네. 용비천이 장기전을 작정하며 치명상만 막는다면 우리가 무슨 수를 써도 그를 이기는 건 힘들다네. 승산을 노린다면 지난번같은 단기전, 그것도 그가 도망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순식간에 끝장내버려야겠지."

나는 골치아픈 문제라는 걸 알아차렸다. 물론 단기전이라면 이광이나 진소청은 충분히 용비천을 압도할만한 저력이 있겠지만, 용비천은 이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제부터 그가 뇌신류 고수들을 마주칠 경우 대놓고 천령단의 장점을 활용해서 범위초토화에 나설 것이다. 그런 전술을 쓴다면 이쪽에서는 대항하기가 너무 버거웠다.

나는 진소청에게 물었다.

"천령단이란 건 대체 뭡니까? 무한의 내공이며 반선의 경지라는데 백련교 호법사자 외에는 중원의 그 어떤 기인이사도 천령단을 얻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가 스승님께 듣기로 천령단은 특수한 과정을 거쳐서 얻게 되는 경지같네. 자연스러운 깨달음으로 성취하는 무술경지와는 다르다는 것이지. 스승님이 천령단의 진입방법을 듣기 전에 전승이 끊어져 버렸기에, 스승님은 대부분의 경지를 독학으로 쟁취하셨다네."

"흠..."

"사제와 반천맹주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네. 스승님은 몰라도 다른 곳에 흩어진 뇌신류 전승자들은 천령단의 정체나 습득방법을 알고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다. 이게 바로 뇌신류 전승자를 모으려는 이유였다.

흩어진 절기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들 중에는 백련교의 극비라고 할 수 있는 천령단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는 자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천령단에 대해서 알아내면 되는 것이다.

곧 우리는 정신을 차린 망량에게 기를 불어넣어 주고는 다시 백련교로 향했다. 백련교 인근으로 접어들자 근처의 마을에서 쉽사리 백련교로 가는 길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백련교 정문에 도달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웅 -

백련교의 정문은 마치 거대한 관문과도 같았다. 아닌게 아니라 실제로 축성(築城)하듯이 쌓인 요새가 가로막고 있었다. 이런 걸 관아에서 용인할 리가 없을텐데 백련교라서 내버려두고 있는 모양이었다. 백련교주가 마음만 먹으면 백만 군대를 뚫고 황제를 암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새 앞에 서 있는 것은 왠 젊은 청년들이었다. 나이는 이제 갓 20대를 넘겼을까, 홍안에 귀티가 나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자들의 내공수위를 한 눈에 판별하고 침음성을 흘렸다.

"흐음..."

나이에 걸맞지 않은 내공이다. 내가 천년설삼을 한두 번 먹었을 때의 내공과 맞먹었다. 달리 말하자면 저들 하나하나가 중원무림의 원로급 무림인과 맞먹거나 훨씬 뛰어넘는 내공의 소유자라는 뜻이었다.

즉 - 성련을 복용한 백련교의 무인들!

그래서인지 그들은 천천히 말을 타고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수상한 자들이 접근한다더니 정말이었군. 너희들은 누구냐?"

망량이 나서서 대답했다.

"나는 반천맹주 망량이고, 이들은 내 동료들이오."

"반천맹주? 그래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나."

"일전에 백련교주께서 찾아오라 하신 일이 있어서 그 명에 따라 찾아왔소."

"......"

그러자 선두에 있던 청년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만일 그 말이 거짓이라면 너희는 살아돌아갈 수 없다."

"확인해보면 될 것을 꼭 협박과 폭력을 일삼으려 하는군. 백련교의 교리는 자비와 광명이 아니었소?"

"입은 살아있군. 따라와라."

따그닥 따그닥

우리는 그 청년들을 따라서 백련교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동안 큰 길을 걷다가 왠 번화한 마을 쪽으로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왠만한 거대마을에 못지않은 규모였다. 백련교인들이 살아가는 곳 같았다.

백련교인들은 청년들을 보자 반가워했다.

"오오, 그 자들은 누구인가?"

"알 거 없소. 일단 비켜 주시오."

"흐음... 알았어."

청년이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마을사람들은 불쾌해하지 않고 순순히 비켜주었다. 그 모습으로 보아 이들은 평소에 마을사람들에게 신망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뒤따라가다가 궁금해서 질문했다.

"나는 백웅이라 하는데 당신들은 누구요?"

"알 필요 없다!"

이렇게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걸로 봐서 그들은 우리를 적지 않게 경계하고 있는 듯 했다. 굉장히 불친절한 듯 했으나 나는 그들이 나름대로 예의를 차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닥치고 포승을 묶거나 내공금제를 하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망량이 주변을 둘러보다 중얼거렸다.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군. 감숙성의 다른 지역 사람들과 비교가 돼."

그러자 청년이 왠지 자부심을 느낀 듯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이 곳 사람들은 지주에게 수탈당하지도 않고 평등하게 농작물과 돈을 배분받으며 살아간다. 늘상 쥐어짜이는 운명을 벗어났지."

"평등... 운명이라..."

망량은 청년의 말을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나도 망량의 말마따나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확실히 이곳 사람들은 생기가 넘쳤다. 감숙성 다른 마을 사람들은 피죽도 못먹고 굶어가는 평민이나 노비가 흘러넘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 하긴 태어나서 받은 신분과 운명을 극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나는 예전에 산동 지역을 돌아본 적이 있었다. 그 곳 사람들은 척박한 감숙성보다 훨씬 더 살기 힘들어보였고 쉴새없이 수탈에 시달려서 도적이 되었다. 관중에서도 재산이 없어서 굶어죽을 위기라서 산적이 된 자들이 많이 보였다. 여기 사람들이 이상할 정도로 행복하게 산다고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큰 마을을 지나서 다시 한 번의 관문에 도달했다. 거기에 도달하자 청년이 앞에 서 있던 왠 백의의 중년인에게 말했다.

"외인을 데려왔소. 반천맹주라 하며 교주를 방문하기 위해 왔다 하오."

"반천맹주... 들은 적 있지."

중얼거리던 백의의 중년인이 우묵한 눈으로 우리 쪽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저 자는 정말 특출나군. 대체 뭐 하는 자냐?"

그의 시선이 향하는 건 진소청이었다. 진소청은 완전히 기를 숨기고 평범하게 있었는데 대번에 진소청의 역량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진소청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

"반천맹주를 호위하러 왔소."

"흐음... 정말 대단하군. 그 나이에 절대지경... 원주님을 본 것 같은 기분이야..."

여러 번 감탄하던 백의의 중년인이 말했다.

"나를 따라오게. 바로 교주를 뵈러 갈 수 있을걸세."

"실례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무엄하다!"

청년이 망량을 노려보았다. 정체를 묻는 것만으로도 불경죄에 속한다는 듯 손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가 출수할까말까 고민하는 것은 백의의 중년인이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리라.

백의의 중년인이 망량의 물음에 대답했다.

"본노(本老)는 삼노(三老)라고 하네."

"삼노?"

"골방에 있는 세 번째 늙은이라네, 허헐."

끌끌 웃던 삼노가 손을 대서 관문의 철문을 슬며시 열었다.

쿠구구궁

그러자 수천 근은 될법한 거대한 문이 마치 여닫이문처럼 대번에 열렸고, 그의 내공이 가공할만한 수준이란 걸 알 수 있었다.

"......!!"

나는 그 순간 삼노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망량이나 진소청은 진작부터 짐작하고 있었던 눈치였다.

' 백련교 원로원...!!'

청년들이 굳이 우리를 금제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비단 자신들 무공에 대한 자신감 뿐만 아니라, 근처에 원로원이나 백련교의 초강고수들이 버티고 있으니 누구도 분탕질을 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노같은 고수가 여기저기에 웅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살아있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것이 백련교의 힘!

10번째 전생에서 고작해야 몇 년 만에 중원무림 전체를 석권한 저력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던 것이다. 내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망량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진소청만이 태연했다.

[ 미호. 괜찮아?]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곡옥에 몰래 손을 대서 영언을 보내자 미호의 대답이 들려왔다.

[ 여긴 너무 괴물같은 인간들이 많다. 약속한대로 네 목숨만 챙겨서 튀어야 한다, 알겠지?]

[ 응 알았어.]

미호는 현재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곡옥으로 변신해 있는 상태였다. 생명체와 달리 무생물로의 변신은 꽤나 쉬운 편이었기에 미호는 이 상태로 오랫동안 있을 수 있었다. 물론 원할 때 언제든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참 삼노를 따라서 들어가다보니 고풍스러운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의 현판에는 교주전(敎主殿)이라고 쓰여 있었다. 교주전의 안쪽으로 걸어들어가자 삼노에게 여기저기서 인사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여어."

"여어."

"반~가~워~"

"그래~"

삼노에게 인사하면 삼노는 하나하나 다 받아주었다. 쭈글쭈글하게 검버섯이 피어있는 노인네도 있었고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한 자도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들 모두가 원로원의 고수들이었고 엄청난 내공이 느껴졌다.

' 이런 젠장... 교주전에는 원로원 고수들이 심심하면 돌아다니고 있다는 거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장소는 기억했으니 다음번에 비등으로 올 수 있겠지만, 도저히 오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가히 용담호혈!

이런 곳에서 혼자 날뛰면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훤하다. 아마 반 식경도 지나지 않아서 찢겨죽을 것이다. 억지로 평정을 유지하며 걷고 있자, 삼노가 왠 방 앞에 도달했다.

"교주님. 삼노입니다."

[ 무슨 일인가?]

"반천맹주가 찾아왔습니다."

[ 들라 하게.]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난번처럼 발 너머에 백련교주의 형체가 보였다. 옆에 서 있던 삼노가 나직이 우리에게 말했다.

"교주께 예를 갖추어라."

우리는 다같이 포권하며 부복했다. 평상시라면 거부감이 생길 법도 하지만 백련교주의 무공을 아는지라 거부감이 안 들었다. 그렇게 한 차례 인사가 끝나자, 백련교주가 말했다.

[ 며칠 전에 본 것 같은데 금새 다시 찾아왔군.]

"교주를 뵙고 싶은 마음에 사람을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렀습니다."

[ 그래. 나로서도 아주 반가운 마음이다. 반천맹주의 말은 아주 흥미로웠어.]

이어진 백련교주의 말에 나는 잠시 머릿속이 굳는 기분이 들었다.

[ ... '옛 지배자'의 저주라는 그 짐작대로일세. 내 아들의 괴질은 그 괴물때문에 생긴 것이지.]

============================ 작품 후기 ============================

168화 무혼에 대한 논란이 많아서 답변을 남깁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전생검신은 제 전작들의 설정과 완전히 다른 설정이며, 무혼 또한 그냥 이름이 멋있어서 쓴 것일 뿐(...) 원래 무혼의 설정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밝혀둡니다. 그러므로 무혼 때문에 연중이라느니 파워인플레라느니 하는 말씀은 하지 말아 주세요 ㅠㅠ 작품의 적절한 재미를 위해 늘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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