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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66화 (166/1,615)

0166 ----------------------------------------------

삼황오제(三皇五帝)

나의 첫 수는 절초 뇌영도도(雷影導道)였으며 투마의 첫 수는 도막(刀幕)이었다. 내 검이 빛살처럼 내공을 머금고 튀어나감과 동시에 투마는 도막을 전개해서 내 공격을 막아내었다. 동시에 불꽃과 뇌전이 피어오르며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키이잉

내 내공은 경세적인 수준이었기에 뇌영도도는 손쉽게 도막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서 투마의 급소에 도달하는 듯 했다. 그러나 투마는 내 내공이 어떤 수준인지 알고 있었던 모양인지 느긋하게 보법으로 몸을 빼더니 도막에서 도염으로 전환하여 내게 반격을 날려왔다.

쿠쾅!

이 또한 한 초식. 내가 검을 길게 눕혀서 충격을 받아내자 약간 밀려났고 투마와의 거리는 다시 삼 장이 되었다. 탐색전의 전초가 끝나자 나와 투마의 눈에는 호승심이 끓어올랐고, 서서히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절초를 보여주려 했다.

만승검결의 쾌환결(快幻決)이 튀어나갔다. 내 검은 그 동안 장삼봉의 심득을 연마하는 동안에 빠름이 무엇인지 한번 더 벽을 깬 것 같았고, 초절정고수인 투마에게도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빛처럼 뿜어져나오는 검광(劍光)의 소나기 속에서 투마는 약간 당황한 듯 자신의 몸 주변만 방어하며 다시 삼 보를 물러섰다.

타앗

투마의 몸이 일 장 위로 치솟아 올랐다. 어지간한 경공경지가 아닌 이상 고수끼리의 대결에서 먼저 공중에 뛰어오르는 건 패착에 가까웠는데, 투마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등을 내게 보여주는 자세가 되었다.

' 절초인가?'

당연한 말이지만 특이한 자세일수록 그가 지니고 있는 비장의 한 수일 가능성이 높다. 등이 보인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찌르다가는 상대의 수에 말려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만승검결의 쾌환결을 펼치다 말고 멸혼보를 이용해서 공격범위를 벗어났다.

사삿

순식간에 나와 투마의 위치가 바뀌었다. 나는 장중한 검초를 운용해서 투마의 추가공격을 봉쇄함과 동시에 압박했는데, 투마는 거기에 되려 강격(强擊)를 구사하며 치고나오기 시작했다.

꽈르릉!!

뇌음(雷音)이 한차례 울리고 이번에야 제대로 나와 투마의 칼날이 부딪혔다. 투마가 내 공격을 화경으로 흘려내려는 기색이 보이자 나는 도리어 한층 강하게 밀어붙였고, 투마는 내공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두 발자국을 물러서야만 했다. 투마가 번신(飜身)의 형상으로 재차 몸을 빼는 동안 나는 멸혼보로 계속 따라붙었다.

투마의 도가 무겁게 진공을 흘렀다. 나로서도 쉽게 받아낼 수 없는 거력(巨力)이 담겨있는지라 이번에는 내가 화경을 쓰며 땅바닥으로 힘을 받아넘겼다.

쿠웅!

나와 투마 사이에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그 먼지구름 사이로도 우리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잠시 소강상태가 생겼는데, 여기까지가 딱 이십여 초의 교환이었다.

"오오오오...!!"

"대단하구나!!"

관중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오는 게 들렸다. 제대로 된 초절정고수의 초수교환은 그 자체로 절정의 춤사위에 못지 않은 예(藝)를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나는 이 화려함이 내 안의 부족함을 다 없애지 못해서 생겨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우쭐할 수가 없었다. 극으로 갈수록 화려함이 줄어들고 되려 단순하게 된다.

"......"

나와 마주선 투마는 힐끔 자신의 도를 보았다. 날에 두세 개의 상흔이 생겨나 있었고 이가 나가있었다. 그래서 투마는 잠시 비무대 밑으로 몸을 날려서 기존의 도를 땅에 꽂아놓고 근처의 거치대에서 새로운 도를 꺼내서 올라왔다.

그가 탄식하듯 말했다.

"뭐냐? 너같은 놈을 내가 왜 여태 몰랐던 거지?"

나는 쓴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누군들 천하가 넓은 걸 알고 있겠소."

"네 검술은 듣고 있던 뇌영검법이나 만승검결과는 꽤 다르구나. 새로운 검법이냐?"

"음..."

나는 투마의 질문에 난감함을 느꼈다. 그것은 대답을 어떻게 해줘야 하는가에 대한 난감함이 아니라, 현재의 내 검술진경이 도달한 애매한 위치에 대한 고민이었다. 숙적인 풍신류의 초절정고수는 분명히 뇌신류의 검법을 구분하는 안목이 있을 텐데, 그가 [다른 검법]이라고 단정지을 정도로 현재의 내 검법이 달라져있다는 소리였다.

' 장삼봉의 심득을 섞으면서 만승검결이 변화한 건가?'

뇌신류의 사제들과 비무할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사실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투마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지는 않소. 만승검결의 진화형이라고 알아 두시오."

"흐흐... 겨우 반 세기만에 무학을 향상시키다니. 뇌신류는 어지간히도 쫓겨난 게 분했나보군."

"격장지계를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마시오. 대체 왜 애매하게 도발하다 마는 거요?"

투마는 그래도 사파의 명숙이라서인지 함부로 험한 말이나 도발을 하지 않는 듯 했다. 내가 투덜거리자 투마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크흐흐. 이건 친선비무가 아닌가? 너무 열내지 말게."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투마는 한 호흡을 먼저 치고 들어왔다. 그것은 마치 내게 빈틈을 유도하려는 듯 교묘하고 적절한 호흡끊기라서, 나는 약간 당황하며 그의 도염(刀炎)을 쳐내야 했다.

' 옘병.'

이 빈틈조차도 투마가 내 심리를 읽고 찔러버린 것이다. 그는 내게 잡스러운 욕설이나 어설픈 도발이 안먹힌다는 걸 알아차리고 호흡의 빈틈을 찌른 듯 했다.

부우웅

동시에 투마의 도 주변에서 무형의 기(氣)가 떠올라서 응축되었는데, 나는 그게 투마가 본격적으로 풍신류의 비기(秘技)를 사용하려는 전조라는 걸 눈치챘다. 잠시 후 투마가 도를 횡으로 휘두르며 외쳤다.

"혈풍참(血風斬)!"

투마의 도염이 날아오면서 갑작스럽게 두 개의 잔영을 남기고 분열했다. 통상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나는 흠칫하며 그 변화를 살폈다. 그리고 잔영도초들이 재차 깨알처럼 분열하면서 희미한 피비린내를 머금으며 붉게 변하는 것이었다.

' 정면으로 받아낼까?'

하지만 나는 왠지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중하게 가자는 생각이 들어서 혈풍참의 진로에서 몸을 틀어서 빠르게 회피했고 혈풍참은 허무하게 옆으로 흩날리고 말았다. 투마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음과 동시에 짜증을 내듯 외쳤다.

"정말 너무하군! 뭐 그렇게 빨라?"

"뭐가 빠르다는 거요? 당신이 느리구만."

"웃기는 소리."

나는 투마가 불평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혈풍참이 보이니까 그 궤적을 보고 멸혼보로 피했을 뿐인데 그렇게 빠르다는 소리인가? 하지만 이내 투마와 검초를 겨루면서 그의 공격범위에서 진퇴(進退)가 자유롭다는 걸 느끼자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

이것이 멸혼보의 위력!

단순히 경공의 속도와 변화를 빠르게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일반 초식의 격돌에서도 순간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기 때문에 공격과 회피를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숙련도가 극호 급이 된다면 뇌영을 만들어서 파생절초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의 숙련도에는 이르지 못했다.

' 이래서 진소청이 내게 이길 수 있다고 한 거구나!'

검술의 수준은 둘째치고 투마와의 대결에서 경공이 훨씬 빠르다는 건 크나큰 장점이었다. 하물며 목숨을 넘나드는 초식의 대결에서 원할 때 언제든 피해버릴 수 있기에, 나는 투마보다 훨씬 부담감이 적었다. 게다가 내공대결에서도 뒤질 일이 없으니 내가 철저한 우세를 잡고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전법은 간단하다. 나는 뇌영검법이나 만승검결의 절초를 사용하는 걸 자제하는 대신, 투마의 헛손질을 유도하며 그와 초수를 겨루었다. 절초는 위력이 강하긴 하지만 그만큼 빈틈이 크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대신에 평범하고 헛점이 적은 공격으로 투마가 반격할 여지를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까가강!

까앙!

투마는 실전에서 잔뼈가 굵은 듯 금새 내 전략을 알아차린 듯 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방어도초로 돌변했고 되려 내게 반격을 노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응이었기에 나도 정신을 집중하며 투마를 사방에서 천천히 공격해 들어갔다.

투마가 초조해하며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의념을 써도 따라잡는게 고작이라니..."

그렇게 약 백오십 초가 지났을까, 투마의 정신력이 흔들리며 한 군데의 약점이 보였다. 견정혈 부분을 치고 들어가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약점이 너무 뻔히 보였기에 나는 순간적으로 갈등했다.

' 함정인가?'

대놓고 보여주는 약점은 약점이 아니라는 말을 무수히 이광에게서 교육받은 적이 있었다. 이렇게 격렬한 초절정고수의 대결에서 이렇게 쉽게 약점이 보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지루한 공방을 빠르게 제압해 버리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속에서 치솟아 올랐다.

"......!!"

내 선택은 한번 더 물러서는 것이었다. 내가 그 약점을 공격하지 않자 이내 게눈감추듯 투마의 약점이 사라졌고 내심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끈질기게 투마와 칼을 부딪히며 그의 체력과 정신력에 빈틈이 생기는 순간을 노렸다.

' 대단하긴 대단하군. 백웅결과 분심결을 모두 쓰고 있는데 이 정도라니...'

아까 전부터 백웅결은 계속 쓰고 있었다. 그래서 진기의 이동속도가 급격히 향상된 상태에서 싸우고 있으며 분심결로 멸혼보도 운용하고 있다. 뇌명을 제외하면 나름대로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도 투마와 대등하게 싸우는 게 연출된다. 투마는 과연 마도팔마의 초절정고수라 불릴만 했다.

까앙!

그렇게 다시 백여 초가 지났을 때였다. 지지부진한 공방이 늘어지던 도중, 나는 아까보다 더욱 급격하고 빠르게 투마의 허리쪽에 헛점이 생겨난 것이 보였다. 아까보다 훨씬 잡아채기 힘들고 미미한 헛점이었지만, 나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헛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거다!'

쐐액 하는 소리와 함께 내 검초가 투마의 허리춤을 공략했다. 투마는 당황한듯 방어절초를 시전했으나 횡베기와 종베기가 두 번 이어지자 그의 기세는 크게 꺾였고, 이내 내 검극이 뱀처럼 파고들어가서 그의 목젖으로 향했다.

투마는 마지막 발악으로 마주베기를 노리려는 듯 했으나 그조차도 내가 멸혼보로 피해버렸다. 투마가 뻗어낸 도광(刀光)이 사라지자 내 검은 재차 그의 정수리로 향했고, 투마는 이제는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스윽

나는 검기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더 해 보시겠소?"

투마는 분한 듯 대답했다.

"아니... 내가 졌다..."

그리고 심판으로 나온 황산파 장로가 저만치에서 사자후를 외쳤다.

[ 뇌신류, 승(勝)!]

객석은 마치 찬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치열한 접전이었으나 이곳은 어디까지나 풍신류의 안방이었고, 투마의 패배는 풍신류의 패배였기 때문이다. 황산파 문인 중에는 입이 근질근질한 자도 있는 듯 했으나 분위기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는 듯 했다.

내가 조용히 검을 회수해서 칼집에 넣자, 투마가 헛웃음을 흘렸다.

"하하... 실수를 핑계로 죽일거라 생각했는데 자네는 뇌신류답지 않군."

나는 내심 뜨끔했다. 뇌신류는 패도적인 성격이 있으므로 비무라고 해도 실수를 핑계삼아서 미래의 강적을 쳐죽여버리는 게 일상다반사였다. 이광조차도 그걸 권장하고 있었다.

' 역시 숙적이라서 뇌신류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건가?'

아닌게 아니라 나도 방금 전까지 투마를 쳐죽일까말까 갈등했던 것이다. 다만 보는 눈과 귀가 있어서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여하튼 자네 승리일세. 강호에 무서운 신예가 나타났구나..."

투마는 탄식하며 비무대에서 내려갔다. 그의 등은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이마의 땀을 쓸어내리며 비무대에서 내려왔는데, 이광과 진소청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소청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내 등을 팡 하고 쳤다.

"사제 잘 했어! 정말 큰 일을 했군."

옆에 있던 이광도 웃지는 않았지만 흡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잘 했다. 특히 네 신중한 판단력이 좋았구나."

"역시 처음의 헛점은 아니었던 겁니까?"

이광이 말하는 것은 내가 공방 도중에 발견했던 두 번의 헛점에 관한 것이었다. 이광은 팔짱을 낀 채 대답했다.

"그렇다. 처음의 견정혈에 생긴 약점을 찔렀을 경우 너는 풍신류 반혈도(反血刀)의 도풍에 휘말려서 큰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투마가 고의적으로 만들어 낸 함정이었지."

"두 번째의 약점은..."

"그건 너와 겨루다가 심력과 체력이 소모된 끝에 나타난 실낱같은 허점이었다. 반대로 그걸 찌르지 않았다면 너와 투마는 천일지투(千日之鬪)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네 내공이 훨씬 높으니 장기적으로는 네가 이겼겠지만 그리 좋은 모양새는 아니겠지."

"그렇군요..."

내가 이광의 해석을 머릿속에서 분석하고 있을 때 이광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로써 너는 현 강호무림의 태두 중 하나를 꺾은 것이다. 기분이 어떠냐?"

"어..."

나는 눈을 꿈뻑거렸다. 그러고보니 투마는 마도팔마의 일인으로써 사파무림을 지배하는 초절정고수였는데 내가 일대일로 쓰러뜨린 것이다.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이광이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별 느낌 없을 것이다."

"네,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건 네가 천외천(天外天)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겸허함은 앞으로도 네가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말씀을 새기겠습니다."

"아무튼 수고했다."

"네."

나는 대기석으로 걸어들어가 앉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천외천!

나는 투마를 꺾어서 강호무림의 정상급 고수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으나, 보이지 않는 천외천급의 고수가 세상에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백련교주는 물론이고 삼대 호법사자, 그리고 이광이나 진소청, 혹은 백련교나 어딘가에 존재할 준초월급의 강자들! 무림은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게 무서운 곳이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기에 투마 하나를 꺾었다고 기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언제 나는 그들의 반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 이걸로 만족하면 안돼. 더욱 장삼봉의 심득을 연구하고 뇌신류의 무공을 다듬지 않으면...'

내가 속으로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있을 때 황산파 장로의 사자후가 들렸다.

[ 다음 대전자 나오시오!]

그리고 이쪽에서는 진소청이 나갈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상대측에서는 도룡신검 용중일이 나올 게 뻔하고, 그게 항렬상 맞는 배치였기 때문이다. 나는 진소청의 무학을 보면서 분석하려는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그러나 - 아니었다.

풍신류 측에서는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했다는 듯이 이광도 자신의 창을 겨눠잡더니 비무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단숨에 유파의 최강고수들이 2회전에서 출전!

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바였기에 당혹한 표정을 지으며 진소청을 돌아보았다.

"사형! 이게 어찌된..."

"당황하지 말게, 사제. 이건 당연한 수순이니까."

고적하게 대답한 진소청의 시선은 비무대 위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이 대결에는 굉장히 큰 것이 걸려 있지. 서로 질 수가 없는 상황일세. 풍신류는 애초에 뇌신류를 질시해서 뇌신류의 숙청을 시도했던 만큼 뇌신류가 백련교에 재흡수되면 머지않아 설 자리를 잃게 될 걸세. 그리고 우리로써도 최종오의를 탐색할 시간이 5년인지 10년인지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

"......"

"이 상황에서 부장이 승패를 결정짓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일세. 반드시 주장이 나와서 승부를 결해야만 하는 것이지."

나는 힐끔 진소청을 보았다. 그러자 진소청이 쿡쿡 웃었다.

"사제. 방금 나를 버림패로 쓰는 게 어떻겠냐고 생각했지?"

"네? 아... 그렇지는..."

"물론 그럴수도 있지만 그건 스승님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하는 일이야."

진소청은 비무대 위의 용비천을 쳐다보았다.

"반세기 전부터 스승님은 저 자를 쓰러뜨리고 싶어서 불철주야 연마하셨기 때문일세."

"......"

나는 알 것 같았다.

이 상황에서 그냥 용비천을 진소청으로 대적해 버리면, 마지막 1전에서는 이광이 용중일을 꺾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그런데도 좋은 선택을 버리고 이광이 용비천의 승부수에 응한 것은, 그의 자존심 문제였던 것이다. 동시에 이광 스스로가 이 비무에서 호법사자의 역량을 알고싶다는 점도 있으리라.

나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길 수 있을까요?"

내 질문은 스승에 대한 것으로는 불경스러운 것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풍신류 호법사자의 역량이 반선급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로써는 이광의 승산을 쉽사리 올릴 수가 없었다. 그러자 진소청이 대답했다.

"원래라면 무리지. 천령단을 제외하고도 조금씩 딸리는 부분이 있었겠지."

"원래라는 말씀은..."

"사제는 잘 지켜보게."

진소청이 빙긋 웃었다.

"사제가 뇌신류에 전해준 멸혼보와 심득이 어떻게 승화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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