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5 ----------------------------------------------
삼황오제(三皇五帝)
뇌신류 최종오의라니?
뇌신류 제자들은 일순 당혹해서 이광을 쳐다보았다. 뇌신류에 비기나 오의라고 불리는 특수하고 강력한 기술들이 존재하지만, 최종오의라는 존재는 여태껏 이광이 설명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진소청조차도 잘 모르는 표정인지라 확실히 이변이 일어났다는 게 느껴졌다.
' 그런게 있나?'
물론 가장 당황한 것은 나였다.
내가 뇌신류를 습득하고 배워온 기간은 물경 반 세기, 아니 그걸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결전오의 뇌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광이 비슷한 언급조차 하는걸 본 적이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이광에게 박히자, 그는 잠시 무거운 침음성을 내었다.
"으음..."
잠시 침묵이 이어진 후 이광이 말했다.
"교주. 그건 현재 실전(失傳)되었으나 개파를 하면 머지않아 되찾을 수 있소."
이광의 대답에 교주가 예상했다는 듯 천천히 육합전성을 내었다.
[ 그럴 줄 알았지.]
"......"
[ 뇌신류... 그대들은 알아두어야 한다. 내가 뇌신류의 개파를 인정하는 문제는 백련교의 역사와도 관계가 있음을.]
이건 무슨 소리인가?
좌중이 조용히 백련교주의 말에 집중하는 가운데 그의 말이 이어졌다.
[ 백련교의 시초는 백련종(白蓮宗)이나 그 이전부터 심원한 일맥(一脈)이 있었으니, 그 일맥이 무생노모(無生老母)를 모시는 것이었다. 그대들 뇌신류를 포함하여 사대유파도 그 당시부터 출발했던 것이지. 일맥의 시조는 남송보다 훨씬 이전, 만당(晩唐)때부터 시작되었으니 우리의 역사는 천 년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알고 있소."
[ 그리고 사대유파는 외부의 압력에 맞서싸우며 늘 단결하였으며 하나의 교리를 믿으며 주기적으로 자파에서 교주를 배출하였다. 즉 우리 백련교는 무파(武派)와 교파(敎派)가 따로 구분되지 않으며 사대유파가 본질적으로 대등한 관계였다. 뇌신류 그대들은 단순한 호법유파가 아니라 백련교의 역사 그 자체임이다.]
백련교주의 말은 얼핏 당연한 말을 읊는 것 같았지만, 망량은 그 말을 듣자 그리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으음. 이거 설마..."
그는 백련교주의 말에서 뭔가 다른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백련교주의 말이 계속되었다.
[ 현재의 위력(威力)에 상관없이, 그대들의 개파를 허가하기 위해서는 내 나름대로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결단의 전제조건은 그대들이 천여 년에 이르는 뇌신류 무예의 정화(精華)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뇌신류라고 하는 백련교의 '역사'를 문외로 내보내 줄 수는 없다.]
"......!!"
이광은 이를 으득 악물었다. 그리고는 외쳤다.
"그런 어거지가 어딨소? 그렇게 말할 거라면 뇌신류의 숙청은 도대체 뭐였소? 당신이 말하는 그 잘난 역사를 자기 손으로 뭉개버린 셈이군!!"
천하의 백련교주에게 따지고 드는 이광이었으나 장내에서 그걸 '무례'라고 느끼는 자는 호법사자 외에는 달리 없을 듯 했다. 이광은 뇌신류의 대표이자 최강자라고 할 수 있었고 백련교주의 말에 모순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호법사자들이 슬며시 움직이려는 기색을 백련교주가 손짓해서 무마하는 듯 했다. 백련교주가 대답했다.
[ 그 일은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말해두지. 허나 나는 뇌신류 그대들에게 미안함과 연민의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원한다면 다시 교에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흐흐... 그걸 믿으라는 말이오?"
[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너희 뇌신류는 최종절기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해서 독립하던가, 그게 아니면 오늘 이 자리에서 산하에 들어와라. 그게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직접 온 이유이다.]
"......"
우리 모두는 그제서야 백련교주의 속내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뇌신류를 흡수하려고 온 것이다!
백련교주는 언제고 중원의 무림에 손을 뻗을 야망을 지닌게 분명했고, 그걸 위한 전력을 모으는 듯 했다. 백련교의 힘으로 뇌신류를 토벌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그것보다는 뇌신류를 흡수하는 게 낫다고 선택했으리라.
당연한 말이지만 반천맹이나 망량의 입장에서는 백련교와 손을 잡아도 크게 나쁠 건 없다. 왜냐하면 백련교의 주적은 황궁이며, 어떤 점에서는 공동의 적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망량은 이 자리에서 뇌신류가 백련교에 흡수되어도 무방하다 생각하겠지만 이광의 입장은 다르다. 왜냐하면 그는 백련교에 내쳐진 원한을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광은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
"이건 불공평하오."
[ 무엇이 불공평하다는 것이지?]
"뇌신류는 본디 천여 년의 무예역사를 거쳐오면서 무수히 많은 달인들이 비기와 오의를 정립했소. 그 양이 너무나 방대하여 한두 명의 전승자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서 다인전승의 형태를 택했소. 그렇기에 백련교에서 배척될 때 뇌신류의 무예가 파편화되어 곳곳에 흩어질수밖에 없었던 것이오."
그렇게 말한 이광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백련교주 쪽을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
"사전에 아무런 조건도 통지해놓지 않고, 파편화의 근원 측이 최종오의를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 적어도 충분한 유예를 줘야하는 게 아니오?"
[ ......]
백련교주가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 의견을 들어봐야 겠군.]
그러더니 불쑥 옆에 있던 풍신류 호법사자에게 물었다.
[ 용비천. 그대는 어찌 생각하시오?]
흑호 가면을 쓴 자. 풍신류 호법사자이자 풍신류의 수장인 용비천은 백련교주의 말을 듣자 곰곰히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광의 말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여겨집니다. 최종오의든 결전오의든 갖춰두지 않으면 문파의 꼴이 이뤄질 수 없는데 우리에게 책임을 돌리다니요? 저 자의 말을 묵살해도 무방합니다."
이광은 물론 모여있던 뇌신류 제자들의 얼굴에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뇌신류와 원수지간인 풍신류의 수장이 저렇게 말하니 그 이상 화가 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과 싸우는 건 자살행위였기에 일단 참을 수밖에 없었다.
[ 그렇군. 그럼 한백령은 어찌 생각하시오?]
은빛 여우가면을 쓴 화신류의 수장, 한백령은 교주의 물음에 대답했다.
"일리가 있다 여겨집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저자들 뇌신류는 반천맹이란 단체와 손을 잡고 있는데, 그들은 황궁에 대적하고 있습니다. 유예기간을 주어서 잠시 마음대로 하게 놔두어도 본교에 해가 될 것은 없습니다."
[ 흐음... 반천맹이라.]
백련교주는 읊조리더니 힐끔 망량 쪽을 바라보았다.
[ 그대가 반천맹주인가?]
파아앗
그 순간 망량은 마치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되어서 아무런 말도 못 하는 기색이었다. 교주가 암중에서 펼쳐낸 무형지기에 심령이 제압되었기 때문이다.
' 이런!'
나는 급히 망량의 어깨에 손을 뻗어서 그에게 내공을 폭포수처럼 흘려내었고, 잠시 후 망량이 정신을 차렸다. 잠깐동안 의식을 잃은 듯한 망량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백련교주."
[ 그대는 무엇때문에 황궁에 대적하고 있는 거지?]
"황궁의 어둠에서 이족(異族)이 암약하면서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웅성...
망량의 대답에 장내가 수군거렸다. 이족이라고 하는 단어가 황산파 문인들은 물론 뇌신류 사람들에게도 꽤 생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주를 따라 온 친위대들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백련교주는 망량의 말에 흥미를 느낀 듯 했다. 그 때까지 암암리에 뻗쳐내던 무형지기를 거둬들이며 말했다.
[ 이족이라...? 그대는 그 말에 확신할 수 있는가?]
"이미 금의위와 동창은 이족의 세력에 지배당했으며 그들의 수족이 된지 오래입니다. 이대로는 그들의 만행에 민초들이 고통받을 수 있다 생각하여, 의(義)를 위하여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 호오...]
백련교주가 말했다.
[ 재미있군. 다음에 언제든 백련교에 찾아오면 후의로 대접하지.]
"꼭 찾아가겠습니다."
그 순간 호법사자들이 놀라서 발 뒤쪽을 쳐다보았다.
그만큼 백련교주의 말이 의외인 듯 했다. 백련교주는 그 다음으로 황금빛 용 가면을 쓰고 있는, 수신류의 호법사자에게 물었다.
[ 독고준(獨孤俊).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백련교주는 다른 호법사자와 달리 그를 편하게 부르는 기색이었다. 아마 같은 유파이기 때문이리라. 수신류의 호법사자 독고준은 힐끔 이광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유예기간을 주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이대로 그들을 흡수하더라도 최종오의는 없을테니,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도 좋지 않을까요?"
[ 흐음. 그렇겠군.]
백련교주는 세 명의 호법사자에게 차례차례 의견을 들어본 후 이광에게 말했다.
[ 뇌신류. 내 제안이 갑작스러웠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대들에게 최종오의를 얻기 위한 유예기간을 주겠노라.]
"......"
[ 기간은 3년! 그 안에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그러자 이광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누르며 외쳤다.
"10년은 필요하오!"
[ 10년을 우습게 아는군. 강산이 한 번 바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가?]
"빌어먹을... 당신도 알다시피 뇌신류의 최종오의는 세 명의 달인이 모여야 전승을 이룰 수가 있소. 지금부터 시작해서 천지사해를 뒤지고 전수를 하는데는 10년도 부족하오."
[ 흐음...]
백련교주가 이윽고 말했다.
[ 좋다... 5년으로 해 주지. 그 이상은 안 된다.]
"감사하오."
[ 그때까지 임시 개파를 허락하겠다. 아무쪼록 노력하도록.]
절반의 성공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생각외로 백련교주는 뇌신류 자체에 악감정이 없는 듯 했고 매우 협상에 긍정적인 태도였다. 그래서인지 풍신류 호법사자가 인상을 찌푸릴 정도였다. 물론 화신류나 수신류의 경우는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 때 망량이 벌떡 일어서서 포권했다.
"백련교의 지존께 한 가지 청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장내의 시선이 망량에게 쏠렸다. 이제 백련교주가 퇴장하려는 분위기였는데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전환된 것이다. 백련교주가 흥미로운 듯 말했다.
[ 무엇인가?]
"현재 교주께서는 뇌신류의 역량을 그리 신뢰하지 못하시는 듯 하여, 한 가지 제안을 드릴까 합니다. 아주 실용적이며 서로에게 도움이 될 일이라 생각하며 반드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잠시 심호흡을 한 망량이 말했다.
"원컨대 뇌신류와 풍신류가 친선비무를 하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 친선비무...?]
고개를 끄덕인 망량이 말을 이었다.
"3전 2선승제로 하여, 각 유파의 고수들이 비무를 하는 것입니다. 교주께서는 현재 뇌신류의 역량이 어느정도나 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실 수가 있으실테고, 저희도 천하에 이름높은 백련교 풍신류의 힘을 확인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망량의 제안에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이 당혹해서 외쳤다.
"이 놈! 무슨 헛소리냐."
"헛소리가 아닙니다. 설마 자신이 없으신지...?"
"......!!"
그 순간 용비천이 이를 까득 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고 장내의 모두가 긴장했다. 용비천이 머리 끝까지 도발에 걸려들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덤벼들 기색인 용비천도 끝끝내 움직이지 못했으니, 그건 호법사자와 백련교주가 모두 모여있는 자리이기 때문인 듯 했다.
백련교주가 말했다.
[ 친선비무라고 하나 승패의 보상이 있어야 할 터인데 무엇이 좋을까?]
"뇌신류가 승리할 경우, 유예기간을 10년으로 늘여 주시는 게 좋을 거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풍신류가 승리할 경우에는 뇌신류가 즉시 백련교에 흡수되어도 이견이 없습니다."
[ 재미있겠구나.]
용비천이 급히 백련교주를 돌아보며 항의했다.
"교주! 이깟 놈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 그만하시오. 그저 이기면 되는 문제가 아닌가?]
"그... 그건..."
[ 설마 이길 자신이 없다면... 거절하겠소.]
용비천은 은근한 백련교주의 압박에 이를 악물듯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희 풍신류가 이길 수 있습니다."
[ 그래야지.]
그렇게 친선비무의 판이 짜였다. 이 안은 비무를 하기에 좁았기 때문에 황산파의 연무장으로 다같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동을 하면서 뇌신류 제자들과 나, 망량, 미호가 모여서 작전을 짜게 되었다.
이광이 망량에게 말했다.
"반천맹주. 잘 말해 주었네."
"아닙니다. 계획대로 되었죠. 이제 2승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지."
이광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좌중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나, 진소청, 그리고 백웅이 나간다."
"극호 사형이 나가는 편이..."
내가 겸양을 위해 말하자 이광이 음, 하고 침음성을 흘렸다. 그러자 극호가 끼어들며 킬킬거렸다.
"아이고 이 새끼가 되지도 않는 체면 살려줄라 하네?"
"사형."
극호가 내 등을 팡 치며 호쾌하게 말했다.
"바보자식아, 뇌신류의 운명이 걸려있는데 지금 사형 면을 살려줄 때겠냐? 니가 나보다 더 쎄니까 걱정말고 잘 싸워서 이기기나 해라! 그게 나를 위하는 거다."
"알겠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쪽의 삼인자도 만만치 않은 놈일 것이다. 백웅, 네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
"걱정 마십시오, 사부."
우리는 대충의 전략을 짜고 난 후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의 관전석에는 이미 백련교주의 가마와 두 명의 호법사자들, 친위대가 자리잡고 있었고 황산파의 장로와 문인들이 우글대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심판과 진행을 맡은 황산파의 장로가 말했다.
"각 유파의 대전자 세 명은 앞으로 나오시오!"
나, 진소청, 이광이 비무대 위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맞은편에서도 풍신류의 고수 세 명이 걸어나왔다. 나는 그들의 면면을 확인하자 속으로 걱정이 흘러나왔다.
'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 황산파 장문인 도룡신검 용중일, 그리고 저 놈은...'
풍신류에서 나온 세 번째 고수는 환도(環刀)를 빗겨찬 애꾸눈의 사내였다. 나는 황산파의 장로나 풍신대의 대장인 이여송이 나올거라 생각했기에 의외라고 여겼지만, 그 자의 무공은 확실히 그들보다 훨씬 높았다. 초절정급 고수가 확실했기에 나는 쉽지 않은 상대일 거라고 짐작했다.
잠시 후 서로가 포권을 하여 비무 전의 예를 차리고 밑으로 내려갔다. 비무대 가운데에 선 황산파 장로가 크게 외쳤다.
"첫 번째 대전자는 앞으로 나오시오!"
스으으
풍신류에서 먼저 앞으로 걸어나온 것은 환도의 애꾸눈 사내였다. 물론 저 자에게 이광이나 진소청이 나갈 경우 확실히 1승을 챙길 수 있겠지만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기에, 내가 저 환도의 애꾸눈을 상대해야 했다. 내가 마주 걸어나가서 비무대에서 삼 장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나는 포권을 하며 말했다.
"뇌신류의 백웅이라 하오. 잘 부탁하오."
그러자 애꾸눈 사내도 포권을 하며 말했다.
"풍신류의 투마(鬪魔)라고 한다."
"......!!"
그 순간, 나는 경악했다.
"당신이 설마 마도팔문 수라문주란 말이오?"
투마는 백련교주가 보는 자리라는 걸 의식한 듯 최대한 거만함을 감추며 말하는 듯 했다.
"흐흐, 그렇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마도팔문!
그 중에서도 수라문은 도(刀)를 주로 쓰는 문파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껏 나와 직접적인 대면이 있었던 적은 마도팔문이 합공해서 나를 죽였을 때 금도당주와 마주쳤을 때밖에 없었다. 마도팔문의 주인은 마도팔마라고 불렸는데 그들 하나하나가 사파의 하늘을 지배하는 초절정고수들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투마는 수라문의 문주로써 전투광이었고, 나아가서 수도 낙양의 암경무투회를 주최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투마가 알고 봤더니 백련교 풍신류의 제자였던 것이다! 내가 뜻밖의 상황에 당황하자 비무대 밑에 있던 진소청이 내게 전음을 보내 왔다.
[ 사제, 걱정 마. 사제가 훨씬 강하니까 침착하게 하면 반드시 이길 것일세!]
나는 진소청의 말에 심호흡을 하며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투마의 환도에는 바람이 위협적으로 일렁이고 있었으나 나는 기가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되려 자신감이 마음속에서 차올랐다.
' 그래. 마도팔마 따위에게 겁먹어서 되겠나?'
내 목표는 마도팔마에서 멈추지 않는다. 놈들보다 몇 배는 강한 황궁 세력에 정면으로 부딪혀야만 한다. 여기서 쫄아들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이다.
"비무 개시(開時)!"
그리고 첫 마도팔마와의 대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