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63화 (163/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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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三皇五帝)

망량의 말인즉, 내가 수기의 공양으로 얻은 장삼봉의 축복을 이용해서 무당파를 접수하라는 소리였다. 나는 황당해서 물었다.

"그게 가능하오?"

"왜 안 되오?"

"그야 내가 장삼봉의 최후 심득을 머릿속에 넣어서 늘상 익히고 있지만, 그 진척도는 아직 2할에도 미치지 않소. 검식의 효과만 겨우 끌어내서 쓸 뿐 진정한 위력을 보이기에는 멀었소. 이걸로 정파태두 무당파의 종주(宗主)가 되려 하다니 가당치 않소."

"......"

"게다가 그들이 나를 인정할지도 의문이오."

내 솔직한 의견이었다.

물론 장삼봉의 심득을 얻고나서 내 검술이 더욱 쉽게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고, 본래 재능으로는 손이 닿지 않던 지평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절세검술을 알고있는 것과 펼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나는 장삼봉의 무공이 지니고 있는 한계치가 지금의 내 수준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절반에 도달하기도 벅찼다. 최소한 수십 년동안 처박혀서 수련만 해도 굴공참이나 천축검을 제대로 대성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자 망량이 피식 웃었다.

"물론 지금 당장 가라는 소리가 아니오. 하지만 조만간 가게 될 터이니 그때까지는 최대한 검술을 닦아두라는 소리요."

"조만간이라니... 그렇게 빨리 대성(大成)할 수는 없소."

"하하하. 당신은 무당파의 종주가 된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오?"

"그야 장문인(掌門人)이 되는 것이겠지."

"후후. 장문인... 그게 도가문파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외다."

"뭐라고?"

망량은 빙긋 웃더니 마당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설명을 하려는 듯 섭선을 촤락하고 펼쳤다.

"잘 들으시오. 장문인이란 도가문파의 정점이 아니오. 되려 중간관리직에 가깝지."

"무... 무슨 소리오?"

나는 황당해서 반문했다.

장문인!

그것은 구파일방이라고 불리는 현 정파최고문파들의 태두를 일컫는 말이 아니던가? 내가 망량을 쳐다보자 그가 섭선을 팔락거리며 설명했다.

"구파일방의 시초가 무엇이라 생각하오?"

"세상 각지에서 명성을 떨치던 전설적인 기인(奇人)들의 문파에 도사와 승려들이 모여들었던 거라고 알고 있소."

"바로 그렇소. 즉 장문인이라는 직위는 최초에는 거의 개념이 없다가, 갈수록 구파일방이 세속에 관여하면서 외부와의 투쟁이 격화되자 문파의 구심점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직위요. 게다가 문파간의 항쟁이 완벽하게 힘의 논리로 변질된 현재의 무림에 있어서 장문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각 구파일방의 최고고수로만 이루어져 있소."

그렇게 설명한 망량이 느긋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장문인은 동시에 구파일방의 지존(至尊)이라 할 수 있소? 그들이 자파 내에서 십이율의 십이율주 같은 강력한 통솔력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당연히 그렇지 않겠소?"

"전혀 아니오. 현재 구파일방에서 장문인이라는 직위는 문파최강자가 한번씩 거쳐가는 지위로 변질되어 있소. 당연히 정치적인 실권은 장로들이 나눠가지거나, 혹은 그들보다 윗배분의 사숙이 이것저것 통제하게 되어있지."

"......!!"

"만일 다른 문파의 지존들처럼 장문인이 강력한 통솔력을 보이려 한다면 그 순간 내분이 일어나게 될 것이오. 이게 현 구파일방의 특이한 점이지."

나는 입을 벌렸다. 구파일방의 체계가 대충 어떤지는 알고 있었지만 장문인이라는 직위에 그런 내막이 있는지는 몰랐던 것이다. 그저 구파일방 장문인이 최고수라는 사실을 별다른 생각도 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가 망량을 쳐다보자 그의 말이 이어졌다.

"즉, 현재 장문인이라는 직위는 원래의미인 문파의 장이라는 뜻이 아니라 타 세력과의 충돌이 일어날 경우 무력항쟁을 주도하는 돌격대장에 가까운 것이오. 그래서 장문인이 구파일방의 최고수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이오. 이해 되었소?"

"그... 그렇군."

"뭐, 새로 들어온 황산파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던 망량이 말했다.

"실질적인 구파일방의 정점은 뒷선에 물러나있는 한세대 전의 초절정고수들이라고 할 수 있소. 대표적으로 정파 삼대기인(三大奇人)이 있지."

"삼대기인이라면..."

"태산노옹(泰山老翁), 걸선(乞仙), 소림신승(少林神僧)을 말하는 것이오."

나는 그 명호를 듣자 침음성을 흘렸다.

정파 삼대기인!

여태 전생을 하면서 숱하게 들어왔던 이름으로, 그 명성은 하늘에 닿아있다고 할 수 있었다. 정사중립의 태산노옹과 개방의 걸선, 소림의 신승이 있기에 마도팔문은 언제나 구파일방의 눈치를 보며 살고있을 정도였다. 또한 그들 중 태산노옹은 사공린을 가르친 적이 있기에 간접적으로 신경쓰이는 존재였다.

망량의 말이 이어졌다.

"즉 당신은 구파일방 최고수들을 쓰러뜨릴만한 무공이 없어도 되오. 은막(隱幕)의 정점들에게 당신이 지닌 무공이 장삼봉의 심득이라는 사실만 증명하면 되는 것이오. 그것만으로도 구파일방은 앞으로 뇌신류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니."

"으음."

"무당파의 전대기인이 천축검이나 굴공참을 못알아볼 리는 없소. 그들은 전대의 비학에 매우 민감한 자들이오."

증명하기만 하면 된다.

그건 확실히 이광조차도 얕보지 못하는 구파일방 최고수들을 연파하라는 미친 난이도보다는 훨씬 덜했다. 내가 속으로 망량의 말을 곱씹다가 대답했다.

"말은 쉽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아직 신묘한 검술의 2할에도 이르지 못했소. 그런 초절정고수들의 눈에 찰 리가 없소."

"흐음. 그게 문제란 말이군..."

잠시 고민하던 망량이 곧이어 말했다.

"원래라면 황궁의 일부터 해결하고 당신의 수련시간을 만들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군. 재능을 빌려서라도 억지로 습득하는 수밖에 없겠소."

"재능을 빌리다니?"

망량이 씨익 웃었다.

"기다려 보시오. 내가 충분한 요건을 만들어 주리다."

나는 망량의 말대로 며칠동안 진랑곡에 얌전히 대기했다. 물론 대기하는 동안에 미호가 나를 찾아와서 장난을 걸었고, 그 바람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무공수련은 별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호와 는실난실 시덥잖은 장난을 치는 시간도 꽤나 즐거웠기에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호가 나와 놀다가 근황을 듣고는 말했다.

"흐응, 재능을 빌리다니... 그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구나."

"무슨 생각인데?"

"미리 알아봤자 의미없을테니 그냥 말하지 않겠다. 그보다 그건 어떻게 되었느냐?"

"뭐가?"

"항우의 축복."

나는 그 말을 듣자 등가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지금까지 애써 잊고 있었던 걸 미호가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전생에서 거르고 거르다가, 항우의 축복을 받았다. 항우라고 함은 역사상 최강최흉의 장수이자 군주였고 난폭하고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은 존재였다. 그런 항우의 축복이 어떤 것인지는 짐작도 되지 않았고, 더욱이 나는 아군이라 믿었던 여동빈의 폭주 때문에 한번 죽은 경력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겁이 나는 것이다.

미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동빈처럼 평소에 항우의 영혼이 느껴지진 않느냐? 혹은 싸울 때 갑자기 항우가 강림하거나 하지는 않느냐?"

"그런 일은 없었어."

"희한한 일이구나. 항우는 싸우고 싶어서 늘 좀이 쑤셔하던 것 같은데 뭔가 특별한 조건이 걸려있는 모양이다."

"조건이라고?"

미호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 쇄골을 만지작거렸다.

"그 악명높은 항우가 천계의 선령으로 소환되어서 수기의 공양을 받은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지?"

"음... 솔직히 황당했지."

나는 미호의 말에 동의했다. 그도 그럴것이 인간이 평생 공덕을 쌓고 도를 닦아도 지선(地仙)이 되기도 힘든데, 항우같이 악독한 존재가 천계의 대라신선 반열에 올라있다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항우의 행적을 보면 악령으로써 지옥에 가도 이상하지 않지만 천계에 있는 이유가 따로 있다. 그것은 항우가 당시 천하의 명운을 쥐고 흔들면서 악업을 행하면서도, 그 모든 것이 성좌(星座)에 의해 부여받은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성좌라고?"

"그래... 세상에서 가장 기구하고 절대적이며 무서운 힘을 지닌 운명이다."

나직이 중얼거린 미호가 내 옆에 꼭 붙어서 기대면서 밤하늘의 별을 가리켰다.

"자, 보아라. 하늘에 별이 아주 많지?"

"응 많네."

"저 별 중에서 특정한 몇몇 별자리는 강대한 주술적인 권능을 지니고 있다. 이따금 저 별자리의 마력(魔力)이 지상에 영향을 미쳐서 천재지변을 일으키거나, 선천적으로 무서운 힘을 타고난 인간을 발생시킨다."

나는 도가지식과 술법지식을 통찰해서 미호의 말을 이해하려고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대꾸했다.

"그건 36천강성(天降星)과 72 지살성(地殺星)을 말하는 건가?"

"그래. 항우는 그 중에서 무려 12개나 되는 별의 기운을 타고난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어렸을 적부터 초인(超人)이었으며 자라날수록 그 힘은 더욱 강맹해졌지. 천하를 피로 물들인 것도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니라."

"......"

별자리의 기운을 십여 개나 타고난 인간!

나는 미호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침묵하다가 말했다.

"원래부터 인간이 아니었다는 말이군."

"껍데기는 인간이었지. 하지만 타고난 힘이 너무 강해서 억지로 죽은 후에 천명을 거슬러서 천계에 눌러앉아버린 부류다. 천계에서도 이단아라고 불리는 존재이니라."

"하아... 그런 말도 안되는 놈이었다니."

나는 탄식했다. 그 말대로라면 죽어서 대라신선이 되기 전에 더더욱 강했던 인간이라는 말이 아닌가? 내가 기가 질려있자 미호가 말을 이었다.

"짐작했겠지만 천계라는 건 공덕을 쌓은 존재만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라. 그렇다기보다는 성천(星天)의 중간에서 세계를 관리하는 특수한 이계(異界). 괜히 천계에 환상을 품지 않는 게 네게 좋을 것이다."

미호의 조언인 것 같았다. 나는 왠지 이 조언이 도움이 될 것 같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아무튼 억지로 대라신선에 올라간 존재인 만큼, 다른 자들과는 다르게 힘을 발휘하는데 큰 제약이 있는 게 분명하다. 본인의 입으로 그걸 설명 안해준 걸 보면, 그 조건이 틀림없이 백웅 네게는 좋지 않은 거겠지."

"으으, 생각도 하기 싫군."

미호가 깔깔 웃으며 내 등을 두들겼다.

"아하하, 힘 내거라. 죽기밖에 더 하겠느냐?"

나는 죽을 상을 지었다.

"그거 나한테는 전혀 위로가 아니라고."

"알고 한 소리니까 좀 더 상처받아도 좋으니라."

"으윽... 못된 여우."

"아하하."

그렇게 미호와 이따금씩 놀면서 간만에 진랑곡에서 휴양을 취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약 한 달이 지나자 망량이 나를 불렀다.

"준비가 다 되었으니 나를 따라오시오."

"저번에 말했던 '재능을 빌리는' 일이오?"

"그렇소."

나는 망량을 따라서 어디론가로 향했다. 갈수록 인적없는 산속이 계속되었고, 이윽고 나는 왠 오래된 사원 앞에 도착했다. 사원은 오래된 건물처럼 보였지만 얼마 전에 보수하고 개축한듯 사람이 묵을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원 앞에는 5명의 남녀가 모여 있었다. 나는 그들의 면면을 확인하자 깜짝 놀랐다.

"아니?!"

"늦었군 사제."

그랬다.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로 뇌신류의 고수이자 내 사형인 진소청이었다. 그리고 진소청의 옆에는 극호도 서 있었고, 사부인 이광 또한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었다. 세 사람은 익히 알고 있는 뇌신류의 인물들이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그 중에서 한 명이 마치 순백이 지상에 내려앉은 고결하고 아름다운 외모의 미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고, 꽤 오래된 기억임에도 인상적으로 남아있었다. 내가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 사공린..."

사공표국의 표위이자 사공일족 최고의 천재인 그녀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그녀는 내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말했다.

"처음 뵙겠어요, 백웅 사형."

"사... 사형?"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주위를 둘러보자, 가만히 서 있던 이광이 말했다.

"백웅. 오늘부터 네 사제가 될 사공린이다. 제대로 인사해라."

"아, 알겠습니다. 잘 부탁해 사매."

"네."

나는 얼떨결에 대답하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과거 내 짝사랑이었다가 시간의 흐름때문에 흘러가버린 사공린이 왜 이 자리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사공린이 나보다 나이가 연상일텐데도 뇌신류의 사매로 들어온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한 사람은 졸려보이는 눈을 하고 있는 소년(少年)이었다. 그 또한 눈을 껌벅이더니 내게 목검을 사용해서 예를 취했다.

"마찬가지로 새로 뇌신류에 입문한 재후(載?)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사형."

"잘 부탁하네 사제."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이게 어찌된 판국인지 망량에게 눈빛으로 질문했다. 그러자 망량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광 님께서 설명해 주실 것이오."

내 시선이 이광을 향하자, 그는 천천히 팔짱을 풀며 말했다.

"반천맹주가 내게 네 일을 알려주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하러 왔다. 그는 내게 한 가지 방안을 제시했고, 나는 그 방안에 첨삭을 하고 내 나름대로 보충을 했다. 그리고 반천맹주가 훌륭한 인재들을 구해온 것이다."

"사부님. 제자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간단하다. 반천맹주가 뇌신류에 뛰어난 기재(奇才)를 보충시켜 주었고, 이제부터 우리가 너와 함께 굴공참과 천축검을 연구할 것이다."

"......!!"

내가 놀란 기색으로 이광을 쳐다보자 이광이 말을 이었다.

"사공린도 재후도 소청이만큼은 아니지만 천하를 오시할 만큼의 무재(武才)를 품고 있는 아이들이다. 십 년 이내에 천하를 주름잡을 고수로 키워낼 자신이 있다. 그리고 기왕 무당파의 절세비학을 연구할 거라면,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자들이 모여서 함께 논하는 편이 낫겠지."

"그건..."

"아직도 못 알아듣겠나? 뇌신류의 재능을 쓰라는 이야기다."

나는 이제야 망량의 전략을 알 수 있었다.

궁극의 협업(協業)!

안그래도 천재만 모아놓은 것 같았던 뇌신류에, 망량이 생각할 때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기재를 추가로 붙여주는 것이다. 거기에 동시에 절세무공의 연구가 뒷받침되면 강호사상 보기 드물 정도로 빠른 무공연구가 이루어질 게 분명했다.

망량이 내 어깨를 두드려주며 전음을 보내왔다.

[ 사공린은 당신의 전생담을 듣던 중에 가장 아깝다고 생각한 재능의 소유자였소. 태산노옹에게까지 인정받은 재능이 이대로 썩는건 아깝다 생각했지. 그녀가 뇌신류와 장삼봉의 무공을 익힌다면 5년 이내에 세상을 오시할 여류고수로 성장할 것이오.]

[ 재후는 누구요?]

[ 그는 내가 감춰두었던 최후의 한 수요. 그의 정체는 나중에 말해주겠지만, 재후의 재능도 사공린에 못지 않다는 것만 알아두시오.]

재후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나는 일단 묻어두기로 했다. 망량이 나중이라도 말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한 기색이 되자 이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그 할망구 성격상 돌다리도 두들기면서 건널테니 협상자리를 만들려면 적어도 세 달은 걸리겠지. 그 때까지 다같이 무공을 연구하면서 무위(武威)를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발전기회는 따로 없을 것이다."

"이 사원에서 숙식하면서 무공만 연구하는 겁니까?"

"그렇다. 지금부터 먹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수련할 거라고 생각하거라."

그렇게 말한 이광이 경고하듯 말했다.

"특히 백웅! 너는 원전을 전달하는 입장인 만큼 가장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윽... 알겠습니다."

나는 망량을 급히 쳐다보았다. 그러나 내게 지옥같은 자리를 마련해 준 망량은 어느 새 축지법(縮地法)의 술법을 써서 저만치 도망가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망량이 사전에 이야기를 안해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건 지옥수련일 게 분명하다.

그것도 특히 내게 힘든 수련일 것이다.

그걸 알게 되면 내가 힘들어서 기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직전까지 밝히지 않은 것이리라.

' 으으으윽...'

물론 수련을 버텨낼 근성은 있지만, 대놓고 이광이 지옥수련이라고 몰아붙이는 난이도가 얼마나 불지옥스러운지 알고 있는 나였다. 나는 치를 떨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그리고 협상연락이 오기 전까지 수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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