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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三皇五帝)
그리고 청룡무관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제 슬슬 지겹거나 짜증날 만도 했지만, 나는 그런 생각보다는 전에 없이 일이 잘 풀린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멸혼보를 전수받을 경우 내 역량이 진일보 할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 의욕이 솟는걸!'
다음 날부터 바로 진소청과 인사를 한 후, 극호에게 멸혼보를 배우기 시작했다. 물론 멸혼보의 요결은 이미 다 들어서 외우고 있는데다가 동영의 검호들에게 전수시키면서 되새기기까지 했기 때문에 외울 걱정은 하지 않았다.
요결을 전해주고 난 후, 극호가 약간 떨떠름한 기색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 사실 이 멸혼보는 아직 청룡무관에서 나 외에는 누구도 익히지 못했어, 사제. 그러니 못 익혀도 이상한 건 아니야."
극호의 말투는 평소의 자유분방하고 까불거리는 말투가 아니라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아마 그의 마음속에서 내가 뇌신류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일 것이다.
극호 생각에는 굉장한 검술의 심득을 내가 퍼주듯이 나눠주는 상황인데, 전수조건도 애매한 멸혼보를 전해준다는게 못내 껄끄러운 듯 했다. 하긴 멸혼보가 재능이나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독특한 무공이니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는 극호의 가르침대로 멸혼보를 연습하는 척 하다가 말했다.
"극호 사형. 이거 혹시 심성에 관련된 무공 아닙니까?"
나는 벌써 한 번 멸혼보의 요결대로 암송하다가 자아에 함몰되는 걸 극호에게 보여준 후였다. 극호가 이번에도 역시나, 라는 표정으로 낙담하고 있다가 내 물음에 정신이 번쩍 든 듯 했다. 그리고는 내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백웅 사제?"
"그 뭐냐... 자기자신을 내던진다고 해야할까, 그 파멸적인 느낌에 도저히 따라가지를 못하겠거든요. 그래서 의식도 유지할 수 없고요. 이건 타고난 성격... 심성같은 기질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요?"
"......!!"
"다른 사람과 달리 극호 사형만이 타고난 심성이라던지..."
그러자 극호는 순식간에 뭔가를 감잡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잠시 기다리게 사제. 이광 사부를 잠시 뵈고 오겠네."
와룡전 쪽으로 간 극호가 되돌아 온 것은 그로부터 반 시진 후였다. 꽤 시간이 걸린 이유는 아마 이광과 함께 멸혼보에 대해서 토론을 했기 때문이리라. 약간 열띤 얼굴을 한 극호가 말했다.
"사부께서 곧 오실걸세."
아니나 다를까 이광이 따라왔다. 거기에 덤으로 진소청도 따라 온 상황이었다. 이광은 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백웅. 네 추측이 맞는 것 같다."
"그럼..."
"아마 타고난 심성이 파멸적으로 방랑스럽고 자유스러운 자에게만 허용되는 듯 하구나. 이런저런 방법을 이용해서 시험해 보니 확실해 졌다."
뭔지는 모르지만 이광이 그 나름대로 실험을 해서 확신을 얻은 모양이다. 옆에 있던 진소청도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로 봐서 그 확신에 의심의 여지는 없어보인다. 내가 멀뚱히 서 있자 이광이 말했다.
"만일 멸혼보의 조건이 낭혼(浪魂)의 심성이라면 영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두 가지의 방법을 이용해서 멸혼보를 인위적으로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동영의 검호들은 이 단계에서는 해결책을 전혀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광은 절세고수답게 해결책을 만들어 낸 모양이었다.
"어떤 방법입니까?"
"첫째. 심혼(心魂)을 다스려서 멸혼보에 맞는 조건으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수련에 있어서 일대종사(一代宗師)의 경지에 이르러 있어야 하며 큰 집중력이 필요하다. 뇌령(雷靈)을 이용해서 다스리는 심법요결을 따로 하나 만드는 편이 좋겠지."
"으음."
그리고 이광이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둘째. 양의심공(兩意心功)을 익히는 것이다."
"양의심공요?"
"강호에서 가장 드물고 희귀하다고 알려진 심법이다. 자신의 마음을 나누어서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도불 문파 중에서도 극소수에서 극비리에 전승한다고 한다. 그나마 유명한 것이라면 무당파의 것이겠지만, 그걸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겠지."
"......!!"
"두번째 방법은 현실성이 없으니 첫번째 방법을 써야겠구나. 꽤 시간이 걸리겠군..."
나는 이광의 말에서 순간적으로 생각이 났다.
' 잠깐. 양의심공... 무당파...?'
나는 무당파의 현천신공의 진기도인결을 이미 익힌 적이 있고, 그 공능을 내공의 힘으로 극대화시켜서 백웅결로 한단계 진화시킨 바가 있었다. 그리고 현천신공에도 적기는 하지만 분명히 양의심공의 효능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나는 급히 이광에게 말했다.
"혹시 이걸로는 안될지요?"
"음?"
그리고 나는 모여있던 뇌신류 고수들에게 백웅결을 공개했다. 그리고 백웅결의 요결을 모두 전하자, 그들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특히 옆에서 듣고 있던 진소청은 흥분해서 내 어깨를 잡고 흔들 정도였다.
"굉장해 사제! 어떻게 이런 걸 알고 있지? 뇌령과 합치면 완벽하게 뇌신류 무공과 접목시킬 수가 있어!"
"하... 하하..."
아니나다를까 이광이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
"으음. 좀 더 봐야 알겠지만 이건 분명히 양의심공의 효능이 있군. 여기서 심공의 효능만 따로 떼어놓으면 멸혼보에 맞는 요결을 만들어내기 쉬울 것이다. 무(無)에서 만들어내는 것보다 몇십 배는 빠르겠구나!"
"오오..."
"그런데 너는 이걸 어떻게 알게 된 거냐?"
나는 이광에게 말했다.
"저는 앞서 말했던 무당파의 기인에게서 이걸 전수받았습니다. 그때는 그저 제 진기도인을 돕는 용도로 썼는데 이렇게 도움이 될 때가 있군요."
"흠... 그 자의 명호나 생김새는 모르느냐?"
"죄송합니다. 전수받는 댓가로, 뇌신류의 명예를 걸고 그걸 발설하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으음."
내가 뇌신류의 명예를 들먹이자 이광이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내 말에서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고 있겠지만 제자들이 다 보는 앞인데다가 명예를 운운하면 윽박질러서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별 거 아니다. 네 그 현묘한 검술도 그렇고, 이런 절세무공을 창안할 정도의 고수라면 천하에서 손꼽히는 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거야 당연하다. 천하의 장삼봉의 무공이 아닌가.
"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광에게 물었다.
"그런데 멸혼보는 좀 이상한 무공인 듯 싶습니다. 뇌신류의 다른 무공과 달리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
"뇌신류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 되었다. 그 동안 수많은 달인과 고수들이 뇌신류를 연구하고 재정립시켰지. 멸혼보도 그런 실험 와중에 우연히 탄생한 무공이었을테지만, 갑자기 백련교에서 난이 터지면서 제대로 된 사승과정이 끊긴 것 뿐이다."
"아..."
"원래는 멸혼보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연결고리나 무공이 더 있었겠지. 그러나 전승자들이 뿔뿔이 흩어진 지금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광의 말에는 탄식이 섞여 있었다. 그의 말에는 이광조차도 뇌신류의 무공을 다 알고 있지 못한다는 뜻이 숨겨져 있었다. 나는 이광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 다른 전승자들을 찾으려면 힘들겠군. 적어도 뇌신류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노력해야만 뇌신류의 깃발 아래 다른 자들이 모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극호 앞에서 좀 더 멸혼보를 연습해 보다가 이대로는 진전이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 하루를 보냈다. 뇌신류의 고수들은 나에게서 백웅결을 몇 번 더 들어서 외운 후 개인수련에 들어갔다. 왠지 나만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었지만 멸혼보의 연구에 시간이 걸리는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 쳇. 그럼 장삼봉의 심득을 더 연습해야겠다.'
나는 내 기억에 전승되어 있는 장삼봉의 심득을 하나하나 꺼내서 끈기있게 연습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남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건 현재로써는 굴공참과 천축검 뿐이었고, 나머지 심득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물며 재능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은 나로써는 오랜 수련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나마 여동빈이 강림해서 마물과 싸우는 동안에 자기 몸처럼 절기를 발휘해 준 덕에 체득한 감각이 수련기간을 짧게 해 줄 것이다. 나는 여동빈을 좀 더 자주 소환시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 미호가 어린 철부지 소녀로 둔갑해서 청룡무관을 찾아왔다. 미호는 철부지처럼 떼를 쓰며 입관시켜 달라고 졸랐고, 나는 넌지시 괜찮지 않겠냐고 말해 보았다. 그러자 이광은 미호를 삼선 수련생으로 넣어주었다.
미호가 야밤중에 몰래 내 침소에 찾아와서 숨죽이며 웃었다.
"우후후, 인간의 무공을 배우는 것도 재밌겠구나."
"거짓말 하지마. 별로 필요도 관심도 없으면서."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실제로도 예전에 미호가 청룡무관에 들어왔을 때 경험으로 보면, 미호는 한두달 정도 열심히 익히는 듯 하다가 귀찮고 지루해졌는지 그냥 다 때려쳐 버렸다. 무공을 익히는 과정이 굉장히 고되고 구차하기 때문이다. 미호가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내가 무공을 배워서 무엇하겠느냐?"
"뇌신류 무공을 써서 싸우면 한층 더 강하지 않겠냐."
미호도 나와 같은 이불에 들어와서 조그맣게 말하는 중이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무공도 술법도 결국 더 높은 경지에 이른것만을 사용하게 되는 법이다. 본녀에게 있어서 무공은 계륵같은 것이라서 정신팔릴 이유가 없느니라. 차라리 여기 신경쓸 시간에 술법을 더 연마하겠지."
"흐음."
"그래 수련은 좀 할 만 하느냐?"
나는 이불 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5년만 좀 참아 줘. 그 동안 성과를 보려고 하니까."
"흐응... 심심하느니라."
그러더니 미호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육감적인 몸매를 내게 밀어붙였다. 이불 속에서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민망할 정도였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발 좀. 여기서 의심을 사면 어떻게 되는줄 알아? 그냥 다 망해버려."
미호가 반쯤 허락한 상태라서 그냥 여기서 미호를 덮치고 방사를 치러도 되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요란한 기척이 이광이나 진소청에게 들키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고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심심한데 말이다. 수련생들이나 홀리면서 놀아볼까?"
"으으... 참아 줘."
나는 미호의 얼굴에 떠오른 장난기를 보자 암담해졌다. 미호라면 정말로 죄없는 수련생들을 홀려서 갖고놀 수 있었다. 굳이 매혹술을 쓰지 않더라도 타고난 색기와 미모만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럴 경우 나는 매우매우 곤란해질 게 분명했다.
미호가 깔깔 웃더니 말했다.
"농담이다. 여기 생활은 별로 재미없을 것 같으니, 본녀는 조만간 퇴관하고 진랑곡에나 가 있겠다."
"망량을 도와주게?"
"솔직히 여기에 너무 오래 있으면 정체가 들통날 것 같구나. 이광은 그렇다쳐도 진소청이란 인간의 감각은 굉장히 예민한 듯 하다."
"흠... 알았어."
미호의 본심은 청룡무관의 하급수련생인 척 하고 나를 암중에서 지켜보려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진소청이 위험하다고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나가기 전에 내게 말해두러 온 것이다. 나는 진소청이 의외로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 진소청도 많은 걸 숨기고 있어.'
이광과 마찬가지로 자신보다 격하(格下)의 인물에게는 결코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최소한의 힘만 써서 하수를 격퇴하는데다 자신의 진짜 의중을 최대한 숨기는 것이다. 강호인으로써는 최고의 처신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진소청처럼 철저하게 칠 할의 실력을 숨기는 자는 강호에서 매우 드물 것이다.
미호는 이틀 후 퇴관했다. 너무 수련이 힘들다는 게 이유였고, 아무도 미호가 나가는데 신경쓰지 않았다. 미호를 꼬셔서 어떻게 해보려던 수련생 몇몇이 아쉬워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내 수련과 전수는 계속 되었다. 나는 매일같이 개인수련으로 장삼봉의 심득을 연마하는 한편, 때때로 찾아오는 뇌신류 고수들과 함께 무학을 토론했다. 대부분의 내용은 천축검이나 굴공참에 숨어있는 묘리(妙理)를 뇌신류 무공에 접목시키는 방법이었다.
' 어라?'
신기하게도 나는 이 토론에서 내가 얼마 안가서 나가떨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두 달, 세 달이 지나도록 멀쩡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의견을 내지 않으면 토론이 잘 진행되지 않을 정도였다. 둘러앉아 있는 자들이 재능으로써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광, 진소청, 극호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쉴틈없이 머릿속에서 뭔가 샘솟아오르는 이유가, 그 동안 내가 수련을 하면서 쌓아왔던 경험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미 재능이 없다는 한마디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검마나 십이율 문주나 수많은 고수들을 통해서 실전경험을 쌓았다. 그 경험과 고난 속에서 쌓아왔던 생생한 무예가 내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공부가 된다.
' 재밌구나.'
반 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나는 희한하게도 전에 없이 무공을 익히는게 즐겁다고 느껴졌다. 아직까지 딱히 무공에 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나아진 것도 없는데, 뇌신류 고수들과 함께 토론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것은 혼자서만 꿍쳐두고 있던 깨달음을 공유하면서, 그들의 재능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력이 늘지도 않았는데 무공이 재밌다고 느끼는 것.
지금까지의 삶에서는 없었던 일이었다.
"오늘은 중대한 발표를 하겠다."
와룡전에 둘러앉아있던 진소청, 나, 극호의 이목이 이광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이광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멸혼보의 접목구결을 완성시켰다. 이것을 합하여 멸혼보와 익히게 될 것이며, 이를 분심결(分心決)이라고 하겠다."
"분심결!"
"익히는 순서는 뇌영보 다음으로 천주살, 그걸 바탕으로 분심결으로 멸혼보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게 가장 자연스럽다."
이광의 말대로였다. 분심결을 모두가 터득하는데는 약 7주야가 걸렸으며, 분심결을 익힌 모두가 멸혼보를 시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광이나 진소청의 경우는 멸혼보를 터득한 순간 엄청난 자신감이 생긴 표정이었다.
'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았군.'
원래부터 멸혼보를 익히고 있었던 극호도 성취를 얻은 듯 했다. 멸혼보의 제어가 한층 용이해졌으니 이제 극호를 신법으로 따라잡을 자는 천하에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나도 멸혼보의 기초를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나머지는 연습으로 메워나가면 될 듯 했다.
그리고 약 세 달이 지났을 때였다. 이광이 나를 불러서 말했다.
"백웅. 동방무결이 중원에 돌아왔다고 한다."
"......!!"
나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정신없이 무공수련에 몰두하는 중이었지만 동방무결의 일도 중요했다. 이광은 따로 정보단체에 연결해서 동방무결의 소식을 알아보고 있었으리라.
"그는 현재 하남에 있다고 하더군."
나는 이광에게 말했다.
"반드시 접촉해야 합니다. 동방무결에게서 정보를 알아내야 다음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내 생각도 같다. 하지만 동방무결의 무공은 상당한 듯 하니, 신중을 기해야 그 자를 포획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광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뇌신류가 총출동하는 게 좋겠지만 무관을 너무 비워둘 수는 없다. 소청이, 극호와 함께 셋이서 가거라."
"직접 가지 않으십니까?"
"소청이 혼자서도 그를 제압할 수 있다. 너희는 포위망을 형성하는데 집중해라."
"네."
내가 대답하고서 등을 돌리자 이광이 나를 불러세웠다.
"백웅."
"네."
내가 돌아서자 이광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너는 정말 신비한 녀석이다. 굉장한 천재인 것 같으면서도 모조리 노력으로 쌓아올린 언동과 행동이라... 마치 수십 수백년동안 살아온 늙은이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
"하지만 네게 다소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도 나는 내 이름을 걸고 이 이상 따지지 않겠다. 뇌신류를 위하는 네 마음은 진짜이고 네 무공전수 덕에 뇌신류의 무공이 발전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너는 명백히 뇌신류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과찬이십니다."
"잘 갔다오거라."
"네, 반드시 성공해 오겠습니다."
나는 포권하고 걸어가며 생각했다.
' 이광답지 않군.'
저렇게 속내를 털어놓는 것은 이광이라는 인간의 성격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내게 저렇게 의심하고 있다는 말을 한 이유는, 그만큼 나를 [믿고 싶다]라는 의지를 보이고싶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광은 현재 나를 신뢰할지 말지 간을 재어보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멈칫
나는 순간 멈춰서서 생각했다.
이대로 뇌신류에 장삼봉의 심득을 모두 전해주는 게 맞을까?
뇌신류가 너무나 강해지면, 그것도 그 나름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 쓸데없는 걱정이군."
나는 피식 웃었다. 내 걱정은 천하에 고수와 괴물들이 썩어날만큼 존재한다는 걸 감안하면 말 그대로 기우였다. 애초에 장삼봉의 심득 몇 줄 전해들었다고 이광과 진소청이 단숨에 천하패도를 노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뇌신류의 동방무결 포획작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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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 7셋인데 이계 돌기가 귀찮다니... 으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