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50화 (150/1,615)

0150 ----------------------------------------------

삼황오제(三皇五帝)

멸혼보는 어떤 무공인가.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말했다.

"이른바 낭혼(浪魂)이라고 할 수 있는 재능이 있어야 멸혼보를 익힐 수 있는 듯 하오."

"낭혼? 그게 뭐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가 말했다.

"재능이라기보다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심성이지... 말 그대로 방랑하길 즐기고 자유를 체득하는 자의 본질적인 천품(天品)이오. '끼'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좋겠군."

"......?!"

나는 황당했다.

무슨 무공의 조건이 그렇다는 말인가? 나는 앞서 멸혼보를 익히지 못했던 이광이나 진소청, 그리고 나의 예를 조건에 끼워맞춰보았다. 동시에 극호와 야규 무네노리를 생각하며 비교해 보았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상하군. 방랑을 즐기고 자유를 추구하는 건 나 또한 마찬가지요. 그리고 먼저 멸혼보를 익히다 실패한 자들도 딱히 뭔가에 구애받는 자들은 아니었소. 그런데 어찌 낭혼의 차이가 난다는 말이오?"

"그건 정말 복잡한 문제요. 무심(武心)과 별개의 영역이니."

스윽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는 어느 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다른 검호들도 그의 말을 경청하려는 듯 원형으로 둘러앉아 있었다. 나도 좌중의 분위기 때문에 슬며시 자리에 앉았다.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나 물어보겠소. 백웅 공은 현재 자유롭소?"

"... 음, 그건..."

나는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신중하게 고찰해 보다가 대답했다.

"아닌 것 같소."

"백웅 공의 실력이면 천하를 제 집처럼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을텐데도, 백웅 공은 현재 자신이 부자유스럽다 느끼고 있소. 그 이유가 [사명]이든 [의무]든 기타 내외적 요인이든간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지.

백웅 공. 잘 생각해 보시오. 인간이라는 건 부자유 속에 구속되면서 자유를 추구하지만, 정작 그 부자유 속의 자신을 즐기거나 안주할 때도 많소.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정면으로 뚫고 나가는 건 사실 평범한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지."

"흠..."

부자유 속의 자유.

강제적인 부자유 속에서도, 그 사회적 속박 속의 자기자신을 긍정하기도 한다.

나는 심오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의 말을 깊게 생각했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자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검호라 불리는 자들이며 고수들이오. 가진 바 무력으로 천하를 제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지. 그것은 우리가 지닌 심성의 본질적인 보수성(保守性)이며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이오. 거기에는 [욕심] 또한 포함이 되며, 자기자신을 견뎌내는 극기(克己)마저 포함되어 있는 것이오."

"그런 것 같군."

"허나 낭혼(浪魂)을 지닌 자들은 그 현실을 묵과하고 받아들이는 듯 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걸 떨쳐내고 뛰쳐나가버리는 것이오. 뒷일이나 뒷감당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극한의 자유를 위해 살아갈 수 있는 자들, 그들의 내면에는 고리가 극히 희박한 것이오. 거대한 이유가 없는 이상 그들은 방랑하며 살게 되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반문했다.

"그건 모순이군. 내가 아는 자들 중 멸혼보를 익히다 실패한 자 중 한 명은, 엄청난 경지의 절세고수요. 지금의 나조차도 그가 진심을 다한 일백 초를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오."

"오오... 그런 엄청난 자가 있단 말이오?"

나는 이광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같은 절세고수는 엄청난 재능과 끈기, 절제력을 타고나서 자신의 욕심을 이기는 것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소. 또한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욕심을 털어버리고 뛰쳐나갈 성정도 있는 것 같고. 그런 모순을 낭혼이라는 심성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 듯 한데?"

그러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껄껄 웃었다.

"하하... 잘못 이해하셨구려. 낭혼이란 것은 인내와 극기같은 게 아니오. 또한 초고수들이 지니는 자기통제력과 탈각은 낭혼과 완전히 다른 것이오."

"어떻게 다르오?"

"낭혼이란 파멸(破滅)을 머금고 있는 성정이오. 고수들이 자기자신의 욕심과 번뇌를 버리고 청정의 단계에 접어드는 것은, 사실 그 이상의 무(武)에 대한 갈망이 원동력이 되는 것이오. 또한 극한의 수련에 의한 자기통제의 절정이기도 하지.

그러나 낭혼이란 심성은 그와는 다르게 말 그대로 아무런 고찰이나 여력조차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돌이가 되어버릴 수 있는 성정이오. 수련으로 얻는 경지와 다르오."

"......!!"

나는 그제서야 그의 말을 이해했다. 그리고 놀라서 아까 멸혼보를 펼친 야규 무네노리를 바라보았는데, 야규 무네노리는 쑥쓰러운 듯 내 눈을 피했다.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말했다.

"자기자신의 파멸조차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걸 버려두고 방랑하며 자유스러워지려는 천품... 그것을 우리는 낭혼의 심(心)이라고 부르고 있소."

"그렇다면 저기 야규 무네노리도..."

"그는 정치력과 자기세력보전에도 능통한 인물이오. 꽤 보수적이기도 하고. 그러나 낭혼의 심성이 존재하는 건 의심할 바가 없소. 아마 무네노리의 자식인 야규 쥬베이가 몇 배는 더하겠지만."

그러자 야규 무네노리의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

"그 말이 옳습니다만, 그런 놈은 제 자식도 아닙니다..."

"......"

즉 낭혼의 심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꼬장꼬장하고 보수적인 중년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말 그대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품성으로써, 갑자기 여차하면 모든 걸 버리고 낭인이 되어서 천하를 표표히 떠돌게 되는 성격을 의미하는 듯 했다. 나는 신기해서 야규 무네노리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런 성정을 타고났는데도 자신의 유파를 책임지는 검호로 성장한 것이오?"

"물론 나 또한 세상사를 겪으며 다 때려치우고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소. 타고난 성격상 더하기도 했고."

그가 의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대스승님이신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님이 몇 번이나 나를 제자리로 이끌어주셨소. 나는 그런 내 자신을 이겨내면서 내 가족과 유파를 책임지기로 마음먹었소. 낭혼의 천품을 지니고 있더라도 거기에 내 인생 전체가 휘둘려서는 아니되지 않겠소."

야규 무네노리의 스승은 야규 세키슈사이라는 인물이었고, 그는 또한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의 제자이기도 했다. 항렬로 따지면 검성의 손제자뻘이었다.

"흐음..."

나는 무네노리의 대답을 들으면서 극호를 떠올렸다.

그리고 반천맹과 뇌신류 제자들이 망량을 인질로 대립하고 있을 때, 극호의 눈빛이 생각났다.

' 극호도 뇌신류의 복수라는 것에 크게 집착하고 있었다.'

원래는 제멋대로 뇌신류 무공을 가지고 천하를 떠돌았을 극호이지만 풍신류에 의해 스승이 살해당한 원한을 잊지 못하고 관중에 은거해 있었다. 그리고 언제고 뇌신류가 일어설 때를 위해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낭혼의 천품이라는 것은 타고난 성격이긴 하지만 그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만큼의 힘은 없는 듯 했다.

나는 또 궁금한 것이 생겨서 물었다.

"그래서, 그 낭혼의 천품이란 건 성격에 불과하지 않소? 그게 어째서 멸혼보의 습득과 관계있다는 것이오?"

내 질문에 대답한 것은 야규 무네노리였다.

"멸혼보의 구결을 보면 잘 해석이 되지 않는 기묘한 구결이 몇 군데씩 있을 것이오."

"그렇지."

"그건 단순히 운이 아니라 주문(呪文)같은 역할을 하는 듯 싶소. 그리고 그 구결을 멍하니 외우면서 멸혼보를 시전하면서, 그저 뭔가가 시키는대로 제멋대로 몸을 움직였을 뿐이오."

"뭐...?!"

"그 흐름에 의심없이 몸을 맡기는건 보통 사람에게는 좀 힘들지도 모르겠소."

나는 그의 감상을 듣자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말했다.

"빙의(憑意)에 가까운 감각이겠군."

"설마 당신도?"

"내게는 낭혼의 천품이 없으나 짚이는 게 있어서 구결을 암송하며 몸을 맡겨보았소. 그러나 내가 아닌 무언가가 몸을 차지하는 그 느낌이 너무 불쾌해서 관두고 말았소. 이건 본능적인 거부감에 가까울 듯 하오."

나는 혹시나 해서 자리에 모여있던 검호들과 함께 멸혼보를 구결을 암송하며 시전해 보았다.

우우우우...

"헛..."

나는 그들의 말마따나 어느 순간 무언가가 내 몸을 말쑥하게 차지하려 들더니 전혀 예상도 되지 않는 방향으로 몸이 움직이려는 걸 느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신을 빼앗기고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급히 시전을 멈추었다.

그런 건 나 뿐만이 아닌지 다른 검호들도 놀라서 그 자리에 멈추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의 검호가 말했다.

"이걸 제정신으로 펼칠 수 있다고? 난 못 해! 이건 수련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냐."

그랬다.

단순히 몸을 맡기면 되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아닌 이형(異形)의 존재로 변해가는 듯한 끔찍한 이물감과 괴리감! 자기자신을 철저히 정신과 몸을 단련해 온 검호들로써는 이 감각을 참아내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른 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차라리 육체적인 고통이라면 이를 악물고 참을 수가 있겠지만, 자기자신이 먹어치워지는 불쾌감을 어찌 참으란 말인가.

나는 그제서야 멸혼보의 조건이 어째서 낭혼의 천품인지 알 수 있었다.

' 자기자신을 망설임없이 쓰레기처럼 내던져버릴 수도 있는 무모하며 자유로운 성정... 그런 광기(狂氣)가 없다면 멸혼보를 펼치는 건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멸혼(滅魂).

아니,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왠만큼 미쳐야 하며 스스로가 광기에 함몰되어야 한다. 광기와 이성이 상존하면서 신법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모순에 가까웠기에, 그 본능적인 불쾌감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수 있는 낭혼의 천품만이 멸혼보의 진짜 수련법을 통해 얻어낼 수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생각했다.

내게 있어서 '나'는 얼마나 소중한가?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초개처럼 내팽개칠 수 있는가?

무(武)의 극한으로 향하면서 자기자신을 죽이며 잊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말 그대로 자기가 아닌 타인으로써 광기에 미쳐버릴지라도 그걸 감내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그리고 나는 내 생각 이상으로 자아(自我)가 강렬하며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결론을 내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 지금의 나로써는 무리군."

나는 현재 복마전을 쓰러뜨린다는 목표의식이 있으며 온갖 정보를 얻어내려고 전생 동안에 매달리고 있는 상태다. [옛 지배자]의 부름조차도 내 영혼이 침범받기 싫어서 거부했을 정도다. 내 자아가 이렇게 강하다면 멸혼보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는 지난한 일이다.

나는 실험이 끝났다는 걸 알게 되어서 검호들에게 말했다.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와 야규 무네노리를 제외한 자들은 내일로 본가에 돌아가도 좋소."

"뇌영보를 전수해도 되오?"

"물론이오."

나는 뇌신류의 면허개전을 취득한 상태이다. 그리고 비기도 모두 배웠다. 뇌신류를 누구에게 가르치든간에 누군가에게 명분상으로 딸릴 일은 없다. 나는 대신에 그들 하나하나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당신들에게 그 보법을 가르친 것은 중원 최강의 문파인 뇌신류(雷神流)요. 그 사실을 숨기지 말고 후세에도 똑똑히 가르쳐주도록 하시오."

"그... 그건..."

"참고로 말해두지만 뇌신류에는 나보다 몇 배나 강한 고수들이 두 명이나 있소. 속문이 되란 소리까진 하지 않겠으나, 당신들이 섣불리 욕심을 부리면 응징을 하게 될 것이란 사실을 명심하시오."

"알겠소."

검호들은 자신들의 문파 비기로 전수하려 했던 모양인지 찝찝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검호들이 귀환하고 나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말했다.

"자부심이 굉장하구려. 하긴 백련교 사대무류 중 최강이니, 중원최강이란 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

"역시 당신은 뇌신류가 뭔지 알고 있었구려."

"허허. 내가 젊었을 적에 백련교를 방문했을 때는 뇌신류가 호법무류 중 최고의 성세를 자랑할 때였소.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지..."

"......!!"

나는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대체 몇 살 이십니까?"

"이래보여도 120세가 조금 넘었다오..."

"......"

겉보기에는 50대 중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놀라운 일이었다. 그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초절정의 단계에서 중후반 이후로 접어들게 되면 몸이 저절로 노화가 느려지게 되며, 연년익수(延年益壽)를 누리게 되는 법.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오."

"으음..."

하긴 중년검호인 야규 무네노리가 대스승으로 모실 정도의 인물이다. 저 정도의 나이가 되려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실례가 아니라면 뇌신류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걸 좀 말해 주십시오."

나는 반존대를 쓰기로 했다. 그는 왜족이며 변방의 소국인이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라는 인물의 검술수양과 연배와 지혜는 존경할 만 했다. 내가 질문하자 그가 말했다.

"흐음... 내가 알기로 뇌신류는 사대 호법무류중에서도 말 그대로 최강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문파였소. 사대 호법사자라는 존재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가 인간을 초월한 듯한 반신(半神)급의 무공을 소유하고 있었지."

역시 뇌신류 또한 호법사자를 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말을 이었다.

"백련교주조차도 자신의 바로 오른쪽 자리에 제사장이 아니라 뇌신류 호법사자를 둘 정도로 그들을 총애하고 있었지. 내가 기회가 있어서 사대 호법무류의 문인끼리 겨루는 걸 볼 일이 있었는데, 뇌신류는 '약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듯 했소. 화신류는 강한 공격력을 지닌 대신에 지속력이 약하고, 풍신류는 민첩성이 뛰어난 대신에 힘이 약하고, 수신류는 특정조건이 아니면 힘을 못 쓴다든지 하는 게 있었는데... 뇌신류는 그런 약점이 하나도 없더군."

"그런가..."

"전반적으로 다른 삼대유파보다 한 수 위였소."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기까지 평가하는 걸 보면, 젊었을 적에 백련교를 방문한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도 뛰어난 실력을 지닌 고수였으리라. 확실히 뇌신류는 검, 권, 창을 모두 고루 익힐 수 있는데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자가 익히며 완전무결에 가까운 위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아직 뇌신류의 위명은 죽지 않았나보군... 백웅 공처럼 어린 나이의 초절정고수를 배출할 정도면, 그들이야말로 천하제일문이겠구려."

"천하제일문은 백련교주의 출신문파인 수신류(水神流)겠죠."

"하하... 그렇지 않소. 수신류를 익힌 자는 천하최강이 되겠지만, 절정고수는 되지 못할테니."

"......?"

이게 또 뭔 소리란 말인가? 내가 멀뚱하니 쳐다보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말했다.

"그들의 무공은 백련교주의 혈맥(血脈)만이 익힐 수 있는 특수한 비법이오. 그걸 무문(武門)이라고 볼 수는 없지. 또한 그들 수신류는 극도로 폐쇄적이라 하오."

"흐음."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니, 뇌신류의 존장에게 물어보시길 바라오. 나도 그 외에는 아는 게 없어서..."

사실 이미 이광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광도 상당히 어린 시절에 백련교에서 추방되었기 때문인지, 수신류의 비밀에 대해서 잘은 모르는 듯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흐음... 전대 뇌신류 고수를 찾아보던가 직접 백련교에 가서 알아볼 수밖에 없겠군.'

나는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에게 말했다.

"멸혼보를 익히는 게 힘들긴 하겠지만, 좀 더 같이 연구해보며 노력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검학(劍學)도 논하고 싶으니 부디 도와주시길."

"물론이오. 말년에 피가 끓는군..."

나는 이후 야규 무네노리의 멸혼보 시전과 변화를 시시각각 관찰하며, 멸혼보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연습을 했다. 그러면서 하루 중 남는 시간에는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와 검의 깨달음을 토론하면서 좀 더 다양한 검의 경지를 논했다.

그리고 독특한 기술을 하나 알게 되었다.

"백웅 공. 우선은 무토도리(無刀取り)의 기본을 알아 두시게."

그가 히죽 웃었다.

"... 천하에 고수가 많으나, 이것만큼은 내 자랑이니."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는 내게 큰 호의를 갖고 있는 듯 비기 무토도리를 전수해 주기로 했다. 무토도리란 무검(無劍)의 기예로 무기술을 제압하는 단계였다.

다만 비기를 단시간에 습득하기에는 내 재능이 미치지 못했으므로, 우선은 기본적인 형(形)과 수련법만을 전수받았다.

나는 그로부터 세 달 동안 연구를 하다가, 멸혼보를 도저히 익힐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두 사람의 검호를 본가로 돌려보내 주었다. 그때까지 탱자탱자 천황궁에서 놀고 있던 미호가 말했다.

"이제 끝난 게냐?"

"으응... 멸혼보를 익히려면 수십 년은 걸릴 것 같다."

이건 과장이나 농담이 아니었다. 인위적으로 광기에 몸을 담그기 위해서는 얼마나 되는 극기와 수련이 필요할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지금도 그냥 미친듯이 의식을 떠맡기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래서야 실전에 사용하는 건 불가능한 것이다. 멸혼보를 실전에 사용하려면 의식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러자 미호가 말했다.

"그 정도로 연구했다면 이제 그 극호라는 인간에게 직접 찾아가 보는게 어떠냐?"

"극호한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피차 답이 없었겠지만, 극호에게 그 멸혼보의 조건과 구체적인 위력을 알려준다면, 전승자 본인만이 낼 수 있는 답이 있겠지."

"그렇군...!!"

나는 미호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중원으로 가자."

동영에서 지낸지도 오래 됐으므로, 이제는 중원에 돌아갈 때가 된 것이다.

이제 돌아가서 본격적으로 도왕과 동방무결을 추적함과 동시에, 극호에게서 멸혼보의 비밀을 알아낸다!

============================ 작품 후기 ============================

며칠간 연재가 좀 지연되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약간의 사정이 있었고, 오늘부터는 열심히 성실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연중에 관한 뜬소문은 믿지 마시길... 그리고 149화 내용 중에서 설정상 오류가 있어서 천주살 전수를 일반 뇌영보 전수로 바꾸었습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