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49화 (149/1,615)

0149 ----------------------------------------------

삼황오제(三皇五帝)

나는 다음날부터 동영검호들을 상대로 멸혼보의 전수에 들어갔다. 멸혼보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뇌신류의 보법인 뇌영보(雷影步)를 익혀야만 쓸 수 있는 것이기에, 나는 그들을 상대로 보법의 기본적인 개념을 알고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

그러자 뜻밖에도 동영검호들 모두가 일제히 대답했다.

"당연히 알고 있소."

"보족법(步足法)은 무예의 가장 근본이오."

"흐음."

나는 확실히 하기 위해서 한명 한명을 불러서 그들이 알고 있는 보법과 검술을 일대일로 시연하게끔 했다. 그러자 그들 모두가 일정수준의 보법을 익혔으며, 내공(內功) 또한 내부에 갈무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 이들은 특정한 내공심법을 익힌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내공을 터득했을까?'

내가 생각을 하고 있자, 동영검호들 중에서 검성이라고 추앙받는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내게 말했다.

"백웅 공(公),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좀 할 수 있겠소이까."

나는 그를 따라서 일대일의 공간으로 갔다.

그는 나이가 오륙십대는 되어보이는 중늙은이였는데 동영검호들 중에서 가장 갈무리된 기운이 커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정제된 기도가 매우 예리해서 보통 고수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그가 동영땅의 검술고수 중에서 최강일 것이리라.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말했다.

"백웅 공의 실력이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고명한 건 알고 있소. 나조차도 그대를 이길 자신이 없소. 허나 현재 동영의 무술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듯 하여, 본노(本老)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듯 하오."

"흠, 확실히 그렇소. 당신들은 특정한 내공심법을 따로 익히지도 않는 듯 한데 어떻게 무공을 쌓고있지?"

그러자 그가 훗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젊었을 때 백웅 공처럼 다른 나라의 무예가 궁금하여 고려와 명나라로 무사수행을 떠난 적이 있었소. 그 때의 경험으로 차이점을 조금 이야기 해드리리다."

"차이점이라."

"이 나라의 무공에는 선도(仙道)의 개념이 없소."

내가 그를 빤히 바라보자 그가 설명을 시작했다.

"연정화기(煉精火氣) 연기화신(煉氣化神) 연신환허(煉神還虛) 연허합도(煉虛合道) 무의무념(無意無念) 무사무심(無事無心) 성령독요(性靈獨耀) 초화만신(超化萬神). 이 개념은 아시다시피 중원과 고려의 도불(道佛) 문파의 무공수련에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오. 허나 동영의 검술은 그저 합기(合氣)과 발(發)의 단순한 과정에 극도로 초점을 맞추기에, 수행의 방향성이 다르오."

"흐음... 신기하군."

나는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의 말이 어떤 뜻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것은 기백년에 가까운 무예경험과 초절정의 경지 덕이었다.

"그건 당신들의 검술이 실전과 호흡을 통해서만 성장한다는 뜻 아니오? 내공 또한 그 과정에서 체득(體得)하며 억지로 성장시키는 것이니 심법보다는 심기혈정(心氣血精)에 모든 걸 내맡기는 것이고."

"그렇소."

"위험하기 짝이 없군. 그리고 궁극으로 갈수록 단조로워질 것이오."

내가 동영검술의 단점을 짚어내자 그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동영의 쾌검(快劍)은 중원의 절정고수도 상대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빠르지만, 강기(?氣)나 이기어검 같은 절대경지에 도달하기는 매우 어렵지. 동영의 무예가들이 십이율과 함부로 싸우기를 꺼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소."

"그렇군..."

"나를 포함해서 무예의 명가(名家)들은 체계화된 심법을 전수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자들도 많소. 그저 실전으로만 다듬어진 자들도 있으니, 그 점을 감안해서 무공을 전수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소."

"알았소."

나는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여기 모인 자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검객이며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건 잔잔하기 그지없었으나 무예의 본질을 통찰하고 있었다. 아마 검(劍)이라는 한 분야에 있어서는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러있는 자일테니 검성이라 불릴 것이다.

그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기에, 나는 그들에게 뇌영보를 가르치면서 근본적인 자연지기의 개념부터 가르치게 되었다. 검(劍)으로 벤다(斬)라는 단순한 실전의 검식밖에 머리에 없는 자들이었기에 이야기를 해두지 않으면 뇌영보의 현기를 이해 못할 듯 했다. 내 생각은 맞아들어서, 검호들은 내 무예설명이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이틀을 지나 사흘째가 되자 나는 그들에게 본격적으로 뇌영보의 형(形)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물론 천주살까지 가르칠까는 아직 고민을 해 봐야겠지만, 우선은 그들에게 보법을 가르친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둘 생각이었다.

' 역시 검호들이군. 배우는 속도가 매우 빨라.'

나는 가르치기 시작한지 8일째에 반수 이상이 형태를 다 터득하고 응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선천적으로 뛰어난 무재(武才)를 타고나서 오랜 실전과 노력으로 연마해온 자들이었다. 뇌영보 하나 못 익혀서 끙끙거릴 리는 없는 것이다.

더러 몇몇 검호들이 신기한듯 내게 물어왔다.

"명나라 고수들은 늘 이런 보법을 사용해서 싸웁니까?"

"꼭 그렇지는 않소. 내 유파의 보법은 꽤 특이한 편이오. 다만 절정신법을 보유한 문파가 많다고는 말해 두지."

"오오..."

역시 이들은 짧은 거리에서 쾌검(快劍)을 이용한 생사결을 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기공의 현란한 다툼이 있는 절정공력의 싸움을 잘 모르는 듯 했다. 나는 또다시 열흘이 지나자 그들 모두가 뇌영보를 기본적으로 다 익혔다고 판단하고 말했다.

"오늘부터는 당신들의 실력을 일대일 대결로 점검해보고자 하오. 그래야 비기(秘技)를 전수할 자격이 있는지 알 수 있을테니."

그러자 검호들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들 또한 가르침을 받으면서 내 실력을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다. 실전에 특화된 검호들의 특성상 나에게 호승심이 들끓어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그 때 검성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끼어들었다.

"백웅 공, 제안을 하나 하고 싶소만."

"무엇이오?"

"고수들이 겨루다 보면 크게 상처입거나 죽을 가능성이 너무 높소. 그래서 대련에는 이 무기를 써보는 게 어떨까 싶소만."

스윽

그가 내민 것은 대나무 검이었다. 대나무 하나를 중간까지만 세로로 넷으로 쪼개고 쪼갠 부분의 절반 길이를 다시 반으로 쪼개고 쪼갠 부분을 또다시 반으로 쪼갠 것을 전체를 덮는 소가죽 봉투에 넣어서 만든 듯 했다. 그 기묘한 것을 모두가 쳐다보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후쿠로시나이(袋竹刀)라고 개인적으로 부르고 있소."

"죽도(竹刀)란 말이군."

확실히 이거라면 죽거나 다치는 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있던 검호 중 한 명이 짜증을 내며 외쳤다.

"당연히 진검으로 겨루어야지 무슨 얄팍한 수작인가? 검성이라는 이름이 아깝구나!"

"옳소! 이 무슨 장난질이오!"

뜻밖에도 검호들 중 대다수가 죽도에 비판적인 시선이었다. 그러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훗하고 웃으며 제일 먼저 불평을 한 자에게 말했다.

"정 그러면 자랑스러운 진검을 가지고 내게 덤벼보는 건 어떤가?"

"못할 줄 아느냐!!"

파밧

그 순간, 검호 중 한 명이 번개처럼 튀어나와서 발도(拔刀)했다. 그 속도는 중원의 절정고수에 못지 않아서, 이 땅의 쾌검수도 상당한 수준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정도 검속이면 나라도 쉽게 흘려내지 못해서 일단 피하거나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는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순간을 유영하면서 부드럽게 검호의 헛점을 끊었다. 그의 손이 순식간에 검호의 손에 들려있던 검을 떨궈버림과 동시에 되려 그의 급소에 손가락을 갖다대었다.

"......!!"

가히 신기(神技)!

검호의 안색이 창백해지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말했다.

"이런... 진검이 있었으면 큰일날 뻔 했군. 그렇지 않은가?"

"으윽..."

그가 급히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에게서 진검을 건네받고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게 신카게류(新陰流)의 무토도리(無刀取り)인가...!! 죽어도 할 말이 없군."

"내 실력자랑을 하려 했던 건 아닐세."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우묵한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허나 전란의 시대는 끝났고, 여기에 모인 검호들은 앞으로 검술의 맥을 이어나갈 귀중한 인재들. 이 자리도 명나라의 초절정고수인 백웅 공께서 무예를 전수해 주려 마련한 귀한 자리인데, 불상사가 일어나서 쓰겠는가? 그것은 우리를 천거해 주신 막부의 쇼군(將軍)의 얼굴에도 먹칠하는 일일세."

"그렇구려... 크게 깨달았소."

곧이어 검호들은 자존심을 꺾고 마련되어 있던 죽도를 하나둘씩 집기 시작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 검성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의 경지는 나보다 높다. 동영같은 변방에서 저런 검도고수가 나올 수 있다니...!!'

내가 너무 동영을 얕보는 것 같았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무공이론이 없이 그저 실전으로만 쾌(快)와 합기(合技)를 연마한다는 건 너무나 원시적인 무술이었다. 일류나 절정초입까지는 동영의 쾌검술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그 이상의 수준으로 올라가면 동영고수들은 형편없이 깨질 것이다. 기(氣)를 다루는 기법이 너무 투박했다.

하지만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는 좌중의 다른 검호들과 아예 다른 차원에 이르러 있었다. 특히 내가 방금 보았던 무토도리라는 것은 공수입백인임과 동시에 의념(意念)을 끌어올린 경지였다.

타다닷

"커억!"

"으윽."

나는 검호 십여 명과 차례차례 대련을 하면서 그들 모두를 오십 합 내에 꺾었다. 죽도를 사용한 게 다행인게, 만일 죽도를 쓰지 않았다면 그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9전 9승을 달성한 나는 이윽고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와 이 장 거리에서 죽도를 들고 마주서게 되었다.

"......"

나는 그와 대치한 상태로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안 되겠군.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소."

"허허... 잠재력이 많이 남아있는 듯 싶소만."

"섣불리 쓸 수 있는 비기도 아닐 뿐더러, 당신의 무도(無刀)를 뚫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소."

뇌명과 백웅결을 써서 역량을 향상시키면 승산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같은 검의 명인에게 뇌명을 보여주면 틀림없이 파생절기나 약점을 찾아낼 것이다. 게다가 실력을 알아보기 위한 연습대련에서 그 정도로 힘을 쓸 이유도 없었다. 본질적으로는 뇌영보와  멸혼보를 전수할 자격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동영의 무술에 꽤 실망했겠소, 백웅 공."

"그렇지는 않소. 당신같은 고수가 있으니."

"하하하... 물론 동영의 무예가 대륙종가의 무예보다 떨어질 수도 있소. 그러나 이 땅에는 섣불리 얕볼 수가 없는 무류(武流)가 세 개 있음이오."

"세 개?"

나는 호기심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먼저... 나의 신카게류."

"인정하오."

"두 번째는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의 이천일류(二天一流)."

"그 이름은 십이율주에게 들어본 것 같군."

분명히 내가 알기로는 이도류의 귀재로써 현 동영 최고의 고수라고 들은 적이 있다. 눈 앞의 검성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보다 강하다면 그럴 만 하리라.

내가 대꾸하자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타고난 별격의 천재요. 십이율주가 알 수도 있겠군."

"그리고 마지막은 무엇이오?"

그러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의 얼굴이 진중하게 굳더니 말을 이었다.

"원월천살법(圓月天殺法)."

"원월천살법...?"

"맹인(盲人)만이 익힐 수 있다는 궁극의 쾌도술(快刀術)이오. 누가 전승자인지는 모르지만 원월천살법의 전인이 나타나면 천하가 피로 물든다는 전설이 있소."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런 전설은 중원에도 많소. 그리고 옛 것은 새것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라 다들 형편없이 깨지곤 했지."

실제로도 그랬다.

고대의 절세무공이나 숨겨진 비기를 지닌 자들이 이따금씩 강호무림에 나타나곤 했다. 사람들은 그때마다 긴장했지만, 실제로는 무공이란 건 그 자체보다는 익힌 자의 역량이 더욱 중요한 것이었다. 결국 그 자들도 일대의 패주 자리를 쟁취하고 무림의 명문 하나를 만들어서 잘먹고 잘사는 것에 만족하거나, 혹은 너무 까불다가 진짜 고수에게 살해당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무공 자체가 너무나 별격이라서 무림을 뒤흔든 예시라고 하면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백련교주의 무공 뿐이었다.

그러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고개를 저었다.

"원월천살법은 그 백련교주조차도 '위험하다'라고 표현했던 쾌도술! 결코 얕볼 수가 없는 일이오."

"......!!"

백련교주가 그렇게 평가했다는 말인가?

내가 놀라서 그를 쳐다보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명나라에 갔을 때 무의 극한을 달성했다는 백련교주를 만나고자 백련교에 찾아간 적이 있었소. 그리고 특별히 그를 만나서 독대하고 무에 관한 대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백련교주는 내게 이렇게 말했소.

[ 동영 출신으로 강해지고 싶다면 원월천살법을 익혀라. 그건 천하에서 가장 위험한 무공이다.]

... 물론 나는 그 말을 인정하지 않고 동영에 되돌아와서 무토도리를 연마했소. 나는 검을 뽑지 않고 이기는 것이 검술의 궁극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오. 지금도 그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하여간 원월천살법은 굉장히 흉악한 쾌도술이 틀림없소."

"......"

나는 입을 벌렸다.

설마 이 자가 명나라에 무사수행 하러 갔을 때 백련교주를 만난 적이 있다니! 원월천살법은 둘째치고 그 사실이 너무나 신경쓰였다. 나는 급히 그에게 말했다.

"배, 백련교주를 만난 적이 있소? 그는 어떻게 생겼소?"

"얼굴이나 행색은 보지 못했소. 발 뒤에서 이야기를 하더군. 특이한 점이라면 그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육합전성만 사용해서 의사를 전달했소."

"흐음..."

목소리를 내지 않고 육합전성만 사용했다.

그것은 백련교주가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나 사정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그 정보를 새겨듣고는 말했다.

"고맙소. 그래서 원월천살법이란 건 어디의 누가 익히고 있는 거요?"

"그걸 알 수가 없소. 수십 년 동안 찾아봤지만 흔적조차 알 수가 없었소. 나 이외의 그 누구도 원월천살법이란 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더군. 말 그대로 환상의 무공이오."

"흐음..."

백련교주가 동영에서 온 무사 하나 놀리려고 뻥을 쳤을 리는 없다. 천하제일인의 자존심이 있을 것이다. 정작 동영 사람들은 누구도 모르지만 백련교주만이 그 존재를 알고 있는 환상의 무공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 다른 중원의 고수들에게도 원월천살법에 대해서 물어봐야겠군.'

나는 앞으로의 일정이 하나 더 생겼음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결론을 내리고는 검호들에게 말했다.

"현재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를 제외한 자들은 신법의 묘리를 이해하지 못한 듯 하오. 조금 더 지도한 후에 가르쳐 주도록 하겠소."

"으으..."

검호들은 치욕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겉보기에는 새파란 10대 소년인 내게 모두가 형편없이 깨졌고, 오로지 검성만이 체면치레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신류 면허개전을 넘어서서 초절정경지에 이른 내게 있어서 그들은 어린애처럼 보이는 수준이었다. 나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 이광이나 진소청이 여기 왔다면 당신들은 삼 초 내에 죽었을 거다...'

나는 다시 한 달포동안 그들에게 뇌영보가 어떤 공능이 있는지, 그리고 보법을 검술과 어떻게 접목시켜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간간히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와 죽도를 가지고 대련을 했다. 그는 과연 대단한 고수라서 뇌명을 일으키지 않은 상태에서는 내가 그의 절대방어를 뚫을 수가 없었다.

한 달 후, 나는 검호들이 내게서 일백 초를 버틸 수준이 된 것을 확인했다. 그제서야 나는 흡족하게 말했다.

"그럼 멸혼보를 전수하겠소."

내 목표는 일 년 내에 그들에게 멸혼보의 전수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멸혼보의 전수조건을 알아낸 후에는 내가 그 조건을 찾아서 터득하는 것! 내 무공을 향상시키기 위한 걸음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 으... 그러고보니 도왕이나 동방무결은 어떡하지?'

나는 고민하다가 비등을 써서 다시 사천의 성도로 갔다. 그리고 개방을 방문해서 그들의 근황을 들었다.

"도왕은 아직 못 찾았고, 동방무결은 아무래도 남만 너머로 사라진 것 같네."

"남만 너머로?"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 그는 새외(塞外)로 나가버렸네."

그러면서 대종개가 내게 은자 백 냥을 돌려주었다. 절반의 실패를 했기 때문인 듯 했다. 나는 백 냥을 되돌려주며 말했다.

"아직 안 끝났소. 나중에 내가 다시 방문할 텐데, 동방무결이나 도왕의 행적을 계속 파악하고 있으시오."

"무슨..."

"정보에 따라 내가 원하는 걸 달성하게 된다면, 그 때는 추가로 은자 백 냥을 더 내겠소."

"알았네."

그리고 나는 다시 동영으로 돌아왔다. 미호가 느긋하게 누워서 포도를 먹고 있다가 깔깔댔다.

"천지없이 바빠 보이는구나!"

"너도 좀 도와주지?"

미호가 깡총깡총 뛰었다.

"힘내라 힘~ 힘내라 힘~ 젖먹던 힘까지~"

"......"

너도 망량선사식 응원이냐.

내가 뇌영보를 모두 전수하는 데에는 약 팔 개월 정도가 걸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뇌영보의 깊은 경지까지 익히는 것도 무난한 듯 했다. 나는 드디어 멸혼보의 전수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에게 열성적으로 멸혼보의 요결을 알려 주었다.

"개인적으로 연구해보도록 하시오."

다른 때와는 달리 시연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우스꽝스러운 꼴이 될게 분명했다.

검호들은 자신들의 실력이 갈수록 향상되어가는 걸 느끼는지, 이제는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내 명령에 따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멸혼보를 해석해낼지 궁금해졌고 흐뭇하게 기다리기 시작했다.

결과가 나온 것은 약 한 달이 지나서였다.

제일 먼저 나를 찾아온 것은 역시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였는데, 그는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이건 정말 괴상망측한 보법이구려."

"터득했소?"

"흠... 가설을 하나 세우긴 했소만, 다른 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할 것 같소."

이윽고 검호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호들이 저마다 멸혼보에 대한 감상과 직감을 토론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대부분은 도저히 익힐 수가 없다, 이런 엉터리무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 한 인물이 말했다.

"... 이건 심성(心性)과 관련된 무공 같소."

"역시 그렇군."

"카미이즈미 공. 뭔가 생각나신 게...?"

그러자 그가 짧게 탄식하더니 그 인물에게 말했다.

"야규 무네노리(柳生宗矩). 한 번 멸혼보를 펼쳐 보게."

스스스슥

파아앗!

"......!!"

나는 깜짝 놀랐다.

야규 무네노리라고 불린 검호가 갑자기 멸혼보를 시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안되던 일이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검호들도 놀라서 보고 있자,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말했다.

"역시 그렇군. 그런 거였어."

"무슨 뜻이오?"

"무네노리. 자네의 아들인 야규 쥬베이는 더욱 잘 펼칠 수 있겠지."

그러자 무네노리가 씁쓸하게 웃었다.

"아마 그렇겠지요."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결론이 났소, 백웅 공. 멸혼보가 어떤 무공인지 알아냈소."

============================ 작품 후기 ============================

약간 내용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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