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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三皇五帝)
나는 망량과 함께 진랑곡으로 되돌아왔다. 진랑곡에 되돌아와서 아직 인간을 목갑에서 해방하지 않은 채 놓아두자 망량이 신기한 듯 말했다.
"정말 그 목갑 안에 들어가면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말이오?"
"거의 정지하는 듯 싶소."
"괜찮군. 그러면 우선 충분히 이야기를 해 보고 결정합시다."
망량은 초가집 앞의 평상에 걸터앉아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백웅. 항우의 축복을 받았는데 뭔가 달라진 점은 없소?"
"딱히 없소..."
나는 대답하면서 꺼림칙함을 느꼈다.
항우의 축복이란 게 좋은 느낌일 것 같지는 않았다.
항우!
그는 역사상 최강의 장수이자 군주이자 대학살자였다. 그가 정면대결에서 패배한 일은 전체 대국이 기울었을 때 뿐이었으며, 그가 이끄는 군대는 실질적으로 무패였다. 또한 고작해야 3만의 병력으로 수십 배나 되는 적을 무찌른 팽성대전(彭城之戰)이 있었다. 무인(武人), 전략가, 야전사령관으로써의 항우는 역사상 최강의 존재라고 칭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전대미문의 학살마(虐殺魔)였다. 보통 장수라면 한 번 행하기도 망설인다는 대학살을 밥먹듯이 수십 회나 저질렀으며 주민들을 생매장하거나 튀겨죽이기도 했다. 그는 오로지 분풀이와 본보기를 위해서 그 시대에만 수십 수백만 명의 인간을 생매장해버리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그에게 인간성이나 연민을 찾아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한 역사학자도 있었다.
인간성을 잃어버린 최악의 살육기계!
그것이 현재 사학자들이 항우에 대해서 내리는 평가였다.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무자비하고 잔혹한 항우의 축복이란 걸 그저 기분좋게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망량은 내 표정을 살피더니 말했다.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소. 축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면, 공양의식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수밖에."
"공양의식?"
"항우는 현재 공양의식의 수기를 먹은 댓가로 당신에게 축복을 베풀고 있소. 이것은 일종의 쌍자간 협의에 의한 계약관계지. 항우의 축복을 당신이 충분히 누려서 항우가 만족할 때까지는 원래 풀려날 수가 없소. 그렇다면 막야의 수기와 대등한 공양의식을 다시 치러서, 항우에게 축복을 거두어 달라고 부탁을 해야하오."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항우에게 축복을 가져가라고 하면 되지 않겠소?"
그러자 망량이 한숨을 쉬었다.
"보통의 신선이라면 얼마든지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오. 그러나 상대는 바로 그 항우요. 괘씸죄나 변덕이 작용해서 되려 당신에게 거대한 저주를 퍼부을 수도 있는 것이오. 그 위험을 감수하느니 좋게좋게 협의해야 하오."
"......"
분명히 신의 축복을 받았는데 이렇게 찝찝한 건 난생 처음이었다. 내 표정이 썩어들어가자 망량이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나는 궁금한 게 하나 있군."
"뭐요?"
"백웅 당신의 말대로 13회차까지 진행되었다면, 황궁에 칠요 팔괘도가 없었다는 셈이 되오."
"응?"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점을 망량이 짚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망량이 침착하게 말했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초상기인(超上奇人)은 완성시키기만 하면 천하를 평정할 수 있소.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초상기인은 겨우 초안만 잡히고 완성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지. 만일에 발해제국에서 훔쳐온 칠요 팔괘도가 황궁에 존재했다면 연금술사나 제갈부는 즉시 초상기인을 완성시켜 버렸을 것이오."
"으음... 팔괘도에 그런 힘이 없을 가능성도 있지 않소?"
"그럴 리가 없소. 삼황오제 복희가 내린 팔괘도라는 건 그 자체로 거대한 힘의 상징, 현자의 돌이라는 것에 결코 뒤지지 않음이오."
망량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당신은 팔괘(八卦)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소?"
"으음... 역술진본과 태극기서를 공부한 정도요."
"그러면 좀 더 심화과정을 거쳐서 팔괘의 [힘]에 대해서 말해 주겠소."
망량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려는 듯 표주박에 찬 물을 떠 왔다. 그리고 벌컥벌컥 마셨다.
"주역(周易)이란 건 모든 술법사들이 기본적으로 익히는 책이지. 그 주역이란 게 기본적으로 64괘를 공부하며 그 중에서 양효(陽爻)와 음효(陰爻)의 교차함으로 천지만물의 양상을 알아낸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오."
"음."
"그러면 왜 술법사들은 주역을 공부하고 팔괘를 공부하는 것이오?"
나는 망량의 질문에 곰곰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변역(變易), 불역(不易), 간이(簡易) 때문이오. 해야할 것, 해서는 안될 것, 어떻게 해야할까를 생각하며 현재, 과거, 미래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러자 망량이 감탄한 듯 했다.
"과연 당신은 술법을 꽤 공부했군. 바로 그 정도로 대답할 수 있는 자가 세간에 드문데..."
"그냥 책에 적혀있던 대로 말했을 뿐이오."
"자, 그럼 팔괘취상가(八卦取象歌)도 알고 있소?"
"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오.
건괘는 셋이 다 이어졌고
곤괘는 여섯 마디로 끊어지며
진괘는 위를 향한 그릇이요
간괘는 엎어놓은 그릇이다
리괘는 가운데가 비었고
감괘는 가운데가 찼으며
태괘는 위가 빠졌고
손괘는 아래가 끊어졌다."
망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팔괘를 공부하는데 근본적인 원칙인 건삼련 태상절 진하련 곤삼절 감중련 손하절 간상련 이허중이지."
"흠."
"팔괘는 적확한 원칙에 따라 배열되어 있는 철학의 근본이오. 음양수와 상수가 담겨있으며 또한 '상(象)'과 '수(數)'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 상수지학(象數之學)이라 칭하는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오."
거기까지 설명한 망량이 충격적인 말을 했다.
"주역팔괘의 '상'을 깨달은 자는 공간(空間)을 지배할 수 있으며 '수'를 깨달은 자는 시간(時間)을 지배할 수 있소."
"......!!"
"민간의 단순한 역술서에는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사실이 그렇소. 팔괘의 달인들은 공통적으로 '시간' 혹은 '공간'과 관련된 상단전(上丹田)의 능력을 깨닫게 되지."
망량이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팔괘는 흉폭할 정도로 [순수한 힘]을 머금고 있으므로 술법사들은 팔괘의 힘에 매료되곤 하오. 환술이나 괴뢰술이나 장생술 제례술 연단술 둔갑술 소환술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게 팔괘의 이치이자 힘이오. 실질적으로 모든 술법의 근본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오."
"그 정도였다니..."
"웃기는 일이지만, 현재 상급이나 최상급의 술사로 자처하는 자들 중에서도 팔괘를 진정으로 깨달은 자는 극히 드물지. 팔괘는 가공할 힘을 지니고 있는 대신에 까다롭고 어렵기 짝이 없어서 수십 수백년을 공부해도 팔괘의 끄트머리에도 닿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오."
그는 입가를 닦으며 날카로운 눈빛을 지었다.
"그리고 그 팔괘라는 힘은 사실 원래 인간의 것이 아니오."
"뭐라고?"
"아주 오랜 고대적, 삼황오제(三皇五帝) 복희(伏羲)가 인간에게 팔괘의 원리를 알려준 것이 그 시작이오. 알다시피 삼황오제는 인간의 역사에 편입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신적인 존재들이오. 복희의 격이 창세신 반고나 여와에 못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팔괘는 원래부터 신(神)의 힘이었던 거지."
"......!!"
"또한... 칠요 팔괘도는 복희가 태고적에 팔괘의 진정한 이치를 담아서 그려 준 최초의 신보(神寶). 거기에 담겨있는 힘이 현자의 돌에 뒤지지 않는다는 말 뜻을 이해할 수 있겠소?"
"그렇군...!!"
나는 망량의 설명을 이해하고는 침음성을 흘렸다.
사실 팔괘란 궁극의 이치이자 철리(哲理)이며 [순수한 힘]!
인간이라는 종족이 타고난대로 역사를 살아서는 수천 년이 지나도 얻지못할 이치를 삼황오제 복희가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인 것이다.
그 팔괘의 궁극에 존재하는 칠요 팔괘도는 순수한 힘의 덩어리일 게 분명하다.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황궁에 칠요 팔괘도가 없다는 건... 복마전이라는 세력이 따로 회수해 갔다는 뜻이겠군."
"당신 말대로 연금술사라는 존재가 복마전의 말단에 불과하다면 확실히 그럴 것이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오?"
"연금술사를 생포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거지. 연금술사에게서 복마전의 정보를 들어야 칠요 팔괘도의 행적을 찾을 수 있는 것이오."
"과연."
망량이 말했다.
"아, 그리고 뭔가 내게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은데?"
"맞다. 잠시 가볼 데가 있소."
"어디?"
"수요의 유적에 이상한 갑골문이 새겨진 동상이 있소."
"흥미롭군. 가 봅시다."
나는 망량을 목갑에 집어넣은 후 비등을 써서 수요의 유적 최심부에 있는 나락의 동굴으로 향했다. 그리고 망량을 목갑에서 꺼내서, 그 동굴 안에 있던 기묘한 동상을 보여주었다. 망량은 그 갑골문을 주의깊게 살피다가 말했다.
"삼황오제(三皇五帝) 중 전욱(?頊)의 동상인 것 같소."
"전욱?"
"이 이상은 갑골문을 문헌을 바탕으로 해석해봐야 알겠지만, 전욱을 상징하는 그림과 갑골문이 있군."
나는 띵한 표정을 지었다.
"삼황오제의 동상이 어째서 수요의 유적에 있단 말이지?"
"나도 잘 모르겠소."
"......"
삼황오제 전욱!
그는 오제(五帝) 중 한 명으로써 북방을 담당하는 신이며 황제(黃帝)의 손자였다. 이 동상이 삼황오제 전욱을 상징하는 거라면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왜 칠요의 유적에 이런 게 존재한다는 말일까?
망량이 말했다.
"이 동상을 갖고 갑시다. 내가 연구해 보겠소."
"부탁하오."
나는 망량과 함께 진랑곡으로 되돌아 왔다. 망량이 말했다.
"우선 남은 일부터 처리하고 봅시다."
나는 그의 말대로 먼저 진랑곡에 머물 대뢰옥의 포로들을 풀어 주었다. 황연을 포함한 사람들은 난데없이 장소가 바뀌어 있자 놀라는 기색이었다. 망량은 예전처럼 그들을 추스르고 거처를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곧장 산동성으로 이동해서 금괴를 환전한 후 중원인 해적포로들을 해방시켜 주었다. 개 중 여인들은 신세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남았다.
애꾸눈 노인이 내게로 다가왔다.
"나으리... 이 은혜를 꼭 갚고 싶습니다..."
"......"
"그 어떤 존재든... 단 하나라면 반드시 죽일 수 있는..."
나는 그가 이족(異族)이며, 암천향에 존재하는 [옛 지배자]를 섬기는 노예종족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의 본체가 개인간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후 검은 목패를 받아들고는 말했다.
"이보시오."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
나는 그를 앉혀놓고는 식사를 주문했다.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한쪽 눈을 껌벅거리고 있었는데, 나는 소면을 기다리며 턱을 괴고 말했다.
"당신이 견인(犬人)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소."
"......!!"
애꾸눈 노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가 입을 뻐끔거리자, 나는 그에게 으르렁거리듯 약간의 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당신 하나만 좋자고 은인(恩人)에게 죽으러 가는 길을 권하는 건가?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인가?"
"아... 아아..."
애꾸눈 노인이 얼굴을 떨어뜨렸다. 그는 구슬프게 울면서 말했다.
"모든 걸 알고 계시는군요..."
"뭐 다른 건 다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왜 당신 종족들은 암천향에 가서 살지 않은 것이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당신들은 이미 이족(異族)일 테니 중원땅에서 천민 생활을 하느니 거기에 가서 실체를 숨길 필요 없이 편하게 지내면 되지 않소? 어차피 당신들은 [옛 지배자]의 수하에 있으니 섣불리 당신들을 건드릴 자도 없을 텐데."
그러자 애꾸눈 노인이 잠시 할 말을 잊은 표정이었다. 노인은 한탄하며 말했다.
"아아... 나으리... 어떻게 저희 칠살마을의 비밀을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
"암천향은 너무나 머나먼 곳... 신선조차 도달하지 못하는 곳... 저희의 힘으로는 인간과 섞여 살 수밖에 없습니다."
"거 참 곤란하겠군..."
내가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무튼 목패는 감사히 받겠소. 다음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들르지."
"......"
애꾸눈 노인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물러나 버렸다.
아마 보통 인간은 절대적으로 죽을 함정으로 향하는 열쇠를 받았는데도 이렇게 태연한게 이해가 가지 않으리라. 그러나 나는 왠지 다시 암천향의 옛 지배자를 만나도 별로 죽을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나는 비등으로 무영문 근처로 이동했다. 무영문에 남아서 새 삶을 살 여인들만 데리고 서문혜와 함께 무영문을 방문했다. 무영문에 들어가자 이전처럼 검마가 나를 맞아 주었다.
서문혜가 검마에게 전후사정을 설명한 후 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나는 재빨리 말했다.
"전 할 일이 있어서 결혼같은 건 못 합니다."
"......"
검마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할 말을 들켜버렸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고는 헛기침을 했다.
"험험. 그냥 뭐... 내가 들어줄 부탁은 없는가."
나는 생각해 둔 바가 있었기에 검마에게 말했다.
"혹시 천상괴의 동방무결이라는 자를 아십니까?"
그러자 검마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알기야 알지. 그 자는 왜?"
"제가 그 자를 찾아볼 일이 있어서 사천 땅에 가 보려고 하는데 동방무결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습니다."
"동방무결이라... 흠..."
검마는 고민하듯 턱을 괴고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한참 후에 불쑥 말했다.
"찾지 말게! 그 자는 너무 위험해."
"네?"
"걸어다니는 폭탄같은 존재일세. 관련되어서 좋을 것 하나 없어."
"그러니까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동방무결이 미친놈이라는 것 뿐일세."
이걸로써 화서명과 검마, 두 사람의 무림명숙이 동방무결을 [미친 놈]이라고 평가했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길래 이리도 치를 떠는 것일까?
내가 할 말을 잊자 검마가 말했다.
"내 딸의 은인이라서 하는 충고일세. 자네는 잘못하면 동방무결에게 해부(解部) 당할수도 있네."
"......"
나는 검마와 사소한 잡담을 조금 더 하다가 진랑곡으로 되돌아왔다. 진랑곡에 도착하자 망량이 내게 말했다.
"일은 다 처리했소?"
"해야하는 건 다 한 것 같소. 이제 황연 대장군의 식솔들을 구출해야겠지."
"아, 그건 좀 기다리시오. 조금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오."
나는 망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러면 나는 사천 땅에 좀 가 보려고 하오."
"사천에는 왜?"
나는 내가 천상괴의 동방무결을 찾으려는 경과와 이유를 망량에게 설명했다. 내 말을 듣고 있던 망량이 이야기를 정리했다.
"과연... 당신은 백련교 소교주가 걸렸다는 괴질의 정체가 못내 궁금한 거군."
"그렇소. 왠지 그게 앞으로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괴질은 수상쩍었다.
백련교의 성련으로는 치유가 되지 않는데 흑백련으로는 치유가 가능하다.
그리고 연금술사가 살포했던 괴질의 성질이 소교주의 괴질과 거의 비슷하다는 증언도 있었다.
또한 한진성은 괴질을 고통과 함께 억제했지만 보통 인간들은 그렇지 못했다.
' 꼭 알아내야 해.'
왠지 그 괴질의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으리라는 예감이 든 것이다.
"당신의 직감이라면 그게 맞겠지."
"오, 믿어주는 거요?"
"당신은 13번이나 전생하면서 수많은 인생의 경험을 쌓았으므로, 그 직감은 수많은 경험의 축적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오. 나도 백련교가 황궁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신의 선택이 옳다고 생각하오."
망량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갔다 오시오. 건승을 빌겠소."
그렇게 천상괴의 동방무결을 찾는 나의 사천행(四川行)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