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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8화 (138/1,615)

0138 ----------------------------------------------

암천향(暗天鄕)

파앗!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이광과 한백령의 신형이 제갈부의 바로 옆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들은 제갈부를 압박하듯 노려보았고, 제갈부는 이내 섬칫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광이 나직이 제갈부에게 경고했다.

"넌 이미 우리 사정권에 들어가 있다."

"... 그렇군. 확실히 움직일 수가 없어."

고요히 대답한 제갈부가 망량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전혀 예상도 못 했다. 확실히 이건 외통수야."

"내 능력이 아니오. 여기에 있는 백웅의 능력이지."

"호오."

제갈부가 고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자 뭔가 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호의 매혹술과는 달리, 마치 비인간(非人間)적인 무언가가 눈 앞에 서 있는 듯 했다. 한도 끝도없이 심유한 눈빛은 그의 정신세계가 비범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망량이 말했다.

"제갈부. 대세는 황연에게 기울었소. 당신도 모쪼록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시오."

"현명한 판단이 뭐지?"

"황궁을 지키는 기문절진을 해제하고 아군에 투항하시오."

"훗..."

제갈부가 말했다.

"기문절진이라 하는데 너는 내가 펼친 진이 무엇인지 아느냐?"

"잘은 모르오. 아마 혼원일기(混元一氣)의 진(陣)이라고 예상하고 있소."

"틀렸다. 팔진도(八陣圖)라고 한다."

스아앗!

"......?!"

나는 그 순간, 주변 풍경이 완벽하게 바뀌며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이게 환술인가 싶어서, 환술을 깰 수 있는 술수인 파환술(破幻術)을 펼쳤다. 그러나 그래도 내게 씌어있는 환술은 떨어지지 않았다.

사방이 안개투성이이고 황궁의 건물이 곳곳에 보인다. 나는 낯선 곳에 서서 긴장한 채 주위를 경계했다. 그 때 제갈부의 육합전성이 우렁거리며 황궁 내를 울렸다.

[ 현명한 판단은 강한 힘에서 비롯된다. 어디 한번 팔진도를 깨서 증명해 봐라.]

팔진도!

제갈량이 썼다고 전해지는 진법(陣法)으로 본래 이름은 팔진(八陣), 즉 8개의 진이다. 어복포에 설치되었던 팔진도는 오나라 총사령관 육손을 헤매게 해서 죽일 뻔 했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러나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진법인 모양이었다.

' 흥. 이딴 건 무시해주지.'

파앗

나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비등을 써서 제갈부 앞으로 갔다. 그러자 제갈부는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반칙이군. 설마 이족의 비보(秘寶)를 갖고 있을 줄이야."

"그걸 어떻게 알았지?"

"일개 법보로는 결코 낼 수 없는 위력이니까. 그렇다고 그런 보패가 있다고 들은 적도 없으니 이족의 물건이라고 볼 수밖에."

중얼거리던 제갈부가 편하게 자신의 자리에 걸터앉아서 말했다.

"계속 돌려보내기도 귀찮군. 이야기나 좀 할까?"

휘익

' 누가 이야기를 해 준대?'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달려들어서 검염을 내뿜었다. 거대한 기운이 날아가서 제갈부의 몸통을 갈라버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제갈부가 자신의 양 손을 내뿜어서 강력한 쌍장(雙掌)을 터뜨렸다.

콰앙!

"......!!"

나는 순간 내 공격이 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제갈부의 무공수준을 파악하고는 전율했다.

' 가... 강하다! 초절정고수!'

황당하다. 분명히 눈 앞의 제갈부는 황궁 제일의 술법사로 이름이 높은 놈이었다. 그래서 본신의 무공은 약할 거라고 생각해서 빠르게 제압하려 들었는데, 놀랍게도 놈의 내공은 이광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분명한 초절정 경지의 무공을 지니고 있었으며 뇌명을 쓰지 않은 나보다 강할 듯 했다.

제갈부가 말했다.

"수라천광대법(修羅天光大法)을 극성까지 끌어올렸는데도 내 손이 얼얼하군. 어떻게 그 정도의 내공을 얻은 거지?"

"글쎄다!"

나는 계속해서 튀어나가며 제갈부를 공격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제갈부가 정면으로 나와 무공을 겨루지 않고 허깨비처럼 사라지며 피했다. 아마도 나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건 손해라고 판단한 듯 했다.

"제길. 도망치기만 하기냐?"

내가 이대로는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자 제갈부가 말했다.

"무공으로 싸우는 것도 재밌겠지만 여기서는 술법을 써 볼까."

그가 곧 느긋하게 중얼거리듯 주문을 외웠다.

붕소괴사(崩燒怪使)

열법제(列法制)

화염구(火炎球)

명풍언인(命風言印)

유마폭풍(幽魔爆風)

위이이잉

"......!!"

나는 눈을 부릅떴다. 각각의 대주술을 상징하는 진언(眞言)이 한자의 형태로 허공에 떠올라 있었고, 그 글자들은 서로를 보조하듯이 이어져 있었다. 나는 술법을 저렇게 부릴 수 있다는 것은 보도듣도 못한 일인지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확실한 건 저 주술 중 하나라도 맞는다면 굉장한 타격이라는 사실이다.

따악

제갈부가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술법이 덮쳐왔다. 나무대청이 박살나고 땅이 뭉그러졌다.

쿠구궁

"윽..."

나는 전신이 철근같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붕소괴사는 공간을 망가뜨리는 대중력(大重力)의 술법이었다. 붕소괴사는 공간 한 올 한올에 만년한철의 무게가 실리게 해 적을 눌러버리는 위력을 지닌 듯 했다. 나는 내공의 힘으로 버텨내었지만 곧이어서 제갈부의 주문이 재차 들려왔다.

열법제 -

상중(上重) 위언(爲言) 하경(下經)

위언(爲言) 윤기천혼(輪氣天混)

쿠오오

나는 순간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태사의와 함께 엄청난 속도로 허공으로 끌려들어가는 듯 했다. 내 내공으로 펼치는 천근추조차 무시해버리는 이 가공할만한 인력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 위... 위에 중력이 생겼다.'

나는 기가 막혔다. 설마설마 했는데 인위적인 흡인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 공간을 뒤틀어서 중력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곧이어 내가 인력의 중심까지 끌어올려지자 몸이 뒤틀리며 접힐 뻔 했다. 나는 급히 내공을 폭발시켜서 열법제의 술법을 탈출했는데, 그 때는 거대한 수십 장 크기의 화염구가 내게 날아오고 있었다.

콰과과과광!!

화염구도 어떻게든 뇌영보 천주살로 피했으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파밧

제갈부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눈이 시뻘겋게 빛나며 주언(呪言)을 외쳤다.

"떨! 어! 져! 서! 사! 라! 져! 서! 죽! 어! 라!"

낙(落)

멸(滅)

사(死)

그와 동시에 내 천지인 삼단전의 위치에 왠 한자가 새겨졌다. 내가 뭔가 대응을 할 새도 없이 내 몸은 이번에는 끌려들어가서 대지에 내동댕이 쳐졌고 땅을 크게 뚫고 들어갔다. 내공으로 몸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몸뚱이가 터져서 죽었으리라.

[ 와라... 와라... 오거라...]

그리고 전신에서 아릿한 고통이 밀려오며 순간순간마다 명부(冥府)에서 부르는 듯한 명령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강력한 환술이 내 정신을 옥죄면서, 한 번이라도 저항에 실패하면 그대로 혼을 낚아채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도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버티며 땅에서 기어나오자, 이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용돌이가 내 몸을 휩쓸어서 하늘로 끌어올려 버렸다.

쿠쿵

"크아악!"

나는 유마폭풍까지 당하고 나서 다시 내황각의 5층으로 떨어졌다. 마치 제갈부가 설계한대로 농락당한 기분이었다. 전신이 흠씬 두들겨맞은 것 같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제갈부는 다시 의자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곳에서 나를 이기려 하다니 무모하군. 아까 이광과 한백령이 나를 함부로 제압하지 못한 것도 그런 고수의 육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황궁 내에서 싸우는 한 너희에게 승산은 없다."

그 순간 확신했다. 눈 앞의 제갈부는 무공이든 술법이든 최상승의 경지에 이르러 있으며 귀모신산도 뛰어난 완전체였다. 이 놈과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소 호법사자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리라.

"크윽..."

나는 쓰러진 채 상반신을 겨우 일으켰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도 이족이 나쁘다는 건 알잖아?!"

제갈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나쁜 놈들이지."

"그리고 이제 충성을 바칠 황제도 죽었다! 대체 당신은 황궁을 지키면서 뭘 하고 싶은건데!"

내가 절규하듯 외치자 제갈부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내 말에 대답했다.

"그 말은 틀렸다. 나는 처음부터 황제에게 충성을 바친 적이 없었으니까."

"... 뭐라고?"

"내 재능을 가장 비싸게 사준 것이 황제일 뿐이었다. 그저 그런거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반문했다.

"당신은 대대로 이어져내려오는 천문관 일족이 아닌가? 그렇게 대답할 수 없을텐데."

"아아. 맞아. 그렇지. 나는 천문관 일족인 제갈씨(諸葛氏)지."

제갈부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내가 천문관 일족을 대표하고 있는 건 아니다. 다들 형태는 다르지만 자기 뜻대로 살아가고 있지. 나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황궁따위는 나갈 수 있었어."

"......"

"단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뿐이다. 그래서 복마전을 견제하면서 황제를 호위하는 내 역할에만 충실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 주군을 찾고있는 중이다."

나는 그의 말에서 제갈부가 어떤 인간인지 알 수 있었다.

아무런 감정 없이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시험해보려는 천재!

그 자신에게는 어떠한 이념이나 선악(善惡)이 없었다. 단지 자신의 재능을 비싸게 사줄 자가 있다면 그 밑에서 일하고 싶은 것 뿐이었다. 기가 막힐 정도로 단순해 보였지만, 제갈부의 기본능력이 워낙 출중하다보니 그 누구도 제갈부의 행보에 딴지를 걸 수 없는 것이다.

제갈부가 말했다.

"선조이신 제갈량(諸葛亮)께서도 주군을 고르셨지."

"틀려. 당신은 제갈량이 아니야."

나는 매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보다는 망량이 그에 어울린다."

"......"

제갈부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한숨을 쉬었다.

"너도 아버지같은 소리를 하는군..."

"뭐? 무슨 소리야? 망량 얘기를 하는데 당신 아버지 얘기가 왜 나와."

"당연히 네가 망량이라고 부르는 자가 내 동생이기 때문이지."

"... 뭐라고?"

제갈부가 피식 웃었다.

"몰랐나? 그 아이의 이름은 제갈현(諸葛賢). 내 친동생이며 아우이다."

"......!!"

이게 무슨 소리인가.

망량이 제갈부의 동생이라니? 하지만 제갈부가 대천문관이며 천문관 일족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모습을 잘 뜯어보면 망량과 상당히 비슷한 인상인 것이다.

"너를 술법지옥에 넣어서 죽이려 했다면 간단했다. 낙혼부(落魂符)만 써도 일도 아니지."

제갈부가 고적한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동생과 동생이 데려온 자들의 역량을 시험해보고자 한다. 너 이외의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자력으로 이 자리에 도착할 수 있다면, 혹은 팔진도를 깰 수 있다면 내 패배다. 그 때 나는 너희 편으로 투항하겠다."

나는 이를 부득 갈았다.

"꼴깝 떠는군. 잘난체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그런 소리는 많이 듣지. 하지만 지금 내게는 그냥 너희를 이 자리에서 몰살시키고 복마전 휘하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는 걸 명심해 두도록."

"큭..."

나는 제갈부의 능력이 상상외로 뛰어나다는 걸 깨달았다. 아마 아까 아군의 절세고수들이 나타나자마자 닥치고 제갈부의 목을 날렸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놈은 이 결계 내에서는 환술을 마음대로 부리면서 현실과 공간을 뒤틀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런 놈이 존재하는 한 황궁을 뚫는 건 요원한 일인 것이다.

' 이 놈을 꺾지 못하면 황궁을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해.'

나는 머릿속에서 목표를 수정했다. 금의위 총령이나 금의위같은 건 이제 중요한 게 아니다. 다른 놈들을 다 쓰러뜨려도 눈 앞의 제갈부를 어찌하지 못하면 황궁공략은 실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그래서 망량이 기다리자고 한 거였군...'

그리고 중원지보의 동생이었던 망량은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기다렸던 것이다.

정면대결로 제갈부를 뚫는 게 어리석은 짓이었고, 제갈부가 자신의 능력을 팔고다니는 성정이란 걸 알았기에, 대세를 따라서 황연군에 자발적으로 오기를 기다린 것이다. 그게 일이 꼬여서 우리가 먼저 쳐들어와 버리자 되려 제갈부가 우리를 시험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듯 했다.

나는 그에게 질문했다.

"연금술사란 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고 어디 있는 거냐? 네가 이렇게 절진을 펼쳐도 그 놈은 멀쩡한 건가?"

"그렇겠지. 놈은 단순한 이족이 아니라 마도사(魔道師)니까."

나는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했다.

"마도사? 그것도 술법사인가?"

"전혀 다르다. 그 자들은 마신(魔神)을 숭배하고 제물을 바쳐 마술을 쓰는 자들로써, 본래는 인간이다. 그러나 장시간 마술을 배우는 동안에 타락하여 반인반마가 되어버린 자들이지."

"으음."

나는 제갈부의 말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어째서 일이 복잡해지는 것인가?

만악의 근원인 연금술사를 해치우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제갈부는 어째서 황제가 죽은 후 자력으로 연금술사를 없애지 않은 것인가? 황궁 내에서라면 절대적인 힘을 사용할 수 있는데?

' 이상해. 이 놈은 뭔가를 숨기고 있어.'

단순히 우리 쪽에 자기 능력을 팔려고 시험하는 게 아니다. 이 놈이 연금술사에 대해서 뭔가 '다른 것'을 알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긴 채, 자기만 최대이득을 얻으려고 공작을 꾸미는 것이다.

직감이 말해주고 있다.

열 번 넘게 죽었던 직감이 말해주고 있다.

지금은 죽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얻어낼 때라고.

' 해야만 해. 안 그러면 안돼!'

그래서 나는 일부러 제갈부에게 능청스럽게 말했다.

"물론 나는 너를 쓰러뜨리기 힘들겠지만... 꼭 너를 쓰러뜨려야 하는 것도 아니겠지?"

"너, 설마..."

갑작스럽게 제갈부의 표정이 바뀌었다.

"어디 한번 따라와 보라고."

파앗!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몸은 비등과 함께 황제가 거처하는 궁궐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역시 이 궁에는 시비 따위가 하나도 없었다. 내가 곧이어 황제가 있는 옥좌의 방으로 달려가려 할 때 영언(靈言)으로 제갈부의 외침이 들려왔다.

[ 그만둬라! 연금술사를 건드리면 네놈의 동료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

대답을 듣고 싶은 듯 영언의 선이 이어져 있었다. 나는 그 선으로 정신력을 집중하며 제갈부에게 대답했다.

[ 싫은데? 너야말로 내가 연금술사를 죽이는 게 싫다면 팔진도를 해제해라!]

[ 미친... 감히 나와 거래를 하겠다는 거냐?]

[ 꼬우면 황궁으로 들어와 보시던가. 보아하니 팔진도의 공능도 황궁 안에는 못 미치나 보구만.]

[ ......]

[ 현명한 판단을 바라겠다.]

타다닷

나는 옥좌의 방으로 뛰어가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예상대로야.'

제갈부가 왜 연금술사를 죽이지 않았는가.

그것은 이익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연금술사가 자기가 거처하는 황궁에는 팔진도의 효력이 닿지 않게끔 했기 때문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합리적인 제갈부의 성격상 연금술사를 제압해 두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친다면 이 황궁 내에서 황제의 거궁 그 자체야말로 가장 제갈부에게서 안전한 지대일 수밖에 없다.

나는 예전에 왔던지라 옥좌의 방이 어딘지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안에는 흑의인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흑의인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알하자드의 램프가 계속해서 시전되길래 뭔가 했더니, 설마 인간이 주인이었을 줄이야. 너는 [옛 지배자]의 말예(末裔)인가...?"

알하자드의 램프?

아마도 내가 가지는 순간이동의 황금비등을 말하는 듯 했다.

흑의인이 이를 갈며 말했다.

"이제 곧 현자의 돌이 완성되는데 너 따위에게 방해받을 수는 없지."

촤라락!

흑의인이 채찍으로 바닥을 쳤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쿵쿵거리며 걸어 나왔다.

"......!!"

나는 거대한 촉수괴물이 사족보행을 하며 걸어나오는데, 그 괴물의 한가운데에 인간의 얼굴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명백히 금의위 총령으로써, 저 꼴이 되어서도 꿈틀거리며 뭔가 말을 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개조당한 탓에 인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나는 연금술사에게 외쳤다.

"나야말로 네놈을 쳐죽여 주마!"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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