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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6화 (13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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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진소청의 모습을 마치 부나방처럼 느낀 것인지, 맨 앞에 서 있던 태검문주와 철혈문주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체면이나 명예를 잊고 우리를 멸살시키는데만 집중하기로 했는데도 지금의 돌격에 정신을 빼앗긴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낙양무림 최고의 고수들이 뭉쳐있는데 혼자서 덤벼든 것이다.

기묘한 일이었다. 진소청의 보법은 분명히 뇌영보 천주살일진대, 뭔가 내가 펼치는 것과는 달라 보였다. 다만 그걸 내가 설명할 수가 없었다.

파바바밧

다음 순간, 태검문주가 좌측으로 베어 들어갔고 철혈문주가 우측으로 공격했다. 천하를 오시하는 초절정고수들이 단 한 명을 합공하는 일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들은 정말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동시에 내 감각에도 겨우 잡힐 정도의 가공할 쾌검(快劍)이 은광(銀光)과 함께 폭사되었다.

' 으아...!!'

나는 이미 뛰어들 순간을 놓쳐서 손에 땀을 쥐고 찰나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태검문주와 철혈문주의 절초를 관찰했는데,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도저히 살아날 수 없으리라는 착각마저 느껴졌다.

갑자기 육감이 번득 스치고 지나갔다.

진소청이 당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 어...?'

이상한 일이었다.

인간의 감각계수로는 도달하기 힘든 찰나 - 나는 진소청이 마치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은 동방 십이율주와 겨뤘을 때 잠시 느꼈던 그 감각과 유사했다.

진소청의 창이 순식간에 허공을 두 번 베고 지나간다.

키리리릭!!

마치 얼음이 뜯겨나가는 듯한 소리가 강하게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초절정고수들의 결계(結界)같은 간합(間合)이 허공에서 충격파를 내었고, 진소청의 몸은 제자리에서 두 바퀴를 돌더니 유려하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진소청은 지금까지 비어 있던 왼쪽 손에 검(劍)을 꺼내어서 들었다.

피피핑

"......!!"

나는 황당해서 입을 쩍 벌렸다.

검(劍)과 창(槍)이 동시에 진소청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다!

왼쪽에 들린 검은 만승검결(萬乘劍決), 오른쪽의 창은 천뢰무극창(天雷無極槍)의 요결을 시전하고 있었다. 마치 몸의 중심을 두고 나뉜 것처럼 진소청은 양쪽으로 공격해 오는 초절정고수들의 공격을 빠르게 되쳐 나갔다.

까가강!

까강!

검기와 검염이 허공에서 수십 수백차례를 부딪혔다. 진소청은 그 자리에 서서 검과 창을 동시에 쓰면서 두 문주의 공격을 손쉽게 튕겨내고 있었다. 그나마도 전혀 제실력을 발휘하지 않는 듯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으윽...!!"

"이런?!"

태검문주와 철혈문주는 쉴새없이 검을 휘두르며 황당해하는 모습이었다. 고작해야 20대밖에 되지 않는 청년이 자신들의 공세를 상대로 한치도 물러섬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광경을 보자 멍해졌다.

' 창법과 검법을 함께 펼친다고?'

두 개의 상이한 무기술을 동시에 펼친다는 건 단순히 무기를 양손에 잡고 휘두른다는 것이 아니다. 용법이나 독법이 애초부터 다른 무기를 제 몸처럼 구사하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균형감각과 이해력이 필요했다. 확실한 건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진소청같은 신위를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빨리 정리합세."

"그러지."

그 때 남아있던 사가 중 삼가(三家)의 가주(家主)들이 성큼 앞으로 나왔다. 그들 중 두 명은 내 쪽으로 서서히 걸어왔고, 나머지 한 명은 진소청 쪽으로 갔다. 아무래도 셋이서 힘을 합쳐서 진소청을 죽이고 나는 쌍문사가의 가주 2명이 죽이려는 계획인 듯 했다.

그들은 나를 앞뒤로 포위하고는 말했다. 장년인들의 목소리가 나직이 들려왔다.

"서씨세가(徐氏勢家)의 가주 서윤(徐允)이다."

"장씨세가(長氏勢家)의 가주 장봉(長峰)이다."

서윤은 권(拳)을 주무기로 하는 듯 회색 수투를 끼고 있었고, 장봉은 도(刀)를 주무기로 하는 듯 거치도를 들고 있었다. 나는 서윤과 장봉의 자세에서 그들 또한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쌍문사가의 가주씩이나 되는 분들이 왜이리 어리석은 짓을 하십니까? 이제 곧 수도를 점령하면 이 습격의 댓가로 당신들의 가문이 멸망할 텐데!"

그러자 장봉은 장탄식을 하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짚었고, 서윤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내 말에 대답했다.

"... 인질이 있다."

아마도 나같은 어린애랑 합공한다는 망설임과 무림인으로써의 수치심 때문에 대답을 한 것이리라. 나는 반문했다.

"뭐라고?"

"괴질(怪疾)에 걸린 가솔들을 구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딱딱한 서윤의 말투에는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었다. 그들이 본의로 암살시도에 나선 게 아니며 반강제로 끌려나온 상황으로 보였다.

"황연군 간부들을 암살하면 괴질을 낫게 해준다고 말한 거요?"

"그렇다."

"괴질이란 게 뭐길래..."

"더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죽어라."

쿠웅

동시에 서윤이 앞으로 짓쳐 들어오며 진권(震拳)을 내뿜었다.

본디 권법이라는 건 무기술의 보조용도로써, 본격적으로 거리를 잡는 무기술의 상대로는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 때문에 강호에서 권을 사용하는 자들은 특수한 외문강기를 익혔거나 솜씨에 굉장한 자신감이 있는 자들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서씨세가는 독특한 권가로써 낙양에서 쌍문사가로 일어선 무예자들이었고 서윤은 그런 서씨세가의 가주였다.

파앙!

"윽."

나는 내가 내뻗은 검염(劍炎)이 진권의 압력에 밀리는 걸 느꼈다. 막대한 내공차이가 있을텐데도 순간적으로 수세를 보인 것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지 생각해볼 틈도 없이 허공에서 서윤의 권력이 투명하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내가 서윤의 권법을 만승검결로 걷어내고 있을 때 장봉이 연이어 공격해 들어왔다. 나는 장봉의 쾌도를 철판교의 수법으로 피해내며 포위를 벗어나려 했지만, 그들은 내게 손쉽게 도주로를 허용하지 않았다. 곧장 엄청난 기의 폭격이 쏟아졌다.

꽈광!

나는 결국 기술로 이겨내지 못하고 내공을 폭출시켜서 그들을 튕겨내는 수밖에 없었다. 내공기법 중에서 발(發)이라는 것으로, 일시지간에 주변의 사물을 튕겨내는 위력이 있었다. 그러자 그들은 허공에서 제비를 돌아서 자세를 잡고는 재차 돌격해 왔다.

' 빌어먹을!'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나 눈 앞의 상대는 내 내공을 실은 검격을 흘려내는 기법에 달통해 있는 달인(達人)들이었다. 십이율 문주로 치자면 중위권 수준은 되었다. 한 명 한 명이면 모르되 이렇게 협공을 해 온다면 내가 아무리 내공을 앞세워도 승산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쌍문사가 중에서도 실력이 특출나 보이는 태검문주와 철혈문주가 현재 진소청과 맞붙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거기에다가 이씨세가의 가주가 진소청의 합공에 합세했으니 굉장한 압박감일 것이다.

' 남 걱정할 때가 아니군! 이거 어쩌지?'

바로 그 때였다.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하하! 감히 뉘 앞에서 까부는 게냐?"

갑작스럽게 대결 와중에 새하얀 무언가가 나타났다. 나와 장봉 사이에 나타난 그 새하얀 존재는 곧장 장봉의 도(刀)을 무형의 손으로 후려쳤고, 장봉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날려가고 말았다. 장봉이 비틀거리는 양을 봐서는 굉장한 거력(巨力)이 담겨있었던 듯 싶었다.

나는 내 앞에 나타난 존재를 보고 반가워서 외쳤다.

"미호!!"

"흥. 한 놈은 제압했다."

미호의 시선이 장봉을 향하고 있길래 나도 그를 바라보았다. 장봉은 비틀거리면서도 반쯤 눈이 맛이 가 있는 상태인 듯, 아까처럼 바로 짓쳐들어오지 않았다. 대신에 흐느적거리며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 매혹술을 걸었구나!'

미호가 장봉에게 매혹을 거는 게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내 적은 서윤만 남아 있었다. 나와 미호의 시선이 동시에 서윤을 향하자,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쳐다보지만 말고 덤벼보지 그러냐?"

"아하하... "

위이이잉

미호의 앙천광소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장내에 강렬한 매혹의 파장이 떨쳐졌다. 장내에서 전투하던 고수들은 하나같이 그 매혹력 때문에 비틀거렸다. 그나마 초절정고수들이라서 심후한 내력과 정신력 덕에 매혹당하지 않는 것이었다.

미호가 순간 내게 눈짓을 했고, 나는 눈치를 채고는 곧장 서윤에게 덤벼들었다. 서윤은 짧은 순간이지만 큰 빈틈이 생겼고 뒤늦게야 그 약점을 방어했다. 그 덕에 치명상은 피했지만 그 때는 이미 내 검초가 크게 그의 팔뚝을 훑고 지나간 후였다.

촤악!

내력으로 강하게 보호되고 있던 서윤의 팔에 큰 자상이 일어났다. 생명이 위독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전투속행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서윤이 낭패한 기색으로 급히 내력으로 지혈을 시도하자, 나는 그에게 재차 공격하며 몰아붙였다.

파밧

키이잉

연신 검초가 허공을 가르며 강철같은 서윤의 육체와 연속으로 부딪혔다. 놀랍게도 그의 육체는 검염을 머금은 내 검을 맞이하고도 멀쩡히 쳐내고 있었는데, 아마 서씨가문의 독문심공의 효력인 듯 싶었다. 그러나 내공차이는 어쩔 수 없는지 그의 몸에는 계속해서 깊은 상처가 생겨나고 있었다.

피이잉 -

결국 나는 그의 헛점을 잡아서 약 80초만에 목젖에 검극을 들이댈 수 있었다. 서윤은 떨리는 눈으로 내 검날을 쳐다보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죽여라."

"잘 가시오."

나는 그의 목을 빠르게 베어내 버렸다. 고통조차 잘 못 느꼈을 쾌검이었다. 비록 적이긴 했으나 그는 일파의 종주이며 권법의 달인이었으므로 예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서윤의 목이 땅에 떨어지는 걸 확인한 후 급히 진소청 쪽을 바라보았다.

끼긱

"하압!"

뱀이 우는 듯 했다. 태검문주의 검공이 공기를 거칠게 가르며 진소청의 어깨죽지를 찔러왔고, 철혈문주의 검이 한박자 늦게 진소청의 낭심을 베어왔다. 거기에 합세한 이씨세가 가주가 극(戟)으로 진소청의 머리를 치는 형상이 되었다.

삼대 초절정고수의 협공!

' 어떻게 할 생각이지?'

나는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결코 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기껏해야 발의 요결로 적을 튕겨내는 정도일텐데, 그 경우에도 중상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진소청은 그 무시무시한 공격에 대응해서 갑자기 창을 꺾어 잡았다.

잠시 후 진소청의 왼쪽 손에 들려있던 검이 이씨세가 가주의 극을 잘라버렸고, 창이 하단세를 치면서 철혈문주의 검을 쳐 냈다. 동시에 태검문주의 검은 반회전해서 주격(?擊)으로 무마시켜 버렸다.

"......!!"

셋의 협공이 무위로 돌아간 것 뿐만이 아니었다. 진소청은 자연스럽게 셋의 약점을 얽어매듯이 완벽한 투로(鬪路)를 발휘했고, 이씨세가 가주는 진소청의 발차기에 명치를 얻어맞아 버렸다.

"커억!"

세 사람의 초절정고수들이 일시적으로 뒤로 주춤대며 물러났다. 그들은 경직해서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진소청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쳐다보고 있던 나조차도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진소청이 방금 보인 움직임은 무(武)의 극치(極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아름다운(藝)' 수준에 이르러 있었기 때문이다.

태검문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한 수를 앞서고 있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진소청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보이기 때문이오. 그것 외엔 달리 대답할 말이 없군."

"......!!"

"그럼, 이제부터 슬슬 제대로 하겠소."

파지직

진소청의 눈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의 몸뚱이까지 뇌전(雷電)에 휩싸이는 듯 했고, 털 한올한올이 꼿꼿이 일어서는 듯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깜짝 놀랐다.

' 뇌명(雷鳴)?!'

파앗!

그와 동시에 진소청의 몸이 사라졌다. 사라졌다고 생각한 것은, 내 동체시력과 감각이 일시적으로 진소청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쳐버렸기 때문이었다. 찰나지간에 그의 움직임을 잃어버린 것은 나뿐만이 아닌지 세 명의 초절정고수들도 멍한 기색이었다.

스칵!

그리고 철혈문주의 목이 허공을 날았다. 그는 죽으면서도 자신이 죽은 걸 깨닫지 못하는지 인상을 찡그리고 집중하는 표정이었다. 진소청의 베기(斬)은 지극히 단순한 행로였지만 나는 그의 베기를 맞이할 경우 어떻게 막아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너무나 현묘한 무리(武理)를 담고 있었다.

퍼벅

회전하는 뇌신권(雷神拳)이 이씨세가 가주의 목젖을 바스라뜨렸다. 그 또한 일격에 절명했는지 죽은 물고기같은 눈빛만이 남았다. 천하를 오시하던 이씨극법의 대가답지 않은 허망한 최후였다.

카아앙!!

"커학!!"

격렬한 검음(劍音)이 울렸고, 태검문주가 멀리로 훨훨 날아갔다. 그의 입에서 피화살이 토해지는 것을 보면 내상을 입은 게 틀림없어 보였다. 태검문주가 날아가서 땅에 내동댕이쳐졌을 때 갑작스럽게 장내에 바람이 몰아쳤다.

바람을 끌어안고 다시 등장한 것은 진소청의 신형이었다. 그는 몸에서 뇌명을 가라앉히며 잠시 호흡을 고르는 기색이었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져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태검문주에게 말했다.

"일어나지 마시오. 그러면 나는 정말로 태검문주를 죽일 수밖에 없소."

진소청의 말은 편안해보였지만 강렬한 기백을 머금고 있었다. 태검문주는 진소청의 반협박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몸에 힘을 주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땅을 딛고 꼿꼿하게 선 태검문주는 다시 검을 들며 헛웃음을 지었다.

"모두가 착각하고 있었군..."

"태검문주. 나는 경고했소."

"자네가 내 입장이라면 멈출텐가? 일가가 멸족당할 위기인데도 자신의 알량할 목숨을 보전하고자 몸을 사릴텐가?"

"......"

"나는 무인으로써 최선을 다할 뿐일세. 자네는 죄책감을 지니도 않아도 된다네."

진소청은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후 진소청과 태검문주가 재차 충돌했다. 태검문주는 약 이십여 초를 겨루다가 결국 내상이 원인이 되었는지 큰 빈틈을 노출했고 그대로 진소청의 창극에 심장을 찔렸다. 진소청은 빠르게 태검문주의 가슴에서 창날을 뽑아냈는데, 피도 거의 새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솜씨였다.

"잘 가시오."

태검문주가 허탈한 듯 말했다.

"여기서 끝이구나..."

풀썩

태검문주가 쓰러져서 절명했다. 절명한 태검문주를 보던 진소청이 갑자기 피 섞인 기침을 토해냈다.

"쿨럭!"

나는 급히 진소청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괜찮소?!"

"괘... 괜찮소..."

진소청의 안색은 파리해져 있었고 마치 수십일 간 죽을병을 앓는 환자처럼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나는 진소청의 맥을 짚어 보았다. 그리고 그가 왜 이렇게 죽어가는지를 알아차렸다.

' 내력이 거의 고갈되었군! 그리고 진원진기도 손상당했다.'

아마도 원인은 방금 펼쳤던 뇌명 때문이리라. 나는 워낙 내공이 남아들어서 뇌명을 쓰다가 진력까지 소모할 일이 없었지만, 진소청의 내공으로는 뇌명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아마도 초절정고수들을 빠르게 격살시키기 위해서 무리해서 진원진기까지 끌어다 쓴 것이리라. 압도적으로 이긴 듯 했으나 진소청 또한 나름대로의 댓가를 치른 셈이었다.

옆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미호가 말했다.

"그냥 가자. 지금은 이광의 승패가 더 중요하다."

진소청이 기침을 몇 번 더 하더니 말했다.

"저 소저의 말이 맞소. 서둘러 사부님을 도와 주시오..."

"잠깐만 있어 보시오."

나는 급히 목갑을 꺼내서 안에서 천년설삼을 꺼냈다. 그리고 진소청의 입에 억지로 쑤셔넣었는데, 진소청이 눈을 크게 떴다.

"으읍?!"

"몸에 좋은 거니까 많이 먹으시오."

"......?!"

진소청이 영문모를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에게 떠먹여주는 것까지 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이광이 사라진 저쪽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마 기운의 흔적을 따라가다보면 이광과 한씨세가의 가주가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 빨리 가자.'

그리고 나는 그 전투를 놓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마 현 뇌신류와 화신류의 최강자들이 격돌하는 대전(大戰)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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