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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5화 (135/1,615)

0135 ----------------------------------------------

암천향(暗天鄕)

두구둑 두구둑

군마가 요란하게 평야를 달린다.

거대한 승전 직후, 아군은 그대로 전진해서 낙양성을 포위했다. 제대로 전력이 될만한 건 5만 군세였으나, 적군이 처참하게 박살나서 제대로 된 수비병력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망량은 낙양의 수비병력이 채 1만도 되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소. 우선 포위를 굳힙시다."

지휘관들이 모이는 자리에 있던 이광이 망량에게 질문했다.

"당장 밀어치는 게 낫지 않겠나?"

나는 이광을 힐끔 바라보았다. 이광은 굉장히 망설이던 것 같았지만 이번 전투에서 큰 역할을 해 주었다. 이광과 진소청이 강력한 무위로 적진의 허리를 자르며 공격해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군은 전멸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광의 군사적 명성도 굉장한 것인지 막사 안에 있는 쟁쟁한 무장들이 이광과 눈도 못 마주치고 있었다.

"포위도 다 끝났고 공성병기도 준비되어 있네. 수성병력은 수천밖에 안 되는데 이런 절호의 기회를 날릴 셈인가?"

망량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중요한 건 낙양성 자체의 방어가 아니라 황궁에 도사리고 있는 최종 수호신(守護神)들입니다. 그들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군의 병력이 수만일세. 황궁에 무엇이 있든간에 우리에게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물론입니다. 틀림없이 낭패를 보게 될 겁니다."

"으음."

망설임없는 망량의 대답에 이광이 도리어 침음성을 흘렸다. 그는 황연 대장군에게 들어서 이계의 존재라는 게 있다는 제반사정을 들었지만, 그 위력을 실감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의 전생에서 이광이 이족과 직접 전투한 일은 딱히 없기 때문이다. 망량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우리가 평야 회전에서 손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황궁 최대의 지략가가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마 황제를 끝까지 지켜야할지 우리에게 투항할지 고민중일 겁니다. 섣불리 공격하다가는 그를 자극할 뿐입니다."

"그가 누군가?"

"대천문관(大天文官) 내황각주 제갈부입니다. 이광 님도 이름 정도는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일백년 내 중원 최고의 천재아라고 불리는 그 자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가 현재 황궁의 기문진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광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아마도 제갈부가 가세함으로써 생기는 아군과 적군의 전력격차를 머릿속에서 감으로 비교하는 중인 듯 했다. 그리고 이광이 다시 질문했다.

"그 자의 술법으로 황궁이 견고하게 방어된다고 치세. 그런데 황궁만 놔두고 나머지를 점령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렇지 않습니다."

이어진 망량의 말에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제갈부는 특별한 의식을 치르면 즉시 황궁의 수호결계를 낙양성 전체에 펼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입성한 병력은 모두 전멸하거나 포로가 되고 말 겁니다."

"......!!"

"말도 안 돼!"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웅성

장군들이 술렁거렸다. 그들도 술법이란 게 존재하며 그 위력은 대충 알고 있었겠지만, 일개인의 힘으로 결계를 성 전체에 펼칠 수 있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듯 했다. 모두가 동요를 감추지 못하자 망량이 천천히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허나 걱정 마십시오. 달리 말하자면 그가 투항하면 모든 게 끝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틀림없이 변화가 일어나겠지요."

"군량에도 한계가 있고 속전속결이 기본일세. 언제까지 기다릴 생각인가?"

"사흘!"

망량이 오화칠금선을 팔락거렸다.

"사흘 후에도 변화가 없으면 즉시 공성에 들어가겠소. 그 때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시오."

그리고 부상자와 포로의 처리나 주위 제후와의 협상 등 자질구레한 사항을 논의한 후 군략회의가 끝났다. 장수들은 망량의 이야기가 조리에 맞았기에 별다른 의문 없이 자기 일을 하러 돌아간 모양이었다. 군략회의가 끝난 후 이광이 말했다.

"반천맹주. 자네 생각을 듣고 싶군."

망량이 빙긋 웃었다.

"어떤 생각 말입니까? 아까 군략회의때 말씀해 주셨으면 즉시 대답해 드렸을 텐데."

"군략회의 때는 할 수 없는 이야기이니 말일세."

씁쓸하게 웃은 이광이 말했다.

"황연 대장군을 황제(皇帝)로 추대할 셈인가?"

"......"

막사 내에 있는 것은 나, 망량, 진소청, 이광이었다. 이번 일을 공유할만한 인간만 모여있다고 할 수 있었다. 옆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진소청이 놀란 눈으로 이광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망량이 망설임없이 말했다.

"바로는 못 합니다. 각지에 황족이 흩어져 있으며 황위계승서열이 분명하며, 유학자들이 지지하는 정통성있는 자도 존재하니까요."

"바로는 못 한다... 자네는 말을 정말 비틀어하기를 좋아하는군."

이광이 아무렇지도 않게 톡 쏘았지만, 그 행간에 담긴 뜻은 꽤나 의미심장했다. 즉 망량은 간접적으로나마 황연을 황제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고, 기회를 보고있을 뿐인 것이다. 망량이 역성혁명을 생각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죄송합니다. 버릇입니다."

이광이 물끄러미 망량을 바라보다 말했다.

"자네는 망설임이 없군."

"이광 장군께서도 그럴 거라 믿습니다."

"......"

"저를 통해 해법을 찾으려 하지 마십시오.

이광이 주먹을 꽉 쥐는 듯 했다. 그것은 분하다거나 괴로운 게 아니라, 무언가를 결심한 모습이었다.

"알았네."

이광이 먼저 막사를 나가버렸고, 진소청이 그 뒤를 따라갔다. 나는 방금 전에 있었던 폭풍같은 분위기가 믿겨지지 않았다. 그 차갑고 무심하고 강인하던 이광이라는 존재가 저렇게 얼빠진 소리를 할 줄은 몰랐고, 망량이 한 이야기도 전반적으로 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망량에게 질문했다.

"이광은 왜 저런 질문을 한 거요?"

굳이 이 자리에서 하기에는 다소 맞지 않는 질문이었다. 내가 위화감을 느낄 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으랴. 게다가 망량과 단 둘이 있을때 질문해도 모자랄 것을 대놓고 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망량이 훗하고 웃었다.

"당연히 이광쯤 되는 자가 저걸 몰라서 질문할 리가 없지. 전 황실어림군을 통솔했으며 황궁의 암투에서 수십년을 버텼으니, 권력에 대해서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분이오. 이미 황 장군이 대권을 내놓는다고 해서 수습될 단계는 지나버렸고, 황 장군이 황제가 되지 않는다면 되려 황 장군의 구족이 멸하게 될 거요."

"그렇겠지."

"단지 이광이 지닌 가치관이 부딪히는 바람에 애국이나 보수 한 마디로는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수 없게 되어버렸고, 내게 간접적으로 운을 띄워서 나아갈 길을 탐색한 것이오."

"....."

"그렇게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지 마시오. 이광이라는 인간이 완벽한 초인이 아니라는 건 세상에서 백웅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소?"

망량이 핀잔을 주었지만 나는 표정을 풀지 못했다. 절대적인 자신감과 신념이 있는 듯 했던 이광이 저렇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반역이라는 것은 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 내가 이상한 인간인 걸까?'

황궁의 주인이 바뀌는 게 그렇게 큰일이란 말인가?

별로 실감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실감이 가지 않는 내가 바보이던가, 미치광이일지도 모른다.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망량이 말했다.

"헌데 걱정이오. 일이 너무 순조롭게 흐르고 있소."

"무슨 소리요?"

"연금술사라고 하는 자는 뭔가 다른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소. 우리가 지금의 국면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그 자의 한 수를 알아채지 못할 것이오. 최대한 경계하면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오."

"으음."

망량은 연금술사의 존재가 못내 신경쓰이는 모양이었다. 하긴 현재 황궁의 세력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게 그 연금술사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연금술사한테 달려들어서 실력이나 알아보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가 들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망량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 제갈부라는 자가 이쪽으로 귀순할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거요?"

"있소."

"어떻게 그걸 확신하오?"

내가 몇 번이나 물어볼 정도로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았다. 망량의 말대로라면 제갈부야말로 황궁측의 최종전력인데, 그런 자가 투항을 할 거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망량이 씁쓸하게 대답했다.

"그는 천하제일의 천재이기 때문이오."

"......?"

이건 또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바보가 아니니까 악수를 두지 않겠지."

그것은 믿음이라기보다는 한탄에 가까웠다. 나는 망량이 저렇게 말하는 이유가 궁금했으나 왠지 더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을 분위기였다. 그래서 나는 별 수 없이 머리를 긁적대고는 막사에서 나왔다.

우우우우 -

그리고 황궁측의 '다음 수'는 생각 외로 빠르게 다가왔다.

' 이 기는?!'

망량과 논의한 바로 그 날 저녁 - 스산한 기척이 느껴지며 강력한 기(氣)가 충돌하는 게 곧이어 느껴졌다. 나는 급히 잠을 자다 말고 밖으로 나갔는데, 그 때는 이미 야밤중에 불꽃이 튀고 있었다.

"앗!"

나는 장내에 총 8명의 고수가 대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체불명의 흑의인이 6명이었으며 그에 맞서는 것은 2명이었다. 그리고 그 2명은 아군 군세의 최고 고수인 진소청과 이광이었다.

카앙!!

이광이 창을 휘두름과 동시에 왠 흑의인(黑衣人)이 그 공격을 검초로 막아내었다. 이광은 한 수에 란(欄)과 찰(刹)을 섞어서 절초로 승화시켰는데, 흑의인의 검술은 우아하게 이광의 공격을 흘려내었다. 힘이 대지로 전달됨과 동시에 흑의인이 삼 보(三步)를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다.

어둠이 스러지며 빛이 흘러나왔다. 찰나간에 이광과 흑의인의 분신과 보법이 교차하며 무공을 겨루는 모습이었다. 너무 수가 높아서 왠만한 자들은 그들이 어떻게 겨루는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하앗."

파밧

흑의인은 물러나면서 기합을 터뜨리곤, 마치 검염을 돌개바람처럼 빠르게 내쏘았다. 진공 속에서 일그러진 회오리가 공격해 오자 이광은 더 공격해 들어가지 않고 차분하게 검염을 걷어내었다. 재차 이광과 흑의인이 10여 초를 격돌한 후 약간 서로 거리를 두었다.

나는 그들의 대결을 보며 상당히 놀랐다.

' 이광과 저 정도로 겨룰 수가 있다니?!'

이광의 실력은 강호의 고수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경지였다. 풍신류의 호법사자조차도 이광을 상대로 단숨에 결판을 낼 수 없을 정도였고, 수많은 강호의 절정고수들이 청룡 이광을 사신처럼 두려워했다. 그러나 방금 보았던 초수교환에서 서로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지만, 흑의인은 분명히 이광의 현묘한 초수를 똑바로 바라보고 겨루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게 의미하는 사실은 하나였다.

저 흑의인은 초절정의 검도고수다!

그리고 흑의인 6명은 모두가 그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광이 자신의 창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자네가 올 줄은 몰랐군."

이광은 마치 흑의검객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하고 있었다. 이광과 초수를 겨룬 흑의검객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광의 말에 대답했다.

"비켜 주게. 우리는 자네와 싸우러 온게 아닐세."

"그럴 순 없지."

이어진 이광의 싸늘한 말에 나는 몸을 흠칫했다.

"천하무림에 명망 높은 태검문주(太劍門主)가 암살(暗殺)이나 하러 올 리가 있겠는가? 나는 친구의 명예를 지켜줘야겠네."

"......"

태검문주!

그는 낙양 최대의 명문무가 집단인 쌍문사가(雙門四家) 중에서 태검문을 맡고 있는 종주(宗主)였다. 화산파 장로를 50초만에 패배시킬 정도의 실력자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도 내가 전생을 거치면서 금의위가 되려고 상경했을 때 태검문주와 더불어 술을 마신 적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흑의인이 태검문주라면, 그는 정말로 아군의 수뇌부를 암살하러 왔단 말인가?

나는 그 생각이 들자 급히 뒤쪽의 고수들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그들은 6명이었다.

' 설마.'

그리고 이어진 흑의검객 태검문주의 말에 확인사살이 되었다.

"비켜 주게. 이 자리에는 쌍문사가의 문주급이 모두 왔네. 아무리 자네가 강해도 막을 수 없어."

그렇다.

이광과 진소청에 대치하고 있는 것은, 전원이 낙양무림을 대표하는 최고의 고수들이었다. 쌍문사가의 문주들이 모조리 나와서 흑의복을 입고 쳐들어 온 것이다. 그 말은 초절정고수 여섯 명이 적이라는 셈이었다. 아무리 천하의 이광이라고 해도 섣불리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광은 내가 찾아와서 옆에 서자, 나를 힐끔 쳐다본 후 다시 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진소청에게 말했다.

"내가 저 할망구를 맡겠다. 잠시라도 좋으니 백웅과 함께 버텨 다오."

"힘들 겁니다."

"후... 어쩔 수 없지."

이광의 눈은 흑의인 6인 중 가장 뒤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는 은색 여우가면의 흑의인에게로 향해 있었다. 은색 여우가면은 가장 체구가 작았으며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기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광은 명백히 그 은색 여우가면을 최대의 적수라고 경계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자 은색 여우가면의 흑의인이 앞으로 한 걸음 나와서 말했다.

"이광.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 거 아니냐? 석년의 네 사부도 나와 승부를 결하지 못했건만."

이광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웃기고 있군. 당신의 화신류 절초가 해괴망측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어서 어떻게 해도 양패구상이 될게 뻔해서였을 뿐이오. 그리고 이제 나도 사부만큼은 할 수 있으니, 당신은 각오해야 할 거요."

"아하하... 그러냐? 그럼 나를 따라오거라."

휘익!

은색 여우가면의 흑의인이 갑자기 부웅 하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유영하듯이 달 사이의 허공을 갈라서 날아가는 것은 틀림없는 능공허도의 경지였다. 이광은 잔뜩 굳은 얼굴로 은색 여우가면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가타부타 말도 없이 그녀를 따라서 뇌영보 천주살로 따라붙기 시작했다.

파바밧

"......"

두 고수가 장내에서 사라지자 뻘쭘한 침묵이 흘렀다.

이제 상태는 5대 2가 되었다.

나는 난데없이 야밤중에 진소청과 함께 쌍문사가 문주들과 싸워야 하는 지경이 되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 대체 이광은 왜 군사들을 안 부른 거야?'

군사들을 불러서 다구리치면 반드시 초절정고수들을 쫓아낼 수 있을 것이다. 되려 지금까지 주변에 병사들이 거의 안나와있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곧 내 스스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은색 여우가면 때문이었다. 그 자의 무공은 비인간적일 정도로 강대했기 때문에, 섣불리 대응하다가는 군사들이 학살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은색 여우가면을 멈출 수 있는 건 이광 뿐이었기에 이광이 일대일 대결에 응해서 장내를 이탈한 것이다.

그리고 진소청이 자신의 창을 잡으며 내게 말했다.

"같은 뇌신류로써 잘 부탁하네."

"잘 부탁하오."

우리가 인사를 나누고 있자, 맞은편에 있던 왠 흑의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인사는 왜 하는가? 이제 곧 이승에서 하직할 건데."

진소청이 그 흑의인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누구요?"

"그걸 왜 알려줘야 하지?"

"피차 최강자들이 결판을 내러 갔소. 우리가 군사를 불러서 당신들을 쫓아내도 되는 거지."

"흐음. 그런 짓을 했다가는 그 분이..."

흑의인이 으르렁거렸다. 진소청은 손을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알고 있소. 그러니 어차피 대충 정체를 서로 아는 마당에 통성명이나 합시다. 그게 대결의 법도 아닙니까?"

진소청의 말은 청산유수같았다. 그리고 은연중에 수틀리면 아군의 학살을 각오하고 포위하겠다고 말해버렸으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별 수 없이 그 흑의인이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철혈문주(鐵血門主)다."

동시에 그가 흑의복면을 벗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발견하자 속이 뒤틀려 꼬이는 걸 느꼈다.

' 아 저 새끼였구나...'

과거 철혈문에 첫 비무를 걸었을 때 임검당주 교준까지 쓰러뜨렸는데, 난데없이 철혈문주와 장로들이 난입해서 내게 압박을 걸고는 귀영검객 진평이 나를 살해한 일이 있었다. 나는 그 때의 원한이 생각나자 이가 갈렸다. 아무리 그래도 비무는 비무였는데 철혈문주가 내 목을 베어버리는 걸 암묵적으로 용인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철혈문주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건 대련도 비무도 아니다. 우리 다섯 명이 모두 덤벼서 너희를 끝장내 주겠다."

우우우웅!!

엄청난 기운이 상대편에서 끌어올렸다. 천하무림에서 내로라하는 초절정고수들이 동시에 힘을 끌어올리자 굉장한 압박감이 몰려들었다. 나는 그 기운을 느끼자 이를 악물었다.

' 씨발... 튀자.'

곧이어 공격이 시작되면 정면대결로는 승산이 없다. 저 자들 중에서 한두 명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초절정고수 다섯 명이 떼거지로 덤벼드는건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진소청이 함께 있다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수도 낙양진입을 코앞에 두고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다. 그간 진행했던 게 아까워서라도 죽을 수가 없다.

내가 그들이 덤벼들면 바로 절초를 날리고 튈 준비를 했다. 내공을 실어서 크게 한 방 날리면, 그 경직을 틈타서 달아날 수 있으리라. 나는 조심스럽게 진소청을 바라보며 눈치를 줬다.

얼른 튑시다!

그러나 내 눈빛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소청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 참 좋군."

이어진 진소청의 말에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나도 빨리 끝내고 사부를 도우러 가겠소."

타앗!

자신의 창을 휘두르며 진소청이 덤벼들었다.

쌍문사가의 문주들에게 선제공격을 가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어제오늘 사정이 겹쳐서 글을 별로 못 썼네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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