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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3화 (133/1,615)

0133 ----------------------------------------------

암천향(暗天鄕)

미호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나는 망량에게로 갔다.

"정말로 역모인가?"

"......"

"우리가 꾸미는 게 역모란 말이오?"

망량은 힐끔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읽고 있는 건 손자병법(孫子兵法)이었다. 망량이 뜬금없이 손자병법 책을 내게 읽어보았다.

"이 손자병법은 읽어본 적 없을 것이오. 시간나면 꼭 읽어보시오. 대단한 명저(名著)이니."

"꼭 읽지. 하지만 말 돌리지 말고 질문에 대답해 줬으면 하오."

내가 손자병법을 받아들고 추궁하자, 망량이 대답했다.

"당연하지 않소? 우리가 지금 꾀하고 있는 건 완벽한 역모이며 반역이오. 이미 격문이 돈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니 전 중토의 군벌과 성주들이 긴장하며 이 일대를 주시하기 시작했소. 어느 쪽에 붙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단계이지."

"세상에... 역모를 그렇게 당당하게 말해도 되는 거요?"

그러자 망량이 피식 웃었다.

"보통 사람 앞이라면 나도 이런 말을 하지 않을 거요. 어떻게든 말을 돌려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려 하겠지. 허나 당신이기 때문에 똑바로 말해주려는 거요."

"무슨 뜻이오?"

"당신은 천하에서 권력에서 가장 자유로운 인간이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전투에서 이쪽 세력이 이기든 패하든 당신의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는 길이 꺾이지는 않소. 역모를 꾀함은 단지 그게 가장 빠른 길일 따름이고."

망량이 손깍지를 끼며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반대로 묻겠소. 이 상황에서 황 장군에게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소?"

"....."

"없소. 본래 나도 황 장군도 반대세력을 규합해서 금의위를 포함한 복마전 세력을 내부적으로 숙청하고, 나아가서는 황제를 꿀먹은 벙어리로 만들려 했소. 아무리 우리가 흥한다고 하더라도 거기까지였지. 황제는 만인지상(萬人之上)이기 때문에 섣불리 끌어내리거나 없애는 것보다는 허수아비로 만들어서 이용하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이오.

즉 원래 우리가 추구하던 건 내부에서의 변화였소. 다소 온건하다고 할 수 있었지.

그러나 황제가 급사하고 복마전 세력이 실권을 잡으면서 상황은 급변했소. 저 자들은 이제 황제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뭐든 제멋대로 할 수 있소. 이 상황에서 청류계나 각지의 유생, 고관대작을 움직인다고 한들 새로 즉위한 태자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소? 황제가 죽은 시점에서 우리에게는 무력행사 외의 선택지가 사라져 버린 것이오."

"아..."

나는 망량의 말을 깨닫고 탄식했다.

나는 그저 황제라고 하는 적의 우두머리만 사라지면 알아서 와해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황제는 수많은 힘의 연결고리이자 절충점이었다. 황궁이라고 하는 거대한 적수는 황제 하나를 없앤다고 쓰러질만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 올바른 절차를 거치던가, 아니면 흔적도 없이 쓸어버릴만한 힘을 가지는 수밖에 없구나.'

내가 깨달은 표정을 짓자 망량이 말했다.

"물론 백웅 당신이 황제를 없애버린 게 꼭 틀린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소. 어차피 언제가 되었든 황제는 숙청해야 할 대상이었소. 단지 위험한 다리를 건널 확률이 좀 더 높아진 것에 지나지 않으니, 우리는 현재에 집중해야만 하오."

단순히 나를 위로하려는 소리가 아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알았소."

망량은 내가 납득하자 왠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왠지 제자가 말을 잘 알아들었을 때 느끼는 기쁨같아 보였다. 망량이 자신의 섭선을 펼치더니 말했다.

"내일 아침에 기배종 장군이 이끄는 3만 병력과 황 장군이 이끌던 북룡대(北龍隊) 1만, 그리고 황 장군의 격문에 호응한 관중의 2만 5천 정도의 병력이 도착할 것이오. 우리는 대략 6~7만 정도의 병력을 이끌고 수도로 진공하게 될 거요."

"7만!!"

나는 그 숫자가 대단히 많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 사람들은 잘 감이 안 오겠지만, 보통은 수백 명에게 둘러싸여서 싸우다보면 인산인해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수백 배의 병력들이 거대한 장소에서 회전을 벌이는 광경을 생각하면 대단한 규모인 것이다.

나는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닫고 망량에게 물었다.

"잠깐. 전국에 격문을 보낸 게 아니오? 그럼 좀 더 도착해서 병력을 모아서 수도에 쳐들어가도 되는 거 아닌가?"

"그 방법도 있긴 하오. 아마 이대로 한 달 정도 가만히 근처의 요지(要地)를 점령해서 유력자와 제후를 규합하면 최소한 20만 명은 모이겠지."

망량이 오화칠금선을 접어서 자신의 관자놀이에 갖다대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는 할 수 없소."

"왜 그렇소?"

"세 가지 이유가 있소."

망량이 물을 한모금 마신 후 말을 이었다.

"첫째. 아무리 황제의 죽음이 의문스럽고 난폭한 명령을 내렸다고 한들 황제는 황제요. 대치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황제 쪽이 유리해지는 게 명분으로나 실리로나 당연할 수밖에 없소. 태자가 즉위한지 얼마 안되어서 정국이 혼란할 때 재빨리 속전속결로 끝내야만 승산이 있소.

둘째. 우리가 20만을 모을 수 있다면 저 쪽은 50만을 모을 수가 있소.

셋째. 20만 대 50만의 대결양상이 된다면 대명제국이 쪼개지는 거대한 내전(內戰)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오. 그 때는 승패에 관계없이 수도의 지방통제력은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것이며, 다시 난세(亂世)가 도래하겠지. 그건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일이오."

"흠!"

"우리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어림군을 물리치고 수도를 점령해야 하오. 그게 절대적인 승리조건이오."

나는 망량의 말이 조리있다는 걸 느꼈다. 속으로 감탄하며 그의 말을 다시금 음미해 보았다. 그리고 정말로 궁금했던 걸 질문했다.

"그럼 수도를 지키는 황실어림군은 얼마나 되는 거요?"

"기본적으로 10만 대군이 상시 주둔하고 있소. 그리고 아마 지금쯤은 근처의 예비 병력을 끌어모아서, 회전이 벌어질 때쯤에는 20만 가깝게 불어나 있겠지."

"......!!"

그렇다면 7만 대 20만이 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병력 차이가 3배 가깝게 난다는 소리인데도 망량은 너무나 태연한 태도였다. 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망량이 말했다.

"걱정 안 해도 되오."

"어떻게 걱정을 안 한단 말이오?"

"싸움은, 특히 전쟁이란 건 숫자로만 하는 게 아니오. 그리고 이 쪽에는 황연이 있지. 그건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것이오."

망량이 빙긋 웃으며 섭선으로 내가 들고 있는 <손자병법>을 가리켰다.

"그러니 시간이 남을 때 그 책을 좀 봐 두시오. 이번 전투는 당신에게 큰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하오."

"알겠소."

나는 손자병법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나가던 중에 황연 대장군과 이광이 모여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그 쪽으로 가자 말소리가 들려 왔다.

"대장군. 정말로 수도를 공격하실 생각이십니까?"

익숙한 이광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에 마주해서 황연 대장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네, 이광."

"그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대장군답지 않으십니다."

이광은 철저히 황연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말투를 쓰고 있었다. 무력의 고하에 관계없이 이광에게 있어서 황연 대장군은 존경할만한 인물인 듯 했다. 노장(老將) 황연은 갑옷을 챙겨입은 채 서 있었는데, 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광을 쓸어보더니 말했다.

"나다운 게 뭔가? 말해주게."

"......"

황연 대장군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대뢰옥에서 깨달았네. 이 나라의 이면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숨어 있어. 그리고 이번 기회에 그 자들을 쳐서 약화시키지 않는다면, 천추의 후회를 남기게 될 것이야."

"하지만 이건 반역(反逆)입니다."

"그렇지. 반역일세. 허나 그렇다면 자네는 어째서 지금 여기에 서서 나를 설득하고 있는 것인가?"

황연이 웃는 낯으로 말했다.

"허허... 자네처럼 냉정하고 합리적인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고 보는데? 그저 내 목을 베어서 새로운 황제에게 갖다주면 될 일일세. 그걸로 모든 난이 평정될 것일세. 그런데 왜 그러지 않는 것인가?"

"... 진천휘 장군을 생각해서입니다."

"진천휘라."

"적어도 진천휘 장군이었다면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을 겁니다."

그러자 황연과 이광의 눈빛이 동시에 울적해졌다. 진천휘 장군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는 듯 했다. 황연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진정한 천재(天才)였지. 나 따위는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는... 그러나 내게는 더 이상 선택지가 없네. 나같은 범부로써는 힘으로라도 정의를 바로잡을 수밖에 없어."

이광이 아무런 살기 없이, 그러나 강한 의지를 담아서 말했다.

"제가 장군을 죽인다해도 말입니까?"

"마음대로 하게. 그것 또한 하늘의 뜻이겠지."

황연 대장군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애초에 목숨으로 협박한다고 해서 들어먹지를 않는 것이다. 그것이 대명 제일의 명장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이광은 갈등하는 모습이었다. 진충보국(盡忠報國)이라고 하는, 그의 인생을 붙잡아 온 강대한 이념과 황연 대장군과의 의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었다. 황연은 흔들리는 이광에게 쐐기를 박듯 말했다.

"하지만 이걸 알아두게. 우리가 영혼을 다한 충성을 바친 것은 선제(先帝)였고, 그의 아들에게도 최대한의 충의를 다했지.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충성을 바칠 존재는 없다는 말일세."

이번 말은 꽤 충격이었는지 이광이 주춤거렸다. 그는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건."

"대명(大明)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의 황제가 대명제국인가? 대답해 보게, 이광."

이광은 침묵했다.

한참 후 이광은 장탄식하고 말했다.

"생각을 좀 더 정리하겠습니다."

"마음대로 하게. 허나 이 전쟁은 자네의 도움이 없으면 이길 수 없네."

"......"

나는 힘없이 물러나는 이광과 눈이 마주쳤다. 이광은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나를 일견하고는 지나쳤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명백히 괴로움과 번뇌가 깃들어 있었다. 나는 이광같은 철혈한(鐵血漢)이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저렇게 진이 빠진 건 처음 보았기에 놀랐다.

' 과연 대장군이라 불릴 만 하구나.'

솔직히 나는 황연 하나를 구출함으로써 뭐가 달라질까 싶었지만, 점차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대명제국 최고의 명장이라고 하는 존재는 그 자체로 천하를 뒤흔드는 기풍과 위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는 중화를 변화시키는 주축이 될 수 있는 존재였다.

황연 대장군이 나를 발견하자 반가운 듯 말했다.

"오, 자네인가. 소영웅."

소영웅이라는 칭호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나는 씁쓸하게 웃고는 말했다.

"제가 괜한 자리에 있었던 듯 싶습니다."

"아닐세. 어차피 한 번은 거쳐가야 할 일이었고, 저 친구도 신경쓰지 않을 걸세."

내가 침묵하자, 황연 대장군이 말했다.

"그러고보니 늘 궁금한 게 있었지. 자네와 저 반천맹주는 어떤 관계인가?"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동료이며 친구입니다."

"서로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는가?"

"물론입니다."

그러자 황연이 감탄한 듯 말했다.

"눈빛에 흔들림이 없군. 백전노장의 기백이 느껴질 정도라니... 자네같은 기재는 처음 보네."

"......"

그야 내가 망량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건, 전생에 있어서 거의 당연한 일인데다가 실제로도 나는 백전노장이었기 때문이다. 내 실제 나이는 아마 황연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내가 뻘쭘해서 가만히 서 있자 황연이 웃었다.

"그저 알고싶었을 뿐일세. 자네들같은 영걸(英傑)들이 의(義)를 위해 움직이는 걸 보니 절로 흥이 나서 말이지."

"과찬인 듯 싶습니다.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으하하... 나이 육십을 먹도록 자네들 발끝도 못 따라가는 한심한 인간들이 천지에 널려있거늘."

껄껄대는 황연을 보자 나는 내심 뜨끔했다. 전생을 하기 전의 나 자신은 황연의 말대로 망량의 발뒤꿈치도 못따라간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망량에게 많이 배우고 있는 상태였기에 절로 마음이 찔릴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야 겨우 따라가는 상태였다.

황연이 말했다.

"이미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나는 수도 회전의 모든 지휘를 반천맹주에게 맡기기로 했네. 나와 이광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것일세."

"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망량이 내게 하지 않았던 말이었으므로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러자 되려 황연 대장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못 들은 모양이군."

"그, 그렇습니다만. 어째서 황 장군께서 직접 지휘하지 않으시고..."

"흐음. 뭐 간단한 이야기일세. 내가 그와 전략과 전술을 많이 의논해 보았는데, 그 결과 하나의 사실을 알 수 있었지. 반천맹주의 전술 기량은 굉장한 수준일세."

황연 대장군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반천맹주의 기량은 천재적이라고 생각하네. 그가 지휘한다면 아마 엄청난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보네. 나는 그저 옆에서 지켜볼 생각이네."

나는 입을 쩍 벌렸다.

황연 대장군은 초원이나 새외의 적에게서 대명제국을 지켜낸 살아있는 무신이자 명장인 존재였다. 군부에게서 절대적인 신망을 얻고 있기에, 사특한 길에 빠져든 황제를 위해 나선다는 격문이 통할 정도였다. 그런만큼 황연 대장군의 전술 전략적 기량은 이 대륙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명장이 망량보다 뒤떨어진다고 자처할 줄이야?

"그 정도입니까?"

"으음... 자네는 그의 가장 절친한 동료이면서 그의 기량을 잘 모르나 보군. 반천맹주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아마 진천휘 장군 정도일세. 나는 같은 수의 병력을 가지고는 반천맹주가 이끄는 군세를 이길 자신이 없군."

"......"

황연 대장군이 피식 웃었다.

"정 그러면 백인대(百人隊) 하나를 이끌어 보게. 그러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될 걸세."

나는 굉장한 기묘함을 느꼈다.

망량도 그렇고 황연 대장군도 그렇고 이광도 그렇고, 병력차이가 3배는 될거라고 짐작하는데 긴장하는 기색은 코딱지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타고난 그릇의 차이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당연히' 수도 진공전에서 승리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정말인가...?'

나는 내 약점을 깨달았다.

전략, 전술이라고 불리는 영역에서는 완전히 일자무식에 가깝다. 내가 스스로 싸우는 것에만 익숙할 뿐 거대한 전투에서 용병술(用兵術)을 시전하는 것은 전혀 모르는 것이다.

' 열심히 읽어봐야겠군.'

나는 손자병법을 내려다보았다. 이걸 읽으면 나중에는 100명이 아니라 천 명이나 만 명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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