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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2화 (13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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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다음날 황제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 대륙에 알려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대신에 난데없이 피빛이 서쪽 하늘에서 물들고 있었다. 명백히 낙양에서 이변이 일어난 것이었기에 망량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약 반나절이 지나서 전령이 진랑곡에 찾아왔다. 그는 망량이 낙양의 소식을 알기 위해 배치해 둔 반천맹의 정보원으로 보였다. 전령이 급히 말했다.

"큰일입니다."

"무슨 일인가?"

"황제께서 붕어하시고 태자가 즉시 황위에 올랐습니다."

"... 예상했던 일이군."

이어진 전령의 말에 나와 망량은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인교(螺湮敎)가 국교(國敎)로 선포되었고 모든 유불도(儒佛道)의 숭배 및 신앙을 멈추라고 하는 국시가 전국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

나인교가 국교가 되었다!

' 왜 이렇게 되는 거지?'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나인교라고 하는 사이비종교는 앞으로 수십 년이나 지나서야 나타나는 것이며 그나마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교(邪敎)로 간주되어서 토벌되었다. 정황으로 볼때 나인교는 [옛 지배자]를 섬기는 사악한 자들의 집합으로써 아마도 복마전과 연관이 있는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상하다. 유불도의 숭배와 신앙을 멈추라고 하는 건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유학이란 중토의 근본을 떠받치는 이념이었으며 불가와 도가 또한 수백 수천년 전부터 사람들의 의식을 깊이 지배하고 있는 존재다.

그 모든 것을 금지하고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막 즉위한 태자가 하루만에 바로 선포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유교의 사당에 대한 참배를 금지시키는 것은 학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자칫하다가는 조정의 중신들은 물론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망량이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나인교? 그건 또 뭐지?"

"죄송합니다. 알아보고 있는 중이지만, 현재 수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수도의 하늘 위에 새빨간 구름이 떠올라 있고 곳곳에 의문의 괴인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으음."

망량이 꺼지듯 한숨을 쉬고는 손을 물렸다.

"알았네. 우선 물러가게."

"존명!"

전령이 물러가자 망량이 한참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되려 그 침묵이 불안해져서 망량에게 말했다.

"망량. 이건..."

"백웅. 잠시 이야기를 해 봅시다."

"알았소."

망량은 자신의 오두막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는 그를 따라서 들어갔고, 단 둘이서 방에 마주앉은 형상이 되었다. 망량은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백웅. 당신이 연금술사(練金術師)라고 칭했던 그 괴인의 짓이 틀림없소."

연금술사.

그것은 내가 12번째 전생에서 황궁으로 쳐들어가서 황제를 대면했을 때, 그의 옆에 있었던 존재였다. 전신을 검은 옷으로 감싸고 있었으며 황제에게 평대를 하고 있었다. 내가 그 자를 떠올리자 망량의 말이 이어졌다.

"그 연금술사라는 자가, 바로 인신공양을 주로 사용했던 주술사의 후임으로 불려 온 존재일 가능성이 높소."

"으음."

"그리고 황제와의 대화내용으로 봐서는, 그 자들은 불로불사를 댓가로 서로 협력하는 관계였던 듯 싶소. 황제에게 불로불사를 제공하는 대신 황제는 황궁의 세력을 움직여서 복마전과 연금술사를 도와주는 식이었겠지."

망량이 꺼지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정황을 보니, 황제가 갑작스럽게 죽어버리면서 그 미묘한 동맹의 균형이 사라져버린 모양이오. 현재 황궁과 황궁의 모든 세력은 연금술사의 휘하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건 뭔가 이상하군."

나는 망량의 말을 듣다가 말했다.

"황제는 별다른 무공도 익히지 않은 듯 했소. 연금술사가 암천향 소속이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면 진작에 황제를 없애거나 조종해도 되었을 것이오. 지금까지 대등하게 협력하다가 이제 와서야 움직일만한 이유가 있는 거요?"

"그건, 황제를 지키는 사신위(四神衛) 주작(朱雀)의 실력이 우리 생각보다 더욱 대단하다는 뜻일수도 있으며... 황제를 지키는 가호라던가 술법이 많이 존재했다는 거겠지. 특히 내황각주 제갈부가 있는 이상 섣불리 건드릴 수 없었을 거요."

망량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일은 벌어졌소. 이제부터의 대응을 생각해야 하오."

"황연 대장군에게 이 일을 말할 생각이오?"

"그래야겠지."

망량은 곧 황연 대장군을 불러서 수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했다. 황연 대장군은 황제가 죽었다는 말에는 의외로 무덤덤한 기색이었지만 나인교라는 대목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나인교? 그건 또 뭐지?"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황제폐하께서 갑작스럽게 붕어하시는 바람에 제 3의 세력이 현재 황궁을 장악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을 뿐입니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 거군."

"현재 수도에서 정보를 캐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테니까요."

"......"

황연 대장군이 침묵하다가 말했다.

"반천맹주. 제안하고싶은 게 있네."

"무엇입니까?"

"금의위에 연금되어 있는 내 일족을 구출해 주게. 그렇게 해 준다면 자네들을 전폭적으로 도와주겠네."

망량이 대답했다.

"가능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금의위와 정면으로 대립하신다는 말씀이신데."

"괜히 나를 떠 보는군. 자네가 부추기지 않아도 그들과 싸울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어."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황연 대장군의 모습에 망량은 멋쩍게 웃었다.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가능한가?"

"네. 충분할 듯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도움을 주셔야겠습니다."

"어떤 도움?"

망량이 말했다.

"한 사람을 설득하게끔 편지를 써 주십시오."

한 시진 뒤, 나는 황 장군에게서 편지를 받고는 비등을 이용해서 관중 청룡무관 근처로 순간이동했다. 나는 청룡무관 앞으로 가서 문지기 방일에게 말했다.

"청룡무관주를 뵈러 왔소."

"이 꼬맹이가 미쳤나... 관주님이 니가 보고싶으면 볼 수 있는 분인 줄 알어?!"

"들어가서 황연 대장군의 명으로 왔다 전하시오."

"......!!"

그들은 난데없이 황연 대장군의 이름이 나오자 놀란 듯 싶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선에서 처리할 수 없다 생각했는지, 이내 한 명이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잠시 후 돌아온 문지기가 말했다.

"와룡전으로 뫼시겠습니다."

나는 와룡전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곳에는 이광과 진소청이 함께 탁자에 앉아 있었다. 이광은 여전히 청수한 이목을 지닌 상태였고 무심한 표정이 떠돌고 있었다. 진소청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먼저 포권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천하에 무명이 높은 청룡무관주를 봐서 영광이오. 나는 황 대장군의 명으로 온 백웅이라 하오."

잠시 투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이광이 말했다.

"황 장군의 명으로 왔다고?"

"그렇소. 자세한 사정은 이 서찰에 적혀 있소."

스윽

내가 서찰을 내밀자 이광은 서찰을 받아서 읽어 보았다. 그는 한동안 서찰을 읽더니 내게 말했다.

"이 서찰이 진짜라는 증거는?"

"황 대장군께서는 내게 이 말을 전하라 하셨소. 배 한척, 도롱이와 갓을 쓴 늙은이가(孤舟蓑笠翁) 눈이 오는 추운 강에서 홀로 낚시를 할뿐이라(獨釣寒江雪)."

"... 진짜군."

이광은 서찰도 못 믿는 상황이었는데 황 장군에게 들었던 오언절구를 읊자마자 내가 전령이라는 사실을 믿는 기색이었다. 아무래도 오언절구는 그들 사이의 인연속에서 존재하는 암호였던 모양이었다.

이광이 말했다.

"황 장군께서는 서찰에 자네가 믿을만한 기재(奇材)라고 써 놓으셨네. 과연 그래 보이는군."

"과찬이십니다."

나는 대답하면서도 쑥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 동안 쌓은 수련이 헛된 게 아니었는지, 이광과의 일면식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나는 내친 김에 말해둘 생각으로 이광에게 말했다.

"저야말로 뇌신류의 제자로써 이광 님을 뵙게 되어 크게 감동했습니다."

"뇌신류? 설마 자네는..."

"저 또한 뇌신류를 전승하고 있습니다."

"호오, 한 번 보고싶군."

나는 대련장에 나가서 내 경지를 입증했다. 앞으로 함께 행동하게 될 것인데 괜히 같은 뇌신류파라는 사실을 숨기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검술을 펼치다가 좀 더 강한 면모를 보일 셈으로 장삼봉의 심득인 굴공검과 천축검을 한 번씩 펼쳐 보이자, 이광이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 시연이 끝나자 이광이 말했다.

"자네의 검법은 순수한 만승검결이 아니군. 다른 문파의 심득이 섞여 있어."

"제 스승께서 우연히 연이 닿아 무당파 전대고수의 심득을 얻었습니다. 좀 더 뇌신류의 위력을 향상시킬 셈으로 접목시켰습니다."

"그렇군. 흥미로워. 공간 그 자체를 뒤틀어버리는 검학이라...?"

이광이 보기 드물게 흐뭇하게 웃더니 말했다.

"좋아. 거사를 치르고 나서 한 잔 하지."

그가 호의를 보일 때 함께 술을 먹는 버릇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는 이광에게 상당한 호감을 샀다는 걸 알아채고는 기분좋게 대답했다.

"네."

그리고 우리는 바로 황 대장군의 일족이 연금되어 있는 보군(報窘) 지역으로 향했다. 망량은 그 동안 연금되어 있는 위치를 알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황 대장군의 일족은 수도의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고 있었는데 금의위에 의해서 이런 시골깡촌으로 유폐된 상황이었다. 보군 마을의 입구에 도착하자 이광이 말했다.

"혹시 황 장군께서 진충보국(盡忠報國)을 말하시지 않던가?"

진충보국?

나는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 생각나는 게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씀하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렇군... 마음을 굳히셨구나."

이광은 씁쓸하게 독백하더니 말했다.

"그러면 나 또한 각오를 하는 수밖에."

무슨 각오를 말하는 걸까?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이광은 전방으로 빛살처럼 튀어나갔다. 그리고 따라온 진소청이 내게 말했다.

"후미(後尾)를 부탁드리겠소. 한 식경 후에 진입해 주시오."

"알겠소."

나는 그들의 실력이 얼마나 가공할만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설령 이 자리에 금의위의 10개조가 다 몰려와 있어도 그들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 내가 진소청의 말대로 가만히 대기하고 있자, 곧이어 마을 곳곳에서 폭음과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한 식경 후 내가 진소청의 말대로 보군 마을로 들어가자, 곳곳에 금의위와 동창 고수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그들 중에는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분쇄된 자들도 있었다. 이광과 진소청은 이미 적 세력을 모조리 죽였다고 확신하고 있는지 건물에서 사람들을 인솔해서 꺼내고 있었다.

' 그냥 다해먹는군.'

망량은 처음부터 황 장군의 구출을 이광에게 시켜버릴 셈이었다. 황 장군을 내세워서 이광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가 있는데다 쓸데없이 반천맹의 전력을 소모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광이 내게 다가왔다.

"백웅. 작전이 완료되었네. 이제 황 장군의 일족을 어찌 데려갈 셈인가?"

이광과 진소청의 이목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보군마을을 지키는 금의위를 쓸어버리는 건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었으나, 일족을 안전한 장소까지 데려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의 질문에 대해서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일축했으니 이 질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말없이 사람들을 모았고, 이윽고 설명했다.

"이제부터 여러분을 옮기겠습니다. 두려워말고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리고는 목갑에 내 팔을 먼저 쑥 넣었다. 그리고 다시 뺐다.

"오오오?!"

"보다시피 이 안은 안전하고 무해합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안전한 장소로 가실 수 있습니다."

"알았소."

슈우욱

내가 마지막 일족까지 다 목갑에 넣자, 지켜보고 있던 이광과 진소청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진소청이 흥분해서 부르르 떨며 외쳤다.

"굉장하군!!"

"대, 대체 그건 어떤 물건인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주 좋은 물건입니다."

"......"

"이광 님도 들어가시겠습니까?"

"거절하겠네. 무인은 자신의 생사를 함부로 타인에게 맡기지 않아."

"네,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말했다.

"내일까지 진랑곡에 와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같이 움직이지 않고?"

"죄송합니다만 지금 상황이 급한 듯 해서."

"알았네."

나는 이광과 진소청의 이목에서 멀어지자 바로 비등을 써서 진랑곡으로 돌아갔다. 진랑곡에서 사람들을 목갑에서 꺼내자 황연 대장군이 그들을 확인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렇게 빨리 구해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리라.

"대단하군."

망량이 압박하듯 말했다.

"황 대장군. 이제 결정하셔야 합니다."

"... 좋네."

황연 대장군은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군(軍)을 움직이지."

"대뢰옥에 갇혀있던 다른 분들과는 이야기 해 보셨습니까?"

"물론일세. 그들 모두가 내 뜻에 따라주기로 했지."

대뢰옥에 갇혀있던 자들은 두세 명을 제외하고는 금의위가 임의로 잡아온 '위험분자'였다. 당연히 상당한 권세를 지닌 화족이거나 고관대작이었다. 그들이 도와주기로 했다면 한층 일이 쉬워지는 것이다.

곧이어 황연 대장군이 인증한 격문이 중화 각지로 날아갔다. 격문을 배달하는 역할은 내가 하는 것으로써, 나는 각 성(城)의 군부를 담당하는 숙장들을 만나서 비밀리에 격문을 전했다.

9개 성에 격문을 돌리는 건 정확히 사흘이 걸렸다. 이동하는 건 순식간이었지만 비밀리에 전하는 건 꽤 난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비등을 사용해서 진랑곡으로 돌아오자, 망량이 골치아프다는 듯 말했다.

"백웅... 그녀가 찾아왔소."

"응?"

그리고 카랑카랑하고 독기맺힌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무슨 홍길동(洪吉同)이냐 이 망할 자식아?!"

그 자리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잔뜩 볼이 멘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농염한 절세미모의 여인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미호?!"

"친한 척 부르지 마라 망할 인간아!!"

버럭 소리를 지른 미호가 화가 나는 듯 자기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쳤다. 그리고는 숨을 몰아쉬고는 말했다.

"으으... 탐지술과 식신으로 계속 위치를 알아보는데도 쉴새없이 동에번쩍 서에번쩍이라니 대체 뭐하는 짓거리냐! 네가 서왕모께서 점지한 인간이 아니었다면 바로 죽여버렸을 것이다."

나는 미호를 간만에 봐서 반가움을 느낌과 동시에, 내가 그 동안 너무 빠르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미호 입장에서는 중원 전역을 순식간에 날아다니는 나를 찾아오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느껴졌으리라. 나는 민망해서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미안미안. 그래도 와 줘서 고마워 미호."

"으으... 친한 척 하지 말래도. 대체 네가 어찌 본녀를 알고 있는 것이냐?"

아무래도 망량이 미호에게 매혹술로 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 그녀에게 전후사정을 설명한 모양이었다. 나는 미호에게 말했다.

"망량에게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전생자야."

"......?!"

나는 미호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미호는 초갓집 방 안에 앉아서 한참동안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일까지 설명이 끝나자 황당한 듯 말했다.

"너 소설(小說) 쓰느냐? 그걸 본녀에게 믿으라고?"

"믿든 못 믿든,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될걸."

"......"

미호는 영 껄끄러운 기색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뭐 상관없다. 나는 너를 지키러 왔으니 그 일만 할 뿐이다."

"고마워!"

내가 미호를 꼭 끌어안자, 미호는 얼굴이 빨개져서 바둥바둥거렸다.

"윽 징그럽다 놔라 이놈아."

예전부터 느꼈지만 미호는 끌어안는 것에 약한 듯 싶었다. 천지간에 매혹술로 따라갈 자 없는 대요괴가 이런 약점이 있다는 건 아마 나만 알고 있을 것이다. 미호는 그 후 한동안 투덜거리다가, 내게 힘을 빌려주기로 약속했다.

미호가 말했다.

"아무튼 중원에 오자마자 재밌는 일이 생기게 되었구나. 본녀가 딱 좋아하는 판이로다."

"재밌는 일이라니?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데 이게 재밌냐."

내가 핀잔을 주자 미호가 깔깔 웃었다.

"아하하! 너는 황연이라는 인간이 군을 움직이고 각지의 숙장을 규합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느냐? 그 망량이라는 인간이 굳이 그 의미를 설명해주지 않은 모양이구나?"

"그게 무슨 뜻인데?"

이어진 미호의 말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반역(反逆)이 일어난다는 게다. 머지않아 근처에서 황연을 주축으로 한 대군이 낙양으로 진공할 것이고 수도를 지키는 황실어림군과 싸우게 되겠지. 그 싸움에서 승리한 쪽이 천하의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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