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8 ----------------------------------------------
암천향(暗天鄕)
철퍽 철퍽
"아윽, 윽... 아앙..."
"헉, 헉, 헉!! 좋구나...!!"
"꺄아아악."
해적간부들이 불려온 여자포로들을 눕혀놓고 범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온갖 체위로 여인들을 범하고 있었는데 쉴새없이 교성이 터져나왔다. 아마도 배려따위는 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취하는 중이라서 쾌락보다는 고통이 강해 보였다. 무려 10인의 해적간부들이 겨우 6명밖에 되지 않는 여인들을 돌아가면서 범하는 중이라서 끔찍한 광경이었다.
"아악."
심지어 임신한 여인도 봐주지 않고 격렬하게 범하는지라 비소에서 피가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여자를 사람취급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여인의 머리채를 잡고 험한 체위를 시도하는 놈도 있었다.
"카하핫."
"재밌구나."
그리고 혈도단의 단장들은 의자에 앉아 좋은 술을 마시며 낄낄대며 그 윤간장면을 관람하는 중이었다. 하도 악행을 많이 하다 보니 직접 하는 것보다는 희극을 보듯이 구경하는 걸 즐기는 지경인 듯 했다. 그리고 아마 어인(漁人)의 몸이 되었기에 여자에게 별로 성욕이 없을수도 있었다.
' 음...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겠군.'
나는 안현 부관이 정말로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저런 놈들은 능지형을 당해도 마땅한 놈이었다. 나는 곧이어 비등을 써서 혈도단 단장들의 바로 등 뒤로 이동했다.
"엉..."
슈칵!!
일 참(一斬)이 역회전을 취했다. 깔끔한 일격과 함께 혈도단 단장 세 명의 목이 동시에 몸통에서 분리되었다. 어인이라고 해도 목을 베면 죽는다는 건 지난번에 확인한 바가 있었다. 워낙 기습인데다가 내 발검속도가 빨라서 그들은 저항조차 못한 것이다.
"엇...?"
순식간의 일이었기에 해적간부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멍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 찰나를 이용해서 놈들에게 빠르게 달려들었고, 벌거벗은 채 무장도 하지 않은 해적간부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푸콰콰콱
츄칵
"끼아아아악!!"
피보라가 퍼져나오며 비명소리가 연신 울려퍼졌다. 해적들의 상체와 하체가 그대로 분리되자 장기자랑이 펼쳐졌다. 내가 뛰어들어서 겨우 세 번 검을 휘둘렀으나 이미 10명 중 8명이 검하고혼이 되어 있었다. 나머지 두 명은 바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빌기 시작했다.
"히이이익. 히이익."
"살려주십쇼. 살려..."
나는 싸늘하게 놈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는 그렇게 부탁한 자들을 살려준 적 있냐?"
"......"
촤악
내가 검을 휘두르자 두 개의 목이 허공을 날았다. 나는 마무리를 하면서도 기가 막힌 게, 그 두 놈은 내 질문에 우물쭈물했다는 것이다. 즉 놈들 스스로도 전혀 자비를 베푼 적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진정으로 극악무도한 해적 그 자체였다.
나는 피바다 속에서 알몸으로 누워있는 여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혈도단 단장은 처치했소. 이제 남은 놈들을 처치할 생각이니, 어서 옷을 입으시오."
여인들이 두려워하며 물었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중에 알려주겠소."
내가 방에서 나가자 여인들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는 모습이었다. 그녀들이 옷을 다 입자 나는 말했다.
"혹시 해적놈들의 주거지에 여인들이 있소?"
그 중 내 말뜻을 알아들은 여인 하나가 대답했다.
"아뇨... 놈들은 감옥에 와서 여인을 겁탈하게 되어있습니다. 혈도단 단장만 자기 처소로 부를 수 있어요."
"그렇군. 여기에 가만히 있으시오."
"네..."
나는 해적섬의 포로수용소로 이동했다. 그 곳에서도 여인들이 곳곳에서 강간당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눈에 보이는 해적이란 해적은 모조리 베어버리면서 내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촤아악
"끄아악!"
"사, 살려..."
푸콱
나는 살려달라는 놈들은 더 잔인하게 죽였다. 도망치는 놈도 죽였고 싸우려는 놈도 다 죽였다.
' 너희같은 놈들에게 살려달라는 염치가 있는 거냐?'
두 눈을 먼저 베어버리고 코를 베어서 날린 후, 꺽꺽대는 놈의 배를 갈라서 천천히 뒈지게 했다. 포로수용소 내에만 무려 스무 명이나 있었기에 나는 한 놈도 남김없이 다 죽였다. 곳곳에 고문때문에 죽기 일보직전인 포로들도 있었기에 나는 그들을 하나하나 풀어주었다.
포로들을 다 풀어주자 그들이 눈물을 흘리며 일제히 외쳤다.
"아아, 은인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들의 감사를 대충 받은 후 서문혜를 찾았다. 서문혜는 예전처럼 백발인 상태로 마치 백치처럼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가 서문혜에게 다가가자 여인들이 그녀를 보호하려는 듯 꼭 껴안았다. 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사정은 알고 있소. 내가 그녀의 대법을 풀어줄 생각이니 걱정 마시오."
"아..."
그리고 나는 여인들의 의리에 내심 감탄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 그녀들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닌데, 죽음을 무릅쓰고 여동생같은 아이를 보호하려 했기 때문이다. 해적같은 쓰레기들과는 천지차이였다.
혈도단 단장과 간부들부터 죽인데다, 소식이 새어나가지 않게 확실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해적들을 학살한 상황이다. 나는 약 한 식경동안 아무 걱정없이 서문혜에게 펼쳐진 대법금제를 풀어 주었다.
서문혜는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나는 서문혜에게 전후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내게 고맙다고 하더니 옆에 있던 여인들을 껴안았다.
"흐흑... 언니들... 미안해요..."
"네가 왜 미안하니..."
서문혜와 여인들은 한동안 껴안고 오열했다.
백치상태였지만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았기 때문이리라. 나는 서문혜의 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목갑에서 한 자루의 검을 꺼내서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자, 모조리 없애버립시다."
서문혜가 눈에 독기를 품고는 힘차게 대답했다.
"네!"
그리고 나는 서문혜와 함께 나가서 섬에 있던 모든 해적들을 학살했다. 해적들이 수백 명이나 되었지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나도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고 서문혜 또한 암경무투회에서 4회전에 나갈 정도의 가공할 검도고수였기 때문이다. 마치 양떼에 뛰어든 호랑이처럼 용서없이 검기와 검염으로 해적들을 찢어발겼다.
약 반 시진 후, 나와 서문혜는 시체로 가득한 해적주거지에서 시체를 밟고 서 있었다.
"끄아아악."
"슬슬 다 정리됐군."
나는 해적의 눈깔에 칼날을 후벼넣던 서문혜에게 말했다. 서문혜는 그대로 칼날을 내려서 그 해적의 몸을 세 조각 내버리고는 내게 포권했다.
"소녀, 소협의 크나큰 은공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만 죽여서는 될 일이 아니지."
"그럼?"
"몇 놈 남겨뒀으니 사람들의 분을 풀게 하겠소."
나는 일부러 혈도만 제압해 둔 해적 열 명을 끌고 포로수용소로 왔다. 이 놈들은 해적들 중에서도 꽤 무공이 뛰어났던 놈들로, 틀림없이 해적간부였다. 나는 해적간부 열 놈을 사람들에게 던져주었다.
"자, 원하는대로 하시오."
해적간부들은 이미 단전이 박살나고 몸을 못 움직이는 상태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저마다 칼을 들고는 독기어린 눈으로 서서히 열 명에게 다가왔다. 해적간부들이 공포에 질려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사, 살려줘."
"이봐!! 날 살려줘!! 천하의 명도 무라마사를 주겠다."
나는 그 해적간부가 무라마사를 가진 해적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미안. 어딨는지 알고 있다."
"......!!"
다음 순간, 사람들이 개떼처럼 몰려들어서 흉기로 놈들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무기가 부족해서 칼이 없는 사람들은 이빨로 놈들의 살점을 물어뜯거나 주먹으로 쳤다. 포로들이 그들을 둘러싸자 해적간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잠시 후 사람들이 물러나자 놈들은 시신의 형태조차 거의 남지 않았다.
나는 얼추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말했다.
"자, 떠날 준비를 합시다."
나는 우선 급한 부상자들을 의술로 처치해준 뒤, 사람들의 신상명세를 하나하나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번 전생에서 군선과 함께 왔을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생존해있는 걸 보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차이가 나도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을텐데, 그 시간에 사람들이 이 해적섬에서 개처럼 죽어간 것이다.
나는 이후 명도 무라마사를 챙기고 해적섬의 비밀장소에 있던 금은보화도 따로 위치를 확인했다. 다만 목갑에 사람들을 넣을 생각이었기에 우선은 금은보화를 여기에 놔둘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난번 생에 나와 교섭했던, 강단있는 여인에게 가서 말했다.
"당신이 여인들의 맏언니격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소."
"그런 위치까진 아닙니다..."
"당신들이 돌보던 아이는 서문혜라고 하여 중원무림에서 으뜸가는 사파인 무영문의 영애요. 그녀와 앞으로의 거취를 이야기해 보는 게 어떻겠소?"
그러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이 되더니, 이내 눈물을 왈칵 흘렸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나는 상황이 정리되자 모든 사람들을 목갑 안에 집어넣었다. 목갑 안은 약 백여 장으로 매우 넓었기에 포로들이 들어가 있어도 별달리 불편함이 없었다. 나는 그들을 목갑에 넣은 후 재차 비등으로 이동을 했다.
파앗
이번에는 내 몸은 개경의 화 노인의 거처에 도착해 있었다. 화 노인은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내가 눈 앞에 나타나자 깜짝 놀라서 허둥댔다.
"누, 누구냐? 술법사인가?"
"저는 화씨 방계 사람입니다. 도우려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따로 가지고 다니던 상자에서 금괴를 꺼냈다. 금괴를 건네주자 화 노인이 눈을 부릅떴고, 나는 이내 화씨백팔침과 화타오금희를 그에게 보여주어서 내가 화씨일맥을 잇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러고나서 부탁했다.
"현재 해적에게 붙잡혀 있던 불쌍하고 어려운 포로들이 있습니다. 꼭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화 노인이 왠 개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디에 있는가?"
"여기에 있습니다."
잠시 후 목갑에서 부상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작은 목갑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는 놀라운 일을 바라보던 화 노인이 멍청한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이, 일단 구하기는 하겠네만 그건 대체...?"
"좋은 물건입니다."
"어 그래 좋은 물건인가보군..."
"그리고 정 가주를 만나게 해 주십시오."
나는 곧 화 노인의 소개에 의해 정철욱 가주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황당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는 낮도깨비인가? 내 호위무사단의 경계에 아예 잡히지도 않고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무례에 사과드립니다. 허나 사정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나는 정 가주에게 해적섬을 토벌하게 된 경위와 포로들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고려인 포로들을 목갑에서 꺼내서 그의 면전에 보여주자, 정 가주가 깜짝 놀랐다. 그는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노, 노, 놀라운 물건이군. 그 목갑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가?"
"네."
"허, 허허... 아, 알겠네. 내 그 자들을 도와주지."
"감사합니다."
정 가주가 슬며시 말을 덧붙였다. 그의 눈에는 명백히 탐욕이 깃들어 있었다. 일국의 권력자조차 이 목갑을 탐내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그 목갑을 내게 팔 생각 없는가...?"
"죄송합니다만 성 한 채의 가격을 부르시더라도 팔 생각이 없습니다."
"끄응... 공후(公候)의 직책이라 하더라도 말인가?"
"물론입니다."
내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그가 한숨을 쉬었다.
"알았네.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정 가주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면, 목갑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포로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는 그러나 그렇게까지 악독한 성격은 아니었기에 넘어가기로 한 것이다. 내가 오랜 세월 정 가주의 호위무사로 있으면서 그의 인품을 관찰했기 때문에 그에게 부탁하러 온 것이다.
"이거면 충분히 의가를 옮겨오실 수 있을 겁니다."
"고, 고맙네."
나는 고려의 일이 얼추 정리되자 화 노인에게 수고비로 금괴 하나를 더 준 후, 이번에는 비등을 이용해서 무영문 앞으로 갔다. 무영문 앞에 도착하자 나는 피곤해서 잠깐 나무등걸에 앉아서 쉬었다.
"하이고... 힘들다..."
무진장한 내공으로 체력은 거의 소모되지 않았을 텐데, 정신적으로 지치는 기분이었다.
하루 동안에 일을 너무 많이 한 듯 했다. 그 증거로 벌써 해가 져서 밤이 되어 있었다. 내가 나무등걸에 걸터앉아 있자, 무영문의 문지기 무사들이 황당한 듯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이봐 거기 꼬마! 어떤 수를 쓴 거지? 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나타난 것이냐?"
나는 대꾸하지 않고 목갑을 열어서 서문혜를 나오게끔 했다. 그러자 서문혜가 순식간에 나타났고, 그녀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 곳이 자신의 고향인 무영문이라는 걸 알아챈 듯 했다.
그녀는 눈에 이채를 띄고 나를 바라보았다.
"은공께선 정말 대단한 분이시군요..."
서문혜의 모습을 발견한 문지기 무사들이 기겁을 하며 무릎을 꿇었다.
"소문주를 뵙니다!!"
"......?"
서문혜는 뜬금없이 해적섬에서 자기 고향으로 돌아와 있는 상황에 황당한 듯 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문지기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함부로 굴지 마라. 이 소협은 내 생명의 은공이시다."
"알겠습니다!"
서문혜는 사파제일문의 영애다운 기품을 유지하며 물었다.
"아버님께서는 안에 계시느냐?"
"네. 문주께서는 연공실에 계십니다."
"알았다."
나는 곧이어 목갑에서 여인들을 따로 꺼냈다. 이 목갑이 편리한 점은, 내가 생각하는대로 목갑에서 물체를 꺼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 머릿속에 분류가 되어 있다면 그 분류대로 튀어나오게 되어 있었다. 물론 안에서는 딱히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히익."
문지기들이 2차로 놀라는 동안에도 그들은 이미 이야기가 된 듯 했다. 여인들 중 대부분이 무영문에서 제 2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듯 했고, 몇몇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듯 빠졌다. 나는 빠진 여인들을 다시 목갑에 넣으며 말했다.
"서문혜. 당신이 이들을 돌볼 생각이오?"
"네, 그렇습니다."
"잘 됐군."
나는 잠시 후 서문혜와 여인들과 함께 무영문에 들어갔다. 서문혜와 여인들은 우선 더러워진 몸을 목욕재계했고 나도 피에 젖은 몸을 욕조에 담갔다. 무영문은 겉으로는 그리 커보이지 않았지만 굉장히 돈이 많은 문파인지 별채가 굉장히 고급스러웠다.
' 목욕은 간만에 해보는 거 같다.'
몸을 씻는 게 끝나자, 나와 서문혜는 응접실에서 무영문주 검마를 만날 수 있었다. 검마는 서문혜에게서 그 동안의 일을 듣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나는 검마가 어떤 말을 할지 예상이 되었다.
"그럼 결혼해라."
그래서 단호하게 대답했다.
"거절합니다."
"......"